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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26 09:30:33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 개요2. 수록된 내용3. 만화화

1. 개요

파일:전여하.jpg
파일: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초판본.png
2015년 정발 한국 버전 1985년 출간 초반본
У войны не женское лицо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저서. 1985년 처음 출간한 이래 2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2002년 검열에 걸려 잘려나간 부분을 복구해서 새로 출간했다.[1]

2. 수록된 내용

장르는 전쟁 논픽션으로, 서술 방식이 특이한데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에 ' 소녀병사'로 종군한 참전자들의 구술 녹취록을 그대로 글로 옮겼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참전자들은 순전히 애국심으로 자원입대한 10대 소녀들이다. 소녀 병사가 아닌 등장인물로는 보급열차 기관사[2], 항공기 조종사 몇 명과 빨치산 대원들이 있지만 그래봤자 이들 모두 1940년대에 20대 초반에서 30대 정도의 나이였다. 굳이 뽑자면 참전용사들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책의 출판을 반대하면서 자신의 참전경험을 이야기해 준 남성 출판 검열관 정도다.

참전자 대부분의 인생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전쟁에 휩쓸린 등장인물 대다수의 행적이 일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 행적이란 이오시프 스탈린의 폭정이 이어지던 1941년에 조국이 침략당하자 그간 소련 공산당에게 당한 것은 전부 제쳐두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들끓는 애국심만으로 당 군사위원회를 찾아가 붉은 군대에 자원 입대한 소녀들이 출정한 뒤 전장에서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함께 입대했던 전우들은 전부 죽고 혼자만 살아남아 베를린에 입성해 승전을 거뒀지만 전역 이후에는 "남군들과 문란하게 지냈을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 때문에 참전용사임을 밝히지도 못하는 것은 예사에 10대를 군대와 거친 전장에서 보낸 탓에 사회에도 적응하기 어려워하고[3]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PTSD 증세를 호소하지만 세간에서는 정신병으로 몰아간다.[4] 심지어 함께 전장에서 싸웠던 그 남자 군인들조차 PTSD로 인해 "너희를 보면 그 끔찍했던 전쟁터가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다"는 이유로 여성 전우들을 외면하고 전쟁에 나가지 않았던 여성들을 배우자로 택한다.

소련군 저격병들에게 포로로 잡힌 독일군 장교가 소녀 병사들의 미모에 감탄하며 "우리 측은 '소련 여군들은 간성인[5]이다'라고 선전했는데, 실제와 너무 다르다"며 충격을 받는 대목이 있는데 국가의 프로파간다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급기야 말년에는 그녀들이 목숨 바쳐 수호한 조국마저 무너져 고독한 노년을 이어가던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소녀 병사들이 그녀들이 보고 들은 경험담을 참전용사들을 찾아다니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고백하면서 청취된 증언들을 모아서 출판하게 된 것이다. 배우자는 물론 자녀들과 손주에게까지 꺼내지 못했던 그 이야기를 말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경험담을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에서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장르로 이 작품을 소개했다.

책의 제목 그대로 전쟁에 참여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00여명의 대상자들을 직접 취재해 글로 옮긴 역작이다. 특히 기존에는 잘 언급되지 않았던 전쟁 속 여성에 대해 이토록 본격적으로 다루었던 글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작품이며 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저격병, 전차병, 보병, 공병, 항공기 승무원, 통신병, 운전병, 고사포병, 의무병, 의무관은 물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파르티잔, 정치장교, 기관사, 세탁부대원, 이발병, 취사병, 우편병, 제빵병, 간호병, 지하공작원, 정찰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쟁에 헌신한 참전자들을 조명하는 것도 특징이다.

읽다가 자칫하면 정신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고 잔혹한 묘사가 나타난다. 독일군이 소련의 민간인, 포로, 파르티잔을 가리지 않고 자행한 참혹한 고문과 만행[6]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소련군이 독일군의 포로와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한 보복행위도 숨김없이 묘사된다. 그만큼 독소전쟁의 실상은 끔찍했다.[7]

칸테미르 발라고프의 영화 빈폴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해당 저서에서 영감을 얻은 그라지단스카야 오보로나의 곡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1996)"

3. 만화화

파일:전여하2.jpg 파일:전여하3.jpg
戦争は女の顔をしていない

일본에서 코우메 케이토 만화로 그리고 있다. 2019년 4월 코믹 워커에서 연재 중. 밀덕으로 유명한 하야미 라센진이 감수에 참여했다. 1권의 띠지에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추천사를 썼다. 2023년 4월에 4권까지 출간되었다.

