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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13 23:37:24

정시 대 수시 논란/우수성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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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교육·입시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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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시 옹호론
1.1. 요구하는 능력의 필요성
1.1.1. 수시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정말 인생 전반에서 필요한가1.1.2. 전공 공부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수능을 준비한 학생이 과연 진정으로 필요한가?1.1.3. 정시는 학생의 사고력을 제한시키는가 / 정시는 답만 찾는 시험인가1.1.4. 수시의 활동 실적이 그 사람의 수학 능력을 보장하는가1.1.5.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있는 학생은?
1.2. 정시는 4차 산업혁명에 부적합한가?
1.2.1. 정시는 조선시대로 역행하는 정책이므로 수시가 필요하다?
1.3. 기회의 균등, 공정성과 객관성
1.3.1. 학생부 종합 전형은 평등한가?1.3.2. 정시도 공정하지 않으니까 수시를 해도 된다?1.3.3. 정시도 운빨이 작용한다?1.3.4. 고등학교 3년간의 학생부를 망치고도 재도전할 수 있는가
1.4. 수시를 시행하면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수업 참여율이 올라간다?1.5. 대학 입학 이후 관련
1.5.1. 수시 입학생의 학점이 정시 입학생보다 높은가1.5.2. 수시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이 정시 입학생보다 낮은가1.5.3.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도 대학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1.5.4. 어떤 학생이 연구자가 될 자질이 있는가?
1.6. 수시를 집중적으로 준비한 열정이 정시를 준비하는 열정보다 적지는 않다?1.7. 취업 등의 전형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유사하다?
2. 수시 옹호론
2.1. 과정의 평등 실현과 인재 선발의 다양성2.2. 수시를 통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다른 이유들
2.2.1. 대학 입학 이후 관련2.2.2. 수능과 대학 교육의 괴리2.2.3. 기회균등 및 정성평가2.2.4.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선례
2.3. 수능에도 운이 작용한다

1. 정시 옹호론

수시 옹호자들은 정시를 "오직 변별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험 위주 전령" 수시는 "시험 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을 선별하는 올바른 전형"으로 규정하고 한국식 교육의 폐해를 없앨 구제책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2024학년도 대입 기준 수시 또한 시험위주전형에 불과하며 지나친 경쟁과 사교육, 다양성 무시 등의 "한국식 교육의 폐해"는 수시 확대 이후 강해지는 양상을 띄고 있다.

1.1. 요구하는 능력의 필요성

1.1.1. 수시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정말 인생 전반에서 필요한가

일반적으로 수시 전형을 잘 받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매우 적은 시간[1] 내에 매우 많은 종류[2]의 공통분모 없는 일을 최소한의 작업능력 저하로 해내는 능력, 즉, 한마디로 일종의 멀티태스킹이다. 그러나 멀티 태스킹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멀티 태스킹은 결과적으로 두뇌에 악영향을 끼치는 활동에 불과하다.

사람이 하루에 여러 일을 함으로써 하루에 낭비되는 근로시간은 평균적으로 전체 근로 사간의 28%가량이다.[3] 한국에는 흔히 우등생에 대한 환상이 커서 "잘하는 놈은 뭐든 잘한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다재다능함을 중시하는데 현대사회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최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이며 이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뭐든 잘하는' 능력보다는 '뭐 하나는 진짜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4]

1.1.2. 전공 공부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수능을 준비한 학생이 과연 진정으로 필요한가?

필요하다. 수능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이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의 문제들은 대학에서 학문을 하기 위한, 그 문제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변별력이 있는 최고난도의, 속칭 1등급 문항이라면 깊이 있는 사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탐구 영역은 인문계의 경우 사회, 이공계의 경우 과학에 관련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대학 공부에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수능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는 이공계의 대부분의 학과에서 1학년 때 일반물리, 일반화학 등을 편성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최상위권 대학의 경제학과에 진학하는 문제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경제 외의 사회탐구 과목의 최상위권 문제는 해당 과목의 어떤 주제에 대해 복잡한 자료를 해석하는 등의 비교적 수준 높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정도의 사고력이 있어서 최상위권 대학에서 수준 높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해 준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각 영역에서 최고난도 문항의 대학 학습과 관련된 역할은 다음과 같다.
킬러 문제 문서에 나온 것처럼 이러한 문제는 IQ 테스트 같은 형태로 변질되어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사고 훈련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등의 사고력이 길러진다. 킬러 문제를 유형화하여 사교육을 통해 대비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매년 신유형이 출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유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사고력을 일정 수준 이상 길러야 한다. 즉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킬러 문제는 고도의 사고를 훈련시키면서 학업 성실성을 일정 수준 입증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별로 정시모집에서 영역별 가산점 및 반영 비율을 통해 가중치를 조정하고 있으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보다 많이 반영하여 보완할 수 있다.

또, 이 주장의 논리가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내신의 중간, 기말고사에서도 역시 학생들을 변별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며, 내신에서도 거의 1등급을 받아야 수시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내신을 공부해야 한다고 할 수 있으며, 내신은 수능보다 암기 위주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암기해야 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5]

그리고, 이런 킬러 문제의 발생은 수능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우며, 교과과정이 계속 난도질을 당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심각한 부작용일 뿐이다. 이런게 묵과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난도질당한 교과과정을 복원해야 하는 문제지 수능에 책임을 떠넘기고 수시를 정당화할 문제가 아니다.

1.1.3. 정시는 학생의 사고력을 제한시키는가 / 정시는 답만 찾는 시험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수능은 그 자체로 학생의 논리력, 지문/자료/문제 이해력, 응용능력등을 광범위하게 측정할 수 있게 매우 치밀하게 짜여진 시험이다. 이런 내용은 평가원 스스로가 평가원 학습 안내서 등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영역별로 시험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역량은 다음과 같다.

국어 영역

독서: 지문을 유기적으로 읽는 능력, 지엽적인 정보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꼼꼼함, 단기간 학습능력 등을 필요로 한다. 흔히 정시는 너무 장기간에 걸쳐 시험 공부를 하기 때문에 단기간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은데 독서 영역은 단기 학습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훌륭한 잣대이다. 수능 독서 지문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의 차이가 크다.

문학: 수능의 문학 시험은 주관적이고 단순 암기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6]을 받은 적이 있으나 현재 문학 출제 기조를 보면 옛말이 되었다. 현재는 문학의 비문학화라고 하여 오롯이 지문과 보기 안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만을 정답으로 출제한다. 이를 통해 다방면의 정보처리력을 검사할 수 있다.

언어와 매체/화법과 작문: 이 둘은 정보처리능력과 별개로 인생에서 꼭 필요한 역량이다. 특히 언어 부분의 경우 맞춤법에 맞지 않는 자기 소개서는 취업에서 상당한 감점요인이 됨을 생각하면 더욱이 중요하다.

수학 영역

수학에서 난해한 킬러 문제만 찾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냐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이는 수능 수학 문제의 출제 방식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킬러 문제라고 해도 수능 문제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해본적도 없는 생각을 해서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유형과 실전 개념+ 문제 독해 능력[7]으로만 풀 수 있게 출제되고 있으며 현재의 출제기조는 난해한 킬러문제 몇 문제로 등급이 갈라지던 과거와는 달리 다수의 준킬러 문제로 다양한 단원에서 다양한 사고력 및 응용력을 평가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1.1.4. 수시의 활동 실적이 그 사람의 수학 능력을 보장하는가

활동 실적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 정도며, 이런 실적을 고등학교 재학 중에 쌓는다는 것은 어려우며, 따라서 이런 학생들은 극소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부 종합 전형 중 일부 전형에서만 활동 실적을 본다는 것을 고려해도 이런 학생들을 뽑기 위해 현재처럼 수시로 70% 이상을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다음의 두 가지를 볼 때 이것을 통해 객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러한 활동을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활동의 가치를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해당 주장에서 든 예에서 처럼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치면, 블로그의 콘텐츠와 인지도 중 어느 쪽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어 평가할 것인지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자면,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 A는 초중고등학생들의 교과 학습을 도와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해서 어느 정도의 측정 가능한 성과를 거두었고, 학생 B는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에 대해서 공부하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xxx명의 회원을 모았다고 하자. 이때 컴퓨터공학도로서 갖추어야 할 소프트웨어 공학 역량으로서 개발 성과를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은 A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어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학사정관은 B를 더 우수한 학생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 입시 목적으로 활동 실적을 만들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이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 기사의 경우 '장애우와 함께하는 청소년모임'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한 경험을 통해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대학에 진학 후 사이트 활동을 중단하였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이런 활동들을 보는 것은 활동의 진정성을 평가하여 해당 분야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평가할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학 진학 이후 중단하면 입시 목적으로 진행한 진정성 없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또, 이것은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교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차별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학생부에 기록되어서 주목받을 만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여가 시간은 방학, 주말/공휴일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반면 후자의 경우 정규 수업 종료 시각인 오후 4시 이후부터, 또는 방과후 수업 종료 시각인 오후 5~6시 이후부터 어느 정도의 여가 시간이 생기며, 따라서 후자의 경우가 이런 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전자보다 현저히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허가를 받고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거나, 야자 시간에도 공부 대신 이런 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제도가 극히 제한적으로, 또는 아예 시행되지 않는 학교도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신이나 경시대회 역시 준비해야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을 준비하기 때문에 야자를 안 하는 학생들도 공부에 일정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강제적으로 야자를 하는 학생들에 비해 시간 활용의 자유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야간자율학습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 실적을 냈다'고 기록할 수도 있지만, 해당 활동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야자를 뺄 수 있게 하거나 야자 시간에도 활동을 하도록 허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에 야자 시간에 공부만 하는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또한 후술할 학생기록부의 맹점에서와 유사한 문제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활동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저명성[8]도 평가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지인을 대량 동원하거나, 돈을 많이 들여서 홍보하거나, 또는 각종 꼼수를 쓸 수도 있다. 또한 낙후지역의 학생 또는 재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한 정보나 경제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불리하다.

