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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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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내용3. 필요한 이유
3.1. 보완
4. 한계
4.1. 반론
5. 관련 문서

1. 개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처럼 대학간 서열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정책을 말한다.

2. 내용

방식은 관련 법을 바꾸어 전국의 각종 국립대 및 사립대를 통폐합하고, 학과별로 분리하거나 계열별로 분리하거나 통합해서 선발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서유럽 북유럽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유럽연합의 European Qualifications Framework (EQF) 또한 대학 간판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 교육을 동등한 레벨로 묶도록 제도화하였다.

다만 실제로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수능 성적에 관계 없이 아무 고등학교나 졸업하면 모든 대학을 갈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유럽에서는 한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유급시켜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은 초중고 졸업부터 어렵게 만들며, 프랑스나 구 공산권처럼 대학과 차별화된 상위 등급의 전문 교육기관을 두거나, 게르만어권처럼 아예 중학교부터 학생들을 선별해서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의 숫자를 처음부터 상위권에 한정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유럽 대학 평준화의 시초인 프랑스에서는 68운동 이후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의 형식으로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1] 다만 프랑스는 대학 평준화를 채택하면서도, 기존 명문대를 초월하는 그랑제꼴이라는 특수한 엘리트 대학들을 만들어 사회 지도층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다. 즉, 완전한 평준화가 아닌 우수한 인재는 특화시키고, 나머지는 동등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2] 현재 프랑스 정재계 지도자들이 거의 대부분 그랑제꼴 출신이다. 해당 특별 학교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프랑스에서 그랑제꼴의 위상은 다른 나라의 명문대의 위상을 초월한다. 프랑스에서는 그랑제꼴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평균(5등급) 짜리 평준화 대학을 졸업하게 되므로, 일반 평준화 대학 졸업자와 그랑제꼴 졸업자가 받는 대우의 차이는 엄청나다.

프랑스가 그랑제꼴을 통해 대학보다 상위의 교육 기관을 만들어 평준화를 무력화했다면, 게르만어권 국가들에서는 반대로 아예 초등학교 졸업 시점부터 학생의 자질을 판단하여 소수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위 고등학교 (김나지움 등)에 보내고 나머지는 직업학교로 진학시켜 버린다. 이 상위 고등학교 진학 가능 비중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20%대에 머문다 (네덜란드 VWO 20% 이내, 독일 아비투어 합격자 23%). 상위 고등학교 내에서도 본인이 학문에 적성이 안 맞을 것 같은 학생들은 EQF Level 5짜리 실무중심대학으로 알아서 빠지기 때문에[3] 실질적으로 EQF Level 6짜리 연구중심대학을 졸업하는 비중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유럽에서도 학교 간판이 평준화되었을 뿐이지 졸업 성적에 관계 없이 모든 전공에 입학이 가능한 게 아니라서, 인기가 많아 정원이 제한된 전공(Numerus Fixus/Numerus Clausus)들은 본고사 입학사정관제로 학생들을 걸러내거나, 아니면 아비투어 등 졸업 시험 점수를 가지고 상위권부터 입학시킨 뒤 나머지는 대기 리스트에 올려놓는 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본고사에 떨어지거나 대기 리스트에 올라간다면 한국의 재수생마냥 얄짤없이 1년 쉬거나 다른 전공을 택해야 한다. 대기 리스트는 짧으면 1~2년이지만 의대들은 십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입학 불가에 가깝다. 이 때문에 쓸데없이 갭 이어를 한다고 방황하는 경우도 많고[4], 같은 언어를 쓰는 이웃나라 대학으로 넘어가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많다. 특히 벨기에 의대와 오스트리아 의대가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떼거지로 넘어온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한번 본 졸업시험 점수를 가지고 의대 입학을 결정하지만, 오스트리아는 독일보다 NC가 널널해서 인기가 높고[5], 벨기에는 졸업시험 대신 본고사로 의대생을 선발하기에 네덜란드의 의대 탈락자들[6]이 몰려든다.

