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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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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먼치킨 개념의 역사
2.1. TRPG 문화의 한국 상륙2.2. 90년대~2000년대 한국 장르 소설 문화2.3. 2010년 웹소설 시대
3. 인기를 끄는 요인4. 비판
4.1. 시나리오 내부적 문제4.2. 고민 없이 클리셰를 남용하는 작가의 문제
5. 유형6. 이 클리셰에서 벗어난 작품7. 관련 문서

1. 개요

주로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쓰이는 강력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단어. 2000년대에는 '먼닭[1]'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먼닭'이라는 표현은 현재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애초에 먼치킨은 munchkin라 쓰고, 닭은 chicken으로 철자부터 다르다(...).

나무위키를 포함한 엔하계 위키 전반의 특징적 표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문서에 걸린 역링크가 1800개를 넘어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2. 먼치킨 개념의 역사

2.1. TRPG 문화의 한국 상륙

본래 해외 TRPG용어로, 단순히 아주 강한 캐릭터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타인의 짜증과 비웃음을 유발하는 파워게이밍만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한국에 먼치킨이라는 용어가 상륙한 것은 '리얼맨, 리얼 롤플레이어, 루니, 먼치킨'[2]으로 플레이어 타입을 분류한 TRPG 농담이 번역 소개되면서였다. 저 번역물에서 먼치킨을 비상식적으로 강한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한국 TRPG계에서, 그리고 이것을 배워간 2000년대 당시 판타지 소설계와, 판타지 소설을 보던 서브컬쳐 팬덤에서 먼치킨이라는 용어는 밸런스를 무시할 정도로 사기적으로 강한 캐릭터나 그런 플레이를 하는 단어로 받아들여졌다.

2.2. 90년대~2000년대 한국 장르 소설 문화

한국 초창기 판타지 팬덤은 《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를 위시한 TRPG의 자료를 판타지 자료로 여기고 금과옥조처럼 통용시키는 일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의 판타지 커뮤니티 자료실에 보면 《소드 월드 RPG》나 《D&D》의 마법 리스트 따위가 판타지 자료랍시고 올라와 있는 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판타지 관련 서적이 없어서 참조할 만한 '판타지 자료'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3]

이러한 과정에서 상술한 번역물 먼치킨 시리즈[4]가 비단 TRPG 뿐이 아닌 한국 판타지 팬덤에 광범위하게 퍼져 사기 캐릭터가 깽판을 치는 것을 지칭하게 되었다. 룰을 치사하게 이용하려는 타입의 플레이어는 한국에서는 주로 룰치킨으로 불린다.[5]

쉽게 말해서 이 문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먼치킨이라는 단어의 뜻은 처음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현재에는 오히려 강력한 캐릭터를 뜻하는 먼치킨이 TRPG 용어 먼치킨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으며, 한국에서 TRPG 용어로서의 먼치킨은 사실상 사어화된 상황이 되었다.

해외에서 먼치킨이라고 하면 오즈의 난장이나 키가 작은 사람, 아니면 고양이의 종을 뜻하는 말이며, [6] 사기 캐릭터로서의 먼치킨의 정의와 가장 유사한 용어는 영미권에서는 메리 수[7], 일본에서는 치트이다. 한국에서조차 고양이의 종 이름을 뜻하는 ' 먼치킨'과 도넛 먼치킨'을 제외한 나머지 뜻은 거의 사어로 변해 쓰이지 않는 추세다.

2.3. 2010년 웹소설 시대

한국에서 이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단순하게 강한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관 내에서 밸런스 그 자체를 파괴하는 존재를 의미했었지만[8], 세월이 많이 흐른 201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러서는 단순하게 강한 캐릭터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뜻이 변했다.

즉, 캐릭터 자체의 강한 정도보다도 작품 내에서 어느 수준까지 강한지가 먼치킨의 가늠 요소가 되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먼치킨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소 상대적 개념이다.

