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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9:24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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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빛의 추락 캠페인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2. 체 선생님

"자, 오늘 수업도 끝입니다." 아터는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 오늘이 이곳 학교에서 만나는 마지막 날이에요. 다음 주부터 모든 수업은 구름방주에서 진행될 거랍니다. 미술 시간에는 디지털 조각을 배울 계획이에요! 정말 재미있겠죠?"

"저는 미술 시간 싫어요, 체 선생님!" 수자가 발을 굴렀다. "왜 컴퓨터 속에 들어가야 해요? 저는 밖에서 노는 게 좋은데."

아터는 불편한 기분으로 의자에 앉았다. 학급은 4세부터 7세의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들 몇몇은 자신이 그 나이였을 때보다 훨씬 똑똑했지만, 아직 소멸이라는 개념을 알기에는 너무나 일렀다. "여러분도 피라미드 함대가 돌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막연한 시선이 돌아왔다…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그 말이 지닌 감정적인 무게까지는 알지 못하는 나이였다. "피라미드 함대는 우리를 아프게 할 수도 있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우리를 찾을 수 없도록, 지하 깊이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렇지만 지하에는 공간이 별로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잠들어 구름방주에서 시간을 보내면 친구들과 같이 놀고 공부도 할 수 있겠죠?"

"아플까요?"

"아니에요, 케이지. 우리가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을 보내러 구름방주에 들어갈 때와 똑같아요. 여러분 모두 많이 해본 일이니 걱정하지 말아요."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도 돼요?" 누가 얘기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카첼라의 목소리 같았다.

"아니요, 우리는 계속 잠들어 있을 거예요." 그가 다시 말해주었다.

"그럼 침대에서 응가해야 되잖아요!" 카첼라가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아터는 겨우 웃음을 참았다.

"다들 괜찮을 거예요. 설립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들만의 특별한 수면 공간을 갖게 되는 거랍니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넌지시 속삭여주었다. "그 안에서는 응가도 다 알아서 해결해주고요."

교실 아이들이 입을 모아 "으에엑!"하고 외쳤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들은 언제나 정신이 팔려 두려움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아터는 잘 알고 있었다.

3. 세리시

"여보, 내가 뭐라고 했어? 가족사진 벽에 걸어 달라고 했잖아." 세리시가 남편 히로에게 잔소리를 했다."그리고 딸, 시장에 가서—"

"엄마." 발라가 말을 끊었다. "2시간 후면 가야 한다고요."

"시장에 가서." 그녀는 거의 텅 빈 통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큐민이랑 카다멈도 사 오렴. 가람 마살라에 넣을 게 없는 것 같아."

"이제 봉쇄가 시작되는데 양념이 다 무슨 소용이에요!"

"소용없단 말이니? 그럼 항상 뭐가 고장 나는 우리 복도 패널은 어떡하고?" 다나카 주택의 서비스 패널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근방에서 일어나는 정전 중 9할의 시작 지점이었다. "구름 질주자가 고치러 오면 어떡하니? 그리고 맛있는 점심이라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냐고? 로한에게 잘 채워진 부엌을 보여줘야 할 것 아니니?"

이상한 논리에 발라는 기막힌 표정으로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점심이 먹고 싶어지면 음식 프린터에서 챠나 마살라를 만들어 먹겠죠!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기계가 뭘 안다고. 요리에는 사랑이 들어가야 해. 자기 내면을 담아내는 거라고."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엄마도 아시잖아요. 도시 전체를 위해서요!" 발라는 문 옆으로 가방을 툭 던졌다. "엄마도 봉쇄에 투표하셨잖아요." 그녀는 어머니가 또 이상한 논리를 들이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대신 세리시는 어깨를 웅크리고 들썩였다. 어머니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너를 임신했을 때 더 큰 아파트에 이사 오려고 너희 아빠랑 여기를 고른 건데." 중년의 여성이 그렁그렁한 눈물을 찍어냈다. "그동안 널 키우느라 너무 바빠서 하려고 했던 것들을 다 못했단 말이야. 아직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가니?"