한국의 수능은 다시 칠 수라도 있지, 유럽 졸업시험은 한번 치면 그 성적이 평생 가기 때문에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재수를 한다는 옵션 자체가 없다. 국내에서는 이 방식이 누구나 평등하게 원하면 얼마든지 의대 간다는 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본고사가 있는 국가가 아니라면 그 평등한 선택의 기회라는게 10년 기다리고 의대가기 수준의 조삼모사일 뿐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급진적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개념 구상' 수준으로 나오는 말일뿐, 제도권에서 공식적 의제로 다뤄진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일시적으로 실시했다가 여론의 극심한 반발로 1년만에 중단된 수능 등급제[7]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국공립대 공동입학/공동학위제' 등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는 대학 평준화 개념을 일부 소극적으로 반영한 정책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3. 필요한 이유

이것의 가장 큰 목적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누구나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 학벌 차별을 없애자는 것,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교육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 사교육을 줄이자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 취지에 어긋나고 각종 문제와 비리가 터져나오는 것이 애초에 대학교가 서열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서열화된 대학교 현실 내에서는 어떤 제도를 실시해도 사람들은 좋은 학벌을 차지하기 위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학에서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변별력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평준화가 되면 점수에 맞추어 서열이 높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면 적성과 개개인을 중시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만 다한다면 명문대라는 구분과 차별 없이 누구나 수준 높은 학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대학이 평준화 되면 일단 실력도 없으면서 단순히 학벌이 좋다는 이유로 연구비를 지원받고 학벌이 좋지 못해 자신의 연구를 할 수 없는 사태가 사라질 것이고 누구나 자신의 원하는 연구와 학문에 증진 및 전념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국 기준으로는 명문대 대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한 만큼 지방에서 인서울 대학에 간다고 하면 최소 1시간, 많게는 3시간 이상을 통학에 할애하게 되며 이는 불필요한 시간낭비로 이어진다. 물론 대부분은 기숙사나 자취로 해결한다.

3.1. 보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대학 교육의 수준이 세계적인 위상을 갖출 정도로 높아지면 하향평준화를 피할 수 있다. 대학교 평준화를 한 뒤 졸업정원제를 실시하여 일정 수준이 안되면 낙제받게 되는 형식으로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면 학위의 가치를 유지하고,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8] 하지만 대학 졸업이 취업의 필수 관문으로 인식하는 한국인 특성상 이게 실행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4. 한계

지금까지 지구에 단 한번도 도래한 적이 없는 이상향이 건설되지 않는 한 어떻게든 서열화를 피할 수가 없다.[9] 경제학의 근본 이슈가 바로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분배할 것인가'임을 생각해 보면 무한대의 재화가 있고, 이 재화를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에 대해 사회 구성원 전원이 일체의 의문도 가지지 않고 인정하고 있는 이상향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효율적 이용과 분배'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판단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서열화'는 막을 수 없다.

