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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5 14:40:29

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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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2. 적용 예3. 관련 문서

1.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

2. 적용 예

2.1. 금기

만약 당신이 정착하고 있는 나라의 문화나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그곳의 기후나 환경이 특별한 경우에는 특정 음식에 대한 금기를 설정하는 것도 좋다. 사람의 입맛은 한번 높아지기 시작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 쉽지 않고, 때문에 요리로 인한 사치는 과소비, 나아가 피지배층 착취에 따른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송,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신선한 식재료를 멀리서 가져오는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나라의 환경으로는 얻기 힘든 식재료들은 가급적 금지하는 것이 좋다. 물론 현대인들이 전근대인들에게 그러듯 후세의 역사가들에게 '이 음식들을 대체 왜 금지했지?' 라는 떡밥을 괜히 던져주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한다. 역사의 진행이 꼬인다면 어리석은 경제적 봉쇄 정책 때문에 상업 발전을 저해했다는 후세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 했다는 점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인데, 돼지고기 항목에서 보다시피 더욱 연구가 진행된 현대에는 이슬람이 돼지고기를 금지한 것은 문화적 종교적 이유가 더 크다는 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사에 요긴하게 쓰는 동물 역시 마찬가지. 이러한 금기에서 자유로운, 키우는데 드는 땅과 식량이 비교적 적게 드는 과 같은 가축의 사육을 적극 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새로운 음식이나 작물 등을 보급할 때, 이것이 종교적, 사회적 금기와 충돌하지 않도록 높으신 분 내지는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도 커피가 유럽에 보급될 때 이슬람인들의 음료라 하여 기피하였다가 교황의 허가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바 있으며, 구황식 대용으로 감자를 보급할 때에도 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이 스트라이샌드 효과를 응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감자를 손수 보급해야 했다.[6] 토마토 같은 경우 맛과 영양 모두 좋음에도 신대륙에서 온 작물에 대한 불안감과 먹으면 죽는다는 미신을 극복하지 못해 한동안 창부들이나 먹는 싸구려 식재료 취급을 받은적도 있었다.

2.2.

서양에서는 제빵술의 기원을 1만 2천년 전의 신석기시대로 잡고 있으며, 한국 청동기 시대 시루가 있어 떡 만들기는 그 기원이 무척 이르다. 그에 비하면 은 9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벌꿀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하여간 이걸로 스타가 되려면 판타지 안내서의 전재가 되는 중세적 세계관이 아닌 그보다 훨씬 이전의 세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밀을 재배하는 곳에서 흔한 빵조차 굽지 못한다면 기술력이 가히 신석기보다 못한 후진 문명이란 소리다. 일반적인 중세시대라면 사실 빵 굽는 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효율이나 제분법 증진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다만, 스폰지 같은 구조의 발효빵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건 일러도 고대 이집트에 발명되었고, 지금도 이어지는 스펀지 구조는 중세에야 완성된 것이라서 중세와 유사한 세계관에 도착했다면, 이걸 발명한다면, 혹은 발명이 아니더라도 기술자로 일해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며, 주문이 쇄도할 것이다.

하지만 전근대적 기술로 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 외로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애초에 중세에 이미 빵은 전문기술자인 제빵사가 굽는 것이었지, 가정에서 쉽게쉽게 요리해먹는 요리가 아니었다. 각 가정에서 제빵소로 밀가루를 가져가면 제빵사가 임금에 해당하는 밀가루를 제하고 나머지를 빵으로 만들어서 밀가루를 맡긴 사람에게 다시 주는 식이었다. 지금도 아침마다 하루 먹을 빵을 베이커리에서 사오는게 유럽의 일상이다. 전기밥솥으로 집에서 쉽게쉽게 밥을 해먹는 동아시아식 이해 때문에 빵이 만만해보이는 것.

제빵기능사를 땄다고 해서 제빵에 대해 쉽게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제빵기능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계화된 반죽기와 현대식 가스 오븐, 어느 정도 표준화 된 성분의 재료(특히 밀가루나 이스트)를 사용해서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가진 지식을 이용해 따로 맞춰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제빵기능사 정도의 교육으로는 이런 식의 빵의 역사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은 상당히 부실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빵기능사 종목 1/3은 식빵이며 나머지는 거의 과자빵 종류이다. 빵의 기본 재료인 물, 밀가루, 소금, 이스트를 사용하는 식사용 빵의 경우, 제빵기능사 레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하드롤과 불란서빵[7] 정도 밖엔 없다. 직업, 연구레벨이 아닌, 홈베이킹이나 취미 수준에서 제빵기능사를 땄다면 발효법이나 손으로 빵 반죽을 하는 단계부터 이미 포기하고 퍼질지도 모른다. 빵 반죽 글루텐 올리는 건 보통 노동이 아니다. 구할 수 있는 밀의 성분도 문제가 되는데 글루텐 함량이 낮다면 빵보다는 면이나 죽 쪽을 권하는게 낫다. 제과 쪽을 할 수도 있긴 한데 유제품, 감미료, 유지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과는 엄두도 내지 말자.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이스트다. 발효빵 자체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존재했었지만, 지금의 식품 첨가물 형태의 이스트 개념으로 유럽에서 빵을 부풀리는 방법이 알려진 것은 근대에 와서이다. 그 이전까지는 만들어 놓은 반죽 자체를 한 3일쯤 가만히 놔 두거나 술과 관련된 재료 등을 섞어 따로 이스트용 반죽을 만든 뒤[8] 새로운 반죽에 섞어 다시 발효시키는 방법, 또는 천연 이스트가 많이 들어있는 포도껍질을 반죽에 섞는 법[9]을 썼다. 당연히 현대의 이스트와는 재료 비율부터 틀려진다.
이러한 천연효모를 이용한 빵은 현대에는 보통 사워도우 빵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밀가루에 포함된 미량의 효모를 키워서 사워도우 스타터를 만들고, 저 스타터를 반죽 때마다 조금 씩 넣어서 새 반죽을 만들고, 새 반죽의 일부를 떼서 다음 빵의 효모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해보면 알겠지만(...) 효모가 제대로 안 크면 그대로 부패하고, 효모 덩어리인 현대의 드라이 이스트랑 달리 발효에 엄청나게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제빵사의 삶을 보면 겨우겨우 먹고 산다고는 할 망정 꿀을 빨거나 돈을 긁어모은다고 할 정도로 좋은 직업은 아니었다. 로마 제국을 보면 제빵사들은 빵을 제조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여겨져서, 빵집이 전부 국유화되어서 있던 사업장도 다 황제에게 뺏기고 월급쟁이로 몰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중세에도 제빵사들은 밀가루를 규정 이상으로 훔치는 꼼수를 쓰는 놈들이라고 의심을 받았고, 흉년이 들어 밀값이 오르기라도 하면 제빵사가 멋대로 빵값을 올렸다고 도시 폭도들에게 습격을 받아 끔살 당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스위스에선 흉년으로 제빵사가 빵값을 올리자, 화난 도시 주민들이 제빵사를 재판에 넘겨 하수구에 처넣기형에 처하고, 빡친 제빵사가 도시에 불을 지르고 튄(...) 기상천외한 사례도 있다.

오븐의 경우도 문제다. 제빵 역사상 가장 기초적인 제빵법은 미발효빵으로 인도의 짜파티,[10] 북유럽의 툰브뢰드와 같은 얇은 반죽을 화덕에다 굽는 방식이다. 집집마다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화덕이 작고, 굽는 동안 바로바로 상태를 보고 대응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덕조차 없다면 화톳불에 감자 구워먹는 방식으로 재를 이용하는 방법도 통한다. 실제로 베르베르족은 사막을 거닐면서 이런 방식으로 빵을 굽곤 한다.

현재와 같은 덩어리빵은 오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사이즈나 굽는 시간 등이 모두 다르므로 따로 맞추어 연구를 해야한다. 시설 역시 상당히 덩치가 크기 때문에 중세에서는 제빵사가 따로 만들어서 파는 물건이 아니면 집집마다 따로 반죽을 해 와서 제빵사에게 구워달라고 했던 시기이다. 괜히 중근세까지 빵 만드는 기술자들이 길드를 짜고 있던 것이 아니다. 제과분야가 아닌 제빵의 경우 틀을 이용한 식빵과 같은 빵은 생각 외로 도입이 늦어서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나 개발된 방법이지만, 굳이 이걸 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원래 공장과 같은 화력이 어느 정도 일정한 조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부풀린 빵 자체는 죽이나 무발효 빵에 비해서는 매우 부드럽고 기분 좋게-딱 하루 이틀까지만-먹을 수 있는 방법이고, 나름 전문 기술이기 때문에 제빵사는 중세 도시의 의회에 자리를 얻을 정도로 중요한 직업이기는 했다. 기술적 난관이나 제빵사의 고충을 극복할 수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는 있는 기술이긴 하다.

