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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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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άρις / Paris[1]

1. 개요2. 황금 사과와 엮이기까지
2.1. 왜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는가?
3. 헬레네를 얻은 이후4. 캐릭터성5. 대중 문화에서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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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jpg
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
트로이의 왕자이자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인물.

미남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트로이 왕족 중에서도 손꼽히는 미남이다.[2] 히기누스의 《 이야기》에서도 최고의 미남 중 하나로 분류됐다.[3]

흔히 파리스라 부르나, 목동 시절 양을 노리는 도적 떼를 물리쳐서 "지키는 자"라는 뜻인 알렉산드로스라고도 불렸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역설적인 별명.

2. 황금 사과와 엮이기까지

1후일 알렉산드로스는 헬레네를 납치하는데 그것은 일설에 따르면 에우로페 아시아를 전쟁에 끌어들임으로써 자기 딸이 유명해지도록,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반신족의 명예를 높이려는 제우스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2그 중 한 가지 이유로 인해 불화의 여신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앞에 가장 아름다운 이를 위한 상으로 사과 하나를 던진다. 그러자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시켜 여신들을 이데 산에 있는 알렉산드로스에게 데려가 그의 심판을 받도록 했다. 여신들은 저마다 알렉산드로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헤라는 자기가 모든 여자들보다 선호된다면 만인을 다스리는 왕권을 주겠다고 하였고, 아테네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헬레네와의 결혼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내리고는 페리클로스가 건조한 함선들을 타고 스파르테로 출항했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천병희 번역, 도서출판 숲, 2004, p.313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Βιβλιοθήκη 「요약」 3,1-2)

파리스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카베는 파리스를 낳았을 때 횃불이 트로이를 불태우는 꿈을 꾸었는데, 신탁에서 파리스가 트로이를 망하게 할 운명이라는 말을 듣고 산에 버려 죽게 하려 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은 신도 거스를 수 없고 반드시 운명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파리스는 죽지 않고 양치기에게 구출되어서 양치기의 자식으로 자란다.[4] 어쨌든 나중에 왕자라는 것이 밝혀져 다시 왕궁으로 돌아간다. 용맹하고 머리 좋은 데다가 외모가 뛰어난 미남이어서 매우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행적은 저서나 시기마다 조금씩 다르게 기록되어 있는데, 트로이의 멸망 이후를 다룬 아이네이아드의 경우 파리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았지만 권투 싸움에 강한 스포츠맨이라고 묘사해 놓았고 전쟁에서도 수없이 쟁쟁한 아카디아 장수를 활로 쏴서 부상을 입히거나 쓰러뜨린 경력이 있다고 서술된다. 하지만 파리스의 찌질함이 최고조에 달하는 일리아스에선 온통 한심한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한편 올림포스에서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사과[5]를 둘러싸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제우스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환이 생길 걸 알았기 때문에 인간 중에서 심판관을 뽑기로 하고, 가장 잘생긴 남자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선택된 인간 남자가 하필 파리스였다. 당연히 파리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식겁하여 도망갔지만 헤르메스에게 붙잡혀 자세한 사정을 듣고서는 어쩔 수 없이 심판을 맡게 된다.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자신에게 황금 사과를 주면 어떤 보상을 줄지 저마다 설명했다. 헤라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아테나는 위대한 지혜와 모든 전쟁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절세미인을[6][7] 약속했다. 공정한 평가를 받으려고 찾아왔으면서 로비를...

그리고 파리스가 선택한 여신은 아프로디테였다.

2.1. 왜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는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때, 파리스의 선택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보일 수 있다. 세 여신이 약속한 공약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공약은 헤라나 아테나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하다. 헤라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약속했으며, 아테나는 '위대한 지혜와 모든 경쟁의 승리'를 약속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굳이 오이노네를 버리고 바람을 피우기를 원했다고 했어도 헤라를 선택할 시 부와 권력을 이용해 헬레네는 물론 다른 미인들도 제우스처럼 얼마든지 마음껏 차지했을 것이다.[8] 또한 헬레네의 남편인 메넬라오스가 그리스의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헬레네의 선택을 받은 것처럼, 아테나를 선택했었다면 메넬라오스의 영광을 파리스가 누림과 동시에 향후 일어날 다른 경쟁도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아프로디테는 이미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던져주며 '난 약속 지켰다?'하고 끝났을 뿐이기에 아무리 봐도 다른 두 신의 공약에 비하면 하위호환 수준이다. 이는 결국 트로이 전쟁의 씨앗이 되었고, 트로이가 끝내 멸망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주인공이 파멸한 원인을 주인공의 내면과 행적에서 찾고, 주인공 자신의 노력과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근대적 세계관에 기반한 독해인데, 고전 서양 비극들은 이런 근대적 세계관에 기반하여 쓰여진 작품이 아니다. 서양 고전 비극(특히 고전 그리스 비극)에서 주인공을 파멸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잔인하고 변덕스러운 운명'이며, 이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혜와 용기를 가진 영웅이라도 정해진 운명을 가진 인간(예를 들어,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라는 운명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인 이상 결코 그 운명을 피해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이 그리스 비극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이며, 오히려 그 인물이 위대한 영웅일수록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몰락해가는 모습을 보는 관객들의 카타르시스가 더 강력해지는 것이다.

그리스 비극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을 도덕적으로 교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이 도덕적 교훈이란 근대 이후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노력과 재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라'는 교훈이 아니다. 오히려 '그 누구도 신들이 정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신들 노하시지 않게 잘 섬기고) 겸손해져라.'는 교훈에 더 가깝다.[9]

물론 이런 '교훈'은 근대 이후의 합리주의적 세계관에 익숙해진 현대의 독자들로써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장치를 삽입하는 형태로 번안된 고전 비극 작품들도 있기는 하지만 본래 작품 자체는 독자(또는 관객)이 이해하건 못하건, 정당하다고 생각하건 그렇지 않건 파멸할 운명인 이는 파멸한다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이런 고대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작품을 두고 개인의 노력에 의한 극복을 긍정하는 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이러저러하게 행동했으면 파멸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해석한다거나, 인과응보를 강조하는 중세적 사고방식에 따라 '무슨무슨 잘못 때문에 저런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 아닌가' 라고 해석하기란 별 의미가 없다.[10]

게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각기 해당 개념, 현상 그 자체인 만큼 사실 어느 신에게 저주를 받더라도 인간이 감당하긴 버겁다. 여신들 중 서열 1위인 데다가 그 대영웅이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온갖 고생을 시킨 헤라는 말할 것도 없고, 아테나 역시 파리스의 경쟁자나 적이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후원을 아낌없이 받을 테니 제 명에 못 살고 갈 것이다. 헤라나 아테나보다 비교적 약해 보이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도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상사병으로 죽는 정도면 곱게 끝난 거고, 아내의 외도( 디오메데스, 메넬라오스), 수간( 파시파에), 근친상간(키니라스와 스미르나), 의붓아들을 사랑함(파이드라), 성관계를 통한 신성모독( 아탈란테 히포메네스),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상사병( 나르키소스) 등 수만 가지 끔찍하고 비참한 사랑과 관련된 결말들이 기다린다. 반 농담삼아서, 아테나와 헤라에게만 미움을 사서 조국을 멸망하게 만든 무능한 악인으로 여겨지게 되었을 지언정 아프로디테에게 미움을 사진 않았기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지켰다는 말도 있다. 즉, 심판관으로 낙점된 시점에서 어차피 파리스 앞에는 파멸만 남은 셈. 게다가 아프로디테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붙여지는 말이 우주의 3왕국을 모두 거머쥔 여신으로 불리며[11] 아들 에로스는 제우스와 아폴론조차 두려워하는 불가항력적인 힘을 지니고 있고, 제우스와 같은 세대 신이다. 게다가 크로노스와 같은 세대의 신으로 제우스보다도 윗 세대, 굳이 따지면 고모뻘인 신이다(...).

