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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1 18:37:40

레이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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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피어
Rapier
파일:레이피어.jpg

1. 개요2. 어원3. 계보
3.1. 레이피어와 사이드소드의 구분?
4. 레이피어 vs 다른 무기5. 레이피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6. 레이피어 검술
6.1. 이탈리아 계통6.2. 스페인 “데스트레자” 계통6.3. 그 외 검술 계보6.4. 국내수련
7. 창작물
7.1. 레이피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캐릭터
8. 레이피어 검의 이름을 딴 것들
8.1. 취소된 미국의 요격기8.2. 영국군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8.3. FC 서울 서포터즈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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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도검의 한 종류로 16~17세기 유럽에서 사용된 검으로, 당시의 한손검( 사이드 소드)이 길어지고 찌르기 좋게 변한 결투, 호신 위주 도검이다.

문헌이나 유물에 따라 사이드 소드와 구분하기 애매할 때도 있지만, 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이 많고 양날검이되 날이 상당히 가늘며 길이만큼은 근대 도검보다 좀 길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거리를 살리려다보니 길이와 무게가 롱소드 급이거나 그 이상인 것들도 많다.

2. 어원

15세기 중반 에스파냐에서 발달한 ,베고 찌르는 가느다란 검인 에스파다 로페라(Espada ropera)가 있었다. 에스파다(Espada)는 을 뜻하고 로페라(ropera)는 의복(robe)을 말한다. 즉 평상복을 입었을 때 휴대하는 검이라는 의미. 로페라가 아니라 라스파르(raspar)라는 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스크래치를 낸다는 뜻이다.

1470년대 프랑스에서는 길고 가느다란 무기는 전부 라피에르(la rapière)라고 싸잡아 불렀다. 프랑스어의 에페 라피에르(Espée Rapiere)는 에스파다 로페라가 프랑스로 건너가서 된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프랑스어의 에페는 검, 라피에르는 찌르기를 뜻하니 찌르는 검이라는 말이다.

1540년대 독일에서는 라피어(Rappier)나 라피르(Rapir)[1]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영국에서는 1530년대경부터 찌르는 무기로서의 특징을 강조해 레이피어(Rapier)가 소개되었다는 것이 보편론이다. 근세 이탈리아에서는 스트리치아(striscia)라는 말이 있었다. rasper, rappen, verdun 등이 레이피어라는 단어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그 밖에도 '부지깽이'라는 뜻의 raspiére, 라틴어의 Rapperia 등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대체로 에스파다 로페라가 찌르는 이탈리아식 레이피어 검술을 거쳐서 레이피어가 됐다는 게 중론인 듯하다. 레이피어는 기존의 베고 찌르는 도검과 대조적으로 찌른다는 특성을 강조한 이름이 되겠다. 허나 한 가지 기억해둘 것은 레이피어가 사용되던 당대에 영국에서는 검술 학원에 대해 규제가 심했고, 유럽 검술을 리드하는 것은 영국이 아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의 검객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에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검객들은 이 검을 절대 레이피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자국어로 스파다(spada), 에스파다(espada), 에페(épée 또는 espée)라고 칭했다. 이 이름들은 그냥 '검'이라는 뜻이다. 1530~40년대 프랑스, 영국, 독일의 사료에서는 레이피어 급에 해당하는 도검을 "the Spannyshe sword", "Ensis Hispanis" 즉 스페인 검이라는 말로도 칭했다. 스페인에서 온 칼이라는 의미 이상이 없다.

사실 어느 시대든 간에 자기 시대에 도검을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글라디우스니 스파타니 롱소드니 레이피어니 샴쉬르니 카타나니... 하는 식으로 분류해서 붙이는 이름은, 사실 당시 사람들은 그냥 다들 '칼'이라고 부른 이름일 뿐이다. 전혀 특별한 이름이 아니다. 저런 명칭을 고유명사처럼 쓰는 것은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다종다양한 무기를 동시에 놓고 비교하는 후대인들의 관점일 뿐이다.

3. 계보

참고: 아밍 소드, 사이드 소드
중세부터 전사계급이 보조무기로 써 온 한손검은 아밍소드였으며, 이게 근세로 오면서 손을 방어하기 좋게 각종 방어장치 및 장식을 달게 되었다. 이를 보통 사이드 소드라고 분류한다.

사이드소드 종류를 좁은 골목에서 호신용 또는 일대일 결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용도로 쓰다보니, 리치를 살리는 게 유리하다는 발상이 나왔다.

바로 여기에서 레이피어가 발생하였다. 칼날의 넓이를 어느 정도는 보장한 사이드소드와는 달리, 베기성능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좁고 긴 칼날을 채용하였다. 그래서 레이피어 중에는 1.2m의 칼날 혹은 그 이상의 길이를 가진 것도 있다. 유물 중에서는 전체길이 1.5m 정도의 아주 긴 것도 있을 정도였다. 이것은 민간 호신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거리를 두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세워 찌르기로 승부를 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극단적으로 커진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레이피어는 런지와 같은 특유의 찌르기 자세와 결합하면 거의 폴암에 준하는 리치가 나온다. 기존의 도검에 비교해서 한 차원 긴 리치가 이 시기 레이피어가 유행한 주된 이유였다.

