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祭 政 一 致 / Theocracy제정일치는 ' 제사와 정치가 일치한다는 사상. 또는 그런 정치 형태'이다. '정교일치'라고도 한다.
여기서 종교집단이 나라를 다스릴 경우에는 신권 정치로 발전한다.
2. 탄생과 몰락 과정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통치 방식의 하나로, 문명 시대 이전 씨족 사회 때부터 시작되었으리라 추측되는 유구한 정치 방식이었다.사실 정치와 종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그 뿌리가 같다. 고대에는 자연은 신비로 가득했으며 특히 자연재해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이에 저항하거나 피할 수 있다고 여겨진 인물이 자연스럽게 권위를 갖게 되면서 지도자도 겸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이라는 힘(神)을 아는 자, 신관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신관과 지도자는 같은 사람이 맡았을 것이다.
이후 시대에서 제정일치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것은 군인 집단이었다. 부족과 부락의 규모가 커지면서 군사 행위가 잦아지자 나타난 군인 집단은 상명하복의 원칙을 지닌 자체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전쟁이 잦아지고 군인의 역할이 커지자 토템이나 샤먼 같은 신탁만으로는 정치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집단의 크기가 점차 커지자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과세조직과 행정이 필요해졌고 부족이나 씨족 사회는 점차 국가로 변모해가면서 정치가 다스려야 할 내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도 종교인이 정치까지 담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였다.
기독교 성서상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제정일치- 제정분리 양상을 볼 수 있는데 사사기(판관기) 시대 제정일치에서 서서히 군사지도자들이 세속권력을 쥐면서 제정분리 양상이 나타났고 이후 사울, 다윗과 같은 군벌들이 종교권력에 세속적 우위에 서면서 왕국시대로 변모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에게 제정일치의 지도자는 종교적 염원이었고 이것이 메시아 사상으로 나타난다. 이 염원은 기원후까지 이어져 예수를 따르던 인파 중에서도 제정일치 국가를 일으켜 유대인을 로마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했으며, 예수가 처형된 죄목 역시 "유대인의 왕[1]이 되려 한다"라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로 다시금 이러한 제정일치를 이룬 것은 유대교가 아닌 이슬람의 무함마드였다.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중세 유럽에서 교황권 전성시대조차도 교회권력이 세속왕국의 권력보다 강하진 않았으며 일부 제위 계승 문제나 세속 공작들의 반란이 이어질 때나 교황이 나설 자리가 있었는데 교회의 대주교나 추기경은 물론이고 교황조차도 동로마 황제나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세속적으론) 신하로 여겼기 때문이다. 카노사의 굴욕의 주인공 하인리히 4세도 왕국 내 정적과 세속 공작들이 교황의 정통성을 이용해서 대들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기에 굴복했을 따름이고 결국 그레고리오 7세를 폐위시키고 추방하여 복수했다. 황제 프리드리히 2세조차 파문을 서너 차례 당했어도 자리를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리스도교 군주로서 파문받아 체통이 깎이기는 했지만, 신하들이 한 세속적 충성 맹세는 여전히 봉건법상 유효했기 때문이다. 교황권의 전성기에 교황청과 세속 군주들이 여러 번 다투었지만 거의 황제가 대립교황을 임명하여 기존 교황을 추방하거나 파문당해도 배째라 하고 버티면 사실상 군대 규모가 지방 약소국에 불과한 교황청에선 타협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더욱이 근대 초 합리주의의 발달은 종교의 비중을 더욱 약화시켰다.
그럼에도 많은 지역에서 국교가 존재했고 종교가 통치를 안 할 뿐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20세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탈종교화가 일어나 제정일치는 더욱 요원해졌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무종교인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예외적으로 21세기에도 많은 이슬람권 국가들은 제정일치, 즉 종교가 국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 체제를 보이고 있다. 일찍부터 정교분리를 시행하고 있던 서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근대국가 탄생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국민국가의 창설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다. 그나마 이슬람권 국가들 중에선 정교분리, 세속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인[2] 튀르키예 정도가 국민국가의 창설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21세기 들어선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에르도안이 장기집권하면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알게 모르게 무너지는거 아니냔 우려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란처럼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 공존시키는 정책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고, 애초에 에르도안도 완전한 제정일치 비슷한 흐름엔 선을 긋고 있다.
