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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5 16:00:42

쿠루루기 스자쿠/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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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비판
2.1. 자기합리화2.2. 인지부조화2.3. 근본적인 원인
3. 결말4. 기타

1. 개요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의 주요 인물 쿠루루기 스자쿠의 비판을 다룬 문서.

2. 비판[1]

카렌: 나이트메어로 너와 싸워왔어.

스자쿠: 그 붉은 녀석으로?

카렌: 그래... 서로 맞찔러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너의 하얀 투구를 박살내고 말겠어.

스자쿠: (카렌을 노려보며) 카렌의 해결 방식에는 미래가 없어.

카렌: 그럼 너의 미래는 뭔데!? 지배 체제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 뿐이잖아! 명예 브리타니아인? 제3황녀 호위 기사님? (코웃음을 치며) 최후의 사무라이 쿠루루기 겐부의 이름값도 못해! 난 달라. 이 잘못된 세계를 뒤바꾸고 말겠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고서는... 오빠는 성불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난 싸울 거야.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고!

스자쿠: 카렌.. 나 사실. 아버지를 죽였어. (카렌: 뭐?)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니야. 내가 죽인 거야. 이 손으로.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1기 19화, 카미네 섬에서 표류되어 한밤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스자쿠와 코우즈키 카렌[2]
쿠루루기 스자쿠, 악귀나찰 같은 매국노가...!
스메라기 카구야[3]
코드 기아스 시리즈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의 중심이며, 애니메이션 역사상으로도 가장 찬반 논란이 심한 캐릭터 중 하나이다.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신념을 초반부터 내세우기는 하는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타협을 해대는 통에 작품이 끝날 때까지 결국 그 올바른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다. 를르슈 람페르지와 대립각을 세우긴 하는데, 일관된 원칙과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두루두루 맛보며 어떻게든 진척을 내는 를르슈와는 달리 고민과 고뇌만 하고 원칙도 결과도 보여주는 일 없이 공공 선을 자처하는 통에 피카레스크를 추구하는 본작에 수없이 널리고 널린 악인들 중에서도 유독 자기합리화인지부조화로 점철된 캐릭터이다.

이런 사유들로 스자쿠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안티가 가장 많은 역대 최악의 욕받이 & 비호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4] 아무로 레이 키라 야마토의 계보를 잇는 하얀 유니폼을 입은 세계관 최강의 조종 실력과 전투력을 가진 전통적인 메카물 주인공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비교한다는 것만으로 모욕일 정도로 인성과 행적이 최악인 건 물론 작중 내외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도 모자라 주인공 보정도 못 받고 대부분 언급됐다 하면 일단 욕부터 얻어먹는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스자쿠를 이해하고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하술될 비판 내용을 반박 없이 인정하고 그의 사상과 행적에 대해 섣부른 옹호를 하지 않으며, 심하면 아예 논란의 여지를 피하려고 입부터 닫아버리거나 무관심으로 묻어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괜히 애꿎은 스자쿠의 담당 성우인 사쿠라이 타카히로도 심하게 욕을 먹었는지 2011년 <코드 기아스 기적의 탄생일> 이벤트에서는 "니들 나한테 사과해"라는 멘트를 날렸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이는 스자쿠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평가의 여지도 없이 철저하게 시청자들의 미움과 욕만 얻어먹으라고 짜인 발암 캐릭터& 비하 캐릭터라서가 아니다. 작가와 감독 공인 더블 주인공이지만 작품 외적으로 오우기 카나메와 마찬가지로 의도치 않은 심각한 연출 미스와 급한 스토리 변경으로 인한 연속된 캐릭터 붕괴라는 두 가지 원인이 겹친 탓에 인기 면에서의 주인공 보정도 못 받고 당초 의도한 캐릭터와는 완벽하게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와버린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제작진의 기획 의도와 결과물을 평가하는 대중의 시선은 별개이기 때문에 작품 안팎으로의 취급과 대우가 한없이 낮은 건 물론이고, 코드 기아스 팬덤과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의 인기와 평판 면에서도 를르슈와 극과 극을 달린다. 치밀하게 짜인 사이다스러운 왕도적 서사와 일관된 신념, 파격의 끝을 달리면서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성으로 국적과 지역, 남녀노소 관계 없이 대중에게 무한히 회자되고 사랑받아온 를르슈와 정반대로 스자쿠는 호감 캐릭터로 자리잡기에는 자체적인 매력이 너무 부족한 것도 모자라 공식적인 인기와 호감도가 밑바닥을 뚫을 정도로 형편없이 낮다. 이유는 쓸데없이 극단적인 아집과 철저하게 자기 보신과 밥그릇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본인의 잣대에 따라 눈앞의 현실을 멋대로 왜곡하고 애먼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심각하게 머리가 나쁘고 충동적인 성격[5], 순하고 부드러운 인상과 대비되게 큰 소리로만 어린애처럼 정의를 빽빽 우기는 주제에 정작 본인은 작중 그 누구보다도 그렇게 없애야 한다는 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내로남불의 화신 그 자체이다. 특히 자신의 조국을 전범국에게 팔아넘기며 부와 명예를 누리고 떵떵거리는 행보와 나쁜 의미로 불쾌하게 와닿는 자기합리화 시의 임팩트는 마치 구한말 매국노의 대명사이자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과 비슷해 별명마저 ' 스완용'이며 종영된 지 수십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간간이 이 별명으로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을 정도이다.

작중 스자쿠가 충성하는 주요 악의 축의 포지션인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황족들과 고위층 인사들은 클로비스 코넬리아, 슈나이젤, 달튼, 샤를, 마리안느, V.V., 제레미아, 길포드 경, 비스마르크, 루키아노를 비롯해 적어도 자신들의 행동들이 명백한 악이라는 사실을 적극 부정하지도 않으며, 악역이라는 정해진 역할과 자기 진영과 주변 동료들에게만큼은 일관된 애정과 소속감을 보인다. 잠깐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마오도 마찬가지. 그만큼 악역으로서의 아이덴티티와 포지션, 임팩트와 매력이 강렬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도덕성과 악행으로 비난받아도 캐릭터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는 없다. 거기다 맨 처음에 노골적인 악인의 포지션에 맞게 시원하게 막나가도 마지막에는 시원하게 업보를 되돌려받아 비참한 결말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와 통쾌감을 안겨주므로 스자쿠에 비하면 자기에게만 관대하고 타인에게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가르치려들면서 혼자만 처벌을 피해가려는 혐오스러운 비하 캐릭터의 이미지도 옅다. 오히려 '매력적인 선역'과는 다른 방향인 '매력적인 빌런'의 형태로 시청자와 팬들로부터 호평과 환호,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으며 독자적인 소수 팬층을 거느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면 스자쿠는 그것조차 없다. 타당한 이유 없이 아버지를 죽이고 조국을 팔아넘긴 패륜아 매국노로서 서사를 시작한 것도 모자라, 보란 듯이 일본과 브리타니아를 막론하고 여러 진영을 배신하는 박쥐짓만 밥 먹듯이 저질렀다. '제작진 공인 더블 주인공'이라는 작품 외적인 이유로 시청자들은 종잡을 수 없는 스자쿠의 발암 행보를 그야말로 진절머리가 나도록 참고 봐야 하니 스자쿠 특유의 위선적이고 비호감적인 인상이 팬덤에 정착하는 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오직 나야말로 정의이고 제로와 흑의 기사단야말로 진정한 악이다!"라는 뻔뻔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거짓말을 큰 소리로 뻥뻥 치면서 막상 말과 행동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모순적인 행보가 결말부까지 계속되었기 때문. 작품 외적으로도 를르슈와 방향만 다를 뿐 실상은 명백한 악인데 스스로를 정의라고 떠들어대며 작중 캐릭터들과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성장은 커녕 퇴보와 제자리 걸음만을 반복하는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한 스자쿠라는 캐릭터와 그의 비논리성에 대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생리적인 위화감과 불쾌감, 거부감과 혐오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수많은 시련과 강적을 마주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며 소중한 것을 잃는 등 절망을 끊임없이 겪으면서도 브리타니아에게 굴복하기는 커녕, 자신만의 확고한 논리와 신념을 일관성있게 관철하고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성장해가며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의 손으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끝낸 를르슈에 대한 호감도와 몰입도가 한없이 커져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자쿠가 궤변으로 가득찬 신념같지도 않은 신념으로 를르슈의 확고한 신념을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그를 막고자 했던 모든 노력들이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발감과 더불어 를르슈를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자체적인 매력과 인기가 떨어지는 건 물론 밑도 끝도 없이 비호감만 유발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메카물의 범주를 넘어 스자쿠의 캐릭터성은 전 세계 창작물 전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무후무할 지경이다. 겉모습과 능력치만 보면 누가 봐도 여느 메카닉물 열혈 선역 남주인공처럼 생긴 캐릭터가 실상은 온통 비하 캐릭터 속성들[6]로만 똘똘 뭉친 빼도 박도 못할 얄밉고 재수없는 개막장 비호감 쓰레기 악당일 줄은 방영 초기만 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이런 부류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작정하고 욕먹으라고 만든 엑스트라나 평범한 조연이나 건담 3대 악녀마냥 못 만든 발암 계열 히로인들이나 평면적인 여성 악역들이 떠맡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남주인공들은 행적 면에서의 비판을 들을지언정 대놓고 작정하고 살의와 미움 섞인 비난을 듣는 경우는 없다. 반면 스자쿠는 작정하고 비하 캐릭터로 기획된 것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무려 를르슈와 대등한(?) 더블 주인공이면서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의 쌍욕을 유발하는 비하 캐릭터& 발암 캐릭터가 된 것도 모자라 그 최후까지 비참하기 짝이 없는 여러 의미로 희귀하고 괴랄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어떻게 보면 를르슈와는 다른 방향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클리셰 파괴의 사례를 보여주는 인물인 셈.