그외에도 단순히 강함이 아니라, 실력이나 재능으로 먼치킨의 개념이 성립할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을 압도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먼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의 유혹 구느님이라던가.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절 양판소에서 먼치킨물이 유행했지만 그만큼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그러다가 이후 웹소설이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에 접어든 한국 양판소의 주인공들은 과거 도서 대여점 시절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놓고 사기캐인데다 무한이기주의와 갑질을 기본으로 장착한 냉혹한 주인공이 대세가 된 상황으로, 먼치킨은 이제 한때의 유행을 넘어 한국 판타지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전에는 먼치킨인 이유라도 설명해주거나 최소한 1번은 남에게 지기라도 한다. 지금은 주인공이 자기가 왜 강한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작가 편의주의로 똘똘 뭉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작품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절대무적이거나 심지어는 완결 이후 에필로그까지도 절대무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비단 한국 판타지 소설, 이고깽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소설 뿐 아니라 예로부터 민담이나 신화 등 허구로 만들어진 영웅의 활약상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었다. 작자 미상인 조선시대 소설 《장국진전》에서도 "순식간에 이백만 대군을 시체의 산으로 만들고, 이첨의 머리를 칼끝에 꿰어 오더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다만 처음부터 주인공을 완성된 먼치킨으로 만들기에는 부적합한 스토리라인이 많은 만큼, 먼치킨물임에도 성장 요소를 넣는 소설이 적지 않다. 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요약하면, 소위 힘숨찐과 같이 주인공이 실제로는 먼치킨임에도 약한 척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도가 심해지면 비틱식 기만이 떠오를 정도로 비호감 주인공이 된다.

3. 인기를 끄는 요인

일단 서사 속에서 주인공이 가지는 의미가 커진다는 점은 장점이다. 예를 들어, 강력한 마왕을 물리치는 것이 목표일 경우, 주인공이 강력하면 당연히 마왕을 물리치는 것은 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웹소설에서 사이다라고 불리는 필수요소 자체가 이런 '주인공이 실패 없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승승장구 전개 자체에서 현재의 독자들은 재미를 느끼고 있고, 그런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실에서 각종 부조리와 갑질, 노오력 드립, 취업난, 열정 페이 등에 시달리는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상황에서 독자들은 옛날처럼 주인공 굴리기 및 노력 우정 승리 같은 클리셰보다는 막막한 현실을 뻥 뚫어줄 사이다와 주인공 편의주의를 통한 대리만족에 열광하게 된 것이고, 그것 때문에 먼치킨 클리셰가 유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가면 갈수록 원패턴이라는 데 있다. 먼치킨 소설이 재미없다는건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으나 재미가 있건 없건간에 먼치킨물 상당수가 발전이 하나도 없이, 주인공이 쉽게 이기는 원패턴만 반복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것은 문제가 된다. 똑같은 걸 사골 우려먹듯 돌려쓰면 어떤 작품이든 욕먹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작가가 성의있게 머리를 써서 글을 써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면 이렇게 욕 먹을 일은 없다.

4. 비판

4.1. 시나리오 내부적 문제

그러니까 캐릭터 설정에 주의해야 하는 건 주인공을 너무 강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죠. 예를들어 아카이누가 주역이면 연재가 1년도 못버티니까.[10]
-만화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이치로의 2012년 인터뷰
"먼치킨 주인공의 단점은 주인공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설정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승부 그 자체가 주는 재미는 점점 떨어져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얘가 다 이김) 그렇기에 적 캐릭터의 매력과 전략, 싸움이 벌어지기까지의 갈등이 재미의 중요한 요소지요."
-웹툰 더 복서의 작가 정지훈

사실 한국에서 먼치킨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양판소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전까지도 주인공이 말도 안되게 강한 작품은 여럿 있었지만, 양판소는 이고깽으로 대표되는 병맛나는 주인공 밀어주기식 스토리로 인해 비판받는 과정에서 이런 지나친 주인공의 편의주의적인 강함을 비판받는 단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즉 먼치킨이 비판받는 이유는 단순히 주인공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의 강함 때문에 그 외의 모든 것이 묻히고 플롯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솔직히 주인공이 강했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실제로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면 소설이 재미없어진다.

문제는 주인공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봉착한 난관이나 문제가 너무나도 허망할 정도로 술렁술렁 해결되어 버리는 데다가 다른 조연들이나 등장하는 적들이 의미와 비중이 없어지고 극의 긴장감이 폭삭 주저앉아 버린다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나오는 적들과 조연들이 주인공에 비해 터무니없이 약한 게 문제라서 적들도 주인공만큼 강하게 만들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역량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작가들이 그럴 생각을 전혀 안한다.

