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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17-07-07 18:10:31

아파트/대한민국/논란


1. 필요성 문제2. 공공시설 건설비용 문제3. 도시환경 문제4. 도시의 고착화5. 서민의 주거지 역할론
5.1. 획일화
6. 슬럼화 문제7. 도시미관 문제8. 녹지 부족9. 결론


대한민국 아파트에 대한 비판 및 반론을 나열한다.

1. 필요성 문제

대체로 아파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대한민국이 인구밀도가 높아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불가피론을 펼친다. 하지만 마포지구 재개발로 늘어난 가구수는 1.5배뿐이었다는 사실을 비롯하여 아파트로 재개발한 지역의 가구수나 인구밀도가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아파트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심지어 재개발 시 호(戶)수 기준으로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용적률 때문인데, 통상 수도권 신도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150%, 재개발의 경우 250% 정도의 용적률 제한을 두지만 빌라의 경우 2종주거지역은 250%, 3종주거지역은 300%를 부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빌라 밀집지역이 아파트보다 더 고밀도라 할 수 있다. 빌라 자체가 소형평형이 많은 이유도 있고.

또한 아파트를 통해 가구를 극단적으로 늘렸을 경우 도시계획적으로 문제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단독주택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등도 재개발로 가구수를 늘리는 것은 원룸촌 주차난을 생각해 보면 도시환경에 과부하를 주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더 크고 아름답게 공공시설을 짓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긴 한데 상당히 힘들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학교만 해도 광역시 대규모 의 도심 아파트단지 지역의 학교는 중, 고등학교 주제에 학급 수가 한 학년당 10학급을 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학급내 인원은 30명 내외에 육박한다. 한 학교가 담당하는 학생 수가 1천명에 육박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인데,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간단히 수학여행 한번 하려면 300명을 인솔해야 하는 것이며 그 정도 인원을 투숙할 숙소도 마련해야 한다. 반면 중소규모 시, 군 단위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 한 반에 10명짜리 학급의 교육의 질과 30명짜리 학급의 교육의 질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결국 이 점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나 마찬가지이며 더군다나 최근 건설되는 고급 아파트들은 조경시설과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춘 고급 주택이므로 인구밀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를 짓던 초기의 아파트와 동일한 목적을 갖춘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포개발지구의 인구가 1.5배밖에 안 늘어난 것처럼 보여도 원래 10만명 정도 거주하던 곳에 5만명이 더 거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인구밀도가 별로 늘어나지 않은 사례로 나름 골라서 들이댄 자료가 1.5배라서 오히려 아파트는 인구밀도가 늘어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에 가깝다. 또한 아파트를 지을 때 그냥 무조건 최대한 높게 올리는게 아니고 그 일대의 수용능력과 공공시설 등을 고려하여 허가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포지구의 1.5배 증가 사례는 어느 정도 일대의 수용능력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인구밀도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담당 공무원들도 일대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여 도시환경에 과부하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허가하지, 도시계획적으로 문제가 생길 정도로 마구잡이로 아파트 건설을 허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아파트의 장점인 인구밀도를 끌어올려 편의시설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일대의 수용 능력 범위 내에서만 발휘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여 인구밀도를 마구잡이로 높여버리면 오히려 헬게이트가 될 수 있기에 도시 환경에 과부하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가하며 이는 법적으로 강제된 사안이다. 현대의 건축기술로는 100층 이상도 너끈히 지을 수 있음에도 대부분 20층 언저리에서 지어지는 이유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공공시설의 부족과 인구 과밀은 아파트보다도 도시(서울)로의 인구집중을 탓해야 한다. 한국은 서울 공화국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서울을 위시로 한 수도권 선호현상이 극심한 편이다. 쾌적한 도시환경이고 나발이고 어떻게든 일단 서울에서 살고싶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수단은 아파트 외엔 없다. 그리고 첫번째 문단에서는 아파트의 인구 밀도 증가 효과를 부정하는 한편, 두번째 문단에서는 도심 아파트단지 지역의 학교는 '아파트때문에' 학년당 10학급을 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하여 논리적 모순이 보이지만, 어쨌거나 지방은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서 교육의 질도 높다는데 왜 집값도 더 싸고 쾌적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방으로 이주하지 않을까? 즉, 콩나물 시루라도 수도권에서 살고싶다는 한국인이 너무 많은 것이다.