어쩌면 '감히 귀하신 여신님들의 외모를 판가름할 수 없다.' 같은 식으로 나와도 세 여신이 모두 기분 나빠할지도 모른다.[12] 그나마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움의 여신'임을 강조하며 사과를 주는 대신 신들의 여왕인 헤라는 '가장 위대한 여신'으로,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는 '가장 지혜로운 여신'으로 추켜세워주며 주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라는 대목이었으니 외모 면에서 다른 두 신을 디스한 꼴이 되고 어찌저찌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어차피 같은 난관에 봉착한다. 모든 신의 어머니인 가이아 등 세 여신보다 상위의 존재에게 사과를 바쳐 세 여신이 감히 뭐라 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세 여신을 우롱하는 거나 다름없어질뿐더러, 그리스 신들의 관계가 완전히 막장에 개족보인 걸 생각하면 그리 안전한 선택지는 아니다. 애초에 그 신이 사과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즉, 빠져나갈 길이란 애초부터 없던 것이다.[13] 억지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건 파리스가 이미 '파멸의 운명'에 서게 되었고 상대가 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렇다. 고전 그리스 비극에서 합리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 여기선 아무리 합리적인 대답을 하더라도, 운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합리'는 떠밀려갈 뿐이다.[14]

또한 헤라나 아테나를 선택했다 치더라도 과연 그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프로디테가 선사한 매혹의 힘과 인간들 중 최고의 미녀를 아내로 맞는 것보다 더 우월한지 의문이다. 일례로 신화를 각색한 < 키르케>를 보면 오디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의 가호를 받아 영웅으로서의 명예를 얻긴 하지만 결국 사생아였던 텔레고노스에게 죽고 만다. 이에 아테나는 텔레마코스에게 아비의 위업을 물려받으라는 식으로 자신의 가호를 제의하는데, 그의 아내 페넬로페가 자신의 아들만큼은 그런 영웅의 길을 걷지 않게끔 아테나의 명령을 거절한다. 명예라는 것이 결국엔 남이 보기엔 허울만 좋은 고생이었다는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스 비극의 특성 상 권력이나 명예를 손에 넣어놓고도 아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차지한 미녀들이 모두 비극을 맞는 전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

그리고 파리스가 헤라와 아테나에게 보복을 당한 것처럼 묘사됐지만 실제로 내용을 차근차근 따져보면 헤라나 아테나는 파리스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직접적으로 보복하진 않았다. 한국에서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서술[15] 때문에 많이들 착각받는 부분이지만, 트로이의 멸망은 파리스가 죽은 이후에다 신들이 합의를 본 결정이었고, 본인은 왕자의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실제 전투에서도 여러 군공을 세우고 장렬히 전사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보복은 없었다는 것 뿐이지, 그리스 쪽의 편을 든 포세이돈과 헤르메스 등은 적당히 개입하면서도 원칙에 따라서는 트로이아 편을 들기도 하지만,[16] 헤라와 아테나는 시종일관 아카이아 군의 편을 들며 집요하게 트로이아를 괴롭히기는 한다.[17] 제우스의 제지가 없었다면 더 심하게 괴롭혔을 것이다.

만약 헤라가 파리스에게 작정하고 보복했다면 트로이는 전쟁 이상의 저주로[18][19] 멸망하거나 멸망하지 않더라도 내부의 권력 다툼에 진 파리스가 왕자 지위를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했을 수도 있고, 아테나가 작정하고 보복했다면 군공은 커녕 이름 없는 잡졸과 싸우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20]

실제로 파리스의 운명이 꼬여버린 건 두 여신의 보복을 받아서가 아니라, 아프로디테의 상 때문이다. 하필 유부녀에 애엄마, 그것도 건드리면 전 그리스가 줄줄이 따라오는 헬레네를 줌으로써 나라가 홀라당 망하게 했으니. 그런데 원래 일리아스를 보면 아프로디테가 손수 헬레네를 뽑아다 준 게 아니라, 그냥 누구든 꾈 수 있는 매력을 주었다고 나와 있다. 서술하자면 아프로디테 잘못도 아닌 파리스의 판단인 것이다.

일리아스의 유럽 지역 판본(번역본) 중 이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파리스가 판결을 내리기 전에 세 여신에게 누굴 골라도 자기한테 보복하지 말라고 스틱스 강에 맹세를 시켰다는 내용을 추가한 판본도 존재한다. 이 경우 헤라나 아테나가 맹세를 어긴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파리스의 몸을 직접적으로 위해한 적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은 하지 않은 게 된다. 그래서 '파리스 개인에게 뭘 하진 않았고 그냥 트로이 전체를 끌어들였을 뿐'이라는 언급이 따라붙는다. 일리아스가 쓰일 당시와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진 데다 아무리 파리스가 당시에 어렸다고 하더라도 설마 저 상황에서 그 정도 생각도 안 하고 덜컥 판결을 내렸겠느냐는 사견이 첨부된 것으로 보인다.[21]

3. 헬레네를 얻은 이후

아무튼 원본 일리아스에서든 번역본에서든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 여신을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 판결했고 아프로디테 여신은 약속대로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인도했는데...

문제는 헬레네는 파리스를 만나기 전에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와 결혼해 딸 헤르미오네를 둔 상태였으며, 파리스도 오이노네와 결혼해 아들 코리토스를 둔 상태였다는 것.[22] 어느 만화판에서는 헬레네가 기혼인 걸 안 파리스가 바람피우러 가는 주제에 그건 불륜이라면서 진심으로 기겁하며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거절했더니 아프로디테는 그 정도 용기도 없으면서 어떻게 세상 제일의 미녀를 갖겠냐며 적반하장 식으로 말하며[23] 파리스의 결백은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까 자기만 믿으라고 파리스를 위로(...)해준다.[24] 전처 오이노네는 파리스가 궁술 대회에 참가하러 나갈 때 "내가 치료할 수 있으니 무슨 병이나 부상이든 혹시 생기면 반드시 찾아와 주세요."라고 부탁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는데, 정작 파리스라는 이 인간은 대회에서 올 퍼펙트 골드로 우승한 뒤 헬레네에게 10년 동안 헤롱헤롱대느라 조강지처를 잊고 산다. 전승이 어쨌든 조강지처인 오이노네는 버리고 불륜을 저지른 것이라서 당연히 헤라는 추가적으로 파리스에게 분노했다.

왕비를 납치당한 것에 격분한 메넬라오스는 친형이자 그리스 최강국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함께 수많은 영웅들을 모아 트로이로 쳐들어왔고, 파리스는 형 헥토르에게 다 떠넘긴다. 그럼 본인은? 일리아스를 기준으로 별일 안 하고 투구를 빛나게 닦고 후방에 있다가 형 헥토르가 그를 찾을 때 다른 장수들이 먼지와 피로 뒤범벅일 때 여유롭게 빛나는 투구와 갑옷을 입고 나올 뿐이다. 가끔 장기인 궁술로 적들을 활로 많이 쏴죽이거나 큰 부상을 입혔다. 실제 일리아스에서 파리스는 항상 까임 대상이지만 아킬레스 다음 가는 그리스 장수인 디오메데스 등을 쏴서 부상을 입혀 그가 전장에 빠지게 만드는 전과를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언제나 전쟁에 목숨 걸고 싸우기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무투를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할지 생각에 빠져 헥토르도 동생을 볼 때마다 한숨을 내쉬었고, 그리스 장수들과는 1대 1 결투에서 도망다니기 일쑤였다.[25]

그러다가 형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죽고, 파리스는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여동생 폴릭세네에게 반하자, 이에 분노한다 내로남불??. 역지사지 첫 번째 아폴론에게 신탁을 받아 아킬레우스의 최대 약점인 아킬레스건을 알아낸 뒤, 폴릭세네와 같이 있어 아킬레우스가 방심한 사이에 독화살로 암살하는 큰 공로를 세우고[26] 다른 영웅들도 독화살로 계속 저격해댔지만, '장군 몇 명 죽인다고' 그걸로 나라를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 또한 관점에 따라선, 일리아스에서 트로이아의 멸망은 이미 제우스가 운명으로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27]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오디세우스와 그리스군은 "전쟁에서 이기려면 헤라클레스의 활이 있어야 한다"라는 신탁을 듣는다. 헤라클레스의 활은 그가 죽을 때 친구 필록테테스가 물려받아 가지고 있었다. 필록테테스도 트로이 원정 시작 때 함께 출전한 참모의 일원이었지만 도중에 병으로 렘노스 섬에 버려졌기 때문에 그리스군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설득으로 필록테테스는 화를 풀고 트로이로 와서 헤라클레스의 활로 파리스를 적중시켰다. 역지사지 두 번째 그 화살촉에는 히드라의 독이 묻어 있었고[28] 이걸 맞은 파리스는 독이 퍼져 죽어가기 시작한다.

생명이 위독해진 파리스는 오이노네의 말을 기억해내고 그제야 그녀를 찾는다. 오이노네는 의술의 신[29]의 가르침을 받아 히드라의 독도 치유가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신들도 도망치게 만들고 대현자이신 켄타우로스 히드라도 잡는 깡패조차 스스로 필멸자가 되어 죽는 독을 유일하게 해독 가능한 숨겨진 먼치킨.[30][31] 하지만 지금껏 그에게 버림받고 생과부 노릇을 했던 오이노네는 실려온 파리스를 원망하며 냉대하고[32] 결국 파리스는 트로이로 되돌아가 시름시름 앓다가, 혹은 돌아가는 길에 숨을 거두었다.[33]

한편, 오이노네는 막상 쫓아내 놓고도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이 떠오르자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차마 죽게 내버려두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마음을 바꿔 먹고 약을 가지고 쫓아갔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파리스를 보고는 비통해하며 울다 나무에 목을 매어 뒤를 따라갔다. 혹은 파리스의 장례식 때 화장하는 불에 뛰어들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파리스 때문에 괜히 애먼 전처까지 인생 망친 셈.

