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8:31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목적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
파일:DestinyLegends.png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지식
{{{#!wiki style="margin: 0 -10px;"
{{{#!folding [ 펼치기 · 닫기 ]
하위직업 | 에버버스 | 행성 | 수성 | 화성 | 뒤엉킨 해안 | 꿈의 도시(목적지) | 대장간 | 방랑자 시즌 | 풍요의 시즌 | 공격전 | 명상 | 시련의 장 | 갬빗 | 리바이어던 | 마지막 소원 | 슬픔의 왕관 | 아홉의 시련 | 강철 깃발 | 여명 | 진홍의 주간 | 수호자 대회 | 영웅의 지점 | 업적의 순간 | | 구원의 정원 | 불멸 | 서광 | 자격 | 오시리스의 시험 | 출현 | 사자들의 축제 | 유로파 | 사냥 | 딥스톤 무덤 | 선택받은 자 | 융합 | 잃어버린 자 | 왕좌 세계 | 되살아난 자 | 신봉자의 서약 | 망령 | 이중성 | 우주 해적 | 세라프 | 감시자의 첨탑 | 네오무나 | 대항 | 악몽의 뿌리 | 심해 | 심해의 유령 | 마녀 | 소원 | 빛 속으로 | 창백한 심장 | 구원의 경계 | 에피소드: 메아리 | 에피소드: 망령 | 베스퍼의 주인
선봉대 업적 지식
빛 업적 지식
황혼과 새벽 업적 지식
| 잊혀진 자의 이야기 - 4권 | 정원 길
어둠 업적 지식
}}}}}} ||

1. 개요2. I. 사후 보고3. II. 이론4. III. 유산5. IV. 속박6. V. 기대7. VI. 확신

1. 개요

깊은 바닷속으로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얻을 수 있다.

2. I. 사후 보고

"슬론?"

자발라 사령관의 목소리가 울렁울렁 일그러졌다. 마치 물속에서 말하는 것 같았다. 섬찟한 느낌이 슬론의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진 모르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실종되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타이탄이 사라지고, 곧 시어칸의 내부 크로노미터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시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슬론은 타고난 감각에 의지하여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그녀 없이 흘러갔다.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발라가 전한 내용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자발라의 말이 마치 연이은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덮쳤다. 균형을 잃게 만들고 물속에 가라앉히겠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시공. 카이아틀. 빛의 가문. 사바툰. 빛의 군단. 네오무나.

…아만다.

슬론의 기억이 붉은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갔다. 홀리데이의 매가 하늘을 날아다닐 때 서로 던지던 콜사인과 농담. 출격 사이사이 즐기던 잡담. 총소리와 제트 엔진의 굉음 사이사이 찾아오는 조용한 순간과 웃음을 나누던 일들. 조금씩 조금씩, 대리석을 깎아내듯 다듬어간 둘의 우정.

아만다는 언제나 두려움이 없었다. 가장 먼저 나서고,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왜 항상 그렇게 빌어먹을 영웅으로 살았던 걸까.

"슬론." 자발라가 다시 불렀다.

그녀는 자신이 주먹을 세게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떨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슬론의 눈이 다시 한번, 사령관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과는 달라진 듯 보였다. 그의 눈은 더 깊어졌고, 현명해졌으며, 그녀를 방심하게 만드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었다.

저 눈빛은… 동정일까?

그에게는 보일까? 뱃속에서 커져가는 수렁과, 그녀를 통째로 삼키고자 입을 벌리는 균열이. 그가 그녀의 결의를 의심할까? 과연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의무를 다하여 다른 이들 대신 다시 전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녀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을까?

약점을 간파하고 있을까?

슬론이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령관님." 그녀가 동요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해했습니다."

자발라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혹시 시간이 필요하면—"

"괜찮습니다."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자발라는 슬론이 숨긴 감정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자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가도 좋네."

슬론은 인사하고 기지로 돌아갔다.

이제 그녀는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늦게 집으로 갈 것이었다.

3. II. 이론

아이코라가 허공에서 활력 넘치는 굵다란 초월 가닥을 집어내 손가락 사이로 넣고 손쉽게 비틀었다. 초월은 아이코라의 힘을 따르면서도 손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깔끔한 흐름을 따라 움직이도록 인도했다.

아이코라의 손마디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의 리듬에 맞추어 베일이 어우러졌다. 그녀는 각 파동의 미묘한 불규칙성과 거기서 형성되는 패턴에 집중했다. 반향된 일부 파동이 그녀의 직감에 감지되지 않고 방의 벽을 넘어 우주와 공명했다. 가장 그녀의 흥미를 사로잡은 부분이었다.

