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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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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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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
2.1. 평가
3. 이론
3.1. 과잉팽창
4. 분야
4.1. 문화4.2. 정치4.3. 경제4.4. 군사
5. 국가별 대응
5.1. 한국5.2. 싱가포르5.3. 미국
6. 참고자료7.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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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국 쇠퇴론(美國衰退論, American decline)은 미국 1990년대 전성기를 지나서 쇠퇴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온건하게는 미국의 패권 약화로 인한 다극화에서부터, 극단적으로는 미국 붕괴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국 쇠퇴론이 있다.

상대적 쇠퇴론과 절대적 쇠퇴론이 있다. 상대적 쇠퇴론은 전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다른 국가들의 국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평범해지고,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다극체제가 도래한다는 것이고, 절대적 쇠퇴론은 그냥 미국이 소련처럼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2. 역사

미국 쇠퇴론은 베트남 전쟁 시기에 유행했었다. # 린든 B. 존슨 행정부가 위대한 사회 계획으로 인한 복지지출 증액과 베트남 전쟁 전비 조달을 위해 보유한 금 따윈 신경쓰지 않고 마구 달러를 찍어내면서 달러의 금 태환을 폐지하는 닉슨 쇼크가 일어났었다. 이후 헨리 키신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여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하여 달러 기축통화의 위기를 극복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와 걸프전으로 미국의 패권이 오히려 확장되며 미국 쇠퇴론은 잠잠해졌다. 1990년대 당시에는 역사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정점에 달하여 앞으로 평화만 있을 것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담론이 유행했었다.

그런데 이후 2000년대 네오콘에 의한 테러와의 전쟁과,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 미국 쇠퇴론이 다시 부상하였다. 조지 워커 부시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증세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세를 하고는 달러 채권을 찍어내는 빚잔치로 대응했는데, 장기적으로 증가한 유동성이 흘러들어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워싱턴포스트 Here’s why the Iraq War may have helped trigger the financial crisis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오바마의 과제 - 3조 달러의 행방을 출간하였다. 로이터 War hits US economy, stalls recovery -Nobel winner , 한겨레 미국이 ‘무의미한 일’에 쓴 3조달러

연합뉴스 美, 9.11이래 16년간 전쟁비용 이자만 해도 8조달러 부담
막대한 군비 지출은 증대하는 재정 위기의 원인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비용은 점점 늘어났고 미국의 재정 수지는 2000년 4330억 달러의 흑자에서 2004년 3680억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자크 사피르, 제국은 무너졌다, 144p
2000년에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연방정부 전체 지출이 53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존 경비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당시 정권이 벌인 전쟁 때문이다. 국방비는 전체 재정 지출 증가분의 30퍼센트를 차지한 반면, 국민 건강 관리를 위한 비용 증가는 17퍼센트에 달했고, 사회 보장 연금과 소득 보장 비용은 16퍼센트, 의료비는 14퍼센트 증가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는 전쟁warfare보다 복지welfare에 더 많은 돈을 쓴 셈이다. 또 이렇게 지출이 상승할 때 연방정부의 세입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2000년 국내총생산의 21퍼센트를 차지한 연방정부 세입은 2004년에는 16퍼센트 이하로 뚝 떨어졌고, 2001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황이 닥치면서 부족분은 더 커졌다. 여기에 공화당이 주동한 국회의 지지로 세 감세 정책이 잇따라 제정되었다. 향후 10년간 1조 350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필두로 2001년에는 경제성장 및 세제 개혁 조정 법안으로 380억 달러의 세금을 환급해주었다. 계속해서 2002년에는 일자리 창출 및 노동자 지원 법안이 통과되었고, 2003년에는 배당 수익에 대한 이중 과세를 개혁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이 실행되었다. 감세액 전체는 2003년 국민소득의 2퍼센트에 맞먹는 188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1981년 통과된 로널드 레이건의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보다 큰 규모였다. 지출 증가와 세입 감소의 결합은 정부 적자를 엄청나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부시 대통령은 회계연도 2000년에 약 2360만 달러의 흑자를 물려받았으나, 내가 이 책을 집필을 하던 2004년의 예상 적자는 4130만 달러였다. 흑자에서 5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로 선회한 셈이다.
정부 대변인은 때때로 재정 적자와 국채 남발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극제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런 주장은 의심의 여지가 많다. 특히 감세의 주요 수혜자가 부유한 사람들인 것이 문제다.
니얼 퍼거슨, 콜로서스: 아메리카 제국 흥망사, 30~31p
니얼 퍼거슨은 콜로서스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잦은 해외 군사 개입이 주요 원인이라기 보다는, 보건과 연금같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연방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 탓이라고 한다.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미국의 달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에 투입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소모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이 달러를 얼마나 찍어내는지를 주시할 만 하다.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의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은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은 스스로 새로운 베트남 전쟁에 들어서고 있다고 알려줬다. 현실주의자인 엘브리지 콜비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베트남 전쟁에 비유했다.

폴리티코 Russia warns US that Ukraine will be its ‘second Vietnam’
로이터 Putin's spy chief tells U.S: Ukraine will become your Vietnam
전쟁을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돈, 둘째는 돈, 셋째도 돈이다.
잔 자코모 트리불치오(Gian Giacomo Trivulzio)

미국 쇠퇴론에 대한 담론에서, 미국에서 전통적 보수층인 고보수주의 세력과 현실주의 국제관계학 학자들은 미국의 패권에 비관적 태도를 보이며 미국 쇠퇴론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고, 신보수주의 네오콘 신자유주의 리버럴 세력들은 미국의 패권에 낙관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이후로 공화당 내에서 팔레오콘이 네오콘을 누르고 다시 주류 세력을 이루면서 이러한 의견이 더 대중화되고 있다.

2.1. 평가

로마 제국은 말기에 끝없는 대외 전쟁과 재정 적자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화에 불순물을 섞어서 화폐를 찍어내서 통화 가치를 하락시켰고, 인플레이션으로 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시켰다. 그리고 문화적 향락주의와 타락도 특기할 만하다. 이런 점이 현대 미국과 비슷하다고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지적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글. Has America Entered the Fall of Rome?

팻 뷰캐넌은 2001년 <The Death of the West>저술, 2007년 Day of Reckoning: How Hubris, Ideology, and Greed Are Tearing America Apart 저술, 2011년 Suicide of a Superpower: Will America Survive to 2025?를 저술

니얼 퍼거슨 Niall Ferguson on why the end of America’s empire won’t be peaceful 이코노미스트 기고, A World Without Power Foreign Policy 기고

소련 붕괴에도 비교된다. Niall Ferguson: We’re All Soviets Now, You Have No Idea How Soviet We Really Are

미국 쇠퇴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는 것으로, 미국이 자꾸만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목표로 추구했다는 점이다. 돈 키호테의 구절인 "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을 잡자." 와 똑같다.


앨리슨(Graham Allison),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월트(Stephen Walt), 슈웰러(Randall Schweller) 등 자유주의적 패권 기획을 비판해 온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냉전기의 체제 경쟁, 탈냉전기 미국의 우위 등 특수한 역사적 조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형성되고 확장될 수 있었던 예외적인 질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는 역사적 예외가 정상상태로 복귀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제성훈 · 박정호 · 박상남 · 김재관 · 공민석 · 조형진 저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질서의 변화, 33p
미국은 반세기 이상을 '이룰 수 없는 목표'에 허비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단결력 있는 국민도 없고, 외부인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닌데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 국가를 건립하겠다는 목표, 민주주의의 전통도 기반도 없는 이라크 같은 국가들에 민주주의를 심겠다는 목표, 실제로 군대를 보내 보호할 의도도 능력도 없으면서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목표 등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거짓 약속과 실패는 권력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15p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이라크와 아랍을 민주화하겠다는 부시의 초기 계획에 동참했다.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고 역사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야말로 위업을 세울 때라고 선언했었다.
미국인들은 현재 미국의 권력에 대해 두 가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한계 자체를 부정하고 미국이 전지전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한계를 인정하고 미국이 무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46p
일부 지도자 및 지식인들을 위시한 탈냉전 세대는 일부 미국인들 및 내재한 현실과 괴리감을 낳고 있으며, 그들은 대중에게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크게 과장하고 있다. 이는 수많은 우려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제분야에 대한 다수의 대표 사상가들은 이와 같이 상황을 인식하여, 이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했다고 믿는 다수의 미국인과 반대로, 마치 국가에 희망을 심으면 미국은 다시 일극체제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을 다시 수세적 태세로 전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소극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학계에서 잔존한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5P
when you’re the 800-lb gorilla, it’s hard to imagine that there are things you can’t do and its easier to succumb to a sense of hubris. That’s what happened to Bush in Iraq

만약 당신이 800파운드 고릴라라면, 당신이 해낼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고, 오만함에 굴복하기가 쉽습니다. 그것이 이라크에서 부시에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현실주의 학자인 스티븐 월트 교수는 Imbalance of power, 아카이브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The Power Problem: How American Military Dominance Makes Us Less Safe, Less Properous, and Less Free>라는 책을 추천한다.

