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2-19 18:13:36

백병전

백병전
白兵戰 | hand-to-hand combat
파일:external/allart.biz/the_defense_of_sebastopol_1942.jpg
독소전쟁 세바스토폴 공방전 당시 독일군과 백병전을 벌이는 소련 해군 육전대(해병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1. 개요2. 역사3. 군대 vs 군대4. 해전5. 고통6. 픽션에서
6.1. 관련 문서
7. 유희왕의 카드

[clearfix]

1. 개요

적에게 접근해서 몸과 몸이 닿을 정도(Hand to Hand, Corps à Corps)의 거리에서 근접전을 펼치는 것. 주로 보병 해병이 수행했다.

현대에 쓰는 CQB, CQC 역시 비슷한 말이지만 신체접촉이 없는 2~30m 정도의 전투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약간 다르다.

2. 역사

과거의 전투는 항상 백병전이 빠진 적이 없으며 이것이 전투의 피날레를 장식할 정도로 중요했다. 총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야전에서는 투사 무기만으로는 승기를 잡을 수는 있었으나 적의 전열을 쉽게 무너트릴 수는 없었다. 일방적인 타격으로 전열을 약화시키고 갉아먹는 것은 가능했으나 결정적인 타격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며 실제 중장갑을 두르고 방패 등으로 화살이나 투석을 방비하면 원거리에서 두들기는 쪽이 화살이나 돌이 먼저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원거리에서 두들기는 방식으로 로마군을 격파한 것으로 유명한 카르헤 전투조차도 제대로 된 막타를 갈길 수 있게 해준 건 중기병인 카타프락토이들이 선보인 돌격 및 백병전이었다. 최종적으로 적의 전열을 무너트리고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백병전이 필수적이었으며, 백병전에서 강력한 위력을 보이는 엘리트 전사 집단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총기가 흔해진 이후에도 기병이 현역이었기에 진형을 짜고 일제사격과 돌격, 백병전을 벌이는 전열보병 전술이 한동안 우세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서부전선 참호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총검, 야삽, 대검 등을 활용한 백병전이다. 참호가 워낙 좁은데다 당시의 볼트액션 제식 소총은 너무 길었기 때문에 트렌치 클럽, 트렌치 나이프 등의 백병전용 단병기는 물론, 돌격대 역시 판금 갑옷을 두르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다. 전술이 발전하며 돌격 전후로 화력 투사를 정교히 하거나, 돌격 병력에게 참호를 쓸어버리기 위한 기관단총, 산탄총, 경 기관총(의 전신격인 BAR, 쇼샤 등)을 들려주는 시도를 하며 서서히 보병 전술이 현대전과 유사해졌다. 이탈리아 방면 산악전에서도 사방팔방에 수류탄을 던지고 단검을 뽑는 이탈리아 왕국군 아르디티(Arditi) 등이 활약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격발 후 자동으로 약실에 탄이 장전되는 M1 개런드 혹은 M1 카빈을 들고 있던 미군 볼트액션 소총을 들고 있는 동맹군 영국군, 적군인 독일 국방군, 일본군에 비해 보병 간의 조우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이 때문에 일본군 자신들도 백병전에서 기관단총이나 (반)자동 소총이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업 생산력 부족, 물자 보급 문제, 경직된 군부의 사고방식, 정글 위주의 환경 등등 요인으로 인해 전쟁 내내 볼트액션 소총과 총검, 군도를 내세워 백병전을 시도하곤 했으며, 대개는 실패하거나 오히려 백병전에서 미군에 밀려났다. 백병전에서 중요한 무기체계, 조직력, 훈련, 정신무장, 평균 체격, 영양상태 등이 총체적으로 미군보다 부족했다. 특수전 및 정글전 등에서 백병전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OSS에서 군용 격투술, 권총 사격술 및 나이프 파이팅을 연구해서 정리하기도 했다.