4. 캐릭터성

일리아스에서 파리스는 "강한 전사는 용감하고 대범하고 멋지다"는 고대 신화의 클리세를 비켜가는 매우 입체적이고 재밌는 영웅이다. 희랍 신화의 영웅들은 비록 현대적 의미에서의 인격자들이라 하긴 어렵지만, 당대 기준으로는 영웅적 성격을 가졌거나, 최소한 소위 '간지'를 갖춘 인물들이다. 반면 파리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손꼽히는 전공을 올렸지만, '멋진 영웅'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져있고, 따지고보면 트로이아 멸망의 원인까지 제공한 입체적인 영웅이다.

일단 파리스가 트로이아에 끼친 재앙은 명백하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파리스, 겉모습만 대단한 녀석, 정신이라곤
온통 여색에 팔아먹은 사기꾼 놈! 차라리 네놈이 고자였다면,
그래서 도 못 찾고 죽어버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남들 앞에서 이 지경으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굴욕 덩어리가 되느니,
차라리 그편이 훨씬 더 나았겠지. 긴 머리 아카이아인들은
남들 다 제치고 앞장선 네 생김새가 훤칠해서 대장인 줄만 알았다가,
가슴속에 아무 용기도 힘도 없는 걸 보고는 웃어젖히고 있을 게 뻔하다.
그런 네 녀석이, 믿음직한 전우들을 불러 모으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들에 올라 항해하더니만
외국인들과 어울리다가 멀리 떨어진 땅에서
전사들의 며느리인 그 아름다운 여인을 데려와서는
네 아버지 네 도시와 네 백성들 모두에게는 어마어마한 재앙이,
적들에게는 기쁨이, 그리고 너 자신에게는 오욕이 되게 하였지!
헥토르, 파리스를 질책하며 (《 일리아스》 3.39-51,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94)
이미 남편이 있는 헬레네를 빼앗아서 트로이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이며, 결국엔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면서 트로이 입장에서는 왕자가 아니라 왕지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찢여죽여도 모자라다. 비록 그리스군 최강의 명장 아킬레우스와 몇몇 장수를 화살로 쏴죽이는 공훈을 세웠지만 조국이 적국에게 멸망당할 명분을 제공한 만악의 근원이다.

또한 메넬라오스와의 대결에서 겁에 질려 주저 앉는 등 일리아스 영웅들 특유의 '간지'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주요 무기가 인 것도 그 성격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34][35] 언제나 자신의 무기와 갑옷 고르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헥토르가 먼지 뒤집어 쓰고 나올 때 투구를 번쩍거리면서 형 앞에 걸어온다.

메넬라오스에게 패배한 후엔 헬레네조차 파리스를 쌀쌀맞게 대한다. 파리스가 자신을 두고 메넬라오스와 싸우는데, 죽을 위기에서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쳐 온 주제에 하는 말이 자신이랑 같이 동침이나 하자고 하니(...) 헬레네도 있던 정도 떨어져 나갈 판이다. 너무도 한심한 파리스의 모습에 화가 난 헬레네는 동침을 거부하려 한다.(그래도 결국 화해하고 동침하긴 한다) 그 와중에도 헥토르는 이 한심한 동생 대신 트로이군을 지휘하느라 개고생하고 있었다.[36]

트로이의 왕자 중 한 명인 안테노르가 그냥 헬레네와 스파르타에서 가져온 보물을 돌려주고 그만 전쟁 끝내자고 제안했는데, 파리스는 "차라리 내 전재산을 주면 줬지 헬레네는 못 준다"라고 해서 프리아모스 왕은 헬레네 대신 파리스의 전재산을 줄 테니 전쟁을 끝내자고 사자를 보냈으나,[37] 아카이아군은 그걸 듣고는 웃더니 디오메데스가 헬레네와 보물을 돌려주고 전쟁을 끝낸다는 소리를 다시는 말하지 말라고 외쳤다고 한다. 파리스가 메넬라오스와 대결한다고 할 때 다들 전쟁 끝난다고 기뻐하던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 이미 전쟁은 헬레네를 돌려주고 말고로 끝날 상황이 아닌 것이었다. 왜냐하면 트로이 전쟁에서 헬레네는 그리스 연합군의 구실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은 트로이를 무너뜨리고 재물과 자신의 공훈을 뽐낼 속셈으로 따라온 군사들과 장교가 대부분이기 때문. 그나마 전쟁이 끝날 구실이었던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가 신들의 농간으로 무효화된 뒤에는 오히려 더 악이 받쳐서 싸웠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 아카이아군이 밀리자 아가멤논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자고 설레발을 치자, 오디세우스가 까는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들 사정이고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황금 사과 사건으로 파리스에게 엄청난 원한이 있는 헤라 아테나가 있는 한, 파리스는 사실상 무조건 죽게 되어있으며, 트로이는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런 졸렬하고 비겁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헬레네에 대한 사랑은 진짜이다.
헥토르 형님, 형의 심장은 늘 마멸을 모르는 도끼 같구려.
배 만들 나무를 솜씨 있기 베어내는 사람에게 쥐어져
나무를 따라 움직이며 그 사람의 힘을 북돋우는 도끼처럼,
형의 가슴속 결심은 두려움이란 걸 모르지요. 다만 황금의 아프로디테께서
내게 주신 저 사랑스러운 선물은 헐뜯지 마세요. 신들이 친히 내려주신
영광스럽기 그지없는 선물을 함부로 내쳐서는 안 되지요.
그건 누구도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38]
파리스, 자신을 질책하는 헥토르에게 (《 일리아스》 3.59-66,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95)
메넬라오스와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비록 헬레네의 구박을 받긴 하지만 곧 화해하고 부부관계를 가진다. 파리스와 헬레네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동안 메넬라오스가 파리스 어디갔냐고 방방 뛰고 있는 걸 보면 이겨도 이긴 거 같지가 않다. 오히려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 헬레네-파리스의 불륜과 메넬라오스의 분노였던 걸 생각하면, 굉장히 의미심장한 장면. 다소 기묘한 방향으로 호메로스가 챙겨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격이 졸렬해서 전투에서 도망다니고 자기 갑옷만 신경쓰는 놈이라 할지라도 의외로 파리스의 공적은 많은 편이다. 늙었지만 아카이아군에서 가장 지혜로운 네스토르, 아킬레우스 다음 가는 장수인 디오메데스를 부상입히는 등 전적 자체는 화려하다. 게다가 아카이아군의 에이스이자 인간 최강자인 아킬레우스도 다름아닌 파리스에게 화살 맞고 하데스로 직행했다.[39] 또한 자신의 친우가 부상당하자 분노해서 잠시 무쌍을 찍는 등, 나름의 인간미도 있다. 애당초 헥토르 사후 그 뒤를 이었다는 대목을 보면 아무리 형제들이 많이 죽었대도 파리스에게도 나름의 역량이 없지 않은 이상은 절대 그 뒤를 이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창 들고 싸우는 건 메넬라오스 선에서 정리되는 파리스지만, 활을 든 파리스는 그놈의 성격이 문제일 뿐 트로이아의 가장 뛰어난 전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킬레우스, 디오메데스 등 아카이이군의 내로라 하는 에이스들이 줄줄이 파리스에게 화살 맞고 죽거나 부상 당했다.

