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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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슬픔의 왕관에서 드랍되는 아이템들의 지식이다.2. 타라바
우리는 한때 선조들이 걸었던 곳을 걷습니다.세상은 다시 한번 매우 커졌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작았다. 나는 통신망 위성의 데이터 파장 골조 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여행자가 아주 특별한 실로 엮은 융단 안에 우리를 짜넣기 훨씬 전에는 이곳이 거대한, 아주 거대한 세계로 이루어진 행성이었다.
붕괴 과정에서 여러 세계 중 상당수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 붕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붕괴 이전에 다른 붕괴가 있었다. 더 길고, 더 느리고, 더욱 혹독한 붕괴였다.
살아남는 것들도 있다. 녹슨 간판에 적힌 이름이나 방수 마이크로 필름에 기록된 문구 같은 것들. 다른 수호자가 인간을 보호하는 것처럼 나는 언어를 보호한다. 이야기를 보호한다.
그것이 여기 호크스버리 바다 해안에서의 내 임무다. 생존자를 건져 올리는 것. 감미로운 목소리의 쿠드롱. 날쌘 강구루. 송곳니가 날카로운 타라바.
이것은 여행자가 시작한 임무다. 어쨌든 날 건져 올린 것도 여행자였으니까.
3. 방어구
3.1. 타이탄 방어구
3.1.1. 그림자 부대 투구
"우주의 수수께끼가 네 앞에 펼쳐져 있다. 풀리지 않은 채로 널 위협하고 있다. 너와 내가 함께 맞설 것이다. 진정한 기갑단이 할 일이지." —칼루스 황제여기 슬픔의 왕관 아래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던 슬픔 운반자 갈란을 해방시켜줘서 정말 고맙다.
마침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희 종족은 군체의 유물에 매혹되지 않는가?
짐은 수호자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너희 중 하나가 군체를 숭배하여 빛을 배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더군.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 너희 타이탄 종족의 그림자가 완벽하게 갈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너처럼 원기 왕성한 사람이 그를 대신하여 왕관을 써야 한다.
짐이 부탁하면 왕관을 써 주겠나?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다. 곰곰이 생각해 봐라. 그리고 지금은 왕관 대신 이 투구를 써라.
3.1.2. 그림자 부대 건틀릿
"미래에 대한 나의 지식과 네가 지금껏 보고 행한 모든 것들을 합하면… 거기에서 탄생하는 승리란… 모든 것의 끝이 닥칠 때 과연 무엇이 우릴 막을 수 있겠나?" —칼루스 황제군체는 슬픔의 왕관을 전쟁 위성 하나에 남겨 두었고, 나의 그림자들은 그것을 되찾기 위한 대장정에 올랐다. 우리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 신전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왕관은 함정이었다. 나를 위한 함정.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그걸 쓰지 않았다.
초기 시험 이후 나의 사이온들은 그것이 일종의 관측 기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온갖 데이터를 승천 차원 깊은 곳에 있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게 전달하는 기기였다.
하지만 관측 기기는 양쪽 모두를 관찰한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누군가의 몸에 착용시켜야 했다.
그림자 대리인을 통해 군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군체는 진정한 어둠이 아니다. 내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상당한 병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당당한 갈란은 그들을 나의 휘하에 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었다.
3.1.3. 그림자 부대 판금 흉갑
"아무것도, 그 무엇도 우릴 막을 순 없다. 너와 나는 최후의 순간이 올 때까지 존재의 기둥을 받들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칼루스 황제너도 리바이어던의 의식용 욕조를 방문해 본 적이 있겠지? 혹시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다면 꼭 한번 가 보도록 해라.
