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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2 00:01:59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정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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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1. 심판3. 2. 초원4. 3. 빛5. 4. 전쟁6. 5. 괴물들7. 6. 귀환

1. 개요

에피소드: 망령 상인 아이도의 현장 연구 완료 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1]

2. 1. 심판

이것은 키이라스크스 남작의 견습생이자 학살자 가문의 이르하의 기억이다.

[너무 기대돼요! 최선을 다해 번역해 보겠습니다. –빛의 가문 서기관 아이도]

우기가 막바지에 이른 화창한 날이었다. 수로에 물이 높이 차 있었고, 거울처럼 반짝이는 물 가장자리에 심판의 궁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종사는 높게 솟은 보도 사이로 함선을 일정한 속도로 몰았다. 위대한 가문들의 깃발이 수로 양 옆에 서 있었다. 선착장에 다다르자, 국왕과 심판의 깃발들이 머리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되었다.

리이스-아스-로드리[2]까지 오는 데 5일이 걸렸고, 그전에 심판의 서기 앞에서 지켜야 하는 격식과 적절한 예의에 관한 지도를 받기까지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나를 맞이한 건 격식을 차린 집단이 아니라, 심판의 장교들이 입는 화려한 옷을 겹겹이 걸친 비쩍 마른 이 한 명뿐이었다.

망토에 들러붙은 에테르를 털어 내느라 미처 고개 숙여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그가 아래로 팔을 뻗어 배에서 내리는 걸 도와주었다.

"벨라스크, 이르하 견습생." 그의 목소리에서 이미 내가 어떤 식으로든 결례를 범했다는 게 느껴졌다. "서두르십시오."

나는 심판의 회랑으로 향하는 옆문으로 따라갔고, 내 안내자는 미로 같은 복도를 능숙하게 통과해 특별할 것 없는 조그만 응접실로 나를 인도했다. 우리는 금방이라도 언쟁이 재개될 듯한 고요한 침묵으로 발을 들였다.

방 안에선 두 인물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도시 평화유지군의 망토를 걸치고 바위의 가문[3]을 상징하는 화려한 머리 장식을 쓰고 있었다.

바위의 가문 일원들은 도시 방어선 구축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이 가문의 미덕을 가장 고상하게 나타내는 사람이 가문의 켈인 첼시스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엔 아직 변함이 없다. 첼시스의 키는 내 두 배에 이르며, 팔다리는 천장을 떠받치는 지지대만큼 두꺼웠다. 그녀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생각되었다.

또 다른 인물은 밤하늘만큼 검은 망토와 파이사[4] 가죽 문장을 걸치고 있었다. 가문의 상징이 없는 것으로 보아 학살자 가문의 남작이었다.

거대한 기계의 에테르 홍수가 일어난 첫 100년 동안 리이스는 난폭하고 무질서해졌고, 이 시기에 학살자 남작이 리이스를 길들였다. 처음은 리이스, 우리의 하늘 너머에 존재하며 종종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던 달들이 그다음이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보미들은 우리에게 그림자 인형극으로 교활한 사냥꾼들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냥꾼들은 거대한 기계의 신봉자로, 그 시대의 가장 큰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키이라스크스 남작을 처음 보았을 땐 그녀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첼시스보다 몸은 가는데, 상처는 두 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남작이 고개를 들었고 모자 아래 그녀의 눈에서 번득거리는 빛을 보았다. 남작의 눈빛에는 광적인 교활함이 있었다.

"애송이를 데려왔군." 남작이 불평했다.

뜨겁고도 익숙한 분노 그리고 절망이 느껴졌다.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두 태양 주기 동안 연구했습니다." 내가 애원했다.

"여기 있는 첼시스가 새끼를 품고 다닌 시간이 더 길겠어." 남작이 말했다.

첼시스의 짜증 난 듯한 종소리[5]가 내게 향했다면 내 껍데기 안의 몸이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그녀 앞에서 무시당한 것에 끔찍한 모욕감이 들었다.

근처에 서 있던 심판 담당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요청에 따랐습니다. 평화유지군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서 남작님이 이곳까지 와야 했던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죠? 이르하 견습생으로 충분할 겁니다."