리콴유는 미국의 강점과 약점을 설명하면서, 미국 쇠퇴론에 동의하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의 문제를 언급한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 된 초기에 무뚝뚝하고 거만하기조차 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은 200년 넘게 제국을 경영하였는데 그 결과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세련되고 능숙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미국은 영국처럼 장기간 세계를 지배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올라선 자리를 지키는 데 아직 성급한 면이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지속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선교정신은 어떤 점에서 이런 성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현명치 못하게 9.11테러 이후에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투입하고 국가를 세우려고 하였는데 아프가니스탄은 9.11테러 이전 30~40년간 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무시한 처사였다. 아프가니스탄은 1973년 모하메드 자히르 샤 국왕을 마지막으로 왕조가 무너진 후 평화 없이 싸움만 계속하는 부족들의 집합체 상태를 유지해 왔다. 어떻게 이들 작은 부족들을 하나로 통일시킬 생각을 하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 9.11의 참상을 고려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파견은 미국의 실수였다.
...
이라크를 민주화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표면화되면서 나는 숨을 멈추었다. 그것은 미국의 오만이었다. (...) 이는 중대한 실책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안에서 세력이 다른 여러 군벌을 하나로 묶고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통치자를 제거하였다. 미국은 후세인을 대신할 강력한 지도자를 준비시켰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새 체제에서 역할을 할 경찰과 바트당을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해체시켜버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점령했을 때, 그들은 군인은 포로로 잡았지만 경찰과 공무원은 놔두었다. 일본군은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는 전력, 수도, 가스 회사의 영국인 지배인들도 내쫓지 않았다. 미국은 사전 준비 없이 이라크에서 정부를 세우려고 했고, 옛날 사람들을 민주화시키려고 했다. 전자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고, 후자는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대외정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은 미국보다 현명하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중국은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상대함으로써, 말려들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만 취한다. 미국의 문제는 상대 국가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 데 있다. 몇 번이고 그게 틀렸다는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세계를 바꾸지도 못했다. 인구 90만 명 정도의 피지 공화국이나 인구 20여 만 명의 바누아투 공화국 정도가 가능할까! 이들 국가는 문명화의 역사가 짧고 뿌리 깊지 않아서 기독교 정신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를 바꿀 수 있을까? 이들 국가는 고유한 고대의 전통을 가진 나라들이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74~77p
미국은 지리, 국가로서 비교적 신생국가라는 점, 부, 상대적인 자급자족 능력, 폐쇄적인 문화, 성공, 권력 때문에 다른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 미국은 아이러니한 나라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지만 이민자들의 고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이민자들과 함께 건너온 모국어는 이민 2세대가 되면 순식간에 버려지고 잊혀진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랍인이 600만 명에 달하는데도 CIA, 외무부, 군 정보국, 방첩기관에는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그 증거다.

러시아와 중국 같은 다른 강대국들은 자국이 특별하고 위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중국 및 다른 국가들은 외국의 문화와 언어를 익히려 노력해왔다. 세계화의 시대에 경제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그리고 피라미드 권력의 시대에 외교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사회에 대한 이해를 막대히 증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미국은 그러한 점에서 한참 뒤쳐져 있는데다, 따라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190p
의회는 서커스를 닮았으며, 미국 외교정책을 다루는 행정 기관의 고위급 회의는 때로 현실에서 벗어나 줄 하나로만 땅에 연결된 연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정치 및 이론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오만함 (미국과 미국인은 마음먹은 건 뭐든 할 수 있다는 대책 없는 자신감) 또한 이러한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다. 권력의 오만함이란 하면 된다는 정신, 국가의 강한 의지, 미국인의 특징, 중력의 법칙마저 거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도전과제를 앞두고 자신감을 가지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대처할 수단도 없는데 성공 가능성이 낮은 도전 과제를 끌어안는 건 오만이다. 그 어떤 관리도 미국이 무언가를, 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려 하지 않는다. 한 군장교가 국방장관과 대통령이 승인한 군사가 이라크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면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이 결여되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라는 워싱턴의 요구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 일을 할 만한 배짱이 없다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383p

1952년 12월 Denis William Brogan은 Harper's Magazine 21~28p 에 "The illusion of American omnipotence"(미국의 전능함이라는 환상) 이라는 유명한 글을 기고했다. 하퍼 아카이브, 인터넷 아카이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들이 과거의 성공과 영광에 도취되어, 지나친 자기 과신과 오만에 빠져서, 자신을 우상화하고 오판을 내려서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 휴브리스 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어원적으로 살펴보자면, 신에게 대적하는 인간의 오만을 의미하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단어이다. 성공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공통점
내가 너희의 세력으로 말미암은 교만을 꺾고 너희의 하늘을 철과 같게 하며 너의 땅을 놋과 같게 하리니

레위기 26장 19절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장 18절
그가 마음이 높아지며 뜻이 완악하여 교만을 행하므로 그의 왕위가 폐한 바 되며 그의 영광을 빼앗기고

다니엘 5 장 20절

2021년 이코노미스트

2024년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후버 연구소에서 전쟁사학자인 Victor Davis Hanson의 인터뷰이다. Victor Davis Hanson의 타운홀 기고 Loose Talk About the End of Everything, Are we the Byzantines?, American Paralysis and Decline

3. 이론

3.1. 과잉팽창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에서 패권안정 이론세력전이 이론이 있다.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는 장주기 이론(Long Cycle)을 주장하였다.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은 쇠퇴하는 패권 국가가 악의적 패권(Malevolent Hegemony)으로 전환되는 경우를 분석하였다. 폴 케네디 교수는 < 강대국의 흥망>에서 제국적 과잉팽창(Imperial overstretch)을 주장하였다. 잭 스나이더(Jack Lewis Snyder)가 <제국의 신화>(Myths of Empire)에서 제국들이 제국주의적으로 과잉팽창(overexpansion)하여, 제국에 위협을 느낀 대항 세력들의 동맹을 형성시키는 자기 포위(self-encirclement)로 인하여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 파멸적 행동을 한다고 분석하였다.
Civilizations die from suicide, not by murder.
문명들은 살해당하기보다는 스스로 파멸한다.
아놀드 토인비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통합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불만감에 의해 통합된 '반패권' 동맹이다. 이것은 그 규모나 영역면에서 과거 중 · 소 진영에 의해 제기되었던 도전을 상기시켜 줄 만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이 주도국이 되고 러시아가 추종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이 아무리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의 서쪽과 동쪽 그리고 남쪽에서 동시적으로 미국이 지정 전략적 기술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80~81p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당시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패권에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반패권적 동맹(antihegemonic coalition)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Brzezinski’s Prophecy, Ferguson’s Law, US ignores Brzezinski’s warning, faces dilemma 실제 역사에 비춰서 평가해보자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의 국력이 혼자 전세계 GDP의 50%를 차지하던 최전성기였으며, 소련과 중국은 2차대전의 폐허에서 재건하던 시기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은 무승부를 기록했었다. 중국과 소련이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시기인 베트남 전쟁에서는 아예 미국이 패배해버리고서, 헨리 키신저가 핑퐁외교로 중·소 결렬을 시도하고, 소련과는 데탕트를 추진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국력의 격차는 과거보다도 더욱 줄어들었다. 또한, 조지 워커 부시가 중동지역의 두 약소국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동시에 치르는 '2개의 전쟁' 동시수행 전략을 실행했다가, 둘 다 수렁에 빠지고 실패했다. 그런데 같은 중동지역에 있는 약소국 2개를 상대로도 수렁에 빠졌었는데, 유럽의 강대국인 러시아, 동아시아의 강대국인 중국, 인도양의 중견국가인 이란과 동시에 3개의 전쟁이 이뤄진다면, 미국은 전력을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3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렇지만 브레진스키와 스티븐 월트는 미국이 어지간히도 패권주의적이고 일방주의적으로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과잉팽창으로 적들을 연합하게 만들지 않는 한, 그 세 나라가 이데올로기나 체제가 서로 상이하고 이해관계도 충돌하므로, 서로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실화되었다. #
미국의 지리적 특성은 러시아, 중국, 인도를 포함한 반미동맹 결성이 왜 용이하지 않은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이 국가들은 기나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으며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고 여전히 서로 상당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면 미국을 포위하는 거대한 반미동맹 세력의 결성을 배제할 수야 없겠지만, 이는 미국이 실수를 거듭하고 매우 무기력하며 무능해야 가능할 것이다.
스티븐 월트, 미국 길들이기(Taming American Power), 55p

니얼 퍼거슨 The Second Cold War Is Escalating Faster Than the First 기고에서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을 인용하면서 적들이 연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미국의 재정정책이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국방비보다 부채 상환 비용이 커진 역사 속의 모든 제국이 쇠퇴하였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주장하였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학자들은, 나토가 동진하여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시도를 미국의 과잉팽창으로 우려했다. 현실주의니까 도덕적이거나 명분론적인 이유는 아니고, 명백히 러시아가 유리한 세력권인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힘으로는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키기 어려운 나라들인데, 나토 동맹에 넣어주면서 과잉팽창했다가 방어에 실패하고 패배해버리면 미국의 안보공약 신뢰성이 폭락하니까 미국에게 손해다.
미국은 그루지아나 우크라이나를 NATO에 포함하는 것에 동의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두 국가 모두 러시아의 침공에 고도로 노출되어 있어 이들에 대한 방어가 수반할 대단한 위험과 비용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동맹에 의미심장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88P

지정학 학자인 'Manlio Graziano'는 United States: the end of an illusion of omnipotence라고 기고하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자존심이나 자아도취 때문인지 자신의 쇠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맺고 있는 광범위한 동맹의 의무가 미국의 방어 능력을 초과한다는 과잉팽창에 관한 내용을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서 인용한다.

냉전에서 봉쇄정책으로 유명한 조지 케넌은 1997년 2월 5일 뉴욕타임즈 사설 기고를 통하여, "NATO를 확장하는 것은, 냉전 이후 미국 정책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A Fateful Error
The overriding issue here is what the Yale historian Paul Kennedy called imperial overstr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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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the Cold War, however, the United States’ military frontier has advanced much further eastward. Regardless of how Russia’s brutal war in Ukraine ends, the United States has committed itself to sustaining a robust military presence on Russia’s doorstep. If alive today, Kennan would note the danger of cornering the Russians to the point where they might lash out. He would also gesture toward the United States’ multiple problems at home and wonder how this exposed presence in Eastern Europe accorded with the long-term foreign and domestic interests of the American people.
Foreign Affairs Kennan’s Warning on Ukraine

2007년 뮌헨 안보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기할 만한 연설을 하였다.
I think it is obvious that NATO expansion does not have any relation with the modernisation of the Alliance itself or with ensuring security in Europe. On the contrary, it represents a serious provocation that reduces the level of mutual trust. And we have the right to ask: against whom is this expansion intended? And what happened to the assurances our western partners made after the dissolution of the Warsaw Pact? Where are those declarations today? No one even remembers them. But I will allow myself to remind this audience what was said. I would like to quote the speech of NATO General Secretary Mr Woerner in Brussels on 17 May 1990. He said at the time that: "the fact that we are ready not to place a NATO army outside of German territory gives the Soviet Union a firm security guarantee". Where are these guarantees?