물론 그곳은 짐이 사랑하는 병사들의 휴양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래, 넌 기쁨에 차 도끼를 휘두르던 의식 세척자들을 수도 없이 베어 넘겼지. 그들은 이 세상에 태어난 지가 불과 몇 초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흘러간 기갑단 시대에 가장 혈기왕성했던 격투기 선수들의 유전자 패턴에 기반하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슬픔 운반자 갈란 또한 한때 그중 하나였다. 그의 유전자 패턴을 조율하여 육신뿐 아니라 정신과 의지 또한 강인한 투사로 만들어 냈다.
그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였다. 슬픔의 왕관을 쓰고 군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러니 세상에 나온 후 단 몇 분만에 그의 개성이 말살되었을 때 짐의 비통한 마음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해 보아라.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으나, 왕관 안쪽에 새겨진 그 바이러스 언어가 그를 지배한 것이다.
네가 그를 없애기 전까지, 그는 마녀의 것이었다.
—칼루스 황제
3.1.4. 그림자 부대 각반
"…미래에 맞서 싸울 순 없다. 짐도 알고 있다. 너도 알고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포기하진 없겠지." —칼루스 황제우리는 길 잃은 전쟁 위성에서 슬픔의 왕관을 발견했다. 사이온들이 왕관 둘레에 새겨진 의식 문구의 의미를 추정했는데, 의지를 강요하던 굴복자의 왕의 힘을 모방하여 왕관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물론 너도 알다시피 왕관은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왕관은 짐의 황실군 갈란을 집어삼켰다.
그게 마녀와 나의 첫 번째 조우였다. 그날 이후 마녀는 일종의 바이러스 언어로 내 황실군을 모두 감염시켰다. 어쩌면 너도 이미 감염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를 물리칠 수는 있다. 군체는 진정한 어둠의 존재가 아니다. 짐이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만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짐과는 비교할 수 없다.
종말이 도래하기 전에 마녀와 승천 차원을 찾아낼 것이다. 좋게 끝나지는 않겠지.
—칼루스 황제
3.1.5. 그림자 부대 표식
"미래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는 포용해야 할 친구다. 원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마침내 마지막이 될 권리를 찾을 것이다." —칼루스 황제워록 오노르 마할은 탑의 상황실에서 선봉대 앞에 섰다.
"이제 칼루스의 그림자들까지 상대해야 해요." 워록은 이렇게 말하며 데이터 태블릿을 아이코라 레이와 자발라 사령관 앞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들을 내버려 둘 계획이신 거죠?"
"수호자는 총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네.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자발라는 태블릿을 들어 올려 홀로그램 투영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황금색 황실군 방어구를 착용한 수호자의 모습이었다. "기록에 남아 있는 지구의 그림자는 그리 많지 않네."
"더 있을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자발라는 태블릿을 옆에 내려 놓았다. "내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 그가 물었다.
"베테랑으로 구성된 화력팀을 주세요. 일주일이면 리바이어던에 있는 적을 몰살시킬 수 있어요. 그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어요."
"자네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어." 아이코라는 희미하게 슬픈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날 믿잖아요." 오노르가 답했다.
"물론이지." 자발라가 재빨리 대답했다.
"베테랑 중에도 절 믿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오노르가 덧붙였다. "제가 부대를 고르게 해주세요. 저희가 황제를 찾을게요."
자발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바이어던에 있는 단 하나의 기계를 태워버리는 데도 화력팀 전체가 고생해야 했네. 칼루스와 전면전을 벌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러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자는 건가요? 또요?" 오노르의 두 눈에서 번개 같은 불빛이 번뜩였다. 그녀의 말을 눈빛으로 쏘아붙이는 듯했다.
"그는 동맹이 아니야." 자발라는 느릿느릿 대꾸했다. "하지만 그는 붉은 군단의 적이네. 그리고 지금은 그가 붉은 군단을 막고 있어."
"수호자가 막고 있는 거죠. 그 전쟁에서 군단의 머리를 잘라 버렸으니까요." 오노르가 대답했다.
"수호자에 대한 칼루스의 영향력은 그의 거짓말로 인해 붕괴될 걸세."
"방랑자는 만나 보셨나요?"
