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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7 15:11:20

도검제일주의


1. 개요2. 역사 속 도검제일주의
2.1. 도검의 장점
2.1.1. 멋지다?
2.2. 도검의 단점2.3. 검 vs 창
2.3.1. 집단전투에서의 검 vs 창2.3.2. 창의 단점2.3.3. 1:1에서의 창 vs 칼
2.4. 검의 전술
2.4.1. 망치와 모루 전술에서2.4.2. 로마 군단병 전술2.4.3. 비정규전, 백병 난전
2.5. 검의 유형
2.5.1. 한손검과 방패2.5.2. 양손검
2.6. 결론
3. 현대의 도검4. 일본 문화 속 도검제일주의5. 대중문화 속의 도검제일주의
5.1. 도검이 인기를 끄는 이유5.2. 주인공 보정5.3. 판타지나 무협 등 초능력으로 정당화5.4. 종교/신념적인 이유5.5. 현대식 총이 없는 시대 배경5.6. 총이나 탄약 수급이 어려움5.7. 탄약 고갈 이후의 무기5.8. 특수한 적을 상대함5.9. 총은 점 공격, 검은 선 공격5.10. 총기와 도검이 공존하는 캐릭터 및 작품5.11. 관련 문서
6. 관련 문서

1. 개요

파일:gw.jpg
기원전 15세기경. 미케네 시대 고대 그리스 조각품
그의 오른손에 일곱 별이 있고 그의 입에서 좌우에 날선 검이 나오고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치는 것 같더라
요한의 묵시록 1장 16절
같은 종류를 냉병기(冷兵器), 나아가 무기 중 최고로 여기는 경향을 뜻한다. 반대말로 도검무용론이 있다.

칼은 주인공이나 주인공에 가까운 주요인물이 주로 사용하며 대체로 다른 무기보다 대우가 좋은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우주를 누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작품에서도 칼을 쓰고 싶어서 라이트세이버, 빔 사벨, 히트 소드, 히트 사벨, 대함도, 에너지 소드, 사이오닉 블레이드, 워프 블레이드, 파워 소드, 체인소드, 건 블레이드 같은 최첨단 과학 기술이나 초능력을 사용한 물건들이 나온다.

인류 역사에서 도검을 최고의 무기로 여기는 사고방식은 흔하게 발견된다. 전설의 무기 문서에서도 도검류 무기가 가장 많다. 과거부터 '칼이 제일 멋있어!'라는 생각은 보편적인 사상인 듯하다. 전투 외적으로 의식용, 장식용, 예식용 무기도 도검 계열이 가장 많다. 다른 냉병기는 공구, 농기구에서 발달했거나 역할을 겸하는 데 비해, 검은 제례, 전투 등 고대 사회부터 지배 계급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작업용 도검도 있고 지배계급이 도끼, 철퇴 등을 권표로 삼은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 특히 양날이 있거나 모양이 수려한 칼이 멋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으며, 상징물로도 쓰여 왔다.

2. 역사 속 도검제일주의

"나는 검이며 다른 무기들에게 치명적이다. 창이든 도끼든 단검이든 나에게 대적할 수 없다. 나는 가까운 곳에서든 멀리서든 싸우며 붙어 있을 때는 무장 해제하거나 레슬링을 걸 수 있다. 나의 기술은 돌리고 얽으면서 공격과 방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나는 고귀하고 정의로우며 의를 높이고 악을 쳐부순다. 내게 맞서려는 자는 고통을 겪을 것이고 날 존중하는 자는 무예로써 명성을 얻을 것이다."
피오레 디 리베리, 『 Il Fior di Battaglia
활, 총, 창, 나기나타 모두 무사의 도구이며 병법의 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특히 큰 칼(太刀)에 한해서 병법이라 칭하는 이유는 칼의 이치 하나로 치세(治世)하고 수신(修身)하니 칼은 병법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칼의 이치를 터득하게 되면 혼자서 열 명을 이길 수 있다. 혼자서 열 명을 이기면 백 명이 천 명을 이기고 천 명이 만 명을 이길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천일류에서는 한 명의 상대든 만 명의 상대든 같은 것이라 여기며 무사가 익혀야 할 기술은 모두 병법이라고 부른다.
미야모토 무사시, 『 오륜서
두 사례가 근세 서유럽(중세 이탈리아)과 일본에서 나왔음에 주목할 수 있다. 도검과 검술을 숭상하고, 실제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검을 즐겨 썼으며 유물과 기록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문화권이다.

고대에 검은 많은 양의 금속이 들어가며 날을 제조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당대 야금술의 척도와 같은 역할이었다. 이에 따라 검은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고, 고대 말~ 중세로 접어들며 동서양에서 동시에 검의 권위가 껑충 뛰게 했다. 안 그래도 특별한 무기라는 인식에 더해 권위의 증진, 간편한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 다른 냉병기에 비해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점, 비싼 가격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각 사회에서 상류층들이 검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특히 구전에 의한 전승에 기대던 과거와는 다르게 중세는 문자의 보급을 통해 직접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이러한 문자의 사용은 상류층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이 상류층들이 검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모든 종류의 이야기에서 '주인공=검'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따라서 중세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검 이외의 무기를 사용하는 주인공급 인물은 대단히 적다. 빌헬름 텔이나 로빈 후드로 유명한 영웅이지만 귀족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당시 지배 체제에 반발하던 반골의 상징이었다.

대체적으로 검의 위상은 청동기 시대부터 서서히 올라간 것으로 여겨지는데 지도자의 부와 권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동북아권에서는 도교 무속 신앙에서 의례용으로 자주 쓰였으며 기독교의 위세가 절정이던 중세 유럽에서도 흔히 알고 있는 중세유럽식 검의 모양에서 보듯 검의 형태가 십자가와 비슷했기 때문에 의례에 종종 쓰였다. 아예 전장에서는 십자가 대용으로 쓰이기도 했을 정도다. 따라서 도검제일주의는 이렇게 세대를 아울러 전해 내려온 권위적인 면모도 어느 정도 아우르게 된 것이다.

상징적 의미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전장에서 검사는 강했다. 왜냐하면 검병들은 정예병이었기 때문. 무장 수준이 좋고 훈련을 많이 받은 정예병들은 일대일이 아닌 일대다를 상정하고 전장에 투입되었는데, 너무 깊게 찌르다 무기를 회수하지 못해 맨손으로 전장에 고립될 수 있는 창, 찌르기 공격을 할 수가 없어 갑옷 대응력이 낮은 도끼에 비해 무장 수준이 낮은 적은 베기, 수준이 높은 적은 찌르기로 상황에 맞는 교전법을 택할 수 있는 검은 정예병들에게 제격이었다. 여건이 된다면 이런 전사들은 원거리 무기나 폴암과 함께 검을 챙겨갔다.

이것이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다가 과학기술 등의 발전으로 냉병기(冷兵器)가 주도권을 잃고 화기(火器)가 급속도로 전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머스킷의 한계 때문에 꿋꿋이 냉병기를 쓰는 기병이나, 도시에서 결투를 벌이는 귀족의 이미지 때문에 칼이 나름대로 대접을 받다가, 과학기술과 사회 패러다임이 더 크게 변해 칼을 찬 상류계급이나, 전쟁터에서 칼을 쓸 일 자체가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러한 변화의 와중에서도 도검류는 크기가 줄었을 뿐 실생활에서도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흉기 내지는 무기로 남았고 심지어 군대에서도 보조적인 무기로 여전히 남았다. 그리고 동양권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동양 전체에 큰 영향력을 지녔던 일본이 칼덕후 나라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되며 "하여튼 검은 킹왕짱"이라고 남게 된 것이 대중매체 속 도검제일주의의 사례이다. 예전의 일본, 지금의 중국이 미는 애국주의 프로파간다나, 단순 오락성 연출에도 도검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 건 일본의 근대화, 군국주의화와도 연관이 있는 셈이다.[1]
단도(单刀)란 왜노들이 만드는 칼인데 단련이 정교하며 만듦새가 가볍고 예리하니 다른 지방의 칼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 검신의 빛나는 광채가 눈을 쏘아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그 용법은 좌우로 도약하는 데다 기이한 방법으로 의도를 숨기니 인력으로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장병기가 항상 짧은 칼에 패배하였다.
『단도법선』 단도설(单刀说)
동아시아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본도가 특이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으며, 일본도를 휘두르는 왜병, 왜구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명에서는 왜구에 무력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병법의 쇄신이 이루어졌고, 조선에서도 최대한 화살, 화약무기로 원거리에서 제압하고 근거리에서는 명나라식 군제에 따라 다양한 냉병기 조합으로 상대하자는 발상이 나왔다. 거기에 더해 일본도를 노획해 재해석하거나, 항왜로부터 왜검을 배우는 등 도검 백병전이 장기인 일본을 경계하고 대응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현대에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군사 전통 때문에 병기로써는 아니지만 의장용으로 살아남았다. 대한민국의 경우도 육군사관학교 졸업생들에게 육사검이 지급되며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면 역시 삼정검이 지급되는데 이 삼정도는 해당 장성이 중장으로 진급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수치를 달아준다.

다만 미 공군 같은 경우 장성에게 부사관들이 검을 증정하는 예식이 있지만 검의 형태를 규정해놓지 않아서 중세 롱소드부터 만화에나 나올 법한 물건까지 별별 요상한 게 막 올라온다고 하니 #1 #2 이런 문화도 점점 사라질 듯하다. 미국 같은 경우는 건국 시기부터 칼보다는 머스킷을 쓰던 시기이며, 유럽처럼 기사나 검, 창기병 전통을 지킬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미국인들에게 의장용 무기에 가까운 것은 클래식 총기로, 대통령을 위한 은도금 리볼버, 콜트 권총이 좋은 예시이다.

2.1. 도검의 장점

"나는 가까운 곳에서든 멀리서든 싸우며 붙어 있을 때는 무장 해제하거나 레슬링을 걸 수 있다. 나의 기술은 돌리고 얽으면서 공격과 방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피오레 디 리베리, 『 Il Fior di Battaglia

기본적으로 도검은 경무장/비무장의 상대에 한해 모든 단병 중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상해를 입힐 수 있다. 날카로운 칼날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뾰족한 칼끝도 있고, 손잡이는 짧은 둔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하게 휘둘러서 정확하게 타점에 맞춰야 충분한 파괴력이 나오는 둔기류와 창등과는 달리 도검류는 찍거나 찌르거나 써는 등 다양한 간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물론 둔기류를 맞히듯이 정통으로 타점을 잘 맞춰서 베면 목이나 팔다리가 한 방에 날아가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상대가 저항하거나 접근을 허용해서 애매한 거리에서 맞히더라도, 날을 톱처럼 긁어서 인체조직을 저며버리거나 손잡이로 머리를 찍어버리는 등, 사람 하나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한 상해를 입힐 방법이 많다.

휘두르면 벨 수 있고 멀리서는 찌를 수 있으며 가까이에서는 창처럼 바꿔잡고 칼끝만 상대에게 박아넣거나 손잡이로 때리고 칼날을 대고 고기 썰듯 긋는 등, 사용법을 익히면 아주 다양하게 쓸 수 있다. 경무장, 비무장한 사람이라면 웬만큼 방어법에 숙달되거나 방패를 쓰지 않는 이상 상해를 입기 쉽다. 단검술이 극히 공격적이고 방어가 어려운 것과 유사하다. 피오레 검술서에서 묘사했듯이, 베는 기능에 더불어 창처럼 찌르고 도끼처럼 찍고 망치처럼 치는 역할을 어느 정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상대방이 갑옷을 입고 무술, 검술을 익힌 숙련자라면 이만큼 쉽게 상해를 입힐 수 없고 공격법이 제한되겠지만,(갑옷 틈새 찌르기, 방패 빈틈 베기 등으로 사용 가능한 전술이 제한된다.) 그렇지 않다면 의외로 쉽게 마구잡이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검술이 익히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오히려 그 특징 덕분에 검술을 익힌 사람은 검술을 모르는 사람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콩키스타도르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하듯이 죽이는 데 쓴 건 한 방에 팔다리를 잘라버리는 강철 검이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철제 무기가 없고 갑옷도 경무장 위주인데다 콩키스타도르들 대부분이 싸움에 익숙했기에 백병전에서도 구대륙 병력들이 유리했다.