주인공이 등장인물 전원을 압도할 만큼 강하더라도 이걸 이야기로 잘 풀어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더 복서나 후술할 원펀맨. 하지만 양판소 등지에서 등장하는 '먼치킨'은 시종일관 주인공 편의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선 감동도 재미도 긴박감도 없다. 거기에다가 먼치킨 캐릭터는 이야기 전개를 매우 쉽게 만들어준다. 주인공이 어떻게 이기게 만들지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작가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를 대충 쓰게 되니 퀄리티가 내려앉게 되어 질색한 독자들이 금방 떨어져 나가게 된다. 게다가 이런 작가들은 장기 연재에 돌입하게 되면 금세 소재가 고갈되기 때문에 점점 이야기를 질질 끌면서 억지로 연재를 이어나가게 된다.

물론, 소설은 게임이 아니다. 굳이 파워 밸런스가 맞을 필요가 없고, 주인공이나 다른 캐릭터가 터무니 없이 강하건 말건 적절한 스토리로 진행되고 있다면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게임적 상황에서 발생한 TRPG 용어를 게임의 룰이 존재하지 않는 소설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먼치킨 소설이라도 단순히 주인공의 강함만을 내세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내적인 발전이나 성장, 또는 동료와의 우정, 사랑, 갈등 등의 정신적인 부분을 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조연들과 악역들에게 포커스와 개성을 준다면 괜찮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판소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생각, 행동들을 보여주는 등 다른 방면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일 없이 작가 개인의 대리만족을 위해 무조건 주인공의 강함과 활약만 내세우며 원패턴만 우려먹는 게 문제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작가의 역량이 있다면 먼치킨물이라 해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시련과 아픔과 절망이야말로 성장을 위한 가장 큰 가치라는 걸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금의 노력과 어려움도 없이 편의주의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나아가는 전개 자체가 상실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려는 이들에겐 개인에 따라 매우 큰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먼치킨물은 주인공이 보통 그 세계관의 어떠한 인물보다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적의 어떠한 공격 수단도 통하지 않고 주인공의 일방적인 공격만으로 압도적으로 물리치는 것으로 전개되는 패턴이 너무 많고 계속 그것만 줄창 반복하며 우려먹히기 때문에 예측이 너무 쉽기에 독자들이 금방 질린다. 처음에야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될지 몰라도 나중에 가면 결국 질려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애니 1기는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발매된 2기는 1기만큼의 관심과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원작 스토리가 질 낮은 먼치킨 원툴 패턴이라 질려버려서 애니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인공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이 강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사이다 요소를 주거나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 수 있지만, 먼치킨물은 처음부터 최강이기에 그럴 수가 없고, 악역들은 멍청하지 않으면 주인공에게 덤비려고 들지를 않아 이야기 진행이 불가능하기에 악역들이 죄다 멍청해져야만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강해서 마음만 먹으면 이야기를 순식간에 완결낼 수 있은 관계로 완결을 막기 위해 이야기를 질질 끌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를 매우 쉽게 만들어주지만 이 때문에 전개가 매우 뻔해지고 쉽게 질린다. 작가가 먼치킨물을 쓰는 이유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본인이 강한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어려운 이야기를 쓸 실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이런 '먼치킨'이란 단어는 저렇게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쓰이지는 않게 되었고, 정말로 말도 안되게 강한 캐릭터라면 긍정적인 찬사의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의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것은 먼치킨을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쓰기엔 주인공이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한데도 인기있는 작품이 지속적으로 쏟아져나왔기 때문이기도 한 데다, 먼치킨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세계관 최강자 또는 그에 준하는 캐릭터에서 단순히 강한 캐릭터라는 의미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먼치킨물 유행이 10년차에 접어들고, 그 세월 동안 먼치킨물의 서사와 클리셰가 누적되면서 성장형 먼치킨, 회귀물, 귀환물 등 먼치킨물의 바리에이션이 다양해진 결과다. 물론 그렇게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홍수에서도 여전히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도 많은 상황이기에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4.2. 고민 없이 클리셰를 남용하는 작가의 문제