블라디미르 푸틴
워싱턴 포스트 링크는 연설 1개만 간단히 있다. Putin's Prepared Remarks at 43rd Munich Conference on Security Policy
크렘린 공식 사이트는 연설과 후속 질문 및 답변도 포함되어 있어서 내용이 더 길다. Speech and the Following Discussion at the Munich Conference on Security Policy

4. 분야

군대를 유지하는데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군사력은 경제력에 의하여 뒷받침되며, 경제는 정치에 의하여 통제받고, 정치는 문화에 의하여 형성된다. 사실 문화의 범위 안에 나머지 분야가 전부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다.
권력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미국이 국내와 해외에서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권력의 근간은 미국의 경제적 경쟁력과 정치적 응집력이며, 현 시점에서는 이 두가지 근간 모두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비틀거리는 부분들을 인정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악화를 직시하는 건 회피한다. 그건 너무 우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연방 적자는 2009 회계연도에 1.2조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2008년도에 비해 3배가 증가한 액수이며, 의료와 사회보장 예산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이보다 더 큰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연방 부채는 10조 달러를 넘어서며 벌써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현재 역사상 가장 큰 채무국이다. 유사이래 이렇게 막대한 부채를 지고도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한 나라는 없었다. 미국의 중공업은 외국 경쟁자들에게 완전히 밀려나는 바람에, 이 위험한 시기에 우리의 자립능력이 크게 감소되었다. 미국의 공립학교 학생들은 다른 산업국가의 학생들에 비해 수학과 과학 능력이 뒤쳐진다. 이런 실력으로는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할 수 없다. 충격적이게도 미국 현 세대의 읽기 능력은 초등학생 수준이며,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지리는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미국 아이들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성장할 만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은 이러한 쇠퇴에 자극을 받아 당파적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지도, 혹은 점수따기보다 문제해결을 우선시하지도 않는다. 공화당원들은 권력을 잡든, 잡지 않든 미친개처럼 날뛰며 사실을 쓰레기 취급한다. 민주당원들은 결단력과 명확한 비전, 강경한 통솔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국내정치의 교착상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레슬리 겔브(Leslie H. Gelb), 권력의 탄생(Power Rules), 376~377p

리콴유는 2013년에 원서가 발간된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 미국이 문제가 있지만 아직은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한다. 비록 미국이 2013년 시점에 테러와의 전쟁에서 수렁에 빠졌고,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지만, 미국은 이전에 대공황이나 베트남 전쟁과 같은 더욱 심각한 위기들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다면서, 자신은 미국 쇠퇴론에 동의하지 않고, 미국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쇠퇴에 대한 격렬한 논의가 미국에서 있다는 것이 바로 미국이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수는 있다고 리콴유는 말한다. 절대적 쇠퇴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상대적 쇠퇴론에는 열려있다. 리콴유는 미국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미국의 골칫거리에 대한 내용이다.
미국의 골칫거리

유로존의 일부 국가에 빅하면 덜 심각해보이지만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첫째, 국가채무와 재정적자의 문제이다. 미국은 달러가 세계 준비통화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낮다는 이점이 있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재정운용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정부지출이 잘못된 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하고 있을 여유가 별로 없다. 현재의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30년 이내에 벌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량지출을 축소해야 하는 압박을 크게 받게 된다. 미국 지도자들이 이런 문제에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2011년에 채무상한과 적자축소에 대한 정치적 교착상태는 미국 재정을 예의주시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이고 혹독한 처방이 필요함에도 대통령과 의회 간에 합의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아무런 진전이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래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에 대한 대비보다 당장의 다음 선거에만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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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필요한 만큼의 정치적 관심을 끌진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교육이다. 매년 수천 명의 학생이 세계 최고인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몰려든다. (...) 하지만 미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 학자, 전문가, 비즈니스맨만을 배출할 것이 아니라, 저학력 계층을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들 중간층의 인재들이 바로 모든 경제에 있어 절대 다수의 노동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에서 엘리트 학생을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초중고등학교에서 문자해독 능력이 없거나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대량으로 배출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미국이 교양과 기술 교육을 무시함으로써 실패할 위험이 있는 곳이 바로 이들 그룹이다. 일부 공립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재정위기 때문에 지원이 더 삭감되었고 이후 회복되지 못한 상태이다. 빠듯한 재정 때문에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일부의 얘기도 있다. 교육예산 삭감의 부작용은 이번 대통령 임기나 다음 임기 중에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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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다른 골칫거리들로는 미국 전역의 노후화된 인프라, 계층 양극화의 심화, 인종 차별의 지속 등이 있다. 또한 선거의 돈 의존도가 너무 커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남녀가 선출직에 도전하기 어려운 선거방식도 문제이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70~72p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012년 저서 <전략적 비전>에서 미국의 주요 문제 6가지를 지적한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야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을 자신의 희망으로 여기지만, 세계인들은 미국이 중대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을 잘 알게 됐다. 어마어마한 국가 부채, 점점 심해지는 사회 불평등, 물질숭배 문화, 탐욕스러운 투기가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 양극화(polarization)된 정치 시스템이 미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이다.

미국의 현실 바로보기

미국이 국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가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결정하며, 그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앞날이 어떨지를 평가하려면, 먼저 국가 차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하여 필요할 경우 국내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 무대에서 현재 미국이 가진 장점뿐만 아니라 약점도 냉철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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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협이 커지는 미국의 주요 문제는 6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미국의 국가 부채다. 계속 불어나는 부채를 그냥 두면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2010년 8월 보고서 <예산과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공공 부채는 GDP 대비 약 60%다. 높은 비율이긴 하지만 세계 최악의 대열에는 들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임박해오면서 발생할 구조적인 예산 적자는 장기간에 걸쳐 중대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를 추정해 본 브루킹스 연구소의 2010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현재 예산을 적용할 때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25년이 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최고치였던 GDP 대비 108.6%를 넘어설 것이다. 이런 지출 추세를 감당하려면 상당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현재로서는 세금을 올릴 의지가 없는 듯하다. 따라서 늘어나는 국가 부채 때문에 중국 같은 주요 채권국의 책략에 미국이 더 취약해진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의 지위가 위협받고, 세계의 걸출한 경제 모델로서 미국의 역할이 손상되면서 G20, 세계은행, IMF 같은 기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아울러 국내 상황을 개선하는 미국의 능력이 제한을 받고,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전쟁을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능력도 크게 약화될지 모른다.

공공정책 전문가 R. C. 알트먼(Altman)과 R. N. 하스(Haass)는 2010년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 미국의 방탕과 미국의 파워 American Profligacy and American Power'라는 글에서 미국의 암울한 전망을 이렇게 요약했다. "2020년 이후의 재정 전망은 완전히 절망적이다. ⋯⋯ 미국은 역사상 분기점으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다. 재정을 현명하게 재정비하면 세계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건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세입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개혁을 계속 미룬다면 고대 로마 제국이나 20세기의 대영제국처럼 재정이 파탄 난 강대국들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둘째는 결함 많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큰 골칫거리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위험하고 규모를 부풀리는 행위 때문에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 국내에서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해외에서 미국의 매력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 및 폐지와 관련한 의회의 무책임한 행동, 주택담보의 부실 대출,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투기꾼들이 주도한 미국 투자은행과 거래소의 도를 넘는 무모함은 2008년의 금융위기와 그에 이은 경기 침체를 촉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안겼다.

설상가상으로 은행과 헤지펀드 전문 투기꾼들은 경제 혁신이나 일자리 창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겼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미국 내 금융 시스템의 최상위 집단들이 개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내 일반인들과도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2009년 실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직전까지 금융 부문 종사자들의 임금과 나머지 민간 부문 종사자들의 임금 비율은 1.7:1이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규제를 통해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며, 경제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

셋째, 소득격차 심화와 신분상승 가능성의 축소는 장기간에 걸쳐 사회 합의와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협한다. 사회 합의와 민주주의는 미국의 효과적인 대외정책에 반드시 필요하기에 이는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1980년 이래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졌다. 1980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가계의 상위 5%와 하위 40%가 국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16.5%와 14.4%였다. 2008년에 이르자 그 비율은 각각 21.5%와 1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가계의 연간 소득이 아닌 소유한 부를 따졌을 때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의 국가 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가정의 상위 1%가 33.8%, 하위 50%가 고작 2.5%였다.