2.2.1. 대체 곡류 가공 음식

위의 방식이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에 있다면 혹시 물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는가 확인해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국수를 뽑아낼 수 있다. 채 같은 구멍에 반죽을 누르는 것으로 만들 수도 있고, 칼국수처럼 틀 없이 그냥 납작하고 길게 만든 반죽을 써는 것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국수 자체는 고대에 발명됐고, 가장 오래된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것이 있을 정도지만 장사하려면 못할건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국수는 전세계적으로 별미, 별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상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조선조차도 외식 중 제일 잘 나가던 음식이 바로 배달 냉면이었고, 이탈리아도 산업혁명 무렵 길거리에서 스파게티 삶아서 파는 포장마차가 유행하고, 일본도 에도 시대에 소바와 우동 가게가 도시에서 발달하는 등 전세계 요식업에서 잘 먹히는 아이템이었다.

만두 역시 적은 양의 곡물로 재료의 육즙이 빠지지 않게 하는 요리가 가능하다.

문화권이 아닌 문화권일 경우엔 자포니카 문화권이면 , , 등이 발전하고 서민은 후자, 귀족은 전자를 많이 먹고 있을 것이다. 셋 다 최소 철기 시대에는 있었으니 발명해서 뭔가 얻을 수 있을거란 기대는 접자. 하지만 대신 만들 수 있는 것이 보존식품인 알파미로, 밥을 하고 물에 행군 뒤 100도 정도의 오븐에 6시간 정도 말리면 끝이다. 중국 비슷한 세계관이면 오븐은 있을 것이고 한국 비슷한 세계관도 온돌 아랫목에서 말리면 된다. 일본 비슷해서 오븐도 온돌도 없다면 직접 만들던지 하자.

다만 당신이 떨어진 세계가 밀도 쌀도 아닌 문명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밀과 쌀 이외의 대표적인 지구 곡류로는 옥수수, 호밀, 메밀, 보리, 귀리, 감자, 고구마, 카사바(타피오카), 퀴노아, ,[11] 수수와 조와 피 같은 원시곡류, 심하면 이나 사고나무와 같은 식물에서 전분을 뽑아먹는 사회도 있을 수 있다.

지구의 사례를 들자면, 중남부 아프리카 밀림지역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국가에선 옥수수전분과 카사바전분을 이용하여 풀떡처럼 쑤어먹는 방식이 발달했다. 산간지방이 많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및 남미 안데스 지역 국가 등에선 전통적으로 감자와 고구마가 주식이고,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지방이나 몰루카 제도쪽 및 브라질 아마존 지역 같은 경우는 정말로 나무녹말을 추출하고 끓여 먹기도 한다. 멀리갈 필요 없이 한국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도 감자와 옥수수를 주식으로 했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 전이고, 그나마 이 외래종이 들어오기 이전엔 농경사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라도 캐먹고 살아야 할 정도로 처절했었다.

도정 기술을 발달시켜 더 먹기 좋은 백미나 흰빵을 퍼트릴 수도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시대에서 식사의 대부분이 곡물이고 야채나 고기 반찬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때 도정이 많이 된 곡물을 먹었다간 각기병 같은 영양결핍 병에 걸리기 마련. 물론 의학 발전이 미비한 시대라면 그걸로 당신이 욕먹을 염려는 없으니, 양심을 내다버렸다면 본인은 다양한 반찬을 먹어서 각기병을 회피하고 타인의 고통은 외면하자.

2.3. 유제품

유제품은 서구 기준으로 매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버터나 우유가 식품으로 나오는 서구풍의 판타지 세계라면 똑같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유럽의 유제품 발달은 중세 후기 이후 동방식민운동으로 인해 세워진 동유럽의 도시들이, 동유럽의 민중들이 농노로 고생을 한 덕에 만들어지는 곡물들을 서유럽으로 수출한 덕에, 서유럽의 곡물가가 떨어진 것에 힘입은 것이었다. 서유럽의 곡물가가 떨어지자 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짓던 차지농이나 자유농민들이 자신의 땅에 부가가치가 높은 목축업을 시작한 것.

현실 역사에서는 유럽인들이 우유 치즈 버터를 많이 먹게 된 것에도 이런 긴 사정이 있지만, 판타지 작품들에서 보통 이런걸 반영하진 않으니까 생략하고(...), 하여간 유럽이 베이스가 된 작품들이면 유제품을 소모하는게 이상하진 않으니 대충 비슷한 환경이라고 가정하자면, 유제품 생산은 사업적으로 유력한 시장이 될 수 있다.

2.3.1. 우유

튀넨의 농업입지론에서도 도심지에 가까운 곳에 놓으면 이상적인것으로 낙농업을 언급될 정도로 우유는 소비가 활발한 대신 보관과 유통이 어려운 상품이다. 이렇듯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는 것은 현실 지구의 20세기까지도 어려운 일이었고, 그만큼 상한 우유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구권 사회에서 우유는 꾸준히 소비되어 왔기에 우유 유통 자체는 레드오션이라 할 수 있지만, 제때 배달되어 신선하게 공급되는 우유는 성공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유통제체를 갖추는데 공헌했던 그 알 카포네도 밀주로 버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되는 장사라며 괜히 밀주를 팔았다고 후회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 물론 영상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정경유착이 가능할 정도의 기반이 없다면 기존 유통업체들의 반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유의 빠르고 신선한 보관을 가능하게 했던 냉장유통 시스템의 구축도 그가 밀주로 벌어들인 큰 자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했다.

2.3.2. 치즈

최초의 치즈는 기원전 4~5천년 전 유목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빵과 마찬가지로 치즈 발명으로 스타가 되려면 아주 많이 원시적인 문명에 떨어져야 할 것이다(...). 야메로 배운 치즈 제조법 정도는, 치즈를 이미 알고 있는 문명이라면 대부분의 민중들이 야매 제조법 정도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로마의 군단병들은 자기가 먹을 전투식량을 알아서 제조해서 가지고 다니는 식이었는데, 그들은 무화과즙을 이용해 치즈를 만들어서 휴대했다.

다만 상기했듯, 산업적인 수준으로 생산한다면 충분히 유력한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은 맞다. 중세 후기 이후 제일 부유한 지역이던 스위스와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가 치즈였다.

치즈 생산법 자체는 간단하다. 이하의 서술 외에도 치즈 항목을 참고해도 되고 인터넷 검색을 동원해도 충분히 나온다.
  1. 우유, 양젖, 염소젖 등을 중탕해서 40-50도 정도로 데운다. 섭씨 온도계가 없을테니, 대충 '뜨겁다고는 느끼지만 데이지는 않을 정도' 로 데우자.
  2. 데워진 젖을 불에서 내리고 응고제를 넣고 저어준다. 식초, 무화과즙, 레몬즙, 주석산 등 식용 산성인 물질이면 거의 다 가능하다. 어떤 것을 응고제로 넣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이때 소금을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춰도 된다. 30~40도 정도에서 제일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레닛[12]을 넣으면 더 잘 응고된다.
  3. 이제 뭉친 것을 건져내서 면보로 싸서 물을 빼면 이미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치즈 완성. 코티지 치즈, 리코타 치즈와 비슷한 식감이다. 이하 엉긴 치즈. 추가 과정을 거쳐서 더 고등한 형태의 치즈를 만들 수 도 있다.
  4. 위의 엉긴 치즈를 다시 중탕해서 데우면서, 잘랐다가 겹쳐서 접었다가를 반복해주자. 이렇게 치대는 과정을 영어로는 체더링(cheddar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해주면 모짜렐라 치즈와 비슷한 치즈가 완성된다. 이하 생치즈. 이 단계에서 더 추가 과정을 거쳐서 더 다양한 치즈를 만들 수 있다.
  5. 위의 생치즈를 잘게 쪼갠 뒤 면보에 싸고 틀에 넣고 무게를 가해서 모양을 잡고 물을 한계까지 빼준다. 두부 만드는 과정이랑 비슷하다. 이때 소금을 쳐서 간을 맞춰도 된다. 이것을 2~3일 정도 건조해준다.
  6. 위의 것을 밀랍으로 포장하거나, 포장하지 않은채 통째로 숙성&발효한다. 3~9개월 정도 발효 내지 숙성한다. 여기서부터는 미생물에 의한 복불복이다. 다만, 당연히 후자는 상해버릴 위험이 크다.

마지막의 숙성&발효 과정이 주목할만 한다. 치즈 창고를 따로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숙성되는 치즈가 죄다 먹을만하다면 그것은 해당 창고에 좋은 미생물이 잘 증식했다는 것이다. 그곳을 그대로 치즈 숙성소로 만들자. 이런 양질의 숙성소는 그 자체로 남들에게 대여를 해줘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된다. 실제로 스위스나 네덜란드는 그렇게 운영하는 치즈 숙성소가 있었다.