키이라스크스가 담당자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기색을 희미하게 내비쳤다.

"어느 가문 소속이지?" 남작이 내게 물었다.

결국 이 순간이 오고 말았다.

"저는 어느 가문 소속도 아닙니다." 내가 모욕을 당하러 이곳에 오게 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키이라스크스가 찬찬히 나를 살폈다. "모두가 왕이 될 순 없는 법이지."

담당자가 불안한 듯 손을 비벼 댔다. "금방 끝날 겁니다, 남작님. 하아크시스 님의 농장으로 가서 골치 아프게 만들던 동물을 죽이면 됩니다. 지원군이 필요하면 가문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죠."

키이라스크스가 끙 신음한 후 등을 돌려 나갔다. 고개 숙여 인사하자 별의 강철로 된 수갑 같은 그녀의 발톱이 팔을 붙잡고 날 방 밖으로 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몸조심하게, 학살자 남작." 첼시스가 고개를 돌리자 머리 장식에 달린 조그만 종이 부드럽게 울렸다.

키이라스크스가 이에 어떤 손짓으로 응답했는진 보지 못했으나, 첼시스가 즐겁게 쉿쉿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부 문자 그대로 직역할 계획이었으나, 바릭스는 제가 '단어들의 영혼을 죽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시적 허용을 너그럽게 보아주세요! –빛의 가문 서기 아이도]

3. 2. 초원

키이라스크스에게서 바다 풀과 햇빛 담금 뿌리[6]의 악취가 강하게 났다. 난 배의 앞쪽을 보고 앉으려고 했지만, 악취는 바람과 맞서 싸울 정도로 강력했다.

나는 세 개의 플라스크에 담긴 내용물을 네 번째 플라스크에 섞는 임무에 집중하려 최선을 다했다. 난 손을 떨지 않는 일엔 자신 있었고 작업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에 경로를 훔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끝없이 퍼져 나가는 주거 구역 외곽을 두르다가 방향을 돌려 기울어진 태양으로 향하는 강을 따라 이동했다. 수로 쪽 시장에서 질서 정연한 주거용 탑과 항공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인파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방으로 뻗은 운송망, 수로, 도로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이들은 리이스의 대도시를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빛나는 네트워크를 이뤘다.

거대한 기계가 처음 리이스에 도착한 장소인, 리이스-아스-로드리의 중심부에 있는 언덕으로 향하는 순례자 행렬도 지나갔다. 무도의 가문 고위 사제들이었는데, 이 헌신적인 성직자들은 에테르를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 다른 누구보다 폭식한 다음, 거대한 기계에 기도하는 의식에서 아래쪽 팔을 절단했다.

그 꾸물거리는 거인들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엔 어떤 장엄함도 존재했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수백 명의 느릿느릿한 행진이란.

내 시선을 따라간 키이라스크스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물속에 침을 뱉었다. "광신이 우리를 전쟁에 빠뜨렸지. 광신, 자부심, 에테르에 대한 목마름."

난 그녀를 쳐다보았다. "경계 전쟁에 참전하셨었나요?"

키이라스크스가 식식거렸다. "너한테 해 줄 전쟁 이야기는 없다, 애송이." 남작이 플라스크를 가리켰다. "심각한 문제라면 단단히 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정말 동물 한 마리일 뿐이라면요?"

"움직이면서 토닉 섞는 법을 더 배워야겠군. 떨어뜨리지 마."

비의 가문 농장은 리이스에서 가장 멋진 농장에 속했고, 하아크시스 남작에게 할당된 땅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심하게 단을 나누고 잘 관리된 넓은 띠 모양의 숲이 밭을 감싸고 있었다.

기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아크시스 남작의 기계들은 부대를 이루었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그만 드론들이 돌아다니며 작물을 심고, 수확하고, 에테르 흡수율을 측정했다. 드론들이 일하며 내는 소리는 초원을 가로지르는 바람의 소리와 같았다. 수많은 잡다한 일들이 불평이나 휴식 없이 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에는 이상할 정도로 일꾼이 없었다. 작업을 감독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지시를 내리는 기계 관리자 몇 명이라도 있어야 했다. 배를 선착장에 묶을 때 우릴 맞이하러 나온 경비원조차 없었다.

