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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B8860B 'Pride and Prejud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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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제인 오스틴 | |
국가 | 영국 | |
언어 | 영어 | |
장르 | 로맨스, 성장물 | |
출판년도 | 1813년 1월 28일 | |
출판사 | 토마스 에저턴, 화이트홀 | |
권수 | 양장본 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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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꽤 재산을 가진 미혼남이 틀림없이 아내를 원하리라는 것은 널리 인정받는 진리이다.[1]
작품 첫 구절. 영어 산문의 첫 문장이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꽤 재산을 가진 미혼남이 틀림없이 아내를 원하리라는 것은 널리 인정받는 진리이다.[1]
작품 첫 구절. 영어 산문의 첫 문장이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 소설. 작가의 대표작이자 영문학계와 로맨스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이다.
2. 특징
오스틴의 초기 습작 시절 지었던 '첫인상'을 개작한 것으로 1813년 출간되었다.[2] 재치있는 필치와 탄탄한 스토리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소설로, 기본적인 스토리는 상류계급의 재수 없는 신사와 젠트리 집안의 진취적인 숙녀가 오만과 편견을 이겨내고 사랑에 골인한다는 내용이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이게 뻔한 레퍼토리가 된 이유 자체가 이 작품이 대박을 쳤고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창작 당시에는 다른 소설에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감성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를 이끌어나가는 한편 인물들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풍자하기도 했다. 다른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이후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졌는데 오늘날 무수히 범람하는 로맨틱 영화의 선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가벼운 아류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다. 결혼할 배우자의 외면적 가치보다 애정과 상호존중의 감정을 중시하는 캐릭터들의 개성, 그 반대의 입장을 띤 실리적인 인물(가령 샬럿 루카스)도 무조건 깎아내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동의 근거를 인정하는 균형감각, 사람 내부의 위선을 간파하는 통찰력 등은 현대에도 고평가되고 있는 요소들이다.
무엇보다 19세기 유럽 사람들이 생각한 결혼의 가치며, 사회의 계층분화 수준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 시대의 결혼은 철저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개인의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극히 적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디까지나 혼인 당사자들의 재산, 계급,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들이었다. 반면 상호 호감 같은 내적 조건은 결혼 후에 자연히 생겨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그 당시 사람으로선 '결혼 당사자들의 애정'이 다른 조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매우 강하게 주장하는 축에 속했지만, 그녀 역시도 외적 조건 격차가 심하게 나는 남녀의 결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변변찮은 가문[3][4]의 엘리자베스가 미래를 보장해줄 남편감을 '가치관이 안 맞아 존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거절하고 자신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알며, 철저히 '자신'의 관점을 바탕으로 주변의 평범한 세계를 묘사하는 여주인공은 19세기 기준으로는 매우 독립적인 캐릭터였다. 여성의 판단과 비판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관을 반성하며 성장해가는 남주인공의 존재 또한 생경한 것이었다.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단순히 부자가 예쁜 여자에게 반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두 남녀 주인공이 부단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성적 성장을 거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요컨대 오만과 편견이 현대에 와서 창작된 신데렐라 스토리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구성뿐만 아니라 소설 전체의 개성, 작가가 보여주는 비판적 통찰력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작품을 로맨스물의 클리셰를 제공한 원조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클리셰에 매몰된 작품은 아니다. 단순히 결말이 "여성의 성공적인 결혼[5]으로 끝났다"는 이유로 본 작품을 "대리만족용 로맨스"로 평가절하할 수 있다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극으로 점철된 일요 막장 드라마"일 뿐이다.
여담으로 국내 펭귄 클래식판 오만과 편견은 문장의 끝맺음이 일반적인 '-이다'가 아닌 '습니다체, ~요체'로 되어있어 독자에 따라 신경쓰일 수 있다.
3. 등장인물
3.1. 베넷 家
3.1.1. 엘리자베스 베넷
애칭은 리지 혹은 일라이자.[6] 베넷 씨의 차녀. 소설 초반부에는 20살.[7] 본작의 주인공. 언니인 제인보다는 못하지만 예쁘고 똑똑하며 유머 감각도 있고 통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상냥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성격을 가져 작중에서도 그녀의 쾌활함이 잘 드러난다. 다아시는 이런 엘리자베스의 성격과 그녀의 아름다운 검은 눈에 반했다.제목의 ' 편견'을 상징하는 인물로 똑똑하고 자기주장도 강하지만 고집이 세다 보니 감정에 따라 편견을 가져 잘못 판단하기도 한다. 다아시와 위컴, 샬럿과 콜린스에 대한 판단이 그 예인데, 다아시는 자신을 그럭저럭 봐줄 만하긴 해도 춤출 만큼 아름답지 않다고 한 것에 화가 나 그의 말을 무조건 공격적으로 받아들였고, 위컴은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자 그가 한 다아시와의 악연에 대한 말을 의심도 않고 바로 믿으며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편을 들어주었다.[8] 또한 콜린스의 모자란 지성과 인성을 경멸했기 때문에 샬럿이 그와 결혼한다고 하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샬럿과의 사이에서 앞으로 진정한 신뢰가 생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성격이며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우기지 않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안다.
아버지로부터 사랑 없이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고, 본인도 이에 크게 공감하기 때문에 그 외의 결혼을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한정 상속 때문에 콜린스와 결혼하는 것을 어머니가 강권하는데도 거절한 것도 이 가치관 때문이었고, 샬럿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믿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자 그 충격이 워낙 심해 그런 사람과 결코 행복할 리가 없다고, 콜린스와 결혼하는 여자가 제대로 생각이 박혔을 리 없다는 말까지 해서 제인이 사람들은 누구나 조건과 성격이 다르며 재산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샬럿의 선택이 이해할 만하다고 타이르기까지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후 위컴이 1만 파운드를 가진 킹 양에게 접근하자 궁핍한 처지에 그럴 수도 있다고 두둔했는데, 샬럿과 위컴의 선택이 둘 다 재산에 기반한 것임을 생각하면 콜린스에 대한 경멸과 샬럿에 대한 실망감, 위컴에 대한 호감으로 둘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댔던 것이다.
샬럿의 신혼집에 방문했다가 그 지역 유지인 이모 캐서린의 집에 방문한 다아시가 그녀에게 청혼[9]했으나 거절한다. 또 다아시가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절대로 이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아시에게 했던 비난들은 잘못된 전제 속에서 나왔던 것이었는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자신의 지위가 열등한 게 마음에 들지 않고 위컴을 무일푼으로 내쫓았으며 빙리를 여동생 조지애나와 결혼시키려고 제인의 마음을 거짓말로 꾸며 빙리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아시는 편지로 위컴이 저지른 사기행각[10]과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11], 자신이 정말로 싫었던 건 베넷 가의 지위보다 그 가족들의 교양 없는 행동이었다고 설명했고, 이를 읽은 엘리자베스는 처음에는 분개했으나 다시 생각해본 결과 위컴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며 제인의 태도가 그렇게 보일 수 있었다는 것도 맞고, 가족들의 추태는 본인도 부끄러워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이를 인정했다.
다아시에 대한 오해가 풀린 다음에는 편견에 찌들었던 자신의 태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자신이 감정에 따라서 위컴이 무조건 옳다고 믿고 빙리 등 믿을 만한 사람들의 말과 논리를 무시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또한 샬럿과 지내보면서 그녀가 콜린스를 사랑하거나 존경하지는 않지만 자기 나름대로 생활의 안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고, 국교회 신부의 아내로서의 삶에도 잘 적응해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자 더 이상 그녀의 행복을 부정하지 않고 그녀가 선택한 삶을 받아들인다.[12]
그 후 여름에 가드너 부부와 경치를 감상하러 다아시의 영지에 갔을 때[13] 다아시를 칭찬하는 하인들의 증언에 그에 대한 생각을 고치던 중 다아시와 마주치자 처음엔 뻘쭘해하기만 했으나 장사꾼이라고 귀족들에게 경멸당하는 외삼촌 부부를 다아시가 매우 예의바른 태도로 대하자 호감이 싹튼다. 하도 매몰차게 청혼을 거절해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다아시가 여동생을 소개시켜주고, 또 리디아의 야반도주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자 마음이 완전 기울어버린다. 최종적으로는 레이디 캐서린이 본의 아닌 어시스트를 해주는 바람에 다시 청혼을 받고 경사스럽게 결혼에 성공한다.
95년 BBC판 배우는 제니퍼 엘[14], 2005년판 배우는 키이라 나이틀리, 성우는 소연.
3.1.2. 베넷 씨
하트퍼드셔 지역의 젠트리. 연 수입은 2천 파운드[15][16]다. 하지만 딸만 줄줄이 다섯이 태어나고 아내와 함께 나이가 들자 베넷 씨는 비로소 본인 사망 후에 처자식들이 길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가 베넷 씨의 성격은 될 대로 되겠지 하는 식의 낙관주의자고,베넷 부인은 알뜰한 살림과는 거리가 멀어 넷이나 되는 딸의 미래를 현실적으로 대비하기엔 문제가 많았다.[17]딸들 가운데 엘리자베스를 가장 아낀다. 하지만 방관형 부모이기에 딸과 아내가 망신살 뻗칠 짓을 해도 교정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며 엘리자베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18] 젊은 시절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베넷 부인과 결혼했지만, 결혼 후에는 아내의 천박함과 무지함에 실망해 아내를 비꼬는 재미로 세월을 보낸다.[19] 첫째 제인은 품성이 착해서, 둘째 엘리자베스는 이성적이며 재치있는 성격이라 예뻐했지만 나머지 딸들에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키티와 리디아는 베넷 부인의 영향을 받아 경솔하고 무식해졌고 메리는 지적 허영심만 넘치는 헛똑똑이가 되어버렸다. 엘리자베스의 감정 변화를 알지 못해 다아시에 대한 혹평을 늘어놓아 엘리자베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도 작중 후반부 다아시가 마침내 두 번째 청혼을 하고, 엘리자베스도 "그동안 그이를 싫어한 건 제 편견 탓이었고, 그이는 저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저 역시 그래요"라고 아버지를 설득한 후에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흔쾌히 결혼을 허락한다.[20] 2005년 영화에서는 부인과의 사이도 원만하고 엘리자베스와 제인 외의 다른 딸들도 아끼는 모습을 보이는 등 원작보다 훨씬 다정한 가장으로 나온다. 대신 베넷 가 자매들의 처지가 위태로운 것을 좀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원작에 비해 많이 가난하게 묘사되는 편.