그 외에는 치즈 생산 도중에 나오는 부산물인 유청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2번 과정에서 치즈를 건지고 남은 국물이 바로 유청이다. 유청은 현대에야 보통은 버리지만, 이걸 돼지 사료로 쓰면 맛이 좋아진다고 하니 얻어서 써먹는 것도 괜찮다. 단백질 보충제의 주재료이므로 본인이 팍팍 먹고 운동해서 몸짱이 되어 드래곤(...)을 때려잡는 방법도 있다.

2.3.3.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건 냉장고가 발명된 20세기 이후다. 그 이전까지의 아이스크림은 샤베트 형태로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아니면 권력자들의 간식 정도로만 취급되는 귀한 음식이었다. 거기다가 대부분 얼음을 갈아 만든 샤베트 형식이었기 때문에 우유를 얼려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우유를 얼려서 만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의외로 간단해서, 크고 작은 금속통 · 얼음조각 · 우유 · 소금 정도만 있어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얼음 소금을 뿌려 일으키는 흡열반응을 통해 온도를 충분히 낮춰주는 것.

문제는 역시 상업적 활용이다. 현실이라면 일반인 상놈 A인 당신이 얼음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못 만들겠지만, 반대로 판타지 세계라는 특성 상 마법을 동원한다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겠다. 장르 판타지에서 파이어볼 못지 않게 흔하게 나오는 마법이 블리자드이니 의외로 접근성이 높을 수 있다. 물론 접근성이 너무 높으면 흔해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하니 각을 잘 재자.

2.4. 식량 보존 기술

2.4.1. 염장법

만약 수준이 곡류 가공식품을 약간 넘는 정도의 원시 문명이라면 염장보존법은 엄청난 발명이 될수 있다. 게다가 생선이나 육류, 채소 등 많은 종류의 재료에 쉽게 적용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이 항목이 전제하는 중세적 문명 수준만 되어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작 보존기간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보릿고개 같은 주기적인 식량난 사태는 둘째 치고 군량의 경우만 생각해도 한 국가의 군대의 질이 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고대 이집트가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을 염장법에서 찾기도 한다.

다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소금이다. 사실 고대~중세 정도 시대를 염두에 두는 본 항목에서 염장법이 없는 미개문명을 배경으로 염두에 두는 것은 좀 이상하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중세는 커녕 근세까지도 소금은 대량으로 사용하기에는 꽤 비싼 자원이었다. 바닷가라면 어떻게든 소금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염장에 쓸 만큼의 대량의 소금을 구하기는 것도 사실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로 피클이 이런 이유로 나온 것으로, 소금이 부족하니 그냥 바닷물을 최대한 졸인 소금물(함수)을 사용하자는 발상으로 생긴 것. 청어 항목을 참조하라.

또 한 가지 문제는 맛. 보통 질감 정도만 달라지는 건조방법에 비해 염장은 맛을 먹을 만하게 만들기가 사실 꽤 까다롭다. 대부분의 염장식품을 봐도 단순히 소금에 절이기만 하지는 않는다. 추가 첨가물을 넣거나 염장조건을 조절해서 맛을 내주는 이유가, 단순히 절이기만 해서 놔두면 허옇게 변색된 이상한 덩어리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또 함수를 이용해서 절이는 것도 식재료의 수분 함량을 고려하지 못하면 소금물의 농도가 내려가서 발효나 부패가 진행된다. 또 청어를 불러와서 설명하자면, 그 유명한 수르스트뢰밍이 염도가 낮은 함수에 청어를 넣었다가 만들어진 물건이다. 이건 염장이 실패해서 상한거 같아도 아까우니까 그냥 먹자는 전근대인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사례 같지만

기후에 따라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쌀과 같은 발효되는 재료를 첨가해서 보존하는 방법도 있다. 초창기의 초밥 식해가 이런 방식으로 소금을 적게 쓰고 보존하는 방식이었으며, 동남아처럼 비가 많이 와 소금을 얻기 어려운 지역에서 이러한 저장법을 썼다고 한다.
2.4.1.1. 염전 소금( 천일염)
염장법에서 언급한 소금의 공급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 사실 염장법이 없는 수준이면 문명이라기도 애매한 원시 사회일테니, 최소한의 문명이 있는 곳이라면 염장법보다는 이쪽이 더 쓸모 있을 것이다. 소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화학적 조합을 제외하면 천일제염법과 암염 채취 정도다. 암염은 소금사막이나 소금광산에서 긁어오는 것으로 내륙지방에서 일반적이고, 현재도 전세계 소금 공급량의 60%는 암염이다. 다만 이건 광산에서 긁어오는 거라서 조금이라도 문명이 자리잡은 세계에서는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천일제염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해안가에서 '자염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한군데의 모래더미에 바닷물을 부었다가 말렸다가를 반복해서 소금 농도가 매우 높은 모랫더미를 만들고, 그 모래에 다시 물을 부은 다음 그 물을 끓여서 소금을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바닷물을 무한정 계속 끓이는 방식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도 물을 계속 끓여야하는 수고를 줄이기 위한 연구를 나름 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적고 연료비 탓에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비싸졌다.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고 노동력과 바닷물만 있으면 우수한 소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염전 기술은, 현실 지구 역사 기준으로 고대~중세 시대 정도에 해당하는 문명이라면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서아시아 지방에는 염전이 서기 6세기 경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나, 그 외의 지역에서는 천일제염법이 별로 퍼지지 않은듯 하다. 한국의 경우 염전법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왔다. 그보다 일찍 염전을 사용한 좀 유명한 사례로는 베네치아가 있기는 하다.

하여간 염전 기술의 핵심 자체는 매우 단순한데, 바다와 거의 비슷한 높이의 수위에 1차 저수지를 만들고, 1차 저수지보다 조금씩 낮은 1, 2, 3차 증발지를 만들어서 점차 농도가 높은 소금물을 만들다보면 마지막엔 소금 결정이 모이게 된다. 당신이 소금이 귀하고, 바다가 근처인 곳에 있다면 천일제염법으로 소금을 대량생산해서 소금왕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천일제염법에는 약점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기후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지 않다면 염전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태양빛으로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만드는 제법 상 당연히 비가 많이 오는 동네에서는 힘들다 또 당연하지만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염전은 만조 때 수위보다 2~2.5m 아래에 위치해야 원활하게 염전이 작동한다. 세번째로는 천일제염법 역시 매우 고도의 노동력이 투입되어야한다는 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아직도 염전노예가 암암리아 남아 있을 정도로 염전에는 막대한 노동력을 강제로 투입해야한다. 자염법으로 소금을 생산하던 시대는 더 지독해서 죄수나 노예를 강제로 투입했다.

하여간 염전을 만들고 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면, 암염이나 자염업자들과 싸워야 할테니 조심하자. 게다가 국가에서 소금 전매권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당신은 밀염계의 대부가 되어 끔살당할 것이다(…). 국가에서 소금 따위를 판다는 게 우습게 보이겠지만, 현대에 정부가 수도나 전기를 공기업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처럼 소금도 당시에는 귀한 생필품인지라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흔했다. 물론 생필품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비싸게 팔아먹어서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밀염업자도 흔했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정부와 결탁하면 되지만, 그게 쉽다면 이미 현실에서 정경유착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레벨까지 되었을 것이니 논외다. 일단 정부와 협상하려면 먼저 재력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2.4.1.2. 젓갈과 장
적용 문명은 바다을 끼고 있고, 적어도 온대기후 정도는 되어야 하는 농경사회이다. 농경사회는 그 특성상 단백질을 얻을 수단이 매우 모자랐다. 열심히 일하는 를 잡아먹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이라고 매일 쑴풍쑴풍 알을 잘 낳는 것도 아니다. 목축사회라면 우유를 받아먹을 수 있지만, 항상 일손이 모자랐던 농경사회에서 목축업과 같이 힘센 소를 놀리는 건 사치이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단백질원으로 벌레를 먹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바다에 넘쳐나는 물고기를 낚아올려 섭취하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물고기의 최대 문제는 빨리 상한다는 점. 그래서 사람들은 먼저 언급한 바 있는 염장보존법을 이용해 젓갈을 담가먹기 시작했다. 특유의 짭짤한 맛과 때로는 지나치긴 하지만 풍부한 향미는 밋밋한 밥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현대에는 조금만 고급요리가 되어도 젓갈은 캐비어가 아닌 이상 재료로조차 쓰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서양 요리 중에는 존재감이 어마무시한 캐비어를 빼고는 젓갈과 유사한 요리가 별로 없다. 하지만 젓갈은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한 레시피다. 고대 로마식 요리에 필수로 넣는 조미료가 생선젓갈(가룸)이었다. 의외겠지만 고대 로마는 해산물을 즐겨먹었는데, 삶은 조개부터 시작해서 문어,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은 물론 삭힌 정어리를 그냥 빵에 발라먹기도 했다. 심지어는 남자가 젓갈을 못 먹는 건 남성성이 떨어지는 루저라 생각했던 경향이 있었기에 귀족일수록 더욱 더 지독하게 삭힌 젓갈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에도 서양에서 젓갈의 명맥은 끊기지 않았다. 앤초비부터가 사실 생선 젓갈의 일종이며, 수르스트뢰밍 역시 같은 계열의 음식이다. 수르스트뢰밍은 좀 극단적인 사례고, 중세 서유럽에서 가장 많이 먹은 생선 보존 식품은 다름 아닌 생선 피클이었다. 이 피클은 지금처럼 식초에 담근 것이 아니라 소금물에 담그고서 자연발효로 시큼한 맛이 난 것이었는데, 특히 청어가 인기가 좋았다. 네덜란드는 청어를 소금에 절여 판 것을 전 유럽에 판매하는 것으로 부를 쌓았다.

