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페르시아어: آشپزی ایرانی영어: Iranian cuisine(Persian cuisine)
서아시아의 이란에서 먹는 요리들. 이란의 옛 이름은 페르시아였으므로 페르시아 요리라고도 부른다. 주변 지역들인 튀르키예 요리/ 우즈베키스탄 요리(그 외 중앙아시아 요리), 아랍 요리, 인도 요리와 비교했을 때 이란 요리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 듯한 특성을 보인다.
2. 상세
예로부터 페르시아 문화권은 기후가 워낙 다양해서 생산, 소비되는 식자재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인 밀 농사 외에도 오아시스 지역에서는 주로 말린 과일이 생산되며 하천 유역에서는 주로 쌀이, 건조 지역에서는 주로 우유와 양고기가 생산되고 북부 산악지대에서 재배하는 차 등이 유명하다.튀르키예 요리/우즈베키스탄 요리와 비교했을 때 월계수, 계피, 정향, 커민, 후추 정도로만 간결하게 향신료를 쓰는 튀르키예 요리와 달리 인도 요리처럼 향신료를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쓰며 커리 같이 걸쭉한 스튜 형태의 요리에 밥이나 라바시를 곁들여 먹는 게 많다.
아랍 요리와 비교했을 때 이란 요리는 훨씬 더 많은 채소류를 사용한다. 인도 요리와 비교했을 때 과일을 비교적 많이 쓴다는 점이 다르다.[1] 특히 이란 요리에는 과일(특히 말린 과일)을 쓰는 요리가 많고 사프란을 많은 요리에 많이 곁들인다는 점이 다른 나라 요리와 비교했을때 특출난 점이다. 빵은 다른 중동/중앙아시아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플랫 브레드를 주로 먹는다. 이란인들이 먹는 빵은 주로 화덕에 구운 라바시 등등이다.
이란 역시 아랍과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영향이 매우 강해서 돼지고기를 비롯한 하람 푸드는 쓰지 않는다. 다만 이란에 거주하는 소수의 기독교인(대표적으로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를 믿는 아르메니아계 이란인)은 이란 요리를 만들 때 하람 푸드를 쓰기도 한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빵과 고기를 주로 탄두리 화덕으로 구워서 요리한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및 중앙아시아에서도 빵을 구울 때 탄두리 화덕을 이용한다.
2.1. 역사
이란 요리(페르시아 요리)는 중앙아시아, 인도 및 아시아 서북부의 캅카스, 메소포타미아와 레반트 등 근동과 아라비아 북부, 아프리카 동북부와 영향을 주고받았다. 600년대 이후 이슬람을 받아들여 이슬람화된 후에도 아랍 요리와 더불어 중동 일대에서 큰 영향을 발휘하였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 수입한 쌀과 사탕수수를 재배해서 즐겨 먹었는데 전승에 의하면 아랍인들이 쌀밥을 먹기 시작한 것도 사산조 페르시아 정복 이후였다고 한다.사탕수수와 설탕은 인도가 원산이었으나 육식과 꿀을 금기시하는 고대 말 페르시아의 마니교도 상인들에 의해 페르시아에 본격적으로 보급,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숲이 부족하여 양봉에 불리한 입장이었던 이란에서 사탕수수와 설탕이 생산되면서 감미료 공급 문제가 해결되었다.
같은 이란계 또는 페르시아권인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요리도 이란 요리에서 유래되거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적지 않다. 인도 요리 중에서도 무굴 제국 궁중 요리의 상당수는 이란 요리의 영향을 받은 요리다. 인도 요리에서는 화덕에 구운 흰 빵을 "난"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이란어로는 "넌"이 "빵"에 해당하는 말이다.[2] 이란의 빵 중 하나인 타프툰 난(Taftoon Naan) 레시피가 인도에 전해져서 인도의 탄두리 난의 기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즉 무굴 제국 궁중 요리에서 이란 궁중 요리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인도 커리 메뉴 중 도 피아자(Do Piaza) 커리는 페르시아어로 "양파 두 개(를 넣은 커리)"라는 뜻이다.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변 국가들의 음식도 마찬가지로 이란 요리의 영향을 받았다. 아제르바이잔 요리는 이란 요리와 마찬가지로 16세기 사파비 제국 궁중 요리에서 쌀밥 요리가 발달해서 퍼지기 시작한 것을 바탕으로 쌀 요리가 중심이 된다.