"엄마, 왜 울어요." 그녀는 엄마를 끌어안았다. 곧 더 큰 품이 둘을 끌어당겨 안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애프터셰이브 향이 물씬 풍겨왔다.

"컴퓨터 안에서 사는 건 우리 집에서 사는 거랑 너무 다르긴 하죠." 아버지의 포옹에 내심 놀라며 벨라가 어머니를 다독였다.

"당연히 아직 집 같지는 않지, 세리시." 히로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그곳도 집이 될 거야."

4. 티노

"설립자의 찌찌다, 티노." 캘리가 역겨워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가상의 회견실은 현실의 회견실만큼이나 단조롭고 칙칙했고, 그 때문에 그가 선택한 아바타는 한결 더 이국적으로 보였다. "만다라 같은 소리나 할 거면 대화 안 할 거야. 머리 아프거든."

"이게 바로 미래라고! 넌 내 상사도 아닌걸." 티노는 그에게 손을 흔들고 다른 의료 기술자들과 일하러 돌아갔다.

"교대 때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전부 어떻게 받으라는 거야?" 탐미야가 스케줄 파일의 사본을 끌어와 그녀의 팔에 삽입했다. 직원 중 절반은 이미 일시적인 "가상 타투"를 활용해 중요한 파일에 언제든 접속하곤 했다.

티노는 잡담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잘거렸다. "못 들었어? 저번 교대 근무 때 웨이크사이드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 때문에 난리 났었잖아. 어떤 멍청이가 조개 알러지가 있다고 말하는 걸 잊어버렸다지 뭐야."

"새 카텝신 억제제는 굴에서 추출한 거잖아."

"바로 그게 문제였지." 미쿠가 대답했다. 그녀의 아바타가 몸을 늘어뜨렸다. "그 사람을 깊게 재우자 온몸이 복어처럼 부풀어 올랐대. 사방에 온통 구토까지 하고! 그날은 드론 임무여서 정말 다행이었지 뭐야. 분명 냄새가 끔찍했을걸." 티노가 영상 자료를 꺼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우리가 그 많은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만들 하게!" 비잔이 회견실 책상의 가상 의자에 앉았다. 상관의 차가운 눈초리만큼은 구름방주를 거쳐 변환된 뒤에도 그대로였다. "사람이 겁을 먹으면 잊기도 하는 거지. 사람이니까 그런 것 아닌가? 다들 직업의식을 가지고 임해 줬으면 좋겠군."

"작업 속도가 너무 뒤처져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작업을 더 늦춘다고요."

"힘든 점은 이해하네, 탐미야." 비잔은 스케줄을 잘라내 각자의 일정을 할당하며 덧붙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의료 기술자잖나.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안정감을 찾아. 자네가 먼저 그들의 두려움에 공감해 줘야 해."

"맞는 말씀입니다." 티노가 끼어들었다.

"말 나온 김에… 티노, 자유 시간엔 마음대로 해도 되네. 그렇지만 500만 명의 겁에 질린 환자들이 어떻게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을 때는, 제발 표정 관리 좀 하게."

5. 카이스

"그리고 마르코가 왕방울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아니요, 할아버지, 저 떨어졌다고요!'하고 얘기하더란 말이야!" 어이없는 농담을 듣자 카이스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멘도자 씨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편히 앉았고, 카이스를 변장한 하피처럼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상사의 말대로, 노인을 안심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족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상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멘도자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내고는 카이스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짝 쳤다. "그래서, 나를 얼리고 싶다고 했나?"

"그게 흔한 오해인데요." 그녀는 이 오해를 풀기 위해 몇 주 동안이나 노력했지만, "저온"은 너무 강렬하고 기억에 꽂히는 단어였다. "이건 동면에 더 가까워요. 체온과 신진대사 활동은 낮아지지만, 정신은 구름방주에서 계속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거든요."

"오? 나도 예전엔 방주 증강을 사용했다네. 안 한 지는 꽤 됐지만 말이야. 시청각 기능으로 증손주를 만나곤 했지." 그는 의자에서 다리를 흔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척추측만증 때문에 모노레일을 타면 허리가 아프거든."

