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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2:38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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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제1장: 이야기꾼3. 제2장: 우주선 조종사4. 제3장: 암살자5. 제4장: 병사6. 제5장: 새로운 신들7. 제6장: 전투의 노래8. 제7장: 대관식9. 제8장: 여제10. 제9장: 휴전

1. 개요

2. 제1장: 이야기꾼

밤이 되면, 황금색 비단과 보라색 벨벳 아래 도금된 의자에 앉아, 아즈티아는 카이아틀 공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즈티아는 황제의 신화 수호자였다.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자 정복한 모든 세계의 전설과 역사를 머릿속에 품고 있는 사이온이었다. 카이아틀의 아버지는 종종 이런 얘기를 했다. "아즈티아는 그 자체로 과학 신전이다." 그는 기분이 좋을 때나 예측 불가능한 우울감에 빠졌을 때는 종종 자기 방으로 물러나, 아즈티아가 카이아틀의 마음에 공상을 채워 주게 했다.

카이아틀은 장난감 전함 모형을 손에 들고, 아즈티아 앞쪽 바닥에 앉았다. "아즈티아," 그녀는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머나먼 곳의 사람들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다고 하는지 얘기해 줘요."

아즈티아는 잠시 생각에 잠겨 머릿속 도서관을 뒤적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를 소용돌이치는 혼돈을 상상해 보세요." 아즈티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이아틀은 눈을 감고 혼돈을 보았다.

"그 혼돈 사이에 최초의 숙주, 이르킨 라가 있었어요. 혼돈은 질서가 되어야 한다는 최초의 생각과 함께, 이르킨 라는 점멸하듯 존재하게 되었죠."

카이아틀은 정신의 눈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생물을 보았다.

"그래서 최초의 법률이 될 최초의 생각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르킨 라는 공허의 혼돈을 삼키고 질서의 우주를 낳았어요."

카이아틀은 눈을 떴다. 두 눈이 호기심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티이아른은 우주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아즈티아가 말했다.

카이아틀은 손 안의 장난감을 바라본 후 다시 아즈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거대한 여인은 어디에 살죠?"

"티이아른은 그녀가 이 우주의 뼈대라고 해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우주를 내다보는 게, 바로 이르킨 라의 입속을 바라보는 거라고요."

카이아틀은 잠시 손 안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이르킨 라에게 전투로 도전해서 쓰러뜨릴 거예요. 그러면 제 백성들이 이 우주의 모든 것을 소유할 거예요."

아즈티아는 기분 좋은 듯 쿡쿡 웃었다. "네, 그러실 거예요."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제국이 이미 티이아른을 꺾었어요. 그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이르킨 라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그러면 제가 믿을래요."

아즈티아의 입술이 뒤로 당겨지며 호기심 가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를 믿어 줘야만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예."

아즈티아는 다시 한번 웃으며 카이아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 용맹한 카이아틀. 강대한 전사는 적을 존재하게까지 하는군요."

카이아틀이 당당한 자부심으로 가슴을 한껏 부풀렸다.

3. 제2장: 우주선 조종사

아버지의 사이온 정신조각가가 만든 전쟁 훈련실 안에서, 카이아틀은 전투기를 조종하여 기이한 세계를 통과했다. 그 세계는 스스로 뒤틀리고 뒤집히며 기이하게 썩어가는 지형을 주위에 생성했다. 그녀는 종양이 싹트는 산맥을 통과하고 우둘투둘한 세포로 뒤덮인 들판으로 나섰다.

비행으로 들뜬 기분에 눈이 예민해졌다. 제어부는 익숙했기 때문에 손은 떨리지 않고 안정되었다. 아버지의 지루한 수업에 비해 훨씬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깨어 있었다. 살아 있었다.

지상 고래가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소리처럼, 우문아라스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우르릉거렸다.

"토로바틀 전체가 아아르크의 악취 나는 무덤 늪과 같다고 생각해 봐라." 그녀는 말했다. "수백 년 동안 배설물 속에 가라앉아서, 다른 누군가가 정복한 증거가 된다고."

