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북위)

"요즘 마음을 수양하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언덕처럼 쌓인 《육경(六經)》의 책들 중 그 어느 하나도 즐겁지 않은 것이 없지 않은가? 풍속을 잘 바로잡고, 금려(禁旅)를 엄숙히 다스리도록 하라."

"짐은 수도 남쪽 지역의 치안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에 잠시 신휘(神麾, 황제의 깃발)를 움직였을 뿐이다. 면북의 여러 성들이 모두 순복한 것은 장수와 병사들의 공로이지, 짐의 공이 아니다."

"폐하의 덕은 당요(唐堯)와 우순(虞舜)을 능가하며, 공은 주나라(周)와 한나라(漢)에 조금도 못지 않습니다. 남방의 교화는 바로 이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옛날 회이(淮夷)가 명을 거역하였기에 3년의 전쟁이 있었고, 귀방(鬼方)이 불복하였기에 긴 세월 동안의 군대가 동원되어야만 하였다. 하물며 지금 강오(江吳)가 황제의 명을 훔쳐 10여 년을 지내왔으니, 짐은 반드시 남해(南海)를 정벌하여 깨끗이 평정한 후에야 돌아갈 것을 논하고자 하였다. 이번 여름에는 이를 중지하려 하였으므로 너와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니, 너는 경읍(京邑)을 잘 지키며 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라."

"한 사람의 몸에 과오가 있더라도, 그것이 그의 덕을 완전히 더럽히는 것은 아니며,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본성은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충성과 반역은 엄연히 구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비가 죽임을 당했음에도 아들이 흥성한 것은 당요(唐堯)의 시대에서 그 의리가 높이 평가되었고, 형이 처벌을 받아 죽었음에도 아우가 등용된 것은 주나라(周)와 노나라(魯)의 기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원희는 국가와 이체동기(異體同氣)의 관계였으나, 이미 임금을 무시하고 역모를 저질렀으니, 어찌 형제의 친분을 돌아볼 수 있겠는가?

숙부는 충성을 다하여 두 조정에 걸쳐 빛냈으며, 그 진심은 종묘와 사직에까지 이어졌다. 어린 천자(天子)를 보좌하여 어리석은 부분을 보완하고, 훌륭한 계책으로 국가를 다스리는 데 헌신하였는데, 어찌 작은 걱정으로 인해 아형(阿衡, 중대한 직책)의 책임을 망각할 수 있겠는가? 표장(貂章)은 이미 조정의 칙령으로 돌려보내니, 부디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지 말라. 천명이 이 비천한 몸에 맡겨져 있어, 이 일을 말하기 위해 종이에 적을 때마다 부끄러움과 후회는 가득하고, 아쉬움과 탄식은 더욱 깊어진다."

"삼가 생각건대, 간사하거나 위협이 되는 어려움은 제거하기 어려워 이미 오랫동안 나라를 좀먹어 왔고, 여러 도적은 화근이 되어 나라의 심각한 병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므로 오형(五刑)을 시행하여 법을 엄격히 집행하더라도, 여전히 그물에 걸려들어 처벌받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규율로 사악함을 이기지 못하니, 개처럼 몰래 훔치는 행위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를 반포하여 법을 시행하고, 명분을 다스림의 근본을 삼으며, 조목을 정비하여 명확히 하는 것이 정치의 대요(大要)입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관직의 녹봉을 박탈하는 규정이 반포된 지 이미 한 해가 지났습니다. 수도의 읍윤(邑尹)과 현령(縣令)은 그 선악(善惡)이 쉽게 드러나는 반면, 변경 지역의 수령들은 소식을 듣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에, 모두 위아래가 같은 심정으로 서로를 덮어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도적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고하지 않거나, 강도 사건을 절도로 축소하거나, 약탈을 방임하여 도적이 발생하게 한다면, 그 원인을 확실히 알기 어렵게 되고, 도적들은 더욱 극심히 날뛸 것입니다.

신(臣)들이 논의하여 판단해 보건대, 만약 규정에 따라 관직을 삭탈한다면, 현(縣)은 몇 달 동안도 현령을 두기 어려울 것이며, 첨부 조항에 따라 파면을 감행한다면, 군(郡)은 한 해도 제대로 된 태수를 두지 못할 것입니다. 예전에 황패(黃霸)와 공광(龔遂)은 풍속을 변화시켰지만, 녹봉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으며, 장순(張敞)과 조충(趙充)은 칭송받는 인물로 아름다운 이름을 떨쳤는데, 어찌 파면이나 강등을 두려워했겠습니까? 이처럼 백성을 교화하고 인도하는 방식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리를 신중히 선발하고 법에 따라 탄핵과 징계를 시행할 수는 있어도, 법령을 경솔하게 변경하여 여러 관리들을 삭탈하거나 파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청하건대, 현재의 법령을 개정하고, 법에 근거하여 처벌을 부과해주십시오. 그리하여 관리들이 스스로 공정하고 청렴하게 다스리도록 독려하고, 상벌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시행해야 합니다."