"우리는 군대가 아니야." 아이코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수호자들은 각자 원하는 일을 할 거야. 칼루스와 교전하는 모든 화력팀이 보고해 오고 있네. 그자가 허튼 움직임을 보이기라도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타격대를 꾸려 출발할 걸세."
오노르는 의자에 걸쳐 두었던 코트를 들고 아무 말 없이 문으로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자발라가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야."
"그녀의 동기가 부적절했던 적은 없습니다." 아이코라가 대답했다. "우리가 부탁하지 않아도 오노르는 우릴 위해 그들을 감시할 겁니다."
3.2. 헌터 방어구
3.2.1. 그림자 부대 가면
"과학 신전이 네 앞에 펼쳐져 있다. 지금은 사라진 옛 제국의 모든 것이다. 너와 내가 함께 되찾을 것이다 진정한 기갑단이 할 일이지." —칼루스 황제슬픔의 왕관은 본래 군체의 저장고 역할을 하던 짐의 과학 신전에서 나온 것이다.
너희 중 하나가 도와준 덕분에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너희 헌터 종족 중에서도 붉은 전쟁에서 활약한 자였지. 너희는 옛 러시아 사람들에 비해 어릴지는 몰라도 원기 하나는 왕성하지.
그런 과학 신전과 같은 저장고 네트워크가 짐과 짐의 제국에서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
언젠가는 그곳을 수복할 것이니, 그때 너희를 부를 것이다. 종말이 오기 전에.
—칼루스 황제
3.2.2. 그림자 부대 손아귀
"미래에 대한 나의 지식과 네가 지금껏 보고 행한 모든 것들을 합하면… 거기에서 탄생하는 침묵이란… 모든 것의 끝이 닥칠 때 과연 무엇이 우릴 막을 수 있겠나?" —칼루스 황제네 덕분에 불쌍한 갈란의 타락한 정신으로부터 슬픔의 왕관을 탈취할 수 있었다.
내 턱이 떨리는구나. 비록 너는 여기 없지만, 짐은 너를 기리며 포효한다.
그만큼 짐은 네가 해낸 일이 대견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사이온을 왕관 깊숙이 보내야 할 때다. 덫이 더 있는지 잘 살펴보도록 해라.
너는 전에 군체 방어구를 입어본 적이 있지. 굴복자 왕과 그 아들의 가죽으로 만든 것 말이다.
그건 너에게 속삭이지도, 너의 의지를 서서히 무너뜨리지도 않았지.
이 왕관은 힘을 나눠줄 의향이 있었던 반면, 왕의 방어구는 네가 취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왕이란 가져가는 존재니까.
슬픔의 왕관은 관대하다. 베풀 줄 알지. 그것도 아주 과하게. 바로 질병을 베풀거든. 갈란은 자신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네가 본 대로다.
그를 해방시켜줘서 고맙구나.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겠지. 어둠의 가장자리가 우리를 삼키면 우리 모두 가게 될 그곳에서.
—칼루스 황제
3.2.3. 그림자 부대 조끼
"아무것도, 그 무엇도 우릴 막을 순 없다. 너와 나는 사라진 과학 신전으로부터 존재의 기둥을 되찾을 것이다." —칼루스 황제가시. 악의의 손길. 괴사의 균열. 빛의 무기고에는 군체의 어휘로 가득한 위력적인 무기가 참으로 많구나.
너희들이 왜 그 단조로운 목소리를 지닌 천한 사내를 받아들였는지 이제야 알겠다. 너희는 처음부터 그자처럼 되고 싶었던 거야.
아니면 그보다 더한 존재 말이지. 불타는 총을 쏘던 전설적인 영웅도 결국에는 엉터리로 밝혀지지 않았더냐.
그런데도 너희는 모두 허풍쟁이를 선망하지.
군체는 허풍쟁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검의 논리를 믿지 않으면서, 간혹 그 힘을 이용하곤 하지. 검의 논리를 정말 믿었다면 너를 본 순간 다들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야 마땅하겠지.