3.1. 레이피어와 사이드소드의 구분?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사이드 소드, 스파다 다 라토(spada da lato)라는 단어는 당시에도 사용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문헌에서는 둘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레이피어라고 써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령 이탈리아인으로서 영국에서 검술서를 낸 빈첸시오 사비올로, 독일에서 검술서를 낸 요아힘 마이어는 자신의 한손검을 레이피어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베기 기술의 비중이 매우 높은 사이드소드 검술이다. 또 현대의 연구자들에 의해 민간 레이피어는 군용으로 쓰이지 않았음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당시의 문헌에서는 전쟁터에서 레이피어를 썼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 또한 사이드소드와 레이피어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레이피어라고만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대체적으로 사이드소드는 방어 구조물이 비교적 적고[2], 칼날이 짧으며 넓어 베기도 가능하지만 레이피어는 방어 구조물이 많고 칼날이 길고 베기가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극단적인 케이스일 뿐 사이드소드 중 긴 것과, 짧은 레이피어는 사실상 양식, 특성이 완전히 동일하여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스페인 데스트레자 검술은 레이피어 검술이지만 베기를 중시하여 칼날이 비교적 짧고 넓은 편이며, 이탈리아의 사이드소드는 베기용이지만 1m에 달하는 것도 존재한다. 또 레이피어 중에서도 얼마든지 방어 구조물이 간소하거나 짧은 것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하다.

레이피어라는 단어는 민수용의 특별히 얇고 긴 물건을 지칭하는 단어라기보다는 단순히 사이드소드를 비롯한 16세기의 도검 전체가 이전 시대의 군용검들보다 훨씬 폭이 좁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봐야 한다.[3] 이것을 몰랐던 19세기 근대의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머리를 싸맨 나머지 방어 구조물은 시대가 갈수록 복잡화되고 칼날이 갈수록 길어진다고 판단하여 사이드소드를 초기 레이피어(Early rapier)라고 부르거나, 베기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컷팅 레이피어, 소드 레이피어, 혹은 컷&스러스트 소드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였으나 모두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대의 잘못된 인식일 뿐이다.

따라서 당시의 검술서나 문헌에서 레이피어라는 단어가 나와도 현대인의 인식으로만 보면 안 되며, 배경이나 용법을 잘 보고 판단해야만 혼동을 피할 수 있다.

4. 레이피어 vs 다른 무기

17세기의 데스트레자 레이피어 검술 마스터인 제라르 티보(Gérard Thibault d'Anvers)는 만일 레이피어로 투핸디드 소드를 상대할 경우 검이 단검이 되므로 하지 마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건 레이피어가 약하다기 보단, 애초에 투핸디드 소드는 규격이나 크기, 운용법 자체가 검이라기 보다는 검보다 한체급 위의 폴암이라고 봐야할 수준의 무기라서 그렇다. 한손검이 위력과 리치에서 양손검을 이기기 힘든건 당연하다. 굳이 레이피어 뿐만이 아니라 롱소드 카타나 같은 양손검으로도 투핸더랑 정면승부는 버겁다.[4]

17세기의 영국 선원 리처드 피크(Richard peeke)는 할버드의 머리를 제거한 자루, 즉 쿼터스태프, 막말로 장대를 이용하여 스페인 검사3명과 3대1 대결을 벌였는데, 각자 사망, 중상, 검을 떨어트리게 만들어 승리한 적이 있다. 레이피어 이상의 리치를 가지고 들어가는 힘이 탁월한 폴암을 상대하는 것은 용법이 제한적인 레이피어로는 무리임을 보여주는 일화다.

전후 자초지종에 대한 링크(영어) 리처드 피크의 카디즈 전투 전후사정을 보면 저 결투가 벌어진 경위 자체가 골때리는데, 중상자를 돌보고 있던 피크를 스페인의 카디즈 공이 말 타고 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크가 레이피어 한 자루와 망토를 휘둘러 낙마시켰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군 보병들에게 포위당해 피크는 포로로 잡혔고, 잡힌 직후 창과 칼에 찔리는 학대까지 당했다. 회복되자마자 명예를 걸고 결투를 벌여, 스페인 검사와 레이피어&단검 결투로 승리하고, 그 뒤 위의 쿼터스태프 3연전에서 승리했다. 피크는 연이은 승리로 명예를 인정받고 펠리페 2세를 직접 영접하고 영국으로 무사 귀국했으며, 이 일화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서특필된 것이다. 레이피어라는 무기의 특성도 특성인데, 일단 사용자인 리처드 피크의 실력이 돋보이는 일화다.

17세기 영국의 검객 조지 실버(George Silver)는 레이피어를 혹독하게 비판했는데, 특히 당시 영국에서 성업하던 이탈리아 계통 레이피어 검술 학파를 싫어했다. 저서 ‘방어의 역설’에서 이탈리아 검술은 레이피어 길이나 반응속도만 믿고 찌르기밖에 못 하여,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못한다고 디스했다. 이탈리안 레이피어를 하면 살인자만 2명 생기고, 제대로 공방이 갖춰진 검술은 상대방이 든든한 방어자세의 빈틈을 공략하지 못하기에, 최악의 경우에도 상대를 안전히 제압할 수 있고 최상의 경우 상대가 항복해서 사람 두 명을 살리는 검술이라 주장했다. 활인검 드립의 시초

