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이 문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의 자세한 내용과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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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3년 11월 30일 울산광역시 중구 우정동에서 한 여인이 나체 상태로 무려 26군데나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된 살인사건. 직접적인 사인은 청산가리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칼에 찔린 상처는 범인이 사후에 낸 것으로 판단되었다. 모든 정황 증거가 피해자의 친구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으나 결국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우정동 꽁지 살인 사건이라고도 불린다.2. 곳곳에 떨어져 있는 증거
2003년 11월 30일 울산광역시 중구 우정동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서 50대 여성 김현숙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시신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언니였으며 경찰에게 동생이 나체 상태로 칼에 찔려 숨져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살펴보니 피해자의 시신 상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는데 나체 상태에서 무려 26군데나 칼에 찔려 사실상 온몸을 칼로 헤집어 놓은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온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고 작은 방으로 통하는 창문도 열려 있어 강도의 소행으로 보였다. 피해자 김 씨는 속칭 '꽁지'라고 불리는 여인이었는데 노름판에서 돈을 빌려주고 거액의 이자를 받아 챙긴 사람이라 그로 보아 충분히 강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러나 강도의 소행이라고 하긴 뭔가 이상했다. 강도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라 물건을 훔치는 것인데 피해자가 늘 차고 있던 패물들도 그대로 다 있었고 현금이나 통장들도 다 그대로 있었다. 없어진 것이라곤 오직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사용이 정지된 신용카드 뿐이었다. 이런 점들로 볼 때 범인의 주 목적은 살인이었고 강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26군데나 칼에 찔린 것치고는 너무 출혈이 적었고 반항한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그 의문에 대한 답은 부검 결과에 있었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자상(刺傷)이 아니라 청산가리에 의한 독살이었다. 즉, 범인은 청산가리를 먹여 피해자를 독살한 후에 칼로 여러 군데를 쑤셔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았다. 현장 인근에 범인의 단서 3가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3가지 증거는 바로 담배, 숙취해소제 병, 피해자의 피가 묻은 칼이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담배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했는데 그 담배에서 채취된 타액은 피해자의 친구이자 역시 근방에서 일수를 하던 최 씨의 DNA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피해자의 집 옆의 하수구에서 피해자의 피가 묻은 칼과 최 씨의 타액, 청산가리가 묻은 숙취해소제 병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이 숙취해소제는 최 씨가 즐겨 마시는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3가지 증거를 토대로 경찰은 12월 22일에 최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하고 이렇게 사건은 손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3. 최 씨가 범인이 아니다?
최 씨가 범인이라면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피해자가 살해당하던 날 최 씨는 이웃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술자리가 있었던 그 날도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가도 최 씨만큼은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고 했다. 김현숙 씨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의 말에 따르면 위 속의 내용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식후 1시간 이내에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검의가 추정한 사망추정 시각은 11월 30일 밤 8시 30분경이었다.사건이 있었던 그 날 피해자는 계모임에 참석했는데 약속이 있다고 먼저 나갔다고 한다. 그 때가 저녁 7시 50분 쯤이었고 나간 직후에 계모임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 놔두고 온 물건이 있으니 식당에 두고 온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전화했다고 하는데 그 때가 저녁 7시 51분이었다. 그 식당에서 김 씨의 집까지는 20분 거리였으므로 대략 8시 10분 쯤에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범인이라는 최 씨의 행적은 8시 30분부터 드러나는데 이웃들이 아기와 놀고 있는 최 씨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최 씨가 범인이라면 범행이 이루어진 시각은 8시 10분~8시 30분 사이 그 20분 동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피해자를 독살하고 옷을 벗기고 칼로 난자한 다음 현장을 어지럽히는 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이 사건을 저지르고 태연하게 이웃들과 술을 마신다는 건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그 증거물이다. 경찰은 현장에 떨어져 있던 3가지 증거물을 토대로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오히려 그 증거물이 최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준다는 것이다. 범인이 들고 나간 피해자의 수첩과 카드는 모두 최 씨가 사는 집의 담장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 점을 토대로 범인을 최 씨로 지목했지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범인들은 본능적으로 증거물을 최대한 멀리 갖다 버리려는 게 본능적인데 자신의 집 안에다 버릴 리는 없다는 점을 들어 경찰의 의견을 반박했다. 