또한 문학, 미술과 같이 평가자의 주관이 끼어들 수 있는 분야의 공모전을 이러한 활동의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공모전 역시 후술할 학생부의 문제점과 같이 비리가 많으므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1.1.5.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있는 학생은?

전공 관련 과목 성적은 뛰어나지만 학문 이해의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국영수 중 전공과 관련성이 낮다고 여겨지는 과목의 실력이 낮은 경우, 당장 전공 분야를 연구하는 데에는 지장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사회 진출을 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각종 대학평가에는 학생의 졸업 후 진로 및 사회 기여도가 어느 정도 반영되고, 대학에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는 나름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영어 같은 경우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학 당시 전공 관련 과목인 수학, 물리는 뛰어나지만 영어는 부족한 기계공학부 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영어 실력을 별로 향상시키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 서서 기계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하자. 그 학생은 외국인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수능 영어와 실제 사회에서 쓰이는 영어가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일정 수준 이상의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등의 공통점이 있으며, 사회에서도 수능에서처럼 영어로 된 말을 듣거나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또한, 국어 영역에서 요구하는 역량들 중 상당수는 사회에서 의사소통할 때 매우 중요한 역량들이다. 간접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실제 있을 법한 자료를 주고 판단하게 하는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역량 평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19 수능 교육과정 근거에 따르면, 화법과 작문 부분에서는 '핵심 정보를 파악하며 듣고 효과적으로 질문하여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능력', '정보를 전달/설득하는 담화나 글의 구조와 내용 조직의 원리를 이해하고 청자와 독자를 고려하여 내용을 구성하는 능력' 등 의사소통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독서와 문법 부분에서는 글을 읽는 데 필요한 능력에 해당하는 '필자의 의도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 등을 추론하며 읽는 능력'을 묻는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자신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유저에게 '국어 몇 등급이냐?'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면, 내신에서 국어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어 시간에 배운 단편적인 지식 정도이다. 겉보기에 수능 문제 유형과 비슷해서 위에서 언급한 응용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문제라 하더라도 시험 범위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미 암기하고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생의 실력도 어느 정도 반영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는 암기 위주로 공부해야 하고, 학생부를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 및 꼼수가 횡행하는 현실을 볼 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수시 옹호론에 대한 반론에서 언급한 2016학년도 대학생 핵심역량진단 결과도 정시 쪽이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이 비교적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 준다.

1.2. 정시는 4차 산업혁명에 부적합한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갖다 붙이기 식 주장이다. 정시생 보다 수시생이 뛰어나다는 부분은 기껏해야 평균 대학교 학점 정도인데 대학교 학점이 4차 산업 혁명과의 적합성을 결정짓는 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애초에 학교 내신 시험이란 것이 4차 산업 혁명에 맞추어 설계된 시험도 아니며 오히려 학교 시험 방식은 19세기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 새로 생긴 응용형 문제는 수능 기출문제 및 수능대비교재에서 변형된 것이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가려내기 위하여 수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본 대학생 핵심역량진단 결과에 따르면 정시생이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보다 평균적으로 각종 역량이 더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 #, ##

비슷한 논란으로 미국의 SAT 관련 논쟁이 있다. 봉사활동이나 리더십 전형 등등 대신에 순수 SAT 실력으로 미국 대학을 뚫고 나온 미국 유대인, 중국계 미국인 인도계 미국인 학생들이 졸업해서 오히려 미국 실리콘 밴드의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입학사정관제로 동양인, 유대인들이 대학 입시에서 상당한 차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엄청난 선전을 하는 셈이다. 오히려 미국의 이공계는 죽음의 입시 차별을 뚫고 나온 인도계, 중국계가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성장이 불가능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것은 SAT보다 내신에서 비교적 잘 평가하는 암기 능력일까, 아니면 반대로 SAT에서 잘 평가하는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일까? 암기가 필요한 지식, 즉 인터넷에 검색만 해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지식의 암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반인 지금은 물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시대에도 활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숙한 '두뇌'가 필요하다는 말도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수능은 능숙한 두뇌 역량 중 사고력이 좋으면 남들보다 활동을 좀 덜해도 쉽게 고득점이 가능하다.

수시 옹호론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 같은 시험을 통해 대학에 가는 것을 빗대어 각기 생김새도 능력도 다른 여러 동물에게 같은 나무를 오르는 시험을 치르게 하는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 원칙을 적용하여 주장하는 우연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서민층 가정 출신이었지만 SAT로 명문대에 바로 입학한 빌 클린턴과 공부는 못했지만 인성을 높게 평가받아 대학에 입학한 조지 W 부시의 기여입학 사례를 보듯, 수시 제도는 지지자의 설명/핑계와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한국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입시 비리로 인한 뉴스가 끊이질 않고 있고, 실제로는 코끼리나 기린이 작은 동물들을 그냥 무참히 밟고 올라가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에 조지 부시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었더라면 그가 아무리 신앙심이 깊고 도덕적으로 청렴했어도 미국 명문대에서 그를 입학시켜 주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수능을 전공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면 수능을 통해서도 전공 적합성을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탐구 영역을 전공과 관련된 과목으로 재편성하여, 특정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그 학과에 해당하는/학과에서 지정하는 탐구 과목을 필수적으로 응시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출제 범위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해당 전공 관련 과목, 예를 들어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정보 과목의 내용으로 구성하면 된다.

이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해당 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배우지 않거나 일부 고등학교에서만 배우는 경우 독학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지만, 기존의 불공정하게 평가되는 학생부와 그 학생부에 드러난 '불공정하게 평가된' 전공 관련 재능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는 훨씬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점은 기존에 자신이 선택한 사탐/과탐 과목을 일부 학교에서 아예 배우지 않거나 진도를 일부만 나간다는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논란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아니다.[9]

1.2.1. 정시는 조선시대로 역행하는 정책이므로 수시가 필요하다?

반박: 이는 역사를 조금도 모르는 사람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과거는 신분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인맥으로 대표되는 인재 등용 과정을 탈피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필수요소 중 하나인 평등을 점진적으로 실현하게 해 준 제도로, 과거제도 이전의 인맥, 신분제 사회의 인재 등용에 꼭 들어가는 "효성이 뛰어나고 인성을 강조하는 것"은 똑같이 인성을 강조하며 모호한 채점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현재의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꽤나 크다.

조광조 등의 제안으로 잠시 시행되었된 현량과도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현량과 시행 결과 현량과로 뽑힌 관리들의 75%가 경기권 출신이며, 모두 조광조를 추종하는 이들로 학연과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실록에 나와 있는데, 이는 천거제의 특성상 인맥의 범위 내에서 뽑힐 수밖에 없다는 점과 인성을 중요시하는 모호한 기준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조광조의 급진적인 개혁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훈구 세력들이 강하게 반발하여 최종적으로 기묘사화 이후 폐지되었다.

수시가 지난 10년간 학생들을 괴롭힌건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선수를 뽑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남한 선수들을 강제로 내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결과적 평등을 중시하는 현 진보 기성세대의 관점이 수시에 그대로 들어가서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수시 옹호론자들은 조선 시대의 과거 제도에서 뇌물과 청탁, 각종 부정행위가 횡행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데, 오히려 이는 현재의 정시와 수시 중 수시의 문제점에 더 가깝다. 과거 시험에서의 뇌물과 청탁, 부정행위 역시 과거제가 인재 등용에 적합한 시험인지 논란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시피한 수능 제도보다는 현 수시 제도에서의 학생부 수상실적 몰아주기 및 각종 비리 등 수시 제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과거제가 폐지되고 관료제가 도입된 이유 또한 유교적 지식보다 근현대적 지식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지, 지식을 묻는 게 의미가 별로 없어서 폐지된 것이 아니다.[10]

물론 정시가 다변화된 현재에도 형식적 평등과 공정함을 추구하며, 모두가 똑같은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학업 외의 재능을 가진 사람 등이 소외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 그러나 수시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이러한 공정성마저도 깨뜨리는 사례가 허다하며, 입시는 학벌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부는 학교 측에서 작성하므로 어느 정도 과장/조작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대학 측에서 수시 전형이 진행되는 약 3개월 동안 지원자의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여 사실 확인을 하기는 어려우므로 학생이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성'에 해당하는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수시는 고1 때 학교 성적 및 학생부가 우수한 학생들을 학교에서 고2, 3 2년 동안 꾸준히 밀어주는 사례가 많고, 수능과 달리 내신은 초반에 완전히 망치면 복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들 및 학교에서 밀어주지 않는 학생들을 소외시킨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시를 대비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고액 컨설팅을 받거나 자기소개서와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한 화려한 스펙을 쌓기 위해 거액을 투자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다.

이 점으로 보아, 수시 역시 적어도 수능 못지않게 경제적 취약계층을 소외시킨다고 할 수 있다. 또 대학은 기본적으로 전문 분야에 대한 학업을 하기 위한 곳이므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업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업에 재능이 부족한 학생은 대학에서 걸러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수능은 전문 분야에 대한 학업을 하기 위한 기초적 재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능 제도는 이런 점에서 문제점이 있지만 다양성에 의한 공정성 파괴보다는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공정성이 입시에서 우선이라는 점, 수시 제도 역시 누군가를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더욱 심한 쪽은 오히려 수시라고 할 수 있다.

또, 수시 옹호론 측에서 다변화된 사회에서 단편적 지식만을 묻는 시험을 공정성을 이유로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본 문서의 다른 문단을 보면 알겠지만 수능은 지식에 대한 응용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단편적인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은 오히려 수시에 반영되는 내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3. 기회의 균등, 공정성과 객관성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것은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 학생의 역량을 일정한 기준, 즉 수능 점수를 통해 평가한 결과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우수한지 판단할 수 있어서 학생 선발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객관성과 명료성이 아닐까? 학생 선발에 있어서는 선발 근거에 대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설득력의 가장 큰 근거는 바로 공정성이므로 정시가 수시보다 그 설득력이 높을 것이다.