3.1.3. 베넷 부인
베넷 가의 안주인. 결혼 전 성은 가디너[21]. 젊었을 때는 굉장한 미인이었다고 한다. 딸들을 아끼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양 없고 경박한 주책바가지 아줌마. 딸들 가운데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리디아를 예뻐하고 주체적인 성격인 엘리자베스를 내심 탐탁찮게 생각한다.[22] 런던 치프사이드에서 장사를 하는 남동생 에드워드 가디너와 메리턴의 변호사 남편을 둔 여동생 필립스 부인이 있다. 포스터 부인의 초대를 받은 리디아가 브라이턴으로 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리디아가 위컴과 도망치는 결과를 불러왔으면서도 베넷 씨가 가족 전부를 브라이턴으로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탓한다.2005년 영화의 큰 수혜자. 원작에서는 집안 망신을 흩뿌리고 다니는 어머니지만, 영화에서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주변에서도 그럭저럭 이해할 정도의 부산스러운 어머니 정도로 나온다. 영화 속 베넷 집안이 원작보다 훨씬 가난하게 나오다 보니[23] 그 당시 부인이 부자 사위에 집착하는 것도 현대인 입장에서 쉽게 이해가 가는 편.[24] 연애 쪽으로는 상당히 요령이 좋은 편인데, 제인이 빙리의 집으로 갈 때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말을 타고 가라'고 조언한 바 있다.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가면 비를 피할 수 없고, 비를 맞고 온 손님을 젖은 채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빙리 가에서 묵고 가라며 제인을 붙잡으리라는 계산. 실제로 이 계산이 맞아떨어져 제인은 감기에 걸려 빙리 가에 며칠이나 묵으며 빙리 씨와 가까워졌고, 언니를 걱정해 도보로 빙리 가를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그 기상천외한 행보로[25] 다아시의 마음을 꽉 잡았으니 적어도 연애 관련 잔머리에 관해서는 베넷 부인이 작중 일인자로 보인다. 교양 없고 주책맞은 성격에 남동생이 런던 치프사이드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렇게 좋은 집안 출신이라 할 수 없는데도 상당한 상속재산을 가진 뼈대있는 젠트리 집안 출신으로 보이는 베넷 씨와 결혼에 성공한 것은 젊은 시절의 미모+높은 연애 스킬 덕분이 아닌가 싶은 부분.
호들갑이 매우 심하고 판단이 이리저리 바뀌는데, 리디아 사건 때는 남편이 분명 결투 신청할 거고 난 그럼 과부가 될 거라며 울상을 짓다가 결혼 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바로 자랑스럽다면서 기뻐하고, 얼마 전까지 험담을 늘어놓던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 180도로 태도를 바꿔 호들갑을 떨며 그렇게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26] 종합적으로 보면 리디아와 쌍벽을 이루는 베넷가 최고의 발암요인이지만 곰곰히 보면 인성 자체가 악한 인물은 아니다. 일단 딸들을 아끼는 마음은 분명한 어머니이지만 어리석고 주책맞은 면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2005년판 배우는 브렌다 블리신, 성우는 손정아.
3.1.4. 제인 베넷
베넷 씨의 장녀. 22살.[27]작중에서는 '베넷 양'으로 불리는 경우도 잦다.[28]베넷 집안의 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착하지만, 순진한 면이 있어 남의 나쁜 점을 보지 못하고 모든 일을 좋게만 생각하려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한 마디로 호구잡히기 딱 좋은 성격. 엘리자베스가 일부러 더 사람들을 깐깐하게 보게 된 것도 언니가 너무 사람들의 단점을 보려 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래도 엘리자베스가 편견 때문에 다아시, 샬럿에 대해 가혹한 판단을 내리자 빙리에게 위컴에 대해 물어봐주거나, 모두가 같은 조건과 성격인 건 아니며 샬럿의 선택도 현실적인 면이 있고, 우리가 모르는 콜린스의 장점도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등 장녀 다운 현명한 면모도 있다.
작품 후반에 가면 조지 위컴이나 리디아 베넷,[29] 시누이인 캐롤라인 빙리[30] 같은 사람들로 인해 약간 변하긴 한다. 빙리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기대하게 되지만 빙리 주변 사람들이 둘의 사랑을 반대해 빙리한테 제인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털고, 제인 또한 노골적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성품이 아닌데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해서 정말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줄로 안 빙리가 떠나버려 난관을 겪는다. 결국에는 그것이 오해였고 자신이 일부러 결혼을 반대했음을 다아시가 밝힌 덕에 한달음에 돌아온 빙리에게 구혼받아 결혼. 작중에서는 서브 커플의 한 축인 데다 자매 중 엘리자베스가 유일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라[31][32] 베넷 가 중에서는 비중이 꽤 있는 편이다.
2005년판 배우는 로저먼드 파이크, 성우는 배정미.
원작 설정을 따르자면 제인이 엘리자베스보다 더 예뻐야 하지만, 실제로 영상화할 경우 주연인 엘리자베스가 더 미인인 경우가 많다. 제인이 미인인 경우는 수잔나 하커가 제인 역을 맡은 1995년 BBC판[33]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편. 그나마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이었던 2005년 영화에서 정석 미녀에 가까운 로자먼드 파이크가 제인을 맡았다.
3.1.5. 리디아 베넷
베넷 씨의 막내딸. 15살. 막내임에도 가장 키가 크고 혈색이 좋고 몸매가 괜찮다. 그러나 자매 중에 가장 방종하고 생각 없는 편. 메리턴 읍내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을 때 허구헌날 산책다니면서 장교들이랑 시시덕거리면서 연애에 정신이 팔려 제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포스터 대령의 초청을 받아 군대가 상주하는 브라이턴으로 놀러가 위컴이 도망칠 때 같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이 때문에 베넷 가가 뒤집어졌다. 이후 어찌저찌 위컴과 결혼을 했으나 남편에 대한 애정은 몇 년 안 가 바닥이 난다. 그래도 결혼한 여자로서 욕 먹을 짓은 안 했다고. 위컴과 달아난 뒤 어정쩡하게 동거하다, 가족들과 다아시의 협력으로 겨우 결혼에 골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잘나서 자매들 중 가장 먼저 결혼했다며 뻐기고, 심지어 제인이나 엘리자베스의 결혼마저도 자기가 위컴과 달아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생색을 낸다. 결혼 자금은 다아시가 모조리 대줬는데도 거기에 대해 감사도 없고 결혼식에다 돈 쓸 궁리만 한다. 결말 후의 행적은 묘사된 바에 따르면 위컴 부부는 씀씀이가 헤퍼 언제나 돈에 쪼들리고 있으며, 자주 빙리 가에 들르는데 한번 오면 잘 안 가는지라 사람 좋기로는 작중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그 빙리가 넌지시 '좀 가라'라고 할 정도로 민폐를 자랑한다고 한다. 위컴의 사랑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아주 일찍이 식어버렸고, 리디아의 마음도 위컴보다 아주 조금 더 오래 갔을 뿐 결국 빨리 식어버리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BBC판 배우는 줄리아 사왈라, 2005년판 배우는 지나 말론,[34] 성우는 박지윤.
3.1.6. 메리 베넷
베넷 씨의 삼녀. 18~19살로 추정. 자매 중 유일하게 외모가 예쁘지 못하여 열등감을 메우려고 독서와 음악 공부에 매진한다. 그러나 쓸모있는 지식을 많이 안다기보단 케케묵은 도덕론에 사로잡혀있으며, 어떻게든 자신의 박식함을 남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지적 허영심이 강한 편이다. 그래도 작품 초반에 오만과 허영의 차이[35]에 대해서 설명하며 작품의 주제 중 하나인 오만에 대해 정의하기도 한다.다행히 자매들 대부분이 시집을 간 후론 다른 자매들과 외모를 비교당하는 일이 없어진 덕에 성격이 많이 나아졌다. 제인 오스틴의 조카 에드워드가 쓴 전기의 내용에 따르면, 훗날 이모부인 필립스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남자와 결혼해 메리턴으로 이주했다는 뒷이야기를 제인 오스틴이 풀어주었다고 한다. 2005년 영화에서는 메리의 성격을 변화시켜 단순히 예쁘지 않아 소심한 캐릭터에다 눈치도 없는 기믹 등이 추가되었고, 무도회에서 푸대접받고 아버지에게 안겨 우는 장면이 나오는 등 원작에서처럼 마냥 냉소의 대상인 게 아니라 미인 자매들 사이에서 치이는 안쓰러운 면이 많이 부각되었다.
2005년 영화판 배우는 탈룰라 라일리[36], 성우는 이제인.
3.1.7. 캐서린 (키티) 베넷[37]
베넷 씨의 넷째 딸. 17살. 리디아의 무분별, 무절제, 무례, 무식을 닮은 인물이었지만 나중엔 상류층 출신 남편들과 결혼한 두 언니의 집을 오가면서 상류 사회를 접하고, 언니들이 리디아와 노는 것을 막은 덕에 차분해지고 똑똑해졌다고 한다. 정말로 리디아와 닮았던 것이라기보단, 어머니인 베넷 부인이 자신과 가장 닮은 막내딸 리디아만 싸고 돌다보니 은연중에 리디아를 따라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조카 에드워드가 쓴 전기의 내용에 따르면, 훗날 더비셔 지방의 교구 담당 신부와 결혼했다는 뒷 이야기가 있다. 정황상 다아시 부부가 키티와 신랑감을 연결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2005년 영화판 배우는 캐리 멀리건, 성우는 신송이.