사실 젓갈이 진부한 세계라고 해도, 전근대적 기술의 세계라면 젓갈 만들어서 파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식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전근대 시대에는 식품 제조업도 유력하고 수익성이 충분한 사업이었다. 당장에 네덜란드에선 청어의 이리를 제외한 내장과 가시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작은 칼을 만들고, 소금 대신 함수에 절여 통에 보관하는 통절임 방법을 고안해낸 어부 빌럼 뵈컬손(Willem Beukelszoon)을 위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게다가 상기했듯 네덜란드 자체가 청어 젓갈 판매로 큰 부를 끌어 모은 나라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발달시키는 것이 아마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될 것이다. 다름아닌 장(醬, 소스)을 만드는 것인데 지금이야 간장, 된장, 고추장, 어장(=액젓), 감장(= 케첩), 굴소스, 두반장, 마늘장, XO장 등 별의별 장들이 난립하지만 이런 장들이 제대로 정립된 시기는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중식에 빠지지 않는다는 굴소스 20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한 장이고, 고추장도 외래종인 고추가 들여오고 난 뒤 조선된장과 퓨전되어 만들어진 신문물이었다.[13] 젓갈을 담그는 법 자체는 어지간한 고대 문명이라도 갖고 있는 기술이었지만, 이걸 장(소스)으로 만들어 새로운 조미료를 창조하는 일은 근현대에 들어서야 시작되었고, 특히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마른 귀족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아이템이 될 것이다.

2.4.2. 냉장법

기원전부터 먹을 게 풍부한 부자들은 자신들의 재산보존을 위해서라도 얼음을 이용해 냉장보존하는 방법을 애용하였다. 중국이나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등에서 얼음을 채취해서 동굴이나 땅을 파서 지어놓은 지하실에 톱밥이나 짚 같은 단열재로 포장해 보관해두고 꺼내 썼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석빙고 역시 이러한 방식의 발전형이며, 페르시아 같은 곳에도 야크찰이라는 얼음 보관 창고가 있었다. 살라딘이 리처드에게 얼음과 과일을 보내줬다거나, 포로에게 얼음물을 권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아마도 이런 얼음 보관법 덕분이었을 듯하다.

이것을 작게 만들면, 즉 단열재로 만든 상자 안에 얼음을 보관하면 그게 바로 아이스박스다. 얼음 보관 창고가 있다면 아이스박스를 가정에 보급하는 것도 노려볼만하다.

만년설이 쌓이는 고지대와 가까운 곳에서는, 산에 올라 얼음을 캐서 운송하는 방법도 쓰였다. 물론 귀족이나 왕후장상이 그 혜택을 누렸고... 종종 얼음 운송 사업이 생기기도 한 모양. 굳이 얼음을 보관하지 않더라도 냉장고의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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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천을 반쯤 벗긴 상태.

일단 중세의 기술적 수준으로 당신이 가장 하기 쉬운 방법은 2중 점토 그릇(Pot-in-Pot-cooler) 방식이다. 지어(Zeer)라고도 부른다.

기본적으로 액체가 증발하면 열을 빼앗아가는데, 알콜처럼 휘발성이 강할수록 이 효과는 강해진다. 심지어 알콜이나 에테르 같은 휘발성이 강한 것에다, 증발을 가속하기 위한 펌프질까지 해주면 영하의 온도까지 만들 수도 있다. 이 증발 현상을 이용한 원시적이면서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냉장 장치가 지어이다.

큰 점토 그릇 안에 작은 점토 그릇을 넣고, 그 사이에 젖은 모래를 채운다. 두 그릇 위에는 젖은 천을 뚜껑 삼아 덮어준다.(꽉 묶을 필요는 없고, 그냥 두툼하게 덮어주면 된다.) 안쪽 점토 그릇 안에 보존해야 할 식품을 담는다. 이 그릇을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 배치하면, 모래와 천의 습기가 통풍을 따라 증발하면서 안쪽 그릇을 냉각한다. 천과 모래의 습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틈틈히 뚜껑 천에 물을 조금씩 뿌려줘야 한다. 통풍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그릇 표면이 최대한 통풍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에 놓기 보다는 삼발이를 이용해서 공중에 띄우는 것이 더 좋다.

증발이 잘 돼야 하기 때문에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성능을 발휘하며, 서늘한 기후나 덥지만 습한 지역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 점토 그릇이어야 하는 이유는 다공질이라 습기와 통풍 효과를 받기 때문. 유리 그릇 같은 것은 안 된다. 불침투성 보관용기를 이용해서 그릇과 식품 사이를 막을 수만 있다면, 뿌려주는 물은 바닷물이라도 상관없다.

2중 점토 그릇 방식은 신선한 식품을 5~10배 정도의 시간 동안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예를 들면, 날고기는 하루 정도 밖에 보관할 수 없었던 걸 2주 가까이 보존할 수 있고, 토마토 같은 과일, 채소도 5~10배 정도 더 보관할 수 있다. 맥주 캔을 넣어두면 얼음처럼 차갑다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시원하다 소리 들을 정도의 냉각은 된다.

보다시피 제조가 어렵지도 않고 재료비도 얼마 안 들며 전기가 필요하지도 않고 식료품의 선도를 오래 보존해주기 때문에, 저렴하게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식. 육류와 채소의 선도를 오래 보존한다는 점만 해도 혁신적일 수 있다. 시골에서 육류와 채소를 도시로 운송하는데 며칠 걸리는 경우에는 대부분 염장하거나 도시 근처로 가축을 끌고 가서 도축하는데, 점토 그릇 냉장고가 있으면 며칠 걸리는 거리에서도 식량을 신선하게 운송할 수 있다.

만일 질산칼륨을 대량으로 얻었다면 화학적 냉각 방법도 쓸 수 있다. 물에 질산칼륨이나 질산나트륨을 섞으면 물의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이용해서 물 안에 넣은 병을 냉각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화약 만드는 데도 바쁠테니 큰 쓸모는 없겠지만.

만약에 화학 문서에 있는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가스식 냉장고를 만드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얼음을 이용한 천연 냉장고들을 제외하면, 암모니아를 냉매로 쓰는 냉장고가 세계 최초의 냉장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물건이니 구조도 간단(?)한 편이다.

2.4.3. 병조림, 통조림

병조림은 간단하게 유리병에 설탕물이나 소금물, 정 없으면 그냥 과 함께 보관할 식품을 넣고 중탕해 끓이다가 뚜껑을 밀봉하면 된다. 밀봉에는 코르크를 꽂고 밀랍을 사용해라. 다만 보존하고자 하는 식품에 따라서 조리시간이 다르고 가정에서는 적절한 밀봉이 힘들기 때문에, 미리 병조림 방법에 대해 공부를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자세한 건 병조림 문서를 참조하도록 하자. 하지만 병조림은 우리나라 삼국시대 때처럼 유리가 준 보석 취급일 경우가 아니라 유리가 일상용품일 때나 써먹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점을 유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통조림은 일단 균일한 크기의 금속 원통을 만들 수 있다면, 생산 및 양산도 가능하지만, 위아래를 어떤 식으로 틀어막느냐는 부분에서 막힐 수 있다. 초기엔 다짜고짜 손으로 납땜(...)을 해서 밀봉했다. 물론 이런 걸 대대적으로 팔았다간 중독으로 사람 여럿 죽어나가고, 그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으니, 현대에 쓰는 이중권체의 원리를 파악해서 써먹어보자.

