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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11 00:32:11

조세르의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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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_dsc8617.jpg
파일:Djoser_Step_Pyramid-5683d9385f9b586a9e03e725.webp
조세르의 피라미드의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
파일:유네스코 세계유산 로고(흰 배경).svg
이름 한국어 멤피스와 네크로폴리스
―기자에서 다슈르까지의 피라미드 지역
영어 Memphis and its Necropolis
– the Pyramid Fields from Giza to Dahshur
아랍어 ممفيس ومقبرتها منطقة الأهرام من الجيزة إلى دهشور
프랑스어 Memphis et sa nécropole
– les zones des pyramides de Guizeh à Dahchour
상형문자 𓉴 (Mer, 메르)
등재유형 문화유산
등재연도 1979년
등재기준 (i)[1], (iii)[2], (vi)[3]
지정번호 86

1. 개요2. 상세
2.1. 계단식 피라미드2.2. 부속 건물군

[clearfix]

1. 개요

사카라에 위치한 계단식 피라미드. 이집트 고왕국의 시조 조세르의 무덤이다.

2. 상세

조세르는 이집트 고왕국을 개창한 제3왕조의 초대 파라오였다. 19년, 혹은 38년이라는 상당히 긴 세월 동안 이집트를 다스린 파라오로서 역사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건축학적으로 더 중요하다. 그 이유는 피라미드식 무덤을 만든 파라오였기 때문. 조세르 이전까지의 파라오들은 '마스타바'라고 불리는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에 묻혔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무덤에 묻혔던 것. 하지만 조세르는 마스타바들을 층층이 쌓아올려 계단식 형태의 무덤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제4왕조, 제5왕조 등 후대까지 전해져내려가는 피라미드식 무덤의 규범을 최초로 창안했다.

파일:Djoser-Komplex_2.png

조세르의 피라미드의 건물군 평면도.

위의 그림은 조세르의 피라미드와 그 주변에 있던 건물들을 묘사한 평면도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부속 건물들이 파괴되어 계단식 피라미드 하나 둥그러히 놓여 있지만 예전에는 피라미드를 감싼 형태로 수많은 부속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위의 그림에서 1번은 계단식 피라미드, 2번은 남쪽 묘, 3번은 세드 제전, 4번은 'T자형 사원', 5번은 남쪽 안뜰, 6번은 남신전, 7번은 북신전, 8번은 장제전, 9번은 서쪽 열주랑, 12번은 북쪽 열주랑, 13번은 부속 무덤, 14번은 세르답, 15번은 북쪽 제단이다.

파일:large_thumbnail_djoser_pyramid.jpg

조세르의 피라미드를 3D로 복원한 모습.

참고로 조세르의 피라미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전설적인 재상 임호텝이다. 하필이면 미이라 시리즈에 끔찍한 악역 괴물로 등장해 이미지가 이상해져버리긴 했지만[4], 실제 임호텝은 엄청나게 유능한 인물이었다. 고왕국 시대 최고의 현자이자 대신관, 의사, 건축가, 박학다식한 행정가로 가히 고대 이집트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볼만하다. 그 능력 하나로 파라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신격화된 인물일 정도니 그 능력이 짐작이 된다. 임호텝은 이 피라미드의 설계자이자 건축 감독관이었고, 아마 계단식 피라미드를 고안해낸 것도 이 임호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고대 이집트인들이 조세르를 추앙하는 과정에서 역으로 임호텝을 내려치고 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2.1. 계단식 피라미드