헥토르 역시도 파리스를 타박하긴 할지언정 파리스가 대단한 전사라는 건 인정하고 있으며, 전공에도 불구하고 성격 탓에 욕을 먹는 걸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다. 역량으로 따지면 핵토르 본인과 함께 트로이아군의 투톱이 되어야 할 동생이니까.
알 수 없는 녀석아, 누구든 올바른 판단을 가진 자라면
네가 거둔 전투의 공을 업신여기진 못할 거야. 넌 용감한 녀석이니까.
다만 넌 굳이 딴청을 부리고, 해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야. 너로 인해
그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트로이아인들에게서 너에 대해
치욕적인 말들이 나오는 걸 들을 때마다 나는 심장이 죄어든단다.
헥토르, 파리스에게 (《 일리아스》 6.521-525,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210)
이런 전적에 비해서 파리스가 괴리감이 생길 정도로 찌질한 것은 당시 궁병을 천대시하던 그리스 풍조나[40]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파리스의 유부녀 납치 등을 호메로스나 당시 그리스 시인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집어넣을 가능성도 크다.[41][42] 근데 사실 굳이 그런 묘사 안 넣어도 마누라도 있는 놈이 임자 없는 여자도 아니고 유부녀 낚아서 도망갔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찌질했다[43] 파리스가 디오메데스의 발을 쏘아맞춘 장면만 하더라도, 현대인의 눈에는 훌륭하고 멋진 활약이지만 디오메데스는 이렇게 욕했다:
활잡이 주제에, 졸렬한 놈!
디오메데스, 파리스에게(《 일리아스》 11.385,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338)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등의 서적에서는 아프로디테가 막연히 제일 예쁜 여자를 주겠다 한 것이 아니고 케스토스 히마스를 두르고 나타나 파리스를 자신에게 반하게 한 뒤에 자신과 똑같은 미모를 가진 여인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나온다. 여기서 케스토스 히마스란 아프로디테가 두르고 다니는 허리띠로,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고 이성을 잃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성욕은 신들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수준이니, 한낱 인간이 견뎌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헬레네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사실 헬레네는 그맘때의 '해상 무역권'을 아름다운 여성에 비유하여 나타냈다는 설이다. 훗날 아테네가 그리스권의 폴리스들 중에 최강국 반열에 오른것도 해상 무역 때문이었다. 즉 해상 무역이란 그리스 세계관에서 보면 자국의 국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느냐가 걸리기도 한 중대한 문제였다는 것. 이는 제법 현실적인 해석이다. 수많은 그리스의 국가들이 하나로 연합해 10여 년간 당대의 강국인 트로이와 맞붙어 싸울 정도의 동기가 된다. 즉, 실제로는 경제적 이권 때문에 싸웠으나 후대에 이 전쟁을 더 읽는 이에게 재밌게 만들기 위해 헬레네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 특히나 이런 파리스의 라이벌이 무려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일리아스에선 능력없고 기회를 봐서 운좋게 그리스 장수들에게 뒷치기로 상처를 입히는 그런 인물에 지나지 않지만 트로이가 아닌 그리스 지역의 영웅을 중심으로 서술한 일리아스와 달리 트로이 전쟁서 살아남은 무리를 이끄는 아이네이아스가 주인공인 아이네이스에선 파리스에 대해서 "아폴로 신의 도움을 얻어, 그리스 영웅들 중 가장 강력하고 트로이에 재앙을 가져다준 아킬레우스를 쓰러트린 자" 등의 서술로 일단 세운 공적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그리는 듯하다. 물론 아이네이스 서술 자체가 일리아스에 기초하거나 영향을 받아서 쓰였기에 두 서적 모두 트로이를 망친 개객기라는 서술은 변치 않는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선 찌질이로 그려져 있지는 않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5. 대중 문화에서

5.1. 영화 《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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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올랜도 블룸.[44]

영화 속에서 내내 애송이로 나오지만, 위에서 보이듯 실제로는 이미 결혼한 적이 있고 애까지 딸려 있던 미중년이었다. 반대로 브래드 피트가 배역을 맡은 아킬레우스는 원전에서는 처음 출전하는 청소년이었다.[45][46][47]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결투에서 도망치는 파리스)
메넬라오스: 이런 놈을 위해서 날 떠난 거냐?![48]
( 헥토르의 발치에 매달리는 파리스)
메넬라오스: 싸워라! 나와 싸우란 말이다! 이 겁쟁이 새끼! 나랑 싸우라고! 우린 약조를 했다, 덤벼!
프리아모스: 싸우거라, 아들아... 맞서 싸워...[49]
아가멤논: 트로이인들이 약조를 어겼다, 전투를 준비하라!
메넬라오스: 이건 불명예다, 왕족의 자격도 없는 놈 같으니! 놈이 싸우지 않는다면, 트로이는 끝장이다!
헥토르: 파리스...
파리스: 싫어... 싫어...
헥토르: 결투는 끝났소.
메넬라오스: 결투는 끝나지 않았다. 물러서라, 헥토르 왕자! 네 발치에서 놈을 죽이더라도, 난 신경도 안 쓸 테니!
헥토르: 파리스는 내 아우요.
(파리스에게 달려드는 메넬라오스, 그 순간 헥토르가 검을 뽑아 들어 그대로 메넬라오스를 찔러 죽인다.)
활 솜씨는 그나마 수준급 이였고 권투 실력이라도 꽤 뛰어났던 원작의 파리스보다도 더욱 전투력이 처참한데 본인의 제안대로 메넬라오스와 1:1로 싸우게 되는데, 그야말로 처참하게 패배했다.[50] 결투를 끝내고자 메넬라오스가 파리스의 목을 치려는 찰나, 비굴하게 기어와서 헥토르의 다리에 매달리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51] 메넬라오스는 이 모습을 보며 끝까지 "덤벼라!"(일단 결투상대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데 죽인다면 본인도 어느 정도 오명을 얻게 된다)라고 외치며 거의 발악을 하고, 인격자인 프라아모스 왕도 "싸우거라 아들아..."라고 하고, 감독판에서 나오는 장면이지만 다리에 메달리는 파리스에게 헥토르조차도 "파리스!"라고 하는데 파리스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싫어!"라고 한다. 심지어 정당한 승자인 메넬라오스에게 자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52] 결투 당사자도 아닌 형에게 살려달라고 메달리니 그야말로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인 것.

파리스의 이 행동이 더욱 한심해보이는 것은 헬레네와 도망칠 당시 "형이 헬레네를 스파르타로 돌려보내면 나도 가겠다"고 하자 헥토르가 "멍청한 소리마! 그러다 죽는다고!"라고 했는데도 "그러면 싸우다 죽겠어"라고 한 것.(이후 헥토르가 전쟁의 잔인함에 대해 한 말이 상당한 명언이다.[53])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싸우다 죽네마네 허세를 떨다가 현실을 맞이하고 한심하게 형한테만 메달린 꼴. 결국 헬레네와 파리스 두 사람 때문에, 트로이의 수많은 용사들이 실제로 싸우다 죽었다.

결국 형 헥토르가 어쩔 수 없이 서약을 깨고 메넬라오스를 죽여 "남의 결투에 난입해 정당한 승자를 죽이는" 불명예를 떠안게 만들었으며[54][55], 아가멤논이 트로이를 멸망시킬 정당한 명분까지 쥐어줬다. 마지막에 아킬레우스를 죽이는 공을 세우기는 했지만 그것도 결투의 결과는 아니었다.

이후 형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와의 결투에서 죽고나서 뒤늦게나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자기가 싸움에 소질이 없는 걸 느꼈는지 밤늦도록 활쏘기 연습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후에 그리스군이 남기고 간 목마가 함정임을 알아채고 없앨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56] 목마에 숨겨진 그리스군이 성문을 열어 트로이가 함락되자 활을 챙겨들고 트로이 병사들과 함께 항전한다.[57] 그리고 브리세이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아킬레우스를 발견하자 발뒤꿈치를 화살로 꿰뚫은 뒤 계속해서 화살을 쏴 아킬레우스를 결국 죽인다.[58] 아내인 헬레네, 형수 안드로마케, 조카 아스티아낙스, 그리고 사촌동생인 브리세이스와 살아남은 트로이 유민들을 데리고 살 곳을 찾아 멀리 떠나게 된다. 원전과는 달리 헬레네와 계속 살았을 듯. 그러나 원전 신화에서 파리스는 형 헥토르와 데이포보스가 죽은 뒤 아킬레우스를 죽이고 사령관이 되어 잠깐이나마 싸우다 죽기야 했지만 영화에서 아킬레우스가 사살된 때는 이미 아킬레우스가 죽든 살든 트로이의 함락이 확실시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아킬레우스를 죽여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고, 심지어 마지막까지 항전해서 싸우다 죽는것도 아니라 트로이를 두고 도망을 친 꼴이 되었으니 영화에서의 파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하게 굴다가 퇴장한 셈이다.

여담으로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쏴죽이는 연출이 신기한 것은 영화 내내 약골에 한심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영화 내 최강자이자 괴물 그 자체인 그를 발뛰꿈치 맞히고 복부를 연속으로 쏴서 죽인 탓에 꽤 어처구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실로 비유하자면 연약한 온실 속의 화초인 귀족이 화살로 멀리서 백전백승의 특수부대 캡틴을 죽인 셈이니... 그리고 아킬레우스가 당시 갑옷을 입고 있었고 이 갑옷은 파리스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는 영화 내 최강자 2인자인 형 헥토르가 검으로 스쳐도 흠집만 날 정도로 내구도 튼튼한 갑옷이다. 해당 영화 내의 아킬레우스의 괴물같은 맷집과 체력을 생각해보면 더욱 어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원작에서처럼 파리스의 화살이 독화살이라는 의견도 내는 중이다. 사실 독화살이 아니어도 문제는 없는게, 아킬레우스가 아무리 강해도 영화상 묘사론 반신이 아닌 인간의 몸이기 때문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뒤에서 쏜 화살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검을 휘둘렸을 때는 아킬레우스가 뒷걸음질로 피하는 와중에 살짝 스친 것이고, 파리스는 근거리에서 화살을 쏜 것이니 관통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킬레우스는 무방비 상태에서 발목에 한발을 맞은 뒤 (이때 한쪽발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졌을 것이니 이후 화살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후 파리스를 향해 힘겹게 걸어가다가 상체에 화살을 네 대나 맞는다. 저 시대의 갑옷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쏜 화살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고, 주요기관이 있는 상체에 관통상을 네발이나 맞았다면 독화살이건 아니건 죽는게 당연하다.