물론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한 평등이란 것은 아주 어려운 것이고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기회균등이 공정한 것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시가 문제가 있으니 수시가 더 좋은 방법이다!'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수시는 오히려 정시보다 공정성에서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의 충실성, 창의성, 전공적합성 등을 보겠다고는 하지만 평가하는 자와 평가받는 자 모두에게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과도한 욕심이다.

정말로 학종과 내신을 통해 창의성 이란 것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수시에서는 수능 점수를 통해 판단할 수 없는 학생들의 여러 가지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하지만, 공정성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이런 것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현실적인 상황 내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시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수시가 아닌 다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영어를 이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할 때 실제로 원어민과 함께 대화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할 경우 평가자에 따라 얼마나 잘 했는지의 판단이 갈릴 수 있고, 평가자와 사전에 짜고 평가하는 경우 점수 조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TOEIC 같이 객관적인 점수가 나오며 조작이 어려운 공인 어학 시험을 통해 평가하는 것과 같다.

교육부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의 비중을 높인다고 하며 전형의 평가 시표로 4개를 추가한다고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또한, 정시의 수능은 학생의 역량을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영역의 점수라는 일정한 기준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점수 순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누가 왜 합격했는지, 또는 불합격했는지 질문하면 '점수가 낮아서'라는 답이 쉽게 나온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학생부는 정량적, 정성적인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실력 외의 요소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누가 왜 합격했는지 질문하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소위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을 뽑는다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선발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정부 수시 확대 정책과 수시가 가져다주는 효용[11]으로 인해 수시 비중이 70%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이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정시의 축소는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무슨 말이냐면 현역 때 대학을 못가면 재수해서 잘 갈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시의 문이 현저하게 좁기 때문에, 수시로는 하향지원하는 대학을 정시로 못 들어간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때나 졸업할 때쯤 뒤늦게 자신이 관심있는 학문을 찾았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재수해서 좀 알아주는 대학의 그 과 가려면 죽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 물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정시 비중은 정당한 노력을 했음에도 정당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요즘 높아진 수시비중과 그에 따른 재수생들의 처지를 보면 일본의 취업상황이 떠오른다. 대학을 졸업한지 1년 안에 취업해야 하는 것과 같이, 현역 때 입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재수를 통해서 성공할 기회게 현저히 낮아진다.

재수생들이 현역 고3한테 방해가 된다 등의 말이 있지만 어떻게 대학 최소 3~4년, 길게는 평생 몸을 담을 수도 있는 분야, 집단을 한 번만에 결정해버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이냐는 말도 나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이 몇 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의 사회적 인식이고, 그래서 재수 삼수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가벼워졌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길게 보아 고민끝에 결정하는 것이 재수삼수인데, 수시비중확대는 이런 인식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능에서는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는 등의 노력을 한다. 기본적이고 상식적이긴 하지만 맹인/뇌병변 수험생의 시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일부 지역의 수험생을 위하여 수능을 연기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부산 APEC 정상회의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었다. 수험생들의 정신적 피해를 포함하여 수능을 연기하여 잃는 것보다 소수의 수험생도 시험에 방해가 되지 않는 조건에서 볼 수 있는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1. 학생부 종합 전형은 평등한가?

기회 균등이란 사회의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기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 타고난 덕과 재능, 인간 경험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모든 능력, 삶의 잠재력을 '지능'에 상관없이 최대한 발전시킬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일이다. 모든 어린이는 단순히 사회에 필요한 잠재적인 직무 담당자가 아니라 소중한 개인이다. 학교는 직업 구조에 밀접하게 결부돼 어떤 특정한 순간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배출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재능을 장려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마이클 영 / << 능력주의의 부상(The Rise of Meritocracy) 1870-2033>> p.269~270

수시옹호론에선 "학생부 종합전형은 과정의 평등을 중시하여 잠재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형이다. / 정시만으로 뽑으면 개인의 재능이 존중받지 못한다. /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공에 최적화된 학생 등 '특별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시옹호론자들 역시 학생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정치권력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똑같은 기준으로 서로 다른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 학생마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재능이 있다면 이를 한 가지 평가 수단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수단 중 가장 적합하지 못한 방식이 수시이고, 오히려 가장 적합한 방식이 정시이다. 수시가 평가하는 것은 말만 다양한 재능이지 실상은 다양한 교사에 대한 처세술이다.

실제로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 말대로 학생부 종합 전형이 학생들의 특기와 개성을 반영한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이 확대되면서 문학, 사학, 철학 전공에 입학하는 인원이 더 증대해야 맞는 이야기지만 오히려 해당 학과들은 더 축소되고 있다. 무언가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정시의 경우 창의력과 다양한 재능이 필수적인 시험이다. 국어에서 기초적인 독해 및 논리력에 대한 질문들로, 그리고 수학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각종 창의력 요구 문제로 학생들의 기초 역량을 평가한다. 영어의 경우 한국에서 거의 할 일도 없는 회화 대신, 영어 교육 자체의 취지에 따라 세계의 기사들과 책, 뉴스 등을 이해하도록 독해와 듣기 문제 위주로 편성 되어있다.

게다가 17개의 탐구과목들 중 2개를 학생들이 진로에 맞게 조합하여 자신의 잘하거나 좋아하는 분야 위주로 공부하게 해놨다. 위에서 알겠지만 수시와 달리 정시는 절대 사교육이 커버할 수 없는, 공교육과 더 중요하게 학생 자신들이 공부해나가는 시험이다. 제2외국어도 EBSi 강좌만 들어도 어느 정도 등급을 딴다.

게다가 아직 진로를 못정한 학생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게 바로 정시다. 실재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서울 소재 초ㆍ중ㆍ고교 학생, 교사, 학부모 6,966명을 대상으로 ‘초ㆍ중ㆍ고 직업진로지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등학생의 32.3%는 장래 희망직업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일반 인문계열의 40.3%가 ‘특별한 이유없이’ 계열을 선택하고 전문계열의 27.7%는 ‘성적 때문에’ 선택했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실제 소위 말해 특정 학문 분야의 덕후[12]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정도로 얼마 없다고 한다.]는 그리 많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있지도 않은 꿈을 급조하도록 강요할 바에는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백번 봐줘서 수시도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 준다 하자.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상당수의 학생들은 대학 진학에 있어 본인의 개성이나 재능보다는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고려를 많이 하며, 일부 사립대학은 인문, 예술계 학과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 과정, 관심사, 흥미 등을 평가하는 제도만으로 사회 분위기나 생활비 등의 문제로 인해 재능을 따르는 것을 꺼리는 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좇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명확한 기준 없이 개인의 재능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분 하에 개인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을 서류 몇 장과 고작 몇 분간의 면접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물론 정말 덕후들은 대화 몇 번만으로 가려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런 몇 안되는 학생을 뽑으려고 70%가 넘는 학생들을 수시로 선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또 지원 분야에 대한 덕력과 전공 적합성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대학이 원하는 정도로 전공 분야에 최적화된 학생, 즉 전공 적합성이 높다는 것을 학생부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학생도 일부 있겠지만 수시 비율이 70% 이상이 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재능이나 특기가 있는 학생 역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그 재능이나 특기가 전공과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그 재능이 전공 분야에서 별로 필요가 없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더욱 드물 것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며 교양을 쌓은 수시생 A와 교양 수준이 바닥이지만 수능 성적만 잘 나오는 정시생 B의 비교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비교이다. 실제로 수시생 A를 뽑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교수가 지원자들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학생 A가 한 활동 하나하나가 정말 진심이 담긴 것인지, 단순히 생활기록부를 채우고 자소설을 쓰기 위한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입시에 매달린 학생이 전공 관련한 열정이 없다는 이야기는 지나친 일반화와 확대 해석이다. 이는 목표한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머리 싸매고 공부한 학생을 모욕하는 주장이다. 게다가 위의 예시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입시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전공 소양을 갖춘 학생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정량적 성적 조건을 갖추는 것은 학생의 자기 발전 과정 중의 하나이며, 대학 생활에서 꼭 필요한 성실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능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인성과 지적 호기심, 발전가능성, 개개인의 사정들을 수시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수시 옹호론자들은 주장하지만, 이런 것들은 객관적인 점수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의견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객관성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후술할 학생기록부의 문제점에서와 같이 해당 내용을 일부 과장/날조/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학종의 평가 기준으로 변별하기 매우 힘들다. 또한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예로 들었는데, 이와 같은 사례는 극소수이며, 범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한 수시에서도 이를 고려하기 어렵다.[13]

또 범죄자를 걸러내려면 수시에서든 정시에서든 범죄자의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서 적용하면 된다. 애초에 대학에서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감별하지 못한다 한들 범죄를 저지른것은 법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므로 이걸 정시제도의 탓을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학업 역량이 뛰어나서 연구자가 될 자질이 있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하는데, 학생부에 반영되는 인성과 같은 항목들을 대입 선발에 반영할 필요가 있을까? 지적 호기심이나 전공적합성 등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지만, 리더십이나 봉사, 협력, 배려 같은 사항은 학업 역량과 거의 무관하기 때문에 학생 선발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전공과 관련된 어떤 활동을 했는데 학생부에 적을 곳이 없어서 적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1.3.2. 정시도 공정하지 않으니까 수시를 해도 된다?