이런 용이성 때문에 역으로 창작물에서는 일부러 도검으로 강인한 상대나 중무장 적을 베는 비현실적 묘사가 나오기도 한다. 정의의 편이어야 할 주인공이 비무장 상태거나 헐벗은 적을 베는 건 정당한 전투라기보다는 학살을 연상시켜서 캐릭터를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칼로는 볏짚도 못 벤다는 말이 있지만, 볏짚 못 벤다고 사람 못 잡는 게 아니다. 애초에 날붙이의 절삭력은 질량과 원심력과 단면적의 혼합에서 나온다. 볏짚처럼 겉이 매끄럽고 가벼운 물체를 베는 일에는 의외로 약한 반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 몸처럼 겉은 부드럽고 속은 단단하며 적당히 무거운 물체를 베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검술 수련 체계에서 짚단이나 다다미 베는 걸 수련 과정에 집어넣은 이유는 그게 고도의 집중력과 테크닉을 요하는(=어려운) 행동이기 때문이지, 짚단 못 벤다고 사람 하나 못 잡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대충 만든 도검이라도 기본적인 요소만 충족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베거나 찔러서 맨몸의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 전투용 도검은 물론 요리, 낚시용 칼까지 대부분의 칼들은 살과 뼈를 잘 베라고 만들어졌다. # 갑옷이 있고 상대에게도 무기가 있어서 싸움이 늘어지더라도, 삑사리 수준으로 베인 상대는 고통을 느끼고 피를 흘릴 수 밖에 없으며, 삑사리 나면 바로 후속공격으로 더 베거나 찌르는 기술들은 검술에 무수히 많다.

도검류의 또 하나의 강점은 무게중심이 칼자루 쪽에 있어서 다루기가 쉽고, 휘두를 때의 빈틈이 적다는 점이다. 반면에 둔기는 무게중심이 끝에 있기 때문에 휘두르는 데에 완력이 필요했고 잘못 휘둘렀을 때의 빈틈도 컸다. 단순한 타격 무기로는 서로 손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의 카운터성 공격과 클린치 레슬링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에 갑옷을 입은 중장병들 간의 백병전에서도 범용성이 높은 검이 자주 사용되었고, 검 대신 둔기로 무장한 병사들에게도 단검은 필수품이었다.

같은 연유로, 부피 대비 살상력은 무기 종류 막론하고 도검이 가장 뛰어나며, 이로 말미암아 휴대성이 좋았던 것도 도검이 동서고금 막론하고 각광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은닉 무기 중에서는 도검을 따라올 냉병기가 없다. 둔기나 도끼류는 휘둘러서 운동에너지로 공격하는 구조 상, 일정 크기 이상이 넘어야 위력이 나오기 때문에 작게 만들어서는 실용성을 기대할 수가 없으며 또 그만큼 전투 반경이 넓기 때문에 초근접전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못한다. 반면에 도검류는 초근접전 상황에서도 그냥 사용자의 체중을 실어 상대방을 찔러버리거나 베면 그만이기 때문에, 소매 속에 숨길 수 있을정도로 작은 폴딩 나이프로도 허구한날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게 일상이다. 이 점이 도검을 냉병기 중에서도 상당히 특별한 위치에 서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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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 돌격 이후에 백병전의 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당연히 이런 백병전의 주요 무장은 창이 아니라 검이었다. 1214년 부빈 전투[2]에 관한 연대기에는 양측의 기사들이 서로 창을 겨누고 돌격한 뒤에 칼을 뽑아들어 접전을 벌였으며 잔인한 연합군 기사들이 "길고 가느다란 칼"을 투구의 틈 사이로 찔러 넣어 프랑스 기사들을 죽인다고 비난하는 기록이 있다. 호버크와 방패로 보호받는 상반신은 폴암의 타격과 창의 찌르기도 어렵지 않게 방어해냈기 때문에 가까이 달라붙어서 검, 칼자루로 머리를 마구 내려치거나 투구의 눈 구멍과 골반의 갑옷 연결부를 찌르는 공격이 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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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배나 허벅지를 찔리고 주저앉은 말, 근접 거리에서 목과 눈을 찌르기 위해 검을 높이 든 자세,
칼자루 타격 등 마상 전투와 갑주 검술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13세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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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돌격 이후 롱소드와 런들 대거로 전투를 벌이는 트랜지셔널 아머 시대의 기병들. 14세기 후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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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iath Fechtbuch(MS Germ.Quart.2020)

갑옷을 상대하기 어렵고 내구성이 약해서 군용 무기로는 부적합했다는 낭설이 있지만[3], 실제로는 갑옷을 입고 싸우는 전투에서도 둔기, 장병기와 함께 도검이 즐겨 쓰였다. 역사적으로 전투에 게임마냥 주무기 하나만 덜렁 들고 가라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싸움 좀 한다는 사람들은 검을 챙겨갔다.

16세기 이베리아인 기사 돈 후안 퀴사다는 백병전에 돌입하면 첫 번째로 에스터크를 뽑아 들어야 하며, 즉시 적의 약점인 얼굴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갑옷 연결부를 찌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버렸든 놓쳤든 부러졌든) 에스터크를 잃어버릴 경우 아밍 소드를 들고 싸우며, 아밍 소드마저 잃어버린 기사는 워해머 단검으로 싸운다.

15세기의 용병대장이자 군사학 저술가였던 피에트로 몬테 역시 에스터크를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중기병들이 전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12세기 동로마 제국 역사가 요안니스 킨나모스는 1167년의 시르미온 전투에 대해, "하루종일 지속된 전투로 로마군의 창과 검이 모두 부러졌지만 예비 무기인 철퇴를 들고 끝까지 싸워서 헝가리군을 격퇴했다"라고 묘사했다.

안방준의 은봉전서에 기록된 안방준의 숙부 안중홍와 원균의 대화에서도, 원균은 "백병전에서 칼이 부러지면 철퇴를 들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자신의 용맹을 자랑한다. 물론 이 일화는 원균의 등신성(?)을 알려주는데 하는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자기가 한 말을 전혀 지키지 못하고 왜군을 맞이하자 잽싸게 도망쳤기 때문. 말과 행동이 달랐던 건 둘째치고 수군을 지휘한다는 양반이 "바다에서 어떻게 싸울 거냐"라는 물음에 조선수군의 장점을 살려서 조타술과 화력을 응용한 전술을 서술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육군에서나 할 법한 백병전 이야기로 퉁치고 만것 또한 수군을 지휘할 만한 인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점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근접전 시 도검은 철퇴, 창과 함께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의 공격력이 갑옷의 방호력을 무력화한 근세 이후에는 중기병(重騎兵)의 역할이 축소되고 사브르와 흉갑만을 장비한 경기병(輕騎兵)이 선호되었다. 보병들 역시 창, 장대 무기의 역할을 착검된 머스킷 및 소총으로 대체할 수 있었기에 보조 무장으로는 과하게 크고 무거운 냉병기 대신 조그만 도검을 선택했다.

무기를 다루는 기교 면에서도 도검은 철퇴나 도끼보다 우위에 있다. 철퇴나 도끼는 배우기는 쉬우나 운용 방식이 한정적이다. 이에 비하여 도검은 범용성 덕분에 형태가 바뀌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스쿨이나 유파 등에서 도검을 기본으로 교습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을 배워야 그 기교를 활용할 수 있기에 검술은 오랜 기간 지배 계급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Akademia Szermierzy의 피오레 롱소드 검술 시연

또한 칼은 다른 냉병기보다 들고 다니기 좋아서 평상시에 호신용 겸 신분증명용[4]으로 가지고 다니는 일이 많았다.[5] 창은 양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짊어져야 하지만 칼은 허리에 차거나 등에 짊어지면 되니까. 둔기도 가능은 하나 칼에 비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여담으로 칼에만 칼집이 있는 건 아니다. 도끼도 창도 폴암류 무기도 모두 날 쪽에 씌우는 형태의 덮개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모두 통틀어 Sheath라고 한다.

도검의 장점은 바로 뚜렷한 강점이 없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처럼 휘둘러 찌를 수 있고, 도끼처럼 찍어 벨 수 있고, 철퇴처럼 후려칠 수 있고, 단검처럼 당겨 썰거나 눌러 찌를 수 있다. 무언가 특수한 목적과 방향을 가진 다른 무기들과 달리 검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에 강점이 약점으로 변하는 일이 거의 없다.

2.1.1. 멋지다?

고대 서사시부터 현대의 애니메이션까지, 도검을 든 인물을 영웅으로 묘사하고 도검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거진 멋 때문이다. 상술했듯 예로부터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도검을 가장 멋진 무기로 인식하는 경우는 흔했으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다.

도검은 제작에 들어가는 금속의 비율이 다른 무기들에 비해 높다. 쉽게 비교하자면 은 나무 막대기 끝에 쇳조각 하나 단 수준이지만, 검은 손잡이만 가죽 내지 목재인 통짜 쇳덩어리다. 동시에 그 많은 양의 금속을 곧은 형태로, 얇게, 튼튼하게, 날카롭게 만들어야만 쓸모가 있다는 온갖 조건 또한 따라붙어 철퇴, 워해머 등에 비해 제작이 몹시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 요구된다. 때문에 도검은 그 지역과 시대의 야금술 발달의 척도였으며, 예로부터 실력 좋은 도검 장인은 좋은 대접을 받았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제작자의 실력과 성향이나 그 제작자가 속한 국가, 문화권, 시대에 따라 도검이라는 범주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었으며, 더군다나 상술했듯 타 무기들에 비해 상시 패용하고 휴대하기도 편했으므로, 왕족과 귀족들은 호신 목적 외에도 재력 및 권위 과시를 위해 온갖 화려한 도검들을 제작(하라 요구)하였고, 장식이 없어도 검은 어려운 제조 방식으로 인해 가격이 타 무기에 비해 비싸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검은 우아하고 세련된 무기다'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무기를 든 사람의 외모 및 지위가 상당히 중요하며, 그게 검의 이미지와 밀착해서 형성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검 든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려한 옷이나 갑옷을 입은 귀족들과 기사들부터 떠올릴 것이다.

이는 현대에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로, 군 부대마크, 특히 특수부대 마크를 보면 대부분 전통적 도검이나 군용대검이 들어간 게 많다. 20세기 중반이 아닌 이상 이런 부대들은 장거리에서도 교전, 정찰을 벌이는데다 보통은 좋은 무기를 갖추기에 칼부터 들이댈만한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근접전을 불사하는 정예부대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고, 부대 전통을 백병전을 일삼던 과거 부대에 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검을 상징으로 박아두었다. 역설적으로 단검술, 격투술 등에 과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 타 군직과 달리, 초근접전도 벌일 수 있는 군직이기에 현대에도 냉병기를 조금이나마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2.2. 도검의 단점

2.3. 검 vs 창

2.3.1. 집단전투에서의 검 vs 창

지역과 인종,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창은 언제나 주력병기로 쓰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냉병기 시대의 전장이란 보편적으로 정면 맞승부를 기조로 했기 때문이다.