기본적으로 위의 책을 만화로 충실히 옮긴 작품이다. 200명의 각기 다른 참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원작의 특징을 그대로 따른다. 전쟁 경험자들을 찾아가 사연을 녹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현재의 인물과 과거 전쟁 당시의 모습을 오가는 방식이다. 50회 일본만화가 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홍보 영상으로 성우 히카사 요코가 내용을 낭독하는 P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소개된 이야기는 군의관으로 참전했던 '예프로시냐 그리고리예브나 브레우스' 대위의 회상으로, 원작 논픽션의 2015년 문학동네판 한국 번역본 396p~402p에 소개된 부분이다. 만화판에서는 1권 2화다..

순서대로 개전 당시 민스크에서 언니 니나를 통해 공습 소식을 들은 이야기, 후퇴 도중 스몰렌스크 근교에서 퇴각 행렬에 기도를 해 주던 노파를 만난 이야기, 독일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히 커피를 마시던 독일인 여자 둘을 보고 내심 분노했던 이야기, 벨라루스에서 페치카만 남고 아무것도 없는 집에 손자 셋과 살던 노파를 보고 슬퍼했던 일, 독일군 포로에게 음식을 나눠준 경험, 이틀간 정찰을 나간 남편을 한숨도 안 자고 기다리다 마침내 돌아온 남편 옆에서 잠들었던 이야기[8],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프로이센 공세에서 남편을 잃자 그 시신을 공동묘지가 아닌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전선군 사령관 로코소프스키 원수와 담판을 지었던[9]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만 원작에는 중간에 전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군복을 입고 휴양지에 갔다가 군인정신에 경탄하는 남자를 만났던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2차대전과 관련 없는 전후의 이야기인지라 위 영상에서는 잘렸다.

한국판 출간이 계약되었다는 소문은 돌았으나, 2019년 이후 4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다.


[1] 대한민국에서는 문학동네를 통해 2015년 정발되었다. 마침 2015년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노벨상을 받은 해여서 이에 맞추어 출간한 듯하다. [2]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아레스토바. 소련 최초의 여성 기관사다. [3] 라리사 셰피트코의 영화 날개에서 이런 현실로 돌아간 소련 여군 출신 여성들의 부적응이 잘 그려지고 있다. [4] 포로로 잡혔던 병사들에 대한 대우도 인정머리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독일군에게 붙잡혀 프랑스 파리까지 이감됐다 탈출해 레지스탕스와 함께하다가 귀국한 여성 하나는 연합군의 스파이로 몰려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전후 소련 수뇌부는 서방의 "영향"을 받은 참전 군인들이 소련으로 돌아와 제2의 데카브리스트가 되어 소련 정권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고 그 정점이 스탈린이었다. 그래서 상당한 숫자의 참전 군인들이 혹독한 수준의 사상 검증을 받거나 굴라그로 끌려가야 했다. 특히 포로 출신들은 거의 변절자 취급했기 때문에 더 심한 취급을 받았다. 굴라그에 끌려간 참전 군인들은 작중에서 언급하듯이 스탈린이 죽을 때까지 8년 동안 굴라그에 수감되어 있다가 말렌코프가 집권한 후 점차 석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굴라그에서 돌아왔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거나 굴라그에 끌려갔다 왔다는 이유로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MGB(차후 KGB)의 감시도 피할 수 없었다. [5] 남성과 여성의 특징 모두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 [6] 독일군이 포획한 소련군 포로와 민간인을 총살하는 경우는 수 없이 언급되며 더 잔악한 사례로는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산채로 눈알과 가슴이 도려내지고 말뚝에 박힌 어린 간호병, 독일군에게 내장이 모두 뽑히고 오체분시당한 뒤 들판에 버려진 파르티잔 포로의 모습, 산 채로 화형당한 소련군 포로들, 산 채로 신체가 훼손된 뒤 살해당한 소련군 부상병의 사례 등 독일군의 잔혹한 만행은 셀 수 없이 언급된다. [7] 그래도 가벼운 내용이 없는 건 아니라서 세탁부대 여군들이 지저분해진 자신들을 돼지라고 놀리던 남군 장교에게 복수하기 위해 날잡아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모닥불 주위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았지만 정작 남군들의 애프터 신청을 모조리 씹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여군 동무들 놀린 동무. 니 위로 내 밑으로 다 모이라고 하라우 [8] 위 영상 썸네일 장면이다. [9] 로코소프스키는 브레우스 대위의 손에 입을 맞추며 그녀가 남편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주는 것을 허락했고 타고 가라며 자기 전용기도 하루 동안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