과거에 정시 비중이 높았을 때 실제로도 정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위한 특별반이 존재했고 높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재정적 지원이 거의 대부분 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이 같은 현상이 어찌보면 현 입시체계의 문제점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수시 학생부 전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과거 정시 비중이 높았던 시기에는 학생들의 노력이 중요했지 몰아주기의 존재여부는 학생들 성적, 혹은 대학에는 큰 영향[14]을 끼치지 못 했다. 즉, 입시 결과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형태의 몰아주기는 학생들의 대학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다. 정시 비중이 대폭 줄어든 탓에 내신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게 되어버렸고 교사가 학종의 열쇠를 쥐고 있다보니 몰아주기 행태가 학생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어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물론 학종이 사회 전반적으로 '내신 선발'을 정착시킴으로써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 균형의 측면에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최악일 수 있다. 지방 일반고로 갈수록 명문대에서 뽑는 인원수가 적다 보니까 0.1단위의 내신까지도 신경 쓰게 된다. 그러나 후술된 문제점들, 특히 몰아주기가 대학 진학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참고하면 결국 한번 밀려난 사람은 영원히 밀려난다는 수시 몰아주기의 원칙이 지방 쪽으로 갈수록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사회 전체의 측면으로 바라봄으로서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이며, 더 나아가 학종으로 인해, 어찌 보면 정시로서 이루어질수 있는 역전 현상을 막을 수도 있다.

학원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수능에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래 후술한 문제점들을 보았을 때 학종 또한 강력한 돈의 힘이 필요하며, 실제로도 가난하고 정보를 얻지 못하는 자들을 소외시킬 수 있음을 생각하자. 수시를 옹호하는 이들은 학종의 취지가 아닌 학종의 현실적 모습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1.3.3. 정시도 운빨이 작용한다?

수능에서도 상위권으로 갈수록 영역별 난이도에 따라 특정 영역의 실력이 좋거나 특정 탐구 영역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약간 유리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탐구 영역 과목 문제는 여기에서 제시한 해결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며, 특정 영역의 실력이 좋기 때문에 나타나는 유불리는 수시의 내신에서 고의적으로 저학력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갖게 될 때 등 경쟁자의 수준 변화에 따른 유불리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또 여론을 보면 이 문제점 때문에 입시에 약간의 이변이 일어나도 그것을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영역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었는데, 이로 인해 국어 원점수 98점(표준점수 148점), 수학 4등급인 학생이 정시로 의대에 합격했다는 기사의 베댓들을 보면 운이 좋지만 실력이 좋아서 정시로 합격한 것이니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이다.

또한 잘하는 영역이 어렵게 나와서 그만큼 표준점수가 올랐다는 것은 어려운 영역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아서 실력을 증명했다는 말도 된다. 수능 점수는 학업 능력과 성실성을 일정 수준 보장해 주는데, 여기서는 난이도가 높았던 영역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보장되는 셈이다.

또, 이러한 문제점은 수시의 내신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난이도 차이가 매우 큰 경우가 대표적이다. 학생 A는 중간고사 범위에 대한 실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기말고사 범위의 실력은 중상위권이고, B는 반대로 중간고사 범위는 중상위권이지만 기말고사 범위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하자. 이때 중간고사보다 기말고사가 훨씬 어렵게 출제되어서 A의 성적이 중간 100점, 기말 70점, B의 성적은 중간 85점, 기말 95점이라고 하면 A는 합 170점, B는 180점이므로 기말고사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한 실력이 좋은 B가 더 유리하다.

1.3.4. 고등학교 3년간의 학생부를 망치고도 재도전할 수 있는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 성적의 추이를 고려하여 상승 추이인 학생을 더 좋게 평가하기 때문에 한번 실패하더라도 재기가 가능한 것은 맞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이러한 실패를 거듭한 후 뒤늦게 정신을 차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 경우 열심히 활동한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수능 정시의 경우에도 학생부에서 고교 시절 초반에 실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재수, 삼수 등으로 재도전이 가능하며, 오히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는 경우에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실패 만회의 기회가 수시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또한, 아래 5.2.2.1.1에서처럼 학교에서는 1학년 때 전교권에 든 학생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그들의 학생부를 화려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수상실적을 전교권 학생에게 몰아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1학년 때 실패하면 학교에서는 '들러리'로 간주되어 2, 3학년 때도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1.4. 수시를 시행하면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수업 참여율이 올라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와 괴리가 있는 이야기다. 최근 10년간 수시전형의 전면적 확대가 이루어진 것에 비해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좋아지긴커녕 최근 들어 크게 나빠졌다는 것이 교사들 사이의 중론이며 사교육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였다.

이는 내신 상대평가로 인해 학교 수업만 잘 듣는다고 시험이 나와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학교 내신 수업은 기본개념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 것만으로는 변별력을 낼 수가 없으니 수능[15]과 같은 지엽형, 낚시형, 논리형 문제 등의 문제 출제 방식이 나타나는데 이에 따라 학생들의 자체적인 추가 학습이 필요해지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에 가까워지는 것.

또한,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로 인해 기존 입시 위주 수업의 분위기가 창의적/토론식 수업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단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형태의 수업 역시 학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부에 더 잘 기록될 수 있을까, 혹시 진로에 맞지 않는 활동은 아닐까, 선생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떨까 걱정하며 '학생부에 최적화'된 수업 참여를 하려고 하며, 따라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 준다는 등의 순수한 목적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는 교과 수업을 제외한 동아리, 진로, 봉사 활동 등 각종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고등학교 때만 학생부를 위해서 수업 및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이런 적극성이 대학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이게 자발적이고 학업으로부터의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닌 오히려 보여주기식과 입시에 짜맞추는 방식으로 변질되었다.

또, 후술할 문제점 중 하나인 상위권 학생들에게 '학생부 몰아주기'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밀어주지 않는 중, 하위권 학생들은 '어차피 학생부에 잘 기록되지도 않을 활동에 참여해 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의 활동 참여 의욕이 오히려 저하되는 것이다.

또한 내신(특히 수행평가)을 꼼꼼히 준비하고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수행평가 및 학교 활동의 경우 관련 정보[16] 획득 및 활동 수행에 있어서 다음 두 가지의 불공정한 점이 있다.
또 학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데 반박하자면,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 목적의 기관이므로 각종 활동보다는 학업이 주가 되어야 하며, 대학에서의 선발 기준은 이러한 활동보다는 학업 및 이에 관련된 능력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학교 활동을 입시에 반영하려면 그것은 부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수시의 확대로 인해 내신 시험의 비중이 커지면서 내신 시험이 끝난 기간의 교실 분위기는 오히려 놀자판이 된다. 특히 매 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 방학 전까지의 교실에는 다음 학기 예습이나 수능/모의고사 준비 등 학업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수능을 약 4개월 앞둔 고3 1학기 기말고사 이후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때는 수험생이지만 학생부에 반영되는 모든 내신 시험이 끝났기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노는 분위기가 더 많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는 고3 2학기 때도 만들어진다. 고3 2학기에는 수시 원서 접수가 이루어지며, 이때의 내신은 재수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시 합격의 기대에 들뜬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교실에서는 실질적으로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는 학생들과 정시 준비생들만 시끄러운 교실 분위기를 참아 가면서 수능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업 시간에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이 잠을 자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수능 전에 수시에 합격한 학생이 있으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해진다.

기사에 따르면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이 심지어는 무단결석까지 한다고 한다. 정시 비중이 높아지면 수시 지원자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놀자판 분위기는 훨씬 줄어들고 수능(정시)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늘어나서 면학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17] #

또, 학교에서는 수시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고3 2학기 초에 교실에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가져오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점심시간 등 교사의 감독이 없는 시간에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대신 수능 끝난 고3이라도 된 것처럼 게임이나 영화 감상 등 오락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수업 시간 중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많고, 이 경우 교칙 우회 시도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면학 분위기를 크게 해친다고 볼 수 있다.

각종 활동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것이지만,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적극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학교 정규/방과후 수업, 인강, 학원 등을 통해 수능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아무리 많이 들어도 결국 자신이 주도적이면서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응용력이 필요한 수능 문제를 풀기 어렵다.

1.5. 대학 입학 이후 관련

1.5.1. 수시 입학생의 학점이 정시 입학생보다 높은가

정시 입학생들의 경우 반수를 하는 경우가 수시 입학생들보다 많기 때문에 반수를 준비하기 위하여 대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될 수 있고, 그 결과 수시 입학생보다 학점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수시 모집 시기가 정시 모집 시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시와 정시를 모두 갈 수 있음에도 원서접수나 합격 발표시기가 빠른 수시전형으로 입학한다. 수시성적과 정시성적이 모두 되는 입학생이 수시 혹은 정시로만 입학 가능한 다른 학생들보다 실력 면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학생들을 수시로 퉁쳐버리니 '수시로만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의 성적이 높아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정확한 학점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수시 입학생 vs 정시 입학생'의 학점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정시로는 입학할 수 없는 수시 입학생 vs 정시 입학생'을 비교하는게 더 합리적이다.

한편, 수시 옹호 측에서는 "정시와 수시를 모두 준비하는 학생의 수가 적음"을 이유로 위의 논리에 반박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 주장일뿐이다. 일반고에서는 수능공부보다 내신공부가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에, 수시만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 반면, 특목고의 경우 내신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수시가 불리하다. 따라서 이들의 경우 수시로만 올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신이 되는 학생은 수시와 정시 모두 / 내신이 안되는 학생은 정시 올인으로 준비한다.