조세르의 계단식 피라미드 자체는 총 6단으로 높이는 60~62.5m 사이다. 조세르의 피라미드는 처음부터 계단식으로 쌓아올릴 계획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마스타바로 지을 생각이었으나 지으면서 규모를 확장, 증축, 총 5번이나 재설계했다. 처음부터 3번째 설계안까지는 규모만 커지는 마스타바의 모습이지만 4번째 설계안부터 본격적인 피라미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피라미드식 설계안이 나온 이후에도 꾸준하게 증축을 계속했기에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피라미드의 모습은 무려 6번째 설계안인 'P2 설계안'에 따라서 만들어진 피라미드다.
조세르 피라미드 계획안의 변경 과정
파일:Djoser-Mastaba-M1.png 파일:Djoser-Mastaba-M2.png 파일:Djoser-Mastaba-M3.png 파일:Djoser-Pyramide-P1.png 파일:Djoser-Pyramide-P1'.png 파일:Djoser-Pyramide-P2.png
M1[5] 설계안 M2 설계안 M3 설계안 P1[6] 설계안 P1' 설계안 P2 설계안
계단식 피라미드를 발굴해본 결과 피라미드는 총 5번의 설계안 변경을 거쳤고, 그 단계마다 각각 M1, M2, M3, P1, P1', P2 설계안이라고 부른다. M은 마스타바의 'm'에서 따왔고 P는 피라미드의 'p'에서 따왔다. M1 설계안은 면적 63m x 63m에 높이 8.4m이다. M2 설계안은 면적 71.5m x 71.5m에 높이 8.4m다. M3 설계안은 면적 71.5m x 79.5m에 높이 8.4m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덤은 단층의 기존 마스타바 형식을 그대로 취한 채 부피만 확장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M3 설계안 다음부터는 설계도가 확연히 바뀐다. P1 설계안은 4단 피라미드로 면적 77m x 85.5m에 높이는 42m다. P1' 설계안은 6단 피라미드로, 층을 두 단 높였고 면적 108m x 120m에 높이 60~62.5m다. 마지막 P2 설계안 역시 6단 피라미드이며 면적 109m x 121m에 높이 60~62.5m, 총부피는 334,400m3다. 그리고 현재 피라미드는 P2 설계안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조세르 피라미드 하부에는 꼬불꼬불한 미로들이 가득하고 이를 통과해야 매장실로 갈 수 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 카프레의 피라미드에는 이런 미로나 수많은 방들이 없지만 조세르의 피라미드는 반면 내부에 미로와 방들이 많다. 판타지 영화 속에 나오는 피라미드속 미로는 바로 여기서 착안한 것. 미로의 길이는 무려 6km. 그 미로를 거치면 면적 7m x 7m에 깊이 28m 지하에 있는 중앙 매장실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는 피라미드의 북쪽 사면에 지어졌으며[7] 석회암 복도에는 푸른색 도자기 타일을 붙여 갈대 모습을 냈다.[8]
파일:800px-Djoser-infrastrutures.jpg 파일:5e610c43fee23d08075706a5.jpg 파일:5e612ab5fee23d2d81453854.webp
내부 설계. 중앙의 붉은색 상자가 석관이다. 중앙의 매장실과 화강암 석관 피라미드의 복도. 벽의 자국들 하나하나마다 푸른 도자기 타일이 붙어있었다.
조세르 피라미드의 매장실은 4면이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큼직한 크기의 방이다. 입구는 하나고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으로 막아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참 전 고대 시절에 무덤이 도굴당한 탓에 미라는커녕 웬만한 부장품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매장실의 천장에는 5개의 뾰족한 모서리가 있는 별들의 모습이 새겨진 석회암 블록이 발견됐다. 무덤의 천장에 별을 아로새기는 전통이 이미 고왕국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9] 매장실 한가운데에는 큰 화강암 블록들을 쌓아올려 만든 관이 있다. 하지만 석관 안은 텅텅 비어있고 곳곳에 금이 쩍쩍 가서 갈라진 상태다.

2.2. 부속 건물군

당시의 피라미드는 단순히 왕의 시체를 안치하는 무덤 수준이 아니라 파라오가 내세에 부활할 신성한 장소였다. 그랬기에 피라미드 하나만 세워두는 걸로는 전혀 족하지 않았고 그 주변에 파라오의 부활을 돕고 내세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수많은 부속 건물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1.6km에 달하는 거대한 석회암 벽을 둘러 건물군을 보호했다. 벽들 중간중간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보루가 서있었으며 그 사이에는 가짜 이중문이 있었다.[10] 개중 동쪽 파사드의 남동쪽 모서리에 위치한 15번째 이중문이 실제 통행 역할을 했다. 이중문 양 옆에는 높이 솟은 보루들이 쌍으로 버티고 있었고 문을 통과해들어가면 열주회랑으로 이어졌다.