미국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모두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의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한 사회라는 뜻이다. 그런 소득 불평등도 아메리칸 드림의 기본 개념인 신분상승의 기회가 많아졌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지난 몇 십 년간 미국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경제대국 중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요 개도국 중에서는 브라질만이 미국보다 높은 소득격차를 보였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의 세대간 소득 이동성을 비교한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적 계층 이동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상위로의 소득 이동성 비율이 일부 유럽 국가들보다 뒤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미국의 문제 많은 공교육 제도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초증등 교육에서 학생 1명당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인데도, 선진국 중 학업 성취도가 가장 뒤처진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미국 시스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인적 자본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네번째 골칫거리는 국가 기반시설의 노후 현상이다. 중국은 새 공항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느라 바쁘다. 유럽과 일본, 중국은 첨단 고속철도를 자랑한다. 반면 미국의 공항, 고속도로, 철도는 20세기 그대로다. 중국의 고속철도만 해도 총연장 구간이 거의 5,000km에 이르지만 미국은 전무한 실정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공항은 워싱턴과 뉴욕의 공항보다 효율성이나 미적 감각에서 수십 년이 앞선다. 미국의 공항들은 부끄럽게도 갈수록 제 3세계의 분위기를 띤다. 이처럼 21세기에 적합한 기반시설 혁신에서 (지금도 지방에는 전근대적 사회 양식이 적지 않은) 중국이 미국보다 앞섰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미국 토목학회(ASCE)는 2009년 미국의 전반적인 기반시설 성적을 최저점인 D로 매겼다. 세부적으로는 항공 부문 D, 철도 부문 C-, 도로 부문 D-, 에너지 부문 D+로 평가했다. 미국의 도시 재개발도 무척 더디다. 수도 워싱턴 D.C.를 포함해 수많은 도시에서 빈민가와 낙후된 공공주택이 너무도 많다. 이는 정부가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 시에서 워싱턴 D.C.까지 느리고 진동이 심한 '고속열차' 아셀라(Acela)를 타보면 차창 밖으로 미국의 낙후한 기반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20세기에 미국의 특징이었던 사회 혁신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탄탄한 국가 기반시설은 경제 효율성과 경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며, 동시에 국가 전반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역사에서 보면 앞서가는 국가의 시스템이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국가 기반시설의 상태와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의 도로와 수로, 영국의 철도망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기반시설 상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경제를 갖춘 국가라기보다 쇠퇴하는 국가의 모습이다. 미국의 기반시설이 계속 녹슬면 경제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흥 강대국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시스템 경쟁이 더욱 가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낙후된 기반시설은 미국의 침체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미국의 다섯 번째 문제는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매우 무지한 대중들이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인 세계 지리와 시사 문제는 물론, 심지어 세계사에서 발생했던 중요한 사건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이런 달갑지 않은 현실은 부분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공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200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프랑스, 일본, 멕시코, 스웨덴의 18~24세 사람들 중 세계 지도에서 미국을 찾을 수 있는 비율이 미국인들보다 높았다. 미국의 젊은 성인을 상대로 한 2006년 조사에서 63%는 중동 지도에서 이라크를 찾지 못했다. 이란을 못 찾은 비율은 75%, 아프가니스탄을 못 찾은 비율은 88%나 됐다. 미국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전쟁을 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최근 역사 지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4학년생 중 절반 이상이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NATO가 창설됐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성인의 30% 이상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싸운 두 나라의 이름을 대지 못했다. 미국인들의 지식 수준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뒤쳐져 있다. 200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사와 지리에 대한 지식 수준을 비교했다. 미국은 개도국인 이웃나라 멕시코를 겨우 누르고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무지한 현실은 미국 언론들이 국제문제를 잘 보도하지 않아서 대중들이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없어 더 악화된다. 5대 주요 신문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언론과 TV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나 대재난을 제외하고는 국제 뉴스를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뉴스라고 하면 사소한 소식이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다. 많은 대중들이 무지한 상황이 누적되면, 대중은 선동가들이 부추기는 두려움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특히 테러가 발생할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런 두려움은 자멸적인 대외정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높인다. 대중이 무지한 데다 이익단체의 로비까지 겹치면, 탈냉전 시대의 복잡한 국제 현실을 무시하고 극단주의자들의 단순한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는 정치 환경이 될 것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여섯 번째 문제는 다섯 번째와 관련이 있는데, 정치 시스템이 갈수록 정체되고 당쟁도 심해지는 현상이다. 정치권의 타협이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는 미디어(특히 TV, 라디오 토크쇼, 정치 의견을 담은 블로그)가 갈수록 당파성을 띠고 독설이 난무하는 것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비교적 지식이 적은 대중은 흑백 논리의 선동에 쉽게 현혹된다. 그 결과 정치가 마비되면서 재정적자 감축 같은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미국은 긴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력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더구나 선거자금 기부에 크게 기대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돈은 많지만 편협한 국내외 로비단체에 쉽게 흔들린다. 이런 단체들은 미국의 국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정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다.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크고 깊은 뿌리를 가진 정치 양극화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미국은 좌익과 우익 사이의 장기적인 정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여섯 가지 상황은 미국의 쇠퇴가 필연적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에게 유리한 근거가 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략적 비전, 62~70p

4.1. 문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 1장에서 로마 제국의 붕괴의 원인으로 제국적 오만의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문화적 향락주의(cultural hedonism)가 만연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제국 체제를 사회적 희생 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되었는데, 시민들이 더 이상 그러한 희생을 감수하려 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책 후반부에서 미국의 주류 문화가 점차 개인적 물신성과 사회 도피적 주제에 지배되어 온 대중적 오락에 빠져들고 있는데, 사회적 물신주의와 소비에 우선 순위를 두는 문화의 결과로 물질적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져만 가고, 마약의 확산과 종교에 기반한 중심 가치가 극적으로 쇠퇴하는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이것은 로마 제국같은 제국 체제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현상과 놀랍게도 유사하다고 평가하였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모리스 버만'은 <미국 문화의 몰락> 저술하여, 미국이 로마 제국 말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2006년<Dark Ages America>출간, 2015년 국내에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가 출간되었다.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는 문화사에 관심 많으면 읽을 만 한데, 미국 쇠퇴론을 학술적으로 논증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미국 문화에 대한 저자의 한탄에 가깝다.
지금 미국은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저술한 <서구의 몰락(The Decline of the West)>에서 밝힌 것처럼 새로운 유형의 문화 쇠퇴가 연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슈펭글러는 모든 문명은 쇠퇴기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는 문명이 경직되면서 고전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그 문명의 중심축을 이루던 이데아는 핵심적인 정신으로서의 내용물들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집트 문명, 비잔틴 문명, 중국의 황하 문명이 그랬다. 미국이 이러한 단계에 접어든 현상을 두고 정치학자인 벤저민 바베르는 기업들이 소비와 상업주의를 주도하는 맥월드라고 명명했는데 나이키나 펩시 등의 광고를 보면 맥월드가 가공할 만한 활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얼핏 보면 에너지와 활력이 넘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활력이 상품의 구매와 소유 이상의 가치는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적 쇠퇴다. 로버트 카플란은 미국이 겉으로는 민주주의라는 화려한 장식을 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몇몇 기업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과두정치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리스 버만, 미국 문화의 몰락, 8~9p
정리하자면 문명이 몰락할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인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 사회경제적 문제를 사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비용투자에 따른 한계이익의 감소
* 비판적 사고, 전체적인 지적 의식 수준 등의 급격한 저하와 문맹률의 확산
* 정신적인 죽음, 다시 말하자면 슈펭글러의 고전주의를 말한다. 문화의 실질적인 내용이 사라지는 대신 이것이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거나 재가공하여 내놓는 것을 의미

그런데 이 네 가지 조건들은 21세기 미국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1970년대 이후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미국 내에서도 사회보장제도가 위협을 받고 있고 10만 명에 565명 꼴로 감옥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제대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백 만에 달하고 있고 거리의 간판이나 표지판에는 쉬운 단어조차도 철자가 틀리게 적혀있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대중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해야 쇼핑몰 정도가 고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년기를 고독하게 보내고 있고 텔리비전을 보며 소일하거나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생생하고도 일상적인 현실 그 자체이다.
모리스 버만, 미국 문화의 몰락, 21~22p
둔재 생산국 미국

문명 몰락을 나타내는 세번째 문제인 의식 수준의 몰락은 암울한 현실이다. 다음에 열거하는 자료들은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분명코 이 자료들은 사실이다.

* 지도를 볼 줄 모르는 미국인들
미국의 성인 가운데 42%가 세계지도에서 일본이 어디 있는지 찾을 줄 모른다. 심지어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설문 조사 결과 15%의 성인이 미국이 세계지도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 대통령 이름이 뭐죠?
1996년 10월에 있었던 설문 조사에서 대통령으로 출마한 공화당 후보나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유권자가 10명 가운데 1명 꼴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전에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의 정신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통령이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을 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지금의 현실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 X파일에 심취한 미국인들
<타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70% 정도가 천사의 존재를 믿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50% 정도가 UFO와 우주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1997년 8월 CNN에서 보도한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 정부가 UFO와 우주인에 대해 사실을 은폐 조작하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71%나 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 가운데 30% 이상이 죽은 사람과 영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믿는다.

* 미국이 독일과 싸운 적이 있었나?
1995년에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40%(인구로 환산하면 7천만 명을 웃돌 것이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이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1996년에 시행된 로퍼 조사에 따르면 대학 4학년생 가운데 84%가 한국전쟁 초기 당시에 미국 대통령(해리 트루먼)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또한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58%가 신문에 실린 사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교육부에서 1995년에 2만 2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0%가 냉전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60%는 미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 3의 제곱도 모르는 엘리트들
1999년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제이 리노가 대학교 졸업식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는 대학교 이름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단지 시청자들에게 인터뷰를 실시한 대상 가운데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만 말했다. 인터뷰 대상자 중에는 남자, 여자, 유색인들 모두가 포함되었다. 리노는 다음과 같이 8개의 질문을 던졌다.
문1 미국 성조기를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 답변 중에는 수잔 안소니(1820년 태생)이라는 것과, '배시 포드'라는 것도 있었다.

문2 미합중국을 형성하게 된 미국 동부 13주는 미국 독립전쟁을 치르고 나서 어느 나라로부터 독립을 했는가?
- 한 학생은 '미국 동부 해안'이라고 답변했다.

문3 링컨 대통령이 행한 게티즈버그 연설은 무엇인가?
- 한 학생은 '게티에 대한 연설'이라고 답변했고, 또 한 학생은 '정확한 주소를 모르겠는데요' 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문4 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 답변 중에는 토머스 제퍼슨(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을 기초한 인물)이라는 것도 있었다.

문5 숫자 3의 제곱은 무엇인가?
- 한 학생은 27이라고 답했고 또 한 학생은 6이라고 답했다.

문6 물이 끓는 온도는 몇 도인가?
- 학생 중에는 섭씨 46도라고 답변한 사람도 있었다.

문7 지구가 자신의 축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 리노가 받은 두 가지 답변은 광년(이것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과 24개의 축이라는 엉뚱한 답변이었다.

문8 지구에는 달이 몇 개 있는가?
- 질문을 받은 학생은 2,3년 전에 천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고 A학점을 받았었지만 정답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인터뷰를 한 학생 가운데 단 한 명도 위에 적은 질문 중에서 정답을 제대로 맞춘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개탄할 상황을 정리하면서 리노가 한다는 말이 걸작이었다. "이런데도 중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비밀 정보를 훔쳐가고 있다고요?"