"이제는 아무도 '방주 증강'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 같네요, 멘도자 씨. 그렇지만 직접 방문하는 것처럼 손주분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스크린 벽을 툭툭 차 네오무나의 모습을 화면에 띄웠다. 단지…

"구름방주라더니 구름은 없구먼?" 그가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저희는 여기를 착륙 지역이라고 불러요. 도시를 완벽하게 복제했죠. 물리학 법칙도 동일하고요. 날씨는 더 좋아요. 구름방주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동안은 여기에 계시면 돼요. 지금의 몸과 정확히 똑같은 복제 몸을 만들어 드릴 거예요. 구름방주에 적응하신 뒤에는 아바타 맞춤 설정 수업이나 새 공간 구축 수업, 그리고 더 모험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깊은 구름방주 탐험 수업도 제공된답니다."

"괜찮게 들리는군. 그렇지만 이… 내 몸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겐가?"

"뉴런 하나까지도요."

"그러면 척추측만증 없는 몸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나?"

6. 아디뉴

아디뉴의 숟가락이 램킨 그릇 모서리를 긁으며 남은 푸딩을 퍼 올려 마지막 커스터드 반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혀는 만족스러웠지만 마음은 더 먹기를 갈망하는 통에, 그는 조리대 위에 놓인 마지막 그릇을 바라보았다.

"꿈도 꾸지 마." 파올로는 책에 코를 파묻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나한테 남겨줘야 할 거 아냐."

"그런 태도로는 더 좋은 남편은 못 찾겠는걸."

이 말을 들은 파올로가 책을 내려놓고 부엌을 가로질러 그의 배우자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처음엔 스트레스 폭식을 하더니 이젠 자기 비하까지. 무슨 일 있어?"

"내 지지율이 걱정돼." 파올로의 관심을 받은 아디뉴가 조금 긴장을 풀었다. "내년이 시의회 선거인데, 그 전에 봉쇄로 모두가 큰 변화를 겪게 되잖아. 게다가 나는 업로드 관리 담당이고…"

"넌 잘 해냈는걸. 공개 시민투표로 사람들이 가족과 지역 사회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잖아. 모두가 맡은 역할을 하게 되어 기뻐한다고. 진짜 문제가 뭐야?"

아디뉴는 창밖으로 바람에 둥둥 떠다니는 포카를 바라보았다. 그는 램킨 그릇과 숟가락을 개수대에 넣었다.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에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듯했다.

"이… 이 모든 것 말이야." 그는 네온 불빛으로 뒤덮인 도시의 고원과 첨탑, 골짜기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삶을 전부 포기해야 하잖아.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부." 그의 목이 메었다. "피라미드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거면 어떡해?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그럼 우리가 잘못 선택한 거지 뭐." 파올로는 웃으며 두 손으로 아디뉴의 볼을 감쌌다. "사람들은 아직 다 살아있고.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면…"

한참이 지난 후, 마침내 아디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편의 품에 다시 안겼고, 그들은 한동안 함께 창밖의 포카를 바라보았다.

7. 매그놀리아

"가상의 모습으로 오지 않을 수는 없나요?" 아바는 도무지 디지털 투영을 쳐다볼 수 없었다. 사실 실제 사람이 오더라도 눈을 마주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투영은 너무나도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안 돼요." 매기가 인정했다. "하지만 아직 서버에 업로드되지 않은 다른 위기 대응 담당자를 여기로 불러드릴 순 있어요. 몇 분 정도 걸릴 거예요. 기다리는 동안 같이 앉아 있어도 될까요?"

아바는 힘들게 결정을 내렸다. "아마도요."

매그놀리아는 가상 투영을 소파 위 아바의 눈높이에 맞추며 자리에 앉아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이 익숙한 작품 위에 머물렀다.

"와, 이거 레이드 인베이더 빈티지 포스터 맞아요?"

에바가 살짝 움찔했다. 한참 머뭇거리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거예요. 게임이 제일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예약 판매 프로모션이었대요."