거기에 그나마 풋워크와 사거리, 바인딩 등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스페인의 데스트레자는 조금 호평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길이만 믿는 레이피어보다는 사이드소드& 버클러 검술이야말로 호신에 제격이라고 평했다. 당대 영국 불량배들 또한 서로 간의 실전을 거쳐 한손검과 버클러를 정석으로 여겨 스워시버클러라는 표현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마저도 정부 당국의 규제로 몽둥이와 버클러 조합이 되었다가, 근대 이후로 스코틀랜드 합병과 함께 영국 특유의 브로드소드 검술이 따로 채택되게 되었다. 계보상으로 실버가 좋아한 사이드소드가 레이피어와 그렇게 거리가 먼 칼은 아니었지만, 실버는 일종의 문화적인 이유로 레이피어 스타일의 쑤시고 튀는 메타를 혐오하고, 사이드소드 검술의 후려치고 칼을 얽는 스타일을 조금 더 선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방어의 패러독스를 봐도 소드 앤 대거, 소드 한 자루 다루는 기법까지 골고루 다룬다. 레이피어를 싫어한 게 아니라 그냥 이탈리아를 싫어한 것 같다. 이는 농담이 아닌 게, 실버의 생전에 영국에서도 유럽 대륙, 특히 이탈리아 계통의 레이피어 및 사이드소드 검술이 성행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내구도도 이야기거리가 된다. Mythbusters의 칼날 자르기 실험에서 레이피어를 잘랐을 때 레이피어를 완전 고정하고 초인적인 힘(건장한 남자가 풀스윙한 힘의 세 배)으로 투핸디드 소드를 기계로 휘둘러 부러뜨렸다. 해당 실험에서 칼날 자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정했다. 휘는 정도는 가능했다. 다만 해당 도검들은 현대 기술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얇은 칼을 강하게 만들기 힘들었을 테니 실제 저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5] 실제로 옛날 도검들의 질은 매우 조악해서, 현대의 부엌칼보다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태반이다. 너무 단단해서 손쉽게 깨지거나, 너무 물러서 손쉽게 휘거나 하는 등 내구도에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칼을 하루만 쓰는 것도 아니고, 계속 소지하며 훈련이나 전투에 사용한 칼이라면 피로 파괴가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결론은, 레이피어는 '갑옷을 입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민간인들이 소지하고 다닐 만한 무기들 중에서는 다른 무기들보다 긴 거리로 인해 유리했다. 근데 뒷골목 깡패 수준이면 칼보다는 몽둥이랑 봉을 더 많이 썼다[6] 게다가 아밍 소드와 버클러는 휴대하고 다니기엔 지나치게 눈에 뜨이고 불편하기도 했다.[7] 그러니까 평소에 가지고 다니면서 써먹기엔 적당한 무기였다. 유행 말기엔 너무 길어진 레이피어를 차고 다니다가 서로 부딪혀 시비가 걸리거나 끼이는 등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으며, 공권력이 강해지며 쇠퇴했단 점에선 묘하게 소드 앤 버클러와도 그 운명이 겹친다.

만약 갑옷이 비교적 평범하고 도시 규모도 비교적 작았던 중세에 레이피어가 뚝하고 발명 되었다면 '휘둘러 치는','비교적 두껍고 튼튼한'데다 흔히 들고 다니기 좋은 아밍 소드, 롱소드는 물론 기다란 폴암에도 밀려 쓰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중세와 근세의 도시 사회상 및 도시 풍경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 레이피어의 전성기에도 휘두를 공간이 충분한 전장용, 야외 호신용으로는 중세에 쓰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병기, 날이 넓은 사이드소드 등이 쓰였다. 독일에서는 스포츠화되었을지언정 롱소드가 아예 사이드소드와 공존했다. 반대로, 독일처럼 롱소드를 특별히 존중하지 않는 이상, 근세 및 근대 초 유럽에서 크고 무거운 도검을 휴대했다간 “그거 가지고 뭘 하려고?”라는 냉대를 받았기에 휴대하기 적절한 규격의 도검이 이리저리 발달했다.

5. 레이피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rowcolor=#fff,#ddd>거짓 현대 펜싱과 레이피어 검술은 비슷하다/같다.
진실 현대 스포츠 펜싱이 레이피어 검술의 수련에 도움이 될 지 언정 레이피어 검술과 현대 스포츠 펜싱은 몹시 다르다. 스몰소드 검술은 현대 스포츠 펜싱의 직계 선조이므로 스몰소드 쪽이 차라리 현대 펜싱과 비슷하다. 레이피어와 스몰소드 검술의 차이에 대해서는 스몰소드 참고. 현대 펜싱 종목 중 플뢰레는 스몰소드 검술 스파링을, 에뻬는 스몰소드 결투 룰을 스포츠화한 것에 가깝다.
<rowcolor=#fff,#ddd>거짓 레이피어는 갑옷의 빈 틈 등을 공략하는 검.
진실 근세의 검류와 중세의 방어구가 모두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다 보니 생겨난 오류다. 애당초 레이피어라는 무기 자체가 갑옷이 쓰이지 않는 민간 호신 및 결투용으로 사용되던 도검이다. 그래서 전쟁터에서는 상대적으로 짧고 너비가 있는 사이드 소드를 사용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의 도검이 그랬듯이 천 갑옷[8]이나 가죽 갑옷 정도만 상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당대 전쟁에서는 화약 무기가 점차 흔해지고 있었기에 주 무기를 분실하거나 백병전에 휘말린 게 아닌 이상 칼 한 자루만으로 중갑으로 무장한 적에게 덤빌 일이 줄어들었다. 만약 붙는다 해도 전장에서 쓰인 츠바이핸더 등이랑 붙으면 레이피어가 부러질 수도 있을 정도로 규격이 달랐다.