아이코라의 뒤에서 움직이는 아바타가 오시리스를 베일 격리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격리실에서 나갔다.

오시리스는 자신의 앞에서 일어난 파동이 현실의 결을 가로질러 물결이 되었다가, 입자로 변하고, 다시 물결로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파동이 자신을 쓸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코라의 손가락 마디에서 전해지는 파동에 맞추어 맥박이 뛸 때마다, 그는 박자에 맞춰 걸음을 옮기며 초월의 활기찬 리듬에 몸을 맡겼다. 다시금 온전해진 느낌이었다.

"더 강해지고 있어요… 베일의 신호가." 아이코라의 목소리에서 익숙한 의심이 묻어났다. "우리가 타이탄을 되찾은 이후로요."

"그럴 것 같았다." 오시리스가 베일을 둘러싸고 있는 초월의 짜임 속에서 대꾸했다. 주변의 방이 진동으로 떨렸다. "타이탄이 다시 돌아왔을 때, 베일도 알아차렸다. 타이탄의 출현을 인식하는 것 같더군."

아이코라가 초월 가닥을 꾹 움켜쥐었다. "우리에겐 베일도 있고, 고스트도 있지만… 무언가 놓치고 있어요. 타이탄과 베일의 연결을 해독할 수 있다면, 그 연결을 통해 목격자를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 벌레는 어쩌고?" 오시리스가 회의적으로 물었다. "슬론은 그 벌레가 우리의 최선책이라고 생각하던데."

"예비 계획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건 당신이잖아요." 아이코라가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타이탄, 사바툰의 왕좌 세계, 우리가 에그리고어를 발견한 모든 곳… 아직 정확한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모두 네오무나로 향하고 있는 듯해요. 베일을 향해서요."

"너무 앞서가는군. 나의… 가장 단점인 성향을 닮진 말아라. 님부스는 초월을 이해하려면 '흐름'을 타야 한다고 했다. 어쩌면 베일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 아이코라 옆으로 다가간 오시리스가 손을 뻗어, 팽팽하게 당겨진 아이코라의 초월 가닥과 평행하게 손바닥을 유지했다. "태양계는 타이탄을 기억했던 것 같군. 그래서 타이탄이 기억에서 현실로 돌아오자, 태양계의 리듬이 질서를 되찾으며 베일의 신호가 급증한 거지." 오시리스는 손을 내리고 아이코라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그 리듬을 찾아야만 그 안의 박자를 해석할 수 있을 듯하군."

"일단 그렇게 되면… 그 과정을 되돌릴 수도 있겠죠." 아이코라가 응수했다. 그녀는 가닥을 놓아주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연결의 파문을 추적했다. 직물의 형태로 변한 초월이 격리 공간의 벽에 가닿았다. "별 효과 없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고 하기엔, 우린 너무 늦었다. 연결되어야 해."

아이코라는 한숨을 쉬고 오시리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다른 이들을 가르치려는 열정이 다시 회복되고 있군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 말처럼 변한 적이 없었거나요."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오시리스가 피식 웃었다. "이리 와서 함께 걷지. 너의 그 통합 이론에 대해 논의해 보자."

4. III. 유산

시뮬레이팅된 부드러운 낑낑거림이 작업장에 울려 퍼졌다. 아치가 아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둘은 라스푸틴이 썼던 엑소 프레임을 걸어둔 고리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 그 프레임은 케이블과 강철로 이루어진 생명력 없는 모형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 알아." 아나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라스푸틴이 보고 싶거든."

라스푸틴의 희생 이후, 아나는 엑소 프레임을 헬름에서 탑의 작업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엑소 프레임을 창고에 넣어두는 것은 낭비라고, 엑소 프레임의 발전된 기술이 훗날 다른 엑소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나는 라스푸틴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고, 역시 슬픔을 극복하는 데는 바쁘게 지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결국 아나는 엑소 프레임을 가져올 때 했던 결심을 열심히 실천하며, 프레임을 이리저리 뜯어 더 복잡한 구성요소를 분해하고 모방해 보았다.

그러던 중 예전의 화성처럼, 타이탄이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슬론도 함께 돌아왔다고 했다. 전쟁을 필요로 하는 전사이자 목표를 찾는 무기와 같은 존재. 전쟁지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나는 더 이상 일에 몰두할 수가 없었다.

라스푸틴의 각성 이후 남아 있는 온갖 잡다한 생각이 아나를 다시 괴롭히자, 그녀는 아치를 팔로 감싸 안았다. 라스푸틴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기고를 조립했었다. 태양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천 개의 전쟁위성 잔해, 완성되지 못한 시제품 무기, 영원히 잊힌 전략과 시뮬레이션.

