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주요 수상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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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 |||||||||||||||||||||||||||||||||||||||||||||||||||||||||||||||||||||||||||||||||||||||||||||||||||||||
특별 감사상 - 문학 부문 | ||||||||||||||||||||||||||||||||||||||||||||||||||||||||||||||||||||||||||||||||||||||||||||||||||||||||
1992년 | ||||||||||||||||||||||||||||||||||||||||||||||||||||||||||||||||||||||||||||||||||||||||||||||||||||||||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 ||||||||||||||||||||||||||||||||||||||||||||||||||||||||||||||||||||||||||||||||||||||||||||||||||||||||
역대 아이스너상 시상식 | ||||||
최우수 그래픽 앨범 - 재간 | ||||||
제4회 (199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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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199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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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199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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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인형의 집 | → |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2 | → | 씬 시티: 하드 굿바이 | ||
역대 앙굴렘 국제만화제 | ||||
최우수 외국 작품상 | ||||
1987년 (제14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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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제15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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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제16회) |
휴고 프라트, 밀로 마나라 《인디언 서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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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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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무어, 데이브 기본스 《 왓치맨》 |
1992년 (제19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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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제20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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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21회) |
빌 워터슨 《 캘빈과 홉스 2: 참치 머리, 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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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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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란소 프라도 《분필 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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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The Complete Maus: A Survivor's Ta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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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ad> | |
장르 | 역사, 홀로코스트, 회고록 |
작가 | 아트 슈피겔만 |
출판사 |
판테온 북스 아름드리미디어 |
연재처 | RAW |
집필 기간 | 1980년 ~ 1991년 |
출판년도 | 1991년 |
쪽 수 |
296쪽 3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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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국의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그래픽 노블.그래픽 노블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 고전으로 그래픽 노블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퓰리처상 수상작이다.[1] 또한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논픽션 100선에 포함된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다. #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 브와디스와프 슈피겔만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유대인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겪은 고통과 생활상을 다루었으며, 아버지와의 일화를 통해 피해자의 새로운 차별이라는 모순적인 행동 방식도 꼬집었다. 새로운 표현 양식을 설계하고 실험적인 기법으로 쥐를 탈고하기까지 아트 슈피겔만은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소요했고, 그렇게 해서 슈피겔만은 만화라는 대중문화를 예술적 표현 양식의 하나로 끌어올린 그래픽 노블의 선구자가 되었다.
원래 구판은 1권 & 2권으로 나눠 출판되었으나 지금은 양권을 합친 합본판이 나와 있다.
2. 특징
2.1. 줄거리
현재(1970년대 중후반 ~ 아버지가 사망하고 한창 <쥐> 작업에 매달리고 있던 1980년대)와 과거(1930년대 블라덱 부부의 연애와 결혼 ~ 아우슈비츠 ~ 1945년 부부의 재회)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요약하면 준수한 청년이 탄압와 수용소를 겪어가면서 몸과 정신이 모두 붕괴되어 가는 이야기(과거)와 몸도 마음도 병든 괴팍한 늙은이가 주위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이야기(현재).아우슈비츠 생활에 대해서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중간중간 자신과 부모의 대립, 겪어보지 못한 자의 입장에서 참상을 묘사하는 작가의 고뇌와 성찰, 여러 비유적 표현 등등을 섞어 더욱 사실적이다.
2.2. 각 장의 구성
- 1부: 아버지에게 맺힌 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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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단 한 장. 1958년 어린 아티가 친구들과 같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줄이 끊어져 뒤쳐졌지만 친구들이 먼저 가버린 바람에 울며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가 그 얘기를 듣고
"친구? 네 친구들 말이냐? 걔들과 일주일 동안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 방에 갇혀 보면, 그 때는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2]
(Friends? Your friends? If you lock them together in a room with no food for a week…THEN you could see what it is, friends!)
라며 작품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말을 한다. - 1장: 호남자 - 전쟁 전, 소스노비에츠에서 아냐 질버베르크와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전여친 루시아 그린버그와의 에피소드도 포함되어 있다. 블라덱은 루시아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우슈비츠 이야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책에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아티는 알겠다고 하고 책에 넣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상세히 그려 책에 넣었다.
- 2장: 신혼 - 나치당 집권 후 전쟁 발발, 폴란드군에 소집[3]되기까지의 이야기. 말미에 블라덱의 백내장 이야기도 나온다.
- 3장: 전쟁포로 - 제2차 세계 대전 발발로 소집되어 전선에 나갔다가 포로가 되고, 포로 생활 이후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
- 4장: 올가미 조여지다 - 게토에서의 이야기. 소제목이 말하듯 블라덱의 장인 친구 4명이 목이 매달린 채 거리에 전시되는 대목이 있다. 스타디움 이후의 이야기는 말라가 해준다.
- 5장: 쥐구멍 - 아우슈비츠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벙커를 만들고 생활하는 이야기. 현재편에 지옥 혹성의 죄수가 삽입되어 있다.
- 6장: 쥐덫 - 벙커에서 나와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폴란드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이야기.
- 2부: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
- 1장: 마우슈비츠[4] - 아우슈비츠 초창기의 이야기.
- 2장: 아우슈비츠: 시간은 흐른다 - 블라덱이 사망한 후 '쥐'를 집필 중인 아트 슈피겔만의 자전적 내용 & 아우슈비츠 생활 후반기. 여기서 가스실에 대해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 3장: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 - 끝장을 당하기 위해 아우슈비츠에서 독일의 다하우 수용소로 끌려가는 행군을 당하는 이야기. 현재 시점에선 블라덱이 흑인을 인종차별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 4장: 구원되다 - 종전 후 독일군에 의해 끌려다니다 빠져나와[5] 민가에 숨어 있다가 미군에게 발견되어 그들과 생활하는 이야기. 현재 시점에선 가족들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남은 건 사진뿐이란 말과 함께 씁쓸하게 그들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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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다시 아냐에게 -
독일을 벗어나
폴란드로 귀환, 아냐와 재회하기까지의 이야기.[6]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지. 우린 너무 행복했고 이후로도 너무 행복하게 살았어. 그래서... 이젠 그만하자, 네 녹음기 말이다... 말을 해서 피곤하구나, 리슈... 지금으로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작품의 마지막 문장. 직후 블라덱과 아냐가 함께 묻힌 무덤의 비석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2.3. 표현
가장 큰 특징으로 나라 별로 인간의 몸에 특정 동물의 머리가 달려 있는 것으로 그렸다.[7] 각각 유대인은 쥐, 독일인은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8], 미국인은 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검은 개), 영국인은 물고기[9], 프랑스인은 개구리[10], 스웨덴인은 순록, 집시는 나방, 아랍인은 뱀으로 나온다.[11] 정체를 숨기고 있을 시엔 해당 동물의 가면[12]을 쓰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였다.소련인은 곰으로 묘사되었다고 했지만 정작 나오지는 않았다.[13] 이스라엘 유대인은 ' 두더지로 할까?'라는 게 언급되긴 하는데 작중에 이스라엘인은 나오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이스라엘에 사는 블라덱의 동생 피넥 슈피겔만이 사진으로 등장한건데 그냥 쥐로 보인다.[14] 그리고 1권 초반 블라덱과 아냐가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는 요양원에서는 토끼나 두꺼비 같은 다른 동물도 나오지만 국적이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다. 그리고 독일에서 자기를 숨겨준 독일인 여인과 결혼한 유대인이 나오는데, 그 둘 사이에 난 아이들은 고양이 줄무늬가 있는 쥐로 그려진다.
언론에서는 '고양이와 쥐를 통하여 일종의 억압구조를 형성하려고 하였다'라고 하며 호평했다. 유대인을 쥐로, 폴란드인을 돼지로 표현하는 방법이 제3제국의 프로파간다 영상물의 단골 표현법과 일치하여 비판받았으며 아트 슈피겔만이 폴란드 인민 공화국에 다큐 촬영 및 취재를 갔을 당시 폴란드인을 돼지로 그렸다면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2권 뒤 인터뷰에 따르면 이건 작가가 일부러 선택한 방법이며 나중에는 폴란드에서도 쥐 만화가 정발되었다.
한국판에는 2권 끝에 쥐의 작품상의 특징 등을 번역하여 수록해 놓았다. 언더그라운드적이거나 실험적인 기법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일반적 만화 배열 구조가 아니라 다소 변형된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예를 들어 1권에서 나치 경찰이 천장에 은신해 있던 블라덱 슈피겔만과 그 동료들에게 거기 있는거 다 아니 빨리 나오라고 하는 장면에서 대표적으로 활용[15]되었다.
이는 아트 슈피겔만이 가장 불만을 표시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비평가들은 호평 일색이었지만 대부분 홀로코스트의 역사성 등 내용에만 치중해 평가할 뿐, 정작 만화 기법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아트 슈피겔만은 쥐 이전에는 내용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다양한 발상과 시도를 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작가 자신도 이러한 동물화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지 진짜 동물들은 필요하지 않는 이상 거의 그려지지 않는다. 그나마 많이 그려지는 동물은 개. 작중에 “내 친구는 개를 기르는데 이걸 극중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며, 2부에서 정신과 의사의 방에 걸려 있는 고양이 액자에 '애완용 고양이의 사진. 진짜임!'이라고도 별도로 설명을 넣어 놓았다. 예외적으로 회상 때 진짜 쥐를 묘사한 컷이 있는데, 동물화된 유대인이랑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진짜 쥐 장면 왼쪽에는 쥐를 바라보는 과거의 유대인들, 오른쪽에는 현재에 구술 작업중인 슈피겔만 부자가 그려진 것이 대칭을 이룬다.
3. 등장인물
이야기는 액자형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인물인 블라덱이 자신이 겪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변경된다.3.1.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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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슈피겔만(=아티)
현재 시점의 주인공. 나레이터이자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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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덱 슈피겔만
현재 시점의 주연, 과거 시점을 회상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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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슈피겔만
블라덱의 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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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즈 몰리
아티의 아내. 프랑스인이지만 유대교로 개종했다.[16] 만화에서 핏줄은 프랑스인이라 쥐로 그릴지 개구리로 그릴지 아내와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프랑소와즈 본인이 '남편이 쥐면 나도 쥐'라고 주장하여 쥐로 그려진다. 아티는 랍비 쥐를 불러와 주술로 개구리에서 쥐로 변신시키는 장면을 생각하기도 했다. 시아버지에게 동정적이지만[17] 그의 인종차별적 발언엔 불쾌감을 표시한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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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체코 출신 유대인으로 정신과 의사이며 아티의 주치의. 그 역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다. 아티의 말에 의하면 "그와 얘기하고 나면 항상 마음이 편해진다"고. 아티의 작품활동에도 도움을 줬는데, 2부 2장에서 아티와 상담을 해주는 장면으로, 당시 2권 초반부를 그리는 아티는 아버지가 일했던 함석공장에 대해서 사진 같은 자료를 찾지 못해서 곤란해 하고 있었다.[19] 그러자, 파벨이 어렸을 때 함석공장에서 일해본 기억을 되살려 이 장면에 대해 조언을 주는 등 아티를 돕는다.[20] 이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이 일종의 액자 형식 구도이기 때문에 아티와 함께 '쥐 가면을 쓴 사람'으로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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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 내외(카프 씨, 카프 부인)
블라덱 옆집의 유대인 부부. 블라덱과 비슷한 나이로, 남편은 아티에게 "네 아내도 물론 유대인이겠지?"라 묻는 등 보수적인 유대인이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눈치를 주는 등 비유대인과의 통혼에 대해서 좀 더 온건한 태도를 보인다. 말라가 집 나간 동안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아티를 반 강제로 초대한다. 아티는 블라덱에게 "말라는 가출했지만 옆집 부부가 신경 써 주고 있다"라고 들었지만, 그 말을 전하자 부부의 반응은 "(한숨)…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든?"이다. 그러더니 아티를 한참 붙잡고 "아버지 모시고 살려고 데려가러 온 거지? 그치?", "너네 아버지가 돈 가지고 말라를 달달 볶더라."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풍기는 '자, 어서 블라덱을 데려가. 아무도 말리지 않아.' 포스를 두고 아티는 '저 사람들도 아버질 지긋지긋해 한다.'고 평한다.
3.2. 과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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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그린버그[생사불명]
쳉스토호바에 거주하던 시절에 사귄 블라덱의 전 여친. 유대인으로, 외모가 평범한 편인 아냐에 비하면 루시아 쪽이 훨씬 미인이었으나, 블라덱은 "지성미와 고상함에 반해서" 결국 아냐를 선택했다고 한다.[26] 하지만 금전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게, 루시아의 가족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여자네 가족은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지참금조차 없었다."고 돈 이야기를 분명히 밝힌다. 양가가 상견례를 치렀는지는 언급이 없지만, 적어도 블라덱이 루시아네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정도까지는 했음이 분명해 보인다.[27][28] 차인 루시아는 계속 블라덱을 따라다닌다.[29] 루시아는 아냐에게 "당신의 은밀한 친구, L."이라는 서명과 함께 자기가 블라덱과 연인관계였으며 블라덱은 돈 때문에 아냐와 결혼하려 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결국 블라덱은 아냐를 힘들게 설득했고,[30] 결혼에 성공했다. 블라덱도 그런 얘기가 떨떠름했는지 자기 연애담 같은 건 유대인 학살과 관계가 없다면서 책에 넣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 아티는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나중엔 이런 이야기가 있어야 사실적으로 보인다면서 써넣었다. 이후 생사가 불분명하다. 지참금도 없었다는 언급을 보면 전쟁 터지기 전에 미국이나 영국으로 달아난다는 선택지는 언감생심이고 독일군이나 폴란드인 협력자 매수도 어려웠을테니, 난리통을 순전히 능력과 운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홀로코스트 와중에 사망했을 확률이 상당히 높고, 살아남았더라도 난리통에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3.2.1. 슈피겔만 가문
주인공인 블라덱의 집안이자 아트의 친가. 살아남은 사람은 꽤 있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후유증이나 병으로 죽어 작중 현재 시점에서 남은 사람은 얼마 없다.가문 구성원들의 사진도 아예 없다. 끌려가기 전 폴란드인들에게 귀중품과 사진을 맡겼지만 이마저도 폴란드인들이 사진을 모두 태워버리는 바람에 사진이 한 장도 없다고 한다.[31] 처가인 질버베르크 가의 사람들은 그래도 전쟁 전의 사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블라덱의 친가인 슈피겔만 가문은 단 한 장의 사진도 남아 있지 않아 아트 슈피겔만이 이야기를 그릴 때 난감해했다고 한다.[32] 딱 한 장,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였던 피넥이 찍은 사진이 있지만 그건 전후 이스라엘에서 찍은 사진이다. 생존자는 4명[33](블라덱을 포함하면 5명). 이마저도 전후 2명이 사망했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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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덱의 할아버지[사망]
2차 대전 이전에 이미 사망했으며, 포로 수용소에 있던 블라덱의 꿈 속에서 머리에 테필린[36]을 두르고 블라덱에게 '파르샤스 트루마'를 속삭이는 회상으로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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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덱의 아버지[사망]
독실한 정통파 유대교 신자로, 광천수 공장을 경영했지만 전쟁 후 나치들에게 공장을 빼앗긴다. 긴 수염[38]을 독일군들에게 잡혀 조롱당하고 깎여서 이에 대해 크게 분개한다. 이후 다른 식구들과 함께 게토로 보내졌다가, 유대인을 상대로 한 대규모 호적 등록 현장 가운데 담장을 치고 노동력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을 따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62세의 나이로 끌려갔다. 블라덱의 아버지는 분류대에 있는 사촌 덕분에 노동력이 있는 오른쪽 무리로 분류되었지만, 딸 펠라와 그 자식 4명이 노동력이 없다는 이유로 왼쪽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39] 혼자서 자식을 넷이나 돌보아야 하는 딸이 걱정된다며 기어코 담장을 넘어 왼쪽 무리로 간 것. 블라덱이 "왼쪽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라고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사망 확정. 블라덱은 이 때의 일이 두고두고 일생의 한으로 남았던 모양인지, 이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지, 아티?"라고 말한 후 자전거를 너무 타서 어지럽다고 말한 뒤 바로 잠에 빠진다.
블라덱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즉 러시아가 아직 폴란드를 지배할 때 러시아군에 끌려가 시베리아에서 무려 25년간 복무했다고 한다.[40] 그 때 복무환경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스스로 이빨을 14개나 뽑아버리고 의병제대했다.[41] 이에 대한 트라우마로 블라덱과 그의 형을 폴란드 군대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부실한 식사[42]를 주고 징병검사 며칠 전엔 잠도 거의 못 자게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 덕분에 형인 마르쿠스는 징병검사에 불합격하여 군입대를 하지 않았고, 블라덱은 너무 상태가 나빠져서 1년 후에 재검을 받으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다시 똑같은 짓을 하기 싫어서 1년 후에는 차라리 그냥 입대했다. 홀로코스트라는 생지옥을 겪었던 블라덱이 그 때 일을 회상하며 "...정말 끔찍했어!"라고 진저리치는 걸 보면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던 모양.