20세기의 전훈이 반영되어 현대 각개전투, 백병전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맞붙어 싸우다가 약실에 총알이 남은 측이 방아쇠를 당겨버리면 맞붙어 싸우던 적은 피할 새도 없이 근거리에서 총알을 맞는다. 한국군의 각개전투 교리에서도 적 진지에 돌격하기 직전 반드시 하는 행동이 탄창을 갈아 끼워서 미리 탄약을 장전해 두는 것이다. 군 각개전투 전술에서도 그러하듯 쓸 수만 있다면 총기 이상으로 무서운 게 수류탄이다. 그래서 적 진지 돌입 이전에 수류탄을 던지고 약진하도록 교육한다. 학도병 수기를 봐도 코 앞의 인민군들을 수류탄으로 죽여버려서 마음이 편치 않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총을 쏠 시야각이 안 나오거나 병력들이 살인에 거부감을 크게 느낀다면 수류탄은 무서운 백병전 병기가 된다. 대간첩전 야간전 관련해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게 수류탄 활용 이야기다. 관련된 농담으로 백병전의 승자는 약실에 총알 남은 놈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백병전은 냉병기나 맨손으로만 하는 거라는 편견이 있으나 역사적으로는 화약 무기가 도입된 이후 지근거리에서 총기, 수류탄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원거리 무기가 세계대전 시기보다 발달한 현대전에서도 총기를 이용한 CQB의 형태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시가전과 같이 적군과의 교전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아군 오사의 우려가 클 때 주변에 민간인이 있거나 민간 자산이 많아서 섣불리 이것저것 때려부수지 못할 때 어김없이 행해진다. 이런 현대의 백병전은 폭격이나 포격 같은 걸 안 하고 건물에 쳐들어가서 근거리 총격전을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귀족이었던 장수들이나 숙련된 전사들이 백병전 전문가였듯이 현대에는 특수부대가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했듯 현대 근접전에선 전통적인 백병전 대신 CQB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단지 총기의 편의성이 현대만 못했던 시대처럼 냉병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뿐이다.

3. 군대 vs 군대

탄환이 떨어지거나 총을 쓸 수 없는 상황, 교전 거리가 매우 짧은 환경에서는 냉병기 백병전조차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 구닥다리 구식 전술이라고 감히 폄하할 수는 없다. 최후의 수단이지만, 정말로 순수한 근접 백병전은 일반 야전군 VS 야전군의 경우에는 보통
1. 더 길고 우수한 무기를 든 쪽이
2. 그 다음으로는 수가 더 많은 쪽이
3. 그 다음으로는 전투훈련이 잘 돼있는 쪽이
4. 그 다음으로는 육체적 단련이 잘 된 쪽이
5. 마지막으로는 체급이 큰 쪽이 이긴다.
물론 이는 일반적으로 이렇다는 거지, 그 전제가 특수부대 VS 민병대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1, 2번에서 우위를 점해도 썰린다. 실제로 영국군 SAS 한 팀(4~8명 가량)이 탄환이 총 10여발 남은 상태에서 ISIS 50명에게 기습당하자 백병전을 벌여 35명을 황천길로 보내 격퇴한 후[1] 사망자 하나 없이 10km 근처 부대로 걸어서 복귀한 사례가 있다. 조금 더 극단적인 케이스로는 SAS 팀이 탈레반의 소굴을 점령하던 중에 탈레반 6명이 깜깜한 터널 안에 은신하자 SAS 대원 1명이 직접 터널 안에 글록 권총을 들고 들어가 후각, 촉각, 그리고 청각에만 의존한 채로 탈레반 세 명을 처치하다 권총이 격발불량을 일으키자 백병전을 벌여 망치로 남은 탈레반 3명을 쓸어버리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특이 케이스 인간들은 잘 없으므로 사실상 위 전제가 일반적으로 옳다. 문제의 SAS 대원들도 적이 터널에 들어갔기에 어쩔 수 없이 소탕한 거지, 일반적으로는 어두운 곳에 들어갈 때 야간투시경 등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2020년대에는 극소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전문적인 수준의 근접무기 숙달훈련을 실시하지 않으니, 결국에는 육체 단련 및 무술 수준이 비슷한 일반 야전보병들 사이에서 백병전이 일어난다면 3번과 4번은 제외하고 봐야한다. 헌데 이 또한 현대에선 미군과 같은 극히 특수한 케이스[2]를 제외한 나머지 G20+중견국 이내의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의 일반 보병들은 영양상태와 체급 수준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3] 결국 1, 2번이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 결국에는 그 아래 조건은 뭐가 됐든 간에 수가 더 많고, (사거리가 길고 우수한 무기인)총기를 근거리에서도 잘 쏘는 쪽이 유리하다.