당신이 만들려고 하는 것이 병조림이건 통조림이건 일단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일단 작게 만들어라. 왜냐하면 과거의 가열방법으로는 통조림이나 병조림이 크면 내부는 열로 소독이 잘 안 돼서 다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걸 모르고 이런 물건을 군대에 팔기라도 한다면 후에 안심했다가 속이 썩어 있어서 사기죄로 체포당할 수도 있고, 거기다 전시라면 역적으로 몰려서 목이 날아가도 할말 없다.

그리고 안에 들어갈 요리는 가급적이면 기름을 많이 넣어도 되는 것으로 하자. 설령 밀폐가 제대로 안되어서 공기가 들어간다 해도 기름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상할 위험이 줄어든다. 실제로 병조림, 통조림 개발 이전에도 콩피라는 요리는 기름으로 익히고 그 기름으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몇달간 보존이 가능했고, 조선시대에도 참새가 많을때 잡아다 천초, 대파와 끓이고 식힌 기름을 넣어 밀봉해 반년 가까이 보존하였다. 또한 기름은 고열량이니 병조림, 통조림의 비상식량으로써의 기능도 더 높일 수 있다. 참치 통조림에 식용유가 많은 것도 이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판타지 세계에서 양질의 기름을 얻기 쉽지 않으니 기름을 짜는 사업과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주석 깡통으로 통조림을 개발해내면, 통조림 따개를 만들어내라. P-38 같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면 간단한 형태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 깡통따개는 통조림이 발명된지 40여 년이 지나서야 나왔고, 그 이전에는 통조림 개봉에 대검이나 끌, 망치 등이 동원되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당시 통조림에는 '끌과 망치로 모서리를 쳐서 둥글게 자르시오'라고 써있었다.(...)

개발이 매우 어렵겠지만 원터치캔을 창안하면 당신은 진짜 돈방석에 앉는다. 다만 그 전에 통조림을 대중화시킨 후에 시도하라. 원터치 오프너의 제조단가가 (지금도 내용물 양에 영향을 줄 정도로)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 시키기 전에 통조림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원터치캔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된다면 이미 금속정밀가공기술을 비롯한 근현대적 기술이 자리잡은 세상일 것이라, 당신이 애초에 전문적인 공학지식을 가진게 아니라면 그런 세상에서 무언가를 공헌하기는 무리. 원터치캔은 아이디어 이전에 금속가공기술이 따라줘야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서 의외로 최근에 상용화된 기술이다.

2.4.4. 온실 재배

파일:조선시대온실1.png

겨울에 야채를 재배하기 위한 온실에 대한 아이디어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있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 따르면 티베리우스 황제는 사시사철 오이를 먹을 수 있었는데, 황제의 정원사는 기름을 먹인 천이나 석영 유리를 지붕으로 씌운 공간에서 오이를 키웠다고 한다. 다만 이후로 유럽에서 온실 재배와 관련된 이렇다할만한 기록이 없는걸 보니 황제만 가능한 돈지랄(...) 정도로 여겨진듯.

그 이후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온실 재배 기술은 다름 아닌 조선에서 나타난다. 위 이미지와 같이 황토로 벽을 두텁게 만들어 보온 효과를 내고, 바닥에는 온돌 구조를 만든 후 채소를 재배할 흙을 얹고, 지붕은 기름 먹인 한지로 만들어서 빛을 들이고, 채소 재배 공간과 분리된 곳에서 온돌을 뎁히는 동시에 물을 끓여 그 수증기를 파이프를 통해서 채소 재배 공간에 들여보내는 것으로 수분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2.5. 화덕

불 붙이는 기구가 시원찮았던 시절에는 주방에서 불을 관리하고 땔감을 장만하는 것이 큰 수고였다. 특히 조리시간이 길고 화력이 많이 필요한 요리일수록 땔감 문제가 커진다. 오죽했으면 고대 그리스 로마의 경우에선 화로의 여신인 헤스티아(베스타)가 있었고, 주부들의 여신으로 칭송될 정도로 불씨를 지키는 것은 당시 주부들의 막중한 임무이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당신에게 로켓 스토브를 만드는 것을 추천하는데, 로켓 스토브는 잔가지 정도의 땔감으로 고온을 만들어내고, 연소 효율이 높아 연기도 적게 만드는 고효율 화덕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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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스토브의 구조

로켓 스토브의 원리는 간단하다. 탁 트인 공간에 모닥불을 피우면 열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비효율적으로 낭비되지만, 모닥불의 불길에 수직으로 긴 원통을 갖다대면 모닥불 불길이 원통으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이유는 모닥불 하단에서 흡기하고 불길이 원통을 통해 상단으로 치솟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응용해, 벽돌이나 단열재로 원통 모양의 화덕을 만들고, 아랫쪽에 연료투입구 겸 흡기구를 만들어 불을 피우면 화력이 수직으로 치솟는다. 화력이 집중되는 동시에 불완전 연소하며 위로 올라가는 연기를 원통 화덕 내에서 재차 가열해 더더욱 화력을 키워 완전연소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화력이 매우 상승하게 된다.

로켓 스토브의 최대 장점은, 조리를 위해 굵은 장작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자와 아이도 쉽게 꺾어올 수 있는 죽은 나무 잔가지로도 기존 화덕을 웃도는 효율을 내며, 난방을 위한 장작 마련까지 배제할 수는 없어도 수고는 확실히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땔감이 드문 사막 지역에서도 효과가 좋다.

덧붙여, 로켓 스토브 화덕 전체를 위쪽까지 막힌 드럼통을 씌운 후 드럼통 하단에 수평으로 지나가는 배기구를 파이프로 만들고, 배기구와 드럼통에 흙을 두껍게 바르면 배기되는 연소가스의 여열이 배기통로를 따끈하게 데우는 효과가 있다. 이를 로켓 매스 히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온돌과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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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매스 히터의 구조

로켓 매스 히터는 로켓 스토브처럼 적은 연료로도 효율적인 난방기구다. 온돌은 바닥 전체를 뜯어 만드는 좌식문화용이고, 로켓 스토브는 배기구 부근만 데우기 때문에 배기구를 두툼한 침상으로 만들면 침상 문화에 어울린다. 위에서는 드럼통과 파이프라고 했지만 그냥 단열재와 석재로 연기가 빠져나오지 않게 밀봉해도 된다. 다만 이 경우 온돌과 마찬가지로 설계를 잘못하면 배기가스가 새서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2.6. 탄산수

탄산수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이산화 탄소를 물에 섞으면 된다. 이산화 탄소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탄산가스의 압력이 높아야 하고 물의 온도가 낮을수록 좋으니 연구를 해야 한다. 물의 온도는 물병의 주위에 얼음을 채워놓으면 되고, 탄산가스의 압력 문제는 한 쪽은 좁게 다른 쪽은 넓게 만든 파이프를 이용해 주입하면 해결된다.( 베르누이의 정리)

여기에 향, 당, 산을 적절히 배합하면 사람들은 탄산수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설탕이나 과일즙을 넣어주면 효과가 백배는 될 것이다. 물론 탄산가스는 물에서 해리되기 쉬우니, 적절한 밀봉용기의 연구도 필요하다.

2.7. 식물성 기름

인류는 오래 전부터 동물성 지방을 녹이거나 식물의 씨앗을 압착하여 기름으로 사용했다. 일본의 모 이세계물 만화에서 튀김요리를 전파한 것이 조롱거리가 될 정도이니 중세적 판타지 세계에서는 기름 등을 포함한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심상일테니, 식물성 기름 제조법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식물의 씨앗은 대부분은 수분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대부분이며 미량의 기타 성분이 있다. 그래서 웬만한 씨앗은 잘 볶은 다음 압착하면 기름이 나온다. 굳이 어떤 씨앗이 좋은지 알고 싶으면 마트의 식용유 코너를 둘러보고 오자 말하자면 포도씨, 유채씨, 콩, 목화씨, 코코넛팜, 깨 등이 있다.

사실 식물의 씨앗에서 짜낸 시드 오일(seed oil)은 의외로 본격적으로 사용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름이다. 발명 자체는 청동기 시대에 된 것으로 보아지만 산업적으로 생산되고 수출입 품목으로 떠오른 것은 기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참기름도 6세기, 유채기름은 17세기, 면실유는 19세기, 팜유는 18세기.

너무 간단해보이는 것과 달리 본격 생산이 늦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짜낸 씨앗유들은 대부분 사람이 먹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씨앗에 있는 미량 성분 중 독성이 있는 성분도 기름에 녹아 같이 나왔던지라 먹으면 탈이 나는 것도 있었고, 먹을 수는 있는데 역겨운 냄새와 맛이 나는 것도 있었다. 다름 아닌 유채 기름( 카놀라유)과 면실유가 그런 독성 성분이 있었고, 콩기름이나 깨기름조차 씨앗을 통째로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세게 기름을 짜면 쓴 맛이 베어 나온다.

