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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44:06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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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I—머나먼 곳에서3. II—카운트백4. III—트리식스5. IV—물결 너머로6. V—간략 부호7. VI—내부의 전쟁

1. 개요

대항의 시즌 퀘스트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다.

2. I—머나먼 곳에서

데브림 케이는 트로스트랜드 교회의 깨진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하늘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위 어딘가에 여행자와 목격자가 있을 터였다. 선봉대와 최후의 도시에서 소집한 전투기 조종사들도 함께 있을 것이다. 통신에는 잡음만이 가득했다. 데브림이 확실히 아는 것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대낮에는 궤도에서 일어나는 전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잘못 발사된 무기가 만들어낸 빛줄기, 폭발의 반짝임뿐 이었다. 지구에서 보는 그 충돌은 고요하고 아름다웠으며, 친구들의 죽음은 오래전 죽은 별이 발하는 빛처럼 약하게 반짝였다.

데브림은 그런 생각을 전부 떨쳐버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희미한 불의 광환이 생겼다가, 외기권에서 반짝거리는 잔해가 떨어지며 어른어른 빛났다. 데브림은 자신이 보는 것이 피라미드의 잔해인지, 여행자의 잔해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와이어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오래된 교회의 돌담에 딱 박혔다. 그는 여덟 발을 정확하게 쏘아 위협적인 전장을 정리했다.

데브림은 창틀에 몸을 고정하고 조끼에서 쌍안경을 꺼내어, 햇빛에 반짝이며 지구로 떨어지고 있는 머나먼 티끌 하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잔해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는 숨도 쉬지 못했다. 선봉대의 상징이 새겨진,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게 잘린 동체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데브림은 손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메이데이." 그가 EDZ 통신 채널에 대고 말했다. 어째서인지 목소리는 차분하고 또렷하게 나왔다. "우리 새들이 추락한다."

창문 아래에는 그가 들고 있던 쌍안경이 트로스트랜드의 자갈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있었다.

3. II—카운트백

까마귀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쏘긴 할 거야?"

저격수가 발사한 총알의 날카로운 소리가 숲속을 빠르게 갈랐다. 까마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목표물로 가리켰던 작은 나무를 보았다. 나무는 데브림의 총알에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나이스 샷!" 글린트가 밝게 재잘댔다.

데브림이 고스트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까마귀는 눈을 굴렸다.

"괜찮네, 뭐." 까마귀가 데브림의 즐거운 표정을 무시하며 말했다. "1점 땄군."

두 사람은 시합을 위해 이 바위투성이 고원을 고르는 데 합의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거리에 배치한 임시 표적 마네킹으로 시합을 시작했지만, 금세 지루해지자 글린트의 도움을 받아 표적을 공중으로 전송 이동시켰다. 그리고 결국은 서로의 목표물을 골라주는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데브림은 목표를 겨낭하는 데 지나치게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한 발도 실수하지 않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효율적인 사격이었다.

데브림이 걸터앉아 있던 바위에서 내려왔다.

"자네가 최고 명사수인지는 모르겠군." 데브림이 말했다. "정찰은 제법 괜찮게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까마귀가 씨익 웃었다.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목표를 골라 봐, 영감."

까마귀는 소총을 어깨로 받치며 몸을 웅크리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근처 자갈을 밟는 발소리가 들리자, 그 순간 오래된 기억이 흘끗 지나가는 이상한 느낌이 그를 스쳤다. 다른 비탈, 다른 목표물이었지만, 현재의 시간 위로 과거가 베일처럼 겹쳤다.

까마귀는 옆을 흘끗 보았다. 데브림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까마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마귀가 무언가 말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데브림은 한 마디도 묻지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시합이나 계속했을 것이다.

"이전 생에… 우리 둘과도 대등하게 겨룰 만큼 실력이 괜찮은 친구가 있었지. 우리도 항상 이런 시합을 하곤 했어." 까마귀는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쏜 건 빗나간 것 같아."

"울드렌 대공에게 친구가 많았을 것 같지는 않네만." 데브림이 말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형편없는 동료는 아니니 대충 그렇다고 치세."

까마귀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 "칭찬이긴 하니까, 받아들이지."

데브림은 몸을 돌려 바위가 많은 비탈을 바라보았다. "저기 있는 고철 덩어리에 땅거미 가문 기호가 있다네. 오래된 송전탑 약간 앞쪽에."

까마귀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먼저 3발 맞추는 사람이 2점 따기 어때?"

"자기한테 유리한 방식으로 하자 이거지, 까마귀 경?" 데브림은 이미 조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그러는 거지, 케이 경."