블라덱의 아버지와 관련된 설명은 블라덱 사후에 롤렉이 증언해주었으나 토라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외우는 그런 광신적인 태도를 자신은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마지못해하며 증언했다. 사실 쥐의 원래 1장은 블라덱의 유년시절에 관한 것으로 'little father'라는 제목으로 블라덱이 사업상 문제로 감옥에 간 아버지를 돕는 어린 시절을 다룰 뻔 했다. 그러나 정통 유대교 보수주의 가풍에 대한 묘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블라덱 유년시절 묘사는 죄다 폐기되었다. 때문에 청년으로 성장한 블라덱이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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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덱의 어머니[사망]
암에 걸려 있었는데 이를 모르고 있다가 블라덱이 포로수용소에서 살아서 돌아온 것을 본 후 몇 달 있다가 암이 악화되어 병사. 그나마 전쟁 중에 명을 달리한 주변 인물들 중에서 가장 곱게 생을 마감한 셈이다. 블라덱도 어머니는 앞으로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결코 모르셨을 거라고 푸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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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 슈피겔만[사망]
블라덱의 누이동생. 1942년에 게토에서 자식들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힘 쓰는 자리에 있는 친척들이 빼주려고 해도 자식들이 넷으로 너무 많아서 빼줄 수가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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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샤와 야댜 슈피겔만[사망]
블라덱의 다른 누이동생들. 자식이 각각 하나씩이라 펠라와 달리 끌려가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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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와 모세 슈피겔만[사망]
블라덱의 가장 가까운 형제들. 블라덱의 바로 윗 형인 마르쿠스는 블라덱의 아버지가 군대를 보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극단적인 식단조절 끝에 군대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이후 둘이 함께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이후, 블라덱이 적십자사를 통해 돈을 숨긴 빵을 소포로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블라덱은 마르쿠스와 모세의 죽음을 전후에 만난 어떤 사람을 통해 알았는데, 그 사람은 두 명이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끝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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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슈피겔만[사망]
블라덱처럼 폴란드군에 징집되었는데 탈출하여 소련의 렘베르크(현 우크라이나 르비우)로 달아나 그곳의 유대인 농부들에게 의탁하였지만 전후 얼마 안 가서 급성 맹장염으로 사망했다. 의사들이 티푸스로 오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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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넥 슈피겔만[생존]
레온과 함께 군대에 끌려갔지만 같이 탈출하여 소련으로 달아났다가 자신을 숨겨준 유대인 농부 집안의 딸 사라와 결혼했다. 블라덱은 유언장에 재산을 셋으로 쪼개서 하나는 말라, 하나는 아트, 하나는 피넥에게 물려주었다. 작중 시점인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이스라엘로 건너가, 텔아비브에 살고 있다고 한다.[49] 피난 간 레벡 질버베르크의 사례를 봐도, 소련 또한 유대인들에겐 좋은 곳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메타마우스에서 밝힌 바로는 1991년에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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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만 家 사촌들
게토에서 만난 블라덱의 사촌들. 회상에서는 야콥, 페사크, 밀로치, 하스켈까지 총 네 명이 등장한다. 야콥을 제외한 셋은 형제 관계임이 작 중에서 명시된다. 페사크를 제외한 둘은 전후까지 살아남았고, 하스켈은 만화책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았지만, 야콥은 생사가 불분명하다. 메타마우스에서 밝혀진 바로는, 블라덱이 이들의 나이를 잘못 기억했다고 한다. 작중에선 하스켈이 첫째, 밀로치가 막내로 서술되었으나, 실제로는 밀로치가 1908년생, 페사크가 1910년생, 하스켈이 1912년생으로, 밀로치가 가장 나이가 많고 하스켈이 가장 어리다. -
야콥 슈피겔만[생사불명]
슈피겔만 부부와 장인 부부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블라덱이 창가에 앉아 있던 와중, 일꾼으로 일하던 그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야콥은 하스켈이 도와줄 거라면서 어디론가로 가고, 등장 끝(...). 이후에도 아예 언급이 없어 사촌들 중에선 가장 비중이 낮으며, 후술할 셋과 달리 형제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생사불명. -
하스켈 슈피겔만[생존]
게토 시절 유대인 경찰. 다른 의미로 생존자. 독일 군인들과 도박에서 일부러 큰 돈을 잃어주면서 환심을 산다. 블라덱은 그를 두고 그 때나 지금이나 비열한 협잡꾼으로 평가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블라덱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자신들의 전 재산(금시계와 다이아몬드)을 주고 살려달라고 했지만 하스켈은 보석만 챙기곤 블라덱의 장인과 장모를 버렸기 때문. 블라덱의 장인장모는 너무 늙어서 일꾼인 척 빼내기가 쉽지 않았고, 하스켈이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돈만 꿀꺽한 것. 당연하게도 블라덱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결국 가스실로 끌려갔다.[52][53] 하지만 연줄이 꽤 많고, 그 때문에 블라덱이 살아남은 적도 있어서[54] 블라덱은 전후에 그에게 선물도 보냈다고 한다.[55] 홀로코스트로 인해 외가 친가 할 것 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인물로, 인종 학살이 극심해지던 종전기 전까지는 유대인 경찰 중에서도 꽤나 힘이 있었던 모양.[56] 전후 폴란드에서 자신을 숨겨준 여성 판사와 결혼했다고 한다. 1979년에 블라덱보다 3년 먼저 사망했다. -
페사크 슈피겔만[사망]
하스켈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경찰. 역시 마찬가지로 블라덱이 협잡꾼이라 부를 만큼 잔머리.[58] 경비병을 매수하여 게토를 탈출하자고 사람들을 선동, 몇몇과 같이 나갔다. 블라덱도 상황을 살펴보려고 뒤따라 나갔지만 모퉁이에서 총소리를 듣고 황급히 돌아오며 페사크의 사망이 암시되었고, 나중에 블라덱이 페사크가 죽었다고 확인사살한다. 여담으로 페사크의 아들 메나킴은 하스켈에게 입양되었다가 이스라엘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나치에게 협력한 유대인 경찰로 묘사되었다는 이유로 쥐 편집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했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스라엘판에서는 페사크의 모자를 페도라로 바꾸고 내용을 수정했다. -
밀로치 슈피겔만[생존]
블라덱이 협잡꾼으로 평가하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착하다는 평을 내린 사촌. 이쪽은 유대인 경찰은 아니었지만 형제 둘이 유대인 경찰에 들어가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게 살았다. 게토가 폐쇄된 뒤에는 예전 집사의 도움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다 벙커를 제작해서 아내와 세살배기 자식과 함께 숨어 살았는데 오물이 부패하면서 나는 열 덕분에 겨울에도 나름 살 만했다고 한다. 집사도 먹을 걸 공급해주는 등 성심성의껏 도와줬다. 블라덱 부부가 속아서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후, 원래 블라덱이 머물고 있던 모토노바 부인의 집에서 지냈고 무사히 종전을 맞았다. 이후 호주에 정착했지만 블라덱처럼 심장병을 앓았다가, 말년에 길을 가던 중 지병인 심장마비가 일어났는데 아내가 약을 가지고 온 뒤에는 죽어 있었다고 한다. 블라덱 왈, "좀 그렇지? 인생이 그런 거야." 메타마우스에서 1976년에 죽었다고 나온다.
3.2.2. 질버베르크 가문
아냐의 가문. 폴란드 최대의 양말공장을 갖고 있던 백만장자 가문이지만 구성원 대부분이 홀로코스트 속에서 몰살당하다시피 했다. 생존자는 슈피겔만 가문과 똑같이 4명[60]이고 그 중 2명[61]은 전후에 죽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진이 남아있어서 작가는 이들을 이야기에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냐의 외조부모[사망]
게토 시절 때까지 90이 넘은 나이에도 살아 있을 정도로 정정했다. 그러나 요양원을 빙자하여 테레지엔슈타트(Theresienstadt)의 강제 수용소[63]로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유인해 죽이려던 나치의 협박이 있자, 가족들이 은닉처까지 만들면서까지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들을 내놓지 않으면 대신 장인 내외를 데려가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조부모 내외를 넘겨야만 했다. 블라덱은 작별 전에 "무엇이든 필요하면 연락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조부모 내외는 곧바로 아우슈비츠의 가스실로 끌려갔다. 단, 가족들이 거짓말한 게 아니라 이 시점까지는 테레지엔슈타트 요양원행이 진짜인 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블라덱도 조부모님을 보내고 곧바로 아우슈비츠를 알게 되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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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의 부모(블라덱의 장인과 장모)[사망]
게토 때 질버베르크 일가가 전부 수용소행 유치장에 잡혀 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블라덱은 밖에 있는 사촌 야콥을 보고 돈을 줄 테니 빼달라는 요구를 전달했는데, 이 때 그들을 짐꾼으로 위장시켜 빼낼 수 있도록 도우러 온 사람이 유대인 경찰 하스켈이었다. 그는 블라덱 부부나 롤렉 등은 구해 주었지만, 아냐의 부모님은 너무 늙어서 힘들다는 이유로 보석만 받아 챙기고 구해주지 않았다. 블라덱은 잡힌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호송하는 열차가 도착했을 때 장인이 갇힌 건물의 창문을 봤는데,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었고 "장인은 백만장자였지만 그것도 그를 구해 주진 못했다."고 회상했다. 메타마우스에서 나온 바로는 장인의 본명은 이스라엘 이츠하크 질버베르크, 장모의 본명은 마르카 카르미오. 장인은 1883년생이라고 나오지만, 장모는 확인 불가능했는지 ?이라고만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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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샤[사망]
아냐의 언니. 남편인 볼프가 게마인데(gemeinde)[66]에서 일하게 되면서 게토 내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다른 유대인보다 처지가 나았다. 이후 유덴라트에 속한 페르시스와 함께 자비에르체[67]로 이주하여 조카들인 리슈 슈피겔만과 로니아 질버베르크를 맡아 친자식 비비와 함께 돌보고 있었지만, 자비에르체 게토가 폐쇄되고 온 가족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게 되자[68] 비비, 리슈, 로니아에게 늘 목에 걸고 다니던 독약을 먹이고 자신도 자살한다.[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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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사망]
토샤의 남편이자 비비의 아버지. 게마인데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쟁도 머지 않아 끝날 것이라고 낙관한 축이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페르시스를 따라서 같이 이주했으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후 기차에서 뛰어내려 탈출하려 했지만 총에 맞아 죽었다고 언급된다. 본명은 볼프 스타인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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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과 헬렌[생존]
아냐의 오빠 부부이자 롤렉과 로니아의 부모.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미국으로 1939 뉴욕 엑스포를 보러 간 사이에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미국에 잔류하게 되었고, 유럽에 두고 온 재산은 전부 포기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질버베르크 가문 중 가장 편안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둘과는 별개로 유럽에 남았던 아들인 롤렉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지만 딸인 로니아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이 둘은 미국에 먼저 정착하여 블라덱과 아냐를 미국으로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헤르만은 이후 미국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블라덱은 홀로코스트에도 살아남았던 헤르만이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사망한 것이 아냐의 자살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72] 헬렌은 작중 시점에도 정정하게 살아있었으며, 블라덱이 유언장에 합의를 위해서 찾아뵈었던 것으로 언급된다. 1905년생인데, 2003년에 향년 98세로 사망하였다. 롤렉의 손자가 1987년에 태어났으므로 증손자가 자라는 것까지 볼 정도로 장수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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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 질버베르크[생존]
아냐의 조카이자 헤르만과 헬렌의 아들이다. 질버베르크 가문 중 아냐를 비롯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숙련된 전기기술자였다고 한다. 전쟁 당시엔 10대 후반이라 사춘기 기질이 있는데 전쟁 전에도 이것 때문에 다른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일이 많았다. 전쟁 시기에는 무급으로 기술직으로 일 하다가 게토가 소개되고 난 뒤 밤중에 몰래 먹을 걸 찾아오는 역할을 하는데 무말랭이 조금하고 책을 가져와서 주머니가 두툼한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많이 가져온 줄 알고 좋아했던 블라덱이 제정신이냐고 화를 내고, 롤렉은 들은 체도 안하며 책을 읽으며 무시한다.[74] 나중에 아냐가 말리는데도 자신은 도피생활이 질리고, 나치도 전기기술자는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며 숨는 것을 거부하고 아우슈비츠로 자발적으로 간다. 이는 아냐를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몰아넣는다. 1권에서는 블라덱의 '정말 다음 차례로 아우슈비츠행이 되었다'고 말하고 언급이 끝나는지라 죽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2권 중에 블라덱이 아티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도 알다시피 지금은 유명한 교수다'라고 말한다. 결국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것.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군에 입대했으며 제대 후 명문대의 전기공학 교수로 정착했다고 한다. 블라덱보다도 훨씬 빨리 수용소로 끌려갔음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보아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뿐 대단한 생존력과 근성의 소유자인 듯하다. 다만 고모인 아냐와는 그리 가깝지 않은지, 미국에 남은 질버베르크 가문이 단 둘 뿐임에도 서로 정신적인 의지가 되지는 못한 모양이다. 롤렉의 아버지인 헤르만과 아냐가 형제인걸 감안하면 아냐와 롤렉의 실제 나이 차이도 꽤 난다.[75] 작중 시점의 현재에도 살아있으며, 위에서 이미 언급된 대로 블라덱의 아버지에 대한 증언을 그가 해주었다. 그러나 말해주면서도 그리 달가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고 한다.[76] 그에 따르면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블라덱의 아버지는 수염이 길고 신앙심이 깊었다고.[77] 메타마우스가 나오던 2010년에도 살아있었다고 하며, 무려 엘리자베스 2세보다도 1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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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아 질버베르크[사망]
롤렉의 동생이자 미국에 간 헤르만과 헬렌 부부의 딸. 고모네인 토샤와 볼프 부부, 그리고 사촌들인 비비와 리슈를 따라서 자비에르체에 이주했으나 페르시스가 처형당한 후 토샤의 손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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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사망]
볼프와 토샤의 딸. 차비에르치에로 이주했으나 페르시스가 처형당한 직후 어머니 토샤의 손에 사촌들인 로니아와 리슈와 함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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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프 질버베르크[사망][81]
아냐의 남동생. 간판을 그리는 상업 예술가로 소니아란 여자랑 사귀었으나, 유대인 탄압 이후 더 이상 돈을 못 벌게 되자[82] 소니아에게 차인다. 소니아는 돈만 보고 유제프와 사귀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녀와 헤어진 것에 상심한 유제프는 자살했다. 사진을 보면 소니아의 얼굴이 도려내져 있다. 예술가이고 섬세한 성격이었던 듯하며, 아냐 슈피겔만은 주인공인 아티가 항상 유제프와 닮았다고 했다.[83] 만화책에는 형제간 순서가 명확하지 않아 오빠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메타마우스의 가계도에는 1915년생으로 나와 1912년생이었던 아냐의 동생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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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벡 질버베르크[사망]
아냐의 다른 오빠. 아마 유제프와 헤르만 사이의 오빠인 듯. 전쟁이 터지자 소련으로 달아났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가게 생기자[85] 여러 국경을 넘어서 다시 폴란드로 돌아왔다. 1938년에 그가 블라덱의 사업에 돈을 보탠 일이 있어서 블라덱이 자금을 지원하는 등 그의 도주를 도왔다. 하지만 바르샤바에 있던 처가집으로 달아난 그는 바르샤바가 나치의 처참한 학살과 살육에 파괴되면서 같이 죽고 만다(직접 죽었다는 말은 없지만 '하지만 너(아트)도 바르샤바가 어땠는지 알지.'라고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이에 대해 블라덱은 차라리 소련에 있었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3.2.3. 아우슈비츠 관련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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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바움[사망]
블라덱의 친구. 폴란드의 고향 도시에서는 모두가 그를 알 만한 부자로 멋쟁이였지만 결국 블라덱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었다. 배급을 받을 때 영 운이 없어서 자기에게 맞는 신발과 옷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87] 블라덱이 카포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제일 먼저 한 것이 카포에게 사정해서 만델바움에게 허리띠, 신발, 숟가락을 준 것이다. 만델바움은 감격해서 펑펑 울었다고. 블라덱이 혜택을 받자 그 친구인 만델바움도 함께 그나마 나은 생활을 누리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진 이후 영영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블라덱은 독일 병사가 일부러 그의 모자를 잡아서 철조망 근처로 던지며 주워오라 명령하고, 그걸 주우러 갔던 걸 도망치려 했다고 거짓 사살하여 휴가를 받아냈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아마 그렇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죽었을 것이며 그 당시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한다. 메타마우스에서는 본인은 죽었지만 아내와 딸 블리마 만델바움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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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사망]
만델바움의 조카. 1권 최후반부에 블라덱과 공모하여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도망가는 계획을 세웠던 사람이다. 밀수꾼을 믿지 못하다가 그가 먼저 밀수꾼과 협력하여 헝가리로 간 뒤에 안전히 도착했다고 편지를 보내면 다른 사람들도 헝가리로 떠나는 계획을 세웠고, 곧 만델바움에게 안전하다고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을 넘겨주기로 했던 폴란드계 밀수꾼[89]들이 게슈타포에 연락을 하여[90] 블라덱 부부가 열차 안에서 체포되고 만다. 이후 2권 초반인 아우슈비츠 내에서 재회. 게슈타포가 총을 들이대고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오래 못 살고 다시 못 보게 되는데, 블라덱의 말에 의하면 "아브라함을 다시 보지 못했어. 굴뚝으로[91] 나간 것 같애."라고 한다. 만델바움의 딸은 이 사람을 유대인 경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작중에 나오는 블라덱의 증언으로도 유대인 위원회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는 언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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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지구
카포[생사불명]
폴란드 농부 출신. 나치 독일이 수용소 관리를 위해 동원한 현지인이다. '카포'란 호칭 역시 본명이 아니고 대장(Captain)이라는 뜻의 직함. 아우슈비츠 초기에 블라덱이 있던 막사를 관리하면서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 사람을 찾던 중 블라덱과 만나게 되었다.[93] 이후 한동안 블라덱을 감싸주었다. 이 때 블라덱을 데려다 앉혀놓고 빵, 커피, 소시지, 치즈 등 거의 사치품에 가까운 음식들을 먹여주는데, 쳐다보기도 두려워하며 눈부신 것 마냥 얼굴을 가리는 블라덱이 압권. 심지어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빼꼼히 보고 있다.[94] "(전략) 지금은 계속 격리지구에 잡아 뒀지만 조만간 일을 시킬 거라고. 그 쪽이 대우가 더 좋아."라며 블라덱에게 설명을 하고, 판금 쪽을 약간 해봤다는 말에 그 자리를 알아주는 등 든든한 후원자.
