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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4 13:40:25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1. 개요2. 논리적 설명3. 과학적 설명4. 언어학적 설명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6. 기타

1. 개요

Which came first, the chicken or the egg
무엇이 먼저인가, 닭이냐 달걀이냐
달걀에 얽힌 유명한 말장난.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해서 닭이 태어나는 한살이의 순환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순환에서 무엇을 먼저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의이다.

2. 논리적 설명

사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순환에서 '앞'이란 없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이란 세상 모든 것에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오로지 순환하지 않는 형태, 그것도 선형적인 형태에서만[1] 정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앞'을 정의할 수 없는 구조에서 '앞'이 뭔지를 찾으려고 해봤자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맨 첫번째 역이 어디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2] 후술할 진화든 뭐든 변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닭'과 '달걀'의 순환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닭'과 '달걀'의 개념 구조에서는 "닭이 달걀을 낳고 - 달걀에서 닭이 태어난다"의 순환이 무한히 계속되며, 거기서 무엇이 앞이고 시작인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논의가 근본적으로 '별 쓸데없는 논쟁'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렇듯 애당초 답을 내는 게 불가능한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과학적 설명

과학의 영역일 것 같은 이 문제도 서로 다른 해석과 근거들로 인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론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닭'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3]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모든 생물들이 죽으면서 화석을 남겼다면 과연 우리는 과거의 생물들을 종별로 구분할 수 있을까? 자신과 부모의 생김새는 무척 유사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김새는 무척 다르다. 즉 직계 혈통 상의 '닭'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과의 세대 간 차이보다 '닭'과 같은 세대의 또 다른 '닭'의 개체 간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영국의 두 연구팀 서로 다른 결론에 도출한 것을 소개하겠다. 2006년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한 연구팀에 따르면, "닭의 조상이 낳은 알에서 유전자 변형(진화)이 일어나 최초의 달걀이 됐고 그 알이 부화한 것이 최초의 닭"이라고 소개했다. 노팅엄대 존 브룩필드 교수(유전자학), 킹스대 데이비드 파피뉴 교수(과학철학)의 견해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다. 닭의 조상과 닭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2010년 영국 셰필드대와 워윅대 연구팀은 닭이 먼저라는 견해를 발견했다. 계란 형성과정에 '오보클레디딘-17(OC-17)'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탄산칼슘을 방해석 결정체(calcite)로 바꿔 계란 껍데기를 만들어 주니, 최초의 계란은 유전자가 바뀐 암탉만이 낳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그 암탉은 계란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닭이 먼저가 된다.

4. 언어학적 설명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각 단어의 정의이다. 바로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정의하느냐, '닭이 되는 알'로 정의하느냐"이다. 앞에서 나왔듯이 달걀이 '닭이 낳은 알'이라면 닭이 달걀보다 우선하지만, '닭이 되는 알'이라면 달걀이 우선한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해야 달걀이라는 얘기도 있다.

무엇이 먼저 정의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한국어 한정으로 간단한 답이 존재한다. 어휘적으로 보자면 '닭'이라는 개념은 '닭의 알' 개념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성립하지만 '달걀'은 '닭+알'이 변한 형식으로, '닭'이란 형식이 있기 전에는 형성될 수 없다. 즉, 적어도 '닭'과 '달걀'이라는 한국어 어휘를 붙인 사람은 '달걀이란 닭이 낳은 알', 즉 닭을 먼저 상정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닭'과 '달걀'의 이름을 붙였을 때 "닭이란 알이 커서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단어 형식 역시 '달걀'이 'A'의 형식이고 '닭'이 'A+B'의 형식이었을 것이다.[4] 부차적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도 어휘 '닭', '달걀'과 비슷하게 달걀은 '닭이 낳은 알'로 정의되어 있고, 닭의 정의에는 '달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닭이 먼저 정의되는 셈이다.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혹은 알)이 먼저냐"라는 문장을 사용하고,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문장은 찾아 보기가 희박하다. 사고의 순서상 닭이 먼저 와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닭'이 '달걀'보다 더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5] 참고로 영어로는 the Chicken or the Egg라 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닭이 먼저다.

가나다순에서는 달걀, 계란 모두 닭보다 앞에 오고, 영어 로마자 순에서는 닭(Chicken)이 달걀(Egg)보다 앞에 온다.

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6. 기타


[1] 그래서 '사람의 뒷 부분' 같은 개념조차도 물리적이라기보단 사회적으로 정의된다. 인체는 완전히 선형적이지 않으므로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앞뒤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체 구조상 분명 엉덩이가 더 뒤에 있고, 실제로 관용적인 표현으로 '뒤'라고 호칭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문화권에서는 '뒤'라 하면 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으로 간주된다. [2] 역 번호라는 별도의 개념을 끌어오면 시청역이 201로 제일 앞이다. [3] 닭은 현생 공룡의 일종이다. [4] 한국어에서 그렇게 형성된 어휘는 콩나물이 있다. 자라난 생명체는 '콩나물'이고 '콩'은 콩나물이 번식하기 위한 씨앗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씨앗 쪽을 '콩'이라고 하고 그것이 자란 것을 '콩나물'이라고 한다. 다만 모든 콩이 콩나물인 것(정확히는 한국에서 '콩나물'의 형태로 소비하는 식물)은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콩나물이 되는 콩 쪽을 '콩나물 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5] 예컨대 2음절 단어가 먼저 온 '철수와 바둑이'는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3음절 단어가 먼저 온 '바둑이와 철수'는 어색한 감이 있다. [6]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불사조는 죽을 때가 되면 불타오른 후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7]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정답] 처음에는 점성술사가 "왜 닭이 먼저냐?"고 이유를 물었으나, 노빈손은 대놓고 대답을 거부했다. 답답해하는 점성술사가 계속 이유를 묻자 노빈손이 "맨 처음에 '쉬운 질문 100개에 대답할래? 어려운 질문 하나에 대답할래?"라는 선택지를 줬을 때, 나는 "어려운 질문 하나에 대답한다"고 했다. 그리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 하나에 "닭이 먼저다"라고 대답을 한번 했다. "왜 닭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최초 약속했던 '질문 하나'를 넘어선 '두번째 질문'이니, 여기에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라고 대답한다. 요약하자면 "질문 하나에 대답 하나"라는 논지. 작가가 밝힌 바로는 사실 이 이야기는 천일야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