5.2. 게임 《 트로이 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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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무쌍에도 등장 원작 그대로 활을 들고 싸운다. 이쪽에서도 어느 여신에게 사과를 주든 비극적인 운명에 처했을 것이라는 쪽의 해석으로, 헤라가 보낸 그리핀과 싸우면서 "제우스도 선택 못할 일이라 자신에게 떠넘겼다"고 헤라에게 변명한다. 하지만 헤라는 막무가내였으며, 결국 파리스는 신들이 자신을 조롱한다면 자신도 신들을 조롱하겠다며 이를 간다. 아킬레우스에 의해 헥토르, 펜테실레이아 등이 죽자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아킬레우스와 싸우게 된다. 그러나 결투에서 승부는 나지 않았고, 그 후 전황이 불리해져서 도망가는 아킬레우스에게 활을 쏴 죽인다.

이후 Fall 챕터에선 오디세우스와 싸우는데 결국 패배하고 메넬라오스의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59] 마지막 챕터 Survival에선 Fall 챕터 바로 직전 시점인 컷씬에서 아이네이아스에게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끝내겠다"라며 먼저 보내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아이네이아스와 만난 아가멤논이(비록 화면에선 안나오지만) 프리아모스와 파리스의 목을 들고 아이네이아스를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5.3. 웹툰 《 카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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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게임 《 토탈 워 사가: 트로이

Driven by his love for fair Helen, Hector's brother Paris has invoked the fury of the Achaeans. While the people of Troy rejoice of their union, Paris must now heed the call to arms. In a coming conflict, the lover must become the warrior. If Troy is to prevail.
(헥토르의 동생, 파리스는 아름다운 헬레네를 향한 사랑을 참지 못하고 아카이아인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만다. 트로이의 시민들은 둘의 결합을 축하했지만, 파리스는 이제 전장에 나서야 한다. 다가오는 전투 속에서, 사랑꾼은 전사가 되어야 한다. 트로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설 군주로 등장한다. 8개의 플레이어블 세력 중 하나인 트로이의 파리스라는 진영을 이끈다. ( 루크 에반스를 닮았다.)

트로이 세력인 헥토르와는 부왕의 명령을 따르며 누가 트로이를 상속받는지에 대한 경쟁구도가 이뤄지며, 별개로 헬레네가 핵심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헬레네는 일정 지역에 주둔하는 일종의 자원으로 취습되어 파견을 나가거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지역에 보너스를 주지만, 헬레네가 파리스와 떨어지면 점차 슬퍼하면서 지역. 더 나아가선 전 세력에 행복도를 깎는 패널티 덩어리로 변하게 된다. 헬레네는 다른 영웅과 달리 다른 진영에 뺏길수도 있기때문에 파리스의 군단이 장기간의 전쟁을 펼치기 힘들어지거나, 전쟁 내지는 호위를 위한 별도의 군단을 편성해야 돼서 식량난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화대로 파리스는 활을 다루는 군주며, 동시에 파리스의 진영도 사격병에 특화되어 있다.

5.5. 만화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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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영 버전의 파리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이 그린 구판) 9권~13권에서 등장한다. 행적은 원전과 동일하며 9권에서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나온다.[60] 태어나자마자 트로이를 멸망시킬 거라는 예언 때문에 산에 버려졌고, 양치기 부부에게 거둬졌다. 양치기로 살던 중 산의 요정 오이노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어느 날 활쏘기 시합에 나갔다가 친부모인 프리아모스 헤카베와 재회해 트로이의 왕자 신분을 되찾고, 호화로운 왕족으로서의 삶에 젖어 그녀를 잊고 지내다가 9권 마지막에 그리스의 스파르타로 건너가 헬레네를 만나 사랑에 빠져 함께 야반도주한다. 이에 분노한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와 그의 형 아가멤논을 주축으로 집결한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와의 첫 전투에서 승리하고 트로이의 성문 앞까지 쳐들어와,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이 납치한 헬레네를 돌려주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헬레네와 자신은 서로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소리치며 뻔뻔하게 군다.

11권에서 메넬라오스가 자신에게 잘 대접해 준 은혜도 모르고 뻔뻔하게도 내 아내를 납치한 놈이라고 일갈하며 돌격하자, 그제서야 메넬라오스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는데 자신은 그의 아내를 빼앗아갔다며 양심의 가책을 느껴 병사들 사이로 도망친다. 그 졸렬한 모습에 큰형 헥토르마저 분노하며 "이 겁쟁이 녀석아! 계집에게 미쳐 전쟁을 일으켜 놓고 목숨이 아까워 숨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라고 일리아스의 대사 그대로 꾸짖는다. 그 말에 메넬라오스가 나타나서 잠시 제정신을 잃었다며, 자신이 싸움의 원인을 만들었으니 메넬라오스와 단 둘이 결투하여 이긴 사람이 헬레네를 차지하게 해 달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바로 그 결투에서 메넬라오스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하고, 아프로디테에게 겨우 구출되면서 트로이 전쟁은 본격화된다. 헬레네마저 왜 비겁하게 싸움을 피해서 돌아왔냐고 화를 내자, 메넬라오스가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서 이겼지만 다음에는 자신이 이길 거라고 변명한다. 13권에서 여동생 폴릭세네 아킬레우스와 사랑에 빠지자 두 사람의 결혼으로, 트로이가 그리스와 화평을 맺으면 헬레네를 메넬라오스에게 뺏길까 불안해한다. 결국 아폴론에게서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발뒤꿈치라는 사실을 듣고, 폴릭세네와 결혼 서약을 하기 위해 팀블레의 신전에 들어선 그의 발뒤꿈치를 활로 쏴 죽인다. 이후 죽은 헥토르의 뒤를 이어 트로이 군의 총사령관이 되지만, 필록테테스에게 히드라의 독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그제서야 왕자가 되고 헬레네를 차지한 뒤로 까맣게 잊고 있던 전처 오이노네를 떠올리고[61] 그녀를 찾아가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오랫동안 파리스에게 버림받은 오이노네는 "그 동안 당신을 원망하느라고 상처를 치료하는 약초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어요."라고 매정하게 일갈하며 치료를 거부한다. 그 모습에 체념하며 자신을 데리고 온 병사들에게 성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산비탈을 내려오던 중 몸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사망한다. 오이노네는 파리스가 밉긴 하지만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며 뒤늦게 약초를 들고 뛰어갔으나, 이미 죽은 파리스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병사들이 그를 데리고 내려가자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분명 트로이의 최고 미남인데도 불구하고, 작중 외모는 트로이 왕가의 일원들 중에서 제일 별로다(...). 반면 형제들인 헥토르, 데이포보스, 친척인 아이네이아스는 작품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잘생겼다. 여기선 본인 행적과 외모가 비례하는 듯. 물론 파리스도 작화상으로는 미형이긴 하지만, 작가 그림체 특성상 과도한 외모 상향 평준화 때문에 묻힌 케이스다. 사실 머리만 폭탄 머리만 아녔어도 형제들이랑 비등비등한 미남이었을 듯(...). 아이러니하게도 설정상 그리스를 넘어 인간들 중에서 최고 미녀인 헬레네도 구판에선 다른 여성 캐릭터에 비해 외모가 호불호가 갈리는 그림체로 그려졌다. 다만 신판에서는 헥토르, 데이포보스, 아이네이아스가 외모 너프를 당하면서[62] 파리스는 원전대로 최고의 미남으로 그려졌다.

5.6. 애니 《 올림포스 가디언

올림포스 가디언에선 원래 심판이 아폴론이었으나, 아폴론이 세 여신의 보복이 두려워서 파리스에게 떠맡겼다는 설정이 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이유가 헤라 아테나의 보답은 영웅적인 것이지만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보답은 평범한 인간도 가질 수 있는 행복이어서라는 이유를 추가했다. 또한 애니판 기준으로 오이노네와 결혼하지 않은 듯한데, 애니메이션이 아동용이라 해당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아내를 버렸다고 할 수 없던 듯. 성우는 한호웅.

5.7. 소설 《 신화 속 양치기 노예가 되었다

웹소설 신화 속 양치기 노예가 되었다의 주인공. 자세한 사항은 파리스(신화 속 양치기 노예가 되었다) 문서 참조.