우리는 햇빛이 내리쬐는 보도에 올라섰다. 보도는 아름답고 잎이 무성한 식물로 고정되어 있었다. 키이라스크스가 보급품 가방을 가리켰고 힘을 증명하고 싶었던 나는 가방들을 한꺼번에 들었다. 가방들은 무척 무거웠고 키이라스크스를 따라 하아크시스의 현관에 겨우 도착했을 쯤엔 땅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풀이 무성하고 빽빽하게 들어찬 주변 환경 탓에 하아크시스의 집무실이 있는 둥근 건물은 텅 비고 음울했다. 장식이라고는 경계 전쟁의 기념품인 한쪽 벽에 걸린 쌍둥이 칼 두 세트뿐이었다. 자라면서 비슷한 물건을 여럿 보았지만, 그중 일부만 진품이었다.

그의 책상에 놓인 드론이 더 흥미로웠는데, 하아크시스가 수리하던 것으로 보였다. '섕크'라는 이름의 하이브리드 정찰-방어 드론으로, 전쟁 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모델이다. 평화로운 시기에 아직 이 드론을 갖고 있는 엘릭스니는 많지 않았지만, 하아크시스 같은 귀족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했다.

하아크시스는 입고 있는 옷으로 비의 가문이라는 티를 잔뜩 내고 있었다. 체구는 조금 더 말랐지만, 키는 키이라스크스와 비슷했고, 자세가 경직되어 있었다.

가문이 없는 내 상태의 무게를 느껴 고개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키이라스크스가 팔을 뻗어 꽃을 꺾는 것처럼 간단하게 내 몸통을 들어 껍질을 바로 세웠다.

"나는 학살자를 요청했는데." 하아크시스가 나를 바라보자 내 껍질이 근질거렸다.

키이라스크스가 문제없다는 듯 손을 펼쳐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왔잖나. 심판의 가문이 동물을 언급하더군."

"아니. 내가 그쪽에 얘기했는데… 여러 번이나 말이야. 이건 평범한 동물이 아니야." 하아크시스가 번갈아 주먹을 쥐었다. "오래된 악이지."

키이라스크스를 올려다보았지만,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녀의 턱뼈가 조용히 달각거렸다. "본 적 있나?"

그러자 하아크시스가 이미 대화에 지친 듯 축 늘어졌다. "그게 내 사람들을 공격했어. 시체를 수습하려고 해 봤지만… 심판의 가문은 뭉그적거리기나 하고—"

"지금 그게 어디 있는지 아나?"

"아니. 추적 센서가 없으면 이 농장에선 무엇도 숨지 못해. 숲 구역은 관리가 잘되어 있거든. 그런데 틈에 정원 길[7]이라는 게 있어… 거긴 그대로 자라게 내버려 뒀지. 몇 주기 동안 자연 상태로 복원하려고 말이야…"

"우리가 놈을 찾아내겠네."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시체 위치를 알려 줘."

그녀가 '우리'라고 말해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키이라스크스에게 길을 알려 주기 위해 화면과 지도를 꺼내긴 했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날 향했고, 그는 내가 살아남으리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4. 3. 빛

당시에는 그 생명체가 사냥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밤 시간에 추적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테나르, 브로스크, 리이소크[8]의 특징에 관해 날 잠시 시험하기로 마음먹은 키이라스크스 덕분에 무서운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그 약들이 설사약으로서 탁월하고, 키틴질과 돌을 모두 녹인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물었다. "연구를 했다고 했지. 기록으로 독학을 한 건가?"

"네, 남작님." 가르침을 받을 학살자-약재상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생존자가 있었다고 해도 내가 자란 소도시의 공용 공간을 방문할 이는 없었을 것이다.

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던 키이라스크스가 멈춰 섰다. 이번에는 보급품을 나눠 들었고, 그녀가 내게 유리병을 하나 건넸다. "마셔라."