3.1.8. 윌리엄 콜린스
베넷 씨의 친척. 25살. 캐서린 영부인의 영지에서 성직을 맡고 있다. 폭력적이고 인색한 아버지 밑에서 궁색하게 자라 운 좋게 인맥을 잘 잡아 성공을 거두었기에 비굴한 동시에 오만한 성정이 되었다.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캐서린 영부인의 판단에 의탁하고[38], 필요 이상으로 아첨을 하며 자신보다 서열이 위인 사람에게 비굴하게 군다. 그러나 정작 예의는 잘 갖추지 못해 남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무례한 짓을 자주 저지르기도 한다.[39]리전시 시대에는 여성이 재산 상속을 못 받았다는 식으로 오해되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당장 이 작품에서 캐롤라인 빙리가 자기 재산으로 현금 2만 파운드를 갖고 있으며, 엠마(소설)나 맨스필드 파크에 등장하는 여성 주조역들도 부모에게서 수만파운드를 물려받은 상속자들이다. 다만 남녀 차별이 심하고 장자 상속제가 엄격히 시행되는 사회라 남자 형제에 비해 여자가 물려받을 수 있는 재산은 적고, 한사 상속[40]에 묶인 가문의 토지와 저택을 물려받지는 못하고 부모나 후견인이 따로 주는 재산만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작위 역시 남계 계승만 가능해 물려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집안의 가장이 사망하면 대부분의 재산은 장남에게 상속되며 아들이 없을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남성 친척에게 상속된다. 베넷 가에서는 콜린스가 베넷 씨와 가장 가까운 친척 남성이었기에[41] 베넷 가의 재산은 베넷 씨의 친척 남성인 콜린스에게로 귀속될 예정이다.[42]
콜린스 씨는 베넷 가에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베넷 자매들 중 한 명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엔 첫째이고 가장 미인인 제인을 점찍었으나 제인은 임자가 있다는 베넷 부인의 암시를 듣고 엘리자베스에게 구애했다가 차인다. 이후 바로 그녀의 단짝친구 샬럿 루카스에게 청혼하여 살림을 꾸린다. 소설 속에서 독보적인 풍자의 대상이다. 95년 BBC판 배우는 데이비드 뱀버,[43] 2005년판 배우는 톰 홀랜더.[44]
실제로 제인 오스틴과 약혼했다가 하루 만에 파혼당한 신사 해리스 빅-위더와 닮았다.[45] 제인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제인보다 어리고 덩치가 크며 사업체를 여러 개 굴릴 정도로 부유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태도가 어색하고 때로 촌스럽기까지 한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파혼 이후 오빠들과 언니가 결정을 잘한거라고 제인을 독려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오스틴 집안의 후손들은 제인이 만일 해리스 빅-위더의 아내가 되었다면 오만과 편견 이후의 작품들은 쓰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여담으로 영화판에서의 교회 구조는 사제가 가운데서 설교를 하고 앞뒤로 앉아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구조인 듯 하다.
3.1.9. 가디너 부부
베넷 부인의 남동생 내외. 베넷 자매의 외삼촌과 외숙모. 외삼촌 에드워드 가디너는 치프사이드에서 사업에 성공한 상인[46]이다. 부유하며 품위가 있어 엘리자베스 베넷이 외가 식구들 중 유일하게 존경하는 부부다. 엘리자베스와 펨벌리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저택에 돌아온 다아시 씨와 마주치는데, 가디너 부인은 다아시 씨의 태도를 보고 그가 조카에게 푹 빠져있음을 바로 눈치챈다. 어린 자식이 네 명 있다.가디너 씨는 조카인 리디아가 위컴과 달아났을 때 매형인 베넷 씨와 함께 찾으러 나섰으며, 두 남녀를 어떻게든 결혼하도록 설득시키고 1천 파운드가 넘는 위컴의 도박빚도 제 돈으로 갚아주려 했다. 다아시 씨가 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베넷 씨는 평생 처남에게 죄 지은 기분으로 살 뻔 했다.
3.1.10. 필립스 부부
베넷 부인의 여동생 내외. 이모부 필립스 씨는 메리턴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다. 필립스 부인의 성격은 베넷 부인과 비슷하다.3.2. 다아시 家[47]
3.2.1. 피츠윌리엄 다아시
백작의 딸인 어머니와 부유한 젠트리 아버지를 둔 신사. 나이는 스물여덟 살.[48] 작중에서는 아버지가 고인이기 때문에 다아시라고 하면 이 사람을 뜻한다. 연 수입 1만 파운드[49]의 부유한 독신 남성이다.[50][51][52]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미남이라 처음에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태도가 오만하고 쌀쌀맞은 데다, 자신과 급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해서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산다. 제목의 ' 오만'[53]은 다아시 씨를 상징하는 단어다. 숙녀의 필수 교양에 '독서로 갈고 닦은 지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엘리자베스와의 대화를 내심 즐겁게 여겼던 것을 볼 때, 지적이며 자기 주장이 분명한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한 듯.엘리자베스에게 반해 청혼하지만 첫 번째 청혼은 내용이 매우 무례했던 데다[54] 그 전부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매우 안 좋게 보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당연한 수순으로 차였다. 뒤이어 엘리자베스에게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를 지적받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고치게 된다. 사실 펨벌리의 가정부가 주인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점이나, 동생 조지아나가 오빠를 매우 존경하고 따르는 것을 보면 자기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교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후에 개선된 성격과 신사다운 태도, 솔직함 등으로 자신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호감도를 회복시키고, 엘리자베스의 여동생인 리디아 야반도주 사건도 해결해주며 결혼에 골인.
BBC판 배우는 콜린 퍼스, 2005년판 배우는 매튜 맥퍼딘, 성우는 홍시호.
3.2.2. 조지애나 다아시
다아시의 여동생. 나이는 16살로 오빠와는 띠동갑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보통 '다아시 양'이라고 불릴 때가 많으며, 다아시 집안에 딸은 조지애나 하나뿐이기 때문에 어차피 다아시 양이라고 하면 지칭하는 사람은 이 인물뿐이다. 위컴은 조지애나를 두고 자기 오빠처럼 매우 오만하다고 말했으나, 본인을 펨벌리에서 직접 만나 본 엘리자베스는 조지애나가 단지 수줍음이 굉장히 많아 낯가림이 심한 것 뿐이라는 걸 알게 됐고, 동시에 자격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낯가림이 '신분 낮은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져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15살 때 그녀 몫의 재산을 노린 위컴의 꼬드김에 넘어가 야반도주를 할 뻔했다가 죄책감을 못 이기고 오빠에게 털어놓은 덕분에 일이 무산된 적이 있다. 오빠를 굉장히 믿고 따르기에 오빠가 소개해준 엘리자베스에게도 처음부터 호감을 가졌고, 캐롤라인 빙리가 엘리자베스의 험담을 할 때도 오빠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결혼 후 에필로그에서는 정말 사이좋은 올케와 시누이로 지낸다고 한다.
BBC판 배우는 에밀리아 폭스 2005년판 배우는 탐진 머천트, 성우는 키티와 중복인 신송이.
3.2.3. 조지 위컴
하트퍼드셔에 주둔한 민병대 소속의 군인. 매우 잘 생기고 재치 있는 성격으로 많은 이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엘리자베스와도 잠시 썸을 탔는데, 결혼할 의사는 없었으나 나름대로 그녀를 좋아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정체는 협잡꾼. 엘리자베스에게는 다아시에 대한 모함을 해서[55]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후 리디아 베넷을 꼬여내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56]사실 위컴은 1년 전 미성년(15세)이었던 조지애나 다아시를 상대로 결혼 사기에 가까운 협잡을 부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다아시에 대해 앙심을 품고서 엘리자베스에게 험담을 했던 것이었다. 제버릇 개 못 준다고 결국 리디아 상대로 비슷한 짓을 했는데 또 다아시가 개입하면서, 적당히 놀고 버릴 생각이었던[57] 리디아에게 코가 꿰이는 신세가 되었다.
2005년판 배우는 루퍼트 프렌드,[58] 성우는 정성훈.
3.2.4.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
다아시의 이모로 장원을 소유[59]한 귀족 계급의 여성. 한때는 준수했을지도 모르는 외모라고 언급되며 교양, 지성, 너그러움 모두 갖추지 못했다. 외동딸 앤 드 버그와 다아시를 결혼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앤과 다아시가 어렸을 때부터 다아시의 어머니와 미리 약속해놓았다고 한다.[60]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고 과시도 즐기기 때문에 이 지역의 치안판사 노릇을 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가 로징스에 방문했을 때도 무례할 정도로 사적인 질문을 던지고 피아노 연주 실력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약혼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자[61]엘리자베스를 찾아와 결혼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전형적인 로맨스 장르 악역. 그러나 영부인이 엘리자베스를 찾아간 사건이 오히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버린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영부인에게 '약혼은 한 적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약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엘리자베스라면 자신이 싫었으면 싫다고 말했을텐데 그러지 않은 걸 보니 희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결혼한 후에는 천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여 펨벌리의 숲이 더럽혀졌다고 생각해 조카에게 엘리자베스를 험담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왕래가 끊겼지만, 엘리자베스의 권유로 다아시가 먼저 이모에게 화해를 청한다. 시간이 지난 후 '화가 풀려 펨벌리에 몸소 찾아왔다'는 묘사가 있는 것을 보면 사이도 괜찮아진 듯.
2005년 영화판에서는 007시리즈의 M으로 유명한 주디 덴치[62]가 연기했다. 귀부인 특유의 깐깐하고 오만한 억양과 경멸 섞인 표정, 그리고 직설적이면서도 장황한 화법을 제대로 살린 덕분에 소문의 진위를 추궁하며 엘리자베스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성우는 이선영.
3.2.5. 앤 드 버그
다아시의 이종사촌이자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의 외동딸. 캐서린 드 버그 부인이 소유한 로징스 장원의 상속녀이지만 병약하다. 엘리자베스의 묘사에 의하면 창백하고 병약해 보이며 놀랄 만큼 마르고 작은 체형을 지녔고, 어머니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콜린스나 캐서린 영부인은 앤이야말로 귀티가 나는 얼굴을 가졌으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주장하지만 특별히 얼굴이 못생기지는 않아도 평범하다고 하며 대사도 한 마디 없어 어떤 성격인지도 드러나지 않는다.캐서린 영부인과 다아시 부인은 각자의 아이들이 요람에 누워 있던 아기일 적에 둘을 결혼시켜 로징스와 펨벌리를 합칠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나이는 다아시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63] 강렬한 어머니에게 묻힌 탓인지 작중 언급은 많지 않으며, 엘리자베스가 롱본으로 돌아갈 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더 이상 등장이 없다.