빛을 지켜라, 작은 빛이여. 그게 네 재능이다.
진정한 어둠은 어둠의 가장자리에 도사리고 있다. 바로 짐이 다시 태어난 곳이지.
그것이 지금 다가오고 있다.
—칼루스 황제
3.2.4. 그림자 부대 발걸음
"우리가 과학 신전에 남겨 놓은 모든 것들은 이 행성계에 존재하는 모든 힘의 적절한 대리자가 될 수 있다. 난 그저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잊었을 뿐이다. 나도 이젠 예전의 내가 아니다. 네가 필요하다." —칼루스 황제너도 그중 하나이니 알고 있겠지.
군체를 응징하고자 했던 헌터 종족의 일원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 여자는 너희 헌터들의 은신처에 자주 찾아오지 않느냐?
짐의 서기들이 알아낸 바로는 그녀가 굴복자의 왕은 물론, 그에 앞서 그 아들을 쓰러뜨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더군. 너의 손을 빌려서 말이지.
혹시 그녀를 만나면 짐에게 보내도록 해라. 부탁한다.
반드시 만나보고 싶구나.
—칼루스 황제
3.2.5. 그림자 부대 망토
"우리가 내 잃어버린 세계를 되찾고 그곳의 지식을 이 행성계에 개방하는 순간, 종말이 우릴 찾아올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이 될 권리를 찾을 것이다." —칼루스 황제"이 망토는 네 것이다. 네가 지구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꽃을 피워 올릴 날을 위해 주는 것이다." —칼루스 황제
가까운 과거. 다른 어딘가.
나는 내 방의 문을 여는 장치를 가동했다. 양쪽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육중한 플라강철 문을 여느라 맞물려 돌아가면서 요란하게 삐거덕거렸다. 문을 여는 데만 몇 분의 시간이 걸렸다.
한 조그맣고 조그만 사내가 작디작은 지구의 기계를 타고 문이 열린 틈 사이를 재빠르게 지나갔다. 뒤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몇 분을 더 달려서야 겨우 부르면 들리는 거리까지 다다랐다. 내 방은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의 나에게 청결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누가 나를 직접 알현하는 일은 수백 년만에 처음이었다. 어쨌거나 그자가 내게 호기심을 품은 만큼 나 역시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작은 사내는 타고 온 기계에서 내리더니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가 내 위엄찬 모습을 보고 경외심에 눈이 커지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심했다. 약간 인상을 쓰기까지 했다. 흥미로웠다.
"당신이 맞나?" 그가 묻는 소리에 메아리가 뒤따라 올라왔다. "진짜 당신인가?"
"그렇다." 내 대답 소리에 주위의 금속이 진동하며 흔들렸다. 사실이었다. "짐의 한 형태이지. 뭣 좀 마시겠나?"
나는 바닥의 장치를 작동시켰다. 먼지 가득한 금속 갑판에서 작지만 정교하게 세공된 탁자가 올라왔다. 탁자 가운데에는 왕실 감로주가 가득 담긴 작은 잔이 하나 놓여 있었다.
사내는 사양했다. "전에 이상한 외계 음료를 마셨다가 내 몸에서 나오는 것들이랑 총격전을 벌여야 했거든."
"칼루스 황제에게는 무슨 용무가 있어서 왔나?" 사내에게 물었다.
나는 사내를 응시하는 척하면서 그의 존재를 스펙트럼 단위까지 낱낱이 분석했다. 그가 수호자일 거라고는 애초에 예상했다. 하지만 그 외에 또 무언가가 있었다. 어둠의 가장자리를 생각나게 하는 그 무언가. 이 작은 사내는 빛의 테두리 밖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또 갈 데가 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당신 입장은 뭐지? 나 역시 당신만큼이나 이 수호자들이 필요해. 곧 당신과 영역 다툼을 하게 되는 건가?"