폴리비우스는 " 팔랑크스(phalanx)는 특정한 상황(정면), 특정한 장소(평지)라는 조건만 지켜지면 무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둔기류, 도끼류는 전열을 정비한 상태의 집단전에서 사용하는 데에 큰 애로사항이 있었다. 바로 위력을 내려면 휘둘러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장창의 경우 공격 방향 정면에 한정해서 진형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찌르는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그리스의 마케도니안 팔랑크스(Macedonian phalanx), 스페인의 테르시오(tercio) 방진 등을 보면 장창병을 여러 줄로 배치해 마지막 줄의 병사가 첫 줄의 병사를 방해하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진형을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도검이나 둔기 등으로는 불가능한 용법이다.

일단 사거리의 문제도 있고 이를 차치(且置)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창을 겨눈 상태에서 빠르게 걸어가 체중을 실어 들이받는[8] 것만으로 최대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즉 무기 자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제 위력을 낼 수 있는 장창과 달리 둔기, 도끼는 무기를 휘둘러서 얻는 돌림 힘, 즉 회전력 혹은 토크(torque)를 기반으로 위력을 내기 때문에 무기를 휘두를 공간이 필요했다.

둔기병이 장창 방진을 하는 식으로 밀집하게 된다면 주변의 동료에 걸려서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게 되고 따라서 장창 방진처럼 조밀한 형태의 밀집방진을 갖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같은 수의 병력이라도 둔기류로 무장한 병사에 비해 더 조밀하게, 더 단단하게, 더 길게, 더 위력적이게,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위력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 장창이었고 따라서 서로 간에 어느 정도 혼용이 가능한 둔기-도끼류의 부무장과는 다르게 장창을 대치하는 주력 병기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둔기-도끼류의 부무장만으로 편성된 부대가 장창병과 정면에서 부딪힐 경우 장창병은 조밀하게 모여서 인접한 라인에 있는 모든 장창의 화력을 정면에 집중할 수 있으나 부무장류의 부대는 일단 찔려가면서 접근해야 했고 그렇게 접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뒷열의 병사는 앞열의 병사가 죽어서 비키기 전까지는 온전한 화력을 낼 수가 없었다. 이러니 정면 맞승부라는 것 자체가 아예 성립이 안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난전이 될 경우 일반적으로 장창병은 장창을 버리고 부무장인 도검-둔기-도끼 등으로 무장을 바꾸어 대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창날만 피해서 들어가면 이긴다는 말에는 창을 버리고 부무장을 든 병사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도끼-둔기류와 창의 대결이 아니므로 명제가 맞지 않는다.

일단 부수기만 하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장창병의 진형을 부수는 방법도 가지가지인데 기병의 돌격으로 피해를 누적시키거나 투사 무기를 쏴갈기거나 우세한 병력 수나 기동성을 이용해 측면을 공격한다거나 지치게 만들어 제대로 방진을 갖추지 못하게 하거나 급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 방진을 해체시키거나... 방법은 많다. 문제는 창병과 검병의 숫자가 비슷하고 훈련도도 비슷하다면 검병 조합 혼자서는 절대로 저 방법들 중 아무 것도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피드나 전투(Battle of Pydna, 168 BC)이다. 이 전투에서 로마의 최정예병 레기온들은 마케도니안 팔랑크스들을 상대로 감히 덤벼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보다 못한 지휘관이 아퀼라[9]를 적진에다 던져버리는 초강수를 둔 끝에 팔랑크스를 향해 돌격하게 되었다. 이 때 레기온들은 칼로 창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알려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투창(投槍)도 던지고 방패로 창을 빗겨내며 틈새로 달려들어 보고 검으로 창대를 잘라보려 하고 밑으로 기어들어가 보고 창을 잡고 용을 쓰는 사이 다른 병사가 밀고 들어가 보고…

결과는 말 그대로 처참한 것으로 이렇게 돌격했던 병사들 중 팔랑크스의 첫 열에 도달한 병사들은 채 몇 명이 되지 못했다. 물론 첫 열에 도달한 병사들은 2열, 3열에서 거듭해 찔러오는 사리사(그리스어: Σάρισσα) 앞에서 무력하게 학살당했다. 레기온들이 사용했던 방법 중 유일하게 마케도니안 팔랑크스에게 먹혔던 것은 투창인 필라(pila)[10] 투척이었는데 그나마도 화살도 막는다는 사리사(Σάρισσα)밭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검은 찌르기와 베기를 둘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베는 능력 자체는 나기나타나 글레이브, 언월도 같은 폴암에 밀린다. 글레이브가 날의 무게 및 무게 중심 배분이 휘둘러 베기에 적합해 높은 +토크(torque)를 확보할 수 있고 양손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위력과 운용성도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덧붙여 폴암의 종류에 따라 갈리지만 무기를 제압하거나 걸어서 뺏는 가지가 있는 등 부가적인 기능도 있다. 그렇다고 찌르는 것이 유리하다기엔 태생 자체가 찌르는 능력이 창에 밀린다. 단병의 용도에 맞는 휴대성과 조작성을 갖추려면 무게중심이나 크기 등에서 타협을 봐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타격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숙련이 필요하다.

애초에 전술이란 개인의 싸움과 다수의 싸움이 다름을 이해하고 "다수의 개인"이 "하나의 집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기에 전투에서의 전술은 게르만이나 켈트족처럼 개개인이 무용(武勇)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나 로마군처럼 집단의 일부가 정해진 행동을 올바른 순간 정확하게 수행하고 그로써 집단 전체가 하나의 생물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체화한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에서처럼 야만족들 개개인이 우르르 몰려가서 무기를 내리치는 것이 패기 있기는 하나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야만족의 상대편, 그러니까 열 맞춰서 방패의 벽을 쌓고 사이사이로 창이나 칼을 찔러대는 그리스, 로마 보병대가 이긴다는 것이다.[11][12]

그리고 그런 문명국들의 전술적 싸움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주력 병력끼리의 정면 대결, 주력 병력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그리고 상대의 측면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좌우익 부대의 정면 대결, 배후로 돌아가 적들을 혼란시키려는 경보병(輕步兵)이나 기병들의 정면대결 등 결국 열과 열끼리의 정면 대결로 귀결되었으며 그런 정면 대결에서 가장 파괴력 있고 또 훈련하기도 쉬운 냉병기가 바로 창이었다. 열 맞춰 찌르기만 하면 되니까.

2.3.2. 창의 단점

앞서 본 바와 같이 냉병기시대 전장에서 장창병이 주력이었던 것 자체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사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장창병이 최강/최고/무적이었느냐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밀집대형의 장창, 특히 팔랑크스가 다른 냉병기 전체에 비해 초월적으로 강력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평지일 때, 정면에서의 이야기다.

팔랑크스로 대표되는 장창 방진은 기동이 거북이걸음과 비교될 정도로 느리고 밀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꽉 붙어 있는 관계로 유연성이 대단히 떨어졌다. 따라서 지형이 평지가 아니어서 진형이 흐트러지는 경우나 측면에서 공격당할 경우, 방진(方陣)이 완성되기 전에 공격당할 경우, 화공이나 투사 무기에 노출될 경우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면 무기가 창이라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거기에 전쟁이나 전투에서 창병만 운용하는 것도 아니고, 진형 자체를 깨버리는 상대방의 전술이 유효적절해서 강한 거다.

어쨌든 장창 방진은 기동 자체도 빠르지 못하고 특히 방향 전환이 지나치게 어려웠다. 옆으로 돌게 되면 창이 옆의 동료를 치면서 진형이 그대로 무너져버리기 때문.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진 자체가 옆으로 돈다는 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다. 그 시절엔 현대처럼 확성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장창 방진의 강력함은 무엇보다도 대열에 흐트러짐 없이 라인의 모든 창이 정면에 위력을 집중할 수 있는 구조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떤 이유에서든 이 구조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그 강력함이 사라지게 되므로 이때 공격받으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력화돼버리기 십상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앞서 장창의 단점을 극한까지 보여줬던 피드나 전투가 있다. 정면으로 돌격했던 레기온들은 진형이 갖춰진 장창 방진에 덤벼들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보여주며 희생양으로 전락했지만 지형이 울퉁불퉁한 곳으로 이동되면서부터 전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마케도니아왕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팔랑크스가 압도적인 푸쉬력으로 레기온들을 갈아버리자 승리에 취해서 닥치고 GO를 외쳤고 결국 울퉁불퉁한 지역으로 팔랑기타이들을 밀어 넣었다.

곧이어 팔랑크스 내부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고 그 빈틈을 노린 레기온의 코끼리 기병이 우회기동으로 측면을 뚫자마자 팔랑크스는 완벽하게 무너져버렸다. 곧바로 레기온의 중장보병은 무너져 내린 팔랑크스의 사이로 들어가 팔랑기타이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고 결국 마케도니아 군의 허무한 전멸로 전투가 끝났다.

앞서는 장창의 장점으로 제시되었고 이 문단에서는 장창의 단점으로 제시된 이 피드나 전투를 비롯해 키노스케팔리이 전투는 장창병과 도검병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데, 장창병과 도검병의 대결은 전술 수준에서 도검병이 수를 내지 않으면 장창병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나, 장창병은 기동성이 떨어지는 특성상 전술 수준에서 허점을 드러내기 쉽다는 점이다 .

피드나 전투 이전의 키노스케팔라이 전투 역시 팔랑크스와 군단병의 장단(長短)이 여실히 드러나는 전투다. 마케도니아의 우익은 정면대결로 군단병을 거의 다 밀어붙였지만 좌익은 전열을 편성하는 도중 갑작스레 공격해온 군단병들에게 그대로 패주했고 군단병은 남은 마케도니아군의 측면을 공격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스파르타의 장군 클레오니모스는 에데사 전투에서 전열의 가장 앞줄이 사리사를 붙잡고 그 뒷줄이 접근해서 공격하는 방식으로 마케도니안 팔랑크스를 공략한 적도 있다.[13] 15세기 초반으로 가면 로델레로들이 파이크 방진 밑을 굴러들어가 교란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창병은 정면 맞승부에서만 강력할 뿐 단점이 없는 최강의 무기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냉병기 시대에는 그 정면 맞승부에서 강하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었기에 대부분의 보병들이 창을 주 무장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단점이 없는 최강의 무기였다면 창 외의 무기들은 사장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기 팔랑크스의 이피크라테스 개혁과 디아도코이 시절에 왜 팔랑기타이들이 창이 더 길어지고 중무장화가 진행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창을 들었던 고전기 팔랑크스든 디아도코이 왕조들의 팔랑크스든 창을 들고 측면을 노리는 기동을 요구하느니 차라리 창의 길이를 늘리고 떡장을 입혀서 정면 힘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을 택했으며 심지어 유연한 기동이 가능했다고 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절에도 측면 기동은 대부분 팔랑기타이들의 역할이 아니라 보조 보병들과 기병의 몫이었다. 즉 창병은 정면 대결의 최강자로 남기는 대신 보조병력들이 전술적인 보조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무기의 유불리가 문제가 아니라 전술의 유불리 문제다. 예컨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명량 해전에서 12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바 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판옥선은 왜군의 배보다 10배 강하다!"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어떤 무기든 전술적으로 유불리한 점이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승리를, 때로는 패배를 가져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둔기류는 갑주를 상대로 도검보다 우월했으며, 특히 날붙이로 갑주에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갑옷이 발달한 15~16세기에는 한정된 전역(戰域)[14]에서는 하마기사(下馬騎士, dismounted knight)들의 주병으로서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도끼는 생활 도구에서 발전해서 익숙한 무기라는 점, 대(對)갑주전에서도 도검보다 우월했기 때문에 부무장으로 애용되었으며 도검은 방패와 함께 전열 싸움을 벌이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특히 고대에 주병으로써 사용된 전적이 있다.