나는 얼른 그 말에 따랐다. 액체에선 햇빛 담금 뿌리의 향이 났다. 이 학살자 토닉을 처음 맛본 순간, 난 힘이 차오르거나 5번 넘게 탈피한 것만큼 몸이 커지길 바랐다.

토닉의 맛은 역겨웠다. 도착한 이후로 먹은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쪽으로."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하아크시스의 경비원 냄새를 맡은 것 같다."

내 코에선 키이라스크스의 냄새밖에 맡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남작은 수문 한 곳을 날쌔게 건넌 후 기름지고 비옥한 땅을 밟았다. 하아크시스의 땅에서 가장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보존된 곳이었다.

이때쯤 토닉의 효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야 가장자리에 조그만 광채가 보였다. 그 빛은 천천히 땅 쪽으로 움직였고, 그게 땅에 닿았을 땐 더 많은 티끌이 먼지처럼 구름 모양으로 덤불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위에선 하늘에 강처럼 흐르는 에테르의 흐름이 읽혔다.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바라보자, 토닉이 안에서 빛을 내는 것처럼 내 껍질 아래에서 빛이 보였다.

하지만 나뿐만이 아니었다. 키이라스크스도 빛나고 있었다. 숨구멍을 통한 공기의 움직임, 배출된 에테르의 흩어짐,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

조용히 날 관찰하던 키이라스크스가 입을 열었다.

"빛은 모든 것에 존재하지. 그걸 통제할 순 없지만, 유인할 순 있어. 끌어내 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마치 욕심 많은 펠라우크같지."

경외의 손아귀에 포근히 안겨 있었던 나는 그녀의 말에 얼굴을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거대한 기계는 이카 열매를 찾아 코를 킁킁거리는 동물 따위가 아닙니다!" 화가 나서 내가 그녀의 견습생이며 그녀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키이라스크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이카 열매를 싫어하나?"

짜증이 난 나는 저 멀리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맑은 밤엔 리이스의 대기 상층부를 유영하는 거대한 기계를 볼 수 있었다. 토닉의 영향으로 기계가 유성처럼 빛의 꼬리, 혹은 현기증이 나는 상태에서 생각하기로는 생명의 꼬리를 남기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기계는 네 번의 깜빡임만에 리이스의 달을 테라포밍한 다음, 리이스에 에테르 홍수를 가져왔다. 모든 아이가 굶주리지 않고 무사히 성장한 풍요의 시기이자, 심판의 가문이 일컫기로는 넘침의 시기였으며, 지각도, 계급도 없는 시기였다. 우리는 변화하고 적응해야 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사람들은 나를 '드레크', 즉 쓸모없는 이, 가문이 없는 이라고 불렀다.

"저기 시체다."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그것은 엘릭스니였다. 발 아래 짓이긴 형태의 사지는 뒤틀려 서로 얽혀 있었다. 찢어진 망토가 붙어 있지 않았더라면 그 시체가 하아크시스의 경비병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더 나쁜 점은 그것이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시체 주변의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거대한 기계의 영향으로 빛났다. 알지 못하는 이였으나, 토닉이 내게 보도록 허용한 세계에 이 이방인[9]의 죽음이 구멍을 남겼다. 그때 빈속이어서 다행이었다.

키이라스크스가 시체 가까이 몸을 숙이더니 바로 손을 댔고 팔을 여기저기로 옮기며 조사했다. 내가 반대를 했는진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경우든 두려워서 불평도 하지 못한 채 곁에 서 있었다. 이곳의 식물들은 무성하지 않았고 우린 노출된 상태였지만, 키이라스케스가 지적했듯 모든 생명체가 마찬가지일 터였다.

"동물의 소행인가요?" 내가 물었다. 어쨌든 이곳에는 포식자가 존재했다. 절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나서서 키이라스크스를 공격할 동물은 없겠지만.

남작이 내게 곁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잘 봐." 곁에 자리 잡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 없는 게 뭐지?"

"빛이요." 갑작스러운 슬픔이 다시 나를 채웠다.

키이라스크스가 날 찰싹 때렸다. "아래를 봐."