참고로 영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지금 독일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그리고 연합국이 승리한다. 그렇게 되면 영어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는 정세 판단 때문이었다. 애당초 본인이 카포가 된 것이 독일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었다고 하니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생각인 듯. 폴란드는 전후 소련의 위성국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에 폴란드에 계속 있었으면 영어는 큰 쓸모가 없었겠고 차라리 러시아어가 더 쓸모있었겠지만, 어쩌면 전쟁이 끝나고 아예 미국이나 영국으로 망명할 생각이였는지도 모르고,[95][96] 아니면 러시아어는 이미 할 줄 알아서 영어를 배우려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저 정도로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이라면 설령 러시아어를 몰랐어도 기회가 되는 대로 배웠을 것이다.[97] 당장 생존자인 블라덱 자신이 함석 일도 조금, 구두 수선도 조금 할 줄 아는 덕분에 더 많은 기회를 얻어 살아남은 것처럼, 험악한 시대에 살아남아 카포 자리까지 올라갈 정도의 요령이 있는 인물이면 할 줄 아는게 많을수록 기회도 많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수완도 좋았는지 수용소 안에서 "벌리츠"[98] 교재를 구해서 공부하고 있었다고 나온다.[99] 허나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카포이지만 블라덱에게는 완전히 생명의 은인이다. 블라덱과 만델바움의 옷을 맞는 크기로 바꿔주는 등의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100] 그를 괴롭힘이나 동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른 수용인들에게는 이유도 없이 죽어나가도록 학대를 하던 인물이라 사실은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하긴 힘들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수준의 인성을 가진 사람들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정상적인 인간관계에 목말라 있는 면모가 있게 마련이라, 호감을 가진 특정한 사람에게는 잘해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기 때문.[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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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생사불명]
아우슈비츠의 함석공장 감독관.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공산주의자. 블라덱에 대해서도 어디서 들었는지 알고 있어서 블라덱이 전쟁 전에 누리던 생활을 두고 노동자를 착취해서 호의호식한 자본가라 부르며 멸시했지만, 블라덱이 다른 동료들의 조언을 듣고 비위를 맞추는 것과 함께 꾸준히 매수[103]해 그런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위의 폴란드인 카포와는 달리 괴롭히는 것만 없었고 별다른 도움은 받지 못했으며 물건만 많이 받아먹었다고.[104][105] 블라덱은 이들이 "욕심이 끝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래도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에 힘든 작업에서는 항상 빠질 수 있었다. 블라덱이 아냐의 소식을 알기 위해 자의로 비르케나우에 가겠다고 한 것만 빼면. 이 때 블라덱이 자원해서 비르케나우로 가겠다고 하자, "쳇, 가서 영영 안 돌아와도 알게 뭐냐, 최고의 함석장이를 버리고 널 구했는데 왜 그러는 거야?"라면서 츤츤대며 블라덱을 걱정해 준다(...). 이후에는 상술했듯이 블라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블라덱과 대화할 때 이전처럼 인상도 안 쓰고 서로 편하게 대화하게 된다. 블라덱이 제화공으로 발탁되며 작업실을 얻게 되었을 때도 찾아와서는 축하해 준다. 이후 아우슈비츠 막판 2개월 동안 그와 더 일하게 된다. 이후 살아남았는지는 불명. 아마 막판 2개월에는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함석공장의 감독이었기에 살아남았다면 러시아로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소련 출신인데 아우슈비츠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소련 입장에선 배신자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해서 고생이 끝나진 않았을 것이며 행여나 소련군 포로 출신[106]이면 바로 굴라크로 직행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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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베크[생존][108]
폴란드 베드친(소스노비체 인근) 출신, 폐쇄적인 유대인 농촌 마을에서 자라나서 폴란드어도 못하고 겨우 이디시어만 할 줄 안다. 독일어도 못하는 데 말 안 통하는 수용소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에서 이미 기적, 블라덱과는 전쟁 전부터 친구 관계이며, 수용소에서는 서로를 보지 못했지만 그로스로젠으로 강제로 행군하다 도망쳐서 호숫가에서 독일군에게 잡혔을 때 블라덱과 재회한다.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둘은 이 시점에서 다행히 탈출을 할만한 충분한 체력이 남아 있었고 호수를 건너 헤엄치는 탈출을 계획하기도 한다. 둘이서 함께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피난민이 버리고 간 농가에서 옷과 식량을 얻어 포식하여[109]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미군과 만나 잠시 미군들의 시중을 들며 생활한 적이 있었고 난민수용소가 세워지자 그곳으로 갔다가 블라덱과 함께 독일 하노버에 있는 형에게 몸을 의탁했다.[110] 그리고 블라덱이 아냐를 만나기 위해 소스노비체로 가는걸 보고 동행하는데 도중에 블라덱이 짐을 두고 물을 길러 갔는데 열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바람에 졸지에 블라덱과 헤어지게 된다. 이후 블라덱의 말로는 블라덱을 찾으러 하노버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등장은 없지만 헤어진 이후의 행적을 블라덱이 아는 걸로 봐선 다시 재회한 듯 싶다. 폴란드어와 독일어가 불가능해 여행이나 길을 찾는다던가 하는 다른 부분은 전부 블라덱에게 의지하는 처지였지만, 농촌 출신으로 잡일을 잘해서 소젖을 짜고 닭을 잡고 하는 등에서 솜씨를 발휘한다. 블라덱도 극중에서 보면 센스가 좋아 이런 저런 잡노동에는 도가 텄지만 아무래도 도시 출신이라 이런 것은 경험이 없었는데, 그럴 때에는 쉬베크 덕에 꽤 편하게 지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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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에[생사불명]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여자. 예쁘고 키가 큰 금발 아가씨. 나치 친위대 대원의 애인(!!)이어서[112] 대략 죄수들을 감독하는 좋은 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카포나 감독이 악랄한것과 달리 마음씨가 좋은 사람.[113] 허약한 아냐와 다른 이들을 조금이나마 쉬게 하도록 배려해줬고 블라덱과 아냐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몰래 그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114] 수용소 특성상 죄수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 건 즉결처형 정도로 위험한 일로, 이를 도와준 사람도 사형당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인데, 그녀는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블라덱이 작은 선물(배식용 빵 따위)이라도 주려고 했으나, 자신은 괜찮다고 거절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블라덱이 임시수용소로 옮겨가 아냐의 행방을 알 수 없었을 당시에도 계속 아냐를 돌봐줬다고 한다. 후일 전쟁이 끝난 후 블라덱이 사례하려고 했으나 이름도 완전히 알지 못해서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작중에 등장한 인물 중에 최고 대인배.[115] 마음씨도 착했지만 일단 죄수들을 감독하는 딱지가 붙었고, SS 대원의 애인이었으니 전후 그리 좋은 취급은 못 받았을 것이다.[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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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수용소에서 만난 프랑스인[생존]
이름은 나오지 않고 임시 수용소 내의 프랑스인으로만 나온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 중에서 혼자만 프랑스인이었고 본인은 독일어를 전혀 몰랐으며, 다른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전혀 몰라서 임시수용소에 들어온 이후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못 해서, 굶주림과 추위보다도 말이 안 통하는 외로움과 심심함이 더 괴로웠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블라덱을 만나면서 말동무가 된다. 블라덱도 프랑스어는 못했지만 영어를 할 수 있었고, 프랑스인도 영어를 할 수 있었기에 영어로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기뻐서 친해진 것. 이후 블라덱과 서로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받았다. 이 프랑스인 수용자는 유대인이 아니라서 적십자에서 소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것을 블라덱에게도 나눠준 것인데 무려 수용소에서는 꿈도 못꾸는 음식인 정어리, 비스킷, 초콜릿 따위였다! 생존본능이 대단한 블라덱은 이 초콜릿을 먹지 않고 다른 수용자에게 상의를 받고 팔아, 이 프랑스인과 자기는 맨날 배식을 받도록 한다.[118] 이후 더 가혹한 임시 수용소 생활로 인해 블라덱이 죽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건강이 극히 안 좋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그런 곳에서 어떻게든 더 버티게 할 계기를 준 이쪽도 정말 생명의 은인. 그도 종전 이후에도 살아남아 블라덱은 이후에도 그와 주기적으로 편지를 교환했지만 아냐가 자살한 후 아냐의 일기와 모든 자료를 다 태워버리면서 이 프랑스인에게 받은 편지도 모두 태워버렸다. 이후 블라덱이 그의 이름과 주소를 잊어버리면서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영영 밝혀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쥐가 세계적 히트를 친 후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밀로치처럼 쥐가 출판되기 전에 사망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블라덱처럼 기억이 너무 괴로워서 굳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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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독일 병사[생사불명]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블라덱이 유일하게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독일군 병사. 다른 독일군들과 달리 매일 아침 블라덱에게 살갑게 아침 인사를 해줄 정도로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블라덱도 '이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나중에 날 쏘지 않겠지'라는 계산으로 항상 인사를 해주었다. 후에 며칠간 보이지 않았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자 어디 아팠냐고 물어보니 "아니... 일하러 갔어... 비르케나우에..."라고 한 마디 한다. 후에 블라덱이 거기 소식을 들어보았다고 말하자마자 입 닥치라고 일갈하는 걸 보면 PTSD에 걸린 듯.
블라덱이 계속 언급하기도 했지만, 작중인 1944년 후반기의 아우슈비츠는 호르티 미클로시가 실각한 후 완전한 독일 괴뢰국으로 전락한 헝가리에서 무려 40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을 마구 잡아들여서 아우슈비츠로 보내던 시점이었다. 하루에 2만 4천명씩 처형하기도 했으며, 가스실 공간이나 가스가 부족하다고 구덩이를 파고 불을 질러서 산 채로 마구 집어던지던 시점이 이 때.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던 이 독일군 병사가, 제 1 아우슈비츠와 달리 온전히 학살을 목적으로 세워진 비르케나우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멘탈이 남아날리가 없다. 이 조치의 결정과정을 영화화한 것은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며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작, 작품상 후보작이었던 존 오브 인터레스트, 그리고 실행 과정을 영화화한 것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120] 전후에 어떻게 되었을 지는 불명이나 좋은 최후를 맞이하지는 못했을 듯하다. 2권 후반부에서 석방되고 쉬베크랑 기차를 타고 소스노비에츠로 향하던 와중, 폐허가 된 도시가 나오는데 거기가 바로 이 병사의 고향인 뉘른베르크였다. 블라덱 왈, "뉘른베르크는 폭격을 맞아 초토화되어서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었지."라며 확실하게 말하는데다, 다하우 수용소 경비 학살 사건처럼 역으로 경비들이 학살당하는 일도 있었고 어찌어찌 기껏 살아서 돌아와봤자 고향은 초토화되어서 가족들은 죽었을지도 모르고, 자신은 강제수용소 경비라는 딱지가 붙어있는데다 산 사람 죽은 사람 가릴 것 없이 불타 죽는 지옥도를 실시간으로 바로 앞에서 본 여린 마음을 가졌던 그가 정신병으로 자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론은 착한 인물임에는 이견은 없으나, 결국 그도 흙탕물 속의 맑은 물 한 방울 뿐이었음은 변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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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독일군 장교[생사불명]
자세한 신원은 나오지 않는다. 신발 수리공 일을 맡게 된 블라덱을 찾아와 가죽이 찢어진 장화 한 짝을 대뜸 넘기고는 새것처럼 고치라는 명령과 고치지 못하면 각오하라는 엄포를 놓고는 사라진다. 그러나 블라덱이 능숙한 대처로 어떻게든 고쳐내자[122] 말없이 사라지나 싶더니 커다란 소시지 하나를 가져와 잘해줬다는 말과 함께 건네줬다(다만 열악한 영양상태로 고생하던 블라덱은 그 소시지를 구두칼로 마구 썰어서 너무 급하게 먹다가 그만 탈이 났다고 한다). 그 뒤로 자기 친구들에게 블라덱을 추천해줘서 일감과 먹을 것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위의 병사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인간성은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123]
3.2.4. 폴란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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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부인[생존]
모토노바 부인에 이어 블라덱과 아냐 부부를 초창기에 숨겨준 사람. 그들이 부탁을 해왔을 때 말 첫머리에 항상 "만약 발각되면 난 당신들을 모르는 겁니다. 아시겠어요?"라고 못박는다. 냉정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게 숨겨주었다 발각되면 같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이라 아냐가 추위에 떨자 들어와서 쉬라고 하는 등 마음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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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노바 부인[생존]
폴란드인. 블라덱과 아냐 부부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숨어다니던 시절에 그들을 가장 오래 숨겨준 사람. 그래서인지 슈피겔만 부부와 사연이 많다. 처음 인연은 블라덱 부부에게 늘 신선한 빵을 파는 데에서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아예 그 부인의 집에 큰 돈을 주고 얹혀 살게 되었다.[126] 블라덱은 모토노바 부인에게 언제나 돈을 두둑하게 주었다고 한다. 이후 블라덱 부부는 밀수꾼과 접선해 외국으로 떠나는 계획을 세우고 오물 처리장 옆에 숨어살던 밀로치의 가족들을 대신 모토노바 부인의 집에 소개시켜주어 살게 했는데, 블라덱과 아냐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밀로치의 가족은 그곳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지냈다고 한다. 다만 블라덱이 수중의 보석을 환금하지 못해 빵값을 제때 못 주던 날, 항상 빵을 구해오던 모토노바 부인이 빵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을 보면 사소한 것에 금전적인 계산이 없던 관계는 아니다. 그래도 블라덱 부부가 아브라함과 함께 헝가리행 밀수꾼과 접선하여 도망친다고 할 때 "당신들이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꿈을 꿨어요! 제발 가지 마세요!"라고 말렸고 결국 밀수꾼의 밀고로 인해 게슈타포에 붙잡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면서 꿈이 현실이 됐다. 다만 이 때 잡혀가지 않고 헝가리로 넘어갔으면 전쟁 막바지에 헝가리 유대인들과 함께 잡혀갔을텐데 그러면 생존 가능성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127] 어찌 보면 조금 일찍 끌려가 노동수용소로 배치된 것이 더 나았던 셈. 물론 아예 계속 모토노바 부인의 집에 숨어 있었다면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고 쥐라는 책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블라덱도 밀로치가 살아남은 이야기를 하며 이 부분이 한이 맺히는 듯 읊조린다.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생활을 개선하려던 블라덱의 진취성이 독이 된 셈이다. 전후 반폴란드 감정이 강해진 블라덱도 자신과 아냐를 도와준 폴란드인들 한정으로는 좋은 감정을 가졌는데[128] 아티가 모토노바 부인이 도와준 것이 단순 선의가 아니라 금전적인 요소 때문이 아닌지 떠보자 블라덱이 화를 내며 목숨을 살려주는데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냐며 오히려 두둔해줬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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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나[생존]
리슈의 폴란드인 가정교사. 블라덱 부부가 부유하게 살 때 고용했으며,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폴란드의 반유대주의를 나치의 소행으로 비난하면서 자신은 슈피겔만 일가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게토에서 탈출한 블라덱 부부가 도움을 요청하자 거절하고 내쫓는다. 작중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블라덱이 전쟁이 터졌을 때 귀중품을 맡겼던 '리슈의 폴란드인 여자 가정교사'도 이 사람인데, 아트가 나중에 인터뷰에서 귀중품을 맡긴 가정교사는 이 사람이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전후에 블라덱이 다시 찾아가자 귀중품은 나치에게 모두 뺏겼다고 하면서[130] 질버베르크 가문의 사진만 돌려준다. 비록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악한 인물은 아니며,[131] 때문인지 블라덱은 큰 원한을 보이진 않았다. 어찌 보면 당시 평범한 소시민 폴란드인을 반영하는 듯한 인물이다.
3.2.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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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사망]
블라덱이 폴란드군으로 참전한 시절 사살한 독일군 병사. 나무로 위장하고 전진하다가 저격당해서 쓰러졌고, 항복하려 했는지 손을 들었지만 겁을 먹은 블라덱이 계속 사격을 퍼부어 확인사살로 죽여버렸다.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후 블라덱이 시신을 수습하다가 군번줄을 보고 이름을 알게 되었다고. 블라덱의 평은: "그래도 (이 전쟁에서) 뭔가 하긴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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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바흐[사망]
루블린에 살고 있던 블라덱 삼촌의 친구로 블라덱 나이의 아름다운 딸 둘이 있었다고 나온다. 석방 후 총살될 위기[134]에 처한 블라덱의 사촌으로 위장하여 블라덱을 석방시킨다. 귀향 후 한동안 질버베르크 가문의 부 덕분에 넉넉했던 블라덱이 소포로 음식을 보내서 보답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서 나치들이 소포를 빼돌리기 시작했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이후 수용소에 끌려갔는지 소식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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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키[사망]
게토로 끌려가기 전에 블라덱이 알고 있던 사업 파트너. 블라덱의 과거 고객으로 재단사 일을 하고 있으며, 블라덱이 석방 된 후 이 사람에게 원단을 공급하여 돈을 만들었다. 다짜고짜 체포될 뻔했던 블라덱을[136] 자기 집에 숨겨주어 한 번 구해준 일이 있으며, 슬하에 리슈 또래의 아들을 두고 있다. 자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좋은 폴란드인 친구에게 아이를 맡겼고, 자신과 아내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아이는 친구의 보호로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때 블라덱에게 리슈도 맡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생판 모르는 남에게 아이를 어떻게 맡기냐고 아냐와 질버베르크 가문이 발칵 뒤집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러나 나중에 토샤뿐 아니라 리슈까지 죽게 되자 아냐는 이 때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아픔을 간직했다고.[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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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훔 콘[사망]
블라덱 장인의 지인. 소스노비에츠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의 큰 원단가게를 가지고 있었으나 쿠폰 없이 물건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아들을 포함한 다른 3명과 체포돼서 교수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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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콘[사망]
나훔 콘의 아들.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했던 시온주의자. 신혼이었지만 아버지와 함께 교수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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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스[사망]
토샤의 남편인 볼프의 삼촌으로, 자비에르체의 유대인 위원회 위원장. 블라덱은 그를 "페르시스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어...(중략)...페르시스는 정말로 유대인을 도우려고 했지."라고 평했다. SS에게 뇌물을 줘서 안전을 보장받고 있었고 덕분에 90이 넘은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볼프, 토샤, 비비, 리슈, 로니아를 자비에르체로 데려가서 보호해줬지만, 나치 상부가 자비에르체 게토를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연줄이 있던 지역 SS를 교체해버리면서 총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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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에크 메린[사망]
본명 모세 메린. 작중에서 잠깐 언급되는 소스노비에츠 게토의 위원장. 블라덱은 그를 페르시스와 달리 자기 자신만 생각한 이기적 인물이라고 깐다. 자세한 행적이나 생사는 작중에선 언급되지 않았으나 자기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철저히 독일에 협력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후 1943년 6월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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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버 씨의 아들[사망]
종전 후 벨젠에서 근황이 언급된 폴란드 유대인. 아버지인 겔버는 소스노비에츠에서 큰 빵집을 운영했는데,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아들 중 한 명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은 어느 폴란드인이 차지한 뒤였고 그 폴란드인에게 "히틀러가 너희를 다 끝장낸 줄 알았는데!! 꺼지라구, 유대인! 여긴 이제 우리 집이야!"라며 쫓겨났다. 그리고 그 폴란드인이 데려온 사람들에게 맞아죽은 뒤 목이 매달렸고, 시신은 다음 날 돌아온 형이 묻어줬다고 한다.[143]
4. 작중 에피소드
4.1. 1부
- 전쟁 포로 시절, 블라덱이 있던 곳은 난방은 고사하고 목욕도 불가능했다. 정확히는 유대인 포로만. 폴란드인 포로는 통나무집 막사에서 두끼 식사를 하는데 유대인들은 텐트에서 수프 한그릇으로 버텼다. 남들은 담요 덮고 벌벌 떨고 있는데 블라덱은 한겨울에 연못에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몸이 따뜻해진다는 블라덱을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가 "자네 미쳤군."이라고 무심하게 말할 정도.[144] 그나마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집에 매주 1번 편지를 부쳐 소포를 받아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6주 뒤에 포로들에게 "숙식 제공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노동 캠프로 갈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붙자 대부분의 포로들은 안 속는다며 무시했지만, 블라덱은 "아니, 난 살 거야!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구!"라면서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지원한다. 물론 진짜로 난로와 침대와 수프를 주는 등 숙식은 좋았지만... 엄청난 막노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삽과 곡괭이로만 산을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포로수용소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지만 80%는 그냥 남았다고 한다. 돌아간 사람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고.