작가는 플롯 중심으로 스토리 전달에 매진하면서 방해물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영웅에게는 욕망이 있어야 합니다. 좌절당해야 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있어야 해요.
- 작가 패멀라 더글러스(Pamela Douglas)
작중 설정상, 어떤 존재라도 절대로 요기리를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그동안 많이 했는데, 그것을 다시 설명한 것 뿐이기 때문에 사족이라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다른 작품의 이런저런 놈하고 싸우면 어떻게 되는가? 라는 말은 정말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설정에 따르는 이상 절대로 요기리를 이길 수 없습니다. 물론 설정을 무시하면 이길 수 있지만, 근간이 되는 설정을 무시하고 강함의 척도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즉사 치트 작가 후지타카 츠요시
먼치킨물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자 당연히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 먼치킨물이 유행하게 되었다. 양산형 먼치킨물은 '간편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닌 '간편히 생각 안하고 대충 성의 없이 쓰는 소설'이므로 작가들은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마구 양산하게 되고 이는 소설의 장르 편중화와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작품이 질적으로 점점 저하되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필요한 것은 사이다뿐이고, 다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소설을 읽으니 작가는 개연성과 고증을 무시하고 주변인물들 간의 갈등관계나 내면묘사는 다 스킵해버리며, 비중 배분도 무시한다. 작가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료조사나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지도 않으므로 주인공을 현명하게 만드는 게 아닌 주변인물들을 무능하게 만들거나 고증을 무시하는 식으로 사이다를 만든다. 심지어는 자캐에 너무 빠져서 자신의 캐릭터가 최강이라는 사실에 심취하기도 한다.

작가가 생각없이 대충 캐릭터를 만들기 때문에 먼치킨 주인공은 대개 자신만의 사상이나 신념도 없고, 복잡한 심리상태 같은 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아예 표절하거나 흔하디 흔한 클리셰까지 만들어져서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 끝에 하향평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 질적으로 저하되어버린 것. 위에서도 말하는 거지만 먼치킨이 문제가 아니라 떨어져가는 작가의 역량이 문제다.

주인공이 사기 캐릭터라고 해서 절대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 수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서 원펀맨의 주인공 사이타마는 답이 없는 세계관 최강자지만,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사이타마의 강함을 잘 모르고, 주인공치고는 비중이 적고, 작가가 사이타마의 무쌍뿐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역경/개그에 중심을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먼치킨물의 발목을 잡는 단점이 별로 없다. 오히려 리메이크에서는 먼치킨 주인공인 사이타마의 비중을 조연이나 다른 주연, 악역에게 더 분산시켰다.

즉 주인공이 먼치킨이라도 작품성은 높을 수 있지만, 대개 그렇지 않은 이유는 결국 작가의 역량이 딸리고 주인공만을 편애하기 때문. 원펀맨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사이타마가 먼치킨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먼치킨 자체에 대한 혐오감보다는 먼치킨 편애로 인해 박살나는 몰개성한 작품성+과도한 장르 편중 때문에 생기는 혐오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작가 역량이 한참 모자란데도, 작가가 성의없이 생각 안하고 대충 쓰는데도 작품이 인기를 끌고 우후죽순 양산이 되니 전혀 납득을 못하는 독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먼치킨물 질적 저하의 근본적인 문제는 먼치킨이나 사이다라는 장르나 클리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터넷 사이트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은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아라 문피아, 노벨피아를 비롯한 웹소설 창작 사이트들은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창작 사이트의 구조 때문에 창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니 실력과 마음가짐이 부족한 사람들이 우후죽순 뛰어들었고 질적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필연적으로 따르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펀맨의 작가인 ONE의 작품 처럼 인기도 높고 평가도 좋은 먼치킨물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에는 사실 매우 간단한 법칙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을 주인공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것. 즉 주인공에게 너무나도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다른 것들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먼치킨물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처음부터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도 긴장감이 형성되지 않고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어 버리니, 잠깐은 재밌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예 정상적인 서사구도 자체가 생성되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먼치킨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이다. 주인공보다 약한 이들을 이용해 반동 인물의 강함을 부각시켜 긴장감을 만들고, 충분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만들어야 한다. 잘 만든 먼치킨물에서는 오히려 조연 인물들이 서사를 이끌어 나가며, 주인공은 에피소드를 종료시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주인공에게 정신적인 결함 등의 서사거리를 부과하여 캐릭터가 얄팍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렇게 살펴보면, 먼치킨물은 위의 정지훈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 만들기 아주 어려운 장르다. 매력적인 주인공 하나만 만들면 될 시간에 수많은 조연과 반동인물들의 인물상과 서사를 조율하고, 주인공을 극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비중을 최소화하는 심히 모순되는 구조를 성립시켜야 한다.