3. 주요 요리
3.1. 케밥
케밥 요리에는 보통 사프란 향[3]을 곁들인 필라프[4], 라바시[5], 난 등을 곁들여 먹는다.- 주제 캬법(Jujeh kabâb): 주제는 병아리라는 뜻인데 닭고기를 사프란과 양념, 야채에 잘 재워 놨다가 꼬치에 꿰어 굽는 케밥 요리다.
- 첼로 캬법 쿠비데(Chelo kabâb koobideh): 양념한 양고기 순살을 꼬치에 꿰어 굽는 케밥 요리. 튀르키예의 쾨프테처럼 다진 쇠고기나 양고기를 양념해 구운 요리인데 질긴 소고기나 염소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개발한 요리다.
3.2. 호레시(스튜, 커리) & 수프
밥에 곁들여 먹는 스튜/커리를 이란어로 호레쉬(Khoresh-e;خورش )/호레슈트(Khoresht; خورشت)라고 부른다.- 고르메 섭지(Ghormeh Sabzi): 초록색 야채 요리라는 뜻인데 파슬리, 고수, 파 같은 초록색 야채를 고기와 콩과 함께 푹 끓여 커리처럼 만든 요리다. 이란 요리 중 가장 유명한 요리이기도 하다. 사파비 왕조 시기의 궁중요리로 전해지는데 아제르바이잔에서 발흥한 왕조인 만큼 아제르바이잔 요리에도 같은 것이 있다. 아제르바이잔어로는 새브지 고부르마(Səbzi qovurma)라고 부르는데 초록야채(səbzi)+볶음(qovurma)이라는 의미다. 요리의 기원은 이란인지 아제르바이잔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요리 명칭은 아제르바이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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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쉬 페센전(Khoresh Fesenjân):
석류 농축액과
호두 가루, 닭고기, 그리고 오리고기를 이용한 스튜 요리로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거의 2시간 동안 푹 끓여내는 데다 재료값이 만만치 않아서 주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내놓는 요리다.
조지아 요리에 이와 비슷한 사치비(საცივი)라는 요리가 있다.
페르시아 요리에서 아이코닉한 요리인 페센할은 보통 호두와 석류 농축액으로 만든 페르시아 스튜이다. 두텁고 크리미한 소스가 독특한 너트향, 신맛과 달콤함을 전달한다.[6]
- 호레쉬 께이메(Khoresh Gheimeh): 잘게 썬 염소 고기와 렌즈콩, 토마토와 통째로 건조한 라임을 집어넣어 만든 스튜다. 원래 께이메/끼마는 페르시아어로 고기 민찌라는 뜻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레시피가 변해서 그런지 요즘은 호레쉬 께이메를 만들 때 더 이상 민찌한 고기를 넣지 않는 편이라 한다. 이라크에서도 많이 먹는 요리라고 한다.
- 압구시트(Abgoosht): 스튜에 가까운 이란의 전통 수프. 페르시아어로 물을 뜻하는 '업'과 고기를 뜻하는 '구쉬트'가 합쳐진 말로 고기를 콩과 향신료와 함께 끓인 수프인데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주로 토기항아리에 서빙되는데 먼저 항아리에서 국물을 따라내어 그 안에 빵을 잘게 잘라서 넣고 수프처럼 떠먹은 다음에 남은 건더기는 절굿공이같은걸로 잘 으깬 다음에 빵을 찍어서 먹는다.
3.3. 밥
- 타딕(Tahdig): 한국으로 따지면 누룽지같은 것인데, 큰 솥에 밥을 할 때 만들어진 누룽지를 먹거나 프라이팬에 밥을 펴발라서 일부러 태워 만들기도 한다. 이란식 밥은 기름을 넣고 하기 때문에 바삭한 과자처럼 된다. 밥 말고도 파스타로도 타딕을 만들기도 한다.
