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1년 10월 29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득화 군[1]이 문승도라는 범죄자에게 유괴되어 살해당한 사건.
2. 전개
1991년 10월 29일 오후 6시 35분경 유괴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자신의 경기 4보 6913호 은색 5도어 기아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수원시내를 돌아다니던 문승도[2]는 정자동의 한 공터에서 친구와 함께 놀던 이득화 군에게 접근하여 장난감 총을 사 주겠다고 말하면서 "문방구 가는 길을 알려주면 비비탄 총을 사주겠다"고 유인해 유괴에 성공했다. 때마침 이 군은 장난감 총을 갖고 싶어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풀이 죽어 있는 상태였다.5천원짜리 비비탄 총을 사주고 이 군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 문승도는 자신의 프라이드 승용차에 이 군을 태우고 수원시내 곳곳을 다니던 첫날 밤 득화군의 어머니에게 1,500만원을 달라고 협박 전화를 건 것을 시작으로 3차례 동안 지속적으로 협박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후 범인의 협박전화도 더 이상 오지 않고 범인이 전화를 건 공중전화가 구형 기계식전화기라 발신지 추적도 불가능한 등 수사에 진척이 한동안 없자 결국 경찰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서 11월 6일자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탐문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또 녹음된 범인의 목소리도 방송에 공개했다. 그러자 11월 10일 일요일 오전 "말 끝이 흐려지는 것이 내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결정적인 제보가 도착하였다. 당초 수사팀은 문승도가 나이도 젊고 전과가 없어서 크게 의심하지 않았는데 문승도에게는 마침 사건을 기점으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잠적하는 등 수상한 정황들이 여럿 있었다.
문승도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수사팀은 애인을 설득해 문승도에게 연락을 취하게 했고 11월 10일 밤 영화동의 한 다방에서 애인을 만나러 온 범인 문승도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검거와 동시에 문승도의 주머니와 지갑에서 소지품 수색에 들어갔으며, 이득화군 집 전화가 적힌 명함을 발견하였고 곧바로 문승도를 취조실로 끌고갔다.
취조실에서 범인을 추궁하던 경찰은 결국 이 군이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미 현장에서 증거가 나온 마당에 부인하는 것도 무의미한 짓이었다. 범인의 자백에 따라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서 큰 여행가방 속에 담긴 채 유기된 이득화 군의 사체를 발견했다. 아이를 왜 죽였냐는 경찰의 집중 추궁과 취조에 결국 범인 문승도는 "하도 징징대길래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죽였다." 라는 충격적인 자백을 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크게 분노하기에 이르렀다. 현장 검증에서 대역을 맡았던 이 군의 동네친구 윤모 군이 '나쁜 아저씨들이 세상에 없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3. 범인 문승도(文勝道)
현장검증을 하는 범인 문승도의 모습
이 사건이 다른 유괴 사건보다 더 큰 충격을 주었던 까닭은 범인 문승도가 도쿄·사이타마 연쇄 유아납치 살해사건의 범인인 미야자키 츠토무와 비슷하게 전과도 없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건실하고 반반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1968년[3] 경기도 화성에서 20마지기 농사를 짓던 중농의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문승도는 큰 형은 교회 전도사로 활동하고 작은 형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평범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성격은 내성적이었으나 학업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순탄하게 살아 온 그는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집안의 농사일을 거들며 무위도식하다가 고교 동창 등 친구들이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만지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1991년 4월 집에서 1천만원을 얻어 수원 시내에서 카폰, 무선호출기를 판매하는 한일통신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사업이 잘 되지 않았고 적자가 누적되자 문승도는 한탕할 요량으로 동네 선배들과 어울려 포커놀이 노름에 빠졌는데 사업 부진으로 인해 생긴 빚과 노름빚을 합해 총 1,5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이미 지난 8월에도 집에서 400만원을 지원받았던 문승도는 더 이상 부모에게 돈을 지원받을 길이 사라지자 동년 1월 있었던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 등에 모티브를 얻어 아이를 유괴해 몸값을 받아내기로 마음먹고 이와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1991년 10월 30일 새벽 3시 경 피해자 이득화 군을 살해하고 사체를 가방에 담아 서호천에 유기한 뒤 문승도는 자신의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가서 수원시내 여관에서 잠을 자고 대전 친구의 집으로 향해 사흘간 머무른 뒤 오산과 수원 친구 집 등을 떠돌며 도피생활을 해왔다. 문승도의 말에 의하면 대전에서는 죄책감에 고속도로로 자신의 차를 몰고 나가 중앙선을 넘어 자살하려 시도했다고는 하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수사팀의 설득을 받은 애인의 무선호출기 연락을 받기 직전까지도 문승도는 뻔뻔하게 오산의 한 볼링장에서 친구들과 볼링을 즐기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 문승도는 아이를 유괴한 후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한 아이는 살해하기 위해 제일은행에서 가명으로 계좌를 개설하고[4] 수원시내의 한 시장에서 대형 가방을 구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철저한 계획 하에 범행하고도 범행의 우발성만을 강조하고 시종일관 태연한 태도로 수사에 임해 수사관들과 대중을 분노하게 했다.
4. 재판과 결말
구속기소된 범인 문승도는 유괴 살인죄가 인정되어 기소 20여일 만인 1991년 12월 1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관련 기사 1992년 8월 18일 사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범행 동기의 측면에서나 죄질의 측면에서나 정상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는 어린이 대상 흉악범죄였으므로 사형이 활발하게 집행되던 당시로서는 사형은 적절했다. 문승도는 1994년 10월 6일을 기해 서울구치소에서 처형되었다.5. 기타
- 경찰청 사람들(1993년 9월 22일 방영)에서 이 사건을 재연하기도 했다. 에피소드 제목은 <우리 득화 보셨나요>. 범인이 피해자를 꾀어낸 수단이 '장난감 총을 사주겠다'는 유혹이었고 하필 피해자가 어머니가 평소 해당 장난감을 사주지 않은 것으로 인해 이 말에 넘어갔기 때문에, 피해자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그때 그냥 총을 사 줄걸 그랬다"며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마지막에 화장 장면과 어머니의 오열이 재연됐는데 재연배우의 열연 덕분에 굉장히 슬픈 장면이 되었다. 엔딩 크레딧 전 마지막에 끝날 때 "사랑하는 아들 득화를 잃은 슬픔을 함께 합니다 - 경찰청 사람들"이라고 이득화 군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범인의 이름은 윤재구(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범행 차량과는 같은 차종이나 색상만 다르다.
- 문승도는 서울구치소에서 문장식 목사[5]의 선교로 개신교에 귀의했고 시신과 안구를 기증한 뒤 사망했다.
- 이 사건의 수사·공판검사가 훗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김홍일이다. 당시 수원지검 소속이었던 김홍일 검사는 현장검증을 지휘하며 서호천에서 피해자 득화 군의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태연하게 재연하는 문승도에게, "아이를 그냥 내려주고 갔어도 되잖아. 왜 죽인 거야?"라고 따지듯이 물었다. 문승도가 "저도 모르게 겁에 질려서 그만..."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자 분노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는지 김홍일 검사는 "어허..."라며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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