당연하지만 특목고 입학생 중 상위권 대학을 가는 학생의 비율이 일반고 입학생 중 상위권 대학을 가는 학생의 비율보다 높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점 조사에서 특목고 학생의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와 정시를 모두 준비하는 학생의 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되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학생수가 적다는 반박은 일반고에서의 단순 경험에 불과하고, 해당 반박이 성립하려면 통계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정시의 경우 대개 본인이 원하는 과에 진학하는 경우가 수시보다 월등히 적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시는 전형 특성상 자신이 준비해온 분야에 적합한 과를 지원 할 수밖에 없지만 정시는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기 이전에 최대한 한급이라도 높은 대학 혹은 조금이라도 취업이 잘되는 과(상경계)에 성적이 되면, 일단 그곳에 우선적으로 진학 하는 경향이 높은 것[18][19]을 생각해보면 수시로 입학한 학생에 비해 해당 과의 학문에 대한 학문적 열의나 준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학점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학점을 근거로 수시입학생이 정시 입학생에 비해 우수하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대학 학점은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하는지 평가하는 지표일 뿐이므로 학생의 전체적인 실력을 학점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학 교과목과 실제 업무 현장과는 괴리가 있기 때문에 대학 학점이 높다고 해서 그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실전적인 전공 지식 응용 능력 및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 정보 활용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이 반드시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일부 속칭 '암기과목'[20]의 경우 시험이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로 주로 구성되는데, 이 경우 수능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이 뛰어난 학생보다는 고등학교 내신에서처럼 달달달 외우는 것을 잘 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암기과목을 잘 하는 것과 실제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하기 위한 사고력은 큰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시로 입학하는 학생의 경우 내신 시험을 대충 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꽤 존재한다. 내신과 수능은 기본적인 성격이 다르므로 준비하는 방법 및 노하우도 다르고, 내신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과제(수행평가)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성적 평가 방법이 대학교 전공/교양 과목과 유사하다. 따라서 정시에 반영되는 수능을 잘 보는 학생들보다 수시에 반영되는 내신을 잘 보는 학생들이 대학교 학점 관리에도 최적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시와 정시 입학생을 일반적으로 수시생들이 더 최적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학점으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수시생과 정시생을 대학 시절부터의 성과(시험 결과 포함)로 비교하려면, 비교적 내신 시험과 유사한 학점과, 수능과 유사한 각종 고시 및 자격증 시험 등의 성적, 취업/창업 실적 등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할 것이다.

또 대학에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학업 성실성 및 학업 역량뿐만 아니라 수강신청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어떤 교수가 과제를 어떻게 내 주고 학점을 후하게/짜게 준다 등)을 알아야 좀 더 유리한데, 이러한 정보력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수시 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정보를 찾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학점을 따는 데 보다 유리할 것이다.

또, 수시생이 해당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수시를 준비하면서 해당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탐구 활동을 통해 대학 1, 2학년 때 배우는 전공 기초 과정을 예습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학 생활 초반에 학점을 따는 데 유리한 점이 있다. 저학년 때 배우는 전공 기초는 고학년의 전공 심화 과정보다 필요로 하는 사고력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공 심화 내용을 연구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고력이 안 되는 학생이라도 학점을 따기 비교적 수월하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경제학 관련 교내 동아리에서 1학년 경제학개론 수준의,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지 않는 기초적인 내용을 학습하는 탐구 활동을 한 학생이라면 대학 1학년 때 경제학개론 과목에서 남들보다 조금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선행학습은 적성과는 다르다는 것과도 연관된다.

대학에서는 그 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때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정시의 경우 합격 시기가 늦기 때문에 수시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 기초에 대한 예습을 한 학생은 1학년 때 남들보다 조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해당 학생들이 학점을 따는 데 유리해지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기사에 따르면 2016, 2018학년도 대학생 핵심역량진단(K-CESA) 결과를 통해 다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학생이 졸업 후 사회에서 실무에 활용할 때 공통적으로 필요한 역량이 어느 정도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2016학년도 자료 2018학년도 자료
이것은 수능에서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력(전 영역)과 의사소통 능력(국어, 영어 영역)을 평가하기 때문이며, 나머지 자원정보기술활용, 글로벌역량 역시 이러한 사고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대해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정시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자료가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는데, 정시 비율이 높은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실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시가 우수하게 나왔으므로 오히려 정시가 더 우수하다는 것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만약 지역별로 수시-정시 비율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면 정시생의 역량이 더 우수하다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또 수시와 정시가 모두 되는 우수한 학생이 수시로 입학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시가 우수하게 나온 것으로 볼 때, 수시만 가능한 학생들의 역량은 더욱 떨어질 것임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대학학점으로 학업성취능력을 평가하는 행위 또한 수시 옹호론에서 주장하는 '점수제 선발 방식'과 상충되는 주장이다. 대학교의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서 점수제 평가 방식인 학점을 내세운다면 수능이 비판받을 이유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 나아가서 논술과 본고사가 더 나은 입시제도라고 할 만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 대학 학점 역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기에 문제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과목이라도 어떤 교수는 평점을 후하게 주는 반면, 다른 교수는 짜게 줄 수 있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서의 부정행위는 물론이고, 조별과제 등에서 발생하는 내신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1.5.2. 수시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이 정시 입학생보다 낮은가

수시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이 정시 입학생보다 낮은 것은, 전공적합성 등의 요인 때문이라기보다는 수시생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수능 실력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였고, 따라서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시생의 경우 수능 성적을 이전보다 조금만 더 올리면 되기 때문에 수시생보다 반수 등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학교생활 만족도가 수시생보다 평균적으로 낮고 중도탈락률도 역시 높은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는 학교생활 만족도보다는 성실성과 학업 역량에 따라 학생을 뽑아야 한다. 중도탈락률은 실력 이외에도 위와 같이 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기에 실력의 지표로 보기 어렵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중도 탈락까지 예상해서 선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수시,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 관련 역량의 총합은 정시의 중도탈락률이 비교적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시가 더 우수하게 나올 수 있다. 정시의 중도탈락률이 높기는 하지만 탈락되지 않는 학생의 비율까지 고려하면 역량의 총합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1.5.3.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도 대학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수능 성적이 높은 일부 대학생이 학습 능력 부족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런 대학생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알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또, 수능 성적이 낮은, 수시로 입학한 대학생 중에서 학습 능력 부족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도 역시 조사해야 하며, 이 둘을 비교하여 어느 쪽이 학습 능력 부족으로 학습에 지장을 더 많이 겪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학습 방법은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 수업 및 수능 준비 과정이 학습 및 문제 풀이 위주라면, 대학교 수업(특히 교양 과목)은 창의적인 활동 위주인 경우가 있고, 이때 경우에 따라서는 학업 외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시생이 고등학교 및 수능의 학습 방법에 대한 적응도가 높지만 대학교의 학습 방법에 대한 적응도가 낮은 경우 대학 교육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의 교육 방법에 적응한다면 수능 공부로 쌓은 기초 학업 능력으로 학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도 있다.

1.5.4. 어떤 학생이 연구자가 될 자질이 있는가?

대학 교수들이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이 학생이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는가?'에 가깝다. 어떤 학생이 훌륭한 연구자가 될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학생이 연구자가 될 자질, 즉 학문적 잠재력이 부족한지는 분명하며, 수능을 통해 이러한 학생들을 일정 수준 걸러낼 수 있다.

수시 옹호론자들은 미래에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융합형 인재, 창의적 인재를 많이 양성하고 인성과 협동성,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의 것들을 융합하든 아예 창의력을 발휘하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존에 있던' 것이 뭔지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누가 이미 해놓은 생각인 경우가 많으며,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 경우도 있다. 기존에 이미 다른 사람이 생각해놓은 아이디어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쓴 논문을 읽어야 한다. 따라서 논문을 읽고 독해할 능력이 없거나, 논문에 쓰이는 통계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학생이라면 연구자가 될 자질이 없다고 어느 분야든 단언해서 말할 수 있다. 즉, 이런 학생은 창의력이 높아도 소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대학에서 어떤 분야(특히 사회, 과학 관련)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라고 하면 해당 분야의 전공 기초를 닦기 위한 배경 지식이 된다고 볼 수 있는,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 지식과 사고력은 물론 해당 분야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논리에 대한 추론 능력 및 자료 해석 능력, 해당 분야의 영어 논문을 독해하기 위한 영어 실력까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 관련 전공 학과로 진학하는 경우, 수학 성적은 매우 좋지만 영어 공부가 부족하여 영어 실력은 부족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등 일부 학과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논문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이는 수학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영어 독해력은 수학을 연구하는 데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학생은 논문에 나오는 수학 공식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영어 독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논문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연구자가 될 자질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그 일부 학과에서, 또는 드물지만 다른 학과에서라도 한글로 쓰인 원본 논문을 읽거나 기존 논문의 번역본을 읽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때는 수능 국어 영역에서 요구하는 국어 독해력 및 국어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초적인 내용 이해도 못 하는데 전문용어가 많은 논문을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게 한국어로 작성된 것이라도 그렇다.

또한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 지식을 응용하게 되는 내용이 빈번히 나온다. 고등학교 수준 미적분학은 이과 학문(자연과학, 공학)은 물론이고 문과에서 배우는 경제학에도 빈번하게 응용되며, 평균과 표준편차, 정규분포의 표준화 같은 통계학 내용 역시 경제/경영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에서 응용된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학 지식에 대한 내신 수준의 이해가 아닌 수능 수준의 응용 능력이 있어야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 쉽다.

이러한 역량들은 수능의 각 영역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또한 일반적인 대학의 전공 커리큘럼은 해당 분야에 대한 개론부터 시작하여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심화되는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이는 해당 분야의 기초 지식만 알고 있어도 학습 능력만 충분하다면 대학 교육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런 나선형 교육과정은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비교하면 수학이나 영어 교과목에서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여러 학년의 개념을 통합적으로 이용하여 사고해야 하는 수능의 특성상 나선형 교육과정을 따르는 대학 전공 교육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수능에서 일정 수준 평가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예를 들자면 역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사회학, 각종 외국어가 골고루 요구되며, 대학에서도 1학년 역사학개론부터 시작하여 점차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공 교육을 진행한다. 물리/화학 같은 경우는 논리적 추론 능력 및 수식 이해/유도 능력과 함께 기초적인 과학 지식이 필요하다.