- 포로 노동소 시절에, 한 번은 꿈을 꾸는데 블라덱의 선조로 추정되는 랍비가 꿈에 나와서는 "파르샤스 트루마(Parashah terumah, פרשת תרומה)의 때가 오면 구원받을 것이다"라는 말을 해 주길래 다음날 아침에 랍비 선생[145]에게 물었더니, 3개월 후에나 토라 가운데 트루마를 읽는다고 했다.[146] 여기서 블라덱이 "3개월! 하루가 천 년 같았는데!"라며 놀라는 부분이 포인트. 그러나 어느 토요일에 병사들이 와서는 두 줄로 서라고 하고, 블라덱의 옆으로 랍비 선생이 와서는 "이번 주가 파르샤스 트루마라고!"라며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날로 포로 석방 문서에 서명하고 풀려났다. 이후 블라덱이 덧붙여서 자신이 아냐와 처음 만난 날, 기타 여러 주가 모두 파르샤스 트루마였다는 것도 알려준다.
- 게토 시절에, 게슈타포들에게 잡혀가지 않기 위해서 다락방에 벙커를 만들고, 샹들리에로 입구를 감췄다. 한 번은 거길 열고 식량을 구하러 가려는데, 생판 모르는 남자가 들어왔길래 죽여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쌍해서 식량을 약간 줘서 돌려보냈더니, 그 날 오후로 그의 밀고를 받은 게슈타포가 쳐들어왔다. 이후 블라덱의 회상에 의하면 유대인 경찰인 하스켈이 이 밀고남의 총살을 유도해서 죽게 했는데,[147] 하필 그 밀고남의 시체를 블라덱이 묻어 줬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블라덱이 천을 덮으려다 "어이구! 이거 우리 가족을 게슈타포에 밀고한 쥐새끼 아니야! 그런데 눈은 왜 뜨고 죽었지?"라는 말에 시체를 나르던 남자가 "살려고 몸부림친 모양이죠."라고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참고로 이 밀고남은 다른 쥐(유대인)들과 달리 머리카락이 나 있다. 2권 뒤에 수록된 작가 인터뷰에 의하면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고.
- 게토에 있었을 당시 블라덱의 먼 형제인 하스켈의 형 페사크가 케이크를 판다는 말에 모두들 거짓말로 생각했다.[148] 그러나 가보니 실제로 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페사크 본인에 의하면 빈 집에서 훔친 밀가루로 만들었다면서 팔기에 블라덱도 아냐와 먹으려고 한 조각 사왔다. 그런데 그 "밀가루" 중의 일부는 실수로 집어넣은 세탁비누였기에, 게토 전역에서 그 날 밤 사람들이 설사를 했다고(...).
- 블라덱이 전후에 하스켈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했을 때 나오는 얘기인데, 게토에서 밤중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또라이 게슈타포에게 걸려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하스켈이 도박에서 돈 잃어주는 사이라 신분증을 보고 '훌륭한 슈피겔만 가문 사람이구만, 잘 가시고 하스켈에게 안부 전해달라'며 보내줘서 무사히 풀려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들은 그를 총잡이라고 부른다며, 매일 재미로 유대인을 죽이는 살인광이었다고 한다.
- 게토에서 나와 모토노바 부인의 집에 숨어살 때, 가끔 외부인들이 찾아오면 블라덱 부부는 얼른 숨어야 했다. 한 번은 다락에 숨어 있었는데 블라덱이 재채기가 심해서 한 번 터트리려고 했지만 아냐가 베개로 누른 덕분에 넘어갔다. 다른 한 번은 집 안까지 들어왔길래 지하의 창고에 숨어 있었는데, 쥐가 지나다니는 걸 보고 아냐가 놀래자 블라덱이 "그냥 생쥐야."라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블라덱이 아티에게 덧붙이길, 곰쥐였다고.
- 다른 사연으로 모토노바 부인의 아들이 혹시나 블라덱 부부에 대해 누설할까봐 줄곧 경고하면서 노심초사했다.[149] 그 애가 독일어를 못 하길래 독일어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인 아냐가 독일어를 가르쳐 줬는데, 한 번은 담임 선생님이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 하게 됐냐고 물었다고 아들이 얘기를 하자 모두 놀라는데 "엄마가 가르쳐 줬다"고 대답하여 안심했다. 블라덱의 회상. "그 애는 정말 똑똑했지."
- 1권 초중반에 알약 수를 헤아리다가 엎질러 줍던 도중 블라덱이 눈 얘기를 꺼내는데 작중 시점에서 작년에 왼쪽 눈의 녹내장 때문에 수술을 하려고 거물급 전문의를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시켜놓고는 무슨 텔레비젼 강연 일정을 잡아놓는 바람에 수술이 미뤄져서 급기야 눈에서 출혈이 일어나자 블라덱은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와 다른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작중 시점에선 유리로 만든 의안을 넣은 채 살고 있다. 이후 멀쩡한 오른쪽 눈에도 백내장이 걸렸는데 검사를 맡았던 의사가 왼쪽 눈은 완벽한데 오른쪽 눈은 백내장이라고 말했단다. 블라덱은 그가 무안해할까 봐 왼쪽 눈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안 했다고.
- 1권 중반에 말라가 아티의 옛 작품 지옥 혹성의 죄수를 들고[150] 이 만화에 대해 "뭐랄까...가슴에 너무 와 닿았거든!"이라며 충격적인 감상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덧붙여 이 만화는 꼭 출판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앞에 지옥 혹성의 죄수 전 분량이 수록되어 있다. 블라덱도 전에 슬쩍 본 적이 있는데 너무 가슴 아파서 다시 볼 수는 없었다고. 거기에 말라가 한마디 쏴 준다. "당연히 그렇겠죠. 당신 이야기니까!" 그래도 블라덱은 아티의 표현력을 높게 샀는지 월트 디즈니처럼 유명해질 거라고 칭찬했고,[151] 아티도 그게 싫지만은 않은지 이걸 적어둬야겠다면서 메모지를 가지러 간다. 현재 시점에서 블라덱과 아티가 훈훈하게 지내는 몇 안 되는 장면들 중 하나다.
4.2. 2부
- 블라덱이 아우슈비츠에 들어가고 팔에 고유번호를 새기고 우울해 있을 때, 폴란드인으로 등장하는 한 성직자가[152] 다가와서 블라덱의 번호를 보더니 유대교적으로 여러가지 희망적 해석을 하면서[153] "나는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자네는 분명 살아남을 걸세."라고 말한다. 그 후로 그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블라덱은 이 때를 회상하면서 어쩌면 그 사람이 나에게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는 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힘들거나 고난을 이겨낼 때마다 "그래, 그 분 말씀이 맞았어."라며 팔의 고유번호를 보며 힘을 얻었다고. 아티는 그를 진정한 성인이라고 칭찬했다. 안타깝게도 블라덱은 그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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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 214페이지에선 아우슈비츠에서 점호를 받는 와중에 어느 노인이 "난 저 유대인 놈들과 폴란드 놈들 사이에 있을 수 없어요! 나도 당신들처럼 독일인이란 말이요! 난
황제에게서 받은 훈장도 있어요. 내 아들은 군인이구요!"라며 항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보기엔 그 사람은 유대인일 뿐이었고, 결국 그 수감자는 경비병들에게 맞아죽는다.[154] 비유대인과 혼인하면서 정체성이 약해진 유대인들도 많이 있었으며, 나치의 유대인 판별기준이라는 게 조부모, 외조부모 4명 중 한 명만 유대인이면 나머지 3명이 다 독일인이어도 잡아들이고, 그러지 않았어도 나치당에 충성을 보이지 않거나 밉보이면 유대인으로 몰아 잡아갔기에. 어쩌면 순전히 행정 오류 때문에 순수 독일인인데도 유대인으로 몰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티가 "그 사람이 정말 독일인이었나요?"라는 질문에 블라덱은 "누가 알겠니? 독일인 죄수들도 있었으니까... 허나 독일인들에겐 이 친구 역시 유대인이었지!"라고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작중에서도 이 인물은 죽는 순간까지는 쥐로 묘사되지만 블라덱이 낸들 알겠냐고 하는 대목의 배경에서는 고양이로 묘사된다.
사실 중세~근대 유럽에서 독일 문화권은 그나마 유럽에서는 가장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덜한 지역이었기에 많은 유대인들이 독일어권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155] 문제는 그나마 탄압이나 박해가 덜한 이 지역에 정착하여 나름 기반을 닦고 자리잡게 되면서 '눈에 띄는 소수자 집단'으로 성장하였기에 1차대전 패전과 나치 집권 이후 사회적 불만을 배설할 희생양으로 찍히게 된 것. 그런데 대 독일 문화권 전역에 많은 유대인들이 정착하여 오랜 시간 어울려 살게 되면서 당연히 문화적, 사회적 동화가 발생했다.[156] 특히 근대 <국민국가> 개념이 정착되면서 <유대인 혈통에 유대교를 믿더라도 독일에 충성하고 세금도 내는 나는 독일인이다>라는 관념이 형성되고, 이러한 동화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성씨까지 독일식으로 바꾸고 독일 주류의 종교나 문화까지 받아들이면서 <단지 유대인 조상을 두었을 뿐인 독일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157] 배후중상설에 반박하는 유대인 단체가 < 독일의 유대인 인구 60만 중 10만명이 1차 대전에 독일군으로 참전했고 이 중 78%가 전방에 배치되어 1만2천~1만5천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을 정도로[158] 독일에 거주하는 유대인은 독일인(유대인인 독일인)이라는 관념은 이미 명확했으며 '독일인과 유대인을 구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던 셈.
이 에피소드 역시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맥락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을 "유대인 놈들" 및 "폴란드 놈들"과 구별하는 것으로 보아 비 유대인적(심하게 말하면 반유대주의적이기까지 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었겠지만, 그런 인물이라고 해도 조부모 8명 중 유대 혈통이 섞여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특히 그 '유대인 조상'이 이름과 종교, 문화도 독일식으로 바꾸고 완전히 독일화한 유대인이었다면 자기도 스스로에게 유대인 혈통이 섞여있다는 인식조차 못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단일민족국가 개념이 강한 한국의 사례와 1:1로 비교하기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쨌건 한국인들도 조상들 본적지를 다 외우고 다니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역 차별 정서가 강한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 족보를 뒤져보면 본인이 차별하는 그 지역 출신 조상이 나오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나치 정권의 유대인 차별 역시 유대인은 나쁘다고 열심히 떠들긴 하는데 실제로는 그 유대인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게 구별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망상에 기반한 것이었을 뿐이다.[159]
- 아우슈비츠의 음식 사정은 열악해서 톱밥 섞인 빵조각에 환장하고 저녁에 상한 잼이나 치즈 등만 먹었다. 블라덱은 독일군 장교의 구두를 고쳐주고[160] 소시지 하나를 받자 금괴라도 받은 양 놀란다. 구두 수선용 칼로 썰어 먹다가 배탈이 났다고 한다.[161]
- 1944년 헝가리가 점령된 이후[162] 그 곳에 있던 유대인들까지 수용소로 들어오자, 유대인들을 태울 가스실과 소각로가 모자라서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죄수들을 쳐넣어 불태웠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죄수들의 시체를 던져 넣던 살아 있는 죄수들까지 가리지 않고 휘발유를 퍼부어 불태웠다. 블라덱 왈,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알아서 그 구덩이 속으로 뛰쳐들어가야 했으니"라... 시체에서 나온 기름을 또 부어서 불태웠다고 하니 그야말로 목불인견.[163] 작중에서 나온 언급으로는 사람들을 불태울 거대한 무덤.[164]
- 아티가 블라덱에게 수용소 정문을 지날 때 연주를 했던 죄수 악대에 관한 근거 기록이 뚜렷한 얘기를 읽었다고 말하는데, 블라덱은 그냥 걸었다면서 악대 기억은 없다고 부정한다. 거기가 어떤 곳인데 악대가 있었겠느냐며 자조 섞어서 되묻는 것은 덤이다.
- 경비병들과 이야기 해본 적 있냐고 묻는 아티의 질문에 블라덱은 처음엔 손사래를 쳤지만 딱 한 명 있었다고 한다. 아침 작업을 나갈 때 죄수들을 호송하는 역할을 맡은 뉘른베르크 출신의 병사였는데[165] 블라덱에게 아침 인사를 건넬 정도로 꽤 마음씨가 착했다고 한다.[166] 블라덱은 이 사람과 친해두면 나중에 도망칠 때 자기를 안 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에게 붙임성있게 대했다. 그러나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만 지친 얼굴로 다시 볼 수 있었기에 반갑게 인사를 하자 비르케나우에서 일하고 왔다며 넋이 나간 모습을 보였고, 블라덱이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들었다 하자 닥치라고 화내는 등 이전과 다르게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데 PTSD를 겪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르케나우는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 있는, 가스실과 소각장이 있는 절멸수용소다.[167][168]
- 톱밥 섞인 빵조각은 수용소 내에서 거래의 대상이 되어 모아놓으면 도난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블라덱도 아냐를 만나기 위해 뇌물로 쓰려고 좀 모아두었는데 그걸 모조리 도난당한 적이 있다. 참고로 톱밥 섞인 빵조각 한 개의 시세는 담배[169] 한 개비와 동일했고 톱밥 섞인 빵조각 150개가 보드카 한 병과 시세가 동일했다.[170] 블라덱 슈피겔만은 아냐를 본인 근처의 막사로 데려오기 위해 이걸 150개까지 모아서 보드카로 바꾼 뒤 그 보드카를 카포에게 뇌물로 주려 했으나 중간에 도난당했다. 하필 그것들을 숨겨 놓은 곳이 막사의 매트리스 밑이었던 것.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고. 아티가 그걸 지적하면서 그걸 그런 데다 두면 누가 훔쳐갈 게 당연한 게 아니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자 블라덱은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아우슈비츠는 아무도 이해 못하지..."라고 중얼거렸다.
- 블라덱은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대우가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함석공장에서 일하던 중에 제화공(신발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 아는 카포에게 뛰어가서 "저 어려서부터 제화공이었는데요"라며 자신감을 표출한다. 하지만 카포가 "넌 함석장이잖아."라고 무시하자 "얼굴에 써붙이고 다녀야 합니까?"라고 받아치고, 카포가 테스트 차원에서 내민 밑창 떨어진 장화를 단숨에 고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신발 고치는 법은 게토에서 밀로치의 신발공장에서 일할 때 적당히 배워두었기 때문이다.[171] 카포도 저번 녀석보다 네가 훨씬 낫다며 좋아했고, 덕분에 블라덱은 아늑하고 나만 쓸 수 있는 작업실을 배당받았다. 바로 위의 장교의 장화를 고쳐준 것이 이 무렵이다. 이 장화는 가죽이 찢어져서 야매로 배운 블라덱이 손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용소 안에 있는 진짜 전문가에게 몰래 가져가서 고치고 가져왔다. 그래서 장교가 잘 해줬다며 소시지를 갖다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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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가 있는 숙소의 카포는 거의 깡패 수준이었다. 이 여자는 독일군 군화를 신고 다니면서 죄수들을 가리지 않고 냅다 걷어차곤 했는데 문제는 이 군화가 찢어져서 만신창이였다.[172] 아냐가 이를 지적하자 카포는 아냐도 걷어찰 기세였지만, 아냐가 블라덱 얘기를 꺼내며 남편이 고쳐줄 거라 하자 솔깃해서는 군화를 맡긴다. 당연히 블라덱은 곧바로 멋지게 고쳤고, 카포 역시 아냐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꿔서는 아냐를 힘든 일에서 제외시키는 등 잘 대해준다.
- 그렇다고 아냐가 전혀 고생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블라덱은 아냐가 굶지 않도록 기회만 되면 철조망 너머로 빵을 던져줬고 아냐도 이를 몰래 챙겼는데, 하필 이 광경을 카포에게 걸리고 말았다.[173] 아냐는 인근 막사로 도망가 숨었지만 카포는 박살낼 기세로 버럭버럭 소리지르며 이런저런 침상을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 날 저녁에 점호 시간에 나타나서는 아까 그 녀석 나오라며 소리쳤지만 다들 얼굴이 비슷비슷했고, 아냐의 친구들은 아냐가 음식을 나눠줬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을 지켰다. 카포는 최후의 수단으로 단체기합을 주며 압박했지만 아냐의 친구들이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포기한다. 블라덱이 이 일을 회상하길 아냐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이 가지?
- 수용된 유대인들은 요제프 멩겔레의 신체 검사를 두 번 받았다고 한다. 이 중에서 아직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이면 통과시켜서 새로운 옷을 주고,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번호를 적은 후 얼마 뒤에 가스실로 보냈다고 한다. 당시 블라덱의 막사 바로 위 침상에 펠릭스라는 심약한 벨기에 사람이 있었는데, 첫 번째 선별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두 번째 선별 때 번호가 적히자 밤새도록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블라덱은 겨우겨우 달래서 진정시켰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이튿날 독일군이 가스실로 데려갔다고 한다.
- 예전에 게토에 있었을 땐 사람이 죽자 놀랐지만 아우슈비츠에서 다하우[174]로 이동할 때는 사람이 죽는걸 보고 무신경하게 대한다. 정확한 내용은 "옛날에 아버지가 이웃집의 미친 개를 총으로 쏴서 죽였는데, 그 개는 서른 번을 더 구르고 죽더구나. 그 사람도 총을 맞고서 똑같이 구르는 걸 보고 ‘아, 개 한마리 잡았나 보군. 사람이 그 때 그 개처럼 행동하다니 놀랍군’하고 생각했지."라고 아티에게 말한다.