칼과 숙취해소 음료 병이 발견된 하수구도 피해자의 집에서 겨우 22m 떨어진 곳이었는데 틈이 7cm나 벌어져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였다. 더군다나 최 씨가 범인으로 체포된 때는 12월 22일로 사건 발생으로부터 23일이나 경과한 시점이었다. 만일 최 씨가 범인이라면 사건 당일에야 너무 급해서 자기 집 인근에다 갖다 버렸다 치더라도 이후에는 언제라도 증거물들을 인멸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방치해 둔 것은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표창원 교수도 대단히 치밀하고 전혀 자신의 지문이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 범죄자가 그렇게 허술하게 증거물들을 떨어뜨리고 간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지적하며 최 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한 점은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각은 밤 8시 반이었는데 그로부터 1시간 반이 경과한 밤 10시 쯤에 최씨에게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분명 그 시각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뒤였고 최 씨는 그 때 술을 마시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씨는 전화를 받지 못했고 다른 지인들에게도 걸려 왔는데 그 전화를 받은 지인은 피해자 김 씨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끊어 버렸다고 진술했다. 전화 신호를 봐서 누군가가 김 씨가 사망한 시간으로 추정되는 때부터 1시간 정도 지나서까지 그 집 근처에 머물렀다고 보이며 전화를 건 사람이 진짜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김 씨는 평소 결벽증이 너무 심해서 절대 남이 마시던 잔을 마시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청산가리를 탄 후 개봉이 된 숙취해소 음료를 마셨다면 그건 범인이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었다고 봐야 한다. 범행이 일어난 날 김 씨를 마지막으로 본 택시기사도 김 씨를 내려줄 때 김 씨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여자 1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김 씨하고 둘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봤다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는 범행 패턴을 볼 때 대단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합리적인 범죄자의 행동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점을 볼 때 원한 관계에서 일어난 범행이 아니라 금전 관계에서 일어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김 씨는 원래 결혼 당시만 해도 부유한 생활을 했는데 이혼 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돈놀이였다.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꽁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범인으로 지목된 최 씨도 일수를 하는 사람으로 가족 명의로 된 집만 무려 3채나 갖고 있어 김 씨와 크게 금전적으로 다툴 만한 이유가 없었다.
오윤성 교수는 제3의 인물이 바로 범인이며 그는 피해자와 피의자 최 씨 이 두 사람을 한 세트로 묶어서 무언가를 조정할 수 있는 대단히 가까운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분명히 최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근거는 충분했고 결정적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피의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있어 최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게 분명했음에도 경찰은 현장에 떨어진 물증에만 집착해 그 사실을 외면했던 것이다.
4. 재판 결과
2003년 12월 22일 범인으로 체포된 최 씨는 1심에서 청산가리로 피해자를 독살한 것도 모자라 칼로 26군데나 난자한 점을 들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재판부의 의견에 따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초지일관으로 범행을 부인했고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고등법원도 최 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하며 1심에서 선고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 씨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대법원은 1심, 2심과 달리 수사 보고서에 적힌 범행 동기인 "금전 문제로 인한 갈등 끝에 살인"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결국 피의자 최 씨는 옥살이를 한 지 2년 만인 2005년에 무죄로 풀려날 수 있게 되었지만 한 번 살인자로 낙인찍혔기 때문에 사회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살인범이라는 낙인 때문에 이 동네 저 동네로 쫓기듯이 이사를 다녀야 했고 사건 이후에도 이웃들은 최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엉뚱한 사람을 옥살이하게 해 제2의 피해자를 낳았고 진범을 놓쳐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경찰이었지만 정작 그들의 대응은 매우 뻔뻔했다. 애먼 사람을 범인으로 체포해 진짜 범인은 놓쳐 버렸기에 이 사건은 명백히 미제사건이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담당 경찰관은 자신들은 범인을 잡았으니(?) 이 사건은 해결된 사건이며 절대 미제사건이 아니라고 우겼다. 재수사를 요청하러 간 김 씨의 언니는 이런 뻔뻔한 경찰들의 대응에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방송을 통해 지켜본 시청자들도 기가 찬 건 마찬가지였다. 수사 기록이 이미 검찰로 송부되었기 때문에 경찰에는 수사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을 찾아가도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건을 재수사하지 않는다고 하며 그 새로운 증거를 다름아닌 유가족들이 직접 찾아오라는 어이를 날려버릴 소리만 해댔다. 범인을 잘못 지목해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도 어느 누구도 재수사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 법원은 판단만 할 뿐 재수사를 지시할 수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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