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펜더 커스텀 샵의
1963
스트라토캐스터 Faded 3 Tone Sunburst (슈퍼 헤비 렐릭(Super Heavy Relic) 옵션이 적용되어있다.) |
깁슨 커스텀 샵 머피 랩의
1959
레스폴 Slow Iced Tea Fade (헤비 에이지드 (Heavy Aged) 옵션이 적용되어있다.) |
[clearfix]
1. 개요
대체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데, 오랫동안 사용된 빈티지 악기들의 낡고 헤진 외관 그 자체를 말하거나, 커스텀 일렉트릭 기타나 베이스같은 악기를 주문할 때 외형에 도장 벗겨짐, 흠집, 황변 등 오랜 기간 사용한듯한 흔적들을 만들어주는 옵션을 말한다.국내에서는 렐릭, 레릭의 두 가지 표현이 혼용되어 사용된다.
2. 상세
빈티지 악기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연주를 거치면서 외관이 까지고 낡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을 감성이나 로망으로 생각하는 유저들의 니즈 충족을 위해 시작되었다. 문서명인 렐릭이라는 단어는 펜더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며, 다른 회사들에서는 에이징, 앤틱과 같은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들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으나, 유저들 사이에서는 전부 렐릭이라고 퉁쳐서 부른다.초창기 1950년대, 60년대 펜더에서 기타 피니쉬 작업에 주로 사용하던 니트로셀룰로오스 래커가 도포된 악기가 가장 렐릭이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래커는 마르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내구성이 약해서 대량생산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나, 도포되고 시간이 지나면 목재의 수축으로 인해 미세하게 갈라지고 노란빛으로 변색되는데, 이게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도 주는지라 렐릭의 필수 요소중 하나로 뽑힌다. 반면 요즘 대량생산 악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이나 폴리에스터류의 피니쉬는 자연적으로 렐릭이 잘 되지 않으며, 인위적인 렐릭도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
비싼 이유는 그렇게 만드는 데 시간과 정성, 기술, 뛰어난 예술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박물관에서 원본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전시용으로 옛날 유물을 똑같이 만드는 것과 같다. 일단 새 악기 상태로 만든 후에 조각, 회화, 금속공예, 모델링, 프라모델의 기법을 써서 갈고, 깎고, 칠하고, 빛을 쪼이고 약품을 쓰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며, 빛에 의한 도료나 플라스틱 부품의 경화와 변색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빠르고 싸게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2.1. 렐릭을 하는 이유?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애호가들이 렐릭을 하는 이유는 렐릭을 단순히 피니쉬를 까내고 흠집을 내는 기타 학대가 아닌, 악기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기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풍파를 맞으며 생긴 역사를 창조해내고, 이걸 구입하는 행위가 무엇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하기에 렐릭을 의뢰하고 그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실제로 렐릭을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펜더에서는 렐릭에 스토리적 맥락을 부여하는 마케팅으로 빈티지 악기 애호가들을 상대로 큰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다.그렇기에 대부분의 렐릭 애호가들은 그 무엇보다 렐릭의 현실성에 집착한다. 해당 악기를 소유하였던 가상의 인물이 이 악기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연주를 한다면 어떤 장르에서 어떤 플레이를 주로 해왔었는지, 악기를 얼마나 꺼내어 얼마나 자주 연주해주었는지의 스토리가 이 피니쉬 까짐과 황변, 미세한 흠집들에 모두 담겨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가령 펜더에서 제공하는 클로젯 클래식이나 저니맨 레릭같은 옵션들은 해당 악기를 소유하였던 인물이 악기를 전반적으로 잘 닦고 관리해주며, 간혹 있는 합주에 나가서 연주한 정도를 가정한 레릭이며, 반대로 헤비 레릭 옵션은 해당 악기를 소유하였던 인물이 악기를 수십 년 동안 너무도 거칠게 다뤄 피니쉬가 모두 작살이 났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똥렐릭, 망한 렐릭, 뮬저씨 렐릭 등으로 기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이러한 스토리와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기타를 찍어대고 사포로 갈아대고 피니쉬를 잡아 뜯어내어 발생한 참사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기타의 피니쉬를 벗겨내고 흠집을 내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이를 매개로 맥락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무엇보다 엄청난 미적 센스와 요령, 그리고 이러한 흔적들을 온전히 재현할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2. 논쟁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일반인들 기준에서는 생활 스크래치만 나도 중고가가 까인다고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하는 값 비싼 물건임에도 낡고 해질수록 가격을 더 쳐 준다는 심히 이해하기 힘든 관행이고[1], 심지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렐릭은 항상 뜨거운 감자로 취급되는데, 덕분에 뮬이나 일마갤같은 일렉트릭 기타 커뮤니티에서는 렐릭 애호가들과 그렇지 못한 렐릭 혐오론자 사이에서 거친 설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설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의견들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렐릭 자체가 싫다.