카이아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우주선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바라봤다. 부패한 불길이 갑자기 하늘을 불태워 구멍을 뚫었다. 앞쪽에는…

"우리 영토의 경계에는 이 세계를 찢어 열고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괴물들이 있다." 우문은 으르렁거렸다. "놈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카이아틀은 짜릿한 충격을 느꼈다. 무시할 수 없는 흔들림과 함께 우주선이 기울어지며 뒤로 끌렸다. 후미에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녀는 기수를 올리려 했다. 하늘에 뚫린 구멍으로 마녀가 나타났다. 망토를 쓴 거대한 괴수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에메랄드의 불길이 마녀의 발톱에서 분출되어 카이아틀의 우주선을 향해 소용돌이치며 날아왔지만, 그녀는 불꽃에 정신이 팔려 피하지 못했다.

불길이 우주선을 삼키기 몇 초 전, 카이아틀은 들었다. "뭘 두려워하는가, 공주?"

이런 전쟁 훈련실에서 시뮬레이션된 죽음은 진짜 죽음과 다르지 않았다. 공포와 고통, 어둠까지. 실패에는 현실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패배 후 훈련실 안의 병사는 공허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텅 빈 공간에서 몇 분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둠이 마침내 증발했을 때, 카이아틀은 텅 빈 방 안에 서 있었다. 혼자서.

우문이 나타나 방을 가로질렀다. "넌 죽었다." 그녀가 말했다.

카이아틀은 등을 꼿꼿이 펴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팔이 가늘게 떨렸다. 수치스러운 후유증이었다. "그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지." 우문이 말했다. "나도 봤다, 관광이나 하러 온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을." 그녀는 넌더리가 난다는 듯 왼손을 내저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애처럼 다독여졌기 때문이겠지."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어." 카이아틀이 말했다.

"틀렸다." 우문아라스가 말했다. "살고자 하면 훨씬 더 많이 죽을 것이다." 그녀는 카이아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시 해 봐라."

4. 제3장: 암살자

카이아틀은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등 뒤에서 암살자의 시선을 느꼈다.

"아버지가 안부를 전하셨다." 그들은 꾸룩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돌아섰다. 침입자는 기갑단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이하게 매끈한 장갑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곳 기후에 익숙하지 않은 행성 외부의 종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언제나 하얀색과 보라색, 금색을 좋아했으니까.

"필요 없다고 전해." 카이아틀이 말했다. 그녀의 가슴을 겨눈 암살자의 총이 보라색으로 빛나며 주위의 공기를 왜곡시켰다.

"네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고 하셨다."

카이아틀은 달려들어 어깨로 암살자를 들이받았다. 그들이 무기를 발사하자 공허 에너지가 카이아틀의 이두박근을 그슬렸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암살자를 바닥에 내리꽂은 후 한 손으로 적의 목을 움켜쥐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주먹을 뒤로 쳐들었다. 암살자의 헬멧에 비친 그녀의 반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흉포하게, 눈도 깜빡이지 않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말해." 그녀는 주먹을 들고 으르렁거렸다. "그 메시지라는 거 말이야."

암살자는 몸부림쳤다. "넌 장군의 옷을 입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는 침을 뱉었다. "너희 아버지의 야망도, 도미누스라 부르는 자의 추진력과 힘도 없다." 뭔가 날카로운 것이 카이아틀의 압력복을 뚫고 그녀의 갈비뼈까지 미끄러져 들어왔다. "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카이아틀은 갑작스럽게 몸을 굴려 칼을 떨어뜨렸다. 암살자도 뒤따라 일어나 공허 무기를 그녀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카이아틀은 총열을 붙잡았다. 에너지 투사체가 그녀의 손바닥을 꿰뚫고, 그녀는 상대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 피투성이 손으로 암살자의 헬멧을 붙잡은 후 머리를 바닥에 내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보안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그녀는 헬멧을 지면에 쿵 떨어뜨렸다. 뒤틀린 반영이 그녀를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듣고 있나?" 카이아틀이 우렁찬 목소리로 물었다. "내 아버지 말이다. 내가 찾아갈 거라고 전해라.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내게서 달아날 수는 없을 거라고 전해."

암살자는 헐떡이며 쌔근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새된 목소리로 가까스로 말했다. "날 죽인다 해도… 네 최후는 계속 찾아올 것이다. 내 신들이 예견하셨듯이…"

카이아틀은 잠깐 동안 주저했지만, 이내 성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암살자의 보안경에 꽂아 넣었다. 그녀의 반영과 함께 암살자의 두개골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녀는 잔해들 사이에 털썩 주저앉아, 기이하게 끈적거리는 피에 뒤덮인 채 헐떡거렸다.