한 마디로 스자쿠는 더블 주인공으로서 크게 실패한 캐릭터이자, 코드 기어스라는 작품의 최대 비판점이 된 셈이다. 오우기와 흑의 기사단의 경우에는 후반부 급전개를 위해 희생된 감이 있긴 했다. 특히 초창기부터 대놓고 악역으로 밀고 나온 캐릭터들은 스토리 전개상 주인공과 대립하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뭘 저질러도 거부감이 적지만, 더블 주인공은 주인공과 대등한 또다른 주인공이자 라이벌이라는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 어떤 역할보다도 기대받고 시청자들이 이입해야 할 이유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특히 이런 캐릭터는 절대로 악역 이상의 욕받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기한 대로 디자인과 능력치 설정만 봐도 흑의 마왕 역을 맡은 를르슈와 대비되는 백의 기사 포지션임이 명확했기에 정식 방영 전까지만 해도 '또다른 악 내지는 를르슈와 대치되는 정의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컸다.[7] 허나 매화가 지날수록 제작진이 "왜 스자쿠가 코드 기아스의 또다른 주인공이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표현하는 데 계속 실패한 탓에 재평가의 여지도 없이 숨만 쉬어도 욕먹는 욕받이가 되어버린 것. 주인공 이상으로 기대받는 역할에 전혀 합당치 않은 인격과 행보로 캐릭터성이 일관된 브리타니아의 악역들보다 연출상의 비판점이 쌓이니 시청자들로서는 크게 통수맞았다는 배신감과 불쾌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를르슈와 이야기를 양분하는 더블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훨씬 명분이 떨어지는 악역, 그렇다고 브리타니아로 돌아선 완벽한 악역이라기엔 맨날 지가 정의롭다 우기고 일관성이 없이 사리사욕에 따라 여기저기 배신하며 이득을 취하는 위선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TVA 한정으로는 제작진마저 설득을 포기할 정도로 시청자들이 전혀 납득도 공감도 할 수 없는, 말그대로 애매함과 모순의 극치를 달리는 역대 최악의 캐릭터로 남고 말았다. 더 나아가 성격과 행동에 있어 그 어떤 정당성과 면죄부조차 없이 만인으로부터 미움받는 발암계 악역 남주인공의 선구자 격인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2.1. 자기합리화

스자쿠는 초반부터 줄기차게 고전 열혈물 거대로봇물에 나올 법한 왕도적인 정의의 히어로가 된 것마냥 공공 선을 울부짖어 왔으나 자신의 사회적 체면과 명예, 지위를 걸고 공공 선을 실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자신의 추악한 본성과 쿠루루기 겐부 자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기 전부터 스자쿠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굉장히 나빴다. 설정상 를르슈와 더불어 정치물을 이끄는 더블 주인공 중 한 명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치고는 그의 선행은 일상과 봉사활동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걸린 상황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본인이 그렇게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세력인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충견이 되어 흑의 기사단을 비롯한 레지스탕스 세력과 식민지의 민간인들을 일제히 무력으로 탄압하고 학살하는 크고 작은 악행을 저지른 대가로 부와 명예, 지위를 얻어 초고속 승진하는 행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 그래서 방영 당시 시청자들은 스자쿠에 대한 혐오가 그야말로 극에 달해 있었으며 스자쿠 개인의 사상과 행동원리, 대의명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불호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결국 1기 중반부쯤에 등장한 마오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기아스로 쿠루루기 겐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낱낱이 폭로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소수의 옹호 여론마저 완전히 스자쿠에게 등을 돌렸고,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 사이에서 평가는 문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겐부는 브라타니아의 일본 침공 당시 항복을 주장하고 자살한 매국노가 아니라 철저한 결사항전을 부르짖은 강경파였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항복을 주장한 스자쿠 본인이 사고사로 살해한 것이다. 즉 정의를 울부짖었던 건 스자쿠가 아니라 겐부였다. 겐부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매국노는커녕 선전포고 없이 나라를 침략한 브리타니아의 전쟁범죄에 굴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맞서싸우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을 만큼 감독의 평가처럼 세계관 속 역사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유능하고 애국심 강한 총리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냉큼 칼을 겨누고 싸움을 멈출 것을 대책없이 강요해대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어린 외아들에게 일방적으로 배신당하고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매국노로 기억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작품 속 최대의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입만 열면 선을 추구한다는 인물이 정작 알고 보니 전시 중에 브리타니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려 한 국가 지도자인 자기 아버지를 죽이는 민족 반역 행위를 저지른 최악의 패륜아이자 위선자, 거짓말쟁이였던 것.[8]"우린 배신자는 필요 없다!"라며 전향 후에도 지속적인 적대와 차별, 불신으로 화답했다. 죽어서 수백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스자쿠 이상의 배신의 아이콘으로 취급 받으며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브리타니아 역시 모티브가 현실의 영국인 점을 생각하면 재밌는 부분. 코드 기아스는 세간에 알려진 유명한 위인들이 세계사의 판도를 현실과는 다른 선택으로 뒤바꾼 평행세계를 가정한 대체역사물적인 성격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조국인 일본을 현 시점 브리타니아의 식민지 에어리어 11로 전락시킨 작중 최악의 만악의 근원이자 매국노, 배신자였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악행이냐면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날고 기는 브리타니아의 황족과 귀족, 고위 관료와 장교들은 오만함과 잔혹함을 디폴트로 지니고 있고, 세뇌교육을 제대로 받은 니나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조차 선민의식과 차별의식이 하늘을 찌르지만, 적어도 단 한 명도 자기 나라를 배신하고 타국에 국가의 주권과 이권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절대 저지르지 않았다. 작중 비중이 눈에 띄게 큰 네임드 주연 캐릭터들 중에서도 멀쩡한 의지로 매국 행위를 저지른 건 스자쿠가 유일. 특히 명분론이나 진영논리와 상관 없이 배신자거짓말쟁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브리타니아 황제 샤를과 그의 총애를 입은 최측근인 비스마르크 발트슈타인, 그리고 나이트 오브 라운즈최흉 최악의 쓰레기이자 사이코패스 루키아노 브래들리조차 출세를 위해 제로와 흑의 기사단의 신병까지 적국에 팔아치우고, '학살황녀'인 유페미아의 기사를 자처하는 스자쿠를 절대로 좋게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냥 믿을 수 없는 위험분자 그 이상 그 이하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들도 세계사에 길이 남을 작품 속 최악의 악인이자 전쟁범죄자, 테러리스트임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조국에게 일관된 충성과 소속감을 보일 정도로 배신자를 꺼리기 때문. 스자쿠가 전장에 나가 활약을 할 때마다 상층부는 그에 합당한 지위와 부를 수여했지만, 결국에는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얼마든지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리는 꼭두각시로 취급했다.