어떻게 보면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인식 변화와 반성을 나타내는 인물인데, 처음 다아시를 싫어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앤과 그 날 처음 만난데다 직접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는데도 그녀가 다아시의 결혼 상대로 유력하다는 말을 떠올리고는 병약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니 다아시와 잘 어울린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다아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반성한 뒤에는 엘리자베스가 롱본으로 떠날 때 앤이 예의를 차려 인사하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엘리자베스가 앤을 처음에 무례하다고 생각한 것은 실제로는 몸이 약해서 거동을 못하고 말없이 남의 시중을 받아야 하는 앤의 처지를 오해해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3.2.6. 피츠윌리엄 대령
다아시의 외사촌 형. 다아시의 외삼촌인 피츠윌리엄[64] 백작의 차남이다. 다아시와 함께 조지애나의 후견인을 맡고 있다. 다아시 씨와 달리 유쾌하고 소탈한 성품을 지녔다. 헌스퍼드에 놀러온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품었으나, 자신이 마음대로 결혼하기 어려운 처지[65]라는 사실을 말하여 결혼까진 생각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엘리자베스는 대령을 좋아하긴 했어도 사랑하지는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넘어갔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아시는 피츠윌리엄과 엘리자베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몹시 급해졌는지(....) 콜린스 씨 댁에서 엘리자베스에게 첫번째 청혼을 한다.3.3. 빙리 家
3.3.1. 찰스 빙리
다아시의 친구. 22살.[66] 다아시와 마찬가지로 부친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작중에서 빙리라고 불리는 사람은 거의 이 사람이다. 수입은 4천 파운드이고,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10만 파운드의 자산이 따로 있다.[67] 다아시처럼 귀족 집안 출신은 아니고 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중간 계급 집안[68]의 신사다.다아시가 겉으로는 재수 없지만 속은 깊은 타입이라면 이쪽은 겉과 속이 똑같으며 항상 배려심 있고 상냥한 신사. 베넷 집안과 멀지 않은 네더필드에 집을 사서 잠시 지내러 오자, 작품 첫 구절처럼 생각한 인근의 모든 미혼녀들이 달려들어 은근히 구애를 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인데다 다아시의 식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탓에, 제인에게 푹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아시가 '베넷 양은 너에게 호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곧이곧대로 믿고[69] 제인을 떠나는 바람에 그녀를 상처받게 만든다. 그래도 나중에 사실을 밝힌 다아시의 말을 듣고 롱본으로 돌아온 후 마침내 제인에게 청혼하여 맺어진다. 다아시가 자신이 일부러 둘을 떼놓았다고 실토하자 화를 내긴 했지만 곧 용서했다는 것을 보면 다아시에게 깊은 우정을 지닌 모양.
95년 BBC 버전 배우는 크리스핀 보넘-카터.[70] 2005년판 배우는 사이먼 우드, 성우는 김일.[71]
3.3.2. 캐롤라인 빙리
빙리의 여동생. 외모가 아름다우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사립 학교에서 교육받았고, 상류층들과 어울리면서 살아온 데다 본인 소유의 재산도 2만 파운드에 달하다보니 태도가 매우 거만하다. 언니는 시집 갔고 집안에 남은 딸이라곤 본인밖에 없는 탓에 본명보단 '빙리 양'이란 호칭이 더 많이 나온다. 다아시를 좋아하는 탓에 엘리자베스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다아시 앞에서 그녀를 깎아내리는 일이 다반사에다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겐 예의없이 구는 등 오만한 성격이다.제인은 그래도 아름답고 상냥한 편이라 처음엔 친구로서 잘 해주었지만, 나중엔 오빠를 다아시 양과 결혼시키려 제인을 오빠와 떨어트려 놓는 일에 동참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결혼하자 펨벌리의 정원을 거니는 권리마저 잃는 건(즉, 상류층인 다아시 부부와의 인맥을 잃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 깔끔하게 다아시를 포기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예의를 차린다.
3.3.3. 루이자 허스트
빙리의 누나인 허스트 부인. 초반부 빙리가 네더필드에 왔을 때 남편과 와서 잠시 네더필드에서 함께 지냈다. 결혼하여 분가했음에도 남동생에게 참견을 꽤 많이 하는 듯.[72] 허스트 부인은 돈보다는 지위를 보고 허스트 씨와 결혼했다. 성품은 여동생이랑 비슷하다. 캐롤라인과 함께 엘리자베스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도 결혼한 탓인지 동생만큼 엘리자베스-다아시의 관계에 개입하진 않는 편이다.남편 허스트 씨도 딱 한 번 묘사되는데, 카드놀이와 식도락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며 언니 병문안을 하러 네더필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가 둘 다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자 관심을 끊었다는 게 전부다. 전형적인 무위도식하는 상류층 부부로 추정된다. 빙리가 네더필드에서 런던으로 간 후로는 결말부까지 의미 있는 등장은 없다.
95년 BBC 드라마엔 나오지만 2005년 영화판에서는 삭제되었다.
3.4. 루카스 家
3.4.1. 샬럿 루카스
엘리자베스의 절친한 친구. 27세로, 작중 배경 시대 기준으로는 노처녀 취급을 받는 나이이며 미인이 아니라고 베넷 부인의 언급과 서술[73]로 확실하게 설명한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엘리자베스를 배려하면서 가끔씩 조언을 해주는데, 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관계를 발전시키기 주저하니 제인이 빙리에게 자신의 실제 감정보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 관계를 진전시킬 자신감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엘리자베스는 이는 상대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 부정했으나, 다아시가 빙리에게 제인의 감정은 지인에 대한 호감 이상이 아니며 빙리를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하자 빙리가 다아시의 판단을 매우 신뢰한다는 걸 감안해도 결국 수긍한 것을 보면 샬럿의 말이 맞았다.[74]
그리고 눈치가 빠른 편이라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깊은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작중 인물들 중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둘이 잘 되기를 바란다.[75] 무도회에서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춤을 신청하자 싫어하는 엘리자베스에게[76] 위컴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보다 10배는 더 중요한 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바보짓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고,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싫어하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렇게 재산이 많고 지위도 높으면 오만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그를 좋게 말해주었으나 처음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걸 알고 콜린스에게 접근해 그의 관심을 끌고, 그녀가 친절하게 대해주자 콜린스는 곧바로 샬럿에 대한 호감을 발전시켜 그녀에게 청혼했다.[77] 엘리자베스는 똑똑한 친구가 사랑보다는 재산을 보고 어리석은 신랑감을 선택했다며 세속적인 이익을 위해서 더 중요한 것들을 희생시켰다고 크게 실망했지만, 샬럿은 차분하게 현재의 자신의 처지[78]와 자신이 바라던 결혼은 안정이지 낭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고작 콜린스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게 너무 속상한 나머지 샬럿이 결코 행복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 넘어 다시는 서로에게 진정한 신뢰가 생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79]
결혼 후에는 콜린스 부인이라고 불리며[80] 엘리자베스를 신혼집으로 초대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다시 만나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남편과는 무난하게 지내는 중으로, 콜린스 씨에게 캐서린 영부인과 마주치기 위해 로징스로 가는 길을 산책하라고 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것을 권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집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아늑하게 잘 꾸미며 성공회 신부의 아내로서의 삶에 완벽하게 잘 적응하고 즐기고 있다 보니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나름의 행복을 찾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만족스럽게 산다는 거지 샬럿도 콜린스를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건 당연히 아니라서(...) 그가 하는 부끄러운 말은 대부분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거나 평소에 쓸 응접실을 일부러 콜린스의 응접실보다 덜 쾌적한 방을 골라 그가 자기가 지내는 곳에 덜 오게 만드는 등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 후반부에는 콜린스의 편지로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005년판 배우는 클로디 블레이클리.[81] 성우는 박지윤으로 리디아와 중복.
3.4.2. 윌리엄 루카스
루카스 가의 주인이자 샬럿 루카스의 아버지. 베넷 집안과는 각별한 사이로 장녀인 샬롯과 베넷의 차녀 엘리자베스가 단짝이고 아내인 루카스 부인도 베넷 부인과 친하다. 왕년엔 상인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시장에 재직하던 중 왕에게 소를 올렸고 기사 작위를 받았다.이후 마을을 떠나 메리턴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루카스 로지를 짓고 생활 중. 기사 작위를 받기 전부터 인성이 좋았고 수여받은 후에는 거만해하지 않고 오히려 정중한 태도까지 갖추게 되었다.[82] 다만 지적이거나 교양이 있는 사람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돈으로 계급 상승을 시도한 중류 계급[83]이다보니 작중 풍자 대상이기도 하다.[84]
3.4.3. 루카스 부인
루카스 가의 안주인. 착하지만 영리하진 못해서 베넷 부인의 수다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그래도 둘이 사이는 좋고 자주 왕래하는 걸 보면 서로 잘 맞는 모양.3.4.4. 자식들
딸만 다섯인 베넷 가와는 달리 아들이 두 명 이상, 딸이 세 명 이상 있다.[85] 아들딸들이 총 몇 명인지는 불명. 이름이 제대로 나온 자식은 샬럿과 머라이어 뿐이다.4. 미디어 믹스
자세한 내용은 오만과 편견/미디어 믹스 문서 참고하십시오.5. 한국어 번역
현재까지 민음사, 더스토리, 문학동네, 시공사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6. 기타
- 영미권 스테디셀러의 표본이다. 오만과 편견은 2004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조사한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서 2위( 출처)를, 2018년 미국 공영방송 PBS가 조사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 소설'에서는 4위( 출처)를 기록했다.
-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집필 당시 더비셔 주 베이크웰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인근에 있던 채스워스 저택이 펨벌리의 배경이 되었다. 2005년 영화판 펨벌리 저택 장면은 실제로 채스워스 저택에서 촬영했다.
[1]
이 문장은 사실 반어법이다. 왜냐면 오만과 편견이 쓰여지던 당시에는 오히려 부유한 남성들이 결혼을 늦게 하고, 재산이 얼마 없는 여성들이 부유한 신랑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2]
원래는 《첫인상(First Impressions)》이라는 이름으로 1796~1797년에 작성했던 소설인데 출간되진 않았으며 이후 《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1811)의 첫 출판에 힘을 얻어 원고를 다시 쓰고 제명을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으로 고쳐 1813년에 출판하였다.