나는 그 말에 따랐고, 한 무리의 빛이 보였다. 시체 주변에 내가 남긴 발자국에 작은 유충이 모여 있었다. 무심코 다리에서 하나를 털어냈고, 그 순간 깨달았다…

"녀석들이 시체를 피하고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키이라스크스의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즐거워 보였다. "여기 만져 보고 뭐가 느껴지는지 말해 봐."

경비병의 껍질에 손을 대자 발톱 아래에 축축한 것이 만져졌다. 그 짐승이 경비병의 껍질을 갈라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다시는 밥을 넘길 수 없을 것이라고 겁을 먹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운 연못에 손을 담근 듯했다.

내가 느낀 것은 분노였다. 나 자신의 충격과 공포와 아무 상관 없는 날카롭고 낯선 분노.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후회[10]와 비슷했다. 동물도 후회를 느낄 수 있던가?

"느껴지나? 보이진 않지만, 이 악[11]은 엄연히 존재해."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가자. 심판이 틀렸어. 배에 다시 데려다주지. 서두른다면 녀석이 쫓아오지 못할 거다."

그 괴물은 숲을 가로질러 우릴 따라오지 않았다.

그것은 자욱한 그림자 구름 안에서 숨을 내뱉었다.

5. 4. 전쟁

토닉을 마시지 않았다면 내가 뭘 봤을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본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현실의 가장자리에서 발버둥치며 자신을 갈갈이 찢고 있는 검은 형체였다.

그것이 포효했고, 껍질을 통해 포효 소리의 진동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내 어깨에 부딪쳤다. 키이라스크스가 어깨를 밀고 있었다.

"이르하, 토닉!"

나는 보급품을 향해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뒤에서 전기 에너지의 끼긱거리는 소리와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몸을 돌리자 키이라스크스가 망토 안에서 짧은 지팡이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손에서 지팡이는 가느다란 창으로 갈라졌고 넘쳐나는 힘에 타닥거리는 소리를 냈다. 키이라스크스는 균열에 매달려 있던 그것의 어두운 심장으로 창을 던졌다.

창이 명중하며 철벅 소리가 났다. 상한 에테르와 진흙의 이상하고 불쾌한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생명체가 물결을 일으켰고 발톱을 할퀴다가 힘들이지 않고 땅에 떨어졌다. 생명체의 형태가 바뀌었다. 나는 녀석이 여섯 개의 무거운 사지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녀석의 뒤틀린 머리가 내 쪽을 향했다.

그런 다음 바로 플라스크가 부딪히며 폭발했고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며 증기가 녀석의 옆을 따라 요동쳤다. 녀석이 소리지르는 순간 짐승의 날카로운 목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돌을 먹는 자!" 키이라스크스가 소리쳤다. 남작이 벨트에서 칼을 뽑아 칼날 표면에 무언가를 긁었다. 그녀가 손을 댄 곳에 빛이 피어났고 그다음 키이라스크스가 괴물을 향해 움직였다.

배낭을 열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병에 적힌 기호들을 읽을 수도 없었고 할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도 않았다. 고작 한 시간 전에 키이라스크스에게 자신 있게 설명했던 토닉들을 내려다보았지만, 내가 얼마나 애송이였는지만 생각났다. 학살자들의 업적을 이야기일 뿐인 것처럼 연구했고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한 것은 도피였을 뿐이다.

그때 키이라스크스의 외침이 들렸다. 위대한 가문 중 한 곳의 치유사가 되길 바라며 훈련하던 때를 떠올렸다. 배낭을 들여다보았고 그게 거기 있었다. 돌을 먹는 자의 약병이. 약병을 꺼내 최대한 세게 짐승의 머리로 던졌다.

내가 원한 방향으로 날아가진 않았다. 플라스크가 괴물 다리에 명중하자마자 살을 파먹기 시작했다. 짐승이 잠시 휘청거렸지만, 바로 무게 중심을 옮겨 몸을 돌렸다. 플라스크에 맞았을 땐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던 괴물이 이번엔 나를 향해 또다시 천둥같은 울음 소리를 내질렀고, 그와 동시에 물결치는 파도가 덮쳐 왔다. 그렇게 차가운 건 처음이었다.