또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그 학문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열정이 있어서 선행학습을 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담보하지 못 한다. 다큐멘터리, 교양서, 신문기사는 삶에는 가치있지만 연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령, 고등학생으로서 TESAT을 고득점했다면 그 학생은 경제학과 1~2학년 공부를 마친 것과 같다. 따라서 그 학생과 다른 학생이 지금 즉시 경제학과 1~2학년 수업을 듣는다면 전자가 더 잘 할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학생이 교내 경제 경시대회 등에 참여한다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행학습적성과는 다르므로 그 학생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된다는 보장은 못 해준다. 이것은 학생부를 통해 드러난 잠재력이 대학에서의 학업 및 연구에까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경제학의 깊이가 워낙 깊어지다 보니 오늘날에는 박사 1~2년차가 된 후에야 남들이 모르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까지 가기 위해서는 실해석학 등 수학과 학부생 수준의 아득한 공부가 필요하다.

이쯤 되면 공부가 굉장히 어렵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선행학습을 해도 결국은 수학적 사고력이 뒤쳐지면 못 따라간다. 그 때 가면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TESAT을 고득점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읽을 줄 알 필요도 없고, 논문에 쓰이는 통계를 이해할 필요도 없으며, 미적분학/선형대수학/해석개론/수리통계학/계량경제학을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국영수 수능 성적이 좋다는 것은 때가 되었을 때 자기가 원한다면 이런 공부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일정 수준 보장해준다.

국어 영역 중 비문학은 대학에서의 학습에 대한 모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비문학에는 인문, 과학, 기술,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등장하며, 비문학 지문을 대학 교재의 내용에 대응시켜 보면 이것을 읽는다는 것은 교재를 읽으면서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 지문을 바르게 이해하고 딸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서 국어 영역 점수가 높다는 것은, 대학 교재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 대응시킬 수 있다. 즉 국어 영역이 뛰어난 학생은 대학에서 비교적 원활히 학습할 수 있는 학생이다.

이렇듯 수능은 교육과정의 전 영역을 고루 평가하기 때문에 전공 기초를 쌓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므로, 수능은 등한시하고 덕력만 상당한 지원자는 대학 교육에 오히려 부적합하다. 가령 역덕후긴 한데 유사역사학, 재야사학 등에 심취해 있는 학생이라면 오히려 학문의 발전에 훼방되는 존재이다.

학업 역량이 부족한 학생이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그것을 수시 전형을 통해 그대로 받아주는 것도 문제점이 있다. 이들이 창업 등 다른 진로를 선택하지 않고, 학업 역량이 우수한 다른 학생들을 밀쳐내면서까지 대학이라는 학문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은 인재의 미스매치가 일어나서 사회적으로 인력을 낭비시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학력은 학력대로, 배려는 배려대로 따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우수한 학업 역량으로 공부를 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전공 관련 역량으로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키는 것이다. 당장 학업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 즉 실질적으로 대학에 들어갈 준비가 아직 안 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기본적인 개념을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실제 교수들도 기본 개념을 모르는 학생으로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로 인해 문제가 되는 예를 들자면 수능 최저가 없는 의대에 수시로 합격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의료 사고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의대 최저를 높게 잡는다. 그리고 공과대학에서 물리학을 이수하지 않으면 교양 수업만 듣게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1.6. 수시를 집중적으로 준비한 열정이 정시를 준비하는 열정보다 적지는 않다?

수시생의 학업 열정이 정시생보다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 그런데 수시와 정시 중 수시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준비'한 경우 수능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초 학업 능력이 부족하게 되거나, 상위권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편파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온전히 자신의 '실력'이 아닌 내신 및 각종 교내 실적 등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등의 기존 수시의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이것은 정시를 확대할 만한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 정시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 중 비중이 높은 전형을 학생들이 준비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1.7. 취업 등의 전형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유사하다?

이것을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옹호하는 주장은 기업에서의 인재 채용과 대학에서의 학생 선발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오류이다. 기업의 인재 채용과 대학의 학생 선발은 목적부터가 다르며, 결정적으로 학생부를 조작하면 발각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과 같이 사회로 나가는 경우 증명된 자료만을 전형에 반영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수시와 비슷한 현재의 채용 방식에 비리가 없다는 보장 역시 없으며, 실제로 기업에서의 채용 비리 사례가 매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또, 이런 비리를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과 같이 객관적인 점수가 나오며 조작이 불가능한 시험을 채용에 반영하기도 한다. 삼성그룹 인적성검사인 GSAT(구 SSAT),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의 채용에 활용되는 코딩 테스트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지필고사 이전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달이다.수행과 학교 수업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길게 잡아도 한 달 남짓이다. [2] 예체능 과목을 제외한 학교 과목은 보통 9개 이상이다. [3] <The One Thing>, 게리 켈러 저 [4] 물론 외국어 능력등 전문 분야 외의 기능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기능은 한가할 때 미리 익혀두는 것이 맞지,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함께 익히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다. 그런데 학교 내신에선 이런 이상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이다. [5] 가령 영어의 문법이나 한국사에서의 해당 년도 등 수능에서는 거의 안나오고 나오더라도 1~2문제 정도 나오는 부분이 내신에서는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6] 이러한 비판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교사의 말이 곧 답이 되는 내신 문학 시험이다. 엉뚱하게 수능만 까이고 있는 것 [7] 국어도 아닌데 무슨 독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수학 문제에서 특정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것을 묻고 있는지 하는 것을 아는 것은 문제풀이의 핵심이다. 이런것 없이 문제를 풀려하면 그저 난해하게만 보이게된다. [8] 예: 역사학과에 진학하려는 어떤 학생의 역사 관련 블로그가 일 방문자 수천 명, 총 방문자 수백만 명의 파워 블로그이다. [9] 물론 이렇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예를 들어 과탐Ⅱ 과목을 가르치지 않거나 모두 대충 가르치는 학교의, 과탐Ⅱ 과목을 수능에서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을 생각해 보자. [10] 갑오개혁의 경우 과거제를 폐지하고 각 아문의 대신들과 의정부의 총리대신이 후보자들을 선발한 후 전고국에서 시험을 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 때 근대교육의 실시를 전제로 하였다) 그러니까 갑오개혁 후에도 일괄적인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11] 대학과 전공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높은 지원률로 다양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점과 지방권 학교에서는 정시보다 수시의 충원률이 안정적이라서 수시를 선호하기도 한다. [12] 공신 강성태도 많은 학생들을 겪어봤지만 특정 학문 분야의 덕후를 [13] 후술할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14] 설령 학교에서 기초를 닦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ebs나 사설 인강, 혹은 학원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비용도 학종 대비 컨설팅 학원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이 문제는 부실한 공교육의 문제이지, 수능 제도의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15] 애초에 수능은 전과목응시가 아닌 선택과목 응시체제인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교 교육의 이수 수준을 묻는다기 보다는 수험생의 지적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이에 비해 내신시험은 교육과정 이수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이기에 이 둘의 출제양상은 다른 것이 정상이다. 더군다나 갓 공부를 끝마친 상태에서 응용문제를 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내신 상대평가로 인해 학교 시험이 기형화된 셈이다.' [16] 예를 들어 특정 교내 경시대회가 O월 OO일에 실시된다는 것 [17] 사실 이 부분은 다르게 보완할 수도 있는데, 바로 예체능 계열 특목고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애초에 공부에 관심이 없는 예체능 계열 진로를 가진 학생이 일반고에 와서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면도 없지 않다. [18] 예를 들어 경제학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많다고 해도 서울대 하위과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인데 굳이 연고대에 적성 찾아 갈 학생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면... 이는 비단 서울대/연고대 뿐만 아니라 그 밑에 대학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문과라면 더더욱.. [19]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벌이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과가 중요하다고 해도 대학간판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20] 특히 문과 학과에 이런 과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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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시 옹호론

2.1. 과정의 평등 실현과 인재 선발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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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선발을 위해 모든 동물은 똑같은 시험을 친다. 자, 모두 저 나무 위로 올라가라.
금수저, 평범한 중산층 자녀, 기초수급자 자녀, 학습장애인 또는 지적장애인, 한부모가정, 또는 소년 소녀가장, 농어촌 및 도서 지역 학생 등과 같은 학습 환경이 다르고 성장 배경이 다양한 학생들과, 각자의 재능과 개성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로 한 줄 세우는 것(One Single Line)이 과연 공정한가? 애초에 출발선상이 다른 아이들에게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가 없다. 모두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곧 차별이며, 공정성이란 잣대 아래 수능 점수에만 한정지어서 평가하게되면 점수화된 대학서열을 공고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모가 부유한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 절대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그러한 것을 방지하고 잠재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형이며, 반대쪽에서 비판하는 결과의 평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고 정성평가를 통해 과정의 평등을 고려하는 전형이다. 교육은 빈부의 격차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히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수능에서는 반영하기 어려운 인성(배려, 협력 등)과 같은 사항들을 수시에서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서 범죄자 중 한 명이 나중에 정시로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했다고 하는데, 이는 수능에서 인성을 평가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학업적인 부분만을 평가하는 정시의 수능과 달리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인성과 같은 학업 외적인 사항을 학생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건학 이념이나 학과에서 갖춰야 한다고 생각되는 '학생의 역량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서 회사의 이념에 맞는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정시 비율을 이전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수시생들은 정시생들에 비해 학업에 들이는 노력이 적다. 그러므로 노력을 수시생보다 많이 한 정시생들이 뽑혀야 한다.' 이 말이 착각하고 있는게 무엇이냐면, 대학교는 지원학과에 관심이 많고 이를 바탕으로 심화된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학생을 뽑는 것이지, 문제집을 주야장천 풀고 요약 노트만 달달 외우면서 수능이나 내신 고득점을 받는 학생을 뽑는게 아니다. 정시생들은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학과에 지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 분야와 흥미에 관계없는 학과에 진학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수시생들은 관심 분야와 흥미를 고려하여 지원하기 때문에 수시생들이 대학생활을 열심히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특히 보통 문과의 경우 국영수+사회, 이과의 경우 국영수+과학의 종합적인 성적을 반영하는 수능이나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전공 분야에 최적화된 학생을 가려낼 수 있다. 즉 수능에서 문/이과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일반적/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수시(학종)에서는 문/이과의 수많은 갈래들 중 지원하고자 하는 갈래, 즉 학과에 최적화된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6개 대학에서 표준화하여 2019학년도 입시부터 적용 중인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기준 중 전공적합성 평가에서 전공 관련 교과목 이수 및 성취도,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활동 경험 등을 평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에 진학하려고 할 때, 수능의 경우 경제 과목은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도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으므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수능을 통해서는 전공에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21]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영어 과목에 대한 수행평가로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를 주제로 한 글을 썼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공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며, 교내 경제 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공 관련 활동 경험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또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심화적인 탐구를 하는 것과 수능 고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력을 기르는 것은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시 학생부에서 보는 지적 호기심 같은 것으로 고득점을 받기 어려우며, 오히려 수능 고득점을 받기 위하여 자신의 진로나 지적 호기심에 맞는 과목보다는 점수 따기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전공에 특화된 인재를 포함하여 수능으로 선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인재'와는 다른 '특별한 인재', 즉 특별한 재능이나 특기 등이 있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22]

