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요(북위)

"삼가 듣건대, 성인(聖人)이 남면하여 천하를 다스릴 때, 변혁할 수 없는 것은 친족과 존귀함입니다. 사대(四世)까지는 친척 간에 상복을 입으며, 오대(五世)에는 슬픈 일을 맞이할 때 상복을 벗고, 육대(六世)에 이르러서는 친속의 관계가 끊어집니다. 그 이후로는 성씨로만 연결될 뿐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식읍을 이어받아도 그 구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법률에서는 친족 관계를 논할 때, 단지 당대의 친족뿐 아니라 선제(先帝)의 오대손까지를 친족으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삼가 이 뜻을 살펴보니, 이는 제종(帝宗)을 널리 확장하고,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하려는 것입니다. 선황제(先皇帝)께서 이 문제를 변화시키고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신 것은 태화(太和) 말년에, 오(吳)와 촉(蜀)에 대한 방책을 세우고 전쟁을 준비하면서, 경비와 재정을 신중하게 고려한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절감 정책을 실행하신 것이며, 당시의 상황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임회왕(臨淮王) 제(提)가 종친 명부에서 제외될 때, 고조(高祖)께서는 비단 3,000필을 하사하시어 그 분리의 중요성을 나타내셨고, 악양왕(樂良王) 장명(長命) 역시 비단 2,000필을 하사하심으로써 황실의 애정을 나타내셨습니다. 이는 모두 선조께서 애정 어린 배려로 내린 조치였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옛말에 '발이 100개 달린 벌레는 죽을 때까지 몸을 굽히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이는 그를 돕는 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臣)은 감히 조정의 중요한 자리에 친척을 함부로 내세워 은혜를 구하지 않으려 하며, 그저 황실의 대종(大宗)이 조금이라도 손상될까 염려할 뿐입니다. 만약 계속하여 대종이 축소된다면, 천자의 종친 명부에 남을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나라 때는 제왕의 자식이 많건 적건 모두 봉토를 받아 '후(侯)'라 불렸으며, 위(魏)와 진(晉)에 이르러서는 강토를 넓히고 '공(公)'이라 칭하여 대종의 결속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신(臣)이 황상(皇上)과는 비록 오대의 먼 친척이라 할지라도, 선제(先帝)께는 천자의 손자이며, 고조(高祖)께서 국가로부터 신분에 걸맞은 봉록을 주고 의복을 지급하셨습니다. 그 후에 종친들은 세금을 주되 의복은 지급하지 않은 것은 내외의 구별을 명확히 하려 한 것입니다.

오늘날, 제사를 지내는 슬픔이 마음에 남아 있고, 길을 행하며 애도의 감정이 여전합니다. 종친이 봉토를 받은 자들은 사망한 후 삼년상을 마친 다음에야 작위를 박탈하는 것이 마땅한데, 지금 조정이 아직 애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