"너희 신들은 죽었다." 듣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5. 제4장: 병사

카이아틀은 궁정의 뭉그적거리는 움직임을 증오했다. 눈길을 끌고 자원을 얻어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조신과 장군들의 교활한 목소리를 혐오했다. 그들의 지루한 요청을 처리해 주는 건 진흙탕에서 잃어버린 등긁개를 꺼내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를 찾아온 장군 하나가 명확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우문아라스의 방에서 풍기는 악취가 궁정의 동쪽 구역 전체에 퍼지고 있습니다. 내 연인들은 통로를 지나가기만 해도 그 독성 연기에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하더군요."

낯선 이야기에 깜짝 놀란 카이아틀은 환기의 장군 방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조사해 보겠다고 약속하며 그를 돌려 보냈다.

그날 저녁, 그녀는 늘 군인다운 모습으로 칼 같이 정돈되어 있던 우문의 첫 번째 방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두 개의 전쟁 탁자는 각종 서류와 카이아틀은 알아보지도 못할 고서로 뒤덮여 있었다. 방에서는 죽음과 독의 악취가 풍겼다. 기이한 기호들이 재로 바닥에 잔뜩 그려져 있었다.

방의 반대쪽 구석에는, 감옥 우주선에서 포로를 구속하는 것과 같은 장치에 살아 있는 군체 노예가 침을 질질 흘리고 달그락거리는 모습으로 묶여 있었다.

"우문," 카이아틀은 깜짝 놀라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문은 전쟁 탁자 중 하나에서 얼룩덜룩한 피부로 감싸여 있는 것 같은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공주," 그녀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됐군. 어차피 당신을 부를 생각이었는데 일에 몰두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이리 와서 기갑단 군대의 미래를 봐라."

카이아틀이 노예가 아니라 우문을 바라보려고 애를 쓰며 다가갔다.

"저들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문은 말했다. 비뚤어진 경탄이 그녀의 목소리에 스며들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아."

"고통과 공포를 모르는 병사는 쓸모없다." 카이아틀이 환기의 장군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음을 알고 그에 저항할 의지가 있어야 용기가 생겨난다.' 당신이 그렇게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그 너머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노예가 그들의 목소리에 맞춰 그 흉측한 얼굴을 갸웃거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우주는 작아져 간다, 카이아틀.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새로운 방식을 배우지 못하면, 우리도 나머지와 함께 베어질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해졌다. "새로운 신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 또한 소멸할 거다."

노예는 갑작스럽고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카이아틀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의회에서 물러날 것을 명한다." 오랜 침묵이 이어진 후, 그녀는 말했다.

6. 제5장: 새로운 신들

카이아틀의 조언자 중 한 명인 타우룬이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광장입니다." 그녀는 말했다. 그 낮은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저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카이아틀은 즉시 달려갔다.

토로바틀의 무기제작자 구역 중앙 광장에서, 밝게 빛나는 초록색 불길이 대기를 핥았다. 우문아라스가 허리 싸개를 제외하고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경비병 두 명에게 구속되어 불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의 거죽에는 기이하고 조악한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카이아틀이 나타난 것을 본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국의 공주님이 납셨군." 그녀가 말했다. "우리의 새로운 신 앞에 무릎을 꿇어라." [나는 사바툰이다, 라고 속삭였다.]

카이아틀은 앞으로 나섰다. "풀어줘라." 그녀는 경비병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마지못해 명령에 따랐다. "무슨 신 말인가, 우문? 이번에는 또 어떤 이단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지?"

우문은 싱긋 웃었다. "전쟁의 신이다." 그녀가 말하자, 그들 발밑의 땅이 흔들렸다.

[하지만 전쟁의 신은 군대를 다른 곳에 배치했다. 지금 전쟁의 아이 우문아라스의 귀를 빼앗은 건 미소를 띤 그녀의 자매였다.]

카이아틀은 깜빡거리는 초록색 불빛에 감싸인 우문 앞에 섰다. "네 집착은 약점이다."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번영에 대한 위협이다."

"이제 멈출 수는 없다." 우문은 기쁨에 겨워 숨 막히는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시부 아라스여, 내 말을 들어라.]

카이아틀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제는 달리 방도가—"

우문은 쿡쿡 웃으며 손을 들었다. 두 손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 뒤쪽의 불길이 점점 더 밝게 타오르며, 달각거리는 뼈들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남은 건 전쟁뿐이다." 그녀가 말했다.