대학은 근본적으로 학문을 하는 곳이지만, 현재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학은 졸업 후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을 쌓는 곳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을 평준화한다면 경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취업 경쟁에서 또 다른 스펙들을 쌓기 위해 새로운 경쟁 체제가 만들어질 뿐이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구직자와 기업의 관계를 시그널링(signaling)과 스크리닝(screening)의 관계로 표현한다. 구직자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자신이 더 나은 인재라고 광고하려고 하는 것이 시그널링이고, 기업이 많은 지원자들 중에 가장 훌륭한 인재를 가려 뽑으려는 것이 스크리닝이다. 자신을 광고하는 시그널링에서 가장 효과적인 요소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인데, 이 때문에 아무나 갈 수 없는 좋은 대학교가 취업 시장에서 강력한 시그널링의 수단이 되어 왔다. 한편 기업이 스크리닝 과정에서 보는 것은 지원자의 지적 능력과 성실성이며, 지적 능력이 높고 성실한 학생이 더 상위권의 대학을 간다는 보편적 사실 때문에 학벌을 스크리닝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결국 취업 시장에서 학벌이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학벌이 시그널링과 스크리닝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변별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억지로 대학을 평준화 시킬 경우 최종적으로 학벌이 아닌 새로운 시그널링/스크리닝 체제를 탄생시킬 것이며, 새로운 체제는 해외 유학, 대학원 진학, 또는 합격하기 어려운 자격증과 같이 아무나 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이다. 결국 대학 평준화는 현재 고등학교까지 벌어지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대학으로 이동시키는 것 뿐이고, 대학만으로 부족할 경우 대학원까지도 지옥같은 경쟁을 확장시켜서 대학을 학문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서열화된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이런 근본적 한계를 무시하고 해봤자 경쟁의 양상이 학벌에서 평점(GPA)으로 변화할 뿐이다. 2018년 현재 대기업 대졸 공채의 지원 자격은 대부분 학점 3.0/4.5 이상인데 학점 인플레로 인해 지원자의 70% 가량이 만족하는 조건이다. 반면, 현재 대기업의 전문대 공채에서는 상위 20% 정도로 지원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실제 합격자는 4.0/4.5 이상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 이하에서 합격한 사람들도 자격증이 많거나 TOEIC 성적이 우수해서 가까스로 들어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일부 대기업 공채에서 학벌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업무적성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 그룹의 GSAT이나 현대자동차의 HMAT은 사실상 지능 측정 시험이다. 취업 시장에서 학벌이 지적 능력과 성실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수능시험과 내신으로 결정되는 학벌이 업무적성시험(지능)과 대학교 학점(성실성)으로 변화되었을 뿐 그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평준화의 또 다른 문제는 하향 평준화이다. 교육 재정은 항상 부족하며 서울대 수준의 교수진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학 평준화의 결과는 모든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평등하게 낮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하향 평준화이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을 들 수 있는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독일 대학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 기관이었지만,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학 평준화가 만성적인 교육 예산 부족과 안좋은 쪽으로 천천히 시너지를 일으켜서, 2010년 경에는 독일 대학 중에 전 세계 50위권 내에 있는 대학이 거의 없다시피하게 되었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독일 대학의 연구 성과가 미국에 비해서 30년까지 뒤쳐져 있다는 충격적인 평가도 나오는 형편이다. 관련 기사1 관련 기사2 관련 블로그 이러한 대학의 연구 능력 저하는 기업의 신규 개발 능력의 저하로도 이어져서, 비평준화 세대가 완전히 은퇴한 2010년대에 와서는 디젤게이트(2015년)나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2018년)처럼 제품 카탈로그의 스펙만 번지르르 할 뿐 실제 제품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10]

또한 대학을 평준화시키고 모든 학생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를 가게 될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을 포기하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학들이 하향 평준화가 되면, 지역의 대학교 중 낮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엉망인 학과가 자신이 관심있는 전공일 경우 어쩔 수 없이 다른 진로를 찾거나 먼 곳에 있는 다른 대학을 찾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엘리트 교육을 소수의 그랑제콜에 맡기는 대신에 일반 대학들을 모두 평준화하였고, 프랑스의 대학은 많은 수가 국공립대이며, 국가교육 예산은 소수의 그랑제콜에 우선적으로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 대학은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다.[11] 결국 일반 대학들이 부족한 예산을 각 학과에 쪼개어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지원이 부족한 일반 대학의 일부 학과들은 처참한 수준으로 추락하였다. 결국 그랑제콜에 진학할만한 수재가 아닐 경우 비교적 우수한 학생들도 대학 평준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4.1. 반론