유채 기름, 면실유 등 상당수의 시드 오일의 원래 용도는 기계의 윤활유나 등잔의 연료 등 공업용이었다. 그런데 워낙 식량이 부족하던 시대이다 보니 저런 못 먹는 기름도 튀김 요리에 쓰던가 마가린 만들 때 섞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일본의 덴푸라 발전은 유채 기름을 통한 것이었고 미국의 감자칩, 프라이드 치킨 등 튀김요리 발전은 면실유를 통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사실 지금으로 치면 등유 윤활유 같은 걸로 음식을 튀겨 판 불량식품인 셈이다(...). 특히 면실유로 저런 장난질을 하던 업자들 때문에 미국의 초기 식품위생법이 많이 발전했다. 미국은 20세기 당시의 해프닝 때문에 안 좋은 이미지가 지금도 이어져 면실유가 몸에 나쁜 저질 싸구려 기름 취급이다.

하여간 그랬던 것들이 왜 뒤늦게 식용유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느냐 하면, 서양 기준으론 나폴레옹 전쟁 때 기름 등 물자가 부족해지자 극한으로 물자를 활용하던 과정에서 이전까지는 못 먹으니 쓸모 없다고 여겨지던 것들까지 활용하려는 이유에서 생산이 본격화 되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판타지 세계가 튀김요리 보기도 힘든 만성 식량부족인 세계라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테니(...) 아무짝에 쓸모 없다고 여겨져 잔뜩 버려지는 씨앗을 주워모아 기름을 짜내 팔아보자. 현실 미국과 비슷하게 당신이 감옥에 가는 대신 그 세계의 식품위생법을 개선해주는 계기를 제공해버릴지도 모르니 먹튀하던지 절대 식용으로 쓰지 말라고 당부를 하던지 잘 처신하자.

위에 서술된 문제들 때문에, 20세기에 들어 유기용매를 사용해 식물의 씨앗에 포함된 기름을 뽑아내는 방법이 탄생했다. 이것 자체는 위에서 말한 나폴레옹 전쟁 시대부터 연구된건데 결실을 맺은건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지 한창 뒤다(...). 하여간 유기용매를 사용하면 역겨운 맛과 냄새를 내는 성분이 섞이지 않게 할 수 있으며 독성 성분 역시 제거한 순수 기름 추출이 가능해진다. 현대에는 콩기름을 만들 때 콩을 헥산과 작용시켜 기름을 빼내는데, 헥산 말고 에테르 아세톤으로도 할 수 있다. 아세톤과 에테르는 화학 문서에 제조법이 서술되어 있으니 판타지 세계의 튀김요리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목표라도 있으면 도전해보자.

우선 기름을 뺄 재료를 유기용매에 넣으면 기름이 빠져나와 유기용매에 녹는데, 그 다음 유기용매의 끓는 점이 기름의 끓는 점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이용해 증발시키면 기름만 쏙 남는다. 참고로 유기용매는 독극물이기 때문에 식용유로 쓰려면 유기용매를 제거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바이오 디젤용 기름이라면 대충 해도 상관없지만

유기용매를 증발시켰다면 물과 함께 휘저어 섞고 기름과 물을 분리하는 일을 20번 정도 반복한다. 그 다음에 열을 가해 수분을 제거한 산성백토나 규조토를 넣으면 불순물이 흡착되어 기름과 분리된다. 이 기름을 200~210℃로 가열해 남은 불순물을 제거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식용유가 탄생한다.

참고로 에서 기름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를 탈지대두라고 하는데, 이를 이용해 간장, 두유, 두부를 만들 수 있다.[14] 역시 깻묵이라고 하는 찌꺼기를 남기는데 이는 가축 사료 비료로 쓸 수 있다.

2.8. 마가린

판타지 세계가 낙농국가 수준이 아니고, 또한 매우 더운 지역이 아니라면 거의 확실하게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 현대에는 기계식 제조법으로 경화유와 유화제 등을 첨가하지만, 최초로 마가린을 개발했던 사람인 무리에는 소의 지방, 탈지 우유, 얼음, 돼지의 위액을 썼다. 난로를 이용해 소의 지방을 체온 정도까지 가열하고, 돼지의 위액을 부은 다음 물과 우유를 섞은 통 속에 넣고 얼음으로 얼리면 완성된다.

마가린의 장점은 버터와 달리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폐기품 수준의 재료만으로도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최초의 마가린은 그저 약간 우유맛이 느껴지는 기름덩어리일 뿐이지만, 빵에 넣으면 빵이 보존성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빵이 마르지 않고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근대 이전의 군인들은 전투시의 칼로리 섭취를 위해 기름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는데, 심지어 바비큐를 구울 때 떨어지는 기름이 아까워서 통에 받아두었다가 빵에 찍어먹었을 지경이다. 때문에 군대에 마가린을 보급할 루트를 획득한다면 군인들의 구세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잘만 하면 평생 동안 놀고 먹을 수 있는 대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마가린 납품의 벽은 마가린 문서에서도 설명되어 있지만, 식욕을 떨어뜨리는 색과 냄새다. 지금은 여러 차례의 탈취공정과 색소처리로 먹음직스럽게 만들지만, 초창기의 마가린은 그냥 딱 봐도 불결해 보였기 때문에 재료고 뭐고를 떠나서 애초에 군대나 상점에서 납품을 받아줄지가 의문이다(...). 현실에서는 황제 나폴레옹 3세가 밀어주기라도 했지만, 당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있을지는....

2.9. 마요네즈

이세계에 아직 마요네즈와 비슷한 음식이 없고, 달걀과 기름 등이 많다면 마요네즈를 만들어보자. 달걀 노른자와 식물성 기름을 같은 양으로 섞고, 식초나 레몬즙을 넣어 저은 후 간만 하면 완성이다. 근본적으로 기름이 반이라 부드럽고 순한 맛이라서 만들어서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2.10. 사탕무( 설탕)

설탕을 만드는 가장 메이저한 방법인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의 경우 수많은 노예가 필요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고, 열대지방이 아니면 재배가 어려우며, 사탕수수의 특성상 지력의 소모가 심하다. 이런 특성 탓에 근대 이전 설탕은 주산지에서조차 귀한 물건 취급을 받았고, 음식이나 조미료보다는 귀족들의 사치품이나 귀한 으로서 취급받았다.

설탕이 그나마 값이 저렴해지게 된 것은 영국이나 프랑스 제국주의 정책을 펴면서 해외 식민지에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을 경영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대항해시대 이전의 문명권이고 북위 35° 이상인 온대나 냉대 지방이라면, 사탕무의 재배와 품종개량에 힘써보자. 참고로, 사탕무는 북위 35°에서 68° 사이의 서늘한 온 · 냉대지방에서 생육조건이 좋다. 과장해서 말하면 설탕 생산용 사탕무는 한국 정도의 기후에서는 너무 더워서 잘 안 자란다. 다만 북아프리카나 지중해 연안같이 겨울철이 온난습윤한 기후대라면 겨울에 재배할 수 있다.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려면 우선 사탕수수의 줄기에서 즙액을 짜내야 한다. 이 즙액은 산성이므로 석회를 넣어 중화시키고 여과해서 농축한다. 결정이 나오면 원심분리로 당밀을 분리하여 원료당을 얻고, 이 원료당을 한번 물에 녹인 후 고령토, 숯으로 만든 여과기로 정제하고 농축한 뒤, 건조시키면 된다.

사탕무로 설탕을 만들려면 사탕무를 일단 씻어 분쇄한 후, 따뜻한 물에 넣어 당분을 가라앉힌다. 이 당액을 사탕수수와 마찬가지로 여과해서 농축시킨 뒤 결정이 나오면 건조하면 된다.

만일 사탕무 사탕수수를 구할 수 없는 곳이라면, 나무 수액을 쓰는 수밖에 없다. 사탕단풍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좋겠지만 그것도 없고, 설탕이 정말 귀한 곳이라면 일반 단풍나무과나 다래나무의 수액을 빼내자. 보통 일교차가 큰 봄에 수액을 채취한다.

단풍나무에 구멍을 뚫고 관을 설치한 다음, 떨어지는 수액을 받아놓을 용기를 내려놓는다. 수액이 어느 정도 모였다면 한번 숯을 넣은 대나무통 같은 것으로 여과한 뒤, 끓여서 졸인다. 이게 바로 메이플 시럽이다. 이걸 설탕으로 만들려면 따뜻한 물에 넣어 당분을 가라앉히고 여과한 다음 졸여서 건조시키면 된다.