목과 눈이 따가웠다. 얼굴 위로 팔을 휘둘렀고 무턱대고 나무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뒤를 돌아보자 빛이 줄지어 자란 넓은 관목에서 사라져 커다란 공허만 남아 있었다. 그 안으로 나도 떨어지게 되겠지. 괴물이 돌진하려고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가 반짝였다. 키이라스크스의 칼날이 괴물의 목을 깊게 베었다.

커다란 입이 그녀를 덮쳤다. 키이라스크스의 비명이 들렸다.

짐승이 턱으로 그녀를 붙잡았지만, 키이라스크스가 두 손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세 번째 손은 그것의 목에 칼날을 꽂아 넣고 있었고, 네 번째 손에서 유리가 반짝이는 모습이 보였다.

키이라스크스가 생명체의 목 깊숙이 플라스크를 찔러 넣었다.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생명체가 몸을 떨었고, 창백한 불[12]이 일어나 그것의 껍질, 즉 뼈가 안에서부터 빛나는 모습이 보였다. 키이라스크스를 문 채 닫혀 있던 녀석의 턱이 비명을 지르기 위해 열렸다. 남작이 칼을 향해 힘겹게 움직였고, 불이 붙어 퍼지면서 더 끔찍하고 구슬픈 비명이 들려왔다.

짐승은 온몸을 비틀다 쓰러졌다. 키이라스크스도 함께 쓰러졌다.

6. 5. 괴물들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키이라스크스가 바로 앉더니 다시 쓰러졌다. 입에선 아주 상스러운 욕설이 흘러나왔다.

"다치셨나요?" 내가 멍청하게 소리쳤다.

"아니." 남작이 식식거렸다. "거대한 기계 마주 보는 것 좀 도와줘."

너무 무거워서 그녀가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으로는 끌고 갈 수도 없었다. 키이라스크스를 바로 앉도록 도와주다가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보게 되었다. 주 팔의 팔꿈치 아래가 날아갔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이었다. 혼자서 자세를 다시 잡다가 중앙의 상처가 넓게 벌어졌다. 그녀를 실망시켰다고 확신하다가 남작이 옆에 있던 배낭에 손을 뻗는 걸 보지 못했다.

키이라스크스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혼합물을 배에 듬뿍 바르더니 전기 칼을 활성화하고 가까이 가져갔다. 나는 분명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연고에 불이 붙으며 큰 쉭쉭 소리가 났고, 공기 중엔 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키이라스크스는 죽어 가던 짐승이 그러했듯 신음하고 몸을 떨었다.

"이제 일어서는 것 좀 도와줘." 남작이 말했다.

우리는 함께 하아크시스의 불타고 있는 생명체의 잔해를 향해 느리게 걸어갔다.

불길이 훑고 간 짐승의 모습은 평범했다. 수로를 따라 먹이 활동을 하는 여러 평범한 포식자 중 하나인 리버 캐처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와 키이라스크스 모두 녀석이 끓어오르는 그림자를 망토처럼 두르고, 거대한 기계의 빛을 끌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걸 목격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리버 캐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뼈 더미 한가운데에서 금속 같은 것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빛나는 구체. 구체를 향해 손을 뻗는 나를 키이라스크스가 저지했다.

"건드리지 마." 남작이 밑동만 남은 팔로 내가 근처에 버려뒀던 배낭을 가리켰다. "저거 가져와."

그녀가 구체 위로 가루가 든 통을 기울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토닉의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지만, 아직 서로를 끌어당기는 티끌들은 볼 수 있었다. 정신없이 헤엄치는 물고기 떼 같은 빛의 무리가 구체 위로 점점 가까이 모여들어 나는 결국 눈을 감아야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구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떻게 된 거죠?"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아크시스의 오래된 악이지."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녀석이 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고."

하아크시스가 우리 둘을 위해 따뜻하고 달콤한 음료를 내왔다. 나중에야 그의 친절함에 놀랐지만, 당시에는 몸이 너무 지치고 쑤셨고, 그 음료가 목의 아픔을 달래 주어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키이라스크스의 상처는 여전히 끔찍했다. 금이 간 껍질 아래 지져진 검푸른 빛의 살이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과 치료 모두 거절한 채 서서 얘기를 들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난 범선을 조종하고 싶었어." 하아크시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일이야. 내 실력을 증명하려고 정찰선 하나를 훔쳤는데 그러다 길을 잃었지."