이중문을 통해 두터운 벽을 통과하면 열주회랑이 나왔다. 대략 동남향을 바라보는 형태의 열주회랑은 높이 6m에 달하는 40여 개의 기둥들이 서로 쌍으로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은 묶은 갈대줄기 모습으로 깎았으며, 한때는 야자수 형상으로 조각된 석회암 천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석회암 천장이 모두 무너져내려 기둥들만이 남은 상태. 기둥들 사이사이마다 조각상들이 있던 대좌가 있는 걸로 보아 조세르와 신들의 신상들이 안치되어 있던 걸로 추정되지만 현존하는 건 없다. 독특한 점이라면 기둥 뒤에 기둥과 연결되는 벽을 세워 이었다는 것인데, 아마 당대 건축 기술이 부족해 기둥들이 천장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할까 우려해 벽을 더 세운 게 아니었을까 추정만 하는 중이다.
파일:Colonnade-entrance-complex-Step-Pyramid-Djoser-Egypt.webp 파일:AP21257303588827.jpg
갈대 모양의 기둥들이 세워진 열주 회랑 남쪽 묘의 정면 모습
열주 회랑을 지나면 남쪽 안뜰로 나온다. 안뜰에는 세드 축제의 장소를 표시하던 구부러진 형태의 돌이 있다. 안뜰 아래에는 남쪽 묘가 있다. 굳이 '남쪽 묘'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상 제2의 무덤 역할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 후기에 지어지는 위성 피라미드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장소다. 내부 역시 계단식 피라미드 내부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푸른색 도자기 타일로 장식된 것도 정확히 일치하지만 남쪽 묘가 훨씬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약 30m의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복도로 내려가면 분홍빛 화강암으로 지어진 작은 묘실과 2개의 방이 나온다. 초기에는 이 곳에 왕의 카노푸스와 장기들을 안치하지 않았을까 추측했지만 워낙 묘실이 작아 그 가설은 폐기됐다. 묘실 옆 한 방에는 섬세한 벽감 부조 3개로 장식되었고 개중 하나는 세드 축제를 주관하는 조세르의 모습이 새겼다.

북신전은 계단식 피라미드 북면에 위치하며 북극성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파라오가 북극성과 함께 별들로 승화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지었던 것. 후임 파라오들이 조세르에게 제사를 정례적으로 지내던 곳도 바로 이 곳이었다. 북신전 동편에는 그 유명한 '세르답'이 있다. 세르답은 왕이 죽은 후에도 무덤 근처에 머물러 있는 '카'를 위한 공간이었다.[11] 이 안에는 조세르의 실물 석상이 있다. 원래는 눈에 보석이 박혀있었다만 도굴꾼들이 보석을 빼가면서 얼굴이 크게 훼손당했다. 참고로 이 석상은 이집트 실물상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오리지널은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해 카이로 박물관에 옮겼고 현재 놓아진 건 복제품이다.
파일:320px-Djoser_d1.jpg 파일:saqqara_zoser_serdab01.jpg 파일:1_Egyptian_Tomb.jpg
세르답의 조각상[12] 세르답 내부의 복제상[13] 남쪽 묘의 내부. 원래는 저 푸른 타일이 벽 전체에 빼곡히 덮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볼만한 건 세드 제전이다. 파라오의 안녕을 기원하는 국가적 축제였던 세드 축제가 열리던 장소인데, 이 곳은 개중에서도 파라오가 사후에 세드 제전을 집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제전 동편과 서편에는 신전들의 유구가 있고 각각 건축 양식이 다르다. 모두 다른 시기에 걸쳐 지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북쪽과 남쪽에도 사원이 있는데 기둥도 없고 그저 평평한 천장을 가진 돌더미에 불과하고, 그나마 서쪽의 사원이 보존 상태도 좋고 볼게 있다. 홈이 파인 기둥들과 잎사귀 주두를 가진 사원이라 나름대로 아름답다. 기둥들 사이사이에 조각상 대좌가 놓여있지만 남아있는 조각상은 없다.


[1]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할 것 [2]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 [3]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될 것 [4] 참고로 미이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파라오 세티 1세 역시 실제 세티 1세와는 시대적 배경은 커녕 역사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이다. [5] 'Mastaba'의 앞글자인 M을 따왔다. [6] 'Pyramid'의 앞글자인 P를 따왔다. [7] 피라미드의 입구를 북쪽 사면에 내는 것은 고왕국 시기 무덤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8] 현재는 죄다 떨어져나가서 과거의 모습을 짐작하기 힘들다. 그나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 조세르의 피라미드의 훼손되기 전 옛 모습을 잘 재현해냈다. [9] 실제로 왕가의 계곡에 소재한 파라오 무덤들의 모습을 보면 매장실 천장에는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짙은 푸른색 바탕에 황금빛 별을 그려넣어 매우 아름답다. [10] 이 가짜 이중문들은 파라오의 영혼이 내세로 통할 때 사용할 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11] 파라오들은 이 세르답 앞에서 '입을 여는 의식'을 행하는 등 여러 제사를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12] 카이로 박물관에 전시된 원본이다. [13] 이건 복제품이다. 세르답에 뚫린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저 복제상이 보인다. 물론 복제품이긴 하지만, 원래의 그 장소에 놓여있다는 가치 덕분에 박물관에 전시된 원본보다도 분위기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