- 다하우로 호송될 당시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으므로 화물 열차를 타고 갔는데, 마치 짐짝 싣듯 칸마다 사람들을 빼곡하게 쑤셔넣어서 밟혀죽거나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쓰러진 사람 중에는 밟히지 않으려고 단검으로 다른 사람 다리를 찌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블라덱은 마침 담요 같은 천을 가지고 있어서 열차칸 위에 매달려 있던 (고기를 매어 두는 용도로 추정되는) 갈고리에 천을 해먹처럼 묶고 올라앉아서 남들보다 더 편하게 갈 수 있었고, 거기다 지붕 가까이에 가시 철망으로 막힌 창문 사이로 손을 뻗어서 기차 지붕의 눈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눈으로 용케 설탕을 갖고 있었지만 목말라 죽겠다는 사람에게 눈을 넘겨주고 설탕을 받기도 했다. 한 동안 그렇게 갇혀 있던 중 어느날 독일군이 문을 열어 시체와 오물은 전부 밖으로 던지라 명령했고, 이후에도 매일 독일군이 문을 열고 몇 명 죽었냐고 물어보면 그대로 시체를 바깥으로 던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서 있지도 못해 아수라장이었지만 나중에는 앉을 자리까지 생겼다고 한다. 블라덱의 회고에 따르면 200명 가까이 들어찼던 그 곳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25명 정도였다고 한다.[175]
- 다하우에 도착해보니 다짜고짜 몽둥이질을 하며 명령하는 등 아우슈비츠보다 상태가 개판이라 다들 패닉에 빠졌지만, 블라덱은 옆에 있던 유대인 중 건장한 사람을 붙잡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격려하고는 가장 먼저 앞장서서 배식용 수프가 담긴 통을 날랐다고 한다. 나치 군인들이 저 녀석들 좀 본받으라며 다른 유대인들을 갈구는 데에 열중한 덕분에, 블라덱은 몽둥이질을 피하는 것은 물론 수프를 맨 앞줄에서 배식받아서 건더기를 풍부히 먹을 수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건더기는커녕 수프조차 찌꺼기에 가까운 걸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 다하우에서 수프를 받기 위해서는 이가 없는 깨끗한 상의 셔츠가 있어야 했지만, 다하우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편으론 다하우에서는 딱히 작업이랄 게 없어서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며 죽음을 기다렸는데, 영어 할 줄 아느냐며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던 어떤 프랑스인 포로와 알게 된다. 그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자기밖에 없었다며 굉장히 반가워했고, 블라덱은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다가 그가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적십자를 통해 소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에 블라덱은 그 프랑스인에게서 받은 초콜릿을 다른 유대인의 웃옷과 바꾼 후,[176] 그 웃옷을 조심스레 세탁하고는 수프를 배급받을 때만 내밀어서 사실상 수프를 계속 배급받는다. 블라덱은 같은 방법으로 프랑스인의 웃옷도 하나 더 마련해서 같이 수프를 배급받았고, 프랑스인은 "블라덱 당신은 천재야!"라고 감탄한다. 블라덱과 이 프랑스인은 종전 이후에도 계속 영어로 편지를 하며 교류했으나, 블라덱이 아내가 자살하자 그 때의 기억을 없앤다며 연락처를 없애고 편지는 모두 불태워버렸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 안 난다고 한다.
- 하지만 블라덱은 다하우에서 손의 상처를 통해 티푸스에 감염됐고 덕분에 양호실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으나, 수용소 간부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한 손으로도 잡일을 했다. 한편으론 또 밖으로 나가는 건 싫었기에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손의 상처를 칼로 벌려서 일부러 감염을 지속시켰지만, 너무 위험해질까봐 그만뒀고 결국 손에 흉터가 남았다. 이후 얌전히 치료받았지만 티푸스가 재발해서 죽기 직전까지 앓아눕기도 했는데, 화장실에 갈 때는 화장실 바닥에 방치된 시신들을 밟고 지나가야 했기에 나도 이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군이라며 중얼거리기도 했다. 심지어 이 티푸스는 종전 직후에도 재발해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177] 후유증으로 크게 고생했다.
- 이 당시의 블라덱은 너무나도 쇠약해져서 혼자서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만약을 위해 침대 밑에 어떻게든 모아둔 빵들조차 먹지 못해 상할 정도였는데, 침상 관리 담당들이 ' 이제 필요 없을 건데 버리자'며 곧 죽을 사람 취급을 하자 신발로 침상을 두드려가며 빵을 되찾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빵으로 동료 두 명을 회유한 덕분에 겨우 기차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열차는 다하우에 왔을 때 타고 온 화물 열차가 아닌 일반 승객용 열차인데다 행선지도 게슈타포가 아닌 스위스였다. 이 시점부터 블라덱은 전쟁이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 다만 스위스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알리자 유대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지만 독일군들은 미군이 데리러 올 거라면서 유대인들을 다시 화물 열차로 내몬다. 경비병들이 없고 열차가 30분쯤 가다 멈추자 유대인들은 미군이 없음을 깨닫고 열차에서 내려 흩어지지만 다시 독일군에게 발각돼서 호숫가로 내몰린다. 여기서 블라덱은 우연히 옛 친구인 시베크와 재회하고, 집단으로 총살당할 거라는 소문에 겁을 먹은 한 유대인이 호수에 뛰어드는 것을 보자 진짜 총살이 시작되면 뛰어들게 물가에 있자고 의기투합한다. 다행히 총살은 없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독일군도 모두 사라진다.[178] 이후 유대인들은 다시 흩어지는데 블라덱과 시베크가 속한 일행은 농장 지대로 갔다가 다른 독일군 부대에게 붙들려 헛간에 갇히지만, 역시 다음 날이 되자 거짓말처럼 독일군들은 사라지고 그들은 해방된다.
- 블라덱과 시베크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어느 독일인 민가로 가서 주인에게 당분간만 숨겨달라고 부탁하지만, 독일인 주인은 손사래를 치고는 뒤에 구덩이가 있으니 숨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친절을 베푸는 듯하던 독일인 주인은 다음 날 자동차를 타고 패주하던 독일군 두 명이 인스브루크로 가는 길을 묻자 알려주면서도 자기 집 뒤에 유대인 두 명이 있다고 밀고하지만, 전쟁은 이미 끝났기에 독일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고 독일인 주인은 넋이 나간다. 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블라덱은 시베크를 데리고 조용히 도망간다.
- 블라덱과 시베크는 여러 집들 중 빈 헛간을 찾아 잠잠해질 때까지 숨기로 하고 독일인 주민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자 통쾌해하지만, 패주하던 독일군이 다리를 폭파하면서 숨어 있던 헛간을 포함해 마을 전체가 떠나갈 듯한 굉음이 울리자 식겁한다. 블라덱은 겁먹은 시베크 대신 몰래 기어나왔다가 우유를 발견하고 돌아와 시베크에게 나눠주고, 농장 출신인 시베크의 도움을 받아 닭을 잡아먹고 독일인이 피난을 가느라 남겨둔 옷가지로 갈아입고는 비로소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쇠한 몸으로 갑자기 영양을 보충했기에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
- 얼마 못 가 미군들이 블라덱과 시베크가 숨어 있던 마을에 도착하자 블라덱은 영어를 못하는 시베크 대신 모든 일을 설명하고, 그 마을을 전진기지로 삼은 미군들을 도와주며 '윌리(Willie)'라는 별명으로 불린다.[179][180] 다만 피난 갔다가 돌아온 어느 독일인 부인이 미군과 같이 와서는 블라덱과 시베크에게 유대인 도둑이라며 욕하는 일이 있었는데, 미군도 그냥 '돌려줘야겠다'라고만 하고 블라덱도 '옷만으로도 가방이 3개나 된다'고 받아친 걸 보면 크게 경을 치진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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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덱은 시베크와 함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의 난민캠프를 거쳐 하노버로 이동하고, 대형 난민캠프가 있다는 벨젠에서 아냐에 대해 수소문을 하다가 고향인 소스노비에츠에서 알고 지내던 처녀 두 명을 만나지만 '지금 소스노비에츠에 돌아가면 죽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두 처녀의 이야기에 의하면 블라덱이 살던 곳의 이웃집 아들이 종전 후 집에 돌아왔더니 어째서인지 폴란드 사람들이 그 곳을 차지해 살고 있었고, 이들은 원래 집주인의 아들인 그에게 사과하고 집을 돌려주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히틀러가 네놈들을 끝장낸 줄 알았는데! 꺼져!"라고 외치고는 유대인들을 쫓아냈다. 그 아들은 고생고생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이런 대접을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밤이 늦어서 딱히 갈 곳도 없었기에 일단 그 집 헛간에서 밤을 지냈지만, 폴란드인들에게 들켜서 얻어맞고 목이 매달려 죽었다. 그 사건을 설명하는 고향 처녀의 대사가 이를 한줄로 요약한다. "이런 꼴을 당하려고 그 지옥을 빠져 나온 거죠."[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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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고향 처녀는 블라덱에게 아냐를 봤다는 희소식도 전해준다. 아냐는 그 지옥 같은 소스노비에츠에 혼자 있었지만 굳이 재산을 되찾으려고 하지 않았기에 무사했고, 날마다 유대인 모임에 찾아가서 블라덱에 대한 소식을 기다렸지만 그런 거 없다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재회하고 나서 한참) 나중에 블라덱에게 회고하길 한 번은 미련한 줄 알면서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아서 집시 점쟁이를 찾아갔는데, 점쟁이가
수많은 죽음과
죽은 아들에 대해 맞추자 울었지만, 한편으론
아주 아팠던 남편이 고향으로 돌아와 보름달 무렵에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낼 거라는 것과 배를 타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
새로운 아이를 가질 거라는 예언을 하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그 이후로 계속 유대인 모임에 다녀와 호텔 방에서 쉬던 어느 날 블라덱이 보낸 티푸스로 아팠다는 내용의 편지와 사진을 받아보면서 그 예언이 이루어진다(!).
블라덱 또한 아냐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모든 걸 접고 고향인 소스노비에츠로 돌아가려 했고, 시베크도 폴란드가 좋을 것 같아 따라갔지만 간발의 차이로 헤어지고 만다.[182] 나중에 시베크는 블라덱을 찾으러 하노버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블라덱은 아냐를 만나겠다는 집념으로 폴란드를 향해 3~4주 동안 직진했고, 마침내 소스노비에츠의 유대인 모임에서 아냐와 기적적으로 재회한다.
5. 해설서
2011년 아트 슈피겔만은 원작 쥐에 대한 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과 제작 노트인 《 메타마우스》를 출판했다. 슈피겔만은 쥐를 놓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기했던 질문들, 즉 "왜 홀로코스트인가?", "왜 쥐인가?", "왜 만화인가?"라는 질문들을 파고들어 원작 쥐의 창작 과정에 대한 신선하고 필수적인 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주요 내용은 시카고 대학교의 영문학부 조교수인 힐러리 슈트(Hilary Chute)[183]와 저자인 아트 슈피겔만의 인터뷰로 이뤄져 있다. 이 인터뷰에서 힐러리 슈트는 독자들을 대신하여 슈피겔만에게 가장 핵심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쥐 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 슈피겔만은 창작 과정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 메타마우스를 통해 그가 쥐를 창작하는 동안 겪었던 일들과, 아버지인 블라덱의 생전 인터뷰, 학살에서 살아남은 부모님의 친구들 인터뷰, 가족사진, 그리고 아트의 아내와 자식들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쥐》의 발간 이후 각 민족들(독일, 유대인, 폴란드인 등)이 보인 다양한 반응과 그 이후 경과 등, 《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6. 기타
- 1994년 국내에도 출판됐지만, 아직 만화에 대한 편견이 많던 시절이라서 쥐를 소장해 책장에 꽂아 두고 있던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까지 "만화들 좀 버려"라는 식으로 숱한 분서갱유를 당했다. 사실 1990년대 초반까지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여의도 공원에 만화책들을 몽땅 쌓아놓고 불을 질러 태워버리는 것이 연례행사였을 만큼, 한국사회에서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은 오랫동안 부정적이었다.[184] 반면 이 작품 덕분에 만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진 부모들도 있을 정도로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다. 국내판의 번역 상태는 지명 표기( 우치를 영어식인 로즈로 써놨다)나 출판 시기 특유의 예스러운(...) 표기[185] 등의 자잘한 오류가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좋은 수준. 꽤 잘 다듬어진 구어체 번역이 눈에 뛰지만 후술하듯이 오역이 상당히 많다.
- 2011년 10월, 첫 단행본 발매 25주년 기념으로 합본판과 함께 MetaMaus: A Look Inside a Modern Classic가 출간되었다. 작품의 코멘터리가 CD로 담겨져 수록되어 있다. 합본판은 2014년 6월 20일 한국에도 출시되었다. 좀 왔다갔다 하던 면이 강하던 번역들이 좀 수정되었다. 하지만 합본판 이전 출간물 오역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데 예컨데 블라덱이 22세에 군입대를 했다는 대목을 1922년에 입대했다로 적기도 했다. 1906년생인 블라덱이 21세에 징병검사를 받고 그 다음해에 재검을 받아 입대했으면 1928년 쯤이 되어야 정상이다. 1922년에 입대했다면 16세에 소년병으로 끌려갔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구어체가 약간 더 문어체에 가깝게 수정되었다. 예컨데 노인들이 일부러 손아랫사람들에게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조금씩 해요체를 쓰는 걸로 번역한 대목들은 일괄적으로 반말로 바뀌었다.
- 90년대 중순에 씨네21에서 남벌을 리뷰하면서 문제가 많은 걸 짚으면서 같이 견줘 이야기한 게 바로 이 작품이었다. 쥐는 나치에게 시달림을 받고 나온 유대인이 흑인을 차별하고 유대인 선민사상을 가진 걸 보여주며 선악구별을 안 하는데, 남벌은 선악구별이 너무 노골적이며 오혜성 슈퍼로봇화같이 줄거리적으로도 도무지 좋은 게 없다고 비판했다.
- 명성 때문에 영화화나 애니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작가가 거절했다고 한다. 작품이 나온 직후부터 끊임없이 나온 얘기라 2권 중간에 이에 대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 테네시 주 맥민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2022년 1월 10일 투표로 도서관 등지에서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유는 욕설과 여성나체 장면 등장.[186] 맥민 카운티 교육위원회에서 책의 언어를 수정하는 방안도 고려했는데 저작권 침해 때문이다. # 아트 슈피겔만은 그 소식을 듣고 “I’m kind of baffled by this.”[187]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 소식을 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여론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 # 닐 게이먼 역시 이 결정을 비판했다. #
7. 오역/번역상의 한계
한국어판의 경우, 원작 자체가 손으로 쓴 글씨체에 알아보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그런진 몰라도 소소한 곳에서 상당히 오역이 보인다. 또한 독일어, 폴란드어, 이디쉬어, 영어 등 여러 언어를 오가는 원본을 번역의 한계상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 몇몇 등장인물의 이름 표기가 바뀐다. 마루카에서 마르카로, 피네크에서 피넥으로 바뀌는 등.
- 1권 2장에서 블라덱이 약을 엎지른 다음에 "내 눈 말이다(It's my eyes)."라고 갑자기 눈 얘기를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약을 엎질렀다고 "(방금 그건) 눈 때문에 그래."라고 하는 것에 가깝다.
- 1권 3장에서 포로수용소에 끌려간 블라덱이 300즈워티라는, 다른 포로들의 평균 소지금보다 수십 배나 되는 돈을 가지고 있는데다 손도 부드러운 것을 본 나치 장교가 "여기서 장사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냐? 손 내밀어 봐! (블라덱의 손을 보고) 평생 일(육체노동)해 본 적도 없구만!"이라고 한 후,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마치 평생 힘 쓰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블라덱을 위해 사무직 같은 적합한 일을 찾아줄 것같은 뉘앙스로 직역했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판의 "정말로 그러더구나"의 원 대사가 "and they did"고 바로 마굿간에 끌려가서 중노동하는 것을 보면, '평생 하지 않은 그 노동, 여기선 하게 만들어 주마'라는 조롱에 더 가깝다.
- 1권 3장에서 대화가 끝난 후 블라덱이 아티의 코트를 갖다버렸을 때 아티가 "Oh Great. A Naugahyde wind breaker! and it's too big."이라고 하는걸 한국어 번역에서는 나브가하이드 잠바라 좋긴 한데 커서 싫다는 식으로 번역했지만, oh great 자체가 비꼬는 것이고 취향에도 안 맞는 상황에서 크기까지 하다는 불평이다. 즉 '하지만'이 아니라 '게다가'가 더 적합하다. 그래도 그림에선 아티가 눈썹을 찡그리고 있기에 비꼬는 의미임을 알 수는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나브가하이드란 단어 자체가 오역인 게, 미국의 인조가죽 브랜드 중에 '나우가하이드(naugahyde)라는 곳이 있다. 작가 특유의 글씨체로 인해 U가 V로 보이는 바람에 생겨난 오역.
- 1권 4장 스타디움 장면에서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모여든 유대인들 중에서 노동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 유대인들은 다 오른쪽으로 가고 노약자, 자식이 많은 집, 직업이 없는 유대인들은 죄다 왼편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왼편으로 가면 안된다고 불안해하는 유대인들의 대사를 독일군이 노동 능력이 없는 자들은 왼쪽에 가서 서라고 명령하는 대사로 오역했다.
- 1권 5장에 수록된 지옥 혹성의 죄수에서 블라덱의 사촌이 상조회사와 전화하는 장면에서 상조회사가 자신들의 장례식 옵션을 설명하는 대사를 블라덱의 사촌이 주문을 하는 대사로 오역했다.
- 오역은 아니지만 1권 5장에서 블라덱이 하스켈은 협잡꾼이었다고 욕하는 장면에서 아티가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닌 협잡꾼을 못알아듣는데, 이는 원본에선 블라덱이 영어가 아니라 폴란드어로 'kombinator'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188]
- 1권 5장에서 블라덱의 머리를 날려버리려던 또라이 독일군이 블라덱이 슈피겔만 집안 사람인걸 알고 하스켈에게 안부전해달라고 보내준 다음 번역본은 과연 하스켈에겐 친구가 많았다고 했지만, 원본(…such friends Haskel had.)을 보면 하스켈의 친구들이란 그런(또라이) 녀석들이었다는 핀잔 섞인 설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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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5장에서 롤렉이 하스켈이 준비한 벙커에 안들어가겠다고 할 때 블라덱이 약간 돌았다고 평가하는데, 이때 이디쉬어로 미쳤다는 뜻인 meshuga라고 표현한다.
- 1권 5장에서 벙커 안에 갇혀서 먹을 것이 다 떨어졌을 때 어떤 사람이 빵 한조각만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는걸 하스켈이 급발진하면서 다 같이 굶고 있는데 조용하라고 을러대는데, 원본을 보면 아주 넋이 나가서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하고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 걸 더 참질 못해서 닥치라고 하는 것이다. 번역판이야 인쇄본이라서 그냥 구분 없이 깔끔하게 쓰였지만, 원본을 보면 넋나간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글자가 요동치고 있다.
- 모토노바 부인 집에서 쫒겨난 직후 소스노비에츠로 갈 때 블라덱과 아냐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독일말을 하면서 걷는 장면이 있는데, 독일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번역하자면 "카프카 부인에게로 가요."-"좋은 생각이야.", "추워요"-"그래" 정도 된다.