- 쉬린 폴로(Shirin polow): '달콤한 밥'이라는 뜻으로 오렌지, 사프란 등을 넣어 달게 지은 밥이다. 주로 결혼식 날 만들어 먹는다.
- 에스탐볼리 폴로(Estamboli polow): 이름은 이스탄불식 밥인데 정작 이스탄불은 커녕 튀르키예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요리이고 타브리즈 지방의 향토요리다. 양파, 다짐육, 토마토를 바탕으로 한 재료를 볶고 강황과 각종 향신료를 가미한 다음 불려둔 쌀과 함께 쪄서 만드는데 오스만 제국 시기에 소개된 요리라고 한다. 정작 튀르키예에서는 토마토를 밥에 쓰지도 않고 강황도 거의 쓰지 않는 재료지만... 외국에서는 페르시안 토마토 라이스라고도 알려져있다.
3.4. 빵
- 라바시(Lavash): 화덕에 구운 평평한 빵으로 발효하지 않은 도우를 화덕에 굽는다. 얇고 보존성이 좋은 대신 맛이 다른 플렛 브레드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도 많이 먹는 빵이다.[7] 도우를 큼지막하게 펼쳐서 구운 후에 사각형으로 잘라서 보관한다.
- 바르바리 난(Naan-e Barbari): 하얀 밀가루로 만든 두툼하고 큼지막한 부드러운 플랫 브레드로 약간 발효된 상태에서 굽는다. 이탈리아의 포카치아 빵과도 흡사하다. 바르바르라는 말은 이란어로 동쪽이라는 뜻으로 근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온 하자라족들이 시장에서 만들어 팔던 빵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8]
- 셔르말 난(Sheermal Naan): 하얀 밀가루에 우유와 계란으로 반죽해 굽고 나서 꿀 혹은 설탕에 사프란을 첨가한 난이다. 인도/파키스탄에서도 자주 먹는 빵인데 사프란 대신 계피나 카르다멈을 쓰는 편이다.
- 상각 난(Naan-e Sangak): 자갈이나 조약돌 위에 구운 통밀 도우로 만든 난을 뜻한다. 원래는 일종의 애쉬 케이크(Ash Cake)로 야영하던 군인들이 자갈을 가열해 그 위에 빵을 굽던 데서 비롯한 것으로 전투식량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자갈돌을 깐 오븐에 반죽을 구워 만들지만 사실 원조 방식대로 하면 숯불을 달구고 그 위에 작은 자갈들을 촘촘히 깐 것위에 그대로 반죽을 올려 오븐 없이 구웠다고 한다. 굽다 보면 반죽에 자갈돌이 달라붙기도 하는데 그냥 쿨하게 자갈돌을 떼고 먹는다. 다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먹다가 자잘한 자갈돌을 씹을 수 있으니 요주의.
3.5. 디저트
- 가즈(Gaz): 이란의 전통 누가 사탕.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를 곁들여 나온다. 이란인 집에서 처이를 대접받는다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나오는 과자다.
- 누가 사탕(Nougat): 이란을 비롯한 근동에서 시작된 사탕 요리에서 시작되었고 아랍 상인에 의해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전파되면서 세계적인 요리로 발전했다.
- 파쉬막(Pashmak): 이란의 솜사탕
- 나버트 추비(Nabât chubi): 일명 슈가스틱. 과일즙과 설탕물, 꿀을 넣고 뜨겁게 가열한 다음 수정처럼 굳혀서 만든 설탕인데 차에 넣거나 티스푼처럼 휘저어서 마시기도 한다.[9] 다만 차랑 먹는 나벗은 대부분 사프란이 들어가 색깔이 노랗다.