이 존속살해 사건의 경위조차도 어처구니가 없는 게, 브리타니아의 침략 전쟁에 대해 철저항전을 주장하는 아버지를 진검을 들고 협박해서 전쟁을 끝내려고 하다가 손이 미끄러져 과실치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단 철저항전을 주장하는 지도자만 설득하면 평화가 올 거라는 생각부터가 정치적으로 근시안적인 발상인데다가, 친아버지를 상대로 아들이 진검을 들었다는 것 자체도 명백한 패륜이고, 그 결과 국가 전체가 전시 중에 국가지도자를 잃고 대혼란에 빠져 실질적으로 모국이 식민지가 되는 데에 크게 공헌했다. 초창기 흑의 기사단의 행보에 대해 '테러라는 올바르지 못 한 수단을 쓰는 주제에 정의의 사도를 자칭하는 파렴치한 무리'라고 비판하더니 정작 본인이 흑의 기사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파렴치한 인간이었던 것. 기어스에 대해 알고 나서 를르슈를 몰아 붙일 때에도 '그림자 속에 숨어서 책임은 남에게 뒤집어 씌우다니 오만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놈'이라고 비판하는데 이 말도 '그림자 속에서'를 '남의 권위 뒤에 숨어서'로 치환시켜 버리면 딱 본인 이야기다.
이 자살 희망자 같으니.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구하고 싶은 건 자기 마음이잖아.
희생되어 죽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매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네 선의는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야. 벌을 받고 싶을 뿐인 어리광쟁이 놈!
마오[9]

이 존속살해 사건이 가져온 최악의 결말 때문에 아버지와 조국을 파멸시킨 자신의 죄업을 청산할 길조차 사라진 스자쿠는 논리적 일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강박적인 수준으로 '잘못된 과정과 방법으로 얻은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신조와 '선역'이 되는 것에 집착한다.[10] 일상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들며 그 과정에서 벌이는 수많은 모순과 과오를 '선을 행하기 위한 대가'로 간주하며 납득해 버린다. 심지어 이 대가에는 자신의 목숨과 인간성마저도 포함되어 있어서 '좋은 사람'인 채 죽는 걸 두려워 하긴커녕 오히려 반기기까지 하고 자신을 '좋은 사람'이게 해주는 공무집행에 있어선 인간성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자비한 냉혈한이 되어 버린다.

예를 들면 를르슈는 우정 때문에 온갖 위험을 다 감수하고 스자쿠를 몇 번이고 구했을 뿐 아니라 회유하려고 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 정작 스자쿠는 를르슈가 제로라는 걸 알고는 아무 망설임 없이 황제에게 팔아넘겨 자신의 출세에 이용했고[11] 를르슈가 제로로서 복귀한 듯한 낌새를 감지하자마자 새로운 총독과 전화 연결을 해주겠다고 하며 나나리 람페르지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반응을 확인하는 등 친구 뿐만 아니라 친구가 끔찍히 여기는 여동생마저 이용한다. 이후엔 셜리 페넷의 죽음을 알고는 정황을 따져 보지도 않고 를르슈가 죽였을 거라고 단정짓더니 포로로 잡혀 있는 코우즈키 카렌에게 마약류인 리플레인을 써서 를르슈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무책임하게 마구 휘두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명예에 대한 집착이 광기 어린 강박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데 정작 그 명예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게 모국을 식민지배 중인 브리타니아 밖에 없다 보니 역설적으로 모국을 패망으로 이끈 죄를 속죄하기 위해 침략국의 철저한 개가 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렇다 보니 스자쿠라는 캐릭터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제삼자가 봐도 자신의 명예욕과 출세욕을 정의감으로 포장시킨 역겨운 속물형 악인이자 위선자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악역이 되는 걸 참지 못 해서 손익 계산이나 명분, 필요성을 다 떠나 자기가 악역이 될 것 같은 선택은 얼마나 말이 안 되더라도 무조건 피하고 본다. 작품 초반부에 클로비스 시해범으로 몰려 죽을 위기에서 제로가 구해줬을 때도 제로의 스카우트 제안[12]을 걷어차고는 군법재판소에 제 발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13] 를르슈는 친구의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에 질려서 '살아라!'라는 기어스를 걸기도 했지만 이 기어스가 계기가 되어서 추후 스자쿠는 도쿄 조계 한복판에서 프레이야를 쏜 희대의 대량살인마가 되어 버렸고 유페미아 사건 다음 가는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멘붕을 겪는다. 그만큼 스자쿠에게 있어 '악역'이 되는 건 그 어떤 논리나 이해득실도 초월해서 피해야 하는 일이고 '선역'이 되는 건 인간성이고 뭐고 전부 다 버려야 할만큼 압도적인 가치를 가진 지상 목표나 다름 없다. 이렇듯 실질적인 선행보다 선역이라는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하다 보니 작중에서는 를르슈와 나나리, 카구야, 코넬리아, 카렌, 지노를 비롯해 스자쿠와 친분이 닿은 인물들은 유페미아와 로이드, 세실과 같은 극소수의 예외[14][15]를 빼곤 하나 같이 스자쿠에 대해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갈수록 스자쿠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다 못해 결국 정나미가 떨어지고 손절치는 양상[16]을 보인다. 이는 비단 개개인 차원에서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1기에선 나름 온건파 일본인들의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독재자의 앞잡이로 찍혀 버려 공적 영역에서의 위상이 수직 추락하였다.

2.2. 인지부조화

사람은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상황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며 그만큼 판단의 적절성은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스자쿠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 없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역'이 될 수 있는지, '악역'이 되는 걸 피할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니 작중 내내 적절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행동을 반복해서 작품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뜻을 점차 관철시켜가고 성장해가는 를르슈와는 달리 자가당착에 빠져 작품이 끝나가도록 자신의 방향성조차 확립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스자쿠의 신조라고 할 수 있는 '정당하지 못 한 방법으로 얻은 결과는 무의미하다'는 사상부터가 스자쿠의 행보와 모순된다. 사상 자체는 준법 의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시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적인 사상이지만 스자쿠는 그런 일반 시민이 아니라 무려 패권 국가의 군인으로 복무 중인 피지배 국가 지도자의 아들이다. 이미 출신 성분부터가 결코 일반 시민일 수 없는 스자쿠가 신조로 삼기에는 너무나 소시민스럽다. 스자쿠 본인의 의사는 둘째치고 스자쿠의 출신 성분을 고려하면 이 같이 안일한 사상을 신조로 삼는 시점에서 국가지도층으로서의 직무유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스자쿠는 한 술 더 떠서 이 사상을 자신의 식민지배 협조 행보를 정당화하는데에 사용하고 있다. 신생 테러리스트 조직인 '흑의 기사단'을 비판하는 건 그렇다쳐도 구 일본군 출신의 저항운동가들의 행보를 전 일본 수상의 아들인 스자쿠가 '악행'이라고 비판하며 '정의'를 내걸고 브리타니아 군의 개가 되어 저항운동가들을 진압하는 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매국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겉으로라도 '정의'를 내거는 스자쿠가 충성을 바치고 있는 브리타니아는 전세계적인 규모로 침략과 민간인 학살, 식민지배를 반복하고 있는 국제적인 악의 축이나 다름 없다. 그런 세력에게 충성을 바치는 입장인 스자쿠가 정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짓이다.[17]
쿠루루기가 만들려는 생활은 평화로운 노예의 생활이잖아!
1기 21화의 엑스트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브리타니아 내부에서부터 일본인들의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목표 또한 말만 들으면 선량한 청년의 선의에 찬 결의로 보이지만 브리타니아가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점, 그리고 브리타니아 황제가 철저하게 약육강식을 국정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제 내부에서부터 피지배민들의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건 반역이라도 저질러 샤를 지 브리타니아를 왕좌에서 끌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18] 반역을 저지른다는 건 스자쿠 기준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수단'을 취하는 셈이 되니 결국 스자쿠의 목표는 단순히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망상에 불과하다. 또한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막강한 지위를 손에 넣었음에도 카랄레스 총독의 폭정 아래에서 신음하는 일본을 그저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겉으로라도 모국인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겠다고 공언하던 인물이 정작 높은 지위에 오른 뒤에는 입을 싹 닦고 상류층의 삶을 영위하는데에만 열중하는 모순을 보인 것. 이후 총독으로 임명된 나나리 람페르지와 함께 돌아온 뒤에도 공무에만 열중하지 정작 일본인들의 처우에 대해선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개인적인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브리타니아 역사상 유일무이한 넘버즈 출신의 나이트 오브 라운즈라는 지위를 이용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명예 브리타니아인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아랫사람들로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었음에도 스자쿠는 그저 자기 자신의 비극과 개인의 행복 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명예 브리타니아인들의 처우에 관해선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철저히 눈을 돌린다. 결국 스자쿠가 내건 목표는 그저 자신의 출세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덕적 명분에 불과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