"정말 멋지네요. 새로 제작하고 있는 시리즈 봤어요? 푸르나디 핫산이라니, 뒤랑달 역에 딱이에요!"

"스릴라드롬 오락실에서 상영회를 열 건데, 우리가 전부… 가고 나면…" 그녀는 '구름방주에'라는 말을 슬그머니 뺐다.

한숨,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시간이 흘렀다.

아바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저… 너무 무서워서 그래요."

"그렇죠." 매기가 끄덕였다.

"세상 전체가 곧 끝나고, 우리는 온라인 속으로 숨게 될 거잖아요."

"당신이 세상을 구하지 않아도 괜찮은걸요." 매기가 아바의 손 위에 디지털 손을 얹었다. 전하 입자 때문에 그녀의 피부가 따끔거렸다.

"그렇지만 세상은 곧 끝난다고요. 그럼 좀 빨리 간다 한들 뭐가 어때요?"

매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되면 레이드 인베이더 시리즈를 놓칠 텐데요."

"새 시리즈를 보려고 더 살아본다니? 그건 정말…" 아바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보 같아요."

"그래서요? 원래 인생은 바보 같은 거라구요." 매기는 모호하게 말하며 손을 휘저었다. "대충 살아도 괜찮아요.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없어 길을 잃는다면, 직접 돌을 놓으면 되죠."

아바는 가상 일행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괜찮으면," 매기가 장담했다. "세상은 다음 주에 구하면 되잖아요."

8. 리크

리크는 손을 앞으로 내밀어 곤봉을 잡은 다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뒤로 밀었고, 용의자가 뒤로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꼼짝 마!" 물리적 손이 다시 생긴 기분은 정말 이상했다. 물론 구름방주에서 빌려 조종하고 있는 보안 프레임이라 할지라도. 그는 다시 손을 사용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공격자들이 쓰러지자, 수사관들이 훔친 물품의 목록을 작성하러 프레임 팀과 함께 들어왔다. 사령관 징예가 물리적 몸을 가진 채로 걸어들어오자, 리크는 잽싸게 차려 자세를 취했다.

"직접 오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령관님."

"회수할 만한 것이 있는지 보러 왔네, 컨스터블." 그는 그녀가 나노 슬러리, 영양죽, 배터리, 조립 도구로 가득 찬 선반을 살펴보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 저항자들 여남은 명이 몇 년이나 방주를 벗어나 살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그러나 체는 엎드린 용의자 앞에 섰다. "힘든 날이겠군."

"우리는 지하로 가지 않겠다!" 공공 상점에서 훔친 수많은 물건 앞에 굳게 앉아있는 그의 눈이 경멸의 빛으로 타올랐다.

징예는 그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을 쳐냈다. 희망과 증오 간의 간결한 대화였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에는 두려움 또한 배어 있었다.

사령관은 한숨을 쉬고 리크의 프레임으로 몸을 돌렸다. "겁을 먹은 듯합니다, 사령관님." 그가 말을 꺼냈다.

"우리 모두 겁이 나지, 컨스터블. 그렇지만 협조를 거부하는 저항 집단들…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아는 방식으로 죽기를 원하는 게지." 그녀의 인내심 가득한 표정이 찌푸려졌다. "나머지 사람들이 다 죽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일세."

"제 동생이 정신건강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이 너무 과중하다고 하더군요. 포카도 없으니 말이죠. 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좋겠습니까?"

"아디뉴 의원이 업로드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깊은 동면 장치를 승인했다네."

"돕지 않을 거면 그냥 쭉 잠들어라?" 리크는 불신을 내보이며 피식 비웃었다. 대화를 들은 범인의 객기가 한층 수그러들었다. "그런 조건을 누가 받아들이겠습니까?"

"받아들이게 만들어야겠지."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몸을 움직였다. "지금 우리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없다네."

9. 귀니스

"도시 절반이 자고 있어서 좋은 점은 말이야," 귀니스가 입을 열었다. "바에서 줄을 안 서도 된단 거지!"

