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ive plane. [1]
곡면으로서의 사영평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간단히 말하면 같은 색깔 화살표를 같은 방향으로 붙여 만든 모양이 된다.
1. 개요
원점을 지나는 직선들로 만들어진 공간. 위상수학에서는 원판의 가장자리를 서로 붙여 만든 곡면 등으로 생각될 수 있다.원래 사영평면은 일반적인 사영(projection)을 연구하는 사영 기하학(projective geometry)의 주 무대였다. 사영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비슷하면서도 독자적인 체계를 발전시켰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으로 인해 유클리드 기하학과 함께 현대수학에서 실종되었다. 따라서 발전사와는 다르게 대학 수학과 과정에서는 사영평면의 위상적 성질만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 유래에 흥미가 없다면 이 부분만 짚고 넘어가도(즉 본 문서의 3번 항목만 보아도) 큰 문제는 없다.
2. 전통적인 사영기하학
사영 평면(projective plane)은 3차원 공간에서 원점을 지나는 모든 직선들의 모임들로 간주된다. 이 관점에선 사영 평면의 '점'은 원점을 지나는 각각의 직선이고, '직선'은 원점을 지나는 (3차원 공간 속의) 2차원 평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원점 [math(O)]를 지나지 않는 평면 [math(\alpha)]에 대해서, 유클리드 평면의 점 [math(P \in \alpha)]에 사영평면의 점 [math(OP)]를 대응시킬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영평면은 유클리드 평면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math(O)]를 지나며 [math(\alpha)]에 평행한 직선들은 이 대응에서 얻어질 수 없는데, 이들을 무한점(point at infinity)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유클리드 평면의 직선은 사영 평면의 직선에 대응되고, [math(O)]를 지나며 [math(\alpha)]에 평행한 평면만이 이 대응에서 오지 않는다. 무한선(line at infinity)이라 부르는 이 직선은 모든 무한점들을 지나는 유일한 직선이다.
이렇게만 보면 추상적인 정의이지만 실제 사영기하의 등장배경은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는 대로 대상을 그리는 원근법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사물을 눈으로 본다는 것은 결국 바깥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 온 광선을 보는 것인데[2], 즉 눈을 지나는 선들의 공간을 시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는 평면의 점도 그 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생각한다면, 무한점은 직선을 따라 끝없이 나아가는 무한히 멀리를 보는 시선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원근법 관점에서 본다면 무한점은 평행선이 만나는 소실점의 개념을 옮겼다고 볼 수 있고, 이렇게 보면 사영평면은 평면에 가능한 모든 소실점을 추가해 완전한 시선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Jordan Ellenberg의 수학교양서 틀리지 않는 법(How not to be wrong)이란 책에선 이렇게 설명한다. (347p~350p)
사영 기하학은 풍경의 점들 대신에 우리 눈을 지나는 선들을 생각한다. 언뜻 이 구분은 순전히 말뿐인 문제로 보인다. 어차피 지면의 각 점에 대해서 그 점과 우리 눈을 잇는 선은 하나씩 밖에 없는데, 점을 생각하든 선을 생각하든 무슨 차이란 말인가? 차이는 우리 눈을 지나는 선들은 지면의 점들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면과 영영 교차하지 않는 수평한 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은 화폭에서 철로가 만나는 점, 즉 소실점에 대응한다. 우리는 이런 선을 철로 방향으로 <무한히 멀리> 있는 지면 위의 점으로 여길 수도 있다. 수학자들은 이걸 보통 무한 원점이라 부른다. 유클리드가 알았던 평면을 가져다 그 위에 무한 원점을 붙이면 그게 곧 사영 평면이다. 대개 사영 평면은 우리가 익숙한 보통의 납작한 평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영 평면엔 점이 그보다 더 많다. 평면에서 선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향마다 이른바 무한 원점이 하나씩 더 있다. 그림에서 수직 방향에 대응하는 점 P는 수직축을 따라 무한히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야 하지만, 동시에 수직축을 따라 무한히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도 여겨야 한다. 사영 평면에서 y축의 양 끝은 하나의 무한 원점에서 만나므로, 축은 알고 보면 선이 아니라 원이다. 마찬가지로, Q는 무한히 북동쪽으로 (혹은 남서쪽으로!) 간 점이고, R은 수평축의 끝에 있는 점이다. 아니, 양 끝에 있는 점이라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우리가 오른쪽으로 무한히 나아가 R에 도달한다면, 그러고도 계속 더 간다면, 우리는 자신이 여전히 오른쪽으로 가는데도, 어는 순간 갑자기 그림의 왼쪽 끄트머리에서 중앙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영 평면에선 두 선이 한 점에서 만난다는 규칙에 예외를 둘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평행선도 서로 만나니까. 사영 평면에서 두 수직선은 P에서 만나고 북동쪽과 남서쪽을 가리키는 임의의 두선은 Q에서 만난다. 두 점은 한 선을 결정하고 두 선은 한 점에서 만난다.(하지만 R을 포함한 모든 선들이 수평선이고 P를 포함한 모든 선들이 수직선이라면, R과 P를 통과하는 선은 무엇일까? 그건 우리가 그지 않은 선, 유클리드 평면에 있는 어떤 점도 포함하지 않되 모든 무한 원점을 포함하는 무한 원선이다) 사영 평면의 기하학을 다스리는 건 2가지 공리다.