위의 예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20세기의 중국-소련 국경분쟁이다. 서로 사이좋던 중국-소련 국경수비대원들끼리의 사소한 오해로부터 시작한 단체 맨손격투가 진영 간의 대규모 백병전으로 넘어가게 된 좋은 사례이다. 첫 국경수비대원들끼리의 충돌 당시 못 먹어서 허약하던 중공군은 체급이 더 큰 소련군을 상대로 패배하였고, 이후 육체적 단련 수준이 다른 특수부대원을 투입했을 때는 소련군이 패배하여 후퇴했다. 그 다음에는 소련에서 스페츠나츠를 투입해 그 중 복싱 선수 출신이었던 스페츠나츠 장교가 대활약을 하여 소련군이 승기를 잡았고, 소림사 출신의 특수전 장교를 투입한 중공군이 봉술을 앞세워 복싱 선출 장교를 포함한 소련군에게 연승을 거두었다.

이후 소련군도 몽둥이를 들고 응전했으나 봉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중국군의 상대는 역시 되지 못하였다.[4] 무엇보다도 소련군이 전바오섬까지 빼앗기고 상황이 불리해지자 조바심을 느낀 소련군은 중공군이 흉기를 먼저 꺼내 맨손격투에서 백병전으로 양상을 넘겼듯이, 본인들은 한술 더 떠서 총화기를 꺼내들게 되었고, 권총이 결국 중국군을 향해 불을 뿜게 되며 총격적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이후에는 총격전/포격전으로까지 전쟁이 확산되게 된다. 전차와 장갑차, 대전차미사일까지 동원되었으며, 결과는 당연히 당시의 중공군과 비교도 안되게 화력이 막강했던 소련군의 압승이었고, 화가 난 흐루쇼프와 마오쩌둥은 서로 핵공격까지 계획하였으나 결국 미국의 중재로 화해하게 된다. 이후에는 평화협정을 통해 화해 엔딩.

중일전쟁에서 대도로 무장한 국민혁명군 일본도로 무장한 일본군이 서로 백병전을 벌인 사례가 있다.

6.25 전쟁 당시 튀르키예군 프랑스군처럼 백병전으로 대활약을 한 사례가 종종 있다. 심지어 21세기에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견된 영국군 거지 같은 총 가지고 총질하는 거 포기하고 백병전을 벌여 탈레반을 격퇴한 사례가 있다. 현대에는 안 벌어질 것 같지만 전쟁 양상 자체가 선진국들과의 전면전보다는 테러리스트 및 중범죄자와의 국지전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 특수부대가 오합지졸인 적들한테 거는 일은 은근히 종종 토픽감이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일어나지를 않는데, 오합지졸들이 선진국 군대한테 백병전을 아예 걸지를 못 하는 데다 걸어봤자 역으로 썰릴 뿐이기 때문이다.[5]

2020년 중국-인도 국경 분쟁에서도 몽둥이를 휘두르는 백병전 상황이 등장했는데 군사분쟁을 막기 위해 무기를 쓰지 않기로 한 합의 때문에 맨주먹이나 몽둥이 같은 살상력이 떨어지는 무기로만 싸우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4. 해전