갑옷의 빈 틈을 공략할 때에는 롱소드 하프 소딩으로 잡거나, 레슬링으로 제압한 다음 에스터크, 런들 대거 스틸레토를 썼다.[9] 거기다가 갑옷을 잘 갖춰 입은 사람일수록 그만큼 대체로 무술 훈련도도 높은 경향도 있었기 때문에[10] 결코 가만히 맞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레이피어는 저런 기사들이 설치던 중세가 아니라, 사회가 변하기 시작한 중-근세 과도기에 쓰였다. 근세에는 비교적 기사들의 운신범위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중무장한 전문 용병이나 방탄 갑옷까지 두른 퀴레시어를 레이피어 따위로 어찌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퀴레시어 중기병끼리 들러붙더라도 조금 더 튼튼한 에스토크 형태의 칼(당대에는 사이드소드의 일종으로 취급)로 쑤시거나 권총으로 후려쳤다.
<rowcolor=#fff,#ddd>거짓 매우 가볍고 가느다란 검이다.
진실 가느다란 것과 넓은 것이 혼재한다. 사이드 소드가 아니더라도 스페인 데스트레자 검술은 약간의 베기 성능도 중시했기 때문에, 스페인식 레이피어는 생각보다 넓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가느다란 검이란 보통 스포츠 펜싱의 에뻬, 플뢰레를 연상하지만 폭이 좁은 디자인조차도 이것보다는 더 넓은 편이다. 또한 무게는 롱소드와 별 차이가 없다. 날이 긴 건 거의 2 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그레이트 소드보다 고작 1~1.5킬로그램 정도 가벼울 뿐인데 레이피어는 한손으로 드니 체감무게는 롱소드 이상이다. 카타나 종류마저도 무게는 적게는 1킬로그램, 무거운 게 2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11]
<rowcolor=#fff,#ddd>거짓 낭창낭창하며 잘 휘어진다.
진실 실제 박물관에 소장된 레이피어는 종류를 불문하고 매우 딱딱하며 탄성이 매우 적다. 낭창거린다는 오해는 펜싱에서 안전을 위해 잘 휘어지게 만든 플뢰레 같은 연습용 장비에서 유래된 오해다. 그리고 근대 시대의 스몰소드도 실제로는 뻣뻣하고 잘 휘어지지 않았다.
<rowcolor=#fff,#ddd>거짓 갑옷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행위 같은 건 그다지 하지 않았지만, 이후 펜싱이 발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검으로 막고 그것을 흘려서 공격하는 것이 검술의 주류가 되었고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사용되는 검도 점점 레이피어와 같은 얇은 검으로 바뀌어갔다.
진실 갑옷이 존재하던 시절에도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싸울 일은 있었으며, 따라서 검으로 막고 흘리는 기법들도 존재했다. 오히려 중세 평복검술에서 칼과 칼끼리 꼬아서 자기 몸을 지키며 공격, 방어하는 데에 상당히 정성스러웠으며, 근대로 올수록 총기가 흔해지고 복잡한 검술의 실용성이 떨어지다보니 기술들이 비교적 간소화되었다. 근대 서양인들의 전형적인 오해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시각.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사회진화론에 따라 세상이 점점 발전한다는 시각과 더불어 중세 암흑시대론이 대중적으로 퍼져있었다. 이에 영향받은 당시 검객들이 자료도 없이 중세 검술을 일부 유물들(투 핸더, 롱소드 등)만 보고 상상하고는 갑옷에 의지하여 공격만 하고 자기 몸을 지킬 수 없는 저열한 검술이라고 생각한 데서 파생된 시각이다.[12] 물론 진화를 거듭한 과학적 검술의 정점은 자신들이 하던 에뻬, 스몰 소드, 세이버, 총검술이라는 논리가 함께했다. 무엇보다 선제공격 마인드를 버리고 리포스트만 치는 건 세상 어느 검술에서도 주류가 된 적이 없으며, 먼저 잘 치거나 상대를 압박해서 자빠뜨리는 쪽이 이긴다.

19세기 후반에는 고전 시대의 검술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검객들 사이에서 유행했으나, 당시는 아직 독일계 검술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16세기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검술서들만이 일부 알려져 있었다. 찌르기 위주의 공격, 근대 검술과 일견 비슷해 보이는 방어 자세만 보고는 자신들의 검술과 똑같은 것이라고 무작정 추정하고는 르네상스 시대의 레이피어부터 과학적 검술이 등장한 것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검술서들이 대부분 번역되고 연구가 깊어진 현재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낭설.
<rowcolor=#fff,#ddd>거짓 레이피어는 에스터크에서 발전한 검이다.
진실 찌르는 도검이라는 점에서 터크와 레이피어는 비슷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터크는 사슬 갑옷을 관통하거나 판금 갑옷의 빈틈이나 약한 부위를 쑤시기 위한 대 갑주용의 무거운 양손 도검이다. 간혹 16세기경에 존재하는 한 손용 경량 터크의 예를 들어 레이피어와의 유사함을 역설하기도 하지만, 사실 한손용이라 할지라도 두 무기는 계보와 사용 목적이 아예 동떨어진 무기다. 에스터크의 사용법은 하프 소딩 같은 중세 롱소드 검술과 크게 관련이 있다. 레이피어의 발달에 에스터크가 준 영향은 전혀 없으며, 사용법조차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둘 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말했듯이, 레이피어는 컷 앤 쓰러스트 소드의 계보에서 평복 검술용으로 갈라져 나온 것이다.
<rowcolor=#fff,#ddd>거짓 영화에서 레이피어를 쓰더라.
진실 영화에 나온 것이 레이피어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실제 레이피어가 사용되던 삼총사 같은 경우 배우들의 안전과 원활한 액션 연출을 위해서, 조로 같은 영화에서는 검의 사용범위가 퇴색된 18~9세기를 다뤘기 때문에 레이피어의 후계자이며 좀 더 짧고 가벼운 스몰 소드나 근대 펜싱에 쓰던 에페나 포일 같은 것을 소품으로 쓴 경우가 더 많다. 영화 등에서 '진짜' 레이피어를 쓴 작품 자체가 드물고, 설령 레이피어를 쓴 영화라 할지라도 그 검술이 실제 16세기의 레이피어 검술인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 모던 펜싱이나, 끽해야 스몰 소드 펜싱을 흉내 낸 스테이지 컴뱃이다.
<rowcolor=#fff,#ddd>거짓 레이피어는 찌르기 전용 검이므로, 베기는 불가능하다.
진실 어떤 타입의 레이피어든 양날이 세워져 있고, 당연히 베기 역시 가능하다. 롱소드나 아밍소드 같은 베기에도 유리한 디자인이 아니기에 비교적 절삭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대 일반적인 옷이나 맨살의 경우 충분히 진피층만이 아닌 근육까지 벨 수 있고, 맨손이라면 손가락 등도 잘라 베어낼 수 있으며, 목이나 팔, 다리 등의 동맥 같은 주요혈관을 벨 경우, 충분히 죽음에 이르는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또한 베는 동작으로 후려치며 상대의 칼을 치우거나 압박하는 기법은 사이드소드와 레이피어 검술 모두에 유효하다. 어차피 숙련된 검사라면 찌르고 베거나 베고 찌르는 연계를 자연스럽게 할 것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 하다못해 뭉툭한 둔기로도 찌르는 동작으로 쳐들어가기도 하고, 찌르기에 특화된 스몰소드로도 쳐내거나 칼을 묶기 위해 베거나 긋듯이 휘두르기도 한다.
'찌르기를 위해 디자인 된 검'이라지만, '찌르기만을 위해 디자인 된 검'은 아니다. 오히려 후자의 경우에 맞는 도검은 에스터크 중에서도 원형이나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한 버전들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에스터크의 경우에도 사각형이나 다이아몬드 형태의 단면을 가진 것들은 롱소드나 아밍 소드 같은 검들에 비해 베기 성능이 낮기는 해도 베기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었으니 레이피어가 베기가 불가능할 리가 없다.