-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 2권 2장에서 상담을 받는 부분에서 "아, 사무엘 베케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중략)…어쨌든 그는 그렇게 말했죠. (Uh-huh. Samuel Beckett once said……On the other hand, he SAID it.)"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앞에서 파벨이 '백날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데다 죽은 희생자들은 자신들 입장을 설명할 수도 없으니, 더 얘기하는 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라는 부분과 연계되어 "그런데, 사무엘 베케트도 결국은 뭐라고 말을 한 셈이군요."라고 번역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말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이야기 자체도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듯이 침묵을 지키면 전달되는 것은 없다는 뜻이라는 것.[189] 하지만 이 주장대로 번역할 경우, 곧바로 이어지는 파벨의 "그의 말이 옳아요. 당신 책에 포함시켜도 되겠군요.(He was right. Maybe you can include it in your book.)"와 잘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의 He는 분명히 베케트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 이러면 파벨은 아트가 의도한 속 뜻까진 알아채지 못하고 그대로 대답한 게 된다.
따라서 해당 부분은 아트와 파벨 둘 사이의 대화를 단어들이 구성하는 의미 그대로 읽히도록 배치하여 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한편 아트의 말했죠(SAID)를 일부러 굵게 씀으로써 독자들은 아트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도록 중의적 표현을 사용한 장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국내판 번역 역시 이 부분을 볼드체 처리하는 것[190]으로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따라가려 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볼드체보다는 "뭐, 그렇게 '말'했대요."라고 따옴표를 쓰면 훨씬 확실하게 강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191]
참고로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비롯한
부조리극을 다수 집필한 작가로, 아트가 인용한 격언[192] 역시 말 자체는 중요하지만 그 말이 모든 의미를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애초에 아트가 저 말을 인용한 것도 '살아남으면 훌륭하다(=죽으면 훌륭하지 않다)'라고 은연중에 사회의 편견을 담아 말했다가[193] 파벨에게 지적받고, 파벨이 '그렇게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반복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홀로코스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뎌진 것에 대해 한탄하자 위로할 겸해서 말을 꺼낸 것이다. 이 바로 뒤에 아트와 파벨 둘 다 오해를 사지 않도록[194] 정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베케트의 격언에 나온) '침묵'에 잠시 빠지는 컷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 2권 2장에서 자신이 독일인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 노인이 경비병들에게 하는 말을 한국어 번역판에선 단순히 자신은 독일인이기 때문에 유대놈들과 폴란드 떨거지들과 '같이 설 수 없다'는 식으로 번역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독일인인 자신을 유대인, 폴란드인과 가둬놓는 건 부당하니 수용소에서 풀어달라는 소리에 가깝다.
- 2권 4장에서 블라덱과 쉬베크가 빈 농가에서 우유와 닭고기를 먹으며 포식할 때 쉬베크가 닭꿈을 꿨는데 닭고기 먹게 생겼다는 식으로 번역이 됐지만 원문을 보면 닭고기 먹는 날을 고대해왔다는 뜻이다.
[1]
당시 쥐의 퓰리처상 수상은 언론사상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퓰리처상의 순수한 힘으로 인해 주류 세계는 만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만화가 단순한 오락이나 유희거리에서 예술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작품 중 하나다.
[2]
합본 번역에선 걔들과 함께 갇히는 것이 아닌 걔들을 가둬보면 으로 번역되었다.
[3]
신병으로 징집되는 게 아니라 예비군으로 소집되는 것이므로 징집이 아니라 소집이라고 하는 게 맞다.
[4]
오타가 아니다. 쥐(Maus)와 아우슈비츠(Auschwitz)의 합성어.
[5]
정확히 말하면 연합군의 거센 추격에 독일군이 포로들을 놔두고 도망친다.
[6]
철저히 시간순이던 과거 이야기 중에 변칙적으로 전쟁 이후 사업을 시작하는 후일담을 먼저 제시한 후 다시 종전 직후로 돌아와 아냐와 재회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완결 짓고 있다.
[7]
처음에는 백인을 고양이로, 흑인을 쥐로 표현하려고 했으나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서 유대인 이야기로 했다고 한다.
[8]
작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폴란드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아 유대교에서 금하는 동물로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쥐도 똑같이 유대교에서 금하는 동물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힘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것이다). "돼지(Schwein)"는 독일에서 한국에서의 개처럼 욕설로 가장 널리 쓰이는 동물이기도 하다.
[9]
2권에서 (아름드리 판 기준 295p) 벨젠에 도착해서 블라덱이 에니와 소냐라는 아가씨들을 부를때 블라덱 앞에 유니언 잭이 달려 있고 물고기가 운전하는 차가 지나간다. 섬나라여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이거가 모티브일지도...
[10]
단, 아티의 아내 프랑소와즈는 프랑스인이지만 개종한 관계로 쥐로 그려졌다. 작품 구상 당시엔 아티도 아내를 개구리로 그려야하나 고민했지만, 프랑소와즈가 직접 자신은 유대교로 개종했으니 쥐로 그리는게 당연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외의 프랑스인은 개구리로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개구리 요리를 먹는데, 이 탓인지 다른 유럽 국가에서 프랑스인을 비하할 때 개구리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11]
합본 기준 19 페이지의 '호남자'가 적힌 포스터(원본은
루돌프 발렌티노가 1925년에 주인공을 연기한 영화
코브라)에서 한 컷만 나온다.
[12]
가면인지 독자가 알 수 있게끔 귀에 가면의 끈이 걸려 있다. 예를 들어 헝가리로 가던 블라덱 부부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보면 고양이로 묘사된 경찰이 블라덱의 얼굴에서 돼지 가면을 잡아 벗겨내며 "유대인이다!"라고 외친다.
[13]
작중 직접 나오진 않지만, 블라덱이 옛 사진을 다시 감상하는 장면에서 소련인 사진이 곰처럼 보인다. 그림체가 워낙 단순한데다 정면으로 그려진 탓에 쥐와 구별이 어렵긴 하다.
[14]
"두더지로 할까요?"라 한 것도 언론에서 자신이 그린 만화가 유명해지자 한 기자가 "이스라엘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표한하실 건가요?"라고 묻자 인터뷰한 내용으로 진지한 고찰이라기보단 그냥 대충 답한 것으로 보인다.
[15]
대부분의 만화는 글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왼쪽→오른쪽, 위→아래로 진행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헌데 저 장면에서는 위에서 중간까지 긴 컷(본문에서 서술한, 나치 경찰이 아래에서 천장을 향해 "유대인 나와!"라고 외치는 장면) 하나가 사용되었는데, 읽다 보면 기존의 방식을 거스르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게 된다.
[16]
메타마우스에 적혀 있는 아티의 아들 대시의 회고록에서 어머니인 프랑소와즈와 정반대로 외가 집안은 인종차별 성향이 강했다고 한다. 특히 아랍인과 유대인을 매우 싫어했는데 이것 때문에 프랑소와즈는 나중에 부모님과 의절까지 하고(부모는 1974년 이혼했다고 한다) 프랑스를 떠났다고. 집안도 꽉 막힌 분위기였는지 굉장히 반항적으로 성장했다고 프랑소와즈 본인이 회고했다. 위키에 따르면 프랑소와즈의 아버지는 성형외과의사로, 획기적인 가슴 축소술로
레지옹 도뇌르 작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17]
사실 앞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것도 블라덱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한 것. 말라가 떠나고 혼자 남은 블라덱을 자기들 집으로 모시고 오는 건 어떠냐고 말을 꺼낸다. 정작 아들인 아티가 정신 나갔냐는 반응을 보이자 그래도 당신 아버지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식으로 그를 나무라기도 한다. 만화상 현재 시점에서 아티와 블라덱의 사이가 나쁘진 않지만 아티는 블라덱과 같이 살면 좋은 꼴을 볼 수가 없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아티와 같이 지내고 싶어 하는 블라덱 본인에게도 같이 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러번 확실히 못박았다. 애초에 부자관계가 개선된 것도 떨어져 살아서 가능했던 것.
[18]
상술한 각주에 적힌 성장사를 보면 알겠지만, 정의감과 더불어 본인 부모가 생각나서 욱했을 가능성이 높다.
[19]
이 함석공장은 그냥 수용소 내의 수많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간일 뿐 특별히 학살과는 관련이 없었다. 시기적으로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이고, 내부 분위기상 인증샷 같은 사진 촬영이 쉬울 리가 없던 시기여서인지 리서치를 하던 아티도 사진을 전혀 구하지 못한다. 아버지인 블라덱도 함석장이로 일했다고만 말했지 내부를 따로 묘사해 주거나 기억하지는 못했기 때문.
[20]
파벨은 수용소에서 함석장이로 일하지는 않았지만, 수용소에 가기 전 부모를 돕기 위해 함석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수용소의 장비나 시설은 외부와 거의 같았기 때문에, 고증은 상당히 정확했다고 보면 될 듯.
[21]
각주로 표시된 생존/사망 표시는 과거 회상이 끝나는 시점 기준.
[생존]
[생존]
[사망]
[생사불명]
[26]
둘 사이는 상당히 진척된 편이었다. 교제한 기간만 해도 3~4년이나 되었고, 심지어 루시아가
네글리제 차림으로 침대에 엎드려 있고 블라덱이 옆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는, 육체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도 있었다.
[27]
<쥐>는 전적으로 블라덱 슈피겔만의 증언에 기초한 작품인데, 블라덱은 친아들인 아티마저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화자는 아니라고 여기는 인물인데다 특히 루시아 그린버그와의 일화는 블라덱 본인도 "이런 이야기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드러내기를 꺼리는 부분이라, 덮어놓고 믿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새빨간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라덱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이야기일 가능성은 상당하고, 이 왜곡이 생각보다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실은 블라덱이 처음부터 루시아를 가지고 놀다 버릴 생각이었다거나, 원래는 루시아와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재벌집 아가씨를 꼬시는데 성공하자 잔인하게 차버렸다거나, 루시아가 아냐에게 편지를 보낸 것 역시 블라덱을 스토커질하려던 것이 아니라 돈을 보고 결혼하려는 블라덱에 대한 타당한 폭로였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28]
굳이 말하자면 블라덱-루시아-아냐의 관계에서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은 <어쨌건 아냐는 지성미와 고상함이 있는 인물이었다>(블라덱의 시점을 한 번 거친 것이기는 하나, 다른 인물들 역시 아냐의 학식과 교양, 지성미를 높게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라는 부분이나 <어쨌든 블라덱은 아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블라덱이 아냐를 위해 여러 번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위험을 감수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블라덱이 말하지 않은' 심한 갈등이 있었음은 작가 자신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정도 뿐이고, 그 외의 부분은 블라덱에게 유리하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사람들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29]
사귀기 전에도 그녀가 먼저 대쉬했다. 친구 소개로 알게 되는데 만화 내 묘사로도 루시아가 적극적인데 반해 블라덱은 영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별로 가까워지고 싶진 않았는데 가까워졌다" 식으로 회고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블라덱이 루시아를 차고 아냐를 사귄 뒤부터 루시아는 진짜 스토커가 된다. 자기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돈에 밀린 꼴이니 화가 날 만도 하다.
[30]
화자가 블라덱이라서 그의 입장에서 묘사되는데, 루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리했다고 한다거나 이후에 블라덱이 이 부분에 대해서 떨떠름해 한다거나 등.
[31]
작품 내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32]
그래서 작중 후반부에서 블라덱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처가 가족들 사진을 꺼내 아티에게 주면서 친척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친가 쪽은 사진 한 장도 남지 않았어."라며 좌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슈피겔만 가문과 달리 질버베르크 가문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기 전에 귀중품과 사진들을 폴란드인 가정교사에게 맡겨 둬서 사진을 잃지 않았다는 묘사가 나온다. 맡겨놨던 귀중품들은 전부 꿀꺽하고 '독일인들이 가져가고 없다'며 우겼지만 사진이라도 돌려준 게 어디냐고 블라덱이 회상한다. 틀린 말은 아닌게, 작품 최후반에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자신들이 유대인에게 빼앗은 재산을 도로 빼앗길까 전전긍긍해한 폴란드인에게 생존자가 맞아 죽은 사례가 나온다.
[33]
레온, 피넥, 하스켈, 밀로치까지 총 넷.
[34]
레온 슈피겔만은 맹장염으로 사망했으며, 밀로치 슈피겔만은 지병인 심장병이 도졌는데 구급약이 없어 대처를 못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사망]
[36]
중동부 유럽의 유대인 남성이 머리에 두르는 끈으로, 이마에 작은 토라가 담긴 네모 상자가 닿게 묶고 작은 그릇형 모자인 키파와 같이 쓴다.
[사망]
[38]
유대교를 믿는 남자 유대인은 무슬림과 비슷하게 수염을 길게 기르는 걸 좋게 여긴다.
하레딤의 경우 수염과 함께 '페아(פאה, 복수형은 페오트-פאות)'라 하여 귀 옆에 한 갈래씩 구레나룻을 땋은 머리를 한다.
[39]
블라덱 왈, '아이들 4명은 너무 많다'는 이유였단다.
[40]
당시 러시아 제국에서는 정치범이나 유대인들을 25년간 군복무시키는 형벌이 존재했다. 이 끔찍한 형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탈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폴란드계 영국인 작가로서 소설 《
어둠의 심연》을 썼던 조지프 콘래드도 이 때문에 러시아를 탈출한 케이스다. 그는 폴란드 독립운동가였던 부모가 검거된 후 자신 또한 연좌제로 25년간 러시아군에 복무할 처지가 되자 영국으로 탈출했다.
[41]
12개가 빠지면 보내줬다고 한다.
[42]
하루에 식초에 절인 청어 1~2마리. 검사 1주일 전에는 그나마도 주지 않고 커피만 마시게 하는 고문급 절식을 강요했다.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생존]
[49]
참고로 소련은 나치처럼 유대인을 이 잡듯이 죽이진 않았지만 독일에서 건너온 유대인 난민들을 독일 스파이로 보고 굴라크로 끌고 간데다, 반유대주의가 남아 있어서 은연 중에 싫어했고,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서부 러시아 등지가 독일에게 점령되었을 때엔
스테판 반데라같은 전범들의 주도로 자체적인 유대인 학살이 벌어졌다.
[생사불명]
[생존]
[52]
블라덱 왈 '아냐와 난 창가의 장인과 장모를 봤단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계셨어. 장인은 백만장자였지만 그것도 그 분의 목숨을 구해 주지는 못했다. 하스켈은 장인의 보석을 기쁘게 받아 챙겼지만 두 분을 구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건 내키지 않았던 거야. 하스켈은 늘 그랬지. 그러니까 협잡꾼이었지... (아티: 협잡꾼이요?) 협잡질을 꾸미는 사람 말이다... 계락가고 사기꾼이지.'
[53]
이후 아티가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냐' 라고 물어보지만 블라덱은 '그땐 가족이고 뭐고 없고 자기 몸은 알아서 챙겨야 했다' 라고 답한다.
[54]
한 살인광 독일군 병사가 있었고 그는 밤마다 심심하면 아무 이유 없이 유대인을 죽였다. 블라덱도 그에게 잡혀서 꼼짝없이 죽게 되었는데, 이 병사가 "머리통을 날려주마"라고 위협하면서도 웬일인지 바로 안 죽이고 블라덱의 신분증을 확인하더니, 하스켈의 친척인 걸 파악한 후 어깨에 팔까지 두르며 "오, 훌륭한 슈피겔만 가문 사람이구만. 그럼 잘 가시고, 하스켈에게 안부전해주시게(Ah I see You're a Member of the illustrious Spiegelman family.... Go on your way then, and give Haskel my regards)."라고 보내준다. 아마 하스켈이 도박으로 거액의 돈을 잃어줘서 기분이 좋았던 모양.
[55]
그 말을 들은 아티는 "형편 없는 사람 같은데."라고 경악한다. 블라덱도 그에 수긍하더니 "몰라. 그냥 줬을 뿐이야."라고 대답한다. 사실 하스켈의 성품이 좋지 못한 것이나 블라덱의 장인과 장모를 배신한 것과는 별개로 블라덱은 그에게 도움을 많이 받긴 했고, 심지어 하스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는 만큼 은인인 건 맞다.
[56]
블라덱 일가를 배신하고 은신처를 게슈타포에게 밀고하여 일가가 수용소로 끌려가게 만든 유대인이 있었는데, 이 자는 이후 하스켈이 손을 써서 제거했음이 암시된다.
[사망]
[58]
전쟁이 터지기 전에 폴란드에 관광 호텔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호텔 투숙객은 폴란드 정부에 많은 세금을 내야 했고 페사크는 손님들에게 뇌물을 받고 정부의 명단에 투숙객들의 이름을 적지 않았지만 대신 투숙객들은 검열관이 뜨면 전부 도망을 가야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하루는 페사크의 아내가 후식을 준비했는데 모두에게 주기는 모자랐고, 이에 페사크는 투숙객들이 모여 있던 식당으로 가서 검열관이 온다고 뻥을 쳤다. 그러자 그 식당에 있던 한 40% 정도는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그 다음날까지도 후식이 남았다나(...).
[생존]
[60]
헤르만, 헬렌, 아냐, 롤렉까지 총 넷.
[61]
장남인 헤르만 질버베르크는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차녀인 아냐 슈피겔만은 헤르만의 죽음을 계기로 큰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
[사망]
[63]
체코 북부에 있는 도시 테레진(Terezín)의 독일어 이름. 최초의 유대인 게토로 나치는 게토가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연극을 공연하고 선전영화를 만들었다.
# 이 선전영화는 푸른 천사에서
마를렌 디트리히와 공연했던 유대인 배우 쿠르트 게론이 살아남기 위해 찍었지만, 정작 찍은 직후 처형당했다. 이와 관련해
유운성 평론가가
언급한 게 있다. 또한 알프레드 라도크의 홀로코스트 영화 먼 여정 배경이기도 하다.
[사망]
[사망]
[66]
원래는 독일의 행정 구역 단위 중 최소 단위로, 수장이나 지방 의회 등 자치 제도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게토 내 유대인들이 결성한 행정 조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유대인 게토에는 게마인데와 유덴라트(Judenrat, 유대인 자치의회)가 있었다.
[67]
번역본에는 "차비에르치에"로 나와 있는데, 실제 철자는 Zawiercie(자비에르체)이다. 폴란드 남부에 위치한 도시 이름.
[68]
자비에르체 게토의 경우 1940년 6월에 결성되었으며, 1942년 8월 1차 소개(liquidation)가 있었으며 1943년 8월 2차 소개가 있었다. 작중 이들이 자살하는 장면에서 페르시스가 SS에 총살당했다는 언급이 나오는 걸로 봐서 이들은 2차 소개 당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참조
[69]
가족들 중 유독 가스실에 대한 공포가 컸는지,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기 직전에 "난 가스실에 가지 않아. 우리 애들도 가스실에는 안 가."라며 독백을 한다. 이 대목은 2권에서도 블라덱의 인터뷰(녹음기로 녹음되어 있는)에서도 짤막하게 나온다.