3. 한국사에서
단군조선과 후삼국시대의 태봉이 제정일치 사회라 할 수 있다. 단군시대는 환인과 환웅 설화에서부터 천신사상이 지배하며 제왕은 천신의 후손으로 종교적인 정당성까지 함께 확보했다. 그러나 위만조선에서는 제정일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태봉은 사극 태조 왕건으로 잘 알려진 궁예가 미륵을 자칭하며 정치도 법회도 주도하는 등 제정일치의 특징을 보여주었다.뚜렷한 증거가 제시된 건 아니지만 신라도 사로국이란 이름이던 초기에는 제정일치 사회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해 차차웅에서 군주의 칭호인 차차웅이라는 단어가 무당을 뜻하는 신라어 단어였기 때문이다.
시각에 따라서 북한을 제정일치 국가로 보고 있기도 하다. 지도자들에게 온갖 신화적 요소[3]를 넣어 가르치고, 그들을 섬기지 않으면 죽는다는 교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 주체사상을 종교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4. 가상매체에서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도르크 제후연합
- 던전앤파이터 - 지벤 황국[4]
- 듄 시리즈 - 제국
- 붕괴: 스타레일 - 대부분의 파벌[5]
-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 말라쉬 치하의 탈다림[6]
- 아바타 아앙의 전설 - 공기의 유목민
- 어글리후드 - 모든 도시들
- 얼음과 불의 노래 - 노르보스
- 워머신&호드 - 메노스 보호령
- 원신 - 티바트의 일곱 도시국가( 몬드, 리월, 이나즈마, 수메르, 폰타인, 나타, 스네즈나야)[7][8]
- 오버로드 - 슬레인 법국
- 제로의 사역마 - 로말리아 성국
- 쿠키런: 킹덤 - 휘낭시에맛 쿠키[9]
- 헤일로 시리즈 - 코버넌트[10]
-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 플라네튠, 라스테이션, 르위, 린박스 등의 게임업계 국가들[11]
- Blasphemous - 쿠스토디아
- Fate/Grand Order[12]
- Warhammer 40,000 - 인류제국
5. 관련 문서
[1]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위의 문구 INRI가 바로 'IESVS NAZARENVS REX IVDÆORVM(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의 임금)의 약자이다.
[2]
프랑스의
라이시테를 참고했다.
[3]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알로 쌀을 만든다거나,
김정일이
축지법을 쓴다거나,
김정은이 어린 시절부터 사격과 운전을 잘 했다는 등
[4]
이후
천계 전기 스토리를 거치며
전제군주제로 바뀐다.
[5]
스타레일에 등장하는 지역은 국가보다는 행성 단위로 되어있으나 통치권을 가진 파벌이 세계관의 신적 존재인
에이언즈를 섬기고,
선주 연맹처럼 아예 직접 에이언즈로부터 명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범우주적인 영향력을 끼치며 일종의 기업국가에 가까운
스타피스 컴퍼니도 아예 모토가 "모든 것은 엠버 로드에게 바치리"일 정도로 에이언즈 클리포트에게 맹목적인 신앙심을 가졌다.
[6]
젤나가 아몬을 섬기는 프로토스 분파.
[7]
원신의 배경인 티바트 대륙은 집정관이라고 불리는 마신들이 각 도시국가를 다스린다.
[8]
제 4장을 기점으로 폰타인은 물의 마신 포칼로스의 처형을 빙자한 자살을 통해 포칼로스의 화신 푸리나는 마신 직에서 퇴임하고 물의 신좌가 파괴됨과 동시에 수룡왕 느비예트가 본직을 되찾으며 제정일치 시대를 마치고 공화정 시대로 들어선다.
[9]
출신 국가인 크렘 공화국은 신정정치를 하고 있지 않지만 휘낭시에맛 쿠키 자신이 정치와 종교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0]
고대 종족 선조를 신으로 섬기는 우주 다종족 연합이다.
[11]
아예 국가원수가 여신인 신정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기관 자체가 교회라고 지칭된다.
[12]
이문대의 설정상 각 진영을 다스리는 최고신들이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13]
원래 지도자이지만 워낙 제멋대로에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 푸른 테스카틀리포카인 공룡왕이 대리통치 중.
[14]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 특성상 신자들끼리 특정한 지역에 모여 살며
교주를 왕처럼 모시는
유사국가 같은 경우도 많다. 한국의
아가동산이나
돌나라가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