2기에 들어와서는 '자신이 나이트 오브 원이 되어서 일본의 통치권을 얻어내겠다'는 계획을 입에 담지만, 이 또한 어불성설인 게, 나이트 오브 원은 황제의 최측근이며 그만큼 브리타니아 내부에서 단순한 무력을 넘어 황제에게 가장 큰 신뢰를 받는 기사만이 얻을 수 있는 지위인데 스자쿠는 그간의 오락가락하는 정치적 입장 때문에 브리타니아 내부에서 이미 신뢰할 수 없는 배신의 기사라고 낙인 찍힌 입장이다.[19] 정말 나이트 오브 원이 되고 싶었다면 도중부터라도 명백하게 브리타니아 편이라는 걸 일관되게 어필했어야 하는데 2기에서마저도 스자쿠는 브리타니아에게도, 일본에게도 악역이 되기 싫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걸 철저하리만치 기피한다. 위정자 입장에서 이런 회색 분자를 최측근으로 삼을 리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스자쿠의 이런 계획은 그저 듣기 좋은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스자쿠의 이런 인지부조화로 점철된 모습은 작품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뭐 하나 분명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끝나게 되었다. 인생 계획 자체에 확실한 체계나 이론이 잡혀있지 않았으니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성과가 안 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작품 초반부터 인생 계획의 확실한 이론과 체계를 잡고 그 이론과 체계에 필요한 조건들을 하나 하나 일관성있게 만족시키는 데다가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며 성장해가는 를르슈와는 정반대의 케이스. 오히려 제로 레퀴엠 뒤로는 전세계적으로 '독재자의 개'로 찍혀 버려서 초기의 목표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내게 되었다.[20]

2.3. 근본적인 원인

스자쿠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이렇게까지 뒤틀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를 본의 아니게 시해하게 된 사건[21]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스자쿠 본인의 치명적이리만치 결여된 처참한 현실 감각과 상황 판단, 그리고 밑바닥 너머를 뚫어버리는 빵점짜리 처세술과 연기력, 사리분별력, 이미지 관리 능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자쿠는 문제가 많은 배배 꼬인 성격이었다. 일본과 브리타니아의 전쟁 전의 유년기 시점을 다룬 영상 특전 1화에서부터 스자쿠는 처음 만난 를르슈를 상대로 단지 브리타니아의 황자니까 성격도 더럽고 오만할 거라고 단정짓고는[22][23] "침략자"라고 폭언하는 무례한 언사를 내뱉는다. 이에 를르슈가 "일본도 다른 나라를 경제적으로 침략하고 있다"며 냉철하게 사실만을 말하며 반박하자 본인도 반박하려는 시도는커녕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다짜고짜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무력으로 압박하는 폭력적이고 찌질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놓고 자신의 무례한 언행을 인정하거나 를르슈에게 미안하다고 깔끔하게 사과하는 일도 없이 그저 자리를 피해 버렸다.

이처럼 스자쿠는 어려서부터 정치 및 외교적 사안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기본적인 판단 능력과 사리분별력이 심각히 떨어지는 극단적으로 무분별한 모습을 보인다. 를르슈와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린 를르슈가 앞으로 지내게 될 쿠루루기 신사의 노후화된 시설에 할 말을 잃었음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 나나리를 배려해 최대한 신사의 내부를 미화해서 설명하고 있을 때 끼어들고는 를르슈를 향해 " 역시 거짓말쟁이잖아!"하고 도발하며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놀란 나나리가 오빠를 때리지 말라며 애원하자 그제서야 나나리가 눈이 보이지 않으며 를르슈의 행동이 동생을 배려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곤 어정쩡한 사과 한 마디 한 뒤 도주해 버린다. 그리고 이런 식의 폭력을 섣불리 휘두르는 몰지각한 행동은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물론이고 인생이 꼬이게 된 최악의 흑역사인 아버지 쿠루루기 겐부 시해 사건부터 카렌을 심문한답시고 리플레인 마약을 주사하는 엄청난 트롤짓을 칠 뻔한 사건을 비롯해 본편 종료 시점까지도 무수히 반복된다. 즉, 쿠루루기 겐부 시해 사건 이후로 스자쿠라는 인물의 자기합리화가 극단으로 치닫긴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스자쿠는 생각 없이 자기 편할 대로 상황을 해석해 일을 무책임하게 악화시키곤 뒤늦은 변명을 갖다붙이는 일이 잦았고 스스로도 그걸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작중 최악의 발암 캐릭터 내지는 비호감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일은 없었겠지만 하필 출연한 작품이 정치물인데다가 뛰어난 정무 감각과 우수한 전략적 안목을 갖춘 를르슈를 꾸준히 견제해야 하는 더블 주인공 포지션을 맡은 게 화근이었다.[24] 를르슈가 작중 꾸준히 언급하는 대로 전술만으로는 전략을 이길 수가 없다. 쉽게 말해 전술이 상황에 대처한다면 전략은 상황을 통제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를르슈의 세력이 약소했던 1기 때야 뛰어난 무력으로 깽판을 치며 를르슈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를르슈의 지상 목표가 브리타니아의 멸망인 이상 를르슈의 세력은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국제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 2기에 이르러선 사실상 더이상 더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를르슈를 상대로 무력하기 짝이 없어지며 R2의 중간보스 역할을 샤를 지 브리타니아 마리안느 비 브리타니아, 를르슈의 진정한 아치에너미이자 숙적의 역할은 슈나이젤 엘 브리타니아, 최종 보스의 역할을 나나리 비 브리타니아에게 넘기게 된다. 작중 배정된 역할이 더블 주인공이라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는 받게 되고 작중 전개에 계속해서 간섭을 하게 되긴 하는데 정작 인물 자체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그에 따라주질 못 하니 스자쿠라는 인물은 갈수록 '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주제 넘게 나서지 않으면 더블 주인공 구실을 할 수 없는 괴기하고 애매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이렇다 보니 스자쿠는 작중 내내 본인이 직접 를르슈를 견제하는 위치에 오르는 게 아니라 이미 를르슈를 견제해야 하는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춘 유페미아나 나나리, 슈나이젤의 밑에 들어가는 식으로 계속해서 를르슈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이는 작중 배경 상 전 일본 수상의 아들이 브리타니아의 수뇌부의 개가 되는 꼴이므로 매국노 이미지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25] 정치물의 더블 주인공이 모자란 정무 감각에도 불구하고 더블 주인공 자리를 지키려고 발버둥을 쳐대니 비호감 요소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꼴이다. 결국 2기 중반부터는 제작진도 한계가 왔는지 를르슈의 맞수 역할은 슈나이젤이 가져가고 스자쿠는 그저 '강력한 적장 캐릭 A'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1기에선 랜슬롯과 스자쿠가 나타나기만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를 갈았던 를르슈가 R2에선 '지금은 너 따위한테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무시해 버리는 식의 태도 변화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메카물이라 규모가 축소되어 보일 뿐 2기의 흑의 기사단은 100만명 규모의 어지간한 국가상비군급 무장집단이고 초합집국 건국 후엔 초합집국 회원국들의 상비군마저 전부 흡수해 규모가 몇 십배나 뻥튀기 되었는데, 그런 무장집단의 지도자인 를르슈와 아무리 뛰어난 무력을 갖췄다 한들 지도력이 전무한 일개 병사 따위인 스자쿠가 더블 주인공으로 묶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26] 를르슈의 친위대 대장이자 흑의 기사단 에이스 파일럿인 코우즈키 카렌에게 발이 묶이는 시점에서 최악의 정무 감각을 가진 스자쿠의 역할은 일개 병사 그 이상이 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자쿠가 충성을 바친 브리타니아는 자국민 외의 나라 사람은 철저하게 착취 대상으로 보는데다가 자국민마저도 체제를 위한 소모품으로 취급[27][28]하는 악랄한 통치 방식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 나라다. 이런 국가에게 충성을 바치면서 정의를 울부짓을 거라면 더더욱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수완과 예민한 정무 감각이 필수인데 스자쿠는 그저 모든 걸 막연하게 '착하게 살면 언젠가 다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처리하다 보니 지위는 올라가도 정치적인 입지는 나아지는 기미가 없이 시종일관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걸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스자쿠가 본의 아니게 저지르고만 프레이야 발사의 책임을 덮어주려던 슈나이젤에게 오히려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이다. 당시 슈나이젤은 프레이야 발사의 책임을 기어스에 걸려 브리타니아 군과 교전하다가 폭발에 휘말려 죽었다고 여겨진 길버트 G.P. 길포드 경에게 뒤집어 씌워 길포드 경과 스자쿠의 명예를 둘 다 챙겨줄 생각이었는데 이걸 당사자인 스자쿠가 정면에서 '그건 제 공적입니다'라고 반박하며 슈나이젤의 발언을 뒤집어 버린 것. 일단 일본인과 브리타니아인을 전부 싸잡아서 학살해 버린 프레이야 투하가 '공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정치적인 오판인데다가 어찌 되었든 스자쿠를 정치적으로 보호해주려던 슈나이젤의 조치를 스자쿠 본인이 뒤엎은 격이므로 그나마 있는 정치적 아군을 상대로도 배신을 때려버리는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오죽하면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지노 바인베르그마저 평소의 웃음기를 싹 빼고 스자쿠를 제지했다. 더블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스자쿠는 작품 내적으로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에 정의를 추구하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