[사망]
[생존]
[72]
블라덱은 헤르만이 죽은 날부터 아냐도 조금씩 죽어갔다고 회상했다.
[생존]
[74]
롤렉은 블라덱을 안좋아했지만 블라덱도 롤렉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는지 게토 시절을 회고하면서 좀 정신 나간 것 같았다고 씹는다.
[75]
아냐는 1912년생, 롤렉은 1925년생이다. 13년이라는 나이 차이에 고모와 조카라는 갭은 덤. 거기에 둘은 애초에 성격 자체가 꽤나 달랐다. 롤렉도 아우슈비츠에 자발적으로 가려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막는 고모 아냐를 대놓고 무시하고 가는 등, 서로간의 갈등도 심했다. 이러니 둘 뿐인 질버베르크 가문의 생존자라 해도 막상 가까운 사이가 되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 다만 아트는 롤렉이 블라덱을 흉본 일화를 말하면서 '아버지는 존경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아주 좋아했다'고 설명하였다. 이 점은 전쟁 후의 블라덱이 가깝게 지내기 힘들 정도로 성격적 문제가 두드러지는 인물이 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76]
질버베르크 가문은 블라덱 가문에 비하면 세속적이었고 롤렉도 그렇게 키워졌기 때문에 정통파 유대교도였던 슈피겔만 가문을 기질상 못 참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남침례회처럼 의미도 모르면서 교리는 문자 그대로 지킨다며. 다만 만화에서 보면 블라덱 슈피겔만은 아버지처럼 빡빡하게 살지도 않고 아냐도 부모님 신앙이 구식이라며 불만을 내비친 것을 보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인 듯.
[77]
상기된 것처럼, 홀로코스트로 슈피겔만 & 질버베르크 양 가문의 친족 대부분이 희생당했기에 전쟁 이전 시기에 대해 그나마 이 정도의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조차 거의 남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슈피겔만 집안은 사진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에 롤렉의 증언이 아니었으면 블라덱의 아버지가 '수염을 길게 길렀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롤렉 외의 증인이 있다면 블라덱이나 말라 정도뿐인데, 블라덱은 이야기에서 사실상 주역으로 객관적인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말라는 홀로코스트를 겪은 인물이기는 하지만 슈피겔만 & 질버베르크 양 가문의 가까운 친족은 아니니 세부적인 부분은 증언해줄 수 없다.
[사망]
[사망]
[사망]
[81]
번역판에서 요셉이라 하긴 하는데 폴란드계 유대인인 이들의 특성상 유제프가 맞을 것이다.
[82]
근대 말~현대 초기의 유럽에서 간판이나 엽서, 포스터나 전단지등을 그리는 상업 화가는 꽤 수입이 좋은 직업이었다. 인쇄·복사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모든 그림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그려야 했으므로 일거리는 잔뜩 있었고, 반면 그림을 그리는 재주는 따로 교육을 받고 연습해서 익혀야 하는 상당한 고급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로 치면 일종의 수입 좋은 전문직이었던 것. 다른 예로 화가 출신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무명 상업화가 시절 그리 성실하게 일한것도 아니고 반 백수나 다름 없이 놀고먹으면서 부업삼아 엽서나 포스터 등을 그려 파는 게 전부였지만, 당시 어지간한 은행원의 수입에 맞먹는 돈을 벌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83]
대체로 아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작품의 특성상 바로 실감하기는 어려울수도 있지만, 청소년~청년기 아티와 블라덱+아냐의 관계에 대한 암시를 보면 아트 슈피겔만의 성격에 섬세하고 민감하여 쉽게 상처입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아들은 섬세하고 쉽게 상처받는 성격인데, 아버지는 아우슈비츠의 이후 성격이 크게 망가져 지독하게 신경질적이고 공격적, 편집증적인 성격이니,
아트의 작품 제목처럼 이 가족이 함께 살던 시기가 생지옥이 되어버린 것. 아트가 (외삼촌인) 유제프와 닮았다는 아냐의 평가 역시 가족 내의 갈등으로 세 사람이 모두 지독하게 고통스럽던 시기에 자살로 잃은 남동생의 모습이 아들과 겹쳐보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사망]
[85]
소련은 처음에는 폴란드계 유대인들의 망명을 잘 받아주었으나 유대인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자 국경통제를 강화하였고 이미 넘어온 유대인들을 일자리 제공을 명목으로 시베리아에 대대적으로 보내거나 아예 독일로 돌려보내려 했다. 근데 독일에서 유대인 수령을 거부하자 소련은 독일로 가겠다고 한 유대인들을 독일 간첩으로 몰아 시베리아에 보내버렸다. 레벡도 이 테크를 탔을 가능성이 높다.
[사망]
[87]
아주 형편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바지 허리 사이즈가 두 배에 가까운데 벨트가 없어서 한 손으로 바지춤을 붙잡고 다니다 숟가락을 잃어버리고 수프를 쏟는 등 곤란을 겪는다. 그는 신에게 제발 끈과 신발을 구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사망]
[89]
블라덱은 아브라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밀수꾼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들은 다시 본 적이 있지. 독일군들은 더 이상 그들이 필요하지 않았어. 결국 그들도 아우슈비츠에서 끝장났단다."라고.
[90]
이럴 줄 알고 아브라함과 블라덱은 이디시어로 대화했는데, 이 밀수꾼들도 이디시어를 알고 있어서 다 들켰다. 애초에 폴란드 밀수꾼들 정도면 매우 약삭빠른 인간들이면서 독일어를 어느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독일어의 유대계 파생 언어인 이디시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91]
아우슈비츠에서 아브라함과 재회했을 때 블라덱이 자조적인 어조로 "이제 여기서 나가기 힘들겠구만."이라고 말하자 아브라함이 "하나 있어요.
저 굴뚝을 통해서요."라고 말한다.
[생사불명]
[93]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는 그의 질문에 블라덱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아우슈비츠 수감자의 대다수였던 프랑스 출신 유대인들은 거의 다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폴란드어·독일어를 몰라서 카포와 기본적인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었고, 카포가 이번에는
영어와
폴란드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자, 이번에는 손을 든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나서야 주저 없이 손을 들은 블라덱이 카포에게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였고(심지어 폴란드어보다 영어를 더 잘했다고 한다), 그 결과 바로 발탁되었다.
[94]
블라덱이 말하길 "계속 쳐다보고 있다간 내가 다 먹어버릴 것만 같았거든!", 그러자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카포 왈 "안 먹고 뭐 해." 블라덱은 그 음식들이 카포의 식사인 줄 알았었다.
[95]
이 인물의 경우 전후의 세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카포 경력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아는 사람이 적은 곳으로 멀리 떠나서 새 삶을 시작하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훨씬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관점으로는 '그래도 자기 사는 터전에서 유용한 수단을 얻어두는 것이 더 성공적인 투자'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삶의 기반과 그 터전 자체가 송두리채 무너지고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지언정 그저 살아남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의 격심한 혼란기 기준으로는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96]
멀리 갈 것도 없이 블라덱과 아냐가 이 케이스다. 전쟁이 끝나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어차피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어를 잘 하니 그냥 경제 사정이 나은 미국에서 새 출발을 한 것이다. 이 카포도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했을 수 있겠다.
[97]
사실 러시아어를 이미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게 폴란드는 1900년대까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으니 당연히 러시아어에 능통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며, 폴란드어와 러시아어는 둘다 슬라브어족인데다 공유하는 어휘도 꽤 많기 때문에 한 쪽을 알면 다른쪽을 배우기 상대적으로 쉽다.
[98]
참고로 이 벌리츠(Berlitz)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의 어학교육기관 중 하나로 남아있다.
[99]
다만 블라덱이 "이거 벌리츠 교재네요!"라고 감탄할 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기색을 보면, 벌리츠 교재가 좋은 줄 알고 일부러 구한 것 같지는 않다. 상대를 속이지 않고 알아서 괜찮은 물건을 구해줄 만큼 믿음직한 거래책이 있었거나, 정 아니면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어쨋건 좋은 물건을 찾아내는 본능적 감식안은 있거나, 그냥 운이 좋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나름 먹물 좀 마셔본 계층 출신인 블라덱에 비해 이 카포가 영리하긴 하지만 제도적인 교육을 받은 엘리트 계층 출신은 아님을 보여주는 장치라 해석할 수도 있다.
[100]
블라덱의 회상에 따르면 영어를 가르쳐 주는 대가로 잘 맞는 옷 한 벌을 받은 뒤 '벨트와 숟가락, 나막신 한 켤레만 더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자신은 여기 있는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장사를 하려 드느냐"고 버럭 화를 냈지만, 블라덱이 사과하고 친구인 만델바움이 난처한 상황이라 도와줄 물건을 얻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곧 화가 풀리고 그러면 벨트와 숟가락은 카포 자신이 잃어버린 것으로 처리하고 내주겠지만, 대신 (카포는 신지 않는) 나막신은 한 켤례 가져가는 대신 친구가 가지고 있던 나막신을 가져와서 반납처리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러한 면모를 보면 (블라덱의 관점을 한 번 거친 것이기는 하지만) 자기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이들은 잘 챙겨주고, 또 자신에게 이익이 없더라도 친구를 도우려 하는 사람을 좋게 보는 면모, 말하자면 일종의
의리를 중시하는 면모가 있던 인물로 추정된다. 또한 홀로코스트를 가리켜 '고도로 현대화, 체계화된 학살'이라고 일컫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 의복, 수저와 같이 사실상 소모품이나 다름 없는 일용품까지 그 수량을 하나하나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행정력으로 학살수용소를 관리한 것.
[101]
아냐를 특별대우해준 포악한 여자 카포도 비슷한 경우로, 단지 블라덱을 소개해줘서 가죽구두를 고치게 해준 작은 껀덕지 덕분에 평소 괴롭히던 아냐에 대한 태도를 싹 바꿨다.
[생사불명]
[103]
인근 지역에서 동원된 기술자나 노무자들에게 금시계 같은 걸 주고 대신 그들 농장의 농축산물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구한 음식 일부를 상납한 것이다. 귀중품을 어떻게 구하는지는 묘사가 부족한데, 입소자가 숨겨들어왔거나 압수 과정에서 빼돌려진 것들이 담배 등을 통해 내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104]
다만 블라덱을 힘든 작업에서 빼 주거나 절멸 수용소가 있는 비르케나우로 가는 것을 막아주려 했던 것을 보면 '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는 좀 박한 면이 있다. 물건을 많이 받아먹었다고는 하지만 격리지구 카포같은 경우도 영어를 가르쳐주는 형태로 블라덱에게 도움을 주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한 것은 마찬가지이고, 애초에 2차대전 당시의 수용소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작으나마 권력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그 권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작으나마 혜택을 줄 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했다. 블라덱이 살아남은 것 자체가 이런 이들의 비위를 잘 맞춰주며 거래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스켈처럼 물건만 받아챙기고 입 씻어버리는 인물도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블라덱과 공정한 거래를 통해 상당한 도움은 준 인물이었던 것. 그런 이들에 대한 평가가 유난히 박한 것은 쥐 자체가 블라덱의 기억과 증언에 의지한 작품인만큼 블라덱 개인의 호오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특히 공산주의자를 혐오하다시피한 블라덱 입장에선 더더욱. 즉, 블라덱이 이들과 거래하면서도 그를 탐탁치 않게 보았기에 '그 놈 욕심만 많고...' 식으로 나쁘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어떤 면을 보더라도 이들보다 악질인 하스켈 같은 경우 블라덱 자신도 협잡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쟁 후에 선물까지 보내줬다고 할 정도로, 블라덱의 인물평에는 개인적 호오가 분명히 개입해 있는 것이다.
[105]
그런 부분은 있겠지만 아마도 이들 역시 큰 사건이 묘사되지 않았을 뿐 자잘자잘하게 먹고 배째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수용소 내에서 이들이나 하스켈을 포함한 조그만 권력자들이 먹고 배째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또한 블라덱을 비롯한 수용자들 입장에서야 하스켈 같은 이들이 엄청난 권력을 가진 듯이 여겨지는 거지 사실 아무 것도 아닌 하급관리자에 불과하다. 장인장모 건은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라 생각하거나 위험부담을 감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 재산을 하스켈이 그냥 먹었을 것에 가까울 듯한데 이건 확실히 협잡꾼이라는 블라덱의 표현이 맞긴 하다. 하지만 이 큰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하스켈 역시 사촌인 이상 블라덱과는 꽤나 공정거래를 했을 것이다. 사실 같은 슈피겔만 가문의 가까운 사람들로서 블라덱이나 하스켈이나 서로를 잘 알고 닮았을 거라 생각하면 선물을 보낸 것 등등 좀 이해가 더 잘 되는 부분이 있다. 하스켈에게 선물을 그냥 보냈다고 말하는 블라덱의 말은 사실 블라덱 자신 같아도 사촌의 장인장모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외손자이자 외가의 성향을 많이 받았다는 아들에게 설명하기는 좀 그랬겠지만...
[106]
실제로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수용소가 되기 전에 폴란드군-소련군 포로수용소였다.
[생존]
[108]
단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시베크'가 맞다.
[109]
농가에 남아 있던 우유와 닭을 먹었는데, 물론 워낙 배가 고파서 그랬겠지만, 이는 실제로는 굉장히 위험한 행위로서 오랜 기간 동안 굶은 사람이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토사곽란으로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이 둘은 음식을 먹고 위가 충격을 받아 심하게 설사를 하고 한동안 몸이 안 좋은 채로 앓아 누워 있었다고.
[110]
쉬베크의 형은 자신을 숨겨준 독일 여자와 결혼하였는데, 그들의 자식들을 보면
쥐의 생김새에 고양이의 줄무늬를 갖고 있다.
[생사불명]
[112]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아몬 괴트같은 캐릭터들 때문에 나치들이 유대인에 대해 흑심을 품어도 그것을 당성으로 억제했다는 스테레오타입이 강하지만 실제론 일선에서 즐길건 즐기고 나중에 죽여야 할 일이 있으면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하여 죙케 나이첼과 하랄트 벨처가 쓴 '나치의 병사들'을 참조.
[113]
카포나 감독이 원래부터 약자를 괴롭히기를 즐기는 악랄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죄수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게 독일군이나 SS에게 들키면 카포 자격이 박탈되기에 살아남기 위해 악랄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던 사정도 있다.
[114]
계기가 된 것은 아냐가 쓴 글을 우연히 혹은 압수하여 읽은 후부터. 블라덱은 아냐의 언어 능력과 문장력이 뛰어나다고 묘사했는데, 본디 심성이 좋았으나 블라덱을 향한 마음을 쓴 아냐의 글솜씨에 완전히 매료되어 서로 사랑하는 당신들 두 사람은 반드시 만나야만 한다며 편지 전달을 자청했다. 편지 뿐만 아니고 블라덱이 전하는 음식물도 숨겨 전달했다.
[115]
임신 중 39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고 약한 아냐가 만약 그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혹독한 환경에 허약해져 숨졌을 수도 있겠지만 남편의 생존을 알려준 이후 아냐는 희망을 갖고 살아남기로 결심했기에, 그녀는 이 그래픽 노블 탄생에 기여한 일등공신 중 하나다.
[116]
폴란드에서는 나치의 위협 없이 유대인 혐오 분위기에 동참했음에도 나치와 SS친위대를 2차대전 전범으로 규정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명백한 잣대가 있어 유대인 혐오자들이 무조건 나치와 동급으로 몰리는 사례가 드물었듯, 전쟁이 끝나고 사돈의 팔촌까지 검증해 죄의 경중에 따라 1단계는 전범처형, 2단계는 투옥 등 5단계에 걸쳐 나치 부역여부를 엄중하게 가려낸 독일과 달리 헝가리에서도 신분을 숨겨 나치에 조력했음에도 생존한 사례가 많다. 미모가 뛰어나 눈에 띄었을 인물임에도, 또 선행으로 유대인 사회에서 오스카 쉰들러처럼 찬사를 받았을 것임에도 만치에를 찾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헝가리 유대인들의 1945년 이후 대략적인 행적을 보면, 만치에는 카포들이 수용소 점령 후 한꺼번에 처형당했을 때 함께 생을 마감했거나, 친위대원인 남자친구가 운 좋게 살아남았을 경우 개명으로 신분을 숨기더라도 자신은 살아남겠지만 그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어 함께 침묵했을 경우가 있으며, 카포 생활을 숨기고 다른 이와 결혼해 성이 바뀐 후 자신의 과거 행적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조용히 살았기에 미국으로 간 블라덱이 종종 유럽에 방문해 도움을 줄 목적에서 그녀를 찾아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생존]
[118]
상의에 이가 있으면 배식을 주지 않았는데, 이를 다 잡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죄수에게 초콜릿을 팔아 얻은 여벌 상의는 절대 입지 않고 깨끗하게 관리해서, 배식 전 검사용으로만 써먹어 항상 통과한 것이다. 블라덱의 생존왕과 거래왕스러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생사불명]
[120]
이 영화에서 묘사된 존더 코만도들의 반란은 블라덱도 짧게 언급하는데 실제로 아냐의 수용소 친구들도 무기를 몰래 반입하는 작업을 하다 들켜 처형되었다고 한다.
[생사불명]
[122]
블라덱도 나름 손재주가 있긴 했지만 진짜 전문가 수준까진 아니었기 때문에 독일군 장교의 요구사항을 맞춰주긴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장화를 몰래 챙겨서 아우슈비츠의 진짜 신발 수리공에게 하루 치 빵을 주고 수선을 맡겼다. 블라덱은 다음 번에는 빵을 절약할 수 있게 그 수리공이 하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고 한다.
[123]
이 작품이 출간된 후로 '좋은' 독일군이 과연 존재했었으며 그렇게 멸시했던 유대인에게 현물을 제공하는 장교가 있을 수가 있느냐는 진위여부 논란도 있었으나, 독일군 장교의 인성은 복불복인 뽑기 수준이었다. 블라덱의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 헝가리의 작가 케르테스 임레는 실제 나치 수용소 수감경험을 바탕으로 쓴 《운명》에서 이런 타입의 장교들을 인간적이며 절도있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묘사해 유대인 공동체들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죽음의 수용소를 나와 돌아갔더니 집과 재산을 다름 아닌 믿었던 고향친지와 친척들에게 빼돌려진 경험을 한 유대인 중에는, 절멸수용소에 넣은 나치는 증오하면서도 나쁘게 대우하지 않거나 일을 시키고 음식과 물건을 제공한 독일군 장교에 한해서는 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사례가 많다. 실제로 이렇게 대우를 함이 밝혀지면, 히틀러 죽음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고 투옥된 장교들은 그나마 1급 전범처벌인 처형을 면했으며 자손들도 연좌제만은 피할 수 있었다.