달각거리는 소음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카이아틀은 결론을 내렸다. 우문이 가르쳐 준 번개처럼 빠른 반사신경으로, 그녀는 허리에 찬 의식용 검을 꺼내 우문의 중앙을 갈랐다.

우문은 웃었다.

[너는 전쟁이다. 그리고 나는 전쟁과 피로 널 만든다.]

그녀는 웃고 또 웃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체액이 흘러내렸다. 카이아틀은 혐오감에 그녀를 발로 밀어내 칼을 뽑았다. 사체는 초록색 불길 속으로 쓰러졌다.

[내가 좋아하는 자매에게 주는 선물이다.]

불이 사체를 삼키고, 거대한 차원문이 하늘에 열렸다.

7. 제6장: 전투의 노래

토로바틀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유령선과 스레셔가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 기이한 막대기 같은 탑들이 지면에서 솟아올라, 카이아틀이 잘 알고 있던 거리와 골목을 뒤덮고 이 행성의 지형을 외계의 것으로 바꿔 놓았다.

하늘의 갈라진 틈에서 나타난 생물들 중 대다수가 다른 적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 하지만 적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적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추락한 1인승 전투기의 잔해에 갇힌 카이아틀은 우주복에서 새어 나오는 젤을 보며 숨을 헐떡였다. 우문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했다. 어쩌다가 그녀가 저 문을 열게 된 것일까?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우문에게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 봐도, 그 끝은 바로 카이아틀이었다. 무의식 중에 한 일이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모든 것의 책임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우문과 벌레 같은 군체에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고향이 파괴된 것은 그녀 책임이었다.

천둥처럼 거대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먹먹하게 울렸다.

내 고향은 전쟁이다.

내 목소리는 전투의 노래다.

네가 전쟁을 숭배한 기간은, 나를 숭배한 기간이기도 하다.

이제 내 공물을 가져가겠다.

오래전 했어야 하는 일이다.

8. 제7장: 대관식

퇴각하는 전함 엘리고스 렉스 V에서, 카이아틀은 의회 회의실의 긴 탁자에 조언자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추악한 당혹감이 모두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들의 전쟁 위성은 너무 강합니다." 타우룬 의원이 말했다. 전술 화면을 가득 채운 군체의 우주선과 전쟁 위성이 깜빡거렸다.

"저들은 사상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카오르그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군체는 모든 피해를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얼거리며 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가울이 최고의 장군들 중 일부를 데려갔습니다." 타아렉이 한탄했다. "다들 그 저주받을 태양계로 갔습니다. 그자의 멍청한 성전 때문에…"

"그들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카오르그가 말했다. "가울도 그렇고요."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 약점이 가울과 함께 시작된 건 아닙니다. 그 오만한 배신자, 칼루스가 시작이었습니다."

카오르그와 타아렉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카이아틀도 익히 잘 아는 표정들이었다. 유혈 사태가 뒤따를 거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고조된 긴장감을 느끼며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만."

모두가 제국의 공주를 바라봤다.

"내 아버지는 자신의 자비심이라는 신화에 심취하여 제정신이 아니었다." 카이아틀은 말했다. "그는 제국의 합당한 모습이라는 허망한 이야기에 백성들과 함께 빠져들어 어중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코 성공하지 못 할 짓을. 그는 성공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내 아버지가 아니다."

"도미누스 가울은 자신의 구원에 집착했다. 그는 자신에게 누적된 부채를 상상하고 그 실현을 추구했다. 그는 군단을 도구로 활용하여 자기 자신과 그만의 유산을 확보하려 했다. 그는 제국을 자기가 빚진 것으로만 생각했을 뿐. 나는 도미누스 가울이 아니다."

"우문아라스는 나를 속였다. 우리 모두를 속였다. 우리 백성은 전투에서 달아나는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검을 향해 끝없이 반복해서 몸을 던지는 군체도 아니다. 전술적인 퇴각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

그녀는 의원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둘러보며, 그들의 드러난 약점에 수치심을 느꼈다. 하지만 책임감 또한 느껴졌다. "살아남은 우주선을 모두 이끌고 태양계로 가서, 군단이 남긴 것을 모두 회수할 것이다. 이것이 기갑단의 여제로서, 내가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다."

다음 날, 고향 행성에서 달아나는 엘리고스 렉스 V의 선상에서 대관식이 자행되었다. 그리고 이 우주선은 기갑단의 지도자 카이아틀 여제의 황실 기함이 되었다.