4. III—트리식스

데브림은 소형선이 지구 대기를 돌파하는 소리를 들었다. 교회 첨탑 높은 곳에 있던 그에게, 몰락자 엔진의 끽끽거리는 굉음이 또렷이 들려왔다.

나이 든 정찰병은 보온병을 내려놓고 이번 주 시련의 장 하이라이트가 재생되고 있던 데이터 패드를 껐다. 그는 황금기 소총의 조준경을 통해 소형선을 발견하고 이내 통신을 켰다.

"전원, 데브림이다. 방금 트로스트랜드 북쪽으로 2킬로 거리에서 대기권에 진입하는 소형선을 발견했다. 구원의 가문 색이더군. 들리나?"

"그래, 나도 보인다."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까마귀의 힘없는 대답에 데브림은 동질감을 느꼈다. "아직 체크포인트에 남아있는 것들을 주우러 가는 모양인데."

며칠 전, 수호자는 구조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림자 군단의 봉쇄를 해체했다. 지역 근방에 방어구, 무기 등 온갖 고철이 널려 있었기에 온갖 몰락자 청소부들이 이곳만 노리고 있었다.

"중간 규모의 청소부 무리로 보인다." 까마귀가 계속 보고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데브림은 주저하는 듯한 까마귀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쓰레기만 뒤지러 온 거라면, 그냥 내버려 두지." 데브림이 응답했다. "어쨌든 계속 지켜보자고.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

"알았다." 까마귀가 안도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찰 중이다. 계속 알려주겠다."

삼십 분쯤 후, 데브림의 통신이 다시 끼긱거리며 살아났다. 그는 그동안의 습관처럼 불안하게 반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졸다가 번쩍 눈을 떴다.

"뭔가 이상하다, 데브림." 까마귀는 흥미로워하는 듯했다. "청소부 중 하나가 다른 녀석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빠져나갔어. 드렉이야. 당신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알았다." 데브림이 대답했다. "내 위치에서 기다리겠다. 대기 중."

데브림은 조준경을 맞춰 자리를 잡고, 북쪽으로 늘어선 나무 쪽을 겨냥했다. 몇 분 후, 부스럭거리는 덤불이 눈에 들어왔다.

"무리에서 방금 그가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관리자 반달이 꽥꽥 소리 지르고 있어. 방금 새 엘릭스니 말을 배운 것 같군." 헌터가 낄낄 웃었다.

데브림은 나무 사이에서 나오는 드렉을 지켜보았다. 그는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청소부의 머리를 겨냥했다. 그러나 무언가 걸리는 게 있었다.

"까마귀, 이 친구… 비무장 상태야." 데브림이 속삭였다. "손을 들고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데브림은 항상 인기가 많다니까." 까마귀가 농담을 던졌다. "억양 때문에 그런가."

데브림은 소총 위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를 발견한 드렉이 무어라 떠들기 시작했다.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네. 자네가 들어보게."

데브림은 까마귀가 통신을 통해 드렉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입을 다물었다.

까마귀가 그의 말을 번역했다. "이렇게 말하는군. '저는 트리식스입니다. 거대한 기계에 평화를. 빛의 켈에게 명예를.' 투항하고 있는데."

깡마른 드렉은 비실비실한 모습으로 잔뜩 겁에 질려 교회 탑 아래의 잔해 위에 무릎을 꿇었다. 데브림은 목이 꽉 메는 느낌을 받았다. 드렉을 보고 있자니 붉은 전쟁에 지원했던 겁먹은 아이들이 떠올랐다. 데브림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욕 좀 먹겠군." 그가 감정이 치밀어 오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이 불쌍한 자식을 받아주자고."

5. IV—물결 너머로

미스락스는 농장 끝에 있는 나무 사이에 서서 물결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의 융합자 면갑은 엉킨 전선 무더기를 통해 흉갑에 연결된 채로, 뒤쪽 땅에 놓여 조용히 웅웅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목에 달린 재호흡기로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의 눈에, 늘어선 나무 끝 노출된 암석 위에 앉아 조용히 쉬고 있는 데브림 케이가 보였다. 그가 미스락스를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브림. 미안하군." 미스락스는 전선 한 움큼을 잡아당겨 면갑을 끌어올린 뒤 가장자리를 따라 박힌 정교한 걸쇠를 서툴게 만지작거렸다.

데브림은 손을 내밀어 미스락스의 행동을 저지했다. "괜찮네.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미스락스는 손에 마스크를 든 채 멈춰 서 있다가, 물을 향해 돌아섰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하네." 데브림이 부드럽게 말했다. "나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여기 있어도 된다." 미스락스가 음성 처리기를 쓰지 않아 가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무심코 얼굴 옆에 난 오래된 흉터를 긁다 에라미스의 시공 폭발로 인한 새 상처에 발톱이 닿자, 그가 움찔했다.