참고로 아무 나무에서나 수액을 뽑았다간 당분이 아니라 시안화합물 같은 이나 모으게 될 테니 조심해야 한다.

사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설탕이 대중화된 것은 결국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 식민지에 노예 농장을 왕창 세운 것 덕택이다. 단 것을 채취하고 설탕을 만드는 기술만 알아봤자 설탕 사업을 할 수는 없다. 당신에게 사업수완과 빽과 자본, 그리고 엄청난 양의 인력과 그걸 운용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집에서 가끔 단 음식 해먹고 주변 사람에게도 좀 퍼트려주는 것 이상의 공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2.11. 발효과학

발효식품을 만드는 것은 현대과학에서도 일부 과정이 여전히 생물학적 숙제로 놓여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어느 정도 문명이 있는 곳은 자체적인 발효식품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당신이 먼저 그 발효식품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때문에 어설픈 실력으로는 섣불리 도전하지는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래도 당신이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것들을 아래에 기술한다.

2.11.1. 술과 식초

전근대적이라도 문명 사회라면 으레 이 있기 마련이다. 술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먹고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다할만한 능력 없는 사람들이 하기 매우 적합한 일이다. 물장사라는 폄훼적인 은어가 있긴 해도, 실제로 마진 높고 회전 잘되는 장사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역사적으로도 여성차별이 심한 전근대적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활동을 직접 할 수 있는 일 2가지가 바로 매춘 아니면 을 만들어 파는 것이었다.

풍년이 들면 남는 곡물을 수출하기에는 상업과 교통수단이 그렇게까지 고도로 발달하지 않아서 지역 사회에서 최대한 소비해야했는데, 보통 그럴 때 술을 담갔다. 그런데 사실 전근대인들의 술 사랑은 생각 이상이어서, 엄청나게 심한 흉년이라도 들지 않는 한 앵간하면 술 만들 곡물을 따로 두는 게 보통이었다. 조선시대 금주법도 곡물 절약의 이유로 시행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일단 만들기 쉬운 술로는 으로 만드는 크바스, 조나 수수 등의 잡곡으로 만드는 막걸리와 같은 탁주, 보리로 만드는 원시적인 맥주 포도로 만드는 원시적인 와인 등이 있다. 사실 발효주라도 있는 문명이라면 그냥 동네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판타지의 클리셰가 술집 여관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것 아니던가? 판타지 세계에 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가정일 것이다. 지역 주민들 입맛에 맞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일테니 제일 빠르고 간단하다. 중세 유럽과 비슷한 세계라면,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도자가 되는 것이 해답. 중세 유럽에서 수도원은 포도주와 맥주 생산의 중심지였다.

참고로 전근대적인 문명의 술을 고증을 충실히 한다면, 전근대의 술은 현대의 술과 많이 다르다. 일단 그 시대의 술의 대부분은 현대인이 먹어보면 죄다 막걸리랑 비슷한 수준의 시큼한 맛일 가능성이 크다. 미생물학과 발효 과학이 발전하지 않아서 공기 중이나 재료에 자연스레 붙은 균종을 이용해서 담그다보니 균일하고 일정한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장에 막걸리 자체가 제일 원시적인 방식의 술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원시적인 제조법의 람빅 맥주 역시 시큼하고 쿰쿰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대에서 술 좀 담가본 사람이면, 현대 기준으로는 좀 실패했다고 느껴져도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대 사람들은 다 그런 걸 마시면서 살았을테니(...). 또 맥주와 와인을 가리지 않고 도수도 낮고 불순물도 많았다. 예를 들어 와인의 경우, 포도를 커다란 통에 담근채 발로 으깨서 포도주를 만드는 모습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섞인 발의 무언가들은 둘째쳐도 이렇게 으깬 것을 그대로 통에 담아서 발효 했기 때문에 지금의 액체 같은 와인은 없었고 죽에 가까운 상태로 보관되다가 마시기 위해 병에 따를 때 걸러냈다. 소믈리에들이 보이는 와인을 길게 따르는 재주는 가라앉은 불순물을 내버려둔채 윗 부분만 따르던 요령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분과 수분 외의 불순물이 잔뜩 들어 있으니 당연히 상대적인 당도도 낮아졌고 잡균의 제거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수도 낮았고, 여름이면 며칠 내로 상했기 때문에 숙성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국제 무역으로 거래될 때는 갓 통에 담은 포도죽을 그대로 배에 실어서 배 속에서 발효되게 했다. 포도주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포도를 그나마 몇 주 정도로 오래 먹을 수 있게 하는 저장 식품의 기능도 한 것이었다. 이러다보니 병입된 술을 바로 마시는 현대와 달리, 마시기 전 통에서 한 주전자를 퍼낸 후 물을 섞는다던가 불순물을 거른다던가 향신료와 감미료를 타서 끓이는 등 '조리'가 필요했다. 물론 작가에게 이런 지식이 있을리 없는 판타지 소설들 속에선 수백년 묵은 술 맛을 보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리고 발효주를 만드는 법을 가진 문명이면 증류주에 손을 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증류주는 원래는 사람이 먹을 만한 곡물이 아니더라도 일단 발효시켜서 에탄올을 추출할 수 있는 곡물을 써서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차하면 알코올을 통한 소독용(ex. 약간 의심스러운 물에 타서 소독 좀 해서 먹을 만하게 만든다던가.)으로도 쓸 수 있다. 단 재료에 따라서는 악취 때문에 숯으로 걸러야 먹을 만 해질 수도 있고, 숙성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알코올 맛만 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발효주를 증류할 때 맨처음 증발되는 5% 정도의 액체는 메탄올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로 모아 술과 섞이지 않게 버려야 한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술이 일반적으로 스테디 셀러지만, 간혹 해당 지역의 문화사회적 환경에 따라 대접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다. 이슬람교처럼 술을 금지하는 종교거나 군주가 절대적 권력을 가진 나라에서 군주가 술을 싫어해서 금지 법령을 내렸다면, 술 장사는 목숨 걸고 해야할 것이다.

한국의 판타지 소설 속 종교들은 한국에서 접하기 쉬운 개신교와 불교의 심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성직자가 술을 마시면 안되는 설정인 경우가 자주 보이지만, 일단 판타지 세계 하면 으레 떠올리는 중세 유럽의 메이저 종교만 해도 술을 하느님의 피라면서 수도원에서 제조해가며 왕창 마셨다. 애비 에일처럼 맥주를 생산하기도 했고. 근세에 나온 개신교를 빼고 중세로 한정한다면, 중세에 술을 금지한 종교는 이슬람교 정도. 만일 술이 정녕 종교적 문제가 된다면 목표를 식초로 바꾸면 된다. 재밌게도 칼리프 시대에서도 술을 편법으로 마시기 위해 식초 만드는 중이었던걸 좀 일찍 마신거라고 우기기도 했다고.

2.12. 두부

어떻게 생각하면 다른 세계에서 발명하고 퍼트리기에는 참 좋은 음식이다. 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경 문명에서도 만들기 쉬우며, 기본적으로 식감이 부드럽고 냄새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나지 않아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퍼져 있다. 단백질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고 '고기 대용'으로 쓸 수 있으며, 소화 흡수가 잘 되는 편이라 치즈와는 달리 소화 문제를 일으키기 어렵다. 상당히 수고가 들기는 하지만 '별미'로서 만든다면 상당한 상품 가치가 있다.

만일 떨어진 곳에 콩이 아무리봐도 대두가 아니더라도 안심하자. 렌틸콩, 병아리콩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류라면 다 두부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은 단백질 함량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아서 두부가 안된다. 근데 오히려 팥으로 메주는 만들 수 있다... 직접 먹어보면서 대충 고소한 콩을 구분해서 단백질이 많은걸 구분해보던지, 아니면 그냥 직접 만들어가며 실험해보던지 하면 금방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응고제로 간수를 쓴다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사실 식초와 물을 섞은 염촛물로도 경화가 가능하고, 바닷물을 조린 함수로도 가능하다. 애초에 소금을 쓸 줄 아는 문명이면 소금을 보관하다 흘러나오는 간수가 흔할테니 간수 구하는 것 걱정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21세기 현대인들이 쓰는 소금은 고급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간수가 거의 없게 된거지, 사실 불과 80년대 90년대에 소금을 자루로 사고 팔던 시절에는 소금 쌓아두면 간수가 줄줄 흘러나왔다.

2.13. , 커피 등의 음료수

중세 유럽은 수질이 좋지 못해서 술을 마셨다고 알려져 있으나, 맥주 와인 항목에서 이미 수정된 관점이 적용되었듯이 실제로는 그냥 술이 줗아서(...) 마신거다. 중세 유럽에서도 깨끗한 물의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었고, 애초에 술은 수질이 충분히 좋아야 만들 수 있는데다가 알콜을 섭취하면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서 목이 더 마른다.