[3]
조선시대 양반들이 다 똑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했듯 영국의 젠트리들이 실상 다 같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가문의 전통, 재산, 영지의 상태에 따라 젠트리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었다. 베넷 가문은 높게 봐도 (중류 계급과 통혼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방 향사의 집안인 반면 다아시 집안은 백작과 혈통이 연결된 가문이다. 평범한 경우라면 엘리자베스는 막대한
지참금 없이는 백작의 외손자이자 명문 젠트리 가문의 가주인 다아시 씨와 결혼하기 어렵다.
[4]
빙리 가문은 돈으로 계급을 샀기 때문에 찰스 빙리와 제인 베넷의 결혼에서 더 이득을 보는 건 빙리 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재산이라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작중 배경인 18~19세기의 영국은
산업 혁명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상공업 자본가의 상위 계급 진출이 본격화되던 시기였으므로, 재산을 축적한 이들이 그 재산을 기반으로 상류 계급에 진출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게 여겨졌다. 베넷 가문이 고위 귀족의 후손임을 증명할 명문가쯤 되면 모를까, 지방 향사 집안의 숙녀가 재산 많고 이름 없는 신사 집안과 혼연을 맺는 것은 전혀 강혼이 아니었다. 한 예로,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 <설득>에서 월터 엘리어트 준남작은 향사의 딸 엘리자베스 스티븐슨을 아내로 맞았고, 준남작의 셋째 딸 메리는 지방 유지의 장남인 찰스 머스그로브와 결혼했는데 이 두 결혼 모두 준귀족 - 부유하고 평범한 집안 사람의 결합이고 특별히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인물은 없다.
[5]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씨는 동일한 신분이기에 신분차를 깨부수는 결혼을 감행한 것은 아니다.
[6]
작중에서는 엘리자베스 못지 않게 리지로 불리는 빈도도 높으며 가끔 일라이자로도 불린다. 가족들은 보통 리지라고 부르고 친구인 샬럿은 일라이자라고 부르는 편. 언니 제인이 없을 때는 베넷 양이라고도 불린다.
[7]
캐서린 영부인이 나이를 물어봤을때 아직 21살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했으니, 결말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에는 21살이었을 것으로 추정.
[8]
제인이 빙리에게 물어 다아시가 위컴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고 말해주어도 빙리를 속였겠거니 생각했다.
[9]
거절할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아시처럼 대단한 사람이 자기한테 청혼했다고 하자 아예 무심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혼의 내용이 엘리자베스의 신분이 자기보다 낮고 가족들도 교양 없고 지위도 낮지만 그래도 사랑하니 결혼하고 싶다고 결정했다는 무례한 말이라 화가 나서 곧바로 그 마음조차 사라졌다.
[10]
원래 위컴에게 성공회 신부 자리를 주기로 했으나 위컴이 신부 자리 대신 돈으로 받아가고선 그 돈을 날리자 다시 신부 자리를 달라고 했다. 당연히 다아시는 거부했고, 위컴이 그에 대한 보복도 겸해 다아시의 여동생을 꼬드겨 야반도주를 하려 하자 분노해서 내쫓아버렸다.
[11]
조지애나와 결혼시키고 싶은 것도 없지는 않았으나 다아시가 보기엔 제인이 빙리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게 더 컸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처럼 제인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알 리가 없는 게 당연한 만큼, 제인의 마음을 오해해 빙리에게 잘못된 사실을 알려준 건 맞지만 일부러 거짓말로 둘을 떼어놓은 건 아니다.
[12]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그래도 샬럿이 인간관계 외의 일에서 행복할 일을 찾았다는 점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13]
영국의 유서 깊은 궁전이나 저택은 집주인이 휴양이나 여행으로 집을 비웠을 때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응접실이나 정원, 별채, 수집품 갤러리 같은 구역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있다. 가드너 부부가 처음 가 보자고 제안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영지이니만큼 재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한 뒤라, 잘못 마주쳤다간 거절해놓고 뒷북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설령 다아시가 오해하지 않는다 한들 분위기가 껄끄러워질 것을 걱정했다)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마침 다아시가 부재 중인데다 그곳의 경관이 하도 뛰어나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 '없을 때 잠깐 들렀다 가면 다아시 씨도 모를 테니, 조용히 구경이나 하고 가자' 하는 생각으로 슬쩍 가보기로 한다. 하지만 다아시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공교롭게 딱 마주쳐버린 것.
[14]
드라마 종영 후 다아시 씨 역의 콜린 퍼스와 실제로 교제하다 헤어졌다. 이후 두 사람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재회하였다.
[15]
현재 한화 가치로 2억 4천만 원 정도이다. 19세기는 노동력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고 계급 간 소득 격차가 컸으므로 당시의 체감 가치는 현대의 그것보다 컸다. 베넷 가족이 중산층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리전시 시대에 연 2천 파운드 수입이 나오는 영지와 개인 마차를 갖고 있는 집안은 엄연히 상류층이었다. 준귀족인 다아시 집안보다 격이 낮을 뿐이지, 한사 상속을 할 자산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베넷 가족이 뼈대 있는 지주 집안임을 의미한다. 이 소설이 출판된 18세기 말~19세기 초에 2천 파운드 이상의 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영국인은 전 국민의 1%에 불과했다. 당시는 신사 계급의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연봉이 150파운드였으며 숙련 노동자의 최고 연봉이 50파운드였고, 전체 영국인의 연 평균 수입은 30파운드였다.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 조지는 200파운드 남짓한 성공회 목사의 연봉으로 8남매를 키웠다. 이런 시대에 연 2천 파운드가 남들 보기에 '모자란' 수입이었을리는 없다. 베넷 집안의 진짜 약점은 당장 쓸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딸들에게 줄 지참금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은 전쟁의 영향으로 여초 사회라 여자가 결혼하기 불리했고(40살 이상의 여성 10%는 결혼한 적 없는 독신) 상류층으로 갈수록 결혼 적령기의 여자가 남자보다 많아졌기에 지참금이 없으면 좋은 신랑감을 구할 수 없었다.
[16]
원문의 ‘cutting off the entail’는 남성 후계자가 롱번을 물려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남성에게만 롱번 영지를 한사 상속할 수 있는 규칙을 없앤다는 뜻이다. 한사 상속은 일정 기간을 두고 남성 상속자에게만 상속을 허가하고, 영지를 마음대로 팔 수 없게 하는 법이다. 이걸 해제하기 위해서는 한사 상속을 받을 남성 후계자, 즉 베넷 씨의 ‘아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젊었을 때 베넷 씨는 아들이 하나쯤은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아들이 태어나면 아들의 동의를 받아 한사 상속을 해제하고, 롱번의 일부분을 베넷 부인과 결혼 못한 딸들에게 상속하는 식으로 그들의 노후를 대비하려 했으나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으니 작중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17]
일반적인 리전시 시대 상류층 여성은 아버지 연 수입의 3배 정도를 지참금으로 들고 가야 했다고 한다. (신랑이 부유하거나 신분이 높으면 지참금 기대 액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베넷 가문은 딸들에게 각각 6천 파운드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 아무리 큰 부자라 해도 그 액수를 모으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쳐 저축을 해야 하는데, 리전시 시대의 저축 이율은 연 4~6% 정도였으니 만약 베넷 부부가 결혼 직후부터 연 소득 2천 파운드 중 5백 파운드를 떼어다 매년 저금했으면 장녀 제인이 20세가 되는 해에 1.1만~1.2만 파운드 정도는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베넷 부인의 지참금의 절반인 2천 파운드를 떼어 붙이면 1.3~1.4만. 딸 둘은 몰라도 다섯이 동시에 시집 갈 가능성은 낮으니 저 정도만 갖고 있어도 당장의 결혼 지참금 걱정은 할 필요 없었을 것이다. 상술했듯 베넷 씨는 나름대로 지주 젠트리였으니, 만약 아내와 함께 제대로 계획을 세워 젊은 시절부터 저금을 했다면 미인으로 이름난 딸들이 결혼 걱정은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저축한 것이 없는 탓에 베넷 씨 사후에 남길 수 있는 재산은 5천 파운드에 불과하다는 서술이 나오고, 그 중 엘리자베스가 받을 수 있는 전재산은 1천 파운드와 이자 정도였다.
[18]
엘리자베스의 독백으로 아버지가 딸들의 교육에 신경썼더라면 동생들이 버릇없고 경솔하게 자라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언급이 나온다. 현명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서려고는 하지 않는 사람인데, 행동력만 과한 아내를 만나 안 좋은 의미로 시너지가 나는 중.
[19]
물론 자식을 다섯이나 낳고 틱틱 대면서도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베넷 씨는 타락이나 불륜으로 결혼 생활 바깥에서 재미를 찾는 부류는 아니었다. 노부부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열정은 식었지만 의리로 함께하는' 유형인 듯.
[20]
엘리자베스의 감정 변화를 모르고 다아시에 대해 쓴소리를 마구 늘어놓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인물이 상당한 통찰력을 가진 현명한 인물이고, 엘리자베스와 비슷한 성품임을 드러내고 있다. 다아시의 청혼을 수락하고 싶다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물론 다아시는 대단한 부자이니 그와 결혼하면 유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만,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남편과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다면 그 생활이 행복할 수 없다고 조언하는 것. 이에 엘리자베스가 이전에 다아시를 싫어했던 것은 편견 탓이었고, 이제는 그를 사랑한다고 대답하자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흔쾌히 허락한 것이다. 덧붙여 엘리자베스가 아버지에게 과거의 오해를 해소하고 다아시의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가 리디아의 스캔들을 자기 돈까지 들여 해결해주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베넷 씨가 "이런 세상에, 나는 처남이 해준줄 알고 어떻게 갚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그럼 당장 그 돈부터 갚겠다고 해야겠구나. 그럼 그 젊은이는 널 사랑해서 한 일이라며 연극 한 편 찍겠지?"라는 말과 함께 허락하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21]
어머니가 흔히 장녀에게 이름을 물려주던 당시 관습을 고려하면 베넷 부인의 결혼 전 이름은 '제인 가디너'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은 30대 극후반에서 40대 중반 사이.
[22]
다아시 씨가 자신의 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특히
엘리자베스를 '춤을 신청할 가치는 없는 여자'라고 평가질하자 몹시 미워한 것이나, 이후 그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게 되자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꿔 그를 좋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 등을 보면 어머니로써 딸 모두에게 명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다만 그중에서 리디아를 편애하여 응석을 받아준 것이 문제.