2.3.3. 1:1에서의 창 vs 칼




중세 영국의 한 검술서에는 육척봉( 쿼터스태프) 앞에서는 검도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이에 대해서는 봉과 창이 다른 무기이기 때문에 봉이 검에 대해서 우세하다고 해서 창도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무비지 등 대다수의 무예서나 전쟁사 기록에서는 도곤 같이 짧고 굵은 자루를 가진 장대무기와 찌르는 창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다.[15]

영상에서 보듯 양측의 숙련도 또한 중요한 요소이며 창 측이 베기도 가능한 나기나타여서 공격 방식이 다양했던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파고드는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창날 이내로 파고들면 검 특유의 가벼운 무게와 균형감각으로 현란한 검법을 펼치면서 창수를 몰아붙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창수 입장에선 수세적인 창대 막기와 간헐적인 창대 치기 정도 외에는 유효타를 먹이기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검사가 용기나 기술이 부족하던, 혹은 창수의 견제가 매섭건 간에 파고들기에 실패해버리면 리치의 차이에서 나오는 견제력에 시달리다가 손등이나 발, 정강이나 허벅지 같은 가드에 실패한 취약부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집단전이 아닌 대인전에서는 검사가 창수를 파고들만한 각도가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근본적으로는 검사가 더 우세한 편이었다.

2.4. 검의 전술

2.4.1. 망치와 모루 전술에서

냉병기 시대에 보병이란 공격의 역할보다는 전열유지/푸쉬의 방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전술의 기본인 망치와 모루에서 모루를 담당하는 것이 보병이었고 망치. 즉,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기병이었다. 따라서 적도 기병을 운용한다 전제한 정규군 간 회전에서는, 모루 역할을 하는 보병들에게 창을 들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창이 대량생산과 훈련에 용이한 데 비해, 정면에 대한 방어력 및 압박 능력, 대기병 방어 능력이 좋았기 떄문이다.

그러나 앞서 짚은 바와 같이 장창 방진은 지나치게 유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검병이 측면에 배치되거나, 상대 방진을 무너뜨리기 위한 선봉으로 폴암류와 함께 배치되기도 했다. 기병 전력이 부족한 국가, 혹은 기병을 투입하기 부적절한 전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충격보병을 망치처럼 쓸 수 밖에 없기도 했다. 특히 거대한 투핸디드 소드, 오오다치(大太刀) 등을 든 도검병들이 운용된 사례도 있다. 특히 화약무기 등장 이후 전장에서 검술을 쓸만한 병력은 대개 수련, 실전경험이 많은 정예병이어서, 도검병들은 호위대나 화승총병의 역할을 겸하기도 했다.

즉 도검병 자체가 주력은 아니었지만 창병을 보조하는 조커로서 유용했다. 애초에 화살받이급 경무장 유격병이 아닌 이상, 도검병은 오히려 다른 무기도 잘 다루는 김에 검까지 다루는 정예병과에 가까웠다. 도펠죌트너는 양손검을 다루면서도 화승총병, 석궁병 역할도 겸했으며, 프랑스의 총사대 역시 전장에서는 다루기 따라로운 머스킷을 쓰고 사격이 어려울 때에는 수준 높은 검술로 응전하는 정예병이었다. 마침 절대왕정의 권력기반이 필요한 상황이라, 프랑스 왕정에서는 상비군으로서 총사대를 밀어줬다. 오스만 제국의 예니체리 역시 일종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근위대인 동시에 화약무기, 도검, 창, 활 등등을 골고루 다룰 수 있는 정예 전력이었다.

2.4.2. 로마 군단병 전술

마케도니안 팔랑크스를 주력으로 삼았던 그리스와의 패권 전쟁에서 끝내 승리한 로마의 제식 병기 중 하나가 단검인 글라디우스였기에, 걸핏 보면 장창이 보병의 왕으로 군림해야 할 것 같은 고대 전장에서 도검이 활약한 사례처럼 보인다.

레기온들은 도검, 방패와 함께 투창을 활용했다. 보조 무기로 가벼워서 멀리 날아가는 필룸(투창)과 격돌 직전 던지는 무거운 필룸 두 가지 사용하였는데 필라의 경우 갈리아 정벌 당시 기병과의 전투에서는 던지지 않고 그냥 들고 싸우기도 했다.

위에 언급했듯이 말단 병사의 동선이 복잡하면 보통은 독이지만 레기온의 경우 그 자체가 최초의 직업군인으로, 정예병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전투에 이골이 난 인물들답게 창도 칼도 최고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던 전사들이 즐비했으며 특히나 제국 시절의 로마는 정예병이 차고 넘치던 국가였다. 이들이나 후대의 용병들 중에는 창이나 칼 외에도 활이나 쇠뇌를 먼저 쏘고서 필요에 따라 창이나 칼로 바꿔드는 사례도 흔했다.

정리하자면 창은 일단 가성비가 넘사벽이며 위력 측면에서는 정면 맞승부에서 막강하지만 그만큼 유연함이 떨어진다. 반면 도검은 유연함이 뛰어난 대신 정면 맞대결에서는 불리했다. 기본적으로 냉병기 시대의 전장이란 결국 정면 맞승부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창은 주 무장, 검은 보조 무장이 되고 일반적으로는 창병이 도검병에 비해 우세했으나, 상황이나 지형, 지휘관의 계략을 등에 업을 경우 도검병은 창병보다 나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전술적인 움직임을 통해 창병을 제압할 수도 있었다.

2.4.3. 비정규전, 백병 난전

서양 검병들이 두각을 드러낸 중세 말기-근세 초기는 대항해시대와도 겹친다. 유럽 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유럽의 싸움꾼들은 도검을 해외 원정에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콩키스타도르들이 있다. 콩키스타도르들에게는 화약 무기도 분명히 있었지만, 당시의 화승총과 화포를 원정군 입장에서 손쉽게 쓰기에는 제약이 많았기 떄문에 검, 방패를 내세운 접전이나 기병 돌격으로 현지 군대를 상대하기도 했다.

멀쩡하게 대열을 갖추고 갑옷을 차려입었으며 장창까지 든 상대와 싸우기 불리하다는 도검의 단점은 당시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고, 반대로 적의 측면을 습격 가능하거나, 선박, 정글 등 좁은 곳에서 난전을 벌이거나, 군대라기에는 미묘한 규모의 조직이 맞붙거나, 신속하게 적을 때리고 빠지는 등 정규 회전과 다른 환경이라면 도검을 투입했다. 도끼, 철퇴 등 다른 냉병기도 투입될 여지가 있었지만, 화승총, 머스킷 등 화기가 흔해진 이후로는 오히려 다른 냉병기들이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냉병기가 총검과 한손도검 정도로 수렴하게 되었다.

오히려 총기가 흔해지고 서구 제국주의 확장이 절정에 다다른 19세기에도 칼부림이 일어나고 도검의 존재감이 커지기도 했는데, 영국, 프랑스 등 열강들이 강경하게 저항하는 민족들과 맞붙으면서 전통적인 검술에 호되게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총검과 사브르 등 비중이 적어지고 쇠퇴하던 냉병기를 되살리고 검술을 연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개인화기가 미니에 탄을 쓰는 강선 소총이 되어 유효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검으로 기습을 가하거나, 비정규전 수준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상황은 꾸준히 있었다.

2.5. 검의 유형

순수 한손검만을 쓰게 되는 것은 머스킷총기가 흔해진 이후의 근대 유럽 등, 도검류 자체가 간소화된 이후의 일이다. 그나마 도검 대 도검, 냉병기 대 냉병기 격돌이 이루어지던 시대에는 비교적 길고 튼튼한 양손검이나 방패+검 조합이 쓰였다.

2.5.1. 한손검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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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공간을 가진 폴암 > 검과 방패(좌)[16]

접근을 허용했을 때 검과 방패 > 폴암(우)[17]

한손검의 경우 반대편 손에 추가로 보조 무구. 즉, 방패를 사용할 수 있는데 ARMA에서도 소드&실드 스타일의 경우에는 창에 대해 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패라는 도구는 창이 검에 갖는 리치라는 우위를 상당부분 감소시켜준다.

즉 방패를 들게 되면서 검이 창의 절대적인 열세 지점인 창날 안쪽으로 파고드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되고 칼의 다양한 공격 루트가 창 혹은 창+방패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즉 검방이 창에 대해 상당한 우세를 점하게 된다. 특히 1:1 대결에서는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진다. 애초에 지중해를 제패한 군단병의 주 무장이 칼과 방패였음을 생각해보면 검방의 효율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조선 초기에 팽배수(검/도끼+방패)들과 창병들에게 모의전을 시켜 보았는데 모의전에서 팽배수가 일방적으로 창병들을 두들겨 팼고 심지어는 다음날 부상당한 창병들의 일부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좁은 지형에서는 창병보다 팽배수가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실례를 본다면 검투사의 경우 각 무장의 기본적인 유래는 고대 부족 혹은 병과의 기본 무장을 일부 수정한 정도이며 이때 한쪽의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없도록 무장의 밸런스를 조절했다. 창과 칼의 대결인 경우 호플로마키(Hoplomachus)의 무장은 창과 작은 방패 vs 짧은 글라디우스 타워 실드에 맞먹는 큰 방패 이런 식이다.

이 외에도 방패가 좋으면 정강이 보호대나 팔 보호대가 부실하게 한다든지 장병기를 든다면 방패를 줄여버린다든지 등의 무장 차이가 나타난다.

다만 칼&방패의 경우는 칼과 방패를 같이 앞으로 내밀고 싸우는 거라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멋있는 전투방식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한때 영화에서는 칼싸움 씬이 나올 때 아무도 방패를 들지 않고 칼 한 자루씩만 들고 싸우는 게 대세였으나 영화 글래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300과 같이 칼과 방패로 그럴 듯한 액션을 연출한 걸 보면 연출능력의 차이 및 발상의 전환 등으로 극복 가능한 사례다. 아예 칼보다 방패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임도 있다. 포 아너에선 사무라이의 병사들이 방패랑 일본도 비슷한 걸 들고나온다.

방패 문서의 '전술' 문단도 참고.

2.5.2. 양손검

실제 전장에서 양손검들은 검이 아니라 폴암의 위치를 차지했고 사실상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다. 즉, 장창진과 궁병대를 보조하고 지휘관을 호위하고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폴암이니 만큼 양손으로 다루기에 장병기를 걷어내고 돌격하거나 내쳐 치는 위력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했다. 그러다 장검을 휘두르기 어려운 난전이 벌어지면 보조 무기인 한손검을 뽑아 싸웠다는 점까지 동일하다.

물론 공격력은 할버드나 폴액스같이 묵직한 폴암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기사나 사무라이라면 누구나 배우는 검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양손검은 클레이모어, 오오타치 등으로 거대화되면서 총의 시대 이전까지 도태되지 않았다.

사무라이의 경우 일본도는 신분 과시용으로 반드시 차고 다니던 물건인지라 전장에서야 어떻든간에 폐도령 이전까지는 살아남았다. 사실 일본이 서양보다 사정은 훨씬 좋다. 서양은 현대에 와서야 롱소드 검술 같은 중세 검술이 복원되었지만 일본은 전통으로서 끊어지는 일 없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왔다. 물론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상당수가 폐관되었다 겨우 부활하는 과정에서 단체마다 전통 논쟁도 일어나는 등 원형 그대로라고 보긴 어렵지만, 카토리신토류처럼 원형으로 전승하는 유파들이 있어서 서구보다는 보존이 잘 되어 있다.

2.6.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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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문화적, 미적 제일주의 취향을 만능주의까지 끌고 가면 곤란하다. 소설, 영화, 만화, 게임에서 도검을 제일 멋지다 쳐줬다고 해서, 검이 진짜로 만능, 최강의 무기가 되는 건 아니다.