위에서 비판점으로 제시한 독일 교육의 방침이 단순한 지표로 드러나는 세계 대학 순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 순위가 낮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대학 수준과 역량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우수대학육성정책을 통해 연구성과가 좋은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도 하고 있으며 몇몇 대학의 수준은 세계적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위의 기사는 평준화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독일 교육의 한 단면만 바라보고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독일 교육의 평준화를 비판하기 전에 20세기 초반 독일의 철저하게 서열화된 학교와 경쟁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나치 정부의 등장과 아리아인종 우월주의를 만들어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는 것을 상기하여야 하며, 독일의 대학 평준화가 학벌에 따른 문제 뿐만 아니라 전쟁 이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이 교육현장에서 주입식 교육과 서열주의를 완화하자는 신념 아래 장기간의 대학 교육의 평준화를 진행해왔으며, 이는 소외된 계층의 대학 교육기회를 열어주고 학벌 차별을 완화했다는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어느 대학을 나오더라도 해당 대학의 독일내 사회적인 서열과 이에 따른 멸시와 차별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위에서 근거로 제시한 디젤게이트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등도 독일의 대학평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진다면 도요타 리콜 사태 타카타 주식회사 에어백 결함이 발생한 일본이나 미국의 포드 핀토의 결함도 일본이나 미국의 대학 교육의 문제로 귀결시켜야 될 것이다. 또한 자연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독일이 미국보다 앞서 있으며 과학 분야의 논문 수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이 과학분야에서 연구가 밀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대학의 만성적인 재정 부족문제도 독일 행정부에서 효율적인 교육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지 이를 대학평준화의 결과로 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독일과 같이 서열화된 교육을 지양하며 사실상 평준화된 대학교육을 하는 핀란드는 교육 복지 제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으며, 독일처럼 만성적인 교육 예산 부족도 거의 없다. 따라서 대학평준화는 대학의 교육 예산 부족을 가져오교 대학의 하향평준화가 된다는 위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서열은 인간 사회에서 그 어떤 수단으로도 막기는 어렵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50~60대들은 대학교가 아니라 고등학교로 파벌을 만들고 있는걸 보면 일목요연하다. 따라서 대학 평준화건 어떠한 공정한 수단을 도입하건 자기 출신 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전제하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학벌 또한 어떠한 수단으로도 막을수가 없다. 응당 자기 학교를 치켜세우고 싶을 것이고, 다른 학교를 까내려서 자기 파벌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경쟁 심리가 없다면 파벌을 만들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벌이 가진 폐혜와 이로 인한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을 합리화하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다. 단계적으로 이를 완화해가는 것 또한 우리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할 것이다.

또한 학벌 경쟁에서 평점 문제로 이행되는 것은 오히려 대학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경쟁임에는 틀림 없으나, 실력과 운이 받쳐줘야 하며 평생이 좌우되는 현행 수능, 그리고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한 현행 입시 제도와 대학 4년동안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한 이후의 만회의 기회가 충분한 학점 경쟁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수능이나 대학입시같은 경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된 상태에서의 경쟁이지만 대학은 전공과 수업의 선택의 폭이 넓다. 따라서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상태에서의 경쟁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고 볼 수 있다. 대학 평준화 역시 인간이 만든 제도인 만큼 한계는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완벽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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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상 프랑스는 국공립대가 다수였기 때문에 일반대학의 평준화가 유리했고 파리 리옹등 대도시의 주요대학의 경우 "파리 n대학" 형식으로 이름까지 바뀌었다. 바칼로레아(대학 입시)에 일정수준 이상 도달하면 전공을 선택하는 형식 [2] 독일의 김나지움은 중고등학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랑제꼴과는 전혀 다르다. [3] 대학에서 1학년때 탈곡기처럼 신입생 절반 이상을 털어버리기 때문에 적성에 안 맞으면 시간만 날리고 대학 1학년 통과를 못 한다. [4]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독일 학생들이 갭 이어로 한국이나 다른 외국에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를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겸사겸사 갭 이어를 택한 경우가 많다. [5] 이렇게 넘어온 독일 학생들을 흔히 NC 난민이라고 부른다. [6] 졸업시험에서 8점 이상을 못 받았고 뽑기에도 탈락한 인원들 [7] 같은 등급에 같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11%로 2등급을 받은 학생과 12%로 3등급을 받은 학생의 점수는 다르지만, 12%와 23% 학생은 모두 3등급으로 같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이같은 황당한 제도로 국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고 결국 시행 직후 폐지되었다. [8]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대학에서는 2학년 즈음에 승급고사를 치르는데 여기서 두세 번 정도 불합격하면 퇴학당하며 이후 프랑스 내 모든 대학의 해당 학과 지원 자격이 박탈된다. 이는 네덜란드도 시험 시점의 차이만 있고 본질적으로 마찬가지이다. [9] 학벌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10] 2020년 현재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이것은 과거 세대가 쌓아온 기술을 재탕하거나 유로화가 주는 막대한 환율 이익에 기대는 바가 크다 (독일보다 GDP가 부족한 국가들과 경제가 단일화되면서, 유로화는 과거 독일이 쓰던 마르크에 비해 압도적인 환율 이익을 준다). [11] 전체적인 지원 규모는 일반대학이 훨씬 많지만 1인당 교육비로 비교했을 때는 확 차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