"연료가 많지 않아서 달로 보이는 곳에 착륙했다. 하지만 그곳엔 공기도, 생명도, 거대한 기계도 없었어. 난 가면과 에테르 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다시 그가 번갈아 주먹을 쥐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탑이 하나 보이더군. 무덤으로 이루어진 요새 도시. 그런 건 처음 봤어. 아주 거대했고, 우리보다 오래된 도시였지."

난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우주선이 있었어. 칼날 같은 우주선." 하아크시스가 턱뼈를 갈았다. "구체[13]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걸 쥔 순간…"

키이라스크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집으로 가는 길을 보여줬다."

키이라스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음료를 홀짝거릴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난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모든 걸 보여 줬어. 끝에 다가올 폭풍 말이야, 키이라스크스. 모든 것의 무의미함. 그로 인한 폐허." 하아크시스가 고개를 떨구었다. "아직도 그것의 목소리가 들려. 그 구체를 멀리 던져 버린 후에도. 네가 그런 후에도…"

우리가 구체를 파괴한 후를 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컵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도 하아크시스의 행동에는 그를 두렵게 생각할 만한 점이 전혀 없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의 속을 갈기갈기 찢은 것 같았다. 그는 줄곧 그것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계속되었을 싸움과 패배.

"나는 학살자를 요청했다. 너희가 더 많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난… 방법이 있을 줄 알았어."

"아직 싸울 수 있네, 하아크시스."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자네와 나. 가서 심판에 말하면—"

하아크시스가 재빨리 손짓으로 의견을 묵살했다. "무엇이 다가오는지 자네는 알지 못해. 우리 아이들에게 말일세." 그가 신음했다. 에테르가 그의 입에서 안개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고통을 멈춰야 해." 그의 눈이 내게 고정됐다. "이 일을 완전히 끝낼 필요가 있어."

그가 책상을 넘어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키이라스크스가 먼저 그를 상대했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 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흡사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벌이는 전투와 같았다. 그들의 몸이 충돌하며 화면이 산산조각 났다. 하아크시스의 고함이 벽을 울렸다.

키이라스크스가 맞을 수 있었기에 플라스크를 던질 순 없었다. 난 몸을 움츠리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들의 싸움이 몇 시간에 걸쳐 이어졌는지, 잠시뿐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오직 공포와 소음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났을 때 부드러운 손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내 손을 잡아당겼다.

"죄송해요." 내가 말했다.

키이라스크스가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아직 싸우는 법은 배우지 않았잖나.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지." 그녀가 하아크시스였던 움직이지 않는 형체를 내려다보았다. "섕크를 가져와. 심판의 가문에 내가 비의 군주를 죽였다고 알려야 해."

7. 6. 귀환

배를 우리가 조종했다기보다 인공 물결이 조종했다. 키이라스크스가 한 손으로 노를 느슨하게 잡았다.

거친 강물에서 종종 튀는 물을 조심하며 드론을 들었다. 손안에서 드론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어쩌면 내가 위안을 바라는 걸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나한테 아들이 하나 있었어. 아…" 키이라스크스가 입에서 단어들을 내뱉으려 발톱으로 아래턱 한쪽을 긁었다. "아들이 하나 있어. 자네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정도인."

나는 놀라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물을 향해 있었다.

"녀석은 비단 방직공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어. 어딘가에 속하기를… 간절히 원했지. 언젠가 위대한 것들을 짜 내면 좋겠군.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고, 이제는 내가 강물에 관심 있는 척을 할 차례였다.

그녀의 한숨이 들렸다. "우리 학살자들은 군주였던 적이 없어. 켈도 없었지.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모였어. 리이스와 거대한 기계의 남작은 맞지만… 가문의 남작은 아니었다."