게다가 스자쿠는 사실 이런 어정쩡한 생활을 끝내고 업보를 청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당장 친우인 를르슈가 작중 몇 번이고 내부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흑의 기사단에 가입할 기회를 준 적이 있으며,[29]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가 총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스자쿠의 재주를 아까워 한 코넬리아나 안드레아스 달튼이 직접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스자쿠가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배려해주기도 했다.[30] 심지어 를르슈를 팔아넘기고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된 뒤에는 황제 직속의 기사가 되어서 마음만 먹으면 에리어 11의 통치에도 개입해 얼마든지 일본인들 사이에서의 악평을 해소하고 지지자들을 늘려나갈 수도 있었다.[31] 하지만 스자쿠는 이 모든 기회를 기회라고 인지조차 못 하고 작중 내내 어물쩡한 태도를 취하며 끝까지 그 누구에게도 인정도, 신뢰도, 지지도 못 받는 주제에 입으로만 정의를 떠들고 피해망상 내로남불, 적반하장 이율배반, 그리고 자기합리화로 똘똘 뭉친 극단적이다 못해 가증스러운 위선자에 머물렀다.[32] 이 때문에 1기에서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평판이 안 좋아도 그저 욕만 얻어먹고 마는 정도였지만 2기 들어와서는 스자쿠를 노리고 대낮에 청사에 잠입해 암살을 시도하는 일본인 자객이 생길 정도로 평판이 그야말로 최악에 치달았다.[33] 물론, 앞서 말했듯 이것도 전혀 억울해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제공해준 속죄의 기회와 더 나은 선택지들을 스스로 헌신짝 내다버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거부한 본인의 탓이니 철저한 자업자득, 인과응보에 지나지 않는다.

3. 결말

스자쿠의 이런 치명적인 수준의 정무 감각은 결국 그가 평생을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로 귀결되었다.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으로 그간 저지른 온갖 매국, 배신 행위와 프레이야 학살, 악의 황제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독재 적극 동조 등의 행위 덕에 스자쿠는 행여 생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신변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설사 를르슈 사후 제로로서 활동했다는 게 알려진다 하더라도 제로라는 이름이 스자쿠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다. 되려 "존재 자체가 제로에 대한 모욕"이며 인간 쓰레기인 주제에 감히 위대하신 제로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갖고 놀았다고 엄청나게 욕먹어도 할 말이 없다.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 하에 셀 수 없이 잔인하고 끔찍한 악행과 변절, 전쟁범죄를 저지른 데다 제2차 도쿄 대전에서 프레이야를 발사해 3,500만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을 흔적도 없이 학살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학살자이기 때문이다.[34] 제로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특정한 개인을 가리키는 이명이 아니라 '가면의 영웅', '절대선'의 상징인 하나의 캐릭터라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로 신상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외려 현재의 제로가 스자쿠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의 후폭풍 역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텐데 역사상 최악의 위선자이자 쓰레기인 스자쿠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는 분노와 불쾌감, 배신감에 휩싸여 여론이 폭발할 것이다. 국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건 둘째치고 제로에 대한 현 인류의 절대적 지지와 갈망으로 간신히 이뤄낸 세계적 안정과 평화는 서서히 붕괴되고 세상은 또 한번의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여지가 크다.

항상 속죄에 걸맞은 자기만족적인 죽음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던 스자쿠는 결국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죽이고 '제로'가 되면서 서사를 끝맺었다. 결국 그 대가로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모두 잃어버리고 늙어서 노환으로 자연사할 때까지 속죄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죽음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가혹한 형벌을 되돌려받은 셈이다.[35] 를르슈의 말마따나 말 그대로의 끔찍한 벌이다. 또한 를르슈는 그나마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행복에는 큰 기여를 했고 본인의 진의를 알아채고 남몰래 감사하는 이들도 적게나마 있는 것에 비해, 스자쿠는 말 그대로 본인에게 감사하거나 애정을 품은 사람이라고는 단 한 사람도 곁에 있지 않고[36]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결말을 맞게 되었다.

정계에서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름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고, 역사서에도 재평가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로 이름이 올라갈 건 당연지사다. 심지어 를르슈가 걸어놓은 기아스 때문에 죽음조차 뜻대로 결정할 수도 없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쓰레기가 되었는지를 두 눈 뜨고 보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자연사를 하염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결국 마지막 화에 와서야 악행들에 대한 제대로 된 업보와 죗값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음으로써 일관성도 없고 파란만장하기 짝이 없었던 서사에 종지부를 찍은 것. 초반부터 쉴새없이 어그로를 끌 대로 끌어버린 이상 인기와 호감을 회복하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지 오래지만, 적어도 마지막까지 자기합리화로 일관된 태도를 보일 바에야 깔끔한 인정과 함께 죽음보다 더한 대가를 치르는 게 최선인 셈. 덕분에 R2 최종화까지 폭발해버린 안티 비호감스러운 이미지도 어느 정도 덜고 아주 약간의 호감 동정의 여론을 얻어냈다.[37]

스자쿠와 다른 방향으로 죽음을 원했던 제로의 또 다른 호적수 슈나이젤이 남은 평생을 제로의 노예로 살아가는 굴욕적인 결말을 맞이했듯이, 누구보다 제로를 증오하며 죽이려 들었던 본인 역시 를르슈에 이은 2대 제로로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다. 겉으로만 봤을 때는 이상적이고 위대한 영웅의 표상이자 상징으로 거듭난 거창한 기회를 누린 것처럼 보이지만, 깊게 파고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가면이 벗겨지면 제로 레퀴엠이 허투루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벌벌 떨어야 하는 괴로운 삶이다. 뿐만 아니라 절대선이라는 이름을 차지한 이상 단 한순간도 편히 쉬지 못하고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만인의 기대와 절대적 정의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야 하므로 업무상의 스트레스도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총집편 결말인 부활의 를르슈에 이르러 C.C.에 의해 원치 않게 부활하고 불로불사가 된 를르슈 역시 스자쿠와 한 치 다를 바 없이 생전에 '폭군 황제'로서 저지른 악행들 때문에 '를르슈 람페르지',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이름을 버리고 'L.L.'라는 새로운 이름 하에 앞으로는 절대로 대외적인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숨어살아야 하는 위치로 파란만장한 서사를 끝맺었다. 영원의 시간 동안 연인 C.C.와 함께 살다가 소중한 사람들인 스자쿠와 카렌, 흑의 기사단이 죽고 그들의 시대가 한참 지나고 나서 제로 레퀴엠으로 간신히 이룩해낸 평화가 깨지고 세계가 또다시 전란의 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직관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었다. 서로에게 있어 끈질긴 악연으로 점철된 친구이자 숙적, 공범이었던 를르슈와 스자쿠는 이렇게 둘 다 자신들이 저지른 잔학한 악행으로 자신들의 '진짜 이름'이 작중 세계관에 '절대악의 상징'으로 낙인이 찍혀 '진짜 이름'으로 살아갈 수도, 속죄할 수도 없게 된 것도 모자라 그토록 바라던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가장 거리가 먼 불행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공통된 결말에 이르게 되었다.