[23]
부인과 딸들이 부엌 일을 해야 할 정도인데 이건 당시 영국인들의 생활상을 무시한 묘사이다. 명색이 신사 계급 집안이라면 요리와 세탁을 담당할 하녀는 무조건 따로 두었다. 단순히 가사 노동이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신사 계급의 위신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원작의 서술에 따르면 베넷 집안은 집사, 마부, 요리사, 가정부, 하녀, 응대용 하인을 각각 따로 두고 있다. 마굿간 관리인이나 정원사는 언급은 안되지만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 2천 파운드 수입을 저축 없이 거의 '다' 쓰고 있다는 작중 서술을 고려하면 동일한 수입을 버는 보통의 집안에 비해 좀 더 사치스럽게 살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집사는 사실 제법 큰 영지를 둔 집안 아니면 잘 두지 않았다.
[24]
베넷 부부는 재산 대부분이 한사상속에 묶인 탓에 딸들에게 지참금으로 물려줄 수 있는 재산이 거의 없다. 결국 베넷 자매들은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작중에서 자타공인 가장 빼어난 미인인 제인을 제외하면 그런 신랑감 잡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그런 상황을 최대한 참작해도 베넷 부인이 균형 감각 없는 어머니라는 건 분명하다. 딸들 중 가장 경박한 리디아만 편애했고, 남동생(실제로는 다아시)이 위컴의 빚을 갚아주고 지참금까지 마련했다는 정황을 들었음에도 동생은 돈도 많은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
[25]
따로 연락도 안하고, 급한 용무도 없이, 동행도 없이, 흙탕물로 질척이는 길을 3마일(5km)씩 걸어서 이웃집으로 가는 것은 정숙한 숙녀가 할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리전시 시대 드레스는 천이 아주 얇고 흙바닥을 걸으면 끝자락이 오염되기 일쑤였으며, 신발은 굽 없는 천 혹은 가죽 재질이어서 시골의 진창 속을 돌아다니엔 맞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의 더러워진 페티코트를 본 빙리 양과 허스트 부인은 정숙하지 못하다며 뒷담을 한다.
[26]
엘리자베스는 이처럼 쉽게 표변하는 어머니의 성격때문에 어머니가 혹시 다아시에게 주책맞게 굴지 않을까 몹시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베넷 부인이 다아시를 몹시 어려워해서 그냥 그에게 상냥하게 대하거나 그의 의견을 칭찬하는 정도로 끝나고 무사히 넘어갔다고 한다.
[27]
리디아가 스물셋이 되어가는데 혼처도 못 구하고 뭐 하냐는 식으로 말했으니 아직 23살이 되지 않은 것이다.
[28]
서구권에서 미혼의 자매가 여럿 있는 자리에서 ㅇㅇ 양(미스 ㅇㅇ)라고 지칭되는 사람은 자매들 중 가장 연장자이다. 최연장자이기 때문에 그 집안의 미혼 딸들 중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작중 '베넷 양'으로 지칭되는 인물은 대부분의 경우 제인이며, 제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 다음으로 연장자인 엘리자베스가 베넷 양으로 불린다.
제인 오스틴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도, 제인이 언니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제인을 '미스 오스틴'이라 부르자 제인이 "그건 저희 언니죠"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형제가 여럿 있는 자리에서 ㅇㅇ 씨(미스터 ㅇㅇ)라고 불리는 사람은 형제들 중 최연장자다.
[29]
결혼해서 눈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이 잘못한 일에 나름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안쓰러워했지만 만나고 나서 두 사람이 뉘우치기는커녕 뻔뻔함의 극을 보여주는 바람에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30]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초반부의 다아시와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인을 떨어뜨려놓으려 했던 것도 오빠를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상대(조지애나 다아시)와 결혼시키고 싶어했던 것이고, 엘리자베스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것도 자기가 결혼 상대로 노리고 있는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연적이라서 그런 것이다. 제인과 빙리가 결혼하게 되니 잘해주게 되었고, 엘리자베스에게도 펨벌리에 방문할 만한 사이를 계속 이어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예의를 지키게 되었다고 하니 기회만 되면 다아시와 빙리에게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위컴 부부와 같은
무개념은 아니다.
[31]
다아시가 엘리자베스가 본인에게 갖고 있는 오해를 해명하는 편지를 엘리자베스가 받았을 때도 유일하게 얘기를 나눈 사람이 언니 제인이며, 다아시와 결혼하게 된 후에도 제인에게 먼저 사실을 알렸다. 그 외에도 샬럿의 결혼에 대해 엘리자베스가 화를 내자 이를 타이른 것도 제인이다.
[32]
샬럿이 결혼하기 전에는 샬럿과도 제인만큼 터놓고 이야기했으나 콜린스와의 결혼으로 실망한 것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제인이 유일한 상담 상대로 남게 된다.
[33]
95년 드라마 판에서 제인 베넷을 캐스팅 할 때 디렉터가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이 '그리스풍의' '고전적인' 미녀상이었다고 한다. 수잔나 하커는 원래 금발이 아니었지만 흑발인 엘리자베스와의 대조를 이루고 고전미를 강화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염색했다. 반대로 엘리자베스 역의 제니퍼 일리는 원래 머리칼이 밝은 색인데 역을 맡기 위해 검은 가발을 썼다.
[34]
미국 배우인데 역에 몰입하는 촬영 기간 내내 영국식 억양만 썼다고 한다. 촬영 끝나자마자 원래 미국식 억양으로 말투가 돌아왔고 동료 배우들은 '너 뭐야' 했다고. 여담으로 SF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 아역으로 유명했던 배우이다. 최근에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제7구역 도끼 소녀
조한나 메이슨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35]
오만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허영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문제이며 허영이 없더라도 오만할 수는 있다.
[36]
일론 머스크와 교제한 적 있다. 이 영화 이후 '세인트 트리니언' 두 편을 찍는데 스타일이 달라졌다.
인셉션에서 꿈 속 바에서 대화하는 금발머리(등장인물 중 한 명이 변신한 것)로 나오기도 했다.
[37]
작중에서는 캐서린으로는 잘 안 불리고 애칭인 키티로 불리는 경우가 잦다.
[38]
캐서린 영부인이 고위 귀족이고, 그녀가 헌스퍼드 전도구 사제직을 콜린스 씨에게 넘기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입이 좋은 전도구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귀족의 2~4남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은 거금을 주고 성직 임명권을 매입한 사람에게 돌아가거나. 만일 캐서린 영부인이 돈도 인맥도 없는 콜린스 씨를 자질(?)만 보고 사제직에 앉혔다면, 콜린스 씨 입장에선 캐서린 영부인이 평생의 은인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영부인에게서 전도구를 더 얻어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정황 때문에 샬롯이 불만 없이 로징스 파크에 드나들고 있다고 짐작한다.
[39]
베넷 가에서 식사를 하는데 베넷 가 여성 중의 누가 음식을 만들어는지 물어보는데 베넷 부인은 화를 내면서 요리사를 고용할 여유는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중상류층쯤은 되는 젠트리인 베넷 가에게는 모욕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네더필드 무도회에서 다아시를 보고는 캐서린 영부인의 조카니 인사드려야겠다며 잘 알지도 못하는 다아시에게 대뜸 다가가서 말을 거는 모습이 강조되었다. 본래 양쪽을 모두 아는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해달라고 청해 다리를 놓는 것이 예의였기 때문.
[40]
Entail. 한정 상속이라고도 번역된다. 영지와 저택을 개인이 아닌 가문에 귀속시키고 남성 상속인 한 명에게만 '관리 권한'을 물려주는 것으로, 중세 시대에 영지가 여러 상속인들에게 갈라지거나, 상속인 개인이 가문의 토지와 저택을 독단적으로 처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다만 모든 저택 및 토지가 한사상속 대상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장원=토지+저택=영지> 가 '한사상속으로 묶인' 사례가 특수한 경우였다. 한사상속에 묶이지 않은 재산은 여성이 물려받아도 상관 없었으며, 한사상속이라는 제도를 우회해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를 여성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편법도 많았다. 애초 한사상속이란 것 자체가 개인보다 가문이 더 중요하고, 자본의 근간이 농토였던 시기에 등장한 제도이다. 중세 끝난지 300년이 지났고 자본주의가 국가 전체에 뿌리 내린 리전시 시대에 한사상속을 엄격하게 적용하는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작중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베넷 가(家)의 롱번 장원(영지)는 한사상속의 대상'이라는 규정 자체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었다. '현재 영지의 소유자'가 요구하고 '상속권자'가 동의하면 한정상속 규칙 자체를 폐기할 수 있었다. 이를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말한다면 '이해 당사자 전원이 동의한다면 상속 규칙을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정도가 된다. 그리고 만약 베넷 부부에게 아들이 태어난다면, 롱번의 상속자는 당연히 그 아들이 된다. 따라서 아들과 함께 롱번 장원의 한정상속 규정을 폐지하려던 것이 베넷 씨의 원래 계획이었던 것. (이는 작중에도 명확히 서술되어 있는 것이고, 아들이 천하의 개쌍넘이 아닌 한 "네 누이와 어머니도 재산을 함께 나눠가져야 시집도 가고 노후도 편히 지내지 않겠느냐?" 라는 아버지 말을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베넷 씨의 가상의 아들 입장에서도 혹시 자기나 자기 자식 대에 아들을 못 얻는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으니 규정을 바꿔둬서 손해볼게 없다.) 근데 1/32의 불운이 터져버려서 아들이 태어나지 않은 탓에 이 계획 역시 터진 것. 베넷 씨에게 아들이 없으니 한사상속 규칙을 폐기하려면 현재 상속자인 콜린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콜린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물려받을 재산을 포기하고 나눠주란 뜻이 되니 동의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그래도 콜린스가 베넷 자매 중 한 명과 결혼하면 체면상 처형/처제들과 장모도 좀 챙겨주라는 말을 무시하진 못할 테니 베넷 부인이 딸을 콜린스와 결혼시키려고 애썼던 것이다.
[41]
베넷 씨와 콜린스 씨의 사이가 사촌(cousin)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의 cousin은 4~9촌 정도의 친척을 뭉뚱그려 말하는 단어다. 한사상속은 남계로 계승되는데 어째서 둘이 다른 성씨를 가졌는지는 의문. 영문 위키에서는 베넷과 콜린스 둘 중 한 쪽의 조상이 중간에 성을 바꾸었거나, 콜린스씨가 베넷씨 조상의 딸의 후손일거라고 짐작한다.