임의의 두 점은 딱 하나의 공통된 선에 속한다.
임의의 두 선은 딱 하나의 공통된 점을 갖는다. |
사영평면과 일반 평면의 대응에서 원점을 지나는 다른 평면 [math(\beta)]를 생각할 경우, 사영평면을 평면에 대응시키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두 평면 [math(\alpha)], [math(\beta)]가 있을 때 [math(\alpha)]의 점 [math(P)]를 [math(OP)]와 [math(\beta)]의 교점으로 대응시키는 것을 사영(projection)이라 한다.[3] 이 사영을 통해 평면의 점을 이동시키는 것을 사영 변환(projective transform)이라 하고, 이들은 사영 평면 고유의 합동변환 (즉 대칭) 취급을 받는다.
현대적인 언어로 서술하자면 사영 기하학은 이 사영 변환에 대해 불변인 성질을 탐구한다고 볼 수 있다. 유클리드 공간의 합동변환이 보존하는 길이, 넓이, 각 등의 개념은 사영변환에서 보존되지 않기 때문에 사영기하학에선 의미가 없다. 사영기하학에서 가장 확실하게 보존되는 것은 점이 선 위에 있는 관계, 즉 결합 관계(incidence)이고, 의외로 이것만 가지고도 많은 성질을 증명할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길이가 등장하지 않는 점과 선과의 결합 관계로만 이루어진 정리들(파푸스의 정리, 데자르그 정리 등등)은 사실 이 사영기하학의 정리이고, 실제로 사영기하학의 방법론만 써서[4] 증명이 가능하다. 파스칼의 정리도 사영평면 위에서 정의된 이차곡선에 대한 순수 사영기하학의 정리로 볼 수 있다.
사영변환의 불변량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비조화비(cross ratio)[5]로, 이는 길이에 익숙한 유클리드 기하 사용자에게는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일례로, 이 불변량을 활용하여 메넬라오스 정리와 체바 정리를 동시에 보일 수 있으며, 출처 사실 두 정리는 사영기하학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쌍대(dual)이다.
3. 위상적 성질
위의 고전적 사영평면을 위상수학적 의미의 곡면(2차원 다양체)로 본 것이다.눈으로 볼 수 없는 곡면이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생각할 수 있는데 기하학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음 중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
- 원판의 가장자리를 붙이기: 경계가 있는 속이 찬 원판을 준비하고, 원판의 원점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경계의 두 점을 이어 붙인다. 이 과정을 경계의 모든 점의 쌍에서 반복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보자기를 쌀때 맞은편을 서로 묶는것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 구면의 절반을 서로 붙이기: 위와 비슷한데, 속이 빈 구면의 모든 반대점 쌍을 서로 붙이면 된다.
- 원점을 지나는 직선의 공간을 생각하기: 역사적 어원에 가장 근접하지만 몫 위상(quotient topology)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작 배우기는 가장 까다롭다. 원점을 제외한 위상공간 [math(\mathbb{R}^3 \setminus O)]에서, 원점을 지나는 같은 직선 위에 있다는 동치관계로 몫 위상공간을 만들면 된다.
사영평면은 뫼비우스의 띠와 함께 비가향(nonorientable) 곡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학부 위상수학에서 배우는 곡면의 위상적 분류에서는 모든 비가향인 닫힌 연결곡면[6]을 사영평면들의 연결합(connected sum)으로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예로 비가향 곡면 클라인의 병은 사영평면 두 개를 붙여서 만들 수 있다. 가향인 곡면은 토러스의 연결합으로 표현된다.
구면의 반대편을 붙여서 만들었다는 구성 방법에서, 덮개 공간(covering space)은 구면이 되고 기본군은 [math(C_2)]가 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오일러 지표는 구면의 절반인 1이 된다. 미분 기하학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구면 기하학이 주어진다.
3.1. 시각화
사영평면은 비가향 곡면이기 때문에 클라인의 병처럼 3차원 공간 속에 집어넣으려면 자기교차를 해야 한다. 3차원에서 완전한 모양은 볼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는 확인이 가능한데, 문제는 서로의 모양이 서로 매우 다른 시각화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대표적인 것 두 개를 들어보자면...전개도를 보고 겹침을 허용하여 만든 Cross-capped disk
3차원 공간으로 immersion 사상인 Boy's surface.[7]
다시한번 말하지만 동일한 곡면이다. 심지어 원판으로 만든거다.
시각화중 Boy's surface에 관한 이야기로는 다비트 힐베르트가 미해결 문제이던 것을 학생들에게 과제로 제시했는데 그에 대한 학생 Werner Boy의 해답이라고 한다. 심지어 힐베르트는 immersion이 불가능하다 추측하여 불가능함을 증명해 오라 하였는데 한 학생이 의도와는 반대로 가능함을 증명해 온 것이다.
