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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법원 1986.10.28. 선고 86도1406 판결의 별칭이며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판례 중 하나다.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위전착)이 사법시험에 워낙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라 중요성이 높은 판례인 데다 여우고개라는 지명이 주는 임팩트가 강렬해서 여우고개 사건 혹은 당번병 사건이라고 불리면서 법덕들 사이에서 존성대명을 떨치고 있다.
2. 전개
해당 사건은 중대장의 처가 밤늦게 귀가하느라 혼자 가기 어려우니 당번병을 불렀고, 당번병이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나가 씌워 주고 온 사건이다.1985년 5월 18일 오후 7시 30분 중대장 이모씨는 부인 박태자와 함께 회식을 가기 위해 소속 당번병을 불러서 관사를 지키라고 지시하였다. 오후 10시 부인이 관사로 전화하여 중대장이 귀가하였냐고 묻자 당번병은 귀가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다시 2시간이 지난 자정에 박태자로부터 밤도 늦고 비가 오고 있으니 마중을 오라고 요구했다. 이에 당번병은 문산읍에서 자고 오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박태자는 막무가내로 마중을 나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당번병은 우산을 들고 박태자를 마중한 후 오전 1시에 복귀하였다. 이에 해당 당번병은 무단이탈죄로 기소되어 1985년 12월 10일 제1사단 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번병의 항소로 1986년 5월 20일 열린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중대장이 당번병을 자신의 개인 영어 과외교사로 삼고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부르는 등 매번 늦은 시간까지 영외의 중대장 관사에 있었으며 이를 부대에서 묵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당번병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상고하여 1986년 10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3. 판결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 판결
【판시사항】
당번병이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한 무단이탈 행위와 위법성
【판결요지】
소속 중대장의 당번병이 근무시간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을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사건당일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로부터 24:00경 비가 오고 밤이 늦어 혼자 귀가할 수 없으니 관사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그 지점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하였다면 위와 같은 당번병의 관사이탈 행위는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 하였다 하더라도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볼 것이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소속 중대장의 당번병으로서 근무시간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이 사건 당일밤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 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 박태자로부터 같은 날 24:00경 "비가 오고 밤이늦어 혼자서는 도저히 여우고개를 넘어 귀가할 수 없으니, 관사로부터 1.5km 가량 떨어진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로 생각하고서 여우고개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게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 사실오인이나 무단이탈죄에 있어서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상고이유)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시사항】
당번병이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한 무단이탈 행위와 위법성
【판결요지】
소속 중대장의 당번병이 근무시간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을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사건당일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로부터 24:00경 비가 오고 밤이 늦어 혼자 귀가할 수 없으니 관사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그 지점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하였다면 위와 같은 당번병의 관사이탈 행위는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 하였다 하더라도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하고 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볼 것이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소속 중대장의 당번병으로서 근무시간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 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오던 중 이 사건 당일밤에도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관사를 지키고 있던 중 중대장과 함께 외출나간 그 처 박태자로부터 같은 날 24:00경 "비가 오고 밤이늦어 혼자서는 도저히 여우고개를 넘어 귀가할 수 없으니, 관사로부터 1.5km 가량 떨어진 여우고개까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당번병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로 생각하고서 여우고개까지 나가 동인을 마중하여 그 다음날 01:00경 귀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게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 사실오인이나 무단이탈죄에 있어서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상고이유)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사를 나가 중대장의 부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당번병의 임무였다면 위법성조각사유인 형법 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대장 처를 마중나가는 것은 당번병의 임무가 아니므로 정당행위가 될 수 없으며 무단이탈에 해당된다. 하지만 당번병은 그게 임무라고(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 믿고(의 착오) 행동했는데 대법원은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결했다.
대표적인 학설은 고의설, 소극적구성요건표지이론, 엄격책임설, 구성요건 유추적용설, 법효과 제한적 책임설이 있는데 법효과 제한적 책임설이 다수설이다. 판례의 태도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격책임설과 유사하지만 엄격책임설에서는 책임이 조각되는 데 반해 판례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태도를 취해 차이가 있다.
쉽게 풀이하자면 당번병의 임무 중 중대장의 아내를 마중나가는 것이 없으니 이를 위해서 부대 밖으로 나가는 건 위법 행위다. 하지만 당번병으로서 원래 임무 중 중대장의 가족의 수발을 들어주는 것이 있었고[1] 이 때문에 당번병은 임무 수행을 위해 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무조건 유죄라고 몰아붙일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4. 뒷이야기
1990년대에 발간된 신동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형법 교수의 "판례백선 형법총론" 에서 여우고개 사건으로 명명하여 유명해졌다. 이때 같이 명명된 사건들이 "삐끼 주점 사건" 이니 "천지창조 사건", 그리고 "고개 끄덕끄덕 사건[2]" 이니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동운 교수의 탁월한(?) 작명방법을 그대로 따라서 신림동의 사법시험 형법강사인 신호진 박사가 자신의 저서인 "형법요론"에 반영하였다. 소위 리딩 케이스에서는 신동운 교수가 붙여준 별명을 그대로 쓰지만 비중이 약한 판례나 최신 판례 중에는 신호진 박사가 독창적으로 별명을 지어준 사건이 많이 있다. "친해지면 응해주겠다 사건"이라든가...뭇 군필 법덕들의 의심을 사는 점은 당번병이 지휘관이나 지휘관 사모의 지시로 잠시 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고 상급 지휘관들도 이런 관행을 문제삼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왜냐면 자기들도 당번병을 그렇게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3] 검사가 기소해서 재판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1심, 2심을 지나 대법원까지 가서 다퉈야 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굳이 고발을 해서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결국 형법교과서에 길이 남을 판례까지 만들어내게 된 배경에는 뭔가 감춰진 사실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는데 이에 " 중대장의 부인이 당번병과 놀아났고 열받은 중대장이 당번병을 조지려고 수작을 부렸다" 는 설이 대두되었다. 좀 순화된 버전으로 중대장이 처와 대판 싸워서 혼자 돌아왔는데 나중에 보니 처와 당번병이 같은 우산 쓰고 들어오자 분노해서 고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번병은 이 사건 이후 몇 번의 논란이 터지고 나서 정식 편제가 사라졌으나[4] 당번병 항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편제만 없어졌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여단장(준장급) 이상 직급에는 부관이 존재하며 대대급에도 대대장 통신병과 운전병이 예전의 당번병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5] 중대장은 사실상 중대 교육계나 통신병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전히 제2, 제3의 여우고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 그래도 이렇게 유명한 판례가 남아 있는 한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을 것은 물론이고 1심에서 그대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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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술했듯이 근무시간 중은 물론 근무시간 후에도 밤늦게까지 수시로 영외에 있는 중대장의 관사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그 자녀들을 보살피며 중대장 또는 그 처의 심부름으로 관사를 떠나서까지 시키는 일을 해 오던 게 있었다.
[2]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판례로서 10.26 사건에 연루된
김계원 비서실장에 관한 것이다.
[3]
80년대 군대에서 지휘관의 당번병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사노비와 다를 바 없는 보직이었다. 위 판례에도 대놓고 집안일이나 심부름은 물론 자녀들까지 돌보아 주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4]
원래 중대장급이 원칙적으로 당번병을 거느릴 수는 없다.
[5]
실제로 상당수의 대대급 부대에서 대대장 당번병이 대대장 전속의 통신병/운전병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