6. 레이피어 검술

각국에서 고유의 고전 펜싱을 개발해서 독특한 풍격의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 펜싱과 스페인 데스트레자 검술 설명

농담삼아 서양식 팔괘장이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재미있게도 마스터별 개성이 다르다거나, 몸을 배배꼬았다 풀면서 힘을 쓴다거나(이탈리안) 사이드스텝으로 도는 보법을 중시한다(스페인)는 등, 우연히 유사해보이는 요소들이 있다.

6.1. 이탈리아 계통

16~17세기에는 이탈리아 펜싱이 가장 유명했는데, 이탈리아 볼로냐를 근거지로 하는 마로쪼와 여러 마스터들이 속한 다르디 스쿨과 아그리파[13], 디 그라시[14] 같은 걸출한 검객이 기초를 닦았으며 17세기에 이름을 날린 살바토레 파브리스, 카포페로 같은 검객이 있다.

르네상스의 본고장답게 검술서의 그림이 매우 상세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거의 나체로 등장하는 카포 페로 검술서는 근육, 척추, 배꼽, 유두 등의 모양을 통해 동작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복원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그 때문에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의 나체 및 티팬티 바람을 봐야 하는 독자의 눈에 검격이 꽂힌다는 웃지 못할 단점이 있다. 농담이 아니라 철학 논변이 이어지는 데스트레자 및 방어의 패러독스나, 마스터에 따라 그림체가 널뛰기하는 리히테나워 검술서보다는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쉽다.

가드를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1,2,3,4라 부르는 방식의 시초격이다. 이는 근대 세이버 및 현대 펜싱에서도 어느 정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상 1, 우중 2, 좌중 3, 좌상 4를 이탈리아어로 부르냐 영어로 부르냐 프랑스어로 부르냐 정도의 차이이다. 단, 레이피어 자체의 규격이 크기 때문에 몸을 확실히 웅크리고 꼬아서 무게중심을 잡는다. 특히 파브리스의 가드는 칼 빼고 보면 중국권법인가 싶을 정도이다. 몸을 꼬아서 레이피어의 무게를 감당하고 앞으로 뛰쳐나가기 좋게 세팅을 한다.

또한 근대 검술까지 이어진 깊숙한 런지 및 리커버리를 강조하는 방식 역시 여기에서 나왔다. 피탄면적을 줄인 꼬인 자세에서 몸을 풀며 깊게 런지하고, 머리를 움직이거나 손으로 잡아채 상대의 칼을 최대한 피한다. 칼을 칼끼리 묶지 않고 피한다는 특성 때문에 당대의 타 검술가들에게 비난받기도 했고, 이는 심지어 현대 hema 판에서도 암암리에 이어지는 인식이다.

나름 유명한 기술로 파사타 소토(Pasata Soto)가 있다. 급격히 엎드리며 내지르는 기습 기술로, 성공하면 머리 타점을 피하며 일방적으로 찌를 수 있지만 실패하면 상단에 즉시 머리가 깨질 수 있는 도박성이 강한 자세이다. 이는 스몰소드 매뉴얼에도 어느 정도 이어졌다. 현대 펜싱 플뢰레 종목의 더킹 찌르기외 유사하지만 동작이 더 극단적이다.

당대 유럽의 한손검술을 석권하다시피 했기에 안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조지 실버는 영국에 퍼진 파브리스 계통 레이피어 도장을 혐오했으며, 스페인에서는 아예 이탈리아 포함 타지 검술 및 그와 비슷한 스페인 고전 검술을 ‘거짓된 기예(데스트레자 팔사)’, ‘천박한 기예(데스트레자 불가르)’ 등의 비하명칭으로 불렀다. 이들의 비판은 공통적으로 이탈리아 레이피어 검술은 방어를 등한시하고 칼 길이와 타이밍만 믿고 공격에 나서기에, 실력과 관계없이 운 좋은 놈만 이기거나, 이겨도 상격을 입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꼴이 된다는 레퍼토리였다. 나름대로 방어법이나 원리를 만든 이탈리아 마스터들 입장에선 억울할 것이다.