키이라스크스가 배의 상처에 손을 댔고, 난 걱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전쟁이 우릴 파괴했다. 밖에 나가서 싸우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게 끔찍하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하아크시스가 떠올랐다. 그를 사로잡았던 마음의 병… 혹은 강력하고 오래된 무언가의 목소리.

"첼시스는 그걸 예상했어. 몸속 깊은 곳에서 느낀 거야.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것을. 녀석이 국왕들과 심판에 다시 가져간 그 이상한 보고서들을 봐. 그런데 그녀는 그것이 내부로부터… 무질서로부터 올 거라 생각하지."

"하지만… 전 괴물을 봤어요." 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에게 말할게요."

키이라스크스가 날 쳐다보았다. 헬멧이 없었음에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네는 잘해 줬어, 이르하," 키이라스크스가 말했다.

우리는 침묵 속에 남은 여정을 이어 갔다.

배에서 내릴 때 첼시스의 도움을 뿌리치지 않았기에 키이라스크스 남작의 몸이 여전히 아프다는 걸 알았다.

내 손에서 섕크를 가져가려고 키이라스크스가 팔을 뻗었다. "심판의 가문에 상황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일은 내가 하도록 하지." 그녀가 주저하며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첼시스켈이 자넬 주시할 수도 있어."

우린 키이라스크스 남작이 망토를 몸에 단단히 두르고 절뚝거리며 궁전 문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첼시스가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녀가 설명을 요구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그 대신 첼시스가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끙 신음을 내더니 근처 기둥에 몸을 기댔다.

지난 며칠 간의 부담이 날 내리누르는 게 느껴졌다. 지쳤지만, 내 몸은 안심하고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과 피곤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난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고요한 가운데 종종 첼시스가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아는 곡은 아니었지만, 경쾌한 다정함 속에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공용 방에서 함께 노래 부르던 목소리들이 떠올랐다. 오래전에 목적에 대한 걱정 없이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던 긴 밤들이 떠올랐다. 가슴속에서 비통함 같은 텅 빈 고통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첼시스가 물었다.

나는 놀라서 첼시스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든 켈의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될 터였다. "아, 아닙니다, 그냥… 노래가 슬퍼서요."

그녀가 모욕으로 받아들였다면 내 팔들을 몸통에서 뽑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첼시스는 내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린 후 날 가까이 끌어당겼다.

"슬프지 않아." 첼시스가 말했다. "세계 사이의 어둠 속으로 나아간 별 항해사들에 관한 노래거든."

"그리고 우리가 어느 곳을 거닐든 빛은 존재한다네, 어린 형제여."

[작별을 고합니다, 이르하. –빛의 가문 서기 아이도]
[1] 정원 길 지식들은 단어를 설명하는 각주가 따로 아래에 설명되있으나, 나무위키 각주 시스템을 이용하여 아래가 아닌 각 자리에 설명을 삽임했음을 알림. [2] '리이스의 혈관', 또는 리이스의 몸을 관통하는 수로라는 의미. 많은 도시 중 하나죠! [3] 그 유명한 바위의 가문입니다! [4] 리이스에 사는 사나운 포식자. 바릭스 말에 따르면 맛이 좋습니다. [5] 엘릭스니에게 경고하는 행동으로, 껍데기 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도 가슴뼈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6] 바다 풀은 직접적인 표현인 반면, '햇빛 담금 뿌리'에 관한 참고 자료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뿌리가 빛을 흡수하는 걸까요? [7] 지역 동식물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자라게 두는 농장 주변 공간. 이 지역은 세심하게 유지되므로, 야생 상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8] 참고로 브로스크는 설사약으로 생각되며, 리이소크는 바위 파괴자 또는 돌을 먹는 자로 번역됩니다. [9]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쓰인 고어는 '가문 밖의 엘릭스니'를 의미합니다. [10] 이 단어가 정확하다고 할 순 없지만, 더 나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랄까요? 자기 것이 아닌 책임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바릭스의 의견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11] 지금은 '어둠'이라고 불리는 것일 겁니다. [12] 이건 분명 '분노'를 의미하는 테나르와 빛의 분노일 것입니다. [13] 에리스가 달 피라미드 표면에서 비슷한 유물을 발견했다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