- 라바삭(Lavashak)[10]
4. 한국에서
대학로 성균관대 정문 앞에 페르시아 요리 전문점이 하나 있으며 나머지는 2020년 기준으로 거의 폐업했다. 일단 인도/파키스탄 요리(주로 커리와 빵) 및 튀르키예/우즈벡 요리(필라프와 케밥/샤슬릭)랑 겹치는 메뉴가 많은데 가격이 두 배 정도 더 비싸다. 인도/파키스탄/네팔 식당들이 2000년대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해져서 점점 가격이 내려간 것과 다르게 이 쪽은 가격이 아직도 꽤 되는 편이다.[11] 한국의 우즈벡 음식점들은 원래 한국 체류 우즈벡인 근로자들을 수요로 해서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12] 이란 요리 전문점은 그게 아닌 듯 하다. 의외로 대학로 내 이란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메뉴도 팔았다고 한다.한국에 체류하는 이란인들은 이태원에서 레스토랑을 개업하더라도 이란 요리를 취급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정체 불명의 퓨전 요리나 패스트푸트점을 하는 편이다. 이태원 이슬람 사원 근처는 엄연히 파키스탄인들이 실세인데 한국 체류 파키스탄인들하고 이란인들하고 은근히 사이가 나쁘다 보니 이란 식당이 자리잡기 힘든 점도 없지 않다.
그 외에 인천에도 한 곳이 있는데 한국에 체류 중인 이란인들은 인천에 있는 곳이 조금 더 현지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이란 달력으로는 매년 3월 21일 전후로 춘분이기 때문에 이란 음식을 먹으며 기념하는 경우도 있다.
2010년대 중반에 재한 이란인들이 라바시 공장을 만들어서 이태원의 외국 식자재 마트 등에 납품하기도 했으나 라바시가 특별히 맛있는 빵이 아닌 데다 수입 토르티야에 가격 대 성능비가 밀려서 폐업해서 사라졌다.
집에서 만들어먹고 싶다면 괜히 처음부터 비싼 사프란 사지 말고 그냥 바스마티 쌀이나 토르티야 등을 이태원 혹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먼저 구비해 놓고 유튜브 보고 집에 있는 식재료로 간단히 만드는 것 먼저 따라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란식 커리나 스튜는 집에서 시도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지만 이란식 케밥&라이스는 어렵지 않다. 요즘은 오븐 없이도 에어 프라이어나 프라이팬으로 이란식 케밥을 만드는 레시피 등도 많이 올라와 있다.
[1]
인도 요리 중에서도
카슈미르 지방 요리도 말린 과일이 많이 들어간다. 이 지역은 인도의 다른 지역만큼 덥고 습하지 않아서 말린 과일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같은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요리에도 말린 과일(특히 건포도)이 많이 들어간다.
[2]
원래 힌디어/우르두어로 빵은
로띠(Roti)라고 부른다.
[3]
진짜 사프란을 사용하면 매 끼니마다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식당에서는 사프론 대신 강황 등에 식용유를 타서 뿌리는 편이다.
[4]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먹는다.
[5]
난처럼 납작한 빵의 일종으로 더 얇고 보존성이 더 좋은 대신 평균적으로 맛이 더 떨어진다. 아르메니아에서 기원한 빵이다.
[6]
https://toirantour.com/blog/13-must-try-iranian-foods/
[7]
사진은 아르메니아에서 라바시를 굽는 모습인데 화덕 몇 개를 마을에서 공유하며 같이 쓴다고 한다.
[8]
원래 중앙아시아에서 먹는 난이 이란에서 먹는 난에 비해 좀 더 두툼한 편이다.
[9]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위구르 등에서도 먹는다.
[10]
원어에 가깝게 발음한다면 라와샥(لواشک)이다.
[11]
1990년대 말 이태원에 처음 들어선 인도/파키스탄 식당들이 커리 메뉴 하나 가격이 2만원대 중반이었는데 요즘은 만원대 중반으로 내려갔다. 당시 물가와 지금 물가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가격 하락이다.
[12]
두툼한 양꼬치 하나에 7~8천원 정도. 평균적으로 한 끼에 6천원~1만 2천원 정도 나온다.
[13]
오늘날 아르메니아에서 제일 많이 먹는 고기가 돼지고기고 이란 요리나 튀르키예 요리를 돼지고기 조리에 적합하게 변형한 게 많다고 한다.
[14]
케르반 이태원 한 개 지점 매출이 나머지 이태원 전체 할랄 레스토랑들의 매출을 초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