6.2. 스페인 “데스트레자” 계통

풀네임은 라 베르다데라 데스트레싸(La Verdadera Destreza), ‘진실된 기예’이다. 영어로 치면 트루 아츠쯤 된다. 16-17세기 스페인에서 수학(기하학), 철학적 요소를 내세운 레이피어 위주 검술체계이다.

이름이 워낙 긴데다 이 명칭 자체를 내세운 게 데스트레자(베르다데라) 측이므로 편하게 데스트레자 정도로 부른다.

당시 다른 나라의 검술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방식을 자랑한다. 카란자와 나르바예즈가 이 유파의 마스터. 다른 나라의 레이피어 검술과는 달리 기수식이나 공격이 엄청나게 간지가 난다. 올림픽 권총 사격 하듯 허리와 칼을 든 손을 똑바로 펴고 서는 게 기본 자세, ‘앙굴로 렉토(올바른 각도)’이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강한 걸로 유명했다고 한다.[15] 대신 복잡한 보법표가 유물로 남아있을 만큼 다리 쪽의 현란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올바른 각도로 팔을 뻗어 상대를 겨누며, 칼끝으로 상대의 눈을 압박하고 공간을 크게 가져간다. 레이피어 특유의 가드가 손을 지켜주는 버클러 같은 역할도 한다. 급격히 런지하기보다는 자연스레 걷는 듯한 보법으로 상대의 사각을 차지하거나 칼을 묶어서 제끼고 찌르고 무장해제하는 등, 사거리 플레이의 비중이 크다.

데스트레자 검술은 실전성을 떠나 근현대적 의미에서 신사의 정신과 육체를 수양한다는 의례적 무술의 측면도 강했다. 당장 창시자인 헤로니모 산체스 데 카란자 본인부터 살라망카 대학을 나온 무술가 뿐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도 겸업으로 했고, 대표 저서이자 데스트레자 검술의 교과서인 Filosofia de armas만 봐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르실리오 피치노 같은 철학자들의 철학 원칙부터 소개하고 있으며, 나머지 이론적 토대는 르네상스 기하학과 수학적 원칙에 바탕하여 검을 움직이는 것에 초점을 둔다. 괜히 표지부터 복잡한 기하학적 여러 원형이 겹치는 풋워크부터 나오는게 아니고, 데스트레자 검술은 단순한 실전 무술이 아니라 이렇게 르네상스 인문학자의 학문을 기사, 신사 계급에게 걸맞은 신체적 단련에 반영하자는 취지도 강했던 근현대적 의미에서 '무예'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문화사학적으로는 분명히 흥미로운 당시 문화사의 일면이고, 현대 보는 사람 눈도 즐거울 만큼 간지가 넘치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꼭 실전에서 강하다고 속단할 근거는 아니다.

다만 유추할 수 있는 문맥 상으로는 로델레로란 병종까지 생겼을 만큼 당시 스페인 군사문화의 토대가 되었던 후기 레콘키스타는 변경 지대에서 상대방의 마을, 보급 거점을 기습해서 약탈하고 빨리 빠져 나오는 변경의 약탈전이 중심이었고, 이런 전장에선 장창이나 폴암류보다 도검이 유리했던 만큼 스페인군이 장검을 중시했던건 사실이며, 스페인 검사들이 유럽 전역에서 강병으로 이름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게 원래 강했던 스페인 병사들이 쓴 검술이라서 유명해진건지, 검술 자체가 강해서 스페인 병사들이 강병으로 평가 받았던건지 선후 관계를 따지면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전장에서의 주역은 이 시대 쯤이면 이미 화약무기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오히려 지배계층의 취향에 맞는 교양, 결투 검술의 태동이 가속되었고, 비정규전이나 결투 수준에서는 레이피어가 활약했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레이피어 쇠퇴 이후에도 에스파냐 제국 내에서는 상징성 때문에 검술의 근간으로 존중받았으나, 제국 국운도 기울고 무기도 당대 유럽과 비슷해지다보니 그 정체성이 흐지부지해졌다. 이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육군 테르시오 편제와도 비슷하다. 당대로서는 혁신적이었고 스페인의 상징 취급받았으며 근대에 들어서도 그 이름은 이어졌지만, 내용물 자체는 근세 이후로 많이 바뀐데다 나라 사정이 바뀌며 사라졌다.

그래도 구 에스파냐 제국 라틴 문화권이 워낙 넓기 때문에 묘한 존재감이 있다. 중남미 나바하 단검술, 필리핀 에스크리마 등이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존재감이 컸던 모양인지, 스페인 놈들은 방귀도 기하학적으로 뀐다고 놀리는 풍자화가 있다(…). 상술된 리처드 피크의 일화가 실렸듯이, 타지에서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데스트레자 측에서는 타지 및 자신들 이전의 구식 검술을 ‘데스트레자 팔사’, ‘데스트레자 불가르’ 등으로 불렀다. 거짓된 기예(falsa, 진실된 기예의 반의어), 천박한(vulgar) 기예 등등의 뜻이다. 그나마 중립적인 호칭이 데스트레자(에스그리마) 꼬문 정도인데, 좋은 뉘앙스로 쓴 것은 아니다. 데스트레자 꼬문은 자료가 많지 않으나, 당대의 이탈리아 검술 및 포르투갈 민족주의에 눈뜨고 이베리아 반도식 양손검술 등을 복원하려 한 피게레도의 저서로 그 형태를 유추할 수 있다.

6.3. 그 외 검술 계보

중세말 롱소드 검술 학파들도 그랬듯이, 소드마스터들이 국경을 넘어 활동하기도 했다. 예컨대 살바토르 파브리스는 영국에서 이탈리아식 레이피어 도장을 열었고, 데스트레자 마스터 제라르 티보는 네덜란드 출신이지만 스페인, 프랑스를 포함해 전 유럽을 돌았다.