"그래도 자네는 별로 안 다친 것 같군." 데브림의 부드러운 말투에 미스락스의 표정이 한 대 맞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나이 든 엘릭스니의 얼굴에 고통이 떠오르자, 데브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정말 미안하군. 그런 뜻은 조금도 없었네." 데브림이 손을 가슴에 대고 말했다. "자네가 살아남아 정말 다행일세. 진심이야."

미스락스는 에테르를 흔들어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면갑을 얼굴에 고정했다. 그는 말없이 걸어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저기, 미스락스."

미스락스의 헬멧 안에 장착된 통신 장치에서 데브림의 목소리가 불편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급격한 피로가 몰려와, 미스락스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

"불쑥 방해해서 미안하네— 내가 엘릭스니 통신 채널을 몰래 활용하는 법을 조금 알거든. 아까는 말을 크게 잘못한 것 같네. 내가 단어를 끔찍하게 잘못 선택했지 뭔가. 내 탓이오… 아, 이것은 오래된 지구 말로 '내 잘못이다'라는 뜻일세. 내가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하는군."

미스락스는 데브림에게 귀청이 터질 듯 시끄러운 답신을 되돌려 주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그는 응어리라도 걸린 듯 답답한 속을 달래려 양팔로 명치를 감쌌다. "나는 단지 친구의 희생과 적의 동정 때문에 살아남았을 뿐이다." 미스락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미안하네만, 아만다와 에라미스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자네는 이 둘의 존경을 얻어 살아남았다고 봐야지." 데브림이 응답했다.

"아만다는 자기 목숨으로 내 생명을 지켰다." 미스락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이의 목숨과 바꿔 살아남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는 '우리 목숨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었잖나." 데브림이 다정하게 말했다. "다른 누구보다도, 아만다가 그 말에 제일 동의했을 걸세."

통신 사이로 긴 침묵이 흘렀다.

"미스락스." 데브림이 불쑥 물었다. "계속 궁금했는데. 이 여왕 근위병 일을 하다 보니… 혹시 켈 근위병도 있나?"

부드럽게 쉿쉿거리는 잡음이 들리더니, 딸각하는 소리 뒤로 정적이 흘렀다. "켈은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 뒤에서 투덜거리는 응답이 들려오자, 데브림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데브림은 몸을 돌려 미스락스의 면갑에서 깜박이는 담홍색 불빛을 올려다보았다. "'보호'는 조금 다른 단어 같네만." 그가 말했다. "그냥 '도움'은 어떤가?"

미스락스는 잠시 아무 움직임도 없이 서 있더니, 아래쪽 팔을 옆으로 휘휘 저어 데브림에게 비키라는 몸짓을 했다.

인간이 옆으로 움직여 자리를 만들자, 엘릭스니가 그 옆에 앉았다. 둘은 침묵속에 앉아, 함께 물끄러미 물결을 바라보았다.

6. V—간략 부호

마크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교신 수신을 알리는 날카로운 삑삑 소리를 잠재우려 손을 뻗었다. 비공개 채널, 긴급도 낮음, 암호화 강력.

"데브림?" 그가 나른하게 불렀다.

"좋은 저녁이야." 데브림의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통신을 거쳐 가청 범위로 증폭되었다. "사이온 하나가 이쪽으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부끄러운가 봐. 당신이랑 이야기나 하는 게 낫겠더군."

마크는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며 지켜보는 눈 하나.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잠이 화들짝 깼다. "도움이 필요해?"

"아냐, 아냐.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는 쪽에 가까우려나."

마크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일 얘기를 할까? 아침 식사로 뭘 먹을지 말해줄까?"

데브림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통신 너머로 한바탕 잡음을 만들어냈다. "아무 얘기나 해도 상관없어."

"음…" 마크는 침대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방 안을 서성였다. "당신도 알아챘겠지만, 여기도 이런저런 사건이 많거든."

"그렇겠지."

"어제 아침에는 발전기를 수리하다가 이웃들에게 둘러싸였다니까." 마크가 조용히 웃었다. "다들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해. 겁에 질려 있더라고. 내가 할 줄 아는 건 수리뿐이라고 말했지. 여행자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다고."

통신이 날카롭게 지직거렸다. 마크는 데브림이 있는 곳에 방해 전파가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유효 사거리를 바로 벗어난 곳에.

"그래서 말이지." 마크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일종의 각성자 팔라딘 같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다들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해줬거든."