지금껏 수천 년 동안 수백억의 인류가 냉병기를 들고 누군가를 죽여왔고, 지금도 죽이는 중이며, 앞으로도 죽일 것이다. 검이라는 무기는 그 수많은 살육의 역사 중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했지만 다른 무기를 압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물론 그 반대로 다른 무기에 압도당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도검은 다른 무기와 분명히 구별되는 장점이 있으며, 반대로 다른 무기에 비해 분명히 열등한 단점 역시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대부분의 보편적인 근접 냉병기류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도검제일주의는 팩트와는 거리가 먼 매체 속 환상이라 볼 수 있다.

애초에 목숨을 걸고 도검 이외의 무기를 골랐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바보였던 것도 아닐 것이며, 기나긴 냉병기의 역사 속에서 도검 이외의 무기들이 사라지지 않고 꿋꿋이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도 결국엔 도검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유가 있는 귀족이나 직업군인은 도검과 다른 무기를 함께 썼다.

제일주의가 문제지 도검 자체는 사용 목적과 병과에 따라서 충분히 제 역할을 했던 무기이자 부무장으로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무장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도검이 정말로 실용성이 없는 장식용 무기였다면 도검제일주의같은 것은 애초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검이 그 외 모든 무기들보다 우월한 만병지왕인 것은 결코 아니다. 평원에서 부대와 부대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는 창과 같은 장병기가, 갑옷을 입은 적을 상대할 때에는 도끼나 철퇴와 같은 중량무기가 도검보다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병 제도가 없어 호신용보다는 전쟁용으로 무기가 발달한 조선시대에서도 냉병기 중 가장 핵심이었던 것은 활이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무기는 저마다의 각기 다른 용도가 존재하고, 환경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발전해 온 것인 만큼 비단 도검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무기도 절대적인 최강의 무기가 될 수는 없으며, 반대로 절대적인 최악의 무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3. 현대의 도검

현대 전장에서 사용되는 물건들 중 도검 축에 끼어볼만한 것들은 마체테 쿠크리, 군용대검 정도다. 이들 중 마체테와 쿠크리는 사용 방식이나 무게 중심,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사용 예를 고려한다면 무기라기보다는 도끼처럼 살상력을 가진 공구라고 보는 것이 올바르다.

군용대검은 사실 도검이라고 보기 좀 곤란한 게 군용 대검(帶劍)은 소총에 찬다(帶) 하여 대검(帶劍)이며 길이는 20cm를 갓 넘는 수준으로, 절대 큰 검(大劍)이 아니며, 그 전에 현대의 군에서는 대검을 사용하는 주된 목적 자체도 전투가 아니다. 대검을 총에 꽂아 총검(=창의 용도)으로 쓸 수 있긴 하나 현대전에 총검 격투가 벌어질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되고 평소 용도는 식사 준비, 나무 깎기 등을 하는 공구인 멀티툴에 가깝다. 아예 철조망 절단 기능, 응급 수술 도구, 부싯돌, 나침반 등이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그나마 전투기 파일럿들이 생존용으로 소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마저도 공구의 의미지 무기로서의 의미는 강하지 않다.

총검술 역시 완전히 창술이라 보기는 어려우나 운용법이 검술보다는 창술에 더 가깝다. 북한에서는 창격술이라고 하다. 즉 현대 전장에서 도검은 의전용을 빼면 특수전 상황이나 투척용 검, 군용 대검, (목을 조르는) 와이어를 대신하는 정도로 쓰인다.

4. 일본 문화 속 도검제일주의

이 문서에서 도검만이 세상 모든 무기보다 뛰어나며, 다른 무기를 놔두고 칼 한 자루만을 든 캐릭터을 내세우는 유형의 도검제일주의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거의 대부분 일본 문화, 특히 근대 이후의 프로파간다나 현대의 대중매체에서 엿볼 수 있다.

구미(歐美)권도 그러하지만 일본은 그 경향이 더욱 심한데 심지어 일본인들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제2차 세계 대전 때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별짓을 다 해야 할 상황에서도 많은 조종사들은 도검을 가지고 착용하고 탑승했다. A6M 문서에도 있지만, 이들은 성능이 안 좋다는 판단이 들자 무전기를 뜯어내고, 안테나를 톱질했다.

무사도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군 조종사에게 호신용으로 쓸 만한 권총이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호신 대책이기도 하다. 심지어 얘네들은 기관총에마저도 착검기능을 달아놨다.[18] 총검으로 전차를 상대하겠다는 대전차 총검술 같은 전술이 버젓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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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검제일주의가 에도 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있으나 휴대의 편리성등의 이유로 전국시대에도 이런 생각은 만연해 있었다.

선조실록과 왜란 시기 의병장들의 기록에도 조총과 왜검이 일본군의 주력 무기로 묘사돼 있고 인조실록에는 왜병들이 모두 검술을 배웠기 때문에 조선군을 단병전에서 압도할 수 있었으며 전투의 승패는 결국 단병전에서 결정이 나고 단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검술이라고 평가한 내용이 있다. 근접 백병전 자체가 비숙련자가 맨정신으로 할 짓이 아닌데, 비교적 검술에 숙련된 일본군이 괴성을 지르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 자체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검술은 유래가 오래되어... 수십 번을 안과 밖을 뛰어넘는 것이 마치 금수(禽獸)와 같으며, 더러 늘 경쟁을 시켜 사심(死心)을 앞다투어 발휘케 하는데 칼을 휘둘러 서로 치며 반드시 죽이기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칼을 휘두르는 사이에 칼등으로 칼날을 받아쳐서 결국 다치지는 않으니 그 교묘하게 피하는 기술과 능숙하게 부딪치는 기술은 완연히 백원(白猿)의 검법(劍法)이 있습니다. 근기(近技)는 신묘하여 사람마다 검객이 아닌 자가 없고 기계의 정밀함도 다 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믿는 것은 장검(長劍)과 철환(鐵丸)인데 철환은 비가 내리듯이 쏟아지고 칼은 숲이 서 있는 것과 같으나, 총을 쓰는 것은 칼을 쓰는 것에 비해 자못 뒤떨어집니다. ( 정탁 약포집. 1593년 8월 15일 명나라 유생 호환에게 보낸 편지)
강 위에 왕래하는 자들이 혹 한둘 혹 서넛이 큰 칼을 메고 작은 칼을 끼고 있는데 햇빛이 내리쏘아 빛나는 번개와 같았다. ... 칼날은 매우 예리하고 알몸으로 나가 싸우며 쌍도(雙刀)를 잘 쓴다. 재빠르게 몸을 날려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이기며 보전(步戰)에 능하고 수전(水戰)에 겁을 먹는다. 칼을 쓰고 총을 쏘는 데는 정밀하나 활과 창을 사용하는 데 서투르며, 진영을 겁박(劫迫)하고 복병을 설치하면 중국인도 그 꾀에 빠진다. (재조번방지)
"어느 전투이건 간에 승부는 모두 단병(短兵)으로 육박전을 벌이는 데에서 결판이 납니다. 그래서 궁병(射者)·창병(槍者)·총병(銃者)·기병(騎者)이 모두 칼을 차고 있는데, 칼을 차고서도 그 기술을 모른다면 되겠습니까. 절강병과 왜병과 호병을 보면 모두 검법을 알고 있는데, 육박전을 벌일 즈음에 네 가지 기예[19]가 모두 쓸모없어지게 되면 반드시 차고 있는 칼을 가지고 사생을 결단하려 덤빕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군령이 엄하지 못하여 접전해 볼 겨를도 없이 먼저 저절로 무너져버리고 말았으니, 검술이 전쟁(戰陣)에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여기게 된 것도 진정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인조실록 1628년 9월 29일 기사)
병조가 아뢰기를, "칼을 잘 쓰는 것이 단병전(短兵戰)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일본과 절강은 이것으로써 천하의 강병(强兵)을 만들었습니다." (인조실록 1630년 1월 6일 기사)

에도 시대 때는 도검이 대놓고 사무라이의 신분증 역할을 했으며 사무라이가 할복을 하기 위한 소중한 도구였고 지체 높은 사무라이들이 할복에 쓴 도검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름값이 생겼다. 무엇보다 일본의 각종 도검술의 근간이 시작된 것은 전국시대 이전인 무로마치 막부 시대부터였다. 즉 도검제일주의는 사무라이와 함께 해온 셈이다.

전시의 집단전뿐 아니라 평시의 개인 전투에도 임했던 미야모토 무사시가 내린 결론은 상황에 맞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주도권을 유지한 채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 목적이며 긴 무기와 짧은 무기를 두루 익힘으로써 의 주제인 병법의 도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삶에 비하여 과장된 평가를 받는 무사시를 제외하더라도, 전국시대의 검호이자 가토리신토류의 개조인 이이자사 초이사이 이에나오의 경우에는 창술이 주특기였고, 다른 유파들도 창술과 나기나타는 교수 체계에 반드시 포함시켰다.

이렇듯 근대 이전의 도검제일주의는 어디까지나 칼이 단병전에서 필수적이고 다방면으로 쓸 만한 무기라는 인식에 한정돼 있었다. 이는 서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 일본의 상무정신을 보면 개별 무기보다는 무기를 쓰는 군인, 전사, 기사 등의 전투정신이 중요하고 무기는 그걸 실현하는 도구라는 사고방식이 우세했다. 당장 위에 사례로 든 무사시의 이천일류, 가토리신토류, 신카게류 등등 일본 고류에는 종교적인 색채도 강하다.

5. 대중문화 속의 도검제일주의

5.1. 도검이 인기를 끄는 이유

도검이 전쟁터에서 멀어지고, 칼을 찬 사람을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도검에 대한 판타지스러운 묘사가 자유로워졌다. 어차피 현역인 도구가 아니니까 딱히 현실성을 신경쓰지 않고 묘사해도 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사실성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나 사극도 도검을 치켜세우는 왜곡을 할 때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파이트 사이언스에서도 일본도를 최강의 무기로 선정하면서 적당한 리치와 파괴력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이 최강을 가린 방법이란 게 충돌 검사용 더미를 각 무기로 딱 한 번씩 공격하여 충격량을 재는 방법이었다. 물론 맨손 무기도 마찬가지. 맨손 무술 파괴력 1위를 인술이 한 것과 함께 참으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선정이라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창작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특히 양판소에서는 소드마스터 칭호와 함께 단골로 등장하는 현상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무사나 장군, 기타 등등 냉병기로 근접전을 벌이는 주인공급 등장인물들은 십중팔구 칼을 든다. 전투 장면에서는 을 든 수십 명의 엑스트라들이 칼을 든 주인공들에게 한 번에 몇 명씩 순식간에 썰려나간다. 창이나 나오면 양반일까 어떤 작품에서는 아예 병졸들이 칼 한 자루씩 꼬나들고 적, 아군 할 것 없이 서로 뒤엉켜서 칼춤을 춘다. 방패나 진형 전투 따위는 없다. 물론 최장군 등 창을 주로 사용하는 주요 인물도 있긴 하지만 왠지 칼을 쓰는 인물에 비해 한 수 아래로 묘사되고 작중 비중도 떨어지는 편이다.

총잡이 칼잡이 클리셰처럼, 대중 매체, 특히 다양한 소재를 쓰는 판타지,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장르에서는 여러 냉병기 중 도검을 제일로 치는 것을 넘어,(역사 속 대부분의 도검우월 경향), 아예 총기나 여타 무기, 마법 등등보다도 검을 비범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매체 클리셰 관련해서는 총 VS 도검 같은 식의 비교가 많이 거론된다.