9. 제8장: 여제

//기갑단의 여제 카이아틀이 함대의 모든 병사에게 전하는 메시지//

너희 새로운 지도자이자 기갑단 제국의 왕위에 오른 여제로서 고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고향을 떠나고 있다. 너희 중에는 우리가 상실한 것에 대해 한탄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우리는 약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다. 힘을 향해 행군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 그 자체와 전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쟁의 얼굴이 추악하고 유독함을 깨달았다.

우리는 적과 다르다. 우리의 전쟁에는 이유가 있다. 사명이 있다.

무의미한 화려함을 위해서도, 거짓 신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 선조들과 달리, 우리는 과거에 경의를 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싸운다. 모든 영광이 허영이 아니라 우리 동족을 위한 것인 미래를 위해, 우린 제국을 위해 싸운다.

지금 우리는 태양계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가울의 자만심이 그곳에 남겨 놓은 병사들을 되찾으러 가는 길이다. 우리는 군대를 다시 구축하고 돌아와 고향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와는 다르다. 너희가 믿어 준다면, 나는 새로운 시대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예전의 아버지처럼 헛된 약속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기갑단 제국의 모든 사이온은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민권을 얻을 것이다. 제국에 남아 있어도 좋고, 원한다면 어디든 떠나도 좋다. 여길 떠나기로 결정할 경우 상당량의 보급품이 수여될 것이다.

제국에 남기로 선택한다면, 한 가지 경고해야 하겠다. 앞으로의 전투는 길고 고될 것이다. 우리 중 대다수는 모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피를 흘리고, 죽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라면 우리는 전사가 자기 자신이나 지도자들의 폭압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서로를 위해 싸우는 군대를 이룰 수 있다.

거짓 신들에게 자비란 없다. 기갑단 제국은 이 도전에서 승리하리라. 단결하리라. 우리는 과거에서 힘을 끌어내 우리의 미래에 힘을 주리라.

하나의 기갑단이 되리라.

//메시지 종료//

10. 제9장: 휴전

카이아틀은 개인 숙소에 홀로 앉아 있었다. 타우룬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백일몽에서 깨어나 위를 바라봤다.

"여제님," 타우룬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격식을 차리는 편이었다. "다른 의원들이 태양계 진출에 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이아틀은 짜증스럽다는 눈빛을 던졌다.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타우룬은 기다렸다. 카이아틀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그녀는 한 번 더 재촉했다.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카이아틀은 한숨을 쉬고는 몸을 움직였다. "아직이다.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앉아라."

타우룬은 머뭇거렸다. 격식에 치중하는 본성과 여제의 직접적인 명령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했다. 이윽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수호자들이 가울을 죽였다." 카이아틀이 말했다.

"네." 타우룬이 답했다.

"그들은 그보다 더 큰 적들도 죽인 적이 있다고 한다."

"군체의 다른 신입니다. 거대한 벌레 중 하나였지요."

"시부 아라스의 형제자매도." 카이아틀이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출정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그 유익에 비해 지나치게 클지도 모릅니다." 타우룬이 조용히 말했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카이아틀이 말했다.

타우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이아틀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군단을 되찾기 위해 정말로 전쟁을 선포해야 할까?"

타우룬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카이아틀은 타우룬의 질문 속에 감춰진 칼날을 보았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그 전에 길고 참혹한 전쟁을 거쳐야만 하겠지만. 우린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 신의 손에 더 크게 파괴될 위험성도 있다."

타우룬이 생각에 잠겼다. "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녀는 카이아틀의 표정을 살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리는… 수호자들과…" 카이아틀은 조용히 말했다. "협상을 할 것이다."

타우룬은 습관적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의원들 중에는 반감을 갖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알고 있다." 카이아틀은 말했다 입을 굳게 다문 그녀의 시선이 타우룬 너머를 바라봤다. "나도 그러하니까."

"형식적으로라도 그들을 달래 줘야 합니다. 정복자로서의 유산에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그들이 정말로 그걸 동등한 자들 사이의 협상으로 본다면…" 타우룬은 말끝을 흐렸다.

"그걸 약점이라 부르겠지." 카이아틀이 대신 말을 끝맺었다.

타우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로바틀에서 달아난 후라면 더욱 그렇지요."

두 사람은 다시 침묵을 공유했다. 점차 고조되는 스트레스의 아픔이 카이아틀의 관자놀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수호자들이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