지상전 뿐만 아니라 해전에서도 많이 등장했다. 화약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해전은 그리스의 불과 같은 특수한 무기 외에는 선박 자체를 파괴할 만한 무장이 특별히 없었으므로 결국 선박과 선박이 직접 충각을 통해 부딪히거나 병사들이 적군의 선박으로 건너가서 교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화약이 발명된 이후에도 고폭탄, 철갑탄 포탄이 더욱 개량되기 전에는 화포만으로 선박을 완전히 격침시키기가 어려워서 결국 백병전이 필요했다. 나폴레옹 시대 해군 창작물에도 자주 등장하며 결과는 둘 중 하나, 적의 배를 나포하든가 우리 배가 나포당하든가. 보통 적의 배를 나포하면 일개 수병도 평생 벌어야 할 돈을 일시불로 받을 수준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이 선호되었다. 게다가 이런 경우에는 포격전 끝에 백병전이 벌어지므로 양측 모두 함선 자체가 너덜너덜한 경우가 많아서 생존을 위해 백병전을 벌인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배가 침몰하기 전에 적의 배를 빼앗는 것. 당시 전투 중에도 함장에게 수시로 배에 들이친 물의 수위를 보고했는데 우리 쪽 배가 영 아니다 싶으면 적의 배로 건너가는 결정을 내리곤 했다. #

사실 지금도 도선 백병전은 벌어지는데 해군끼리 하는 게 아니라 넘쳐나는 해적 때문이다. 해적들은 배를 나포하고 선원을 포로로 잡아야만 돈을 뜯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함선에 올라타고 나포된 민간 상선을 탈환하려는 해군이나 해경은 해적이 항복하지 않는 한 배에 기어 올라서 해적을 직접 사살하는 수밖에 없다 보니 배를 뺏기지 않으려는(?) 해적과 배를 탈환하려는 해경 OR 군인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뭐 범선시대와는 무기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근접격투가 아니라 돌격소총 기관단총을 활용한 CQB가 벌어지긴 하지만 함포 미사일 사거리가 교전 거리인 해군 기준으로는 엄연한 백병전(?)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비스무리하게 들 수 있는 것이 UDT/SEAL의 인질구출 해상 대테러 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이다.

중국 불법어선을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백병전이 일어난 적이 있으며, 이 때문에 해경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현재는 정선과 임검에 불응하는 불법어선은 발포하여 제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5. 고통


제1차 세계 대전을 다룬 게임 배틀필드 1의 오프닝.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위 워 솔저스의 착검돌격 장면.
"전투는 매번 치열했어. 한 번은 백병전에 나갔는데...... 생지옥이 따로 없었지...... 그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못 됐어...... 때려죽이고, 총검으로 찔러 죽이고, 뼈를 으스러뜨리고.... 울부짖는 소리, 비명소리, 신음 소리. 그리고 그 오도독 소리...... 오도독! 죽어도 잊히지가 않아. 오도독 하며 뼈가 으스러지고...... 사람 두개골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거야. 쪼개지고......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는 게 또 다른 끔찍함이었어. 전장에서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난 절대 믿지 않아."
- 올가 야코블레브나 오멜첸코, 독소전쟁 당시 소련 육군 저격중대 군의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261p '그건 내가 아니었어......' 에서 발췌
상대를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다 느낌을 그 어느 전투보다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전투 형태인 만큼, 백병전을 감행한 측과 이를 맞은 측, 양쪽 군대의 생존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긴다.

6.25 전쟁 참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총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포탄은 애초에 운에 달린 거지만, 서로가 괴성을 지르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백병전만큼은 정말로 끔찍하게 싫었다고 한다. 맞서싸울 때는 광란 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만, 전투가 끝난 다음에는 자신이 찔렀던 적군의 비명과 살려달라고 빌던 소년을 죽인 것이 생생하게 떠올라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정신적 문제가 생기거나, 반응속도 등이 떨어져 자살성 행동을 하다 죽은 병사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아무런 심리적 대비 없이 눈빛과 표정이 멀쩡히 살아움직이는 사람을 죽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하는 쪽에서도 충격이 매우 크다. 군사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자신을 명백히 노리는 위협에 더 크게 겁을 먹는다. 저 멀리 떨어지는 포탄이나 허공에 울리는 기관총 화망도 맞으면 사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위험하지만, “재수없게” 맞는 거라고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내 머리를 노리고 꽂히는 저격, 코 앞에 들이닥친 적이 나를 향해 내리치는 대검은 확실히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기에 더욱 큰 충격을 받는다.