그나마 스자쿠는 불로불사가 아닌 평범한 필멸자라 언젠가 때가 되면 늙어죽을 수 있지만, 를르슈는 아예 인간이라는 한도 범위를 벗어나 죽음이 허용되지 않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고통의 삶을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더 비참하고 괴로운 셈이다. 그래도 관점에 따라서는 스자쿠 쪽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를르슈는 정실 충신, 가족, 친구[38]들은 챙기며 어느 정도 고독을 달랠 보험 수단을 남겨뒀지만, 스자쿠는 죽을 때까지 사랑 받지 못하고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는 신세이기 때문.

물론, 스자쿠 개인의 입장에서는 비참한 결말이 아니라 나름 만족스런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제로의 서사 자체가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의 폭정에 맞서 흑의 기사단을 창설하고 끝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황제를 죽여 세계를 구한 영웅'인데 형식적인 죽음을 통해서야 겨우 그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 C의 세계에서의 일로 초대 제로인 를르슈와 화해하면서 제로에 대한 증오심 역시 청산한 이상 제로가 되는 일에 대한 한 치 거부감도 없을 테니. 본래의 자신을 죽임으로써 그 이름대로 속죄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으니, 본래의 자신을 숨긴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선행을 할 수 있는 대영웅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 본인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말일 것이다.