* 5분의 1과 2분의 1 중 무엇이 더 크죠?
십대의 41%만이 정부의 3권 분립 중 3권이 무엇인지 정답을 말했던 반면, 59%나 되는 청소년들이 <얼간이 삼총사(The Three Stooges)>(1930년대부터 1950년대 말까지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던 코미디의 이름)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모두 맞췄다고 한다. 2%만이 법무장관의 이름을 댈 수 있었고 26%는 부통령 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결과가 나왔다. 1990년대 초반에 미국 교육발전 평가국에서 발표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열일곱 살 된 학생들 가운데 50%나 되는 인원이 100분의 9가 퍼센터 단위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랐고,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난 시기가 몇 세기 초반인지, 후반인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50%에 이른다고 밝혔다. 열일곱 살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4% 정도만이 버스 일정표를 읽을 수 있었고 분수 여섯 개를 제시하고 크기 순서대로 정렬하라고 했을 때 제대로 하는 학생이 12%에 불과했다고 한다.

*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하루에 한 번 돈다
미국 성인들 가운데 극히 기초적인 과학 상식조차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1995년 10월에 국립과학재단에 제출된 보고서에 의하면 이들 성인 중 56%가 전자가 원자보다 더 크다고 답변했고 65%나 되는 사람들이 초기 인류가 공룡이 서식했던 같은 시대(연대로 볼 때 6천만 년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에 살았다고 답변했다. 53%의 사람들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하루 또는 한 달에 한 번 돌고 있다고 답변했다.(다시 말하면 47%만이 정답이 1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91%나 되는 사람들이 분자가 무엇인지 답변을 하지 못했다. 노던일리노이 대학에서 2천 명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전화 설문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응답자 중 21%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7%는 무엇이 무엇의 주위를 돌고 있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 글을 왜 읽죠?
UN에 소속된 158개국 가운데 미국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지적 능력으로 볼 때 49위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성인 가운데 약 60% 정도가 전혀 책을 읽지 않고 있고 6%만이 1년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 경우 책이라 함은 로맨스 소설이나 처세술 책을 포함해서 말한 것이다. 1억 2천만 명 정도의 성인들이 글을 읽지 못하거나 겨우 초등학교 5학년 수준 정도의 읽기 실력을 지녔다. 책을 읽는다고 한 사람들 가운데 연령이 21세에서 35세까지인 경우를 보면 1965년에는 67%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간신문을 정기적으로 읽는데 반해 1998년에는 31%만이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 이념이 '교육은 시시껄렁한 거야'인 대학
1997년에 미주리 주의 검찰 총장이 속임수를 써서 어느 국제학력인정기관에 <이스턴 미주리 경영대학>이라는 교육 기관을 설립하여 경영학은 물론, 해양생물학과 유전공학 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할 방침이니 박사학위 수여 권한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교수진에 포함된 인물 중에는 <얼간이 삼총사> 코미디 주인공 이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대학의 문장에 들어갈 라틴어 원문은 굳이 해석하자면 '교육은 시시껄렁한 거야'라는 내용을 표어로 집어넣었다. 과연 어떤 반응을 얻었을까? 놀랍게도 대학 설립이 정식으로 승인되었다.

* 우민화를 앞당기는 교사들
1998년에 매사추세츠 주의 교육위원회에서 교사 자격 평가를 위한 읽기 능력 시험을 실시한 적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학력 인정 학위 수준으로 난이도를 맞추었다. 그런데 이 시험을 치른 1천 8백 명의 교사 후보생들 중 59%가 불합격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교육위원회의 임시 위원장이었던 프랑크 헤이두 3세라는 사람이 합격에 필요한 점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결국 이 결정을 다시 철회했는데 이로 인해 위원장이 사임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교육의 미래를 짊어진 예비 교사들 가운데 59%라는 엄청난 인원이 고등학교 수준의 철자법이나 구두점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교육계 고위공무원이 이것이 교사들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 하등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는 사실은 미국이 종말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좋은 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읽지도 못하면서 편지 배달을 하는 우체부
1989년 3월 31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에서 입사 지원자 가운데 10%만 제외하고는 우체국 직원이 갖추어야 할 최소 읽기 능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나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가 미국 문화 속에서 놀랄 만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런 이야기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가볍게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마치 미국 전체가 둔재들을 양산하는 거대한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CNN 같은 유명 방송에서도 흔히 쓰이는 단어들의 철자가 심심치 않게 틀리며 슈퍼마켓에서 상품 레이블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만약 부의 재분배가 미국 사회의 지진과도 같은 대변혁을 반영한다고 한다면 이와 비슷한 커다란 변화가 미국인의 태도와 지적 능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방송이 1995년 영화배우 피터 코요테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인터뷰에서 피터 코요테는 태연하게 '지성에 대한 깊은 적대감'이 이미 문화에 만연되어 있음을 언급했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무지를 치부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찬양하기에 이르러 이것이 미국 사회의 특징이 되어버렸는데 그 유명한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영화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포레스트 검프는 심성이 착하지만 바보인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만약 지금 미국 중서부의 한 대학에서 소설을 지금까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대학생이 있다면 머지않아 "소설이란 게 뭔가요?"라고 질문할 학생들이 나타나지 않겠는가?(사실 미국인 중 수백만 명이 이미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 만약 학생들이 브라우닝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머지않아 셰익스피어가 누구인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할 날이 오지 않겠는가? 뉴욕타임스라든지 워싱턴포스트의 경우도 구독 부수가 부족해서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중세 영어를 현대 미국인이 못 알아듣는 것처럼 영어 자체가 미국인에게 난해한 언어가 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우민화 : 미국 문화의 초토화에 대한 에세이(Dumbling Down: Essays on the Strip-Mining of American Culture)>에서 저자인 존 사이먼은 모든 지식 세계가 불과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우리의 목전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건이나 인물을 인용한다거나 외국어로 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게 되었고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나 문학과 관련된 인물에 대해 언급할 수도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조심해서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나마 이해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루이스 라팜은 진정으로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이란 마르크스나 다윈, 디킨스 등의 인물의 글, 다시 말하면 최소한의 표준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책들과 친숙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볼 때 글을 읽고 쓰는 성인들의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모리스 버만, 미국 문화의 몰락, 40~49p
또한 포스트모더니즘과 디컨스트럭션의 현성이 미국의 우민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것이 추구하는 개념은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하나의 가치는 또 하나의 다른 가치와 동일한 수준에서 유효하며 지식과 의견 사이에는 차이가 없고 어떤 글이나 사상이든지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을 표현하는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컴퓨터 테크놀로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와 부합하면서 우주 만물에는 가치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런 사상적 접근은 앞서 언급한 진정한 사회적, 경제적 제반 문제점들로부터 숨을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이기도 하다. 세련되고 근사한 급진적 지성인 것처럼 위장한 절망의 철학인 포스트모더니즘은 사실상 문명의 몰락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표현한 이데올로기판 몰락이다. 문화비평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전세계가 거대한 쇼핑몰로 바뀌게 된, '문화적 측면에서 본 후기자본주의의 논리적 귀결'이라고까지 말했다.
모리스 버만, 미국 문화의 몰락, 59~60p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리에 대한 부정을 초래했음은 물론이요, 진리에 대한 이상조차도 부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이란 것은 이제 '맹목적인 숭배물'이라고 평가되고 있고 모든 방법론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하되고 있는 데다가,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문화의 가장 숭고한 형태마저도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여기에서는 수잔 맥클레이가 그 예가 되겠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에 대해 '여성을 강간하는 남성이 쾌락적인 욕망의 발산을 못다 이루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살기를 드러낸 분노로 가득 찬 작품'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디컨스트럭션이 얼마나 철저하게 병들어 있는가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지성의 몰락이 아니라, 도덕의 몰락이기도 하다.
그러나 커난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산은 난해하고 복잡할 것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어느 정도 한계가 노출되었지만 디컨스트럭션주의자들의 주장에도 이치에 맞는 부분이 약간이나마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글들을 보면 정말로 하나 이상의 해석이 가능한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여성이나 소수민족 등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문학비평에서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술이나 지적인 성과물들이 정치적인 맥락에서 등장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생활 주위에 있는 많은 것들이 사회적인 맥락에서 형성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입장을 극단적으로 적용하여 진리 추구를 포기하거나 또는 진리의 존재마저도 부정하거나 역사적 실재와 지적인 전통을 부인하면서 모든 것은 내재적인 의미나 지시 대상물이 없는 '텍스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이런 입장은 허무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커난은 한평생 진리 추구라는 목표가 '실무지향주의와 정치 행위로서의 강의와 출판'으로 바뀌는 것을 보아왔는데 적어도 교수들이 대학 내에서 임용되는 인사 행정을 보면 이런 경향은 분명하다. '일단 문화를 혐오하는 태도가 문화 자체로 발전하게 되면 정신의 생명력은 모든 의미를 잃게 된다'고 프랑스 철학자인 알랭 핑키엘크로는 논평한다. 또한 알렉시 드 토크빌이 표현한 것처럼 '과거가 더 이상 미래를 비추지 못하게 되면 정신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모리스 버만, 미국 문화의 몰락, 62~63p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2011년 국내출간된 <미국의 굴욕>에서 미국이 5가지 환상에 빠져있다면서, 저급한 대중문화와 문맹, 포르노 산업, 실패한 공교육, 긍정심리학이라는 허구적 행복, 빚잔치로 운영되는 방만한 국가 경제를 문제로 지목하였다. 2019년 국내출간된 <미국의 미래>에서 미국이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라고 말한다.

National Review 기고 U.S. Marriage Rate Has Declined 60 Percent Since 1970, Study Shows, American Students Fail in Civics and History Testing, Declining Birth Rates Threaten the American Dream, The Sad Decline of American Higher Education, A Better Poll on the Decline of American Patriotism

Townhall 기고 5 Reasons America Is In Decline 문화적 쇠퇴, 20 Signs America is in Decline

The American Conservative 기고 Christianity’s American Decline, American Values, Our LGBT Empire

차이나 아카데미 How did American Culture Collapse?