냉병기와 격투기를 동원한 전통적인 백병전도 백병전이지만, 화기의 발달과 보편화로 초근거리에서도 순수 백병전 대신 근접사격술로 전투를 하게된 현대에는 CQB 상황 역시 극히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내 앞에 벽이 터지거나 폭탄이 날라오고 파편이 박힌 아픔과 폭발로 인해 눈과 귀가 멀으니 웅웅거려서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파란 눈깔 4개가 번뜩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난입해 듣도 보도 못 한 정갈한 사격술로 옆의 동료들을 벌집으로 만들고 있는걸 보면 보통 사람은 얼굴이 새파래질 수밖에 없다.

전쟁이 다 그렇지만, 근거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죽인다는 점 때문에 양쪽 다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이 때문에 근대 이후로 실제 전장에서 돌격 후 접근에 성공했더라도 실제 백병전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보통은 돌격을 당한 쪽의 사기가 떨어져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전근대에도 백병전 사상자의 절대다수는 패주와 추격 과정에서 발생했으며[6], 극소수의 사이코패스나 경험도 많고 훈련도 잘 된 정예부대가 아닌 이상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마셜 준장의 “오직 15%의 병사들만이 교전 가능 사거리에서 총을 쏘았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6. 픽션에서

원거리 전투보다는 근거리 전투가 더 멋있게 묘사하기 쉽기 때문에 픽션에서는 백병전이 자주 등장한다. 두 진영이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구도를 강조하기도 좋다.

서로 달라붙어 처절함과 악에 받힌 싸움이 나타나기 마련인 현실의 백병전과 달리 무쌍 찍기나 다름없는 철저히 멋에 치중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한바탕 회전을 하며 적병 여럿을 베어넘긴다든지... 게다가 진형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병력이 서로 뒤엉키는 난전으로 묘사할 때가 많다.

다만 서구권 사극에서는 백병전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편이며, 한국 사극에서도 황산벌과 같은 작품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백병전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양차대전을 다룬 매체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기에 매우 좋은 소재라서 자주 등장하며, 특히 1차대전 서부전선의 참호전, 2차대전 태평양 전쟁의 반자이 돌격과 이어지는 정글 백병전은 상당히 유명하다.

6.1. 관련 문서

7. 유희왕의 카드

백병전(유희왕) 참조.


[1] 요원 한 명은 짱돌로 ISIS 대원 하나의 얼굴을 짓이기는 동시에 다른 하나를 물속에서 익사시켰다고 한다. 사람인가? [2] 자세한 것은 미군 문서의 8.1.2번 문단 참조. 개인용 부무장과 산탄총이 상당히 보편화된 군대니 근접전에서의 위력은 뭐... [3] 특히 부대가 정예일수록 근육질에 잘 단련된 상태로 수렴되기 때문에 어느 국가던 간에 그런 부대들의 차이는 그냥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4] 중국 무술의 영향으로 봉술까지 격투로 치는 중공군과는 달리 소련군 입장에선 명백히 맨손 단체 싸움에서 저들이 흉기를 사용해 목숨 건 백병전으로 넘어간 더러운 행위로 인식 되었다. 중국의 역사는 진흙탕 싸움과 모략이 매우 잦았기에 계투를 비롯한 생사를 건 싸움이 일상이어서 나무 몽둥이 따위는 무기 취급도 못 받았던 것.하지만 그건 중국군 입장이고, 소련군 입장에선 흉기였다. 단체 패싸움에서 엄연히 목숨을 건 백병전으로 넘어가게 된 것. 물론 이후에는 본인들이 불리해지자 아예 한술 더 떠서 총을 꺼냈으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흉기까지는 백병전이지만 총격전부터는 아예 양상이 다르니까 말이다. [5] 위의 6.25 전쟁, 아프간 전쟁에서 백병전으로 적들을 격퇴한 사례들 역시 아군들에 비해서 적들의 훈련도 및 사기가 밀리는 상황에서 백병전을 시도하여 이에 적들이 달아난 형태의 사례들이었다. [6] 뒤통수에는 얼굴이 없는 만큼 등을 돌리고 도망가는 상대에게는 오히려 살인의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절대 등을 보이지 말라고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