나무위키에서 많이 보는 대중매체 수요층에게는 총기와 도검이 대립하는 장면이 익숙해서 그렇다.

상식적으로 보면 당연히 제한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총기가 도검보다 간편하면서도 넓은 공간을 강한 위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무기이고, 역사적으로 검의 위치를 거의 총기가 계승했다. 연발총, 연발권총이 흔해지기 전까진 도검을 쓰는 기병이 권총을 같이 썼고, 소총이 너무 긴 시절에는 보조 무기로 도검이 쓰였다가 충분히 작으면서도 연사에 용이한 총기가 흔해지자 비로소 (옛 시대에 도검이 그랬듯이) 보편적인 보조무장 위치에 권총, 소총 등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로 총을 이긴다거나 맞먹는다는 묘사에 낭만 내지는 비현실성이 있기 때문에 창작물에서는 총기에 제약을 걸고 칼이 활약할 여지를 열어두거나, 그냥 총보다도 칼이 더 위력적일 수 있는 설정을 깔아 칼과 총이 함께 판치는, 칼이 모든 무기를 압도하는 클리셰를 짜기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총이 칼보다 유리하기에 그 상식을 뒤집는 걸로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5.2. 주인공 보정

도검, 총기, 격투, 마법 등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이 무력을 쓰는 작품이라면 주인공이 강하게 나온다. 여기에 도검의 상징성이 가세해, 다른 냉병기 중에서도 유독 멋있게 보이는 검을 주인공에게 쥐어주기도 하고, 다른 무기도 잘 다루는 웨펀 마스터형 주인공이 검도 잘 다룬다 하기도 하고, 다른 강력한 무기나 힘 이상으로 검 하나로 모든 걸 다 해치운다 설정하기도 한다.

결국 도검제일주의의 사회, 문화적 요인 중 하나인 “고귀한 신분과 연관됨”이라는 속성이 강화된 것으로, 검을 든 인물은 기본적으로 비범하고 검술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으며 주인공다운 고귀한 성품을 가졌을 거라고 한 큐에 전해줄 수 있다. 검계, 야쿠자 등 악당이나 안티히어로, 소시민적 찌질이 칼잡이 캐릭터들과 주인공 캐릭터를 구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개나소나 칼만 드는 사극이 어설퍼 보이는 요인 중 하나로, 엑스트라들이 딱히 창을 드는 것도 아니어서 주인공의 검이 눈에 잘 띄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비범함을 표시하는 방식 역시 다들 검을 든 와중에 혼자 무협, 판타지 액션을 펼치는 식으로 표현해야 하다보니 실사 영상으로는 B급 티를 벗기 힘들다. 그나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은 연출 여하에 따라 자유롭다.

5.3. 판타지나 무협 등 초능력으로 정당화

마법, 공상과학, 초능력, 무공 등 여러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도검으로 총을 압도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이런 설정의 창작물의 검술은 현실의 검술과 공통점이 없다. 검으로 레이저처럼 검기를 날리고 방어막 같은 호신강기를 치고 경공술로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검 모양의 레이저 총이나 마법 지팡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세계관에서는 검의 상징적, 미적 의미만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원거리 공격과 방어까지 다 되는 마검을 굳이 검 모양으로 만들 이유도 없는데, 일단 예쁘고 멋있으니까 검 모양으로 만들어 표현하고, 작중 등장인물도 그걸 선호한다.

검과 총이 병존하는 세계관일 경우 일부 초인만 검을 사용하고, 나머지 일반인들은 총을 들게 함으로써 세계관에서 검과 총이 공존하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보병 화기인 총에 가려져 부각은 잘 안 되지만 이런 세계관에서는 중화기나 전차포조차도 초능력자의 검술보다 약하다. 그래서 초능력자들이 걸어다니는 병기 취급을 받고, 일반인 군대나 경찰 등은 SF, 현대 수준의 무장을 갖추기도 한다.

초인들은 총알을 보고 피하거나 맞고도 안 죽는다. 총보다 본인의 육체 능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격투기와 검술로 승부를 낸다. SF 세계관이어도 레일 건, 입자 포 같은 공상과학 병기가 나와야 겨우 이빨이 먹히는 식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럴 때엔 탄창, 총열 등등 관리할 부분이 많은 총기, 미사일 등 발사무기보다는 그냥 맨주먹이나 단순한 냉병기, 검 모양 에너지병기 등등을 초인들이 선호한다.

아예 종족이 다른 경우도 있다. 레콘 같은 경우, 그 종족에 대한 관용구인 '바위를 깨고 하늘을 난다'가 담백한 사실 묘사라고 할 만큼 경이로운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총 같은게 필요가 없다. 레콘의 주먹질이 샷건 사격보다 (적어도 레콘 본인에게는) 단순하고 편하기에, 굳이 원거리 무기에 집착을 안 하는 것이다. 이는 조그맣고 느린 동물 잡을 때에는 화살, 투창 등을 낭비하는 대신 그냥 따라가서 두들겨 패 죽이는 사냥법을 쓰는 등,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간혹 검이든 총이든 똑같이 초현실적인 위력을 가져서 초인들이 자기 전투 스타일이나 입맛에 따라 골라 쓰는 작품들도 있지만, 이 쪽은 총을 선호하는 캐릭터들이 더 독특한 취급을 받는다. 사용법 역시 건 카타마냥 사격과 거리가 멀고 모양만 다른 검차럼 묘사한다.

현실의 도검은 아무리 튼튼한 강재를 사용하더라도 내구성에 한계가 있지만 이 세계관의 검은 마법이나 검기로 강화된 것들이다. 고대 문명이나 이세계에서 넘어온 전설템 설정도 흔하다. 외계에서 넘어온 무기가 우연히 검이라서 검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다른 모든 종류의 무기에도 똑같이 통용되는 이야기이며, 삼지창, 도끼, 망치 같은 것들도 비슷하게 묘사된다.

과학소설 듄 시리즈의 경우 먼 미래의 과학 발전으로 인하여 총 같은 화기보다 검술이 공격용으로 선호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방어막은 일정 속도 이상의 투사체는 무조건 튕겨내기 때문에 총알은 일단 안 통하며, 검술도 무작정 빠르게 찌르기보다 방어막에 안 튕겨 나갈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찌르는 형태로 발달했다. 물론 일반 총기보다 더 강력한 레이저 무기가 있기는 한데, 냅다 방어막 소유자에게 레이저 무기를 쏘게 되면 아원자 융합 반응이 일어나 방어막 소유자와 레이저 총 소유자가 서 있는 지점에서 핵폭발이 일어나 둘 다 죽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 경호원에게 레이저 무기 사용을 허락한다는 것은 그 경호원을 대단히 신뢰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창작물에서는 은제 무기와 십자가, 성수를 바른 무기를 사용한다. 총기가 등장한다면 은제 탄두에 십자가 금을 그어서 현실적으로는 할로우 포인트 탄환의 효과를 얻는 동시에 십자가의 힘으로 뱀파이어를 잡는다는 설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창작물도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중에서는 나이트런이 이런 식. 총포와 빔 병기로는 잡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실드와 레이더, 유도 장치 등을 재밍하는 자밀 기관을 가지고 있는 상위괴수에 대응하기 위해 쉴드를 뚫을 수 있는 AB소드라는 특별한 도검으로 무장한 전사들이 등장한다. AB소드를 만드는 재료가 너무 희귀해서 소모가 적은 냉병기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설정. 200년 동안 1000개 정도밖에 못 만들었고,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실종된 상태이다. 물론 AB 소드의 형태는 검만 있는게 아니지만, 대부분 가장 대접받는 무기는 검이라는 것 또한 엄연히 사실이다. 심하면 칼로 거대로봇을 두부처럼 썰어버리는 묘사도 나오기도 한다.

Warhammer 40,000 세계관은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해 우주전함으로 행성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냉병기도 여전히 전장에서 활약한다. 강력한 총탄을 막기 위해 파워아머 같은 방어구들도 발달하고, 이 방어구를 뚫기 위해 파워 웨폰이라는 역장 기술도 탄생했으며, 이 무기를 휘둘러 적을 도륙낼 수 있도록 스페이스 마린이나 오그린 등 유전자 조작과 바이오닉 수술을 받은 강화인간들도 존재한다. 대규모 화력전과 함께 난전이 자주 벌어지는 세계관 특성상 근접무기가 활약할 여지고 크다.

5.4. 종교/신념적인 이유

초인 캐릭터들은 특별한 신념 때문에 검을 고집하는 걸로 묘사되기도 한다.

총기류도 쓰긴 하지만 정신 수양의 도구로서 라이트세이버를 선호하는 제다이나, 트라우마 때문에 총기류나 날붙이 같은 살상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 검이야 말로 진정한 전사의 무기라는 신념을 가진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버질, 고위 기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위해 사이오닉 검을 사용하는 광전사[20]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본인이 쓰기 싫어서 안 쓰는거기 때문에, 강력한 총기가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굳이 총기를 쓰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편리한 설정이다.

당연히 이러한 신념 때문에 검을 선호하는 인물들에게는 검을 들고도 총에 밀리지 않을 만한 설정이 붙는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은 포스라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초인들로, 염동력과 미래 예지 능력을 구사한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버질은 악마 혈통이다. 광전사들은 인간을 초월한 초능력과 신체 능력을 가진 외계인 전사들이며, 베트맨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뿐 현대 병기보다 뛰어난 하이 테크 병기를 사용한다.

5.5. 현대식 총이 없는 시대 배경

현대식 총기는 강선이 파이고 무연화약 탄을 쓰며 연발이 가능한 총, 그러니까 현대 돌격소총이나 자동권총 같은 거라 생각해도 된다. 이 조건이 갖춰지기 전에는 도검이 보조무기로나미 끈질기게 총기와 공존했다.

시대배경 등의 문제로 현대의 강력한 총기가 없는 경우. 총기가 발명되기 이전인 고대를 무대로 하는 작품이나 재장전이 매우 오래 걸려 총기 사용이 제한적인 화승총, 머스킷 시절이 무대인 경우 등의 경우는 근접 무기를 혼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히려 도검 관련 클리셰들은 중세보다 근세, 근대에 더 많이 퍼지기도 했는데, 삼총사 쾌걸 조로 같은 이미지를 생각해도 된다. 서구에서는 총기와 도검이 공존한 시간도 수백년은 되기 때문에 화약냄새 나는 해적물, 스팀펑크물 등등에서도 도검우월 클리셰를 볼 수 있다. 한 손에 칼, 한 손에 권총을 든 주인공이 모험을 벌이는 스워시버클러 장르 전통이다.

예를 들자면 중세 서양의 경우 화승총을 쏘고 재장전할 때까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 테르시오처럼 옆에서 장창을 든 창병 부대가 다가온 기병들로부터 지켜주는 형태가 필요했다. 그리고 양쪽 다 장전된 총을 모두 발포한 상황에서 근접하면 자연스럽게 도검이나 창, 둔기 등을 이용한 백병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총검이 도입된 이후에도 장전에 수십초가 걸리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백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고, 기병이나 장교는 도검을 따로 들고 다니거나 도검과 권총을 함께 썼다.

포병의 발달로 인한 밀집대형의 한계로 인해 전열보병으로 전술이 변한 시절에도, 일단 발포한 후 재장전에 몇십초가 걸리는 상황이니 장전할 여유가 없을 경우 자연스럽게 총검등을 사용한 백병전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총검 이외에도 근접전에 단검, 장검, 창 등의 각종 무기를 혼용하던 시절이었다.[21][22] 아예 경보병, 라이플맨 같은 정예부대들은 총검 이외에도 호신을 위한 추가 도검까지 소지하고 다니며 사용했다.