백악관 2023년 5월 17일 LGBT 연설 Statement from President Joe Biden on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

미국 국무부 The Human Rights of LGBTQI+ Persons are Integral to U.S. Foreign Policy

Foreign Policy 기고 Protecting LGBTQI+ Rights Is Good Foreign Policy

퀴어축제 참석 美대사 "인권 위해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 주한 미 대사관은 한국의 퀴어퍼레이드를 지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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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남동생 '알몸 셀카' 게이 사이트에 등록…적나라한 모습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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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라'라고도 하는 바벨론의 여신 이슈타르의 숭배의식은 신전 창녀와의 매춘이나 음란 행위였는데, 이것이 로마의 자유의 여신 리베르타스에 영향을 줬으며, 이것을 모델로 하여 자유의 여신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유의 여신상의 왕관에는 7개의 뿔이 달려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미국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향락과 방탕을 추구하는 바빌론의 음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Is There An Ancient Secret Connection Between The Statue Of Liberty And The Anunnaki Goddess Inanna?,
힘찬 음성으로 외쳐 이르되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귀신의 처소와 각종 더러운 영이 모이는 곳과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도다

그 음행의 진노의 포도주로 말미암아 만국이 무너졌으며 또 땅의 왕들이 그와 더불어 음행하였으며 땅의 상인들도 그 사치의 세력으로 치부하였도다 하더라

또 내가 들으니 하늘로부터 다른 음성이 나서 이르되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요한계시록 18장 2~4절

4.2. 정치

정치적으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여론은 양극화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는 트럼프 지지 세력의 국회의사당 점거로 드러났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2021년에 이코노미스트에서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극심한 분열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Francis Fukuyama on the end of American hegemony, 아카이브 후쿠야마는 2006년에 국내에 <기로에 선 미국>을 출간하였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대외정책: ‘중도의 몰락(Dead Center)’ 논쟁의 이해
나라를 새롭게 분열시킨 다섯 번째 원인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였다. 둘다 부지불식간에 계층 인식과 문화적 갈등을 왜곡하고 증폭시켰다. 1990년 이전에, 멤피스에서 주먹다짐 끝에 편협한 백인이 흑인을 쏘거나 시카고에서 십대 흑인이 가게 손님을 두들겨 패거나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한 좌익 교수가 총장을 비방하면, 2억 5000만 명 인구의 큰 나라이지만 지역 뉴스에서나 단신으로 다루었다. 이제는 그런 이례적인 사건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마치 그 사건이 나라 전체의 정신 건강에 내려진 진단인 듯 호들갑을 떤다. 이런 사건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지면 뒤이어 뉴스를 퍼 나르는 이들이 분노에 찬 댓글을 달면서 증오의 불에 기름을 끼얹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병적인 수준에 도달한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사가 인터넷에서 기사 하나를 읽고 자극을 받으면 생각도 해보지 않고 충동적으로 기사를 트윗한다. 군중을 제치고 선수 치거나 자신이 분노한 독보적인 존재임을 과시하려고 말이다. 뒤이어 너도나도 격분해 비난을 쏟아내면 이에 대한 반박으로 맞대응하는 이들이 독설을 쏟아내며 설전이 격화된다.

지역에서 발생한 아주 사소한 사건이 조회 수가 치솟아 수백만 회에 달하면, 전국으로 방송되는 유선방송 채널이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마치 지구가 실존적 위기에 처하고 거창한 이념이 증명되기라도 한 듯이 호들갑을 떤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주 단위나 하루 단위로 되풀이되는 게 아니라 시간마다 되풀이되면서 문화적, 정치적 진영을 초월해 수백만, 수천만 명을 분노한 상태에 머무르게 만든다.

그러다가 수 시간 내에 그 사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흥분이 가라앉으면 곧 한층 더 분노를 일으키는 새로운 사건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러한 묻지마 분노 사건 하나하나는 따로 놓고 보면 별일 아닌 듯 보이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좌 대 우, 우 대 좌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확인된다. 일생을 바친 직업과 평생 쌓은 업적이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이는 곧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악한 면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관문이 된다.
빅터 데이비스 핸슨, 미국은 왜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는가(The Case for Trump), 58~59p

The American Conservative 기고 Are Americans Headed Toward a Civil War?

Politico 기사 Canada’s Big Worry: A US Civil War

콜린 우다드(Colin Woodard)는 < 분열하는 제국>(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을 저술하여서,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하나로 융합되지 않았고 여러 정체성이 있다고 하며, 미국의 문화전쟁과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사이의 대립도 언급한다.

Liberal Fascism: The Secret History of the American Left, From Mussolini to the Politics of Meaning

Liberal Bolshevism: America Did Not Defeat Communism, She Adopted It
If Fascism Ever Comes to America, It Will Come in the Name of Liberalism

만약 미국에 파시즘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리버럴'이라는 이름으로 올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
The most insidious effect of our addiction to right-wing misanthropy has been the erosion of our more generous instincts. At least for me. I’ve come to regard all conservatives as extremists, a mob of useful idiots plied by profiteers, rather than a diverse spectrum of citizens, many of whom share my values, anxieties and goals. When I hear the crowd at a Republican presidential debate cheer for capital punishment, I write them off as sadists, rather than accepting them as citizens seeking a means of keeping themselves safe. Slagging conservatism has become my one acceptable form of bigotry.
...
My personal goal is simple: to go cold turkey on conservative wing nuts and instead take up the hard work of genuine political action. It’s time for all of us — liberal, conservative and otherwise — to define ourselves as Americans not by who we hate but by what we can do to strengthen our communities and country.
뉴욕타임즈 Liberals Are Ruining America. I Know Because I Am One.


4.3. 경제

트리핀 딜레마 등의 여러 요인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 채권 보유국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므로, 미국 채권 보유를 줄이려고 한다. 미국 채권이 안 팔리면, 미국 국채 금리 채권 수익률을 더 높여주어야 하고, 재정 적자는 더욱 가속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엄밀히 말해서 극복된게 아니라, 당시 고도성장하던 중국 경제에 의존해서 문제를 일시적으로 덮어놓은 것에 가까우며[1] 근본적인 경제 체질의 개혁이 미뤄졌다. 당시 서구 선진국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이자율을 낮춰서, 사람들이 새로 빚내서 기존의 빚을 갚아서 파산을 모면할수 있도록 돕거나, 정부가 부채를 떠안는 식의 정책만 하고는, 계속 빚내기와 돈 찍어내기만 하면서 부채 의존형 경제성장을 하였는데, 모든 부담을 미래에 떠넘기는 짓이라서, 빚 갚을 생각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 제기될 정도이다. 과도한 국방비 지출과, 의료보장 및 연금보험 보조금 지급액, 정부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에 정부의 재정이 모두 소비되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는 등의 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부채 부담을 줄이려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혹은 빚 최대한 빌리고 채무 불이행 선언하는 고의적인 파산으로 전세계에 경제적 핵폭탄을 날릴 수도 있다.

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미국 예산정책 우선순위 연구소

U.S. National Debt Clock : Real Time

내년 미 부채 이자 GDP 대비 3.1% 전망…"2차대전 수준 넘을 듯"

'빚의 늪' 빠진 美…1분당 국채이자 27억원

2024년 NYT Why Are We Gambling With America’s Future?에서 미국이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와 금리로, 국채 이자를 빚 내서 빚 갚느라고, 빚을 더 만드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U.S. Debt on Pace to Top $56 Trillion Over Next 10 Years

2024년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부채 증가에 대하여 경고했다. Jamie Dimon is worried about how much the US is borrowing. Here’s why

베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달러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 저술했다. 국내 번역본은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꾸었는데, 원서 제목은 '과도한 특권'이다. 달러의 역사를 살펴보고, 달러에 문제가 많지만 다른 나라의 화폐들도 문제가 있고, 금이나 실물자산도 한계가 있어서 달러에 대한 대안이 영 마땅치 않다고 한다. 세계가 다극화되면서 국제통화도 복수의 국제통화가 사용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레이 달리오 <변화하는 세계 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 에서 역사적인 제국들과 기축통화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미국과 달러 패권이 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도 생물의 수명 주기처럼 주기를 가지고 순환하여 발전한다고 한다. 제국과 왕조들의 빅 싸이클을 보면,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가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시기와,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일어나며, 불황과 폭동 전쟁이 발생하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공황과 혁명과 전쟁의 시기에는 많은 것이 파괴되고 매우 고통스럽겠지만, 폭풍이 더러운 것들을 청소해버리듯이, 누적된 모순과 채무 과잉이 해결되는 창조적 파괴로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역사적 사건이라는 거시적 변화에서는 디테일에 집착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라고 조언한다. 책에 담지 못한 자료와 관련 하여 확인하라면서 관련 웹사이트도 만들어 놓았다. Economic Principles
내 평생 달러화는 전 세계 기축통화였고, 통화 정책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야말로 우월한 정치·경제 체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그 어떤 정부, 경제 체제, 통화, 제국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들이 무너질 때 경악하면서 같이 무너진다.
레이 달리오, 변화하는 세계 질서, 16p

니얼 퍼거슨은 미국의 부채 증가와 금리 증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실질적 국방비 감소로 인한 제국의 쇠퇴를 주장하였다. Ferguson: How Economic Weakness Endangers the U.S. 퍼거슨은 제국의 국방비보다 국채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 상환 비용이 증가하면 쇠퇴한다는 퍼거슨의 법칙을 주장했다.

니얼 퍼거슨의 제자이자 경제학자이고 영국 귀족원 남작인 담비사 모요(Dambisa Moyo)는 <미국이 파산하는 날>(How the West Was Lost)을 저술하였다. 자본과 노동과 생산성의 문제를 살핀다. 자본의 문제로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주식청구권자와 낮은 변동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부채청구권자 사이의 갈등을 지적한다. 실질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 투자하기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기대하며 빚내서 금융 투기하는게 더 이득을 보는 경제체제의 모순을 지적한다. 일종의 부채 의존 경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주식청구권자는 회사에게 빚내서 이익을 올리도록 해서, 회사를 빚더미에 올려놓아 파산 직전 상태로 만들어놓고는 배당금을 챙겨가는게 이득인, 일종의 배임 행위를 권장하는 경제체제인 것이다. 성실히 일하면 손해보는 공산주의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과 비슷하다. 2009년 10월 NYT 기사에서 시몬스 침대의 사례를 언급한다. Profits for Buyout Firms as Company Debt Soared

또한 미국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자기 집을 마련하게 해주겠다는 선의로, 주택 담보 대출을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이것이 지속되려면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야만 하는데, 이것은 필수재인 부동산과 식량 가격을 낮춰야 사회 전체의 이득이 되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했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이 한계점에 도달하여 폭락하고, 미국 정부가 지급 보증한 은행들의 부담을 떠안으면서 적자재정과 국가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주식보유자와 부채보유자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깨졌고, 대출자와 차입자의 관계가 단절되고, 별다른 검증없이 아무한테나 대출해주면서 부실 자산이 늘어났다.

