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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곡물인 팥과 쌀을 함께 넣어서 조리한 밥의 일종.2. 설명
쌀을 팥과 섞어서 지은 밥으로 콩밥과는 콩 종류로만 구분되어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실상 같은 요리. 팥의 특성상 진한 붉은빛깔 때문에 밥 표면에 물드는 경우도 있다. 주로 붉은 팥으로 지은 붉은팥밥과 붉은 팥과 비단 팥을 맷돌에 타서 만든 거피팥밥, 그리고 살이 부둥부둥한 부둥팥밥 등이 있다. 흔히 일부 가정이나 학교, 기숙사, 군대, 병원, 회사식당 등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팥밥은 붉은팥밥이며 나머지는 거피팥밥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주로 붉은팥밥이 흔한 편.동지날에 팥죽과 함께 식사상으로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요즘은 안 하는 집도 많지만 40대 이상 부모님 세대를 포함하여 여전히 생일날 아침으로 미역국과 같이 팥을 넣은 찰밥이 생일상에 필수요소로 올라오곤 한다. 팥은 귀신을 쫒는다고 하고, 미역국을 먹으면 인덕이 생긴다고 한다. 일부 급식소에서는 팥밥을 배식하는 날마다 미역국을 동시에 배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조선 시대에는 수라상을 차릴 때 대원반에는 흰수라(백반. 백미밥)+미역국을, 소원반에는 팥수라(홍반)+곰탕을 함께 올려 왕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때 팥수라는 팥을 넣어 만든 팥밥이 아니라 팥을 우린 붉은 물로 밥을 지어 붉은색만 낸 밥이라 개념이 약간 다르다. 구한말에 궁중에서 일했던 상궁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는 흰수라만 먹었고 팥수라는 뚜껑도 열지 않았지만[1], 순정효황후는 팥수라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참고로 다른 콩이나 곡물류도 비슷하게 가공해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팥밥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여자아이가 초경을 했을 때 그것을 기념하여 지어 먹는다. 이방자(마사코) 여사의 어머니인 나시모토 이츠코(梨本伊都子)가 1913년 남긴 기록에도 "마사코가 초경을 시작하여, 팥밥과 도미 등의 요리를 마련하여 축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외에도 결혼을 한다거나, 부부에게 아기가 생겼다거나 등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지어 먹는다고 한다. 일본의 각종 미디어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보고 엄마나 여동생이 "오늘은 팥밥이다"와 같은 대사를 하는 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
전통적으로 봤을 때, 위의 예에서도 나오지만 같은 콩 종류라도 콩밥과는 달리 꽤 귀한 대우을 받는 음식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비롯하여 일부 콩밥 기피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 콩밥이라면 콩이라도 걸러내서 먹을 수 있겠지만, 팥밥은 밥 표면이 팥물이 들어서 밥만 먹을 때도 팥내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또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먹는데 개중엔 팥밥은 그럭저럭 잘 먹으면서 콩밥은 또 죽어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팥 특유의 맛이 좋다거나 팥이 콩보다 오히려 물러서 씹을 때 꾸득거리는 것이 덜하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2]
전투식량 메뉴로도 편성이 되어 있지만, 유독 팥밥은 인기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형 전투식량에 편성된 팥밥 팩은 입에 넣고 씹어보면 알겠지만 누가 이미 반쯤 씹어놓은 듯 뭉개지고 물맛이 나는 밥알에, 팥도 단단하면서 푸석거리는게 굉장히 식감이 좋지 않다. 거기에 오래된 밥과 팥 특유의 향이 풍겨오는데다, 팥 자체가 푸석거리다보니 목이 턱턱 막힌다. 이것 때문에 자대에서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걸 먹든, 야전에서 먹든, 팥밥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일본의 전투식량에서도 팥밥이 편성되어 있다가 도호쿠 대지진 이후 단종됐다고 하는데, 이쪽은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위에 설명하듯 경사스러운 날 먹는 음식메뉴가 재난 구호품으로 쓰이기도 하는 전투식량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생긴 국난 상황에 경사스러운 음식을 배급하는 것은 욕 먹을 짓이기 때문.
쿠바에서도 팥밥을 먹는다. 쿠바의 식당에서 아로스 콩그리(arroz congri)라 함은 팥밥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과 일본의 팥밥보다는 짭조름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아호스 이 페이쟈웅(arroz e feijão)이라는 이름으로 주식으로 먹는다. 팥으로 만든 일종의 덮밥으로, 원래는 흑인 노예들에게 먹이던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