하지만, 라스푸틴의 희생 아래 살아가면서, 아나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유일한 한 가지로 라스푸틴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로 오로지 반려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개 AI였다. 탑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산책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는 이 강아지를 탄생시킨 인공지능.

결국 라스푸틴의 유산은 그가 계속한 전쟁이 아니라 그가 지키고자 했던 생명들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아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이 시부 아라스와 라스푸틴의 차이였다. 아나는 슬론도 같은 사실을 깨닫기를 바랐다.

아나는 마지막으로 엑소 프레임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가 행복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이리 와, 아치." 그녀는 통신기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

5. IV. 속박

에리스는 눈을 굴리며 버려진 지역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오기 전 방랑자가 급하게 청소한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방랑자는 여전히 그녀에게 놀라움을 주곤 했다. 방랑자는 에리스가 이야기하러 들를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그녀와 함께 앉았다.

방랑자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멍하니 손가락 사이로 동전을 튕겼다.

"슬론은 별로 상태가 안 좋아." 방랑자의 말에 에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야기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녀가 대답하자 방랑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벌써 몇 사람 도왔잖아, 안 그래?"

에리스가 곰곰이 생각했다.

"당신이 해야 해." 마침내 에리스가 답을 꺼냈다. 방랑자는 웃음을 터뜨렸으나, 그녀의 표정이 변하지 않자 얼른 웃음을 거두었다.

"내가?" 방랑자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날 믿을 이유가 없잖아?"

"신뢰는 쌓아가는 거다, 방랑자." 에리스가 선언했다. "당신은 첫걸음을 내디뎠고."

방랑자가 생각에 잠겼다. 손가락 사이를 돌아다니던 동전이 멈췄다. 에리스는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엔." 그녀가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솔직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이야."

그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게 될지 모르겠는데."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래, 솔직함은 탄원이야." 에리스가 끄덕였다. "우리는 보여지길 원하지. 연약한 존재니까… 하지만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해."

그녀의 설명에 방랑자의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랑자가 의자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동전이 꽉 쥐어져 있었다.

"넌 항상 엄청 쉬운 것도 요상하게 말하더라, 달 아가씨." 에리스는 못 들은 척 방랑자의 말을 무시했다.

"나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해 봐." 에리스가 더 단순하게 말했다. "서로 오가는 것이 있어야 부사령관의 신뢰도 생길 것 같으니까."

방랑자는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에리스의 귀에 그의 숨소리가 와닿았다. 동전을 쥔 그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에리스는 손을 뻗어 그의 팔에 얹었다. 그는 떨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그녀의 손길은 가벼웠다. 차분하고 위로되는 손길이었다.

그도 에리스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있잖아, 아직도 겁에 질려서 잠에서 깰 때가 있어." 방랑자가 부드럽게 입을 뗐다. "꿈이 기억나지 않을 때조차도."

"생존이란 그런 거지."

에리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도 끄덕이며 고개를 들어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넌 기쁨을 찾았어?" 방랑자가 불쑥 물었다.

"곧 찾겠지." 에리스가 대답했다. "기쁨은 쌓아가는 거고…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거든."

그가 손길을 물렸다. 잠시 후 그녀도 손을 뗐다. 에리스가 일어나자, 방랑자의 눈이 그녀를 쫓았다.

"내 조언 잘 생각해 봐, 저메인."

그가 그리할 것임을 에리스도 알고 있었다. 방랑자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끌었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닌데." 결국 방랑자가 입을 뗐다.

"딴 사람들한테는 그 이름으로 부르도록 뒀잖아."

그 이름은 그와 과거를 이어주는 작은 연결고리였다. 그가 스스로 선택한 삶과의 연결고리.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에리스가 그렇게 부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6. V. 기대

"도대체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네요."

자발라는 책상 위에 데이터 패드를 내려놓고, 아이코라가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도 모르겠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했어야 했는지도 모르지."

아이코라가 발을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발라에게 비난의 눈빛을 보냈다.

"우리가 싸웠던 모든 적은, 여행자가 이곳으로 데려온 존재일세." 자발라가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은 채 말을 이어갔다. "군체, 몰락자, 최악의 기갑단들." 그의 시선이 데이터 패드로 떨어졌다. 목격자의 정체에 대한 슬론의 보고서였다. "또 어떤 자들이 그 뒤를 쫓고 있을까?"