5. 유형

6. 이 클리셰에서 벗어난 작품

먼치킨 주인공을 두고도 고평가를 받은 작품들의 목록.

7. 관련 문서



[1] 먼치킨이 싸움닭을 의미한다는 설에서 왔다. [2] 여기에서 리얼 맨(Real men)은 몬스터나 게임 상의 사건에 대해 무조건 정면승부로 결판을 낼려고 하는 상남자 스타일 플레이어를 뜻하며, 리얼 롤플레이어(real roleplayer)는 캐릭터의 설정과 캐릭터로서의 역할 놀이에 심취하는 사람, 그리고 루니는 롤플레이니 세계관이니는 던져두고 엉뚱한 행동으로 같이 플레이하는 친구들을 웃기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사람을 뜻한다. [3] 이후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같은 자료 서적이 출판되기 시작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영화 개봉 등으로 외국 판타지 소설이 다수 출판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4] 당신의 캐릭터가 ~ 하면 먼치킨이다 시리즈 [5] 해외에선 룰치킨처럼 룰의 허점을 악용하지 않고 미친 듯한 최적화와 특수화로 강캐를 만드는 사람들을 min-maxer나 optimizer라고 따로 부른다. 룰치킨같이 꼼수는 안쓰는 관계로 평군 플레이어들과의 스펙차가 비교적으로 덜하고, 특수화의 여파로 인해 1가지만 잘하거나(90% 전투), 1가지 빼고 다 잘하거나 (전투 빼고 아무거나) 하는 등 약점들이 있다. [6] 과거 2000년대 초반 먼치킨이란 단어는 양판소란 단어가 나오기도 전(이때는 양판소가 아니라 '소비문학'이란 호칭이 대세였다.) 몇 년 뒤 양판소, 이고깽 등등으로 불릴 소설에서 나오는 '존재 자체로 세계관을 망가뜨리는' 앞뒤 생각없이 무조건 강한 캐릭터와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을 까기 위해 2000년대 당시에 사용되었다. TRPG에서 존재 자체로 세계관을 망가뜨리는 저 혼자만 강력한 캐릭터나, 양판소에서 세계관의 모든 경험칙이나 필연성 등등을 무시하며 자기 자신의 능력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남발하는 캐릭터들이나, 2000년대 당시에는 먼치킨과 TRPG의 공통분모가 존재했던 셈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에 접어들면서 먼치킨의 의미가 '존재 자체로 세계관을 망가뜨리는 캐릭터'보다는 '단순히 강력한 캐릭터'로 변화하면서 TRPG와의 관계성은 거의 소멸되었다. [7] 메리 수가 먼치킨과 유사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메리 수는 2차 창작에서 작가 자신이 오리지널 캐릭터나 오리주의 인물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감정이입을 하여 비중과 활약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게 우선이며, 엄청나게 강하게 나오는 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 치트가 먼치킨과 훨씬 더 유사한 개념이다. [8] 이를테면 《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는 반신이며 아라고른은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자'라서 먼치킨스럽지만 적도 이에 못지않게 강하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가 이러한 인물들이 돌아다닐 만하기에 먼치킨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 바닥에서 먼치킨물의 대표작으로 분류되는 《 드래곤볼》의 경우도 사실 손오공과 그 일행들은 우주도 쌈싸먹을 수준으로 강하지만, 적들도 다들 그만큼 강하기에 먼치킨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9] 예를 들어 전투에선 별로 쓸모가 없는 에로틱한 능력이라든가 [10]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면 장기 연재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강하고 대단해서 이야기를 순식간에 끝내버릴 수 있으니 오래 끌수가 없기 때문. [11] 물론 창, 검 등의 무기를 쓰는 전사도 포함된다. [12] 중세판타지나, 무림 세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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