차랑 커피의 수입으로 인해 유럽인들이 술을 덜 마시고 만성적인 취기에서 벗어나서 유럽이 혁명적으로 발전했다...는 해석도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거짓이다. 산업혁명을 코 앞에 둔 18세기에도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민중들이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싸구려 증류주들이 유행하면서 알콜 중독으로 폐가망신하는 민중들이 너무 많자 맥주 와인을 장려하고 증류주를 배척하는 공익 광고까지 해댔다.

그나마 산업혁명으로 좀 상황이 바뀌었는데, 공장의 특성 상 정시 출퇴근이 중요해져서 평일엔 되도록 술을 못 마시게 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술에 대한 사랑을 못 버려서, 매주 일요일에 왕창 마시고선 월요일에 좀 출근을 늦게 하거나 일을 설렁설렁해도 봐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프랑스가 만국박람회에 자국의 와인 산업을 전시품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술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맥락이다.

즉, 결론을 말하자면 술을 덜 마시게 되어서 혁명이 일어난게 아니라 사회가 바뀌자 술을 덜 마시게 됐다.

하여간, 차나 커피 등 새로운 음료는 술처럼 민중에게는 못 퍼지더라도 고위 인사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새로운 음료로 다가갈 것이다. 애초에 전근대인들도 술을 아무리 좋아해도 한편으론 정신을 흐리게 한다며 그 위험성을 잘 알았기 때문에 새로운 음료를 접한다면, 자기 수양적 성격이 강한 종교 집단에게 환영 받을 것이다.

문제는 차나 커피가 별로 저렴한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고, 어느 세계에 떨어졌냐에 따라 이런 식물이 없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떨어진 곳이 한대성 기후라면 소나무를 찾아보자. 솔잎은 베어 그릴스도 애용한 훌륭한 대용차가 될 수 있다. 만일 소나무조차 없다면 먹을수 있는 꽃을 이용해 꽃차를 만들자. 물론 이런 원시적인 차라면 혼자 마시는 집안 음식으로나 남고 산업적으로 크게 퍼질 가능성은 낮다.

2.14. 향신료

향신료는 중세말과 대항해시대까지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할 정도로 유럽에서는 매우 가치있는 물건으로 인식되었고 어마어마한 수요를 가진 상품이었다. 만약 중세와 비슷한 판타지 세계로 가는 것을 미리 계획한 상태라면 슈퍼마켓에서 파는 통후추를 한짐 가득 사다 놓는 것만으로도 금세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은 대항해시대 유럽과 아주아주 유사한 세계관으로 떨어졌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 역사에서 모티프를 따오는 것을 선호하는 작품에서는 향신료가 매우 가치 있는 물건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잦지만, 이 부분도 은근히 패스되어서 별 언급이 없는 작품도 많으니, 계획도 없이 이세계로 떨어진 당신에게도 복불복성이 큰 요소일 것이다.

또한 향신료 항목에서도 최신 연구와 이론을 반영해서 수정된 내용이지만, 대항해시대 서유럽의 향신료 특수는 일시적이었던 특수[15]로, 유럽의 항해기술이 발달해서 너도나도 향신료 무역에 뛰어들자 향신료의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만성적이게 되어 향신료의 가치 자체가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고, 별로 수익을 낳지 못하는 사업이 되고 말았다. 포르투갈이 그 선구자이자 피해자. 1600년대부터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중심으로 인도양~동아시아 중계무역 시장망을 장악하는 것이 더 크고 안정적인 사업이 되었다.

심지어 당신이 떨어진 곳이 인도처럼 향채 부류의 천연 허브류가 많이 퍼진 동네라면 거대한 이득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거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풀이나 향신료는 이미 현지주민들이 다 사용해본 재료들일테니. 유럽에서 후추가 그렇게 비쌌던 것도 이슬람 세력과의 무역을 베네치아 공화국이 혼자서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대항해시대 역시 베네치아의 독점을 무너뜨리려는 몸부림이었다.[16] 이런 방해요소가 없는 지역이라면 향신료 교역으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은 접자.

2.15.

만약 그 세계에 고무나 비닐 같이 탄력있고 분해가 잘 안되며 몸에 해롭진 않은 물질이 있다면 그것으로 껌을 만들 수도 있다. 슬로건도 아무리 씹어도 줄지 않는 과자라고 하면 딱 좋다. 다만 이런 재료들은 그냥 씹기에는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 냄새를 빼고 쉽게 질리지 않게 단 조미료나 향료를 넣어야 하는데, 이걸 판타지 세계에서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2.16. 토렴

그 세계에 밥 문화가 있다면 토렴하는 방식으로 빠른 회전력의 장사가 가능하다. 전기밥솥 같은 수단이 없다면 따뜻한 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어지는데, 토렴을 통해 찬밥을 따뜻하게 하는 방식은 조선 초에도 군인, 악공등에게 단체 급식을 하며 대량급식에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상업이 발달한 후기에는 대규모의 밥을, 빠르게 공급해 높은 회전력을 선보이게 되었다. 비단 장사용으로 뿐만 아니고 상기한대로 군인에게도 대량의 밥을 따뜻하고 빠르게 보급 가능해진다는 점을 살릴 수 있다.

다만 토렴이라는 항목에도 나오듯이 위생적인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2.17. 수비드

저온에서 장기간 조리하기에 재료의 맛과 영양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미리 가열하였기에 주문이 오자마자 빠르게 조리해 제공하여 식당의 회전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단, 온도와 진공보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게 필요하며 이에 실패하면 위생적인 문제가 생긴다. 운없으면 맛있는 고기가 아니라 악명높은 보툴리누스균 배양덩어리가 되어있을지도. 수비드의 아이디어 자체는 1799년에 나온 바 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3. 관련 문서



[1] 흔히 쓰는 단어 중에서 '풀독'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실 생명체는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경우 자기방어를 위해 스스로 약간의 독성을 지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수치화로 표현한 것이 치사량이다. 대부분은 하루종일 섭취만 해도 못 미칠 정도로 대량이지만, 어떤 건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떤 건 가공해야만 독성이 사라지는 것도 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은행, 카사바(=얌)가 있다. [2] 일반적으로 코리앤더잎은 화장품맛, 민트는 치약맛이라고 많이 깐다. [3] 게다가 판타지 세계이므로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도 모르고, 아종이라서 구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4] 서리를 무슨 추억마냥 미화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린애가 했다 해도 그 책임은 보호자가 져야 하는 엄연한 범죄다. [5] 물론 그만큼 강물 온도를 알아보러 가는 이들도 많았다. 유명한 미국 황제 노턴 1세 폐하(...)께서도 쌀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해서 정신이 이상해져 스스로 황제에 등극했다. [6] 단, 감자 같은 곡류 대체 식품이 주식을 대신할 정도로 보급되면 피지배층이 재배한 곡류들을 지배층에게 모조리 수탈당할 위험도 있다. 감자가 있으면 쌀이나 밀을 전부 수탈해도 굶어죽진 않으니까. 현실에서도 아일랜드가 비슷하게 수탈 당했고, 여기에 전염병으로 감자를 먹을 수 없게 되자 아일랜드 인구 3명 중 1명 꼴로 사람들이 굶어죽고 끝내는 인구 25%가 말 그대로 없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났으며, 현재까지도 아일랜드는 트라우마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7] 바게트와는 약간 다르다. 제대로 된 바게트는 제빵기능장 과목이다. [8] 지역에 따라 폴리쉬, 르뱅 등등 다양하게 불리는 물건으로 집집마다 옛날 된장독 묵히듯이 따로 발효용 반죽을 묵혀 두는 거다. 신약성경에서 누룩이라고 언급되는 것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9] 주로 건포도를 통째로 넣었다. [10] 난은 좀 더 후대에 나온 것으로, 제조과정이 조금 다르다. [11] 단백질 식품이긴 하나, 콩이 주식인 사회도 있다. [12] 레닛 효소를 추출하려면, 송아지나 양 위장을 잘게 썰어서 소금물이나 유청에 담가 하루 이틀 기다리면 된다. 물에 식초나 와인을 조금 섞어 넣어서 산도를 높히면 더 잘 추출된다. [13] 이전에는 된장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산초를 넣은 산초된장을 담갔다. [14] 다만 이렇게 만든 제품들은 고소한 맛이 없고 퍽퍽한 느낌이 든다. 싸구려 두부들이 전문점의 두부처럼 고소하지 않고 퍽퍽한 살코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지방이 빠졌기 때문이다. [15] 1400~1500년대 [16] 이슬람 세력이 향신료 무역을 방해했기에 향신료의 양 자체가 적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양 자체는 충분했지만,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독과점 금지법 같은 게 없었던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