"그 그림자들은 짐의 것이다." 우뢰같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사내가 움찔했다. 나는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화 같은 감정 따위는 내게서 떠난 지 오래다. 하지만 확실해 해둘 필요는 있었다.
"그렇다는 얘기군." 중얼거리며 사내는 녹색 동전을 공중으로 튕겼다. 거대한 방 안에서 동전이 튕기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이 행성계에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자가 하나도 없다니까." 사내는 투덜대며 동전을 받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 말은 사실이었다. 한편, 사내에 대한 스펙트럼 분석 데이터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사내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미쳤어. 당신 밑에서 일하는 저 수호자들도 미쳤고. 선봉대도 미쳤어."
그리고는 동전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나도 미쳤는지도 모르지."
그는 갑자기 킥킥대며 웃었다. "이 행성계를 한 이삼백 년 떠나 있었더니 모든 게 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군." 사내는 머리를 저었다. "당신 꼴을 봐. 기갑단의 황제가 이젠 기갑단도 아니게 됐어. 안 그런가?"
"짐은 이 행성계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내가 대답했다. 스캔이 끝났다. 이 사내는 더 이상 내 집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나가려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아, 그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 것에 손을 대려고 했다가는, 내 무서운 친구들이 당신 집을 완전히 박살 낼 테니 그런 줄 알아." 사내가 돌아보며 말했다. 이를 활짝 드러내며 그가 웃었다.
사내가 기계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웃었다.
그의 친구들은 원래 내 소유였다.
3.3. 워록 방어구
3.3.1. 그림자 부대 정신
"우주의 수수께끼가 네 앞에 펼쳐져 있다. 풀리지 않은 채로 널 위협하고 있다. 너와 내가 함께 맞설 것이다. 진정한 기갑단이 할 일이지." —칼루스 황제너희 수호자 종족의 그림자가 군체의 언어를 해석해 주어야겠다.
네 종족 중에 "망가진 자"로 불리는 추방된 자가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더군.
예전에 그자가 놓고 간 장신구로 꾀어 보려고도 했는데, 나타나지 않더군. 너도 봤을지 모르겠는데, 원하면 가져가도 좋다.
마음 같아서는 그와 거의 동등한 그 헌터에게 묻고 싶으나, 그녀의 종족이 모습을 감출 때는 아무리 황제라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그러니 이 장비는 선물로, 그리고 부탁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고 받아다오.
내 언젠가 너를 부를 터이니.
—칼루스 황제
3.3.2. 그림자 부대 장갑
"미래에 대한 나의 지식과 네가 지금껏 보고 행한 모든 것들을 합하면… 거기에서 탄생하는 지혜란… 모든 것의 끝이 닥칠 때 과연 무엇이 우릴 막을 수 있겠나?" —칼루스 황제군체를 새로운 제국의 병력으로 흡수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들에겐 이끌어 줄 관리자가 필요하다. 왕관이 이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다.
전시장을 뛰어다니면서 수감자처럼 울부짖는 저들의 모습을 보거라. 저 기이한 행동을 보면 나는 즐겁기 그지 없지만, 놈들은 통제 불능이다.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지만, 군체는 아마 제국에서 그림자가 없는 최초의 의존 종족이 될지도 모른다.
너희 수호자 종족 중 하나가 그들을 이끌어 주어야겠다. 수많은 빛 중에서도 너희야말로 놈들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군체는 언제나 공허의 대가에게 강하게 끌리기 때문이다.
—칼루스 황제
3.3.3. 그림자 부대 로브
"아무것도, 그 무엇도 우릴 막을 순 없다. 너와 나는 이 존재의 두 기둥이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칼루스 황제네가 슬픔 운반자 갈란과의 전투에서 본 수정 같은 존재들을 전에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붉은 전쟁 때 내가 태양계에 도착하기 직전에 너는 실천의 워록인 테이코-3의 화력팀을 지원하려 했지.