특히 영국에서 레이피어가 쓰였다는 점을 의외의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젊은 세대 캐릭터들이 ‘스페인식 칼’을 사용한다는 묘사가 있다. 당시 레이피어를 부르는 별명 중 하나가 ‘히스파니아 칼’ 이었다.

프랑스에도 고유한 검술이 있으며 무슈 르아바가 마스터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료의 부족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다. 사실상 ‘에뻬’ 검술이라 부르기에 이걸 레이피어로 분류할지 스몰소드로 분류할지도 연구자 마음이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사사했다는 썰이 유명하다. 당장 삼총사가 휘두르는 검도 시대상 레이피어로 분류할 수 있다.

파울루스 헥터 메이어, 요아힘 마이어, 야곱 수토르 등의 리히테나워계 독일 마스터들도 당시에 유행한 롱소드 검술과 레이피어 검술을 함께 남겼다. “라피르” 같은 독일식 이름으로 실려있는데, 같은 책에 실린 롱소드, 메서 등 리히테나워 계열과는 뭔가 이질적이다. 베기의 비중도 높은 등, 당대 유럽에서 유행하던 ’일반‘ 검술(게마인펙튼)이라 유추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벨기에 앤트워프 출신의 제라르 티보(Gérard Thibault d'Anvers) 및 독일에서 건너온 요하네스 게오르기우스 부르히우스(Johannes Georgius Bruchius) 등 해외파 검술 마스터들이 레이피어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티보는 스페인의 데스트레자를 기반으로, 그 후대인 부르히우스는 이탈리아 거장 살바토르 파브리스(Salvator Fabris)의 가르침에 크게 영향을 받은 독일 방식에 따라 단일 레이피어 검술을 다루었다. [16]

6.4. 국내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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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특별히 레이피어 검술을 교습하는 도장이나 센터는 없고, 현재 레이피어를 중심으로 수련하는 오픈 스터디 그룹으로 헤마 듀엘로 서울이라는 모임이 있고, ARMA 한국지부에서도 회원들이 레이피어를 수련하고 있다. 개중 듀엘로 서울은 캐나다 벤쿠버의 데본 보어맨(Devon Boorman)[17]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듀엘로에서 수련한 이가 귀국하여 운영되는 곳으로 그래서 듀엘로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으며 캐나다 본부의 데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7. 창작물

7.1. 레이피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캐릭터[18]

보통 가녀린 여성 캐릭터인 경우가 많으며, 남자일 경우 호리호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이피어는 가볍고 빠른 검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실상 굳어진 형태. 실제로는 레이피어는 별로 가벼운 검도 아니었고 보통 한손용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힘이 딸린다면 무게가 비슷한 롱소드를 양손으로 잡고 싸우는 게 더 편할 것이다. 레이피어 검술서에 실린 자세들 중에는 몸이 배배꼬인 것들이 있는데, 이게 레이피어의 무게를 효율적으로 받치고 균형을 잡기 위한 비결이다. 건장한 남자에게도 팔을 꼬아서 등, 허리 힘까지 쓰지 않으면 무겁게 느껴진다.

찌르기는 멀리서 넣을 수록 유리하므로 아이돌 같은 미청년들보다는 농구선수처럼 키 크고 팔이 긴 호걸들이 더 선호했을 것이다. 물론 미청년이며 팔다리가 긴 캐릭터에게 들려주면 그나마 어울리고, 귀족적인 감성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검술고증에 칼같이 신경쓰는 매체가 아닌 이상 절대다수가 후대의 스몰소드처럼 조그만 칼을 들고 레이피어라고 쳐준다. 시대극, 사극이어도 비슷하다.

파일:1000004606.jpg

역사적으로 단검과의 쌍검 운용도 쓰였던만큼, 위의 이미지처럼 망고슈와 같이 드는 경우도 있다.

(※) 쌍검(이도류)라면 ☆.

8. 레이피어 검의 이름을 딴 것들

8.1. 취소된 미국의 요격기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XF-108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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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영국군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레이피어 지대공 미사일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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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FC 서울 서포터즈 소모임

수호신(서포터즈) 문서를 참조.