[42]
작중 시점에서 콜린스 씨의 롱번 상속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베넷 부인이 일찍 사망하고 베넷 씨가 재혼하여 늦둥이 아들을 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 영국에선 한사상속이 유도리 없이 굴러가지 않았다. 베넷 씨 같은 피상속인은 상속 예정자 콜린스 씨에게 롱번 영지를 물려주는 대신 지대의 일부를 베넷 자매들에게 지급하는 계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작중에서는 베넷 자매들의 위태로운 처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한사상속 제도의 특징을 대단히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43]
ROME에서 키케로 역을 맡은 배우.
[44]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여주인공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출연한 바 있다. 원작에서는 20대 중반의 청년에 '키가 크고 진지해 보이는'이라고 묘사된 걸로 보아 외모도 그럭저럭 봐줄 만한 듯한데, 여기서는 나이도 많고 작은 키에 외모도 볼품없게 연출된다. 실제 나이는 청년 맞는데 삭았다는 설정일 수도 있지
[45]
다만 제인 오스틴은 해리스 빅-위더와 약혼하기 이전에 오만과 편견을 집필했다. 따라서 콜린스 씨라는 캐릭터의 행동거지는 해리스 빅-위더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을 수 있지만 청혼 거절 사건 자체가 작가의 파혼 경험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46]
부친 가디너 씨는 메리턴에 사무실을 차린 변호사였으나 그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는 대신 무역 쪽으로 진로를 잡았고, 처남인 필립스 씨가 대신 장인의 가업을 이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47]
판본에 따라 '다르시'나 '다시'로 번역하는 버전도 있지만 '다아시'라는 표기가 가장 널리 알려진 편이다.
[48]
후반부에 엘리자베스에게 당신 덕분에 성격을 고쳤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스스로 말한다.
[49]
대체로 영지의 지대에서 나오는 수입이다. 1만 파운드는 현재 화폐 가치로 한화 11~12억 원의 가치가 있는데, 당시는 계급간 소득 격차가 상당했고 노동력이 저렴했기에 지금의 11억 원보다 저 시대의 11억 원이 훨씬 가치 있었다고 봐야한다. 1800년대 영국인의 평균 연 수입은 30파운드였고, 연 수입 1만 파운드 이상을 올리는 부자는 잉글랜드 전체를 통틀어 100~150명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50]
후술할 캐서린 영부인(Lady Catherine)이 다아시의 이모. Lady는
백작 이상 고위 유작 귀족의 딸 또는 아내나, 방계 왕족 여성(왕자의 손녀라든지) 정도는 되어야 붙는 칭호이다. 다아시는 Lord나 Sir 등의 칭호 없이 다아시 씨(Mr. Darcy)라고만 불리는 걸 보아 귀족은 아니지만, 그의 부친이 캐서린 영부인의 자매와 혼인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캐서린 영부인이 그를 예비 사위로 여긴 것을 보면 다아시의 친가 역시 상당한 명문가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51]
사실 영국에서는 작위를 물려받지 못한 귀족의 후손은 본인이 무슨 공을 세우고 작위를 받아 새 귀족가를 개창한다거나 본가에 직계가 끊겨 상속자가 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젠트리 계급이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젠트리는 어디 가서 꿀릴 것 없는 신분이었다. 또 가문의 평판과 재산도 신분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한 스테이터스였기에, 다아시처럼 돈 많은 명문가 젠트리쯤 되면 귀족과 혼인할 수도 있고 그 자체로도 작위를 지닌 귀족만큼이나 사교계에서 환영받는 존재였다.
[52]
무엇보다도 영국의 상류층에서 유작귀족의 비율은 워낙 낮아서, 유작귀족만으로는 사교계를 형성하기도 어렵고 그 극소수안에서만 통혼하기도 어렵다. 이는
윌리엄 1세의 잉글랜드 정복(1066년)으로부터 유래한 현상으로, 월리엄 1세(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뒤 외래 정복자인 자신에게 반항적이거나, 반항적이지는 않지만 반항적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기존의 앵글로색슨계 토지보유자(=귀족)들의 영지를 싸그리 몰수하여 자신을 따르던 노르만계 귀족들에게 분봉했기 때문. 이러한 전면적인 지배구조 재구축을 통해 유작 지주귀족의 비율은 낮아지고(앵글로색슨 계 지주 귀족 사천 여명에게 몰수한 영지를 분배받은 것은 불과 이백여명의 노르만계 남작들이었다.), 혈통적 귀족 특권을 부여받은 귀족 대신 귀족 특권은 없는 젠트리 계급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작위를 물려받은 본인만 귀족의 신분을 이어받을 수 있는 영국 법(윌리엄 1세의 지배 구조 재구축으로 귀족의 세력이 왕의 권위 아래 놓였기에 성립 가능했다.)의 특성상 귀족 세력의 양적 팽창은 효과적으로 억제되었고, 여기에
장미전쟁을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귀족 가문들까지 수두룩하게 단절되었다. 그리하여
튜더 왕조 시기에 이르면 온 잉글랜드에 귀족 가문이라고는 남작 가문 30여개를 합쳐 50개 될까말까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왕의 입장에서는 귀족의 수는 적어야 왕권 유지에 유용하니 후대에도 작위를 하사하는 일은 드물었다. 따라서 영국의 상류층 내에서 유작 귀족의 숫자는 적은 상태로 유지되었으며, 이 자리를 대체하여 상류 계급의 나머지를 차지한 것이
젠트리 계층이었다. 즉 젠트리는 서유럽 문화권의 통상적인 기준에서는 '귀족은 아닌 평민 계층'에 해당하나, 그 귀족의 숫자 자체가 적은 영국에서는 다른 서유럽 전근대 국가에서는 귀족이 차지하는 사회적 상위 계층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4년 기준, 영연방 전체의 공작/백작/자작/남작은 808명이고 영국의 전 인구는 6820만여명이다. 일반 인구 8만 5천명 중 하나가 유작 귀족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이 좁아 터진 세계 안에서만 통혼을 하는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저 몇 안 되는 유작 귀족 중 일부는 국왕의 직계 가족들과 주교들이라 통혼 후보로 올릴 수도 없다.
[53]
Pride의 뜻은 사실 오만이 섞인 자부심에 더 가깝다. 이야기 초반에서도 허영과 오만의 차이를 설명할 때 이 뉘앙스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다아시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가진 자부심은 크고 이것이 자칫하면 독선과 오만이 되기도 한다.
[54]
요약하면 '당신 집안은 격이 떨어지고, 제인을 제외한 가족들은 한결같이 천박하며, 그걸 알면서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내 애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당신에게 어쩔 수 없이 청혼한다'는 내용. 사실 이 내용 자체는 엘리자베스조차도 딱히 반박을 못 했을 정도로 사실이기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청혼을 하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건 당연히 상식에 어긋난 짓이었다. 게다가 이러면서도 당연히 엘리자베스가 청혼을 받아주리라고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던 다아시의 태도도 문제였는데, 당시에는 남성이 (실제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경쟁자들 때문에 내 구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두렵다'는 식으로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청혼하는 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의 중 하나였다. 이전에 다아시 씨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겸손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던 것이 이 청혼의 복선이 되는 셈.
[55]
다아시 씨의 아버지는 위컴 아버지의 고용주이자 위컴의 대부로, 본인 사후 위컴이 좋은 전도구의 성직자로 정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다. 그래서 다아시 씨는 부친의 뜻을 따라 성직 임명권을 위컴에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위컴이 자기는 성직자가 될 생각이 없다며 성직 임명권 대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3천 파운드를 펑펑 써버리고 다시 돌아와 뻔뻔하게 전도구를 다시 요구하자 다아시 씨는 당연히 거절했다. 그러자 위컴은 마땅히 물려받아야 할 재산을 다아시 씨가 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싫어했기 때문에 그를 의심 없이 믿었지만 베넷 씨에 의해
'자신의 불행을 감동적으로 말하는 재주가 있다'면서 비난당한다.
[56]
의도적으로 리디아를 골라서 꾄 것은 아니다. 브라이턴에서도 노름빚을 많이 지는 통에 빚쟁이들에게서 도망가려고 하는데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던 리디아가 따라가겠다고 한 것. 위컴이 여자가 자기랑 같이 도망가겠다는데 말릴 인물도 아니었던지라 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57]
당시 잉글랜드 내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었던 남녀가 결혼하기 위해 도망치는 곳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접경 지대에 놓인 그레트나 그린이었으므로(스코틀랜드에서 거행된 혼인에는 잉글랜드의 결혼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리디아가 사라졌을때 베넷 씨와 가드너 씨는 여길 먼저 찾는다. 그러나 사실 둘은 런던의 여인숙에서 동거중이었다. 리전시 시대가 자유분방하다고 해봤자 빅토리아~에드워드 시대에 비해 그럴 뿐, 현대에 비하면 보수적이었다. 중상류층 미혼 남녀가 혼전 동거를 하는 건 꽤 막 나가는 일로 간주되었다. 게다가 남자인 위컴은 리디아를 버리고 부유한 여자를 꾀러가도 피해 보는게 없지만, 어린 여자인 리디아는 위컴과 야반도주해 동거했다는 소문이 퍼진 이상 무조건 위컴과 결혼해야만 본인은 물론이고 언니들 평판까지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아시는 위컴을 리디아와 결혼시킨 것이다.
[58]
루퍼트 프렌드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상대역이었던
올랜도 블룸과 닮아서 둘을 비교하며 재미있어하는 반응도 있었다. 또 이 배우는 촬영 뒤 한동안 나이틀리와 사귀기도 했다.
[59]
화려한 저택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영지 내 전도구의 성직자 임명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건 작고한 남편 루이스 드 버그 경이 지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캐서린 영부인이 타고난 지위도 높고 재산도 상당히 많았다는 뜻이 된다. 드 버그 집안의 재산은 한사 상속에 묶이지 않았으니, 영부인 사후 모든 재산은 외동딸인 앤에게 상속될 것이다.