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융합형 인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능 성적은 '공부를 잘 한다'는 수험생의 단면만 평가하기 때문에 융합형 인재를 가려내기에 부적합한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내신 성적 등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뿐만 아니라 독서활동, 동아리 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학생의 다양한 역량(사회성, 적극성, 창의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시보다 수시가 융합형 인재를 가려내는 데 적합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수능에는 반영되지 않는 국영수/사회/과학 외의 과목 중 최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한 과목이 있으면 학생부 평가에서 크게 감점되기도 하는데, 이는 수능에는 없는, 학교생활의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교양을 갖춘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장치이다.

2.2. 수시를 통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다른 이유들

2.2.1. 대학 입학 이후 관련

정시 학생보다 수시 학생의 학점이 높다. 주요 사립대학 10개의 학업성취도를 분석해 본 결과 학종은 10개 학교 중 9 개 학교에서 성취도가 가장 높았고 반면 정시는 6개 대학에서 최하위 였으며 정시가 가장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인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링크 서울대에서도 수시의 태동기인 2000년대 중반 지역균형 선발자들이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들이 떠돌았으나 이후 졸업학점에서 경영대를 제외한 전 단과대에서 지역균형 선발이 정시보다 졸업학점이 높았고 가장 높은 전형은 말 그대로 해당 전공에 특화된 특기자 전형이었다. 다시 말해 정시=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이라는 공식은 통계적 근거가 주장일 뿐이다. 이렇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시를 준비하면서 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업에 대한 적극성을 길러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시 옹호론에서 수시와 정시 모두 통과할 수 있는 학생이 수시로 입학하기 때문에 단순한 학점 비교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는데, 이 논리에서 허점은 바로 "이런 학생은 소수"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수능 최저만 맞추면 되거나 수능 점수가 아예 필요 없는 수시 합격생들이 정시 합격생보다 평균적으로 수능 점수가 낮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건 교과전형이건 지균이건, 내신과 수능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무엇보다 수능을 아예 보지 않고 수시로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경우도 많은데(예를 들어 서울대 일반전형 등) 이들이 수능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정시 컷을 넘었을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한단 말인가? "정시와 수시 모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을 세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이며, 이를 정량화하여 통계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또 정시 옹호 측에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역량 평가에서 정시생의 역량이 수시생,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통해 반박하였는데, 기사에 따르면 이 연구는 수도권 대학 39.5%, 비수도권 대학 60.5%의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율은 수도권, 특히 인서울 대학이 나머지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결과가 왜곡되었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이 연구에 대해 한 교육 전문가는 활동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문제집만 푼 정시생의 의사소통, 대인관계 역량이 뛰어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수시 출신이 대학수학능력평가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학의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팽배하지만 현실은 반대이기도 하다. 공부의 양과 난이도, 입학생들의 성적 수준 모두 최상위권인 한 의과대학의 연구를 보면 수시 출신 학생이 정시 출신 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우수했다. # 구체적으로 저학년때와 졸업 성적이 정시보다 우수했으며 정시학생은 수시학생보다 유급 당할 확률이 두 배 높았으며 자퇴 확률은 8.5배 높았다. 의과대학은 공부 내용의 특성상 내신공부에 더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엄청난 암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성실함과 꾸준함, 반복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수시 출신 학생들은 수능 1% 이내의 최상위권 학생들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의과대학 이수 성적은 단순 머리에 암기된 지식만을 평가할 뿐 의사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진 않지만, 반대로 수능제일주의를 주장하며 '수능 3등급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진 않다' 같은 말을 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3

또한 이와 비슷하게 이 기사에 따르면 어떤 한 대학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학점뿐만 아니라 수시(여기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자퇴, 제적 등)이 정시생보다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수시생들의 대학생활 만족도가 정시생들의 그것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시 옹호 측에서는 수시생과 달리 정시생은 학교생활 만족도가 낮거나 반수를 하기 때문에 학점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2.2.2. 수능과 대학 교육의 괴리

높은 수능 점수를 얻고 대학교에 들어온 학생이 해당 과목에 학업적 능력이 부족하여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고등학교 공부와 대학교의 공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즉 문제 풀이를 통해 학업 능력을 평가한 결과인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과 실제 대학에서 공부하며 적응해 나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사교육에 의존하여 단순히 문제풀이와 수능 스킬을 통해 수능을 잘 본 학생이 대학교에서 넓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학문적 관점을 정리하는 학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어떤 분야에 대한 학습 및 문제 풀이를 통해 그 분야의 자격증 시험에서 고득점으로 합격했지만, 그 분야의 실무에서는 부진한 것과 비슷하다.

또한 아무리 수능이 암기력 고사에서 사고력고사로 변화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수능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시험으로 변질되었고 더욱 처음의 취지와 어긋나게 되었다. 수능 국어영역만 보더라도 수능 국어영역을 잘 보려면 평가원의 사고에 자신의 사고를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 돌아다니는 것과 같이 학생들의 국어 공부의 사고를 제한시키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수능점수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생각을 했고, 여러 활동을 통해서 학문에 대한 자신의 느낀 점과 관점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수능이 본래 취지대로 되려면 자격고사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수능 창시자이자 초대 평가원장인 박도순 교수는 현재의 수능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수능을 절대평가 및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능, 대입 당락 가르는 자료로 쓰면 안돼”, “[교육]수능 절대평가 논란 2: 수능은 공정한가?''

고등학교의 공부와 대학교의 공부는 완전히 다르다. 고등학교의 공부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심화된 대학과정의 학문을 사고하는 것은 대학에서 해당 학문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저 고등학교의 주입식 교육에서만 사고한 학생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한 학생이 학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학문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인하여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2.3. 기회균등 및 정성평가

학생부종합전형이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번 실패해서 내신 등급이 낮아진다고 해서 불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3년동안 일관된 활동과 남들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학업역량을 갖추면 충분히 선발될 수 있다. 다양한 활동 경험을 통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와 실천의 과정 및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오히려 점수가 낮았는데 향상되는 것이 보이면 발전가능성이 기대되는 학생으로 선발된 경우도 많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단순히 내신을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다. 정량 평가 방식이 아닌 정성 평가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따라서 전체 내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전공과 관련된 특정 몇몇 과목에서 비상한 재능을 보이는 경우 발전이 기대되는 학생으로 판단될 수 있다.[23]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이 아예 내신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도 있으며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도 학생부 종합전형은 단순히 학교성적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공계 쪽 과학 올림피아드의 과정은 대체로 학부 전체 내용을 익혀야 하는 수준이라서 과학 올림피아드의 수상경력은 대학에서의 학업능력을 매우 잘 보장해준다. 특히 화학 올림피아드에서의 유기화학은 석사과정까지 넘나든다. 게다가 폭넓게 지식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공대 시험에서 A+를 받는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수시 전형 중 특기자 전형[24] 및 일부 학생부 종합 전형의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 및 활동 실적 등이 있어야 합격하기 쉬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실적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적어도 기초적인 실력이 이미 있음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의 소프트웨어특기자전형에서 학생의 소프트웨어(모바일 앱 등) 개발 실적을 평가하는 경우, 이 실적은 대학 시절부터 사회 진출 이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실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이런 실적이 있는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사회 진출 시 전공과 관련해서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나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졸업 후 사회 기여도는 대학 평판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학,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서울버스 앱을 개발하여 그 실적으로 2011학년도에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에 수시로 입학하였고, 이 앱으로 창업을 한 유주완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정량평가 성적이 낮은 학생을 명문대에 입학해도 잘 따라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낮다고 해서 해당 학생이 입학하는 것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 영역으로만 평가하는 대학입시는 오히려 한 인간의 가능성을 말살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낮았던 학생이 대학에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여 고등학교 때 성적이 높았던 학생을 역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학생시절에 열등생이었던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꼭 열등생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능과 같은 표준화시험은 매우 제한된 영역만 평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이 확대되어서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부 교사들은 기존 수업 방식에서 탈피해 토론식 수업 등 창의적인 수업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다른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자는 학생이 이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고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여러 가지 교내 활동 및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대학에 비교하자면 각종 공모전이나 교내 행사, 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같다. 앞에서 말한 창의적인 수업 방식과 교내 활동 참여는 적극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즉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도 교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타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수시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꼼꼼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는지를 정시보다 더 변별력 있게 평가할 수 있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챙겨야' 할 것은 수능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 실력을 제외하고 수능의 원서접수 기간, 시행 일자와 기본 규칙, 수능에는 어떤 영역이 있는지, 각 영역의 구성과 시험 범위 정도이며, 이것은 수험생이라면 대부분 기본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챙겨야 할 사항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반면 수시의 경우 중간고사, 기말고사 말고도 내신에 반영되는 각종 수행평가 및 교내 경시대회 일정을 고등학교 시절 내내 챙겨야 하며, 이런 것들을 통해 학생의 꼼꼼함과 적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수능 공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상위권 대학의 경제학과에 진학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국어, 수학, 영어, 사회탐구 영역을 골고루 거의 1등급 맞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때, 예를 들어 사회탐구 영역에서 경제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의 경우 전공 공부를 위해 1등급을 맞을 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3등급 정도만 맞아도 별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즉, 정시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킨다. 이런 경쟁에서 남들을 제치고 1등급을 받은 사람만이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일까?