5.8. 그 외

6. 관련 문서



[1] 프랑스 수도 이름과 철자가 같지만 어원 상으로는 관련 없다. 파리 시의 명칭은 고대에 해당 지역에 살던 족 부족 명칭에서 왔다. [2] 참고로 편견과는 달리, 파리스의 스타일은 "아카이아인들이 총사령관으로 착각할 만한 외모"(일리아스 3.43-44)로, 소위 말하는 '기생오라비' 타입이 아니다. '외모만' 본다면 위풍당당한 전사라는 의미.
한편 호메로스에 의하면 인간 중 최고 미남은 가뉘메데로 파리스와 마찬가지로 트로이의 왕족이다. 다만 파리스의 심판 신화에서는 파리스가 '인간 남자 중 가장 아름다운 자'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이때 가뉘메데는 이미 제우스에게 납치되어 올림포스에 올라가 있었던 모양. 참고로 가뉘메데는 파리스의 증조부 일로스 2세의 남동생이고, 일로스 2세의 아들이자 파리스의 조부인 라오메돈은 헤라클레스에게 신마로 사기를 쳤다가 보복을 당했다.
[3] 파리스와 함께 최고의 미남 & 미소년으로 분류된 신화의 인물들은 이아시온, 키뉘라스, 안키세스, 니레우스, 케팔로스, 티토노스, 파르테노파이오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이도메네우스, 테세우스, 아도니스, 가뉘메데, 휘아킨토스, 나르키소스, 헤르마프로디토스, 힐라스, 그리고 크뤼십포스가 있다. [4] 헤카베가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을 직접 죽일 수는 없어서 하인들에게 버리도록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5] κάλλος라는 원문이 훌륭함, 유능함, 혹은 아름다움, 공정함이라는 뜻이 있는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여신에게'라는 해석도 있다. 이 해석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프로디테가 미를 관장하는 여신이기 때문에, 정의를 관장하는 여신인 아테나가 '아름다운 여신'에게 보내진 사과의 소유권을 아프로디테 앞에서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능함으로도 해석된다는 것에 근거하여 세 여신 모두 각기 다른 뜻(헤라: 휼륭함, 아테나: 유능함, 아프로디테: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6] 오비디우스는 사랑의 관계를 먼저 언급하고 어머니(레다)보다 아름다운 헬레네가 파리스의 품에 안길 것이라고 표현했으며 신화집을 엮은 루키아노스는 이성을 매혹하는 힘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7] 비블리오테케의 경우처럼 '헬레네'라고 명시된 이야기도 있고, 그냥 모호하게 절세미인이라고만 된 이야기도 있다. 만약 전자라면, 이미 헬레네가 유부녀인데도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것이 되니 파리스의 악행이 더욱 강조된다. 다만 후자라면, 하필 절세미인으로 헬레네를 선물한 아프로디테에게 책임이 돌려진다. 일리아스에서는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의 선물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요지의 변론을 하므로(3.59-66), 딱히 헬레네를 노리고 아프로디테를 고른 것은 아니다. [8] 다만 정말로 이랬다가는 자기가 준 권력을 감히 악용했다며 헤라의 분노를 샀을 것이다. 이아손이 헤라의 지원을 받았으나 아내 메데이아를 버리고 글라우케와 바람을 피웠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처럼. 게다가 헤라는 권력을 준다했지 지킬 능력을 준다고 하지 않았다. [9] 더 노골적으로는, "오늘날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조리와 고통은 신들에 의해 정해진 것이니, 괜히 불만 품어서 헛짓거리 하지 말고 고분고분하게 살아라"는 식의 기능적 효과가 있다. [10] 고전 그리스 비극을 대표하는 < 오이디푸스 왕> 같은 작품을 보면 이 점은 더욱 일목요연하다. 오이디푸스는 당연히 탁월한 영웅이고, 어떤 행동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른 것도 아니며, 오히려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 노력한 인물이다. 즉 작품 내에서 오이디푸스 자신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고, 결국 파멸의 원인이 된 행동을 미리 알고 피할 방법 역시 없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고, 관객이나 독자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하지만 결말에서 오이디푸스는 파멸하고, 심지에 그에 대한 동정조차 받지 못한다. 이것은 곧 오이디푸스의 파멸이 오이디푸스 자신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결말이며, 그 운명이 비록 부당해 보일지라도 인간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제의 표현이다. 트로이와 파리스의 이야기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11]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가 모두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12] 웹툰 파리스의 선택에서 파리스가 아무도 고르지 않으면 신을 우롱했다며 보복할 것이라고 독백한다. [13] 현대식으로 비유하자면 병영부조리에서 선임 둘이 후임 하나를 앞에 두고 " 내가 잘생겼냐? 아니면 얘가 잘생겼냐?" 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인터넷 썰 등에서는 '이렇게저렇게 재치있게 받아치면 된다'는 이야기를 흔히 하지만 실제 저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애초에 선임들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누가 더 잘 생겼는지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라 후임을 갈구기 위해(최대한 순화해서 말한다면 놀리기 위해) 트집거리를 잡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뭐라고 대답하건 거기에 맞춰 트집을 잡으면 그만인 것. 결국 해결책은 그 선임들이 적당한 선에서 후임 괴롭히기를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 뿐인데,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신들이란 (위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처음부터 후임을 죽도록 괴롭히려고 작정한 선임과 똑같은 미친놈들이다. [14] 물론 현대의 각색가들은, 현대의 시선에 맞춰 합리적인 전개를 원하는 독자들의 바람에 따라 선택을 빠져나가게 각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워낙 이 세 선택지가 빠져나가기 힘들게 잘 짜여져 있을 뿐더러, 고대부터 현대까지 크게 고민되어온 인간의 욕망 3가지를 상징화한 것이라 잘 각색하기 꽤 어렵다고 한다. [15]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하자 어디 두고 보자면서 사라졌고, 그리스 편을 든 신과 트로이 편을 든 신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의기투합하며 꽁해있는 모습을 보인다. [16] 대표적으로 트로이 소속인 아이네이아스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포세이돈이 나서서 구해 주기도 했다. 이는 아이네이아스가 추후 로마 제국을 세울 인물이었기 때문. [17] 헤라는 트로이가 망한 후에도 분이 안 풀렸는지 로마를 세우려는 아이네이아스도 괴롭혔다. [18] 여담이지만 아주 작은 다트 하나 살짝 던져서 도시 전체를 삭제시키는 제우스가 헤라한테 꽉 잡혀 산다(...). 물론 이는 아무리 최고신인 제우스라도 다른 신이 관장하는 영역에 간섭할 수 없기에 그런 것도 있어서 진지하게 붙으면 헤라가 제우스에게 지겠지만, 아무튼 제우스한테 이 정도로 견줄 수 있는 시점부터 신 중에선 전투력 최상위라는 뜻이다. [19]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에게 직접적으로 화내거나 따지는 것이 묘사되는 신은 친남매인 포세이돈, 헤라, 데메테르 정도이다. 포세이돈과 헤라는 일리아스에서 제우스와 마찰을 일으켰고 데메테르는 변신 이야기에서 페르세포네가 사라진 정황을 알았을때 곧바로 제우스에게 찾아가 화냈다. [20]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제우스부터 신들의 과도한 개입은 막았을 테니까. 트로이 전쟁에서 신들이 개입하긴 하지만 대체로 자기 마음에 들었거나 후손들을 보호하는 정도지 그 이상은 가급적 삼갔고 삼가지 않더라도 제우스가 나서서 막았다. 애당초 제우스는 트로이를 더 좋아해서 만약 제우스가 각잡고 나섰다면 트로이가 멸망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21] 이 당시의 파리스는 너무 어려서 이게 단순한 미 경연대회가 아니라는 걸 깊이 생각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위에도 쓰였듯이 파리스는 심판으로 지정되자마자 기겁하여 도망쳤다가 헤르메스한테 붙잡혀 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심판을 봤다. 일단 뒷일 생각 없이 행동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다. [22] 참고로 코리토스는 커서 트로이 병사로 지원하는데, 헬레네에게 반하고, 헬레네도 코리토스에게 잘해줘 이를 본 파리스는 질투심에 아들을 버린 걸로 모자라 아들을 죽인다! 가뜩이나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유부녀와 바람이 나 전쟁을 일으킨 천하의 개쌍놈 취급받는데, 아들까지 죽이는 건 좀 아닌지라 어지간한 그리스 신화 관련 서적에도 잘 안 나온다. [23]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친히 남녀관계에 대해 규정지어 준 것이니 작중 세계에서만큼은 엄연히 사실이고 또 진리라 볼 여지가 있다. 