[1] 북부 독일어로는 라피어 [2] 물론 복잡한 스웹트 힐트를 가진 유물들도 있다. 일례가 월래스 컬렉션의 A612 유물. [3] 16세기 도검 전체가 이전 시대의 군용검보다 훨씬 폭이 좁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16세기 이전에도 아주 폭이 좁은 유물들도 꽤 있었고, 16세기 이후에도 아밍 소드, 롱소드보다 넓은 폭의 유물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4] 평균적인 롱소드는 투핸더에게 현저히 체급이 밀리고, 평균적인 카타나( 에도 막부시기 날길이 69cm 제한)는 사실 서양 기준으론 한손검 수준의 길이라서 롱소드보다 더 짧다.(도신이 두꺼워서 무게 자체는 확실한 양손검 체급이다) 노다치 중에서 꽤 크게 만든걸 들고와야 투핸더와 리치를 겨룰만할것이다. [5]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설명 http://m.imdb.com/title/tt0852842/synopsis 동영상을 못 찾아 비슷한 예제로 대체 https://youtu.be/cFRxZod-iI0 [6] 칼은 비싼 철을 대장간에서 두들겨서 만드는 비싼 무기였던 데 반해 쿼터스태프는 갑옷이 없는 사람을 때려잡는 데엔 레이피어와 큰 차이 없거나 충분한 위력을 가졌으면서도 리치가 길어서 쓰기 쉽고, 적당히 튼튼한 막대기 하나 들면 되는 값싼 무기라 가성비가 좋았으므로 널리 쓰였다. [7] 아예 법적으로 금지된 경우도 있었다. [8] 빈곤한 병사들의 경우 누비 갑옷이나 겨우 입었다. [9] 실제로 유튜브 등지에서 중세 갑옷을 입고 재현을 하는 검술 영상을 제법 볼 수 있는데, 검날만 쓰는 게 아니라 심지어 손잡이 밑에 폼멜 쪽이나 손잡이 바로 위에 있는 크로스 가드로 상대를 때리거나 걸고 자빠트리는 하프 소딩을 동원하는 걸 볼 수 있다. 그 후에 그대로 칼로 목을 찌르든지, 머리를 무게추로 패든지, 마운트로 올라타든지 했다. 참고로 특히 플레이트 아머는 통상적인 베기가 아예 안 먹히기에 이런 독특한 격투술이 발달했다. [10] 특히 기사들은 탱크가 하던 일을 중세에 하던 족속들이다 보니, 인간흉기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평소 농사일로 체력이 꽤 단련되어 있는 농민들도 기사들을 잡으려면 도리깨 이상의 무기를 들고 수적인 우위가 없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고 포위했더라도 기사 쪽이 농민 여럿을 도륙내는 경우도 있었다. [11] 전투용 도검류는 동서양과 한손, 양손 등을 가리지 않고 1kg 이상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의 장인들이 모여서 의논한 것은 아니겠지만, 도검류가 어느정도의 무게를 가지고 있어야 인간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고려하다보니 생긴 의외의 공통점이라 볼 수 있을것이다. [12] 특히 롱소드의 경우, 방패를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갑주가 발달한 후에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평복 상태에서도 롱소드를 쓰기는 썼다. 롱소드 검술의 대부분의 기술들이 평복 상태에서 롱소드를 들고 싸울 때를 전제로 한다. [13] 아그리파는 검객이라기보다 학자에 가까운 인물로 거의 최초의 레이피어 검술 이론서를 작성하였다. [14] Giacomo di Grassi. 디 그라씨도 다르디 스쿨 마스터들과 마찬가지로 레이피어 검객이 아니라 사이드 소드 검객이다. [15]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편. 검술 대결 기록이 없으니 강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스페인 데스트레자 검술은 스페인 권에서만 인기가 있었지, 스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은 살바토레 파브리스, 니꼴레토 지간티의 이탈리안 스타일이 평정했다. [16] 부르히우스의 레이피어 검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레이니어 반 노르트(Reinier van Noort)의 개인 웹사이트를 참조 http://www.bruchius.com/welcome.html | 참고로 그는 부르히우스의 레이피어 검술에 대해 연구한 지식을 바탕으로 2011년 델프트에서 네덜란드 최초의 HEMA 학교 School voor Historische Schermkunsten를 설립하였고, 부르히우스가 1671년에 남긴 레이피어 검술 저서 Of the Single Rapier를 영문으로 번역하기도 하였다. [17] 데본 스스로 보어맨이라고 소개하며 통성명을 함 [18] 스몰소드나 에스터크 등도 포함 [19] 찌르기 보단 엄청난 범위의 베기 공격을 한다. 게임 중 등장하는 별개의 무기 레이피어는 공중형 전용 찌르기 검이다. [20] 던그리드 던전 12층에 나오는 보스. [21] 카드마스터 시나리오에 나오는 플레이어가 다니는 학교의 전교 회장. 같이 전투할 때 한정 [22] 정확히는 체인 소드. [23] 로젠가르텐의 보스 [24] 레이피어 같이 생긴 빔사벨. [25] 보리스와 검술 연습을 할 때 사용한다. [26] 전부 여자다. [27] 각성 후 레이첼의 힘을 이어 받아 썼었으나 레이첼의 따라 각성하고 본인은 신화 각성까지 한 후 다시 단검으로 바꾼다. [28] 작중 드러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쓰는 검 자체는 레이피어 맞다. 단지 프로그램 관리자 권한으로 레이피어를 가져다가 변형해서 롱 소드 아밍 소드 카타나고 죄다 써서 레이피어라는 의미가 없을 뿐. [29] 원작 소설 초반부와 애니판 1기 초반부 한정. 이쪽은 생김새가 손 보호대도 없고 보통의 레이피어보다 날이 좀 넒은 편인 것이 전형적인 레이피어라기보다는 손보호대 없는 사이드소드 혹은 칼날이 약간 얇고 긴 아밍 소드에 더 가깝게 생겼다. [30] 다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전투 스타일 자체는 레이피어 검술을 사용하긴 하지만 사용하는 검의 종류는 소드 스틱이다. [31] The sword 카드를 이용하여 지팡이를 레이피어로 변형시켜 사용한다. [32] 큐티하니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키사라기 하니들은 각자 큐티하니로 변신시 레이피어를 사용하며, 큐티하니 F의 등장인물인 하즈키 세이라는 미스티 하니로 변신시 레이피어를 사용한다. [33] 완드와 스몰소드를 사용한다. [34] 귀족적인 느낌 때문인지 초대의 마르스 이래 대대로 주인공 전용무기로 등장해왔으며 초기 스펙이 빈약한 주인공을 위해서인지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35] 주로 로봇들이 싸우는 용자물이다보니 작중에는 자주 드러나지는 않지만, 1번 슈반슈타인 우주선에서 형제끼리 칼싸움을 할 때 레이피어를 썼다. [36] 극장판에서 시엘을 지키고자 비자르 돌(좀비)들을 벽에 걸린 검으로 썰어댔다. 집안 가문 자체가 검술에 능숙한 영국 기사단 귀족 가문이다. [37] 오빠는 찌르기, 동생은 베기 위주로 사용한다. [38] 이전 프리퀄인 takt op.Destiny의 1대 운명은 라이플로도 변형하는 대검을 무기로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