다만 《 캐리비안의 해적》 같이 단발식 총기류밖에 없는데도 총기류가 도검보다 많이 나오는 경우도 없진 않다. 해적 및 수병들은 단시간에 많은 화력을 투사하기 위해 권총 여러 자루를 가지고 다녔으니 분위기에는 그럭저럭 잘 맞는다. 또한 역사적으로 총기 자체에 총검을 달아놓은 경우 역시 많기 때문에 칼질은 거의 대중매체 속 주인공 역할 정도로 한정된다. 조연급 등장인물이나 엑스트라들은 대규모 전장에서 장창을 들거나 단발식 머스킷, 화승총 등을 쏘는 입장이지만 단독행동을 벌이며 결투, 모험, 암살 등의 소규모(?) 전투를 맡는 주인공은 기교를 살려 검을 휘두르는 식이다. 물론 해적들이나 선원 엑스트라도 무조건 총기만 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해전처럼 다양한 백병전 무기를 혼용한다. 서양 전통의 스워시버클러물에선 이렇게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머스킷 권총을 드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칼잡이가 다른 무기 대신 칼만을 고집하는 일본 서브컬쳐 전통과는 사뭇 다르다.

5.6. 총이나 탄약 수급이 어려움

총기 생산시설이 파괴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제한된 한국이나 일본 등을 배경으로 할 때 나오는 설정이다.

20세기 중후반부터 법, 규제를 통해 국가적으로 민간의 무기 소지를 엄격히 통제해오고 있는 중국, 일본, 한국 같은 현대 동아시아 국가에선 가장 현실적이고 그럴듯한 설정이다. 이런 배경의 작품들이라면 냉병기를 주로 사용한다.

반대로 모든 문명이 무너진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도 총기류 입수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기 힘들다. 물론 이 경우는 법이고 질서고 개박살이 났기 때문에 총이 있다면 당연히 쓴다. 가치가 매우 상승한 총알을 화폐로 사용하는 건 이미 유명한 클리셰.

요약하자면 이런 세계관에서는 칼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비현실적인 방법 대신, 총의 희귀성을 강조함으로써 밸런스를 맞춘다. 총기가 등장한다면 상당히 위협적으로 등장하고, 총기가 등장함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거나 우회하는 방법도 제시된다.

이런 세계관에선 커다란 냉병기보단 단검이나 야구방망이, 당구채, 골프채 등 생활용품들이 주로 등장한다. 롱소드니 창 같은 커다란 냉병기들은 구하기도 어렵고, 숨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좀비 액션 게임 Dying Light 2 Stay Human의 경우 좀비 게임의 스테레오타입성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총이 등장하지 않는다. 상술한 내용과 비슷하게 좀비 아포칼립스로 발생할 수 있는 민간인 소요 사태를 방지할 목적으로 군대가 게임의 배경 빌레도르 시의 모든 민간인의 총기와 탄약을 압수했고, 화학물질 폭격으로 인해 도시 내의 활동 반경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화학물질 폭격에 반발하는 사람들과 군대간의 내전이 벌어지자 탄약이 고갈되어 총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현대 문명이 붕괴되어 현대적 총기의 생산이 불가능한 배경 설정이 존재한다. 붐스틱이라는 이름의 급조형 권총은 제작할 수 있지만 탄환 몇 발만 장전된 일회성 무기인데다 성능도 애매해서 제대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 때문에 게임에선 마체테/도끼/망치처럼 백병전용 참격/타격 무기가 인간의 주력 무기로 쓰인다. 원거리 무기는 활/석궁/투척용 나이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것이 없으며, 수제 수류탄/C4/지뢰 같은 보조 장비도 활용된다. 거기에 개발사 테크랜드는 몇 안 되는 원거리 무기에조차 절대적인 우위를 주지 않으려고 원거리 무기에 여러가지 사소한 패널티를 넣어둔 상태다. 하지만 향후 업데이트에서 진짜 총기가 등장할 예정이다.

5.7. 탄약 고갈 이후의 무기

총은 총알을 사용한다는 특성상 지속적인 전투의 어려움의 묘사가 필연적이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총알 한두 발로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하거나 강한 내구력을 가진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 지속적인 전투를 펼쳐야 할 때 총은 그 강력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총알이라는 제약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 자주 묘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투 중에 총알이 바닥나서 도주하는 상황을 생각보다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전투가 가능한 도검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현실에서도 발생 가능한 상황으로 시가전 같은 상황에서 총알 떨어지면 총검술 나이프 파이팅, 혹은 다른 근접 무기로 싸워야 한다. 즉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최후의 무기로서 강조한다. 또한 총기는 사격할수록 화약 찌꺼기가 끼기에, 관리에 소홀하다면 기능고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올라간다.

다만 이 경우 총은 총알의 소모를 강조하는 반면, 도검은 상한 날을 복구해야 한다거나 검이 부러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묘사상의 맹점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총기도 탄약 소모와 함께 총기손질을 해줘야 하는, 관리가 필요한 무기이고, 도검 역시 부딪히고 깨지고 녹슬 수 있는 소모품이다. 하지만 이런 관리절차를 죄다 묘사하면 짜증나므로(…) 생략하고, 둘 다 소모될 바에야 탄약을 안 먹는 도검이 든든하다는 식으로 묘사한다. 게임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총은 총알을 소모품으로 쓰고 검은 공방 속에서 파손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게임이 굉장히 루즈해져 후반에는 너도 나도 마법만 써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현실적인 소모, 피로를 게임에서 구현하니 그냥 물리적 무기가 다같이 퇴출된 것이다.

초능력자들이 검이나 맨몸을 추구하는 이유도 차라리 탄약 소모보다는 관리 편의성 때문이라 하면 그나마 설득이 된다. 맨손이나 에너지 검으로 총기만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는, 총기수입도 해 줘야 하고 탄약도 들고 다녀야 하고 장전도 뻐릿하게 해야 하는 총기를 주무기로 쓰기 귀찮기에(…) 슥 닦으면 되는 특수 도검을 선호할수도 있다. 물론 귀찮다고 총기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마검이나 검술은 현실적인 검의 범주를 넘어서게 된다.

아무리 총기 관리가 귀찮다고 해도 총은 그 자체로 부딪혀가며 싸울 일이 적으니 그 금속 피로도가 훨씬 낮을 수밖에 없으며, 탄매가 좀 껴도 격발 자체는 잘 되는 튼튼한 총기도 많고, 총알 역시 같은 부피의 검보다는 더욱 많은 몬스터를 확실하게 쓰러트리는 데 쓸 수 있다. 말하자면 물자 부족이나 여타 클리셰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탄창이나 링크탄 넣을 자리에 검을 챙겨야 할 합당한 이유를 마련해야 자연스러운 묘사가 된다. 아예 연발총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관이라면 연사력 문제 때문에 총검술처럼 응전하거나 도검을 섞어 쓰는 등, 그나마 자연스럽다.

5.8. 특수한 적을 상대함

좀비 네크로모프처럼 웬만한 신체 손상으로는 활동을 정지시킬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사지를 베어버릴 수 있는 검을 사용한다는 설정도 상상해볼 수 있으나 이 역시 비현실적인 클리셰이다. 총이 통하지 않는 괴물들과 검을 섞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부터가 위험하다.

초능력이 없는 인간 수준에선 무지성 괴물떼를 상대하더라도 산탄총이나 기관총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무기들은 대체로 무겁지만, 그래서 조금 비현실적으로 무거운 총을 들고 다니게 설정하거나, 초인이 설치는 세계에서도 일반인들은 그냥 평범한 진지를 구축하고 경계에 투입되거나 차량을 타고 다니는 선에서 그치기도 한다. 아예 가벼운 기관총급 특수 총기라도 나오면 일반인 수준에서도 그냥 도검 대신 총기를 선택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예를 들어 데드 스페이스의 펄스 라이플은 이런 자동화기의 장점을 잘 보여주며, 초보 플레이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제공한다.

칼 들고 썬다는 자체가 이미 적이 달라붙을 공격 거리 내에 들어왔단 걸 의미하고 썰다가 포위당해버리면 답이 없다. 무엇보다 칼을 쓴다고 한들 인간의 완력으로 그들을 한 번에 두 동강 낼 수 있다는 보장 자체가 없다.총과 비교해서 칼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 관통력이 필요없는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건데, 한 방에 죽이지 못하면 연사가 가능한 총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슥 베이기만 해도 무력화되겠지만, 초인적인 완력을 가진 데다 잔혹하고 끈질긴 괴물들은 아예 신체가 절단되어도 무력화되지 않고 날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 총은 도검과 달리 누구나 일단 방아쇠만 당기기만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균일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도검보다 미쳐 날뛰는 괴물들을 무력화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23]

여기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는데,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백병전에도 거부감을 가지거나 겁을 먹는 사람들, 백병전 이후에 PTSD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검을 들고 사람보다 흉악하고 강인한 괴물들과 근접전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게다가 바이러스 계통 좀비나 흡혈귀처럼 괴물들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감염에 면역된 사람이 아닌 이상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다. 설령 총이나 각종 투사병기보다 괴물 사냥에 훨씬 효율적인 도검이 등장한다고 해도, 심리적 요인과 근접전의 위험성 때문에 초인적인 의지와 육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냥 투사병기를 쓰는 쪽이 훨씬 안전하다. 그래도 창작물 주인공들은 대개 초인적인 의지와 육체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설정될 때가 많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 편이다. 쉽게 말해 괴물들을 상대할 때 괴물같이 강한 인간들이야 총알 떨어지면 도검을 쓸 수 있겠지만, 평범한 징집병 같은 사람들은 원거리에서 화력을 때려부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대체역사 속 일본에 흡혈귀가 나타난 상황을 다루는 스팀펑크물 갑철성의 카바네리에서, 도검, 격투, 근접전으로 흡혈귀인 카바네들과 맞서싸울 수 있는 건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초인적인 육체능력을 가진 반 인간, 반 흡혈귀들이나 작품 내에서 검술 솜씨 1인자쯤 되는 인물들이며, 엑스트라들은 도검 다루는 법을 수련한 무사들인데도 어쩔 수 없이 흡혈귀에게 별다른 데미지를 못 주는 총이나마 열심히 쏘면서 저항하는 신세다.

또 다른 괴물을 상대하는 사례로, 진격의 거인 입체기동장치를 사용한 거인 사냥이 있다. 작중의 방벽 내부 인류는 군사기술이 단발식 총기를 쓰는 수준이라, 총이나 대포로 거인의 약점인 목덜미를 정확히 맞히기 힘들다.[24] 그래서 와이어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입체기동장치를 쓰며 쌍검으로 거인의 목을 정확히 베어야 하는데, 당연히 매우 어려운 일이라 일반인 캐릭터들은 무자비하게 죽어나가며, 초인 가문인 리바이 아커만, 미카사 아커만 정도나 칼만으로 거인들을 쉽게 잡는다. 인류가 이 짓을 하는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기술의 발전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며, 그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는 뇌창이라는 성형작약 로켓을 발사해 원거리에서 무지성 거인 정도는 일반 병사들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작중 인류도 어쩔 수 없이 도검을 쓴 거지, 도검보다 좋은 수단이 있으면 잘만 쓴다. 심지어 이 뇌창은 대인전에서도 대전차 로켓마냥 요긴하게 쓴다. 뇌창이 보급된 이후에는 칼은 보조무기 내지는 아커만 가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묘사하는 도구로 물러난다.

5.9. 총은 점 공격, 검은 선 공격

건담 시리즈에선 플라즈마 도검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총은 점 공격만 가능하지만 도검은 선 공격을 가하므로 약점 부위를 맞히기 쉽다고 설정했다. 이는 검이나 총이나 죄다 우주공간의 건담이 사용하는 에너지 무기이기에 정당화되는 설정이다. 에너지 검이라면 휘두르면서 저항에 막힐 걸 덜 걱정해도 되니까 선, 면형 공격이 쉬워지고, 3차원 기동이 되는 우주공간이니까 사격을 맞추기보단 넓은 공간에 뭘 휘두르는 게 낫다고 칠 수도 있다.