그는 이유 없이 괜스레 창가로 걸어가, 창밖으로 어두컴컴한 거리를 내려보다 한때는 여행자가 있었던 흐린 밤하늘 어딘가로 시선을 옮겼다. "데브림 케이 경이 순식간에 지구 밖에 나가 군단을 쫓아내고 모두를 안전하게 데려올 거라고 했지 뭐. 여행자도 포함해서."

데브림의 웃음에 온기가 느껴졌다. "데브림 케이 경이 그렇게 하신대?"

"당연하지." 마크도 숨죽여 쿡쿡 웃었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다른 쪽 손으로 창턱을 짚고 몸을 기댔다. "데브림—"

갑자기 몇 밀리초 동안 소총을 쏘아대는 소음이 들려오다 곧 통신 장치에 의해 약해졌다. 그러나 마크의 귀에는 여전히 총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숨을 멈추고, 초를 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이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나.

둘.

셋…

데브림이 다시 말할 때까지. 마크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때까지.

일곱.

여덟.

아홉.

"끝났어." 데브림이 말했다.

"곧 돌아갈게, 마크."

"알아." 마크도 대답했다.

그는 창가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신호가 끊기기를 기다렸다.

7. VI—내부의 전쟁

분주히 지나다니는 수호자들과 민간 공무원들을 지나, 데브림은 탑에 있는 자발라의 사무실로 향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정찰병은 크게 심호흡했다. 그러나 진정되기는커녕 몸에서 나는 악취, 공해,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 공기 중에 분산된 에테르의 예리한 따끔거림에 더욱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문득 트로스트랜드의 깨끗한 숲 공기가 그리워졌다.

그는 사무실 문을 날카롭게 노크하고 머뭇거리며 문을 열었다. 자발라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정찰병은 작은 화면들과 깜박거리는 홀로그램 알림으로 어수선한 사령관의 거대한 책상 뒤에 앉았다. 데브림이 보기엔 전부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요한 성명서 같았다.

"들러줘서 고맙네." 자발라가 말했다. "바쁠 텐데."

데브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바쁜 건 상대적인 거지, 사령관." 그가 가득 쌓인 메시지 장을 향해 손짓했다.

자발라는 손을 흔들어 컴퓨터 화면을 어둡게 조절했다. "그게 내가 자네와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일세. 선봉대가 오랫동안 성장하면서, 우리가 보호하는 민간인들과 우리의 통솔력 사이에 점점 괴리가 생기고 있다."

"그럴 만하지." 데브림이 동조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탑은 매년 자라나는 것 같던데."

"정말 그렇다." 자발라는 헤아리기 어려운 눈빛으로 데브림을 바라보았다. 피곤해서일까? 후회? 아니면 분노? 그 순간은 지나갔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가진 자가 필요하네." 타이탄이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선봉대의 임무와 민간인을 모두 잘 이해하는 사람. 우리가 지방 정부와 협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담당관 말일세. 자네가 맡아주면 좋겠네만."

"아." 데브림이 대답했다. 혹시나 일어날까 두려워하던 바로 그 상황이었다. "마크가 들으면 좋아하겠군. 전장에 그만 나가라고 잔소리하고 있거든."

"그럼 딱 좋은 때 아닌가."

"제안은 고맙지만." 데브림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아직은 총을 내려놓을 준비가 안 됐어. 내 무릎도 예전 같지 않고. 그렇지만 나이가 드니 사리 분별은 잘 되는군. 예전에는 정찰병 일 때문에 내가 외로웠던 거라 생각하곤 했지. 그렇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네."

정찰병이 말을 이었다. "지금 자네가 말하는 건 선전 활동이잖나. 나만큼 그 자리에 자격 없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텐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만… 정찰은 위험한 일 아닌가." 자발라가 반대했다. "전장에 오래 있을수록, 무언가가 잘못될 위험도 커지잖나."

"그건 사실이지." 데브림이 인정했다. "그러나 트로스트랜드가 위험한 만큼, 그곳보다 두려운 전장은 없어." 그는 자발라가 답하지 않아 쌓여있는 메시지를 향해 재차 처리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나는 그림자 군단과 맞설 기회를 택하겠네. 고맙군."

자발라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살을 찌푸렸다. "실망스럽군." 그는 나열된 메시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만… 이해는 하네. 나도 매일 전장을 그리워하고 있지. 보고만 받는 게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결과를 보고 싶어."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결정을 받아들이겠네. 하지만 마크가 나를 찾아와 왜 당신이 계속 전장에 있냐고 따진다면, 사실대로 말하겠네." 그가 경고했다.

데브림이 초조하게 킬킬거렸다. "그건 전적으로 다른 임무이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