거기다 정작 저 상황에서 중요한 부부관계는 또 헤라의 영역이라 아프로디테 입장에서는 알 바 없다고 볼 여지도 있다. 애초에 신들은 자기 영역 외에는 절대 손댈 수 없다. 아프로디테가 사랑으로 가정을 파탄내는 것도 그 가정파탄범을 헤라가 조지는 것도 서로가 건드릴 수 없다. 이후에 어떻게 보복은 가능할지라도 아프로디테가 하는 행위나 헤라가 하는 행위 자체는 서로의 영역이라서 건드리는 게 불가능하다. 괜히 나머지 신들을 제압할만한 힘을 가진 제우스가 정작 헤라에게는 바가지 긁히고 사는 게 아니다. [24] 물론 판본에 따라서는 오히려 아프로디테 쪽에서 기겁해서 '다른 여자도 많은데 왜 하필 유부녀냐?'라며 말리고 이에 파리스가 "이 정도 용기도 없으면서 어떻게 세상 제일의 미녀를 갖겠습니까?" 자신만만해 하면서 헬레네를 강제로 납치한다. 이에 아프로디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하는 수 없이 허락하지만. [25] NTR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서 도망쳤다는 판본도 있고, 그냥 겁이 나서 도망쳤다는(…) 판본도 있다. [26] 이것도 전투중이 아닌 상황에서 암살을 한 거라 명예를 중시하는 당시의 관점에서 비열하게 인식되어 공로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테나의 제안을 거절한 댓가로 전장에서의 영광을 하나도 얻지 못한 셈이다. [27] 다만 일리아스 속 운명론에 대해선 상당히 논쟁적이다. 일단 문장상으로는 명백히 제우스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를 '제우스의 주도권을 부각하는 서술일 뿐 인간의 선택능력을 부정하지 않는다'로 독해하는 학자(예: 이준석)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성경에서도 하느님이 인간의 미래를 예정한다는 말들이 명시적으로 나오지만, 이것이 인간의 선택능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 비평적 성서학자들은 매우 많다. [28] 그 위력은 생명이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죽일 수 있을 정도인데, 필멸자면 죽어서 고통이 끝나기라도 하지 불멸자의 경우엔 끊임없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죽음을 선택하는 게 나을 정도라서 신들조차 두려워한다. [29] 아폴론이 아니냐는 설이 있다.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으므로 오이노네가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파리스가 죽었다고 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었으면 다시 살리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다만 아스클레피오스도 히폴리토스를 되살린 뒤(심지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아르테미스의 부탁을 받고 되살린 것이었다) 하데스와 저승의 여신들의 항의를 들은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아 죽은 걸 생각하면, 살리는 법을 배웠어도 쓸 수 없었을 수도 있다. [30] 괴물 중에서도 라돈이 이 독을 씹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요정 중에서도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다. 다만 그래도 그러면 '신들이 두려워하는 독'이라는 설정이나 케이론이 죽은 거랑 모순되지만... [31] 끼워맞춰 보자면 헤라클레스가 활약한 시기와 트로이 전쟁 시기는 상당한 간극이 있기에( 아르고 호 원정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 중 헤라클레스는 그 당시 이미 유명한 영웅이었지만, 네스토르는 아직 젊은이였던 것으로 나온다. 그 젊었던 네스토르가 트로이 전쟁에서는 노장군으로 나오니 그 사이의 세월이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 사이 치료법이 발견되었다거나 세월 때문에 화살에 묻은 독의 독성이 약해졌다고 하면 말은 된다. 아니, 애초에 옛날 사람들은 신화를 만들려고 한 것이지 판타지 소설을 쓴 게 아니므로 어느 정도 모순이 있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이롭다. [32]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당신을 원망하느라 히드라의 독을 치료하는 약초가 뭐였는지 잊어버렸다"고 차갑게 말하며 지금껏 품어 왔던 한과 원망을 토로한다. [33] 상술했듯 이 히드라의 독화살은 불멸자인 신들마저 불사를 포기하고 차라리 죽음을 택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기 때문에 한낱 인간의 몸으로, 심지어 치료도 받지 못한 파리스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그야말로 눈이 뒤집힐만큼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자신이 저지른 과오의 대가를 죽음의 순간에나마 톡톡히 치른 셈이다. [34] 그리스 시대엔 직접 치고받고 싸우는 걸 용기의 증거로 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은 겁쟁이들의 무기로 여겨졌다.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전쟁 영화들 보면 그리스군들이 전투중 활을 쏘는 장면은 거의 없다시피하며 고대 로마시대때도 활이 아니라 투창을 썼다. 트로이 전쟁의 명궁 테우크로스는 서자 출신이었고, 필록테테스도 뱀에 물려 온갖 고생을 다 한다. 헤라클레스 오디세우스가 예외적으로 활을 쓰는 영웅 중에 성공한 케이스인데, 그럴만도 한 게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 역대 최강의 영웅으로 평가받는 것답게 기본적으로 접근전의 달인이라서 주특기가 맨손 격투와 몽둥이를 사용하는 것이고 이외에 검같은 다른 근접전 무기들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심지어 궁술도 뛰어나 원거리 싸움도 문제없는 사기 수준의 무력을 자랑하며,(그러나 이런 헤라클레스마저 활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라클레스》에서 비난받았다.) 오디세우스는 같은 그리스 쪽에서는 아킬레우스, 대 아이아스, 디오메데스에게, 적군인 트로이 쪽에서는 헥토르 같은 최상위급 전투력의 장수들에게는 밀리긴 하지만 그래도 메넬라오스와 소 아이아스와 함께 그들 바로 아래급 강자로 인정받을 정도로 궁술 이외에도 검과 창을 사용한 무력도 수준급이고 기본적으로 훌륭한 장수이기도 한 책사이자 계략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트로이인들 중에서도 예외적으로 용맹한 궁수는 존재했는데 판다로스가 그였다. 물론 파리스도 적군의 중요인물 여럿을 쓱쓱 저격하는 등 궁술이 나쁘진 않았다. [35] 재밌는 건 영화 트로이에서 파리스 역을 맡은 배우 올랜도 블룸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 역할을 맡았단 것. [36] 사실 일리아스에서 트로이군의 고생을 보면 정말 파리스가 악의 축이다. 6장에선 트로이의 여인들이 자기 남편이 무사한가 노심초사하고 헥토르도 아이아스와의 대장전에서 죽을 뻔했다. 이걸 보고 트로이의 병사들은 헥토르가 걱정돼서 염통이 쫄깃해졌으며, 아이네이아스 디오메데스에게 죽을 뻔 하다가 어머니와 아폴론의 도움으로 겨우 피신했고, 제우스의 아들인 사르페돈도 열심히 싸우는데 파리스 혼자 띵까띵까 놀고 있었다. [37] 여담으로 이다이오스라는 이 사자가 그리스군 앞에서 왕의 뜻을 전하는데, 전하다 말고 갑자기 파리스 그 씹새끼가 일찌감치 뒤졌어야 했는데라는 사견을 추가하는 것이 압권이다. 트로이 사람들이 전쟁의 원흉 파리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38] 아프로디테에게서 선물 받은 헬레네를 파리스가 내치는 건 불경한 일이라는 말이다. 같은 구절을 천병희는 이렇게 번역한다:
「하지만 황금의 아프로디테의 사랑스런 선물은 비방하지 마시오.
신들이 손수 내리신 영광스런 선물은 절대로 물리쳐서는
안 되며 또 원한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39] 아폴론이 도와주긴 했으나, 이는 파리스의 공적을 깎을 근거가 아니다. 당장 디오메데스도 아테나의 도움을 받았지만, 디오메데스의 공적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40] 일리아스의 배경은 뮈케나이 문명 시대지만, 일리아스가 쓰이고 암송된 건 암흑시대부터 헬레니즘 시대까지다. [41]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 헤라클레스》에서는 헤라클레스의 장인 크레온을 죽이고 왕이 된 리코스가 헤라클레스의 가족을 위협하면서 "헤라클레스 그 인간 활이나 쏘는 양반인데 완전 겁쟁이 쫄보 아님?" 하는 식으로 비웃는다. 그 헤라클레스를 활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겁쟁이라고 깐 것이다. 그 직후 헤라클레스의 인간 아버지 암피트리온이 활은 전략적인 무기라고 옹호하면서 헤라클레스를 변호한다. 사실 헤라클레스는 사자를 맨손으로 목졸라 죽일 정도로 육탄전에 강하고 활을 사용한 것도 히드라를 죽이기 위한 때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궁병 천시가 얼마나 심했는지 볼 수 있는 부분. 궁병 혐오를 멈춰주세요. [42] 같은 일리아스에서도 대 아이아스의 이복형제인 테우크로스는 활의 명수면서도 용맹하게 그려지는데 그런 테우크로스마저도 활을 쏜 후 대 아이아스의 방패 뒤로 엄폐하는 모습을 마치 어린아이가 치마폭 뒤로 숨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판본이 있다. [43] 여기에 접대의 관습을 어긴 것까지 추가할 수 있다. 실제로 메넬라오스는 파리스를 비난하면서 "난 그놈을 잘 대해줬는데 그놈은 내 아내 낚아서 도망쳤다!" 라고 말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에서도 나름대로 접대의 관습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도 비난거리가 될 만하다. 