현실 수준에서 보자면 애초에 총이 점만을 커버하는 게 아니고, 검조차도 선만을 커버하는 게 아니므로 굳이 따질 건 없다. 검으로 찌르더라도 칼날에 쓸리는 면은 베이며, 검으로 베어도 휘두르는 공간이 3차원이기에 연타를 하면 반구형 비슷한 공간이 메워지고, 휘두르는 칼 끝에 맞으면 찔린다. 총기 역시 일제사격하거나 연사해 화망을 형성하면 아예 면 단위를 제압할 수 있고, 총알이 지나가는 궤적은 당연히 포물선이다. 기관총은 기본적으로 면 단위로 운용한다.

정말 허접한 공격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무기는 점, 선, 면을 동시에 때리므로 딱히 비교할 수가 없다. 그저 검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총기보다 엄청나게 좁을 뿐이다.

5.10. 총기와 도검이 공존하는 캐릭터 및 작품

아래 나오는 작품에서도 작가가 도검 제일주의를 굳게 믿고 작품에서 진지하게 도검제일주의를 설파하진 않는다. 어떤 작품이든 총기의 위력 자체가 도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고 상술한 특수한 설정을 통해 도검을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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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관련 문서

6. 관련 문서


[1] 단, 일본은 20세기 초반 이전까지는 자국의 일본도를 폄하하고 서양식 도검, 총포를 내세우기도 했었다. 공업능력 부족과 애국 프로파간다의 필요성 때문에 일본도, 검술을 부랴부랴 밀어주게 되었다. [2] 신성 로마 제국 + 노르만 왕조 시절의 땅을 가졌던 잉글랜드 + 포르투갈 + 불로뉴 vs 프랑스의 대립이었는데 슬슬 강해지고 있던 프랑스가 연합군을 상대로 그야말로 박살을 내며 승리해버렸다. 그리고 이 시기의 잉글랜드는 프랑스 내의 드넓은 영지를 야금야금 먹혀가고 있었는데 그 시절 잉글랜드의 수장이 바로 대헌장으로 유명한 존 왕 되시겠다. [3] 갑옷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까지는 맞는 말이다. 칼을 포함한 무기를 막으라고 만든 게 갑옷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갑옷의 아무 곳이나 찌르고 벤다고 칼이 먹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갑옷의 틈새를 노리기 위해 만든 에스터크 같은 검도 있고, 갑옷을 입고 설치는 상대를 압박하고 제압해야 하기에 고전 검술은 수준이 높아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4] 특히 위에서 말했다시피 일본에서 이런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5] 환도 같은 경우는 아예 운반이 용이한 쪽으로 발달하였다. [6] 메이스는 몰라도 도끼는 사실 금속이 그렇게 많이 안 든다. 단검 하나 만들 수준이면 손도끼 정도는 충분히 만들 정도. [7] 안 그랬으면 메서(messer) 같은 독일 농민들의 검은 생기지도 않았다. [8] 이러한 차징(charging)을 그리스어로 오티스모스(Othismos), 즉 밀어붙이기라고 한다. [9] 부대기. 당시 로마군에서는 부대원이 이를 잃으면 조리돌림 후 사형에 처할 정도로 중히 여겼다. [10] 정확히는 필럼. 필라는 필럼, 혹은 필룸(pilum)을 두 개 정도 휴대한 것. 즉, 필룸의 복수형이라고 보는 의견과 가벼운 필럼을 필라라고 보는 의견이 있다. [11] 그 갈리아인들이 그리스, 로마인들을 자주 털어먹은 것은 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야만국과 문명국과의 싸움에서는 주력 병력끼리 전면전을 붙기보단 문명국의 치안력이 닿기 어려운 변방 지역을 약탈로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스타로 치자면 주력 병력끼리 싸움하면 이기는데 뮤짤당해서 진 거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12] 그 켈트족도 결국 로마군과의 정면승부에는 이기지 못했다. 이는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하러 오자 갈리아인(켈트족)들은 처음에는 청야전술과 게릴라로 많은 재미를 봤고, 카이사르도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였지만 거듭된 승리로 갈리아인들이 자만에 빠져 고립된 카이사르의 주력군을 압도적인 군세로 전면전을 걸자 순식간에 박살이 나 버렸다. [13] 폴뤼아이노스:『전략』(2.29.2) [14] 대표적으로 백년전쟁이나 장미전쟁. [15] "...창 같이 길고 무겁다면 진퇴가 빠르지 못해서 도검에 당하겠지만 곤봉은 또한 같은 부류로 생각해서 논의할 것이 아니다." - 소림곤법 문답편 [16] 여기서의 폴암은 빌이다. [17] 여기서의 검은 아밍 소드이다. [18] 96/99식 경기관총이 그 물건인데 여기서의 착검은 일반적인 총검이 아닌 도검제일주의에 환장한 일본군답게 51cm나 되는 군도도 착용할 수 있게 한 거다. 착검을 하면 무거운 무게로 인해 반동제어가 용이해져서 명중률이 올라가는 의외의 이점이 있지만 그만큼 총열이 휘어서 못 쓰게 되는 당연한 단점 또한 존재했다. [19] 四技. 앞에서 말한 궁술, 창술, 사격술, 기마술. [20] 테란의 가우스 소총을 보고 겁쟁이나 쓰는 무기라고 경멸한다. [21] 전열보병 시절 기병들은 권총 이외에도 도검이나 창을 주 무기로 사용했다. [22] 16세기 이후부터 점점 총검의 발전에 가속이 붙으며 병사들에게 지급되던 시절이었고, 1680년 이후 총검을 장착한 상태로도 발포할 수 있도록 총구를 막지 않도록 개량되었다 [23] 이 점 때문에 화약 무기가 보편화되기 전에도 사람의 힘보다는 기계 장치를 이용해 발사 가능한 쇠뇌가 악명을 떨쳤고 쇠뇌보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총기는 더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24] 나폴레옹 시대 수준의 대포를 쓰는 방벽 내에서는 어림도 없고, 후반에 등장하는 세계대전기식 야포, 열차포, 대전차포(자세한 경위는 스포일러)조차도 맞히면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다 수준이지, 정확히 맞출 수단이 없어서 큰 활약을 못 한다. 해군 함포쯤이면 일제사격으로 초대형 거인을 찢어버리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스포일러) [25] 극장판 《 브이 포 벤데타》 한정. 원작 만화에서 브이는 총으로 무장한 다수의 인물들과 정면 대결 같은 짓은 벌이지 않는다. 짧은 단도를 들고 다니긴 하지만 이는 "숨기기 쉬운 무성병기"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26] 브이는 자신의 최후를 예상하고 미리 방탄판을 넣어 충격을 줄였지만 결국 수십 발이 관통하여 치명상을 입었고 "내 차례군"이라고 한 마디를 날린 후 정말로 적들이 재장전을 하기 전에 모조리 도륙했다. [27] 본즈》에서 랜스 스위츠 박사가 증거품인 검을 들고 이 대사를 말하자 템퍼런스 브레넌검이 활약하는 시대는 문명의 시대가 아니라고 디스한다. [28] 일반 거인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게 하기 위해 처리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대포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것. [29] 사실 검도 보통 검은 아니다. 드래곤 슬레이어(베르세르크) 문서 참고. [30] 오딘, 라, 비슈누가 함께 빛에서 벼려낸 신검이며 아쿠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31] 당장 드라마CD에서 주인공인 솔이 총에 맞고 잠시 무력화되었을 정도이며 스트라이브에서는 특수탄환이라고는 하나 해피 케이어스가 쏜 총에 의해 재생능력이 한동안 약화되어 솔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나왔다. 플레이어블 중 스피드 제일인 치프 자너프도 발사 전이라면 모를까 발사되면 못 피한다고 기겁한다. [32] 시대상 때문에 장창병보단 평민 단창병이 많은데 검병은 대부분 무장을 잘 갖춘 하마기사 계열이라 부실한 평민 병사 정도는 압도한다. 장창병 상대로는 물론 정면승부가 힘들지만 게임 엔진 문제 때문인지 조금만 돌파당해도 장창병 전원이 창을 버리고 되도 않는 칼질을 시도하는 바람에 검병이 할 만해진다. [33] 최종 보스는 더한 놈들이라서 그렇다. 두 패로 나뉘는데 한 쪽은 [34] 총과 달리 칼은 총알 걱정 없이 무한정 쓸 수 있다는 쉔호아의 말에 칼도 날이 나가면 새 걸로 교체해야 하니 마찬가지라고 깠다. 근데 나중에 마츠자키 긴지와 싸울 때에는 칼로 총알을 베어 버리는 그 실력에 압도당해 수세에 몰리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35] 그나마 1편은 중반에 콘스탄틴의 검을 얻으면 이 단점은 사라진다. [36] 즉, 일종의 결투용이지 일대다 혹은 다대다 전투에서는 비효율적이다. [37] 블레이드들보다는 블레이드를 사용할 순간을 만들기 위한 챠지와 방어력이 주가 되기 때문에 기동력이 부족하게 되면 애초에 무한부스터 기체라도 접근 자체가 힘들고 기동형으로 하면, 상대방의 방어력이 어느 정도 높으면 컨트롤 하나만으로 챠지로 급접근+블레이드로 폭딜을 해도 원샷킬은 힘들어진다. [38] 대체로 퍼스트 주역 메카는 검 종류, 세컨드 주역메카는 버스터류[46] 그레이트 합체 메카는 초기에는 검을, 후기에는 버스터를 자주 쓴다(ex.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 정면 당죽가르기 → 퍼펙트 캐논) [39] 전국구 중 하나였던 목포살사 주형기가 한참 급이 낮은 영호에게 살해된 장면이나 개나리가 자신의 손에 의해 불구가 되어버린 황산이 단지 총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못하고 벌벌 떨거나 대털 2부에서 야쿠자 패거리에게 급소를 찔려 말 그대로 죽기 일보직전이었던 교강용이 권총 한자루로 열 명이상 되는 야쿠자 패거리를 몰살시켜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40] 대털 2부에서 교강용의 입을 빌어 전국구 보스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권총을 구해 들고 다닌다는 식으로 묘사한다. [41] 대털 1부의 개나리는 말할 것도 없고 대털 2부의 김고촌도 품 속에 권총을 품고 다녔다. 정작 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총을 써볼 틈도 없이 부하들에게 살해됐지만 이 권총은 교강용이 야쿠자 패거리들을 죽일 때 유용하게 써먹었다. [42] 김성모의 대표작 용주골 블루스에서도 자신의 패거리가 밀리는 것을 본 황산이 재빨리 집에 들어가 권총을 챙겨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묘사가 나온다. [43] 어지간한 총은 총 값과 총알 2개 탄알집 분량 값이 동등한 수준이다. [44] 총기류 제작 면허를 취득한 공방에 주어지는 가이드북에는 총기의 구경이 커질수록 강선을 짧게 만들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발사된 총알이 절대로 철이나 건물 따위를 관통해선 안 되며, 총에서는 반드시 총성이 들려야 하는 등(소음기 부착 금지)의 여러 가지 제약들이 붙어 있다. 즉, 의도적으로 총기를 비주류로 만들고 있다. [45] 방패 포켓몬인 자마젠타에게는 검 포켓몬인 자시안의 약점을 찌를 기술이 없다. 자시안이 비자속 인파이트 혹은 성스러운칼 한 대만 질러 줘도 자마젠타는 나가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