자산에는 기계설비, 인프라, 기업, 가축처럼 가치를 창출해내는 생산적인 자산과, 비생산적이거나 소비적인 자산이 있는데, 부동산은 비생산적인 자산이며, 부동산 주도 경제 성장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버블이 발생해도 IT 닷컴 버블 같은 생산적인 자산으로 버블이 생기면 그나마 나은데, 부동산같은 비생산적인 자산 버블은 위험하다. 주식 같은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버블은 주식가치만 폭락해서 그나마 괜찮은데, 은행에서 자금 조달해서 생긴 버블은 연쇄적으로 붕괴되어서 위험하다. 비생산적인 자산과 은행 대출로 일어난 버블의 조합은 최악이다. 일본은 은행 대출로 빚내서 투기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피해에서 아직까지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문제는 연금제도의 도입으로 노동계약의 가격이 광범위하게 왜곡되었다. 서구의 연금제도는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라고 한다. 정부가 연금적자의 규모를 가리고 재무상태를 속이기 위해 주요 채무부담을 부외 항목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그리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산업보다 금융업이나 컨설팅업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 주요 인력들이 지나치게 집중되었다. 다들 축구선수, 연예인, 헤지펀드 매니저, 변호사, 회계사 같은 화려한 고소득 전문직을 가지려 하며, 공학을 배운 사람조차도 엔지니어같은 기술직이나 과학자가 되려 하지 않으면서 철강이나 조선업 등 제조업이 심각하게 쇠퇴하였다. 인종문제도 심각하다. 이민 유입으로 늘어나는 소수인종들의 교육수준이 매우 떨어지고 노동의 숙련도도 떨어진다.

미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채무불이행을 제시한다. 미국의 벼랑 끝 전술이며 경제적 대량살상무기인 미국의 채무불이행으로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며 전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하겠지만, 러시아가 1998년 디폴트 이후 회복한 것처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고, 미국 경제를 재조정하여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채무불이행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단번에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중국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고,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라고 한다. 가디언 How the West Was Lost by Dambisa Moyo – review, 국민일보 ‘미국이 파산하는 날’ 저자, 여성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는 버블 붕괴에 관한 경제학자이다. <비이성적 과열>, <내러티브 경제학>, <버블 경제학> 등의 책들이 국내 출간되었다.

찰스 P. 킨들버거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저술하였고,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를 저술하였다.

Townhall 기고 Saving America from Its Looming Decline 적자재정 부채문제

Independent Institute Sanctions Are for Losers 제재 무용론

'스기타 히로키'는 <미국의 제재 외교>를 저술, 제재 남발로 인한 달러 패권 약화에 관한 내용

금융제재가 달러패권질서에 미치는 영향

엔론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

4.4. 군사

디펜스원 ‘It Failed Miserably’: After Wargaming Loss, Joint Chiefs Are Overhauling How the US Military Will Fight

WSJ THE U.S. IS NOT YET READY FOR THE ERA OF ‘GREAT POWER’ CONFLICT

폴리티코 The Pentagon Is Freaking Out About a Potential War With China (Because America might lose.)

헤리티지 재단 In 2024, the U.S. Military Is Weak…and That Should Scare You, Declining U.S. Military Strength Reveals a Deeper Leadership Crisis, 헤리티지 재단 유튜브 A Decade of Decline: The Need to Restore America’s Military Power

CSIS 2024년 6월 Unpacking China’s Naval Buildup

GIS Reports The changing nature of naval power in the Pacific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은 2022년 9월 30일 National Defense University Press에 기고한 The 21st Century's Great Military Rivalry 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에 비해 우세하지 않으며,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극초음속 무기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략연구 미국과 미군, 몰락하고 있는가? :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과 전쟁 문화를 중심으로

Selling America: The Army’s fight to find recruits in a mistrustful, divided nation 병력 부족 문제, 불신과 반목으로 갈라진 미국의 모병 위기

미국 트랜스젠더 4성 장군 탄생…"다양한 미래의 첫걸음되길"

미국의 군사력은 과잉팽창하여 전세계에 분산 배치되어 있고, 중국의 군사력은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게다가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분쟁에 있어서 물리적인 거리의 우세를 가지고 있는데, 중국은 동아시아 전장에 가깝고 미국은 멀다. 이것은 중국이 분쟁에서 육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은 공해전에서 다영역 작전으로 바뀌었다. 만약 서로의 기술수준이 엇비슷하다면, 육지와 함대가 교전할 경우에 육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육지는 무장과 장비를 갖추는데 제한이 적고 여유로우며, 지형지물에 은폐와 엄페를 하여 방어력을 보강할 수 있고, 공격받는다고 침몰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공해전 만으로 중국을 견제하는게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서 미국도 육지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다영역 작전이다. 그것을 위해서 중국의 공격을 감내하고 버텨주면서 자국 영토에 미국의 군사 배치를 허용해줄 동아시아 지역의 동맹이 필요하다. 실제로 2020년대부터는 위에 링크들처럼, 미국이 동맹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중국과 1대 1로 중국 근해에서 싸우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후티 반군이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항의하여 홍해를 봉쇄하면서 일어난 홍해 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은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하였으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를 종식시키지 못하면서, 미국이 해상 무역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미국의 해상 패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 국가별 대응

미국은 중국 해군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군사적 배치가 되어있다고 믿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의 수심이 낮기 때문에 중국 잠수함을 포함한 선박의 이동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위를 언제까지 지속할수 있을까? 100년? 아니 50년? 가능성이 낮다. 20년? 어쩌면. 마지막으로 지금의 균형상태는 향후 몇 십년간의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이다. 군함과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군사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에서의 군사 우위를 놓고 대결하면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시아 국가들은 눈치껏 상황에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강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만 약자는 강요된 일을 인내해야 한다."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이런 불편한 처지를 부정할지 모르지만, 아태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에 눈을 뜬다면 이들 국가 역시 대외전략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해지는 중국에 대한 호불호에 더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중국에 의해 완전히 지배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서태평양에서 완전히 밀어낼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59p
유망국의 지역패권 형성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 목적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느냐의 여부는 미국 생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걸려있는 판돈은 비록 매우 높은 값이지만, 진정으로 실존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달리 보면, 중국과 전쟁을 수행하는 비용은 충분히 실존적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하여 막대한 해를 입힐 수 있다. 핵무기의 시대에 중국은 높은 신뢰도와 막대한 효과로써 미국에 가장 과중한 비용을 부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생존 그 자체도 위협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분쟁이 이런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고 결정할 수 있고, 미국이 스스로 잘 방어할 수 있는 서반구에 머물 동안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지역패권을 형성하게 둘 수 있음을 의미하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의 연합국가들을 휘청거리게 둔 채로 그 지역으로부터 위기나 전쟁을 포함한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 역외국가(offshore state)로서 이런 장점에 대한 영국의 자유로운 활용은 많은 유럽의 대륙국가들이 "배신자 알비온(Perfidious Albion)"이라고 비난한 이유이기도 하다. 허풍전략(bluffing strategy)의 매력은 위기나 갈등순간이 역외국가가 철수하기에 가장 호소력 있는 때라는 점에 있다.
엘브리지 콜비, 거부전략: 강대국 분쟁시대 미국의 국방, 47P

5.1. 한국

미국의 패권에 의하여 보장된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충돌이 다시 시작되었다. 미국의 패권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제질서라는 공공재에 의존하여 살아온 한국에게 있어, 미국의 쇠퇴는 그야말로 끈 떨어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각자도생에 처하게 될 위험에 직면하게 한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쇠퇴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에 처할 대표적인 국가들로, 조지아(그루지야),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대만, 한국 등 8개국을 지목하였다. # 이 중에서 조지아는 사카슈빌리 대통령 때에 전쟁을 겪고 영토를 상실했는데도 서방은 지원해주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이 군사 기지에 무기와 장비들까지 남겨놓고 도주하듯이 철수하고 나서 # 탈레반이 접수하면서 멸망하였다. 벨라루스는 2020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고 영토를 상실하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의 경제는 붕괴되었다. 이제, 대만과 한국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쇠퇴하면서 한국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에 의존하던지, 아니면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美쇠퇴시 고통스러운 양자택일 직면", 미국 쇠퇴하면, 한국 핵 무장 가능성
본 논문은 한국의 핵 프로그램 보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한국의 핵 프로그램 보유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국가의 생존만큼 중요한 이익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핵 정책에 대한 이론적 고찰 및 함의: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 중심으로
과연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본 논문은 북핵 위협과 중국의 안보위협이 증가하면 한국은 궁극적으로 내적 군사력을 극대화하는 공격적 균형전략을 취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자체적 핵무장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북한/중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증가할수록 한국도 예외 없이 현실주의적 논리에 따라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존의 소극적인 헤징전략에서 벗어나 내적 군사력을 극대화하는 공격적인 균형전략을 취하려 할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독자적 핵무장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정부적 국제체제라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핵미사일로 중무장한 북한과 중국의 궁극적 의도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생존을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WMD)인 핵무기를 포함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군사력을 내부적으로 극대화함으로써 한반도/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만이 국제체제의 무정부 상태에서 자신의 생존과 안보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이러한 격동기에 우리는 ' 각주구검'의 고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명청 교체기 구한말에 비유할 만한 근본적인 시대 변화가 현 역사 국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그간 당연시되었던 한국 외교 정책 패러다임이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전제와 가정 전반을 재고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사실상 전 기간 대한민국은 미국의 압도적 현존과 패권질서를 디폴트로 삼아 외교정책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기본 조건이 거의 사라진 환경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된 국가전략 패러다임을 생산해내야만 하는 산고의 시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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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30년의 대북한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단극체제 아래서 자유세계질서의 규범을 어긴 '깡패국가' 혹은 '악의 축'을 처벌하는 이슈로 북한 문제가 규정된 최상의 대외적 조건이었음에도 그러했다. 패권국 미국 주도의 강도 높은 제재와 외교협상이라는 채찍과 당근의 조합이 여러 행정부를 거쳐 가며 시도됐지만, 우리는 비핵화도 통일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탈단극이라는 완전히 전환된 국제정치 구조 속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심지어 현재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자 "비대칭 확전"이라는 가장 공격적 핵교리를 갖고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벌일 군사기술적 완성도를 갖춰 가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어느 모로 보나 김정은 정권은 더 이상 핵과 미사일을 '흥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음이 분명해보이며,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복적으로 대북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온 것에서 나타나듯 국제 사회가 합심해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던 집단 안보 거버넌스도 이제는 과거지사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더 이상 기존 탈냉전 30년의 자유주의적 가정과 전제 위에서 대북정책을 기획해나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비핵화와 통일이 당분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점을 완전히 인정한 뒤에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결국 대안은 현실주의적 패러다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핵보유국 북한과 공존할 수 있는 ' 공포의 균형'을 군사적 측면에서 구축하고, 군비통제 협상을 통해 핵을 머리에 이고도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운용할 수 있는 외교적 위험 관리 방안을 주변국들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해법은 불만족스러우며 정치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핵균형 속에서도 늘 전쟁의 위험은 상존할 것이고, 남북한 모두에서 안보 논리의 우위 속에 자유와 인권 이상의 실현은 지연될 것이다.