"관가(官家, 황제)께서는 천만 세를 누리시어, 매년 한 번씩 첩의 모자(母子)의 집에 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후로는 부귀를 바라지도 않으며, 단지 우리 모자(母子)가 서로 보전할수 있다면, 너와 함께 시장을 쓸며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공사(公私)에 해를 끼치며, 음란하고 예법을 어겼습니다. 조정에서 여러 번 군국(軍國)의 지출이 많아짐을 이유로 여러 번잡한 헌물을 금하였으나, 원상은 이를 무시하고 멋대로 명령을 내려 관청으로 하여금 값을 지급하게 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사사로이 저택을 사치스럽게 꾸몄으며, 불륜을 저질러 존비(尊卑)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법도를 더럽혀 풍속과 교화를 손상시켰습니다. 이에 이미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그가 맡고 있는 관직과 작위를 면탈하고, 홍려(鴻臚)로 하여금 삭탈하여 즉시 금고형에 처하고, 정위(廷尉)에 넘겨 죄를 다스리도록 하기를 청합니다."

"만약 중위(中尉)의 탄핵이 사실 그대로라면 어찌 근심할 것이 있겠는가? 다만 더 큰 죄가 억울하게 덮쳐 올까 걱정될 뿐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진귀한 재물과 물건을 바쳤고, 나는 그것을 실제로 좋아하여 받았을 뿐이다. 정말로 내가 취하고 받은 것이 전부라면,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네게 이미 아내와 첩, 시녀들이 있어 젊고 아름다운 이들이 많건만, 어찌 고구려 출신의 여종과 간통하여 이런 죄를 초래했느냐? 내가 그 고구려 여종을 잡게 된다면 반드시 그 고기를 씹어 먹을 것이다."

"너는 새며느리로서 큰 집안의 딸이며, 문벌이 대등한데 무엇이 두려워서 남편을 잘 단속하지 못하였느냐? 여자는 모두 질투하는 법인데, 어찌 너만은 질투하지 않았느냐?"

"북해왕은 높은 지위와 중책을 겸하였고, 조정과 친밀하고 특별한 관계로 둘도 없이 소중한 인물이었기에, 조야가 그에게 의지하여 모두의 주목이 그에게로 향하였다. 그러나 덕을 북돋아 도(道)를 지키지 못하였고, 법과 교화를 펼치지 못하였으며, 도리어 이 탐욕스럽고 뻔뻔스러운 행위를 자행하여 더러운 악행이 드러나게 되었다. 멀리서는 선조(先朝)의 우애와 신뢰를 저버렸고, 가까이에서는 가문과 나라의 존경과 기대에 어긋났으니, 관리는 법을 집행함에 있어 진실로 형전(刑典)에 합당하게 처리해야 한다. 천하는 공적인 것이니, 어찌 사사로운 감정으로 억눌러 용납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짐의 여러 숙부들이 이미 몰락하였고, 살아남은 자가 많지 않으므로, 곧바로 연좌의 극형에 처하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다. 이에 그를 서인(庶人)으로 강등하고, 따로 방관(坊館)을 지어 법에 따라 감시하게 하며, 종신토록 거주를 제한할 것을 명한다. 나라와 가문에 말로 이 슬픔을 고할 길이 없도다."

"숙부 북해왕이 급작스럽게 사망하였으니, 그 슬픔과 애통함에 마음을 가눌 수 없도다. 명하노니 곧 애도를 거행하도록 하고, 장례 준비를 하여 남쪽의 저택으로 운구하라. 또한, 모든 왕과 황족들을 급히 소집하여 장례에 참석하게 하라. 동원(東園)의 비기(秘器)를 하사하고, 나머지 부장품은 광릉왕(廣陵王)의 선례를 따르도록 하라."

"고(故) 태부(太傅) 북해왕은 선황(先皇)의 혈통을 이어받아 특별히 우애를 갖추었으며, 유훈을 받아 나라를 보필하였으나, 젊은 시절의 미덕이 저물어 결국 애도의 영예를 잃게 되었다. 이제 그의 왕위를 추복(追復)하니, 길일(吉日)을 택하고 장례를 다시 준비하여 그 영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그로 인해 남은 의혹을 없애고 슬픔을 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