군체가 그녀와 그녀의 화력팀을 순수한 공허로 이루어진 수정으로 변화시켰다. 너와 네 고스트가 군체의 의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용한 바로 그것이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정말 훌륭했어. 네가 그때 타이탄을 구한 건지도 모른다(내겐 나머지 태양계와 함께 없애 버리고 싶은 빛이지만 말이야).
그 노래와 의식을 만든 마녀가 슬픔의 왕관의 배후에 있었다. 그녀는 이 존재의 차원을 바이러스 언어로 감염시켰지.
어쩌면 네가 마녀를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라. 너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마녀가 네게 말을 걸거든… 다른 글을 읽어 보아라. 이 행성계에는 글이 아주 많으니까.
3.3.4. 그림자 부대 장화
"우리 앞에는 압도적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모든 종족과 신념을 규합해야 한다. 말이 통하는 곳에서는 말로 설득하여 우리 편으로 합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네 빛으로 설득하면 된다." —칼루스 황제지금껏 군체를 몇 번이나 물리쳤느냐? 놈들 대신 하루라도 더 살겠다고 그들의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를 입고 적들의 총알을 막은 것이 몇 번인가?
그들이 자부하는 검의 논리가 진정 우주의 섭리라면, 그들은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것인가?
왜 너를 보는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모두의 시간을 아껴주지 않는 것인가?
그들의 문헌에 따르면 군체의 목표는 파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자신의 허기를 채워 가며 존속하는가? 내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본 것은 아름다웠다. 그것은 군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종말을 믿는 척만 한다.
너와 내가 놈들을 세뇌하리라. 그리하여 종말이 오면 그들 역시 우리처럼 종말을 기꺼이 맞을 것이다. 그때는 군체도 위선을 멈출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칼루스 황제
3.3.5. 그림자 부대 완장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면 너와 나는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에 남는 자가 될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칼루스 황제"이 완장은 네 것이다. 네가 지구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꽃을 피워 올릴 날을 위해 주는 것이다." —칼루스 황제
너희 수호자 종족의 그림자가 슬픔의 왕관 안에 박힌 룬을 변환해 주어야 한다. 그것을 칼루스 폐하에게 좀 더 유용한 것으로 바꾸고, 마녀의 계획을 저지해야 한다.
이런.
마녀는 자기 목소리가 안 들리는 줄 아는 모양이군.
실은 정말 안 들려. [하.]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 감정은 느낄 수 있다. 나는 안다. 그녀는 여기 있다.
마녀는 왕관으로 나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 그래도 우리는 왕관을 쓸 것이다.
왕관을 고치는 대로 말이야. 갈란에게 일어난 일은 개의치 마라. 그 이후로 배운 것이 있으니까. 왕관에 보다 잘 어울리는 숙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 나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되지. 너희 황제에게는 수만 세대 동안 쓰고도 남을 왕관이 있지 않더냐.
어쩌면 너희 타이탄 중 하나가 친절을 베풀어 줄지도…
하지만 마녀, 그 마녀가 골치다. 그 여자보다 동생이 더 마음에 들었지. 오릭스라면 상대하기 쉬웠을 것이다. 굴복자의 무지막지한 세력도 힘을 먹고 키운 덩치로 쉽게 정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내 제국의 구성원이 되었겠지. 그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복종이니까.
아아, 그 마녀와 나는 언젠가 부딪히겠지. 그때는 어떻게 할 텐가? 너는 과거에 이미 자네를 키운 선봉대와, 자기가 잘 알지도 못하는 힘으로 너를 꾀었던 그 천한 사내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았느냐?
이 행성계와 도시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나를 도와라, 워록 종족의 수호자여.
이 완장을 차고 충성을 맹세하거라.
너희 종족의 수호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슬픔의 왕관을 정화하겠다는 맹세다.
방법을 알아내는 즉시 날 도와다오.
힘의 살을 찌우도록 도와다오.
—칼루스 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