[60]
이렇게 하면 드 버그 가문과 다아시 가문의 재산 및 명망이 합쳐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19세기 유럽에서 사촌간 결혼은 전 계층에 걸쳐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특히나 재산 유출 및 계급 이동을 피하길 원하는 상류층에서 선호하는 결혼이었다.
[61]
어쩌다 이런 소문이 퍼졌는지 이유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빙리와 제인이 약혼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퍼진 상태에서 이웃 중 누군가가 빙리의 친구와 제인의 동생도 좋은 소식 생기는 거 아닌가? 하고 넘겨짚어서 저런 헛소문이 생겼다고 엘리자베스는 짐작한다.
[62]
1995 BBC 드라마판에서 캐서린 드 버그 부인을 연기한 바바라 리-헌트와는 절친한 친구다.
[63]
당대 기준으로는 혼기가 지난 것이다. 상류층 여성은 늦어도 이십대 초중반에는 결혼하는 경항이 있었는데, 다아시의 나이는 27~28세이니 앤이 다아시보다 한 두 살 어리다고 가정해도 최소 이십대 중후반이다. 병약해서 사교계에 나가지 못했다는 언급도 있고, 자매간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다아시가 청혼할 때까지 캐서린 영부인이 딸의 다른 혼처를 찾지 않고 기다린 듯하다. 그러나 시대상 남성의 혼기가 여성의 혼기보다는 좀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아시도 당대의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었는데 그가 작중에서 한 번도 앤을 언급하거나 의식하는 묘사가 없는 걸 보면 어머니들끼리 오간 이야기지 다아시 본인은 앤을 사촌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는 듯하다. 오히려 이모인 드 버그 영부인의 태도 때문에 로징스에 오는 것 자체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 묘사는 있고, 앤의 속마음이 어땠는지는 대사 한 마디 없으니 모를 일이다.
[64]
영국 상류층 가문은 아들의 이름을 어머니의 결혼 전 성으로 짓는 경우가 있는데, 다아시의 어머니의 결혼 전 성이 피츠윌리엄이다.
[65]
귀족의 차남이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으므로 지참금을 많이 들고 올 수 있는 여성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깊이 파고들면 실제로는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 피츠윌리엄 대령도 백작의 아들인 이상 사회적으로는 귀족으로 취급되고, 귀족 가문의 차남은 대체로 장남의 스페어였다. 우연히 형이 요절하거나 아들을 두지 못했을 때 작위를 물려받아 가주가 되는 위치란 이야기.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쳐도 대령이 백작에게서 아무 재산도 물려받지 못할 리는 없는데, 당시 부모들은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모든 아들딸들에게 좋은 일자리나 현금을 물려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일대귀족/젠트리와 결혼한 고모들(캐서린 영부인과 앤 다아시 부인)의 형편을 보면 부친인 백작은 재산이 상당히 있는 귀족일테고, 피츠윌리엄 '대령'이라는 자리부터가 아버지가 돈으로 사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대령 스스로도 씀씀이를 자제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상술한 조건을 고려하면 평범한 지주 집안 여성과 결혼하기엔 피츠윌리엄 대령은 조건이 다소 아까운 신랑감이다. 엘리자베스도 이 사실을 잘 알기에 '백작의 차남 정도면 자제와 의존에 관해서 아는게 없잖아요. 당신 몸값이 얼마나 되나요? 형님의 건강이 나쁜게 아니라면 5만 파운드 이상은 못 부를 것 같은데요?'라고 짓궂은 농담을 하여 선을 긋는 것이다.
[66]
네더필드에 입주할 당시 성인이 된지 2년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당시 영국의 성년 기준은 21세였으므로 빙리는 22세이다. 제인 베넷과 동갑내기. 참고로 절친인 다아시와는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니 실상 동생뻘이다. 빙리가 다아시의 판단을 많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은 그를 믿을 수 있는 형처럼 여겨서인 점도 약간은 있을 듯.
[67]
빙리 씨는 영지를 보유한 젠트리가 아니다. 따라서 연 수입은 지대가 아니라 10만 파운드에 붙는 연 4%의 은행 이자일 것이다.
[68]
소위 어퍼 미들 클래스로, 산업혁명 시대에 자본을 쌓아서 상류층으로 이동한 사람들에 속한다. 빙리 씨의 아버지가 사업에 성공한 이후 영지 구입을 고려했다고 하니 빙리 집안은 지주 젠트리(landed gentry)가 아니다. 다만 빙리 씨가 영국 북부의 괜찮은 집안 출신이라는 서술이 있고, 명문가 출신 다아시 씨와 단짝처럼 붙어다녔고 빙리 양과 허스트 부인이 상류층 숙녀들과 교제했던 것을 볼 때, 빙리 집안도 자본가인 것과는 별개로 명망 있는 젠트리 가문에서 오래 전에 갈라져 나온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
[69]
다만 제인이 워낙에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라 주변에서 보기엔 그녀의 마음을 확신할 만큼의 표현이 별로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당시 제인이 빙리를 사랑한다고 확신했던 사람은 언니의 속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엘리자베스와 미리 김칫국 마시는 중이었던 베넷 부인 둘뿐이었고,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조차 제인이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빙리가 알아들을 거라는 조언을 준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첫번째 청혼을 거절하며 이 일에 대해 비난하자, 다아시는 나중에 편지로 '당신 언니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 테니 분명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겠지만, 그때 내 눈에는 제인 양에겐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해명했다. 이 말을 곱씹어본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했던 조언까지 떠올리고 나서야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70]
성에서 알 수 있듯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한 집안 사람이다. 촌수는 8촌. 이 작품 이후 배우 활동을 접고 교사가 되었다.
[71]
미국 드라마
로마에서 사이먼 우드가 연기한
옥타비아누스를 맡았던 성우다.
[72]
허스트 부부가 분가하지 않았다고 잘못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허스트 씨가 지위에 비해 재산은 별로 없고, 빙리 씨의 새 집이 마음에 들면 허스트 부인이 그 곳을 자기 집인 양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는 서술을 완전히 오독한 것이다. 남편이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결혼한 여성이 남동생 집에 얹혀 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허스트 씨는 옥스퍼드의 그로스브너 스퀘어에 자기 집이 있다.
[73]
스물일곱의 나이에 단 한 번도 예뻐본 적이 없던 여자라고 한다.
[74]
제인의 성격을 잘 알고 연애상담도 해준 엘리자베스는 처음에는 다아시가 빙리에게 거짓말을 해서 속였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제인이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 제인을 잘 모르는 빙리라면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는 샬럿 또한 지적해준 사항이다.
[75]
잘 되길 바란 이유는 물론 단짝 친구인 엘리자베스가 잘 살기를 소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편인 콜린스에게 전도구를 줄 수 있는 권한(성직 임명권)을 다아시 씨가 가진 탓이기도 하다.
[76]
이때의 엘리자베스는 위컴에게 들은 말 때문에 다아시에 대한 편견이 심해진 상태였다.
[77]
콜린스와 엘리자베스의 관계가 명백히 끝난 뒤에야 그에게 접근했으니, 읽는 독자 기분이 좀 묘할 수는 있어도 샬럿이 도의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 게다가 샬럿이 특별히 콜린스를 유혹하기 위해 부당한 수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콜린스 씨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던 것뿐이다. 엘리자베스도 이때는 샬럿의 친절 덕분에 콜린스의 기분이 나아져서 고마워했다.
[78]
이 시대의 여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 집에서 태어나 제 몫을 상속받거나 번듯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 정도뿐이라, 집안도 변변찮고 어떤 이유로든 결혼도 못 한 경우라면 여유 있는 친지들에게 얹혀살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가정교사로 이 집 저 집 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샬럿은 예쁘지도 않고 20대 후반인데다 딱히 지참금을 갖고 있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 남편감에게 청혼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따라서 집안의 부담도 덜고 안락한 미래도 보장받을 겸 콜린스를 잡은 것이다. 따지자면 콜린스는 25세이니 젊은 편이고, 좋은 전도구에 자리잡은 성직자인데다 베넷 씨 사후에 롱번의 영지와 집을 물려받을 예정이므로(위의 콜린스를 소개하는 문단의 각주에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현실적으로는 콜린스의 롱번 상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전도구가 있으니 설령 롱번을 못 받아도 콜린스 부부가 밥 굶을 가능성은 적다.) 신부 입장에선 인성과 지성만 포기한다면(...) 그럭저럭 쓸만한 신랑감이다. 작중에서도 "콜린스의 현재 조건만으로도 물려받을 유산이 별로 없는 샬럿에게 대단히 훌륭한 신랑감이었으며, 거기에 장차 부자가 될 가능성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였다."라고 대놓고 이를 언급한다. 그리고 당시 부모들은 자식들을 나이 순으로 사교계에 내보내고 시집/장가 보내는 편을 선호했기 때문에, 장녀인 샬럿은 동생들 눈치가 보여서라도 결혼 상대를 빨리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79]
2005년 영화판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던 샬럿이 점점 감정이 북받쳐 마지막에는 "그러니 네 멋대로 날 판단하지 마!"라고 외치며 가버린 후 엘리자베스가 망연자실해하지만, 샬럿이 신혼집으로 떠나고 시간이 좀 흘렀을 때쯤에는 엘리자베스도 샬럿의 선택에 대해 그 이유를 이해하고는 기꺼이 샬럿의 초대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개된다.
[80]
결혼 전부터 친구인 엘리자베스나 그런 엘리자베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서술에서는 전처럼 샬럿으로 지칭되지만, 지위로나 인간적으로나 샬럿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캐서린 영부인이 그녀를 콜린스 부인으로 지칭하는 장면이 나온다.
[81]
1974년 영국 태생으로 주로 TV 시리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적다.
[82]
샬럿과 콜린스의 결혼 소식을 전하자 리디아가 자신을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줄 정도로 성격이 굉장히 좋기는 하다.
[83]
제인 오스틴은 계급 중심의 사회 체제에 저항적이었던 사람이 아니다. 여타 동시대 영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혈통과 계급에 많은 가치를 두었으며, 본인이 타고나지 못한 신분을 돈으로 사려는 신흥 자본가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
[84]
루카스 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도 루카스 집안이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는 암시가 여기저기 나온다. 자식들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기사 작위를 받자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아 벌어둔 재산을 까먹고 살기 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85]
샬럿이 결혼하게 되자 여동생들과 남동생들이 기뻐했다는 서술에서 추론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