나머지 멤버들도 동의의 의미로 잔을 깨끗이 비우고는 테이블에 쾅쾅 내려놓았다. 마후아주가 불타는 장미처럼 목으로 넘어갔다. 마지막 자동 제거 장치를 하역, 재정비하여 다시 해왕성의 거친 구름 속으로 파견하는 11시간의 교대 업무가 끝났다. 드론 우주선이 폭풍우에서 채취한 마이크로 다이아몬드와 얼음을 가득 담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부두 노동자 노조는 구름방주 안에서 어떻게 육체를 움직여 하역을 할 수 있는지 배우고 있을 터였다.

"야아, 정말 대박이겠다!" 라샤드가 상처를 감는데 사용한 나노 밀봉제의 딱지를 뜯었다. "이제 피날 일도 끝이야! 벌써 열흘 휴가를 내놨지. 기절할 때까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하려고!"

"평소랑 똑같잖아." 페니가 놀렸다. 귀니스는 교대 업무가 끝난 후에도 금세 깔끔해진 그녀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나는 애들 게임에 시간 낭비하긴 싫어. 시 의회에서 사람들이 시험해볼 수 있도록 새 표준 아바타를 엄청나게 주문했거든. 내 친구가 시뮬레이션 디자이너인데, 엄청 멋진 블랙 위도우 아바타를 만들고 있더라."

"거미가 되고 싶다고?!" 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왜? 팔도 두 배나 많지. 다음번에 네가 날 엿먹이면, 내가 잡아먹을 수도 있지!"

"너는 어때, 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자야와 나는 이제 막 결혼했잖아. 자야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가족을 만들자고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렇지만 동면 장치에서? 뭘 할 수는 있겠어?"

"내 경험을 말해주자면, 동면 장치에서도 전혀 문제없어." 페니가 세 번째 샷을 들이킨 뒤 기침을 했다.

"왜 다들 술을 마시고 있어? 같이 저녁 먹을 줄 알았는데." 무니바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오며 경악했다.

"그냥 작게 축하하는 거야." 라샤드가 반박했다. "물질세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기려야지."

"구름방주에서는 이제 숙취도 없을 거고." 귀니스가 덧붙였다.

"팸플릿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무니바가 고개를 저었다. "네 머리에는 여전히 고기만 차 있구나. 동면 장치는 그저 몸의 생물학적 과정을 늦출 뿐이야."

"그래서?"

"그래서, 구름방주에 들어가도 숙취는 있어. 심지어 5배나 더 길게 지속된다고."

10. 하지이마

"젠장." 하지이마는 뜨거운 팬 위를 흐르는 노란색 프랙털을 바라보았다. "계란이 또 터졌어."

로가 사설 서버로 들어오며 데이터 창을 열었다. "네가 너무 흔들어서 그래."

"나는 딱 웨이크사이드에서 하던 정도로 계란을 흔들었을 뿐이야." 그녀는 팬의 메타데이터를 열고 엉망이 된 부분을 삭제했다. "내가 열기 전에 액체 알고리즘을 고쳐 두겠다더니."

"액체 알고리즘은 멀쩡해." 로가 투덜거렸다. "우리는 수 세기 동안 액체를 시뮬레이션했어. 너는 10억 개 입자의 위치와 관계를 시간과 온도 함수로 추적하길 바라잖아. 그것도 모든 접시 위 모든 재료를 말이야."

"그게 요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지이마는 한숨을 쉬며 조리대에 몸을 기댔다. 가상 레스토랑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아버지를 따라 요리사가 된 그녀에게 요리는 자신이 아는 지식의 전부이자 가장 사랑하는 일이었다.

로는 디렉터리를 불러와 조리대에 12개의 계란 요리를 렌더링했다. "그냥 제작되어 있는 요리를 써. 말 그대로 완벽하잖아."

"그래서 다들 시뮬레이션 음식을 싫어하는 거야. 모든 오믈렛이 완전히 똑같은 모양이지! 망칠 일도 없고, 잘못 만든 줄 알았는데 더 맛있어지는 일도 없고. 사람들은 완벽을 원하지 않아. 단지 완벽을 추구하길 원하는 거지."