주로 모던하고 깔끔한 외형의 악기를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는 의견이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악기에 흠집이나 체킹 등 세월의 흔적이 밀려들어오는 것 자체를 피하고자 하기에 악기를 매우 깔끔하게 관리해주는 경향이 크다.
-
완전 신품 악기를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생기는 렐릭만이 진짜 렐릭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렐릭의 스토리적 맥락에 중점을 두는 부류이다. 즉 피니쉬가 얼마나 까졌는지의 여부는 크게 상관하지 않으나, 악기가 본인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그 세월의 흔적들을 새기고 간직하는 과정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는 것. 아무리 유슈의 기타 메이커들에서 신품 기타에 정말로 자연스러운 레릭을 만들어주어도 이들의 눈에는 가짜 레릭으로 보일 것이다. 스티비 레이 본이나 하이럼 불록처럼 거의 고물에 가까운 상태가 된 악기를 굳이 리피니쉬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인물들이 아마 이런 부류일 것이다.
-
몸이 자주 닿는 부분들만 살짝 까진 수준까지만 괜찮다.
주로 소프트한 레릭을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의견.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해준 신품 악기라 하더라도 몸과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들의 피니쉬는 언젠가 헤질 수밖에 없는데, 어차피 오랫동안 연주하면 까일 부위이니 미리 깐다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케이스라 볼 수 있다.
-
자연스럽고 고풍스럽다면 얼마나 렐릭이 되었든 상관 없다.
이들은 그 무엇보다 렐릭의 현실성에 주안점을 둔 경우가 많다. 설령 그 기타에 생긴 흠집들이 본인과 함께하며 생긴 흔적이 아니더라도 오랜 세월 누군가의 손을 타며 고풍스러운 골동품처럼 바뀐 외관을 선호한다는 것.
-
피니쉬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까진 렐릭도 문제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고물에 가까운 상태가 된 악기를 선호하는 부류로, 다른 형태의 렐릭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이들의 취향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 여담
- 렐릭 악기의 가장 극단적인 예시 중 하나는 아마도 펜더 커스텀 샵에서 나온 로리 갤러거 시그네처 스트라토캐스터일텐데,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스트라토캐스터를 완벽하게 복각해놓은 해당 모델은 피니쉬가 너무 극단적으로 까여서 무슨 원목 바디에 불규칙적인 무늬가 살짝살짝 붙어있는 듯한 주객전도 외관을 자랑한다.[2][3]
|
- 이용자들 중 유부남의 비율이 높은 뮬 등지에서는 바가지 긁는 내무부장관을 상대로 500에서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의 커스텀 렐릭이나 아티스트 복각 버전 신품 기타를 친구나 지인에게서 공짜나 십수만 원 주고 헐값에 업어온 고물 기타라고 속이고 날치기를 시도하는 용자도 종종 발견된다.
[1]
굳이 비슷한 예시를 찾아보자면
청바지의 무릎이나 허벅지 부분을 일부러 찢거나 헤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2]
물론, 실제 연주자들에게 렐릭은, 자기와 맞는 악기를 자기와 한몸이 되도록 마르고 닳도록 쓰면서 생기는 커리어의 흔적 정도로 생각하거나 별 생각없는 경우가 더 많다.
[3]
렐릭이 프리미엄이 될만한 커리어를 가진 유명한 음악인들은 대부분 관객과 스폰서에 홍보효과를 위해 악기사나 스폰서로부터 엔도스먼트를 받았기 때문에 고가의 명품 악기를 공연때 들고 나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