4. 고전 대수기하학에서의 사영평면
선형대수학과 추상 대수학의 발전으로 나타난 일종의 사영평면의 현대수학적 해석법이다.공간에서 점 [math((x,y,z))]를 지나는 사영평면의 직선을 [math([x:y:z])]로 쓰는 좌표를 사영 좌표(projective coordinate)라 부른다. 임의의 [math(k)]에 대해 [math([kx:ky:kz])]들은 모두 같은 점을 나타낸다. 통상적 좌표와는 다르게 점을 유일한 방식으로 나타내진 않지만, 딱히 문제되는 단점은 아니다. 어차피 사영공간의 점은 숫자 2개로만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걸 떠나서라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평면 [math(z=1)] 위의 점을 대응시키는 것을 생각한다면 보통의 데카르트 직교좌표 [math((x,y))]는 사영 좌표 [math([x:y:1])]에 대응시킬 수 있고, 역으로 [math(z \neq 0)]인 사영좌표 [math([x:y:z])]는 좌표 [math((x/z,y/z))]에 대응된다. 해석기하학 관점에서 보면 [math(x,y)]에 대한 다항식 형태의 도형의 방정식은 [math(x,y,z)]에 대한 동차 다항식(homogeneous polynomial) 형태의 방정식과 대응된다. 원의 방정식 [math(x^2+y^2=1)]이 [math(X^2+Y^2=Z^2)][8]로 대응되는 식. 이러한 이유로 사영 좌표를 동차 좌표(homogeneous coordinate)라 부르기도 한다.
사영 좌표를 쓰면 사영 변환을 [math(x,y,z)]에 대한 3*3 행렬, 즉 선형 변환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 항등행렬의 배수의 경우 항등변환과 대응되므로, 즉 사영 평면의 변환군은 전체 행렬을 항등 행렬로 나눈 [math(\mathrm{PGL}_2(\mathbb{R}) = \mathrm{GL}_3(\mathbb{R})/\mathbb{R}^{\times})]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영 선형군(projective linear group)의 개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대수학으로 넘어가면 일반적인 체 [math(k)]위의 [math((n+1))]개로 이루어진 사영 좌표들의 공간을 [math(n)]차원 [math(k)]-사영공간이라 부르고, 실수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사영공간을 생각한다. 예로 복소해석학에서 나오는 복소평면에 무한점 하나를 추가한 리만 구(Riemann sphere)는 (위상적으로는 구면이지만) 사실 복소 1차원 사영공간, 즉 사영직선(projective line)이다. 실수 사영평면과는 완전히 다르다.
더 나아가서 대수기하학에서 말하는 대수다양체(algebraic variety)로서의 사영 평면은 2차원 사영 공간에서 동차다항식을 생각하는 대수구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위상의 정의만 말하자면, 일반 아핀 평면 [math(\mathbb{A}^2(k))]에서의 자리스키 위상이 다항식으로 정의되는 도형을 닫힌 집합으로 정의했다면 사영평면의 자리스키 위상은 동차다항식이 0이 되는 도형을 닫힌 집합으로 정의하게 된다. 사영좌표에서 동차다항식의 값 자체는 의미가 없지만 동차다항식이 0이 되는 집합은 충분히 잘 정의되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다. 일반적 사영공간 위에서 동차다항식의 근을 사영 다양체(projective variety)라 할 수 있고, 고전 대수기하학은 보통의 아핀 다양체와 사영 다양체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대수기하학에서 사영평면은 기존 아핀 평면의 불완전함을 메꾼 대상으로 생각된다. 예로 사영평면 위의 두 곡선 위에는 베주의 정리(Bezout's theorem)라는 정리가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대수적으로 닫힌 체 위에선 차수가 각각 [math(m,n)]인 곡선 둘은 대개 [math(mn)]개의 점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일반 평면에서는 교점의 개수가 중구난방이었지만 복소수 위에서라면 일관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다른 예시로 타원곡선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무한점의 존재도 타원곡선을 사영 다양체로 보아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이 배경이 있어야 타원곡선을 균일한 도형으로 간주하는 대칭적 관점을 얻을 수 있다.
5. 관련 문서
[1]
굳이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유는 시각적으로 완전히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각화를 위해 억지로 끌어와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매우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
물론 르네상스 시절 광선의 정확한 개념이 있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3]
직관적으로는
영사기나
프로젝터의 이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사영도 사영 기하학에선 [math(P)]가 무한점에 있을 때의 사영으로 생각할 수 있다.
[4]
즉
메넬라우스 정리,
체바 정리 등의 길이를 사용하는 정리에 의존하지 않다.
[5]
직선 위의 점 [math(A,B,C,D)]에 대해 비율 [math(\frac{AB\cdot CD}{AD \cdot BC})]로 정의된다.
[6]
구면처럼 서로 두 개로 떨어져 있지 않고, 경계가 없는 컴팩트 다양체를 의미한다.
[7]
엄밀히 말하면 미분
다양체의 몰입(immersion)은 모든 공간에서 접평면이 최대 차원을 갖는
매끄러운 대응을 의미한다. 자기교차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국소적으로 보면 매끄러운 포함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8]
유클리드/사영 좌표를 대응시킬 때 사영 좌표는 대문자로 쓰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