그럼에도 매우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불완전한 임시적 해법이야말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말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일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따듯한 봄의 평화가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될 차디찬 겨울 풍경일 테지만, 그런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할 만큼 신냉전 초입에 서 있는 오늘날 한반도의 정세는 엄혹하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64~366p

한국은 유교 성리학자들이 조선을 멸망으로 이끌고 간 성리학적 대의명분론과, 화이론과 같은 형이상학적 관념론, 선악 이분법, 진영 논리, 가치 외교를 버려야만 한다. 이해득실에 따른 철저한 현실주의 국제관계학의 관점을 가져야만 전란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련의 미국개입유도설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재림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념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외교 전략상 비타협성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데, 열강 간 경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중간국의 입장에서 이는 융통성 없고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지정학적 갈등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홉스적 세계가 귀환한 마당에 그에 걸맞게 국가 간 타협과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의 공간을 열어둘 수 있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통념과 다르게 한국의 대외정책 관련 공론장에서 목소리가 아주 작은 현실주의자들이 지닌 제일의 미덕은 흑백 이분법이 아니라 회색빛의 세계를 직시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인내할 수 있는 중용의 정신에 있다. 바로 그러한 자기 억제의 실천지(prudence)가 지금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 외교에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69p

중요한 것은 감정을 절제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자아성찰과 자기반성,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매우 심하게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상대를 악마화하여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선악 이분법적 사고 방식과, 어린아이처럼 감정을 배설하는 태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진영논리로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감정을 배설할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여 문제와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와 논의하여 타협을 이루고, 적절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어린아이 처럼 감정을 배설하면서 남 탓만 하는 유아적 사고방식에서, 어른처럼 성숙한 사고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조지 케넌의 구한말 한국에 대한 평가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미신과 주술적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5.2. 싱가포르

급변하는 환경에 싱가포르의 기본 전략은 비록 싱가포르 경제가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맞물려 있긴 하지만 다른 국가,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싱가포르는 중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이 지역 다도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한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키워간다 하더라도 미국은 싱가포르와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차원의 강한 유대를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또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에 더 가까이 갈 것이란 것을 안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싱가포르에 중국 군함의 배치를 요구한다면 싱가포르는 이를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 쪽은 취하고 한 쪽은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오랫동안 싱가포르가 유지해야 할 정책 노선이다.
리콴유,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 61p

5.3. 미국

근본적인 국가 정체성 차원에서 미국이 보편적 이상을 수호하는 예외적 국가로서 세계의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탈냉전기의 기본 가정과 사명의식에 대한 성찰도 요구된다. 지난 10여 년 간 세계의 세력균형에 근본적 변화가 도래했고 미국의 지구적 지위·목표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선악 이분법을 통해 상대를 악마화하는 예외주의에 내재한 정체성 정치의 위험성을 성찰해야만 한다.
결국 미래의 미국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외교 대전략 패러다임에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지하고, 더 잘 운영되는 개선된 버전의 트럼프식 외교정책 - "역외균형 현실주의(offshore balancing realism)" - 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트럼프는 전혀 좋은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는 인물이었고, 실제 정책 수행에서도 서투름과 비일관성이 두드러졌지만, 그가 미국 대전략의 전제들, 탈냉전적 합의에 대한 근본적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이전 자유세계질서에 대한 낭만적 향수가 미국 외교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이는 반복되는 비극의 씨앗이자 역사적 기회의 상실이 될 것이다.
차태서,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316p

6. 참고자료

미국 쇠퇴론의 쟁점과 실증적 분석

쿼바디스(Quo Vadis) 아메리카: 미국의 쇠퇴와 바이든의 등장

미국의 쇠락 요인과 전망 -담론에서 이론으로

미국패권 변화의 동학과 세계체계분석의 경계들: 이론적 대안 모색을 위한 시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단극의 환상과 현실: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의 진화

자제 대 패권: 탈냉전기 미국 대전략의 이해

미국 패권은 예외적인가?: 아이켄베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론 비판

종전 70주년과 21세기 미국의 동북아 동맹전략 - 전후체제 변경시도에 대한 공격적 현실주의의 평가와 대응방안 -

트럼프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대외정책

2024년 1월 The Hill Five reasons American decline appears irreversible

2023년 6월 The Atlantic America Is Headed Toward Collapse

CSIS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분석이다. the American Threat to the United States

세계경제포럼 2016년 발표 내용 America’s dominance is over. By 2030, we'll have a handful of global powers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2012년 1월 Foreign Policy 기고문 After America, 2012년 2월 VOA 기사 미국 쇠퇴하면, 한국 핵 무장 가능성 <거대한 체스판>, <미국의 마지막 기회>, <전략적 비전> 저술

스티븐 월트 교수 2011년 10월 National Interest 기고문 The End of the American Era 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이끌지 못하며, 세계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2016년 6월 Foreign Policy 기고문 The Collapse of the Liberal World Order <미국 길들이기> 저술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Bound to fail: The rise and fall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저술,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저술

엠마뉘엘 토드(Emmanuel Todd) 교수 2001년 <제국의 몰락>(After the Empire)저술, 2022년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저술, 2024년 <The Defeat of the West> 프랑스어로 저술 ‘나치즘’의 유혹에 빠진 서구의 니힐리즘, French Best-Seller: U.S. Is a ‘Nihilist Empire’, #

가브리엘 콜코 교수 <제국의 몰락>(World in crisis: the end of the American century) 저술

안드레이 마르티아노프는 2018년 <Losing Military Supremacy: The Myopia of American Strategic Planning> 저술, 2021년 <Disintegration: Indicators of the Coming American Collapse>를 저술하였고, 2024년 <모든 제국은 몰락한다 - 미국의 붕괴>라는 이름으로 국내 출간하였다

앨프리드 맥코이 <대전환: 2030 미국 몰락 시나리오> 저술

드미트리 오를로프(Dmitry Orlov)는 <예고된 붕괴 : 미국은 소련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는 석유고갈론을 주장하는데,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논증한다기보다는, 비관론적인 문제의식을 전달하면서 가볍게 읽는 책이다. 문학적 표현이 상당히 신랄하고 뛰어나다. 소련 붕괴 당시에 공산주의 체제의 유산들이 붕괴의 피해를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톰 하트만(Thom Hartmann)은 <2016 미국 몰락> 저술, 80년 주기설 주장

자크 사피르(Jacques Sapir) <제국은 무너졌다> 저술하였다. 상당히 학술적으로 미국 쇠퇴론을 논증한다. 미국의 쇠퇴는 1997~1998년 국제 금융위기에서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노출되면서 이미 전조를 보였다고 한다. 모든 책임을 부시와 네오콘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빌 클린턴 시기에 유사한 모습들이 있었음을 지적하고, 힐러리 클린턴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네오콘과 리버럴은 별 차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참전은, 중국 견제라는 저의가 있었다고 한다. 가스관이 중국을 통과하지 않도록 아프간을 점령하였고, 중국의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은 약점을 공략하기 위하여 이라크의 석유를 통제하려고 하였다. 또한 러시아의 '주권 민주주의'를 분석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주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얼핏 주권 국가로 보이나, 다국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국가들이 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7년 뮌헨 안보 회의 연설로, 일극적 세계 질서와 국제법의 미국법 종속 시도를 비판한 것을 분석한다.

피터 헤더 와 존 래플리는 에드워드 기번 로마 제국 쇠망사처럼 로마의 쇠락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기존의 통념과 다르게, 로마 제국은 붕괴하기 직전에도 경제적으로 화려했으며 갑작스럽게 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서구와 로마 제국의 붕괴를 비교 분석한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로 2024년 국내에 출간하였다.

차태서는 2024년 <30년의 위기 - 탈단극 시대 미국과 세계 질서> 를 출간하였다. 에드워드 카의 전간기에 관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고전인 <20년의 위기>를 패러디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어떻게 쇠퇴하였는지 역사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백준기는 2024년 <미국의 세기 이후>를 출간하였다.

미래를 기록한 두 명의 역사학자 "미국 붕괴, 머지않았다" 에서 세대 이론가 닐 하우(Neil Howe)는 80년 주기설을 주장하였고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The Fourth Turning Is Here)>를 저술, 피터 터친(Peter Turchin)은 비생산적인 기생 엘리트의 과잉으로 인한 쇠퇴를 주장하였다. <Historical Dynamics: Why States Rise and Fall>저술, <Ages of Discord>저술, <Secular Cycles>저술, <War and Peace and War: The Rise and Fall of Empires>저술, <종말(End Times: Elites, Counter-Elites, and the Path of Political Disintegration)> 저술

American Profligacy and American Power(미국의 방탕과 미국의 파워)

Washington Times 기고 America is showing signs of an early decay, Has America entered the fall of Rome?, The decline of America

세계일보 워싱턴 타임즈 쇠퇴하는 미국

7. 관련 문서



[1] 당시 중국이 미국 채권을 많이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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