"너와 함께 일한 경험을 맛보여 줄 수는 없다는 점이 유감이네." 로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하지이마가 반짝 눈을 떴다.

로는 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미안, 좀 이상한 말이었지."

"아냐, 정말 좋은 생각이다." 그녀가 새 팬과 계란을 불러냈다. "혹시 치료에 사용하는 정서 심리 코더 앱 가지고 있어?"

"응."

"앱 작동시켜 봐." 그녀는 그릇에 계란을 깨면서 스토브에 팬을 놓고 버터를 올렸다. 그녀는 익숙한 단계를 하나하나 거치며 친숙한 만족감과 목표 의식을 가득 담아 가장 기본적인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계란이 또 터졌다. 계란의 프랙털이 흘러나왔다.

하지이마는 녹화를 멈춘 뒤 조리대에 미리 생성된 프리타타 하나를 집어 막 만들어낸 그녀의 감정적 여정을 올렸다. "한 번 먹어봐."

로는 포크 없이 손으로 조각을 들어 올려 잠시 머뭇거리다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녹화되어 담긴 감정의 흥분 속을 헤엄쳤다. 따뜻한 가족의 추억에 도취한 맛과, 실패의 쓰디쓴 체념의 맛. "이건… 정말 새롭네."

11. 포0톤

데이터의 필라멘트가 고운 실로 짜인 현실을 만들어내며 무한대로 뻗어 있었다. 포0톤은 느릿느릿 떠다니며 객관적 존재를 정의하는 데이터와 주관적 관점을 정의하는 데이터를 뒤섞었다. 현실은 구름방주 깊이 파고들어 자아와 코드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파일 요청은 마치 몸에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봉쇄로 인해 그녀는 물질 현실의 지저분한 필요 없이도 원할 때 언제든 이곳에 머물 수 있었다. 더 이상 화장실에 갈 필요도, 저녁 식사 초대를 거절할 변명거리도 필요 없었다.

포0톤은 기지개를 켜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다시 이 얕은 세계로 지각을 되돌렸다. 데이터의 그림자가 거리와 건물 느낌을 자아내면서 익숙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일반적 규범이 나쁜 믿음처럼 따라붙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녀는 명령 프롬프트를 열고, 오늘 마음에 드는 아바타와 성별을 선택한 뒤 다시 길을 돌아 얕은 구름 방주의 거리와 광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구름방주가 유독 얕게 느껴지는걸.' 포0톤은 생각했다.

아크 헤드가 성실하게 만들어낸 전위적인 디자인을 배경으로 물질세계에서 가져온 상점 입구, 가구, 식물이 불쑥불쑥 재현되어 있었다. 시의회는 중심 거리 구역을 재구분하여 변환하기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전 세계를 그대로 가져오면,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오 이런, 안돼. 이게 뭐야." 근처에 있던 키 작은 아바타가 절제력을 잃고 어쩔 줄 모르며 동동거렸다. 거의 사람의 모습이긴 했지만, 왼쪽 눈썹과 광대뼈가 끔찍하게 비뚤어져 있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도움이 필요하세요?" 포0톤은 혼란에 빠진 방문자에게 접근했다. 그의 왜곡된 얼굴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고칠 수가 없어요!"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저희가 고쳐드릴게요." 남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그의 시뮬레이션 호흡(당연했다, 누가 진짜 숨을 쉬겠어?)은 살짝 느려졌다. 포0톤은 남자의 아바타 설정을 열어 꼼꼼히 훑어보았다. "뭘 잘못 눌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급 아바타 설정이 잠금 해제되어 있군요."

"고쳐주실 수 있나요?"

"전혀 걱정일랑 마세요, 친구." 그는 초보 아바타의 마지막 자동 저장을 다시 불러왔다. 아바타가 표준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 메뉴는 중요할 때만 사용해야 해요. 하지만 또 이렇게 되면 여기를 눌러요."

"어… 고마워요, 친구?"

"좋아요, 좋아." 포0톤이 말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다 초심자였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