"이건 여행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이코라가 자발라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 보고서에 적혀 있듯이, 우리는 한 개인으로 압축된 문명 전체와 전쟁을 하고 있죠. 수많은 분노와 증오가 하나의 특이성으로 수렴한 존재 말입니다."

"여행자에 대한 분노지." 자발라가 투덜거렸다. "여행자가 잘못했다는 말이 아닐세. 내 말은… 불길한 징조라는 거지. 여행자가 가는 곳마다, 죽음만이 뒤따랐네. 여행자는 그걸 알고는 있을까? 신경 쓰긴 하는 걸까?"

아이코라가 자발라의 책상으로 몸을 숙였다. "그게 중요합니까?" 그녀가 도발했다. "더 열세여서 도망치는 거죠. 여행자보다 목격자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여행자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거였어요."

자발라는 침묵했다. 그는 데이터 패드에서 눈을 떼어 아이코라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코라는 그를 눈으로 좇았다. 자발라는 과거에 여행자를 쳐다보곤 하던 창문으로 다가갔다. 이제 연합 함선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정말 하나로 뭉친 걸까?" 자발라는 창문에 희미하게 반사되는 아이코라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누구 말인가요?"

"목격자 편에 있는 자들." 자발라는 유리에 반사되는 아이코라의 그림자 너머로 도시를 바라보았다. "다들 진정으로 한마음이 되어, 이… 것이 되려는 소망으로 뭉친 건가? 아니면 강요받은 걸까? 소수의 지시에 복종하도록?" 그의 말에서는 의구심이 묻어났다. 목격자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그가 평행선으로 보는 선봉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아이코라는 자발라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팔꿈치를 톡톡 건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린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엘시의 모든 시간에서도, 가상의 미래에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지." 자발라가 아이코라를 눈을 응시하며 불쑥 대답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어깨를 늘어뜨리고 도시 풍경에 잠시 빠져들었다.

"나도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네." 자발라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 말이 맞아. 이런 건 아니었네."

7. VI. 확신

시부 아라스의 발톱이 칼자루가 없는 가느다란 칠흑의 검을 휘감고, 꿇어 엎드린 기사의 등뼈를 꿰뚫었다. 기사의 손아귀에서 검이 쨍그랑 떨어지고, 기사가 쓰러졌다.

그녀가 검을 비틀자, 기사의 울부짖음이 드레드노트에 울려 퍼졌다. 시부의 의지는 승천 차원을 통해 날아올라 이 세계와 다른 세계의 장벽을 넘어, 목격자와의 교감을 찾았다.

머나먼 공허 속에서, 그들은 소통했다.

"그들이 저항한다." 목격자의 수많은 목소리가 겹치며 쏟아졌다.

[상처 입은 먹잇감일 뿐. 시간이 지나면 모두 지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부 아라스는 질문의 숨겨진 핵심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목격자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는 이해하지 못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은 최후의 형체로 가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검은 결정을 내리고, 더 강하게 벼려진다.]

"그 정도를 넘어섰다."

그녀는 끝이 다가오기 전에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 거의 다 온 참이었다. 과거의 실패는 힘을 대가로 치른 피의 속죄였다. 칼날과 빛이 맞닿았던 그녀의 갑피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녀가 결정할 일도, 목격자가 결정할 일도 아니었다. 그 논리는 의식적 존재의 경험을 통해 내장된, 완벽한 결정론적 인과 관계의 연속이었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었다.

유한 속에서의 투쟁은 영원했다.

"그 칼날을 부정하는 것은 이단이다."—자매의 말이,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손끝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목격자는 시부의 마음속 안식처로 들어갔다. 그녀 내면의 왕좌. 어둠 속으로 끝없이 뻗어 있는 소금 평원의 조각. 달아날 곳 없는 전장의 틈새 사이로, 온갖 무기가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들에게 벌레가 있다, 벌레의 지식을 추구할 것이다." 목격자의 말이 황량한 왕국에 울려 퍼졌다. "최후의 형체는 여전히 다듬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늘을 상대로 영광스럽게 휘두를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패배로 쇠약해진 상태로는." 메아리가 그녀의 정신을 스쳐 지나갔지만, 움켜쥘 곳은 달리 없었다.

[공포의 비명 같은 웃음]

[결과 없는 메마른 승리, 더 거대한 전쟁 안에, 희미해진 패배한 전투들.]

"승리의 뒤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들은 계략을 꾸미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전쟁은 먹이를 먹고 자라난다. 하늘은 길을 열 수 없다.]

"그 시간도 곧 끝난다. 그녀에게 네 사랑을 보여 주어라, 시 로."

그녀는 다시 혼자였다.

그리고 기진한 재에는 그녀의 칼날이 묻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