또, 수능 성적이 정시로 해당 학과에 입학하기에 부족한데도 수시로 입학한 학생들 중 현재 수시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수시와 정시 중 수시를 택해서 집중적으로 준비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정시 비중이 매우 컸다면 정시를 선택하여 수능을 집중적으로 준비했을 것이므로 학업에 대한 열정이 정시생에 비해 결코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의 전형 방식이 수시와 정시 중 무엇과 비슷한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기업의 인재상 등에 부합하는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면접을 보며, 서류에 있는 스펙을 평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시보다는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한 대다수의 기업에서 몇십 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학에서도 수시로 인재를 충분히 선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합격하거나 탈락한 경우 그 이유를 잘 알려 주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기업에서도 인재 선발 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방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자.

정시에 우호적인 대중들이 수시 등에 대해 지니는 적대감은 굉장히 근시안적이다. 오로지 정시만으로 대학 입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그렇게 된다면 공정성은 보장될지 모르나 입시에 있어 개개인의 재능이 존중받지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예체능 학과 입시의 경우에는 그 관련 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다른 일반적 학과의 학생들과 같은 기준에서 그들이 재능 있는 분야가 아닌 '일반적 과목'으로서 평가받게 된다. 마치 유교 경전 지식을 묻는 과거 시험만이 관직 진출의 통로가 되었던 조선시대로 역행하려는 듯하다.[25][26][27] 요즘은 수능도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댓글이 베댓을 먹고 있다.

2.2.4.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선례

과거제도가 신분제나 인맥으로 대표되는 인재 등용과정을 탈피하고 평등을 실현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 또한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과거 제도는 뇌물과 청탁이 횡행하였으며 사전에 문제가 유출되거나 합격자가 미리 내정되었다. 시험이 시작되면 응시생들은 자리싸움, 교란 행위를 통한 커닝, 대리 시험, 조직적인 팀을 이루어 시험지 작성하기, 응시 장소를 바꾸어가며 응시하기, 시험지 바꾸어 내기, 과거장 밖에서 시험지를 작성하여 제출하기 등 온갖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조선 성종 시기에는 대리시험을 쳐 생원과 진사에 합격한 수십명이 발각되기도 하였고, 조선 숙종 시기에는 대나무통을 땅에 묻고 시험장까지 연결하여 시험지와 답안지를 전달하였을 정도로 부정행위는 만연했다. 이러한 사례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수 없이 나타난다.

과거제도의 응시는 양반이건 양민이건 할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천민을 제외한 모든 양인 전체가 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고 공정한 시험인 것은 아니다. 과거제도는 평균적으로 약 5세부터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해 평균 20년 30년의 수험생활을 거치기 때문에 사대부 자제가 아닌 한 쉽게 과거를 준비하기는 어려웠다. 소과 급제하는 것도 재산 쥐어짜야 가능한데 대과까지 급제하라 하면 돈이 얼마나 더 많이 들겠는가 또한 서자는 아예 문과에 응시 못했고 아등바등 기어온 양민, 면천된 천민의 경우엔 자신이 정말 타고난 특출난 재능 정도가 있지 않는 이상은 그냥 무과, 잡과 하고 끝 문과 쪽으로 해도 소과가 끝이기 다반사였다.

수능 시험(정시) 또한 앞에서 말했듯이 과정에 대한 평가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결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취약계층, 그리고 학업적 능력이 아닌 다른 재능을 소유한 사람들은 소외될 위험이 있다.

조선시대의 과거시험도 당시 과거제가 진정으로 인재를 등용하는데 적합한 시험인가라는 논란은 꾸준히 존재했다. 중종 시기 조광조가 과거 시험은 글재주만 있는 자만 선발된다고 비판하기도 하였고, 유교 경전을 외우기만 하는 것이 과연 국정 운영 능력과 관련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과거제 개혁을 주장하였다.

근대 개화시기에 이르러 광서제의 신정때 중국에서는 수나라 선거제때부터 내려온 과거제가 폐지되고 한국에서는 그 이전인 1894년 제 1차 갑오개혁때 과거제의 폐지가 이루어졌다. 단편적지식만을 평가하는 전근대적 시험형태를 다변화된 현재에도 형식적 평등과 공정함을 이유로 계속 유지하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수시제도의 허점으로 잦은 비리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학교내에서도 상위권 위주의 학생들에게 학생부 몰아주기가 존재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정시 위주였을 때에도 상위권의 위주의 몰아주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8학군과 양천지역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정시 성적 우수자들과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 대한 학교에서의 차별대우가 존재했고 심지어 양천구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순에 따라서 자습환경도 차별적으로 배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학교측의 몰아주기는 수시와 정시가 원인이 아닌 학생의 교육 보다 대학 진학률과 실적에만 목숨을 거는 고등학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낮은 내신과 불리한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다고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대학의 진학은 학벌의 획득이 아닌 심화된 학문탐구와 전문분야 대한 전공탐구를 위한 목적을 위해서야만 하는데, 수시로 입학한 학생이 정시에 입학한 학생보다 학업에 대한 열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험점수에 의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점수에 따라 나뉘는 대학서열을 공고히 만들 수 있으며 그렇다고 수능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모든 학업적 능력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2.3. 수능에도 운이 작용한다

상술한 다양한 재능이 있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 즉 수능이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수능에 대한 불공정성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수능에도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먼저, 입시 당일의 컨디션이 자신의 3년과 어쩌면 이후의 1년, 총 4년을 결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긴장성 기흉과 저혈당 쇼크,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의해 좌지우지되기에는 수험생의 20대의 1년은 너무나도 값지다.

둘째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같은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의 영역별 난이도가 매년 달라지고, 이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가형을 응시하는 수험생 A, B의 실력 수준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여기서는 수능 점수가 실력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탐구 영역은 동일한 과목을 응시했으며 실력도 서로 같다고 가정하고 국영수만 가지고 하자. 이때, N학년도 수능과 (N+1)학년도 수능의 만점/1/2/3등급 컷 표준점수와 영어 1등급 비율이 각각 다음과 같다고 하자.
학년도 국어 컷 수학 컷 영어 1등급 비율
N 130/128/124/119 140/132/125/118 10.0%
N+1 145/132/125/117 127/127/123/117 6.5%

영어는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을 준다고 하면 N, N+1학년도 두 수험생의 점수는 다음과 같다.
학년도 A B
N 119+132+100 = 351 130+118+100 = 348
N+1 117+127+95 = 339 132+117+100 = 349
따라서 N학년도의 경우 수학을 잘하는 학생 A, N+1학년도의 경우 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B의 점수가 더 높다. 즉 특정 과목을 잘 하는 학생이 어느 해에는 유리하고, 어느 해에는 불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난이도 조절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한계점이 있다. 예전에 수능 난이도 조절을 위해 영역별 만점자 1% 정책을 실시하였으나 대부분 실패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험생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평가원에서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28]

또한, 탐구 영역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 즉 그 과목의 수능에서의 난이도와 응시하는 수험생의 수준 등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입시에 유리한 선택 과목'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흥미 없는 과목을 억지로 선택하여 공부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또한 물리, 화학 과목의 경우 학문적 가치가 높지만 응시자의 수준이 높아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점급의 실력을 가진 수험생의 경우 과목별로 만점의 표준점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매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할 때 불이익이 있다. 이것 때문에 '로또 수능'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여기를 참고.
[21] 사회탐구 영역 중 경제를 선택했을 때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점수 손해가 크다면 흥미를 고려해서 경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성적을 고려해서 다른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22] 다만 공신 강성태는 결국 학생들은 대학교 혹은 대학원 과정을 선행하라는 소리라며 이 부분을 비판했다. [23] 물론 다른 과목에서 8~9등급의 최하위권을 기록하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24] 정시에도 특기자 전형이 있지만 전형 특성상 수능보다는 수시의 학생부 전형과 유사하므로 여기에 서술한다. [25] 물론 예술 혹은 체육 활동에 있어서 수학, 과학 등을 배움으로써 얻어지는 능력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정치 과정에서 유교 경전에 따른 도덕관념이 정책을 도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약간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들의 능력을 평가해 대학에 입학시키거나 관직에 등용하는 근본적 척도는 될 수 없다. 네이버 뉴스 댓글란은 예체능 입시나 기술직 같은 것도 공무원 시험의 지나치게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각이 팽배한 편. [26] 또한 뉴스 댓글들에서 나타나는 조선에 대한 생각도 대단히 부정적이다. 사실 이건 딱히 네이버 뉴스 댓글창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오해가 많이 퍼져 있다. [27] 오해가 있는거 같은데 문과의 경우에는 유교 지식을 보는 명경과보다 문예 창작능력을 보는 제술과를 더 처주고 마찬가지 맥락으로 생원보다 진사를 더 처준다. [28] 물론 모의고사 등을 통해 데이터를 얻으면서 최대한 예측하려고 노력'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