[생존]
[생존]
[126]
중간에 모토노바 부인이 나치 경찰에게 자기 소지품을 검색당하자 발각되었다고 생각하여 지레 겁에 질린 나머지 블라덱 부부를 쫓아냈지만, 사실은 그냥 어쩌다 걸린 수색이었다. 그 후 재회했을 때 화해하고 다시 얹혀 살게 되었다.
[127]
전쟁 막바지에 끌려간 헝가리 유대인들은 노동수용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로
가스실로 들어갔기 때문. 위에 서술한 영화 사울의 아들이 헝가리 유대인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128]
얼마나 극성이었는지 메타마우스에서는 아티가 폴란드제 볼펜을 쓰자 나무랐다는 언급도 있을 정도로 심했다.
[생존]
[130]
블라덱은 이 말을 믿지 않았고 팔았을 거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131]
전쟁이 끝나고 유태인이 재산을 찾으러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유태인을 죽여버린 후 재산을 꿀꺽한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작중에서도 나오는데, 겔버 씨의 아들이 전쟁 후 고향으로 살아돌아와서 재산을 되찾으려다 폴란드인들에게 맞아 죽었다고 언급된다. 하지만 적어도 야니나는 블라덱 부부를 죽이려 들지는 않았으며, 간직하고 있던 가문 일원들의 사진도 돌려주었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이 사진이 질버베르크 가문의 남은 사진 전부이며 슈피겔만 가문은 그마저도 없어 죽은 사람들 얼굴을 아예 모른다. 이 때문에 질버베르크 가문과 달리 슈피겔만 가문은 얼굴 사진도 안남았다고 블라덱이 절망하는 모습이 나온다. 야니나가 귀중품을 돌려주지 않은 것도 정황상 팔아서 생활비로 써버렸거나 나치가 뺏어가서 못돌려준 것에 가까우며, 블라덱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워할지언정 야니나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유대인이 나치에게 끌려가면 대개 죽은 목숨이라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을거고 당시의 폴란드인들도 나치 치하에서 배급이나 생필품 배분 문제에서 제약을 받아 생활고로 어려움에 시달린 경우가 많았기에 블라덱도 이건 나름 이해한 모양.
[사망]
[사망]
[134]
이유가 가관이다. 블라덱이 말하길, "국제법이 우릴 폴란드 전쟁 포로로서 조금은 보호해 줬지만 제국 내의 유대인은 길거리에서 아무나 죽일 수 있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블라덱 직전에 이미 600명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사망]
[136]
증명서가 있거나 말거나 유대인은 보이는 족족 마구 잡아들이는 것을 보고 블라덱이 걸으면 체포될 거고 달아나면 쏠 게 분명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앞에 지나가던 일체키를 보고 도움을 청했다.
[137]
블라덱도 내심 한이 맺혔는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일체키와 그 처는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일체키의 자식)는 살았지. 우리 아이는 살지 못했고."라고 중얼거렸다.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사망]
[143]
블라덱에게 소식을 전한 유대인인 예니와 소니아에 따르면, 아냐는 재산을 찾으려 하지 않아서 폴란드인들이 내버려뒀다고 한다(합본 297~298페이지).
[144]
하지만 날씨 때문에 씻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상에 걸려 상처에 고름이 고였고 그 고름에 이가 꼬이는 등 위생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블라덱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씻은 덕분에 훨씬 건강한 상태로 포로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145]
이후 노동소에서 풀려나 바르샤바에 도착했지만, 결국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덱이 '다시는 그 분의 소식을 듣진 못했다. 바르샤바는 너무 처참해서 거의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라고 말한 걸 보면...
[146]
1주일에 한 번씩 토라를 일정한 주기로 읽어나가서 1년이면 다 읽게 되는데, 이것의 1주를 파르샤스(Parashah)라고 부른다. 총 경전을 54개로 쪼개놨는데, 이것은 1년이 54주인 유대교식 율법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 파르샤스 그 가운데서 트루마(히브리어로 '예물')로 시작하는 구절을 읽는 주가 파르샤스 트루마가 된다. 교회력적으로는 모세가 토라를 완성한 시기이고, 현대 달력으로는 대략 2월에서 3월 초가 된다. 자세한 것은 위키백과의 parashah
항목과 parashah terumah
항목 참고.
[147]
하스켈이 어떻게 왜 손을 썼는지, 그리고 블라덱이 어떻게 그걸 알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데 여기서 블라덱 일가가 복수를 의뢰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찜찜한 상상이 가능하다.
[148]
어떤 사람이 페사크가 케이크를 판다는 말을 하며 지나가자 그 말을 들은 하스켈, 밀로치, 블라덱이 전부 "다 말도 안 된다", "농담이겠지"하는 소소한 개그씬이 나온다. 하긴 몇 년간 케이크는커녕 빵조차도 구경하기 힘든 시대였으니...
[149]
해당 장면에는 아냐가 그 애와 실뜨기를 하고 있는데, 2권 맨 뒤의 작가에 대한 기록에 의하면 "어머니는 제가 어릴 적에 같이 실뜨기를 하셨었어요. 그래서 그 때도 하셨을 거라 생각하여 그런 장면을 넣었어요."라고 했다.
[150]
말라의 친구 아들 중에 만화를 즐겨보는 아이가 있어서 알게 되었다.
[151]
사실은 블라덱 나이대에서 알 만한 만화가가 얼마 없었던지라, 아티가 '월트 디즈니요?'라고 농담조로 말하자 진짜로 월트 디즈니라고 말한 것이다.
[152]
이 사람이 "왜 우는가, 아들아?"(한국판에서는 형제라고 번역했다.)라고 묻자 블라덱은 "내가 기뻐해야 합니까? 축제에 온 겁니까?"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블라덱의 수형번호에 대한 신비주의적 해석으로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대사에서부터 종교적인 분위기가 드러나는 인물. 유대인은 아니지만 히브리어를 알고 유대교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지닌 듯하다. 한국어 번역본 초판에서는
목사로 번역되었는데, 영어 원문은 1991년 초판에서나 2011년 합본판에서나 '
priest'다. 폴란드가 가톨릭 문화권인데다 가톨릭 신부들은
라틴어와
히브리어,
그리스어를 필수적으로 배우는 걸 고려하면 가톨릭 신부일 가능성이 높다. 여담으로 당시 미처 돌아가는 세상에도 종교적 이유로 전쟁난민이나 심지어 종교적으로 적대관계인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보살펴 주다 많은 종교인들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사후 성인이 된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가 있다.
[153]
블라덱의 번호는 175113였는데, 앞의 두 자리인 17은 "크민얀 토프"라는 좋은 징조, 뒤의 두 자리 13은 유대인 소년이 성인이 되는 나이이고, 모두 더하면 18인데,
유대교에서 18은 '차이'라고 부르는 생명의 숫자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154]
다만 블라덱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서 가스실로 갔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그는 더 이상 항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155]
세계 유대인 중 가장 다수 집단으로 성장했던
아슈케나짐들이 사용한 언어가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이디시어라는 점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러시아어 통/번역자이자 작가, 동유럽 전문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중동부 유럽에서 활동한 인물 중 유대인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중동부 유럽에서 활동했던 유대인들은 거의 항상 독일계 성씨를 쓴다.(슬라브게 성씨는 거의 쓰지 않는다)>임을 설명한 바 있다.
[156]
상기된 아슈케나짐 문화와 그 정수라는 이디시어 자체가 이러한 동화의 증거 그 자체이다.
[157]
영화감독
프리츠 랑이나
오토 프레밍거,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가 대표적인데 이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유대인이라 지칭하지 않고 가톨릭을 믿는 독일·오스트리아인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결국 유대인 취급을 받고 망명해야 했다.
[158]
안네 프랑크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 역시 1차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로 복무한 바 있다.
[159]
순혈주의가 망상일 수 밖에 없는 단적인 예로, 미국의 어떤 백인우월주의자의 DNA에서 14%의 흑인 혈통이 섞여있었음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
[160]
블라덱이 고치지 못할 수준이어서 수용소 안에 있는 진짜 구두 장인에게 하루 치 빵을 주고 대신 맡겼다. 그리고 나중을 위해 그의 작업 기술을 잘 지켜보았다.
[161]
오랜 기간 굶었다가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난다. 종전 직전 독일 본토로 진공하여 강제수용소를 해방한 연합군 병사들이 참상에 기겁하여 수용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다가 음식을 먹은 수용자들이 탈이 나 죽는 사례도 있었고 당장 블라덱도 이후 독일군에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한 뒤 버려진 농장에서 오랜만에 우유와 고기를 배불리 먹다 탈이 나서 며칠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는 맑은 미음이나 죽으로 천천히 기력을 채우다 완전히 나은 뒤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
[162]
당시 헝가리를 다스리던 섭정
호르티 미클로시는 유대인들이 학살을 피해 자국으로 탈출하는걸 묵인했는데 소련군에게 속절없이 밀리던 전쟁 후반 호르티가 독일 몰래 소련과 단독 강화를 시도한 것이 발각되어 호르티는 독일로 납치당하고
살러시 페렌츠의
국민단결정부가 들어선다. 전통 권위주의 독재자라 나치와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던 호르티와 달리 파시즘을 신봉하던 국민단결정부는 철저한 나치의 하수인으로 이 시점부터 헝가리는 사실상 독일의 괴뢰국이 된다. 그리고 헝가리로 탈출해서 안심하고 있던 헝가리 내 유대인들은 대부분이 국민단결정부에 의해 직접 학살당하거나 그들에 의해 독일의 수용소로 보내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163]
영화
사울의 아들에서도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164]
작중에서 은신생활을 이어가던 블라덱 부부 역시 헝가리가 안전한 줄 알고 헝가리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1944년 초에 아우슈비츠로 끌려왔다. 그런데 끌려온 시점이 참 절묘한 것이 이 시기는 나치 독일이
양면전선으로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용소 생활이 고작 몇 개월 정도로 짧았다. 그리고 블라덱이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이후 잡혀온 헝가리 유대인들은 상술했듯이 수용소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학살당했기 때문에 블라덱 부부가 잡힌 시점이 바로 아우슈비츠에서 노동력으로 부려먹히면서 생존할 확률이 그나마 높은 시점이었다. 만약 좀 더 일찍 잡혔으면 고된 수용소 생활로 수용소가 폐쇄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희박했을 것이고, 블라덱 부부가 정상적으로 헝가리로 도망치는데 성공했으면 거기서 붙잡혀 학살당했을 것이 유력했으니 실로 행운이었다.
[165]
구판은 영어를 그대로 읽어 뉴렘베르크로 오타를 냈지만 20주년 합본판에서 수정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뉘른베르크는 2차대전이 끝난 후 나치 전범들의 전쟁범죄를 따진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 열린 곳이다.
[166]
"고작 그 정도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당시 독일군들 대부분은 유대인을 사람 취급도 안 했다.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 동료와 주변으로부터 의심, 박해, 고발 따위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착한 것 맞다.
[167]
본작에서도 나오지만 아우슈비츠는 주 목적이 죄수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기 위해 세워진 노동 수용소이고 비르케나우는 주목적인 말살만을 위해 세워진 수용소이다. 규모는 비르케나우가 아우슈비츠보다 몇 배는 더 크다. 그래서, 그나마 아우슈비츠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많아 전해 들을 얘기가 많지만 비르케나우는 거의 없다.
[168]
이후 소련군의 진군과 함께 나치가 증거를 지우기 위해 비르케나우를 철거할 무렵 블라덱은 자원해서 비르케나우에 들어갔다. "내가 몇 달만 더 그 곳에 일찍 들어갔다면 그 광경을
한 번 밖에 보지 못했겠지." 당시 그가 목격한 가스실의 구조와 존더코만도의 증언 일부가 만화에 실려 있다.
[169]
매주 노동자들에게 3개비씩 지급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빵으로 바꿔 줬다고. "인간 미만으로 보던 수용자들에게 담배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서구 사회에서 담배는 일종의 필수재 정도로 인식되었으며 지금도 독일은 교도소에서 흡연이 가능한 나라다. 역으로 한 사람당 일주일에 세 갑도 아니고 세 개피를 준다는 사실 자체가 나치가 이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흡연자라면 처절하게 공감할 이야기다. 이건 뭐 감질나는 것도 아니고 안 주니만 못한 수준이다
[170]
추가로 하루분 빵을 담배 한 개비로, 담배 200개비를 보드카 한 병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도 말해준다.
[171]
1부에서 게토 여기저기에 은신처를 만들었는데, 일터인 신발공장에 신발 더미로 가려놓은 비밀 출입구가 있었다.
[172]
블라덱의 회고에 따르면 "상태가 엉망이긴 했지만 여하간 진짜 가죽으로 된" 신발이었다고 한다.
[173]
이 만화 특성상 같은 국적은 같은 동물로 표현되기 때문에, 블라덱을 통해 장화를 고친 그 카포와 정확히 동일인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애초에 아냐 덕분에 장화를 고친 사이라면 얼굴을 잊어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174]
나치의 강제 수용소가 있던 도시.
[175]
이런 식으로 좁은 공간에 사람을 최대한으로 욱여넣어 방치하는 방식은 의외로 흔한 일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20명이 들어갈 크기의 벽돌로 쌓은 좁은 방에 100명 정도를 집어넣고 다 죽여버린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176]
이 유대인은 나더러 얼어 죽으라는 거냐며 질겁하고는 하루분 빵을 더 요구하고 교환에 응했다. 상술한대로 배식 조건도 까다로웠는데 추위까지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 이 유대인의 운명은 영 좋지 않았을 것이다.
[177]
후술하듯이 시베크와 재회하고 미군에게 구조되어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의 난민캠프로 이주한 시점이다. 이땐 티푸스뿐만이 아니라
당뇨까지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만 당뇨는 응급실에 실려갈 당시엔 알지 못했고, 1년 후에 따로 알게 되었다고...
[178]
한 유대인이 엿듣기로는 독일군 지휘관의 여자친구가 "전쟁은 끝났으니 도망가자"라고 설득한 덕분이라고 한다.
[179]
블라덱의 본명인 브와디스와프(Władysław)도 그렇고 독일어나 폴란드어에서 W는 'ㅂ' 발음의 표기에 사용(ex.
빌헬름,
빌레)되는데, 영어에서는 그렇지 않으므로(ex.
바르샤바 → 워소) 영어식 발음에 애칭을 붙여서 '윌리'라고 한 듯하다.
[180]
아니면
증기선 윌리가 유래일 수도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포로로 잡힌 독일군이 이 작품을 언급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그래서 배역명도 아예 '스팀보트 윌리')이 있는 것을 보면 가능성 자체는 있다. 참고로 블라덱이 현재 시점에서 아들 아티의 작품인
지옥 혹성의 죄수를 보고 "넌 그 사람처럼 유명해질 거야. 그, 누구더라... (
월트 디즈니요?) 그래! 월트 디즈니!"라고 평한 것을 감안하면 묘하다.
[181]
나치와 별개로 폴란드의 반유대주의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뿌리 깊은 관념이었으며, 전후 폴란드인들에 의해서 유대인들은 또다시 수모를 맛봐야 했다. 나치는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보내면서 귀금속과 돈, 돈될 만한 물건들은 나치가 갖고, 가질 수 없는 토지나 집, 공장은 폴란드인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전쟁이 끝나면서 유대인들이 돌아오자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이 차지한 집과 토지를 돌려주기 싫었던 폴란드인들은 돌아온 유대인을 죽이거나 추방시켰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폴란드 유대인 출신인 영화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영화 "
이다"가 잘 다루고 있다. 해당 영화는 2015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동시에 폴란드 민족주의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홀로코스트 이후인 1968년에도 폴란드 공산 정권은 학생 운동을 진정시킨답시고 유대인들을 추방해버리는 바람에 지금 폴란드에 남아있는 유대인은 아예 뿌리를 숨기고 폴란드화된 지 오래다. 유대인 인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과 달리 현재 폴란드의 인구 구성은 절대다수의 폴란드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182]
이전 에피소드에서 시베크는 영어는 물론 폴란드어도 못하고 이디시어만 할 줄 알았다고 하지만, 후술하듯 소스노비에츠에도 유대인 모임이 있었으므로 생계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열차 안에서 블라덱을 기다리다 열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헤어졌지만.
[183]
2017년에 "Why Comics?: From Underground to Everywhere(왜 만화인가? 음지에서 양지까지)"라는 만화 및 그래픽 노블의 역사와 만화의 강점에 대해 서술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184]
기성세대들 눈에는 의인화된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라서 더 유치하게 보였다고 한다.
[185]
마아가린이 대표적인 사례.
[186]
여성 나체 장면은
지옥 혹성의 죄수 속 아냐의 자살 묘사 때(그것도 자세히 묘사한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상반신만 묘사한 것을) 두 컷 등장한다. 사실 외설적 표현은 핑계고, 2020년대 이후 극우적 분위기가 강한 남부 지역에서는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책이나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적인 책들에 대해 금서 지정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서 그렇다. 이에 반발한 진영에서는 유타 주에서 성경의 폭력성과 외설성을 들어 금서 지정을 요청했고 이게 받아들여지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187]
번역하면 '당황스럽다' 정도의 의미이다.
[188]
영어로는 schemer나 crook에 해당한다.
[189]
네이버 블로그를 참고함.
[190]
문장 번역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구판에서 말만 굵게 표기그나마도 티도 안 났던 게 함정했던 것을 합본판에서는 말했죠 전체를 굵게 표기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문제의 부분을 좀 더 강조하였다. 국내판 출판사·번역가 역시 해당 부분에 대해 알고는 있다는 것.
[191]
사실 구판이나 신판 모두 미묘하게 직역스럽게 번역된 영향이 크다. 파벨의 대사도 "맞는 말이에요. 책에 넣어도 되겠어요."라고 주어를 생략하고 번역하면 베케트와 아트 모두에게 동의하는 것처럼 보여서 더 말끔해지기 때문이다.
[192]
모든 말은 침묵과 무(無) 위에 묻은 불필요한 얼룩과도 같다.(Every word is like an unnecessary stain on silence and nothingness.)
[193]
직전 장면에서 작업실에 찾아온 취재진과 사업가들이 홀로코스트 그 자체보다 상업주의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시달리느라 고생한 영향도 있었다.
[194]
앞서 파벨의 말은 "당신이 그리는 만화 다 소용없는 짓이다."로 들릴 수 있고, 아티는 "어쨌든 산 자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