4. 기타


[1] 본 항목은 극장판이 아닌 TVA 버전 스자쿠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두 버전 간의 차이점은 문단 내용을 참조 바란다. [2] 코드 기아스: 반역의 를르슈 1기 19화에서 카미네 섬에서의 카렌의 명대사. 스자쿠의 자가당착적인 가치관과 행적을 대놓고 직설적으로 깠다. 비판이랍시고 소극적인 어투로 카렌의 해결 방식에는 미래가 없다는 식으로 제로와 손을 잡아 브리타니아의 폭압적인 독재와 지배 정책에 맞서싸워 일본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은근슬쩍 몰아가자, 잠자코 조국을 배신한 매국노를 향한 경멸과 분노를 퍼부으며 앞뒤가 안 맞는 스자쿠의 모순성을 맹렬하게 비판한 셈. 아래의 카구야의 대사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정의로 포장하나 실상은 조국을 배신하고 브리타니아의 악랄한 국정 기조에 맹목적인 개처럼 복종하고 식민지인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비굴한 앞잡이인 스자쿠의 참모습을 가장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렌의 반박과 결의를 들은 스자쿠는 아무 반박도 못하고 결국 아버지는 세간에 알려진 대로 비겁하게 자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살해당했다는 진실을 실토한다. [3] 이 대사는 TVA판이 아닌 코드기아스 극장판 시리즈에서 나온 대사이다. TVA와의 연출 방식의 차이만 빼면 스자쿠의 위선적인 매국노 행적을 짤막하게 요약한 대사인 건 변함없다. TV판에서는 카구야 쪽이 먼저 흑의 기사단과 사전 협의하고 를르슈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기아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독단으로 감금시키는 외교적 실책을 범하고 그 대가로 황제 를르슈의 정당한 보복을 당해서 아무 반박과 항의도 못한 채 얌전히 굴욕적으로 당하는 모습으로 나오지만, 극장판에서는 반대로 바뀌었다. 정반대로 를르슈와 스자쿠 쪽이 먼저 카구야와 흑의 기사단에게 냅다 선제공격을 가하여 카구야와 흑의 기사단에게 정당성을 실어줬다. 그에 따라 카구야는 일방적으로 당한 순수한 피해자 포지션이 되면서 반응과 느낌도 판이하게 달라졌는데, 를르슈를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되려 를르슈의 명령에 따라 랜슬롯 알비온을 이끌고 회의장을 습격한 테러리스트인 스자쿠에게 공격당하고 정당하고 순수한 증오와 분노 섞인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곤 "매국노"라고 팩트폭격을 가한다. [4] 그래도 오우기 카나메 정도는 아니다. 이쪽은 아예 스자쿠를 제치고 코드 기아스에 출연한 모든 여성 성우진이 가장 싫어하는 남성 캐릭터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이를 증언한 성우도 오우기의 아내인 비렛타 누의 성우인 와타나베 아케노라는 것이 코미디라면 코미디이며, 등장인물들 중 브리타니아의 빌런들마저 제치고 최초로 비판 문서가 작성된 캐릭터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아내 안쪽에 있는 사람에게도 실컷 미움받는 오우기 [5] 심지어 스자쿠의 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이 를르슈와 코우즈키 카렌을 비롯해 코드 기아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손꼽히는 인기와 호감도를 누리는 호감캐들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대다수의 창작물에서는 남녀노소나 일반적 선악 구분을 초월해 확실한 인기와 매력도를 적립하지 못한 어중간하고 애매한 캐릭터성을 지닌 캐릭터는 한 컷 나오기만 해도 위화감과 불편감을 자아내기 쉽다. 서사와 능력, 매력도 가뜩이나 애매한데 팬덤을 충분히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불리한 상황에서 인기 캐릭터를 해하거나 죽여버리면 아예 이유 불문하고 팬덤 모두의 공공의 적 내지는 민폐 캐릭터로 찍히다 못해 빨리 죽어버리라고 웬만한 악역들, 심지어 최종 보스마저 듣지 않는 증오와 혐오 섞인 저주와 욕을 왕창 얻어먹는 게 대부분이다. 당연히 기본적인 인기 순위 Top 10~20에도 들기는커녕 뒤에서 세는 게 더 빠를 정도. 전개를 넘기며 성장과 활약을 해도 완결 뒤에도 평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끝까지 비호감으로 남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6] 위선자+ 학살자+ 비호감+ 발암+ 찌질이+ 근육뇌+ 내로남불+ 욕받이+ 벽창호+ 앞잡이+ 패륜아+ 매국노+ 배신자+ 자기합리화+ 인간 쓰레기+ 민폐+ 폭력남. [7] 스자쿠의 비중이 대폭 높아진 방영 10주년 기념 극장판 시리즈에서는 자기합리화하는 언행들이 모두 삭제되고 전자에 맞게 를르슈와 정반대 노선을 택하여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소시민적인 악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정의라고 우기고 보는 위선적인 언행들을 대거 쳐냈는데, 이 정도만 했는데도 브리타니아의 체제에 충성하는 식민지 출신 군인이라는 캐릭터성이 모순 없이 부각 되어 를르슈에 대비되는 또 다른 악인이라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표현해 내었다. 따라서 내내 욕을 먹었던 본편과는 달리 극장판에서의 스자쿠는 꽤 호평 받았다. 그리고 실질적인 최종편인 부활의 를르슈에서는 개념을 되찾고 를르슈와 나나리를 위해 성심성의껏 싸워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완전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8] 실제 역사에서도 가공의 캐릭터인 스자쿠와 성경 유다 조선 을사오적 이상으로 부정한 배신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베네딕트 아놀드의 말로만 봐도 자기 아군과 진영을 배신한 자들은 결말이 웬만한 악당보다도 더 좋지 않으며 배신자의 낙인이 평생을 넘어 죽은 그 이후에도 따라붙게 된다. 베네딕트는 스자쿠처럼 본인의 안일하고 아둔한 현실 감각과 판단 미스로 인해 건국의 아버지들을 포함한 미국의 동지들을 배신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영국군은 베네딕트를 환영하기는커녕 비웃으며 [9] 마오는 를르슈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며 기아스로 인해 이 둘의 진상을 모두 알고 있으나 를르슈에 대해서는 스자쿠랑 달리 개인으로서의 능력 및 의지, 신념을 높게 평가한다. 애초에 마오가 를르슈를 적대한 이유는 사상의 대립이 아니다. 자신을 키우다 버리다시피 떠난 양어머니/누나 격인 존재이자 첫사랑인 C.C.의 옆자리와 그의 신변을 놓고 연적으로서 목숨을 건 결투를 펼친 것뿐이다. C.C.와 사적인 욕망 문제를 빼면 사상과 대의 면에서는 오히려 스자쿠가 아닌 를르슈를 더 지지하고 높이 평가한 반면 스자쿠에게는 그런 거 없이 사람을 구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자기만족대로 죽고 싶어 할 뿐인 한심하고 이기적인 어리광쟁이라고 가차없는 팩트폭력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즉, 마오는 자기 입장에서 보면 C.C.를 빼앗은 를르슈를 증오하긴 했지만 세계 1/3을 지배하는 전범국가 브리타니아의 부조리에 용감하게 대항하고자 하고 이상적 세계를 꿈꾸는 신념과 비전, 능력에 한해서는 진영과 국가를 초월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복잡한 애증 섞인 입체적 태도를 취했으나, 스자쿠에게는 좋은 의미로 관심과 애증은커녕 100% 순수한 혐오뿐이다. 실제로 두 사람에 대한 마오의 평가와 결론은 정확했으며 시청자들도 거기에 납득했다. 한 마디로 대상 개개인이 원수라고 해도 장점이건 단점이건 인정할 건 확실히 인정하는 냉철한 판단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 [10] '선한 사람'과는 다르다. 스자쿠가 원하는 건 선하다는 이미지이자 역할이지 실질적인 선행에는 관심이 없다. [11] 다만 이건 를르슈의 기아스 때문에 의도치 않게 유페미아가 일본인들을 학살하게 만들고 어쩔수없이 유페미아를 죽인일 때문에 유페미아가 사망했을뿐만 아니라 학살 황녀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기 때문에 원수 같은 관계가 되었음을 감안 해야 한다, 를르슈 또한 이에 해명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스자쿠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12] 이 제안을 받게 되면 스자쿠는 그 순간 '테러리스트'가 된다. [13] 작중 조명은 안 됐지만 이 선택은 어쨌든 위험을 감수해 가며 자신을 구해준 제로와 제로의 협력자들의 얼굴에 대놓고 침을 뱉는 짓이다. [14]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 나나리 람페르지, 를르슈 람페르지. 유페미아는 스자쿠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타계해 버려서 스자쿠의 자기합리화적인 면모를 제대로 겪어볼 시간조차 없었고, 나나리는 총독이 되고부터 서서히 스자쿠라는 인물에 대해 평가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를르슈의 개입으로 사이가 안정되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완전히 학을 떼긴 했으나 나나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제로 레퀴엠을 위해 스스로 스자쿠와의 사이를 수복시켰다. [15] 다만 유페미아를 통해 이런 스자쿠의 이러한 면모가 나아질 가능성도 있었다. 애시당초 유페미아는 그린 듯한 아름다운 공주님에 정말로 성품도 선량하고 상냥하고 식민지 일본인들도 차별없이 대해주는, 스자쿠의 눈에 비쳤을 때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람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공주님의 기사라는 건 그야말로 스자쿠가 바라 마지않던 선역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자쿠가 그렇게 바라던, 전쟁을 멈출 수 있고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아도 조국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메시아이자 구원자 격인 존재였다. 하지만 하필 그 유페미아가 를르슈의 기아스로 인해 누명을 쓰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기회를 잃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다만, 유페미아 문서의 평가 항목에도 나와있듯이 유페미아가 추진하던 행정특구 계획은 근본부터가 한계가 있는 계획이었다 보니 스자쿠는 결국 구원받지 못할 운명이었다. [16] 작중 눈에 띄는 괴짜들이라 스자쿠에 대한 호감이 처음부터 유독 높은 편이었던 로이드 아스프룬드 지노 바인베르그조차도 프레이아 발사 직후 스자쿠가 결과론으로 자기합리화에 빠지자 학을 뗐다. 특히 로이드 박사와 세실 크루미의 경우엔 스자쿠의 인생을 말 그대로 구원해준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자쿠에게 온갖 수모를 겪어 언제 스자쿠를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스자쿠의 곁에 남아 있어줬다. [17]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브리타니아 고위층 인사들은 누구 하나 자기 자신들을 보편 타당한 정의랍시고 대립하는 자들을 모조리 악으로 규정해 가며 멋대로 단죄하는 인물이 없다. 기껏 정의라는 말을 입에 담더라도 그저 학술적, 철학적 담론의 일환 정도로 삼거나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수사로 사용할 뿐이지 스자쿠처럼 '내가 정의이니 나와 대립하는 넌 단죄 당해 마땅한 악이다'는 식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자기정당화 논리로 쓰지 않는다. [18] 같은 이유로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에게 지적 받은 바가 있다. 무려 황녀인 유페미아마저도 넘버즈의 처우를 향상시키는 건 국정기조를 뒤엎는 짓이라 불가능하다고 지적 받는 판국인데 고작 넘버즈 출신의 군인인 스자쿠가 백날 전장에서 활약해 봤자 가능할 턱이 없다. [19] 물론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안드레아스 달튼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처럼 스자쿠의 재주를 아까워 하던 무관 출신의 수뇌부 인사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스자쿠에게 브리타니아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해방전선 섬멸 작전에 참가시키거나 토도 쿄시로의 사형 집행인으로 임명하는 식. 하지만 수뇌부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게 배려인 줄조차 눈치채지 못 하고 임무 중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 되려 더 주변으로부터 의심만 샀다. 정무 감각이 결코 뛰어난 편이 아닌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조차 스자쿠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활약에 비해 도통 나아지지 않는 스자쿠의 입지를 인지하고는 스자쿠에게 충성심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을 명했다. 