무엇보다 접대의 관습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의 영역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그네로 변장한 제우스를 푸대접했다가 마을 자체가 망한 적도 있었다. [44] 재밌게도, 올랜도 블룸은 과거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메넬라오스 역을 맡은 적이 있다. 이는 원전에 걸맞은 캐스팅인 것인데, 오디세이아에서 묘사되는 메넬라오스는 대단한 미남이었기 때문이다. [45] 황금사과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아킬레우스의 부모가 결혼하는 결혼식장이었다. [46] 다만 전승 중엔 결혼식장에서 황금사과 사건이 일어난 후 세 여신들이 그 사과를 놓고서 ' 그 결혼식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싸우다가 파리스의 심판으로 일단락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지라, 이 전승을 따르면 파리스도 생각만큼 중년은 아니고 아킬레우스도 생각만큼 청소년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래도 결혼을 했던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보다 연상일 가능성은 있지만. [47] 사실 영화의 전반적인 설정이 완전히 전승과 다르다. 아킬레우스는 첫 출전은 커녕 이미 그리스 최고의 전사라는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수많은 전투를 겪은 백전의 용사이며(영화 초반의 테살리 전투 당시 그가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가 오를 정도. 이때 테살리 최고의 전사인 거인 보레그리오스를 한 큐에 처리했다.) 원래 나이가 더 많은 친구였던 파트로클루스는 "소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린 아킬레우스의 사촌동생으로 나온다. 물론 영화가 신들의 개입이 전혀 없는 등 신화적인 면 자체를 배제한 만큼 황금사과 일화도 없어졌으므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10년이나 끈 트로이 전쟁이 고작 며칠 만에 종전되는 것도 그렇고... [48] 성벽 위에서 결투를 지켜보던 헬레네에게 외치는 말. [49] 수만명의 병사가 보고 있는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겁쟁이처럼 결투에서 도망치는 한심한 꼴을 보이고 있으니 정말 아버지로서 가슴이 대못이 박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50] 파리스는 전투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으므로 처음부터 전혀 승산이 없었다. (투구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는 장면으로 이 사실을 보여준다.) 설령 전투 훈련을 받았어도 후술할 헥토르의 대사를 보면 실전은 처음일 것이다. 잔뜩 쫄아서 제대로 걸어오지도 못하고 방패를 앞세우고 주춤주춤 옆걸음에 가깝게 오자, 이 한심한 꼴을 보던 메넬라오스가 비웃으며 자기 방패를 내던지고 칼과 발길질로 실컷 두들겨 줘패며 방패를 아예 빼앗는다. 아가멤논은 재밌다는 듯이 뒤에서 웃고 있다. 파리스가 왕족인지라 결투라지만 선뜻 베어넘기지 못한 메넬라오스에게 턱에 훅을 날렸다지만, 빡친 메넬라오스가 훨씬 더 세게 두들겨팬다. 자세히 보면 훅을 날리는데 성공한 것도 파리스를 한손으로 제압하던 메넬라우스가 바로 칼로 찌르지 않고 성벽 위의 헬레네를 보느라 빈틈을 보였기 때문이다. 싸움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가멤논은 손가락질을 하며 신나게 비웃는다. 헥토르가 "체력이 빠지도록 놈이 헛스윙을 하게 해"란 조언과 달리 본인이 헛스윙하다 칼에 베일 뿐 아니라, 한번 다리 베이자마자 심장에 맞은 듯 "끄아아아악!!" 온갖 비명을 지며 난리부르스를 춘다. 칼을 놓치고 전의를 상실한 건 덤. 아무리 메넬라오스가 전투종족 스파르타의 왕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한심한 모습을 보인 걸 보면 실전이 처음일지도. 몇합이라도 메넬라오스랑 겨뤘던 원작보다 더욱 한심할 지경. [51] 사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약해지는게 인간에겐 자연스러운 모습이긴 한데, 당시는 고대 그리스란 걸 생각하자. 아니 고대까지 갈 필요없이 일반인도 아니고 엄격한 의무와 품위유지가 적용되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비굴한 행동을 하면 어느 시대나 비난을 듣게 된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결투장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나간 사람이 비굴한 행동을 보이는건 군대의 사기에 크나큰 악영향을 주는 행동이라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현대 사회의 관념으로도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준이다. 일개 병졸도 전투에서 멋대로 등을 보이다가는 즉결처분 당하는 마당에 모범을 보여야 할 왕자라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면 병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명확한 일이다. 또한 고대의 결투시에는 결과에 승복하는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고 파리스가 패배하자 헬레네는 당연히 그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해 슬퍼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어가서 형에게 매달려 목숨을 구걸하는 것은 상식 밖의 추태였다. [52] 물론 사실상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가 큰 자비를 보이며, 자신과 파리스 간의 분쟁을 국가대 국가의 전쟁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목숨을 건 결투로 끝내자고 시작한 것이라서 살려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 시점에서 파리스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것은 결투를 통해 '그를 죽일 권리'를 정당히 얻은 메넬라오스 뿐이었다. 헥토르는 참관인일 뿐이므로 결투에 개입할 권리가 없는데 살려달라는 건 어린아이 수준의 생떼일 뿐이다. [53] "너한텐 영광스러워 보이겠지. 싸우다 죽는다는 거. 말해보거라 동생아. 사람 죽여본 일 있어? (아니) 사람이 전투에서 죽어가는 걸 본 적은? (없어) 난 죽여본 적도 있고, 그들이 죽어가는 걸 본 적도 있어. 그리고 거기엔 어떤 영광도 없어! 네 놈은 사랑을 위해 죽는다는 것에 대해 논하지만, 넌 사랑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라!" [54] 헥토르는 메넬라우스의 성접대를 딱 잘라 거절할 정도로 품위있으면서도 도덕적이고, 그리스 침공 당시 "민간인들을 성 안에 모두 들여라! 들쳐업고서라도 데려와"라고 명령할 정도로 고결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트로이 최고의 전사이자 지휘관이면서 동시에 자신보다 명확히 강한 자인 아킬레우스가 도전해오자 피하지 않고 당당히 받아주고(궁수들이 활을 준비하자 말리기도 했다. 물론 아킬레우스가 그 정도에 당할 리도 없었지만), 그가 투구를 벗자 공정성을 위해 따라 벗을 정도로 명예로운 자이다. 그런 인물이 동생을 위해 저런 수치스러운 짓을 하고 말게 만든 것. [55] 메넬라우스 마저도 파리스는 경멸하고 증오했지만, 헥토르에게는 일말의 존중을 보이는 언행을 보였다. [56] 목마를 태우자고 주장하는데, 그랬다면 목마 안에 있던 특공대, 특히 그리스 최고의 명장 아킬레우스와 최고의 지장 오디세우스가 몰살당했을 것이다. 여담으로 이 목마를 데려오자고 한 신관은 은근히 발암캐로, 그리스 군이 역전하는 계기가 된 새벽기습 작전을 (헥토르의 반대에도) 고집하는가 하면, 목마를 태우자는 파리스의 조언에 신들에게 바친 공물을 어찌 태우냐면서 "신을 존중하지 않다 트로이의 왕자님 한분이 목숨을 잃었죠...다른 한 분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란 고인드립을 시전했다. 프리아모스 왕이 신앙심이 깊어 넘어갔지만, 결국 이 신관놈은 트로이 함락 당시 비참하게 척살당한다. [57] 이때 피난민 중 전쟁 전 자신과 연배가 비슷한 청년을 보고 그를 부른 뒤 검술을 배웠는지를 묻고 그에게 설령 형태를 잃더라도 백성이 남으면 나라는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며 헥토르가 맡긴 보검을 그에게 맡긴다. [58] 브리세이스가 파리스에게 아킬레우스를 쏘지 말라고 애원하는데 반응도 하지 않고 계속 저격을 날려 아킬레우스를 사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브리세이스가 뭐라하건 파리스에게 있어 아킬레우스는 형 헥토르를 죽이고 불명예롭게 시신을 능욕한 철천지 원수기 때문에 쏴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다. 결국 모든 일의 원인은 자기 자신이라지만... [59] 이 최후는 원전에서는 데이포보스의 것에 가깝다. [60] 그냥 세 여신을 슥 보더니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는 설정. [61] 산의 요정답게 약초를 잘 알고 그를 이용한 치료 실력 또한 히드라의 독을 치유할 만큼 대단했기 때문. 오이노네도 파리스가 왕자 신분을 되찾았던 사낭대회에 나가기 전 "혹시라도 다치시면 빨리 집으로 돌아오세요.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62] 헥토르는 콧수염이 난 중년, 데이포보스는 그냥 우락부락한 근육남으로 너프당했다. 그나마 아이네이아스는 미남으로 나온다. [63] 오죽하면 파리스가 죽은 직후에 오이노네가 약초를 들고 왔을 때, 파리스를 데려온 동생 데이포보스가 처음에 파리스를 살려달라고 하다 "나 같아도 용서가 안 되었을 것" 이라고 오이노네를 위로해주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