스자쿠의 상황 판단력이 뛰어난 무력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 [20] 그래도 그나마 이것이 친구인 를르슈가 있는 힘껏 스자쿠의 인생을 어떻게든 개입해서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다. 이제 더이상 스자쿠라는 정체를 드러낼 수 없고 죽을 때까지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스자쿠 본인은 그가 그렇게 바라던 선역으로 돌아오긴 했으니까. 그리고 스자쿠는 자기가 선역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는 인물이다. [21] 외전 코믹스판 작품인 코드 기아스 나이트메어 오브 나나리에선 스자쿠가 겐부를 죽인 게 아니게 되었는데 그 결과 대단히 올곧은 인물로 성장해 원작 팬들을 경악시켰다. 또한 대체적으로 이런 외전 작품들에서는 스자쿠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 없더라도 쿠루루기 겐부가 사생활적으로 막장이었더라는 설정이 붙어서 스자쿠의 트라우마가 본편 애니메이션보다는 적게 묘사된다는 특징이 있다. [22] 심지어 를르슈와 나나리는 어머니 마리안느가 V.V.에게 암살당하고 한순간에 아버지에 의해 버림 받은 황자와 황녀/장애인으로 전락하고 생면부지의 일본에서는 정치외교적 인질이자 볼모로서 감시당하는 비참한 신세라 누굴 하대하고 차별할 여유도 없이 자신들의 생사를 고민하기에 바쁜 거지이자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신분을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두 남매는 본능에 가까운 브리타니아 황족의 선민사상에 따라 일본인들을 먼저 차별하는 언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일레븐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본 쪽이 아직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를르슈와 나나리를 멋대로 경계하고 푸대접했다. 쿠루루기 겐부는 를르슈와 나나리에게 평범한 별장은커녕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노후화된 집을 새로운 보금자리랍시고 제공해줬고, 스자쿠는 친구로 발전하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첫 만남부터 가만히 있던 를르슈를 도둑이라고 멋대로 비하하고는 물리적 폭력까지 행사했다. 심지어 극장판까지 가면 몸이 허약함에도 나나리를 힘들게 업고 계단에 오르는 를르슈를 경호원들을 시켜서 도와주지도 않고 그저 알아서 올라오라는 듯이 두 사람을 싸늘하게 노려보기만 한다. 를르슈가 브리타니아를 향한 증오와 별개로 일본 자체에게 별다른 애정을 보이지 않고 한낱 장기말 취급하는 이유는 본인이 적국의 황자임이 들켜서는 안 된다는 사정도 있지만 겐부와 그 측근들로부터 아이로서의 보호도 못 받고 불신 섞인 감시와 푸대접을 당한 상처도 큰 듯. 쿠루루기 겐부의 대우는 애쉬포드 가문과 상당히 대비된다. 애쉬포드 가문은 필요가 없어지면 를르슈와 나나리를 제거하려고는 했지만 적어도 학원에 다니면서 학생으로서의 윤택하고 부유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것과 대비된다. 둘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미레이 애쉬포드도 를르슈와 나나리가 황족이건 아니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학생회장이자 누나언니로서 허물없이 보살펴줬다. [23] 겐부가 악한으로 등장하는 코드 기아스 반공의 스자쿠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지만 겐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중년의 기혼자임에도 본인이 직접 어린 소녀인 나나리와의 결혼을 계획하는 등(...) 페도필리아가 의심될 면모는 물론 수틀리면 어린 아이마저 정략결혼의 도구로 취급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는 중년인 오듀세우스 우 브리타니아와 어린 소녀인 장 리화의 결혼을 추진한 슈나이젤과 별 다를 게 없는 짓이다. 어찌 되었든 어른들의 정치적 계산에 어린 애들을 단지 적국의 황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거침없이 이용해먹는 건 어떻게 봐도 아동 학대이다. [24] 메카는 겉절이고 정치가 중심인 작품에 출연한 게 문제지 사실 강력한 메카에 탑승해 뛰어난 무력으로 전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병사라는 스자쿠의 캐릭터성은 메카물이라면 오히려 주인공이 아닐 수가 없을 만큼 굉장히 흔한 주인공의 특징이다. 되려 무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데 정무 감각과 전략적 안목으로 활약하는 를르슈가 장르 자체를 기준으로 볼 때 예외 중의 예외다. [25] 한국에서 스자쿠의 방영 당시 별명은 스완용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익을 위해 매국을 한 게 아니니 스자쿠의 행보는 이완용이 아니라 '일본에 충실히 봉사하면 조선인이라도 일본인과 동등한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일본에 충성한 홍사익에 가깝다. 하지만 홍사익은 최소한 군사 지도자로서 유능했던 데다가 부하들을 매우 아끼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들지 않았기에 지도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주변 인물들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해먹으며, 자기합리화의 극치를 달리는 스자쿠를 비교하는 건 되려 홍사익에게 실례라고 볼 수 있다. [26] 제2차 세계 대전에 비유하자면 를르슈는 연합국 최고 사령관인 반면 스자쿠는 추축국이 정의라고 큰소리로 실컷 떠들어대는 추축국의 장교이자 병사 나부랭이라고 할 수 있다. 를르슈가 했던 말인 전술만으로는 전략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이런 의미였다. [27]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도 뒤로는 자국민을 탄압하는 통치를 벌이긴 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걸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브리타니아는 코넬리아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인질로 잡힌 자국민들을 몰살하는 행동을 벌여도 그저 '약하니까 도태된 것'이라며 자국민들을 더욱 채찍질하는 선전도구로 삼을만큼 자국민을 탄압하는 걸 공공연히 드러낼만큼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이라도 지도자가 이런 짓을 벌이면 당장 어마어마한 비난에 직면하게 됐을 것이다. [28] 브리타니아의 국정 기조와 유사한 운영 방침을 가진 타 작품의 조직으로는 원피스에 등장하는 신 어인 해적단이 있다. 브리타니아가 작중 세계관에서 압도적인 무력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날뛰는 것에 비해 신 어인 해적단은 활동 무대의 여타 조직들을 상대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무력을 완력 강화 약물 과다 복용으로 메꾸며 인간들을 괴롭히고 천룡인을 설득하여 인간과 어인의 화해를 극적으로 성사시키는 업적을 이룬 오토히메 왕비를 암살하고 또다시 인간을 향한 어인들의 증오를 부추기는 등 동족인 어인들을 상대로도 온갖 극악무도한 패악질과 횡포를 부리다가 피해자들과 친분이 있던 밀짚모자 일당에 의해 아주 처절하게 개발살이 났다. 이후 민심은 민심대로 잃고 조직원들은 약물 부작용이 찾아와 폐인이 되어버려 조직이 완전히 몰락해 버렸다. 브리타니아의 방식이 강대한 군사력과 무력 없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29] 한 번은 클로비스 시해범으로 몰린 스자쿠를 구출했을 때, 또 한 번은 란슬롯의 파일럿이 스자쿠라는 걸 안 를르슈가 시키네 섬에서 회유를 시도했을 때. 둘 다 '룰에 따르지 않는 정의는 그저 폭력일 뿐'이라며 제 손으로 거부했다. [30] 안드레아스 달튼은 스자쿠를 일본 해방전선 섬멸 작전에 투입해 주었고,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 토도 쿄시로의 처형 집행인으로 일부러 스자쿠를 임명했다. 이후에도 안드레아스 달튼은 스자쿠가 유페미아의 기사로 임명되자 공식 석상에서 로이드와 함께 박수를 치며 공개적인 옹호와 지지를 표하는 태도를 보여 기사 서임식이 제대로 마무리 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코넬리아는 카미네 섬에서 스자쿠가 '제로와 함께 죽어라'라는 명령을 기어스의 영향으로 무시하는 일을 저지른 탓에 군기 위반으로 체포되자 "참 써먹기 까다로운 사내다."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31] 당시 일본은 블랙 리벨리온의 실패로 인해 교정교육 에리어로 격하되어 카랄레스 총독의 폭정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자쿠는 당시에도 그렇고 그 후에도 충분히 통치에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지위와 권력을 손에 넣었음에도 에리어 11의 통치에 한결 같이 방임과 묵인으로 일관된 태도를 취한다. [32]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된 뒤에도 여가 시간을 일본 전통 복장으로 보내는 등 아주 대놓고 자기가 회색분자라고 광고까지 한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일본 전통 복장은커녕 일본 문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보인 적이 없다는 게 코미디. [33] 더군다나 자신을 암살하려다 체포된 일본인의 사형 집행 명령서에 서명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브리타니아 출신 아랫사람들에게 의심을 사는 언동을 보여서 브리타니아 쪽에서는 브리타니아 쪽대로 욕 먹고 일본 쪽에서는 일본 쪽대로 욕 먹는 사태를 자초한다. 결국 같은 라운즈 동료이자 만사에 담담하고 과묵한 아냐 아르스트레임마저 스자쿠를 어이없게 쳐다보며 "너 마조히스트야?"라고 팩트폭력 & 촌철살인을 날리곤 본인이 대신 명령서에 서명했다. [34] 본인의 순수 의지로 저지른 게 아니라 카렌에 의해 사지에 몰린 상태에서 를르슈의 "살아라" 기아스에 의해 세뇌당해 최후의 발악으로 프레이야를 발사해버린 것. 하지만 그것도 본인의 개인 사정일 뿐이고 세간에서는 스자쿠가 단독으로 일으킨 사상 최악의 대학살로 역사서에 기록될 것이다. [35] 스자쿠가 철저한 자기만족적 속죄를 위해 죽음으로 도피하고자 한다면 슈나이젤은 멘탈이 갈려나간 상태는 아니나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와 세계를 위해서라면 좋을 대로 죽음을 감수하는 타입이다. 즉 스자쿠가 죽음을 '목적'으로 본다면 슈나이젤은 '수단'으로 본다. 결국 스자쿠나 슈나이젤이나 제로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양쪽 모두 를르슈의 뜻과 제로라는 존재에게 종속되는 고통과 굴욕 속에서 여생을 살아야 하는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은 변함없다. [36] 그나마 본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세실 크루미 로이드 아스프룬드, 그리고 주군이 된 나나리가 있지만 세실과 로이드는 제로로서는 몰라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업무에 투신해야 하는 스자쿠 개인에게 더 이상 힘을 실어줄 수 없다. 나나리의 경우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오빠 를르슈 이상으로 굉장히 단호하고 가차없는 행동력과 신념의 소유자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스자쿠와 제로를 엄격하게 가르는 공사 구분이 확고한 인물인데다, 를르슈가 죽고 스자쿠 역시 대외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면서 더 이상 어렸을 때처럼 셋이서 함께 모여 살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37] 하지만 이제 와서 그나마 의미 있는 속죄와 선행을 한다고 해도 그전까지 쌓아온 부정적인 인상과 행적이 달라지는 건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오우기 카나메 니나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코드기아스에서 가장 안티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호감 캐릭터라는 건 변함없다. 다만, 여전히 안티만이 남아있는 오우기 카나메, 딱히 제대로 개심이나 큰 처벌 묘사도 없이 끝나서 이에 대한 비판 및 여전히 똑같이 안티가 존재하는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 & 길버트 G.P. 길포드 비렛타 누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다. [38] 극장판에서도 흑의 기사단 측의 인물들인 타마키와 오우기는 초대 제로이자 진짜 제로인 를르슈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했지, 스자쿠는 옹호는커녕 일체의 접점조차 없었다. 이는 당연한 게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세븐 시절에도 이들이 길포드에 의해 공개처형당하든 간에 그저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방관만 일삼았기 때문에 스자쿠를 좋게 볼 여지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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