실제 한국인들은 철저한 사생활 보장이 되는 집보다는 집 근처 주변의 편의시설에 가치를 부여하는 성향이 크다. 인근에 대형마트 하나만 들어서도 집값이 뛰며, 명문학교와 유명학원들이 잘 갖춰진 곳은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극심하여 집값이 무척 비싼 편이다.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다 저 근처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인근 면적은 제한적이니까 그 부모들을 최대한 수용하려면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또한 제 아무리 황량한 곳일지라도 학부모들의 쪽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학교와 학원가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 역시 한국인들은 사생활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쪽수를 늘려서 인근의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이 '쪽수'의 중요성은 '시청자칼럼 우리사는세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드문드문 몇십가구가 사는 '쾌적한' 마을엔 인근에 병원도 없고 심지어 버스조차 수익성 악화로 노선을 폐지하였다. 방송에 나온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인근 시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콜택시는 비용이 비싸 부담이 크다면서 버스 좀 제발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하소연했다. 아파트는 비록 사생활이 조금 희생되지만, 그 반대급부로 병원도 가깝고 잘 갖춰진 교통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홀로 아파트가 들어서도 일정 세대수가 보장되기에 아파트 앞에 버스정류장도 자연스레 생기기도 하는 점을 보면 한국인들에겐 아무래도 아파트가 최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인들은 '주변이 조용한 집'보다는, '주변이 잘 갖춰진 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파트가 없는 도시의 수용능력이 어느정도인지, 또 도시의 수용능력을 희생시켰을 때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다. 위에서 예시로 든 마포지구 재개발의 경우를 보면 19만㎡에 달하는 땅에 입추의 여지가 없이 주택들이 늘어섰다가 그나마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 뒤에야 최소한의 녹지와 도로수용능력이 갖춰졌다. 1.5배가 아니라 동일 인구가 유지만 되는 상황이라 해도 녹지와 도로가 개설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쾌거라 할 수 있다. 아파트 비판론자들은 판교 등지의 신규 주택지구를 예시로 들어 아파트의 불가피성을 반박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현실은 이들 신도시의 신규 주택지구조차 다세대, 다가구주택으로 도배가 된 지 오래이며 그나마도 인구수용능력은 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뒤쳐진다. 그렇게 낮아진 수용능력으로 인해 직장이 있는 중심도시에서 밀려나 긴 통근시간과 통근비용을 감내해야 할 사람들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서민들이다.

사실 아파트를 짓는 주된 이유는 공적 부담으로 공공시설을 돈들여 지을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아래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2. 공공시설 건설비용 문제

한국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지화"라고 할 수 있다. 외국, 특히 유럽의 선진국에도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는 아파트단지가 가장 기본으로 여겨지고 생활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도심지에까지 무분별하게 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경제성장 시기에 나라에 돈도 없고, 돈을 걷을 능력도 없는데 폭증하는 중산층을 위한 생활환경 괜찮은 주택을 공급해야 할 필요가 생긴데서 비롯된다. 주택을 지으면 그에 수반된 도로, 상가, 공원, 경로원, 어린이집, 학교 등 생활기반시설을 함께 건설해야 하는데, 정부가 재정여건상 그걸 못하겠으니 건설사에게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하거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함에 있어 이런 시설들을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건설토록 하거나 건설을 위한 분담금을 내게 하거나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생활기반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분양가가 오르게 된다. 지방정부가 해야 할 부담을 입주자들에게 미룬 것이다. 심지어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주거복지의 일환인 공공임대주택까지도 떠넘긴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추가 건축분의 일부를 임대아파트로 지어 국가/공공기관에 헌납해야 하는 것. 이들 모두 분양주택 분양가에 떠넘겨져 입주자의 부담으로 된다. 본격 손 안대고 코풀기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한국의 낮은 재산세율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매커니즘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의 세율은 OECD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항목에서 비판한 공공시설 건설 부분을 정부가 떠안고자 한다면 적어도 미국, 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도시화 정도가 높은 주의 평균적인 재산세율은 시가의 1~1.5%이다. 또한 지방자치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필요한 공공예산을,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액(대부분 시가, 일부 지역은 구입가격)으로 나누어 재산세율을 구한다. 즉, 재산세가 아파트의 관리비 역할을 하여 해당 지역의 예산 수요에 따라 재산세율이 매 해 바뀌며, 그 수준도 아파트 관리비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다. 하지만 지역 편의 시설들을 재산세로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신 간선도로, 시립도서관 등 일부 편의시설들은 국가의 예산 지원으로 부동산 소유자들이 공짜로 누리고 있다. 전근대에도 성리학적 근검절약을 강조했던 조선의 세율은 동시대 타 국가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것이 특징이었기 때문에 저세율과 작은정부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조선 말기 농민들을 달달 볶았다고 알려진 각종 잡세들을 다 합한 수치조차 동시기 일본이나 중국의 세율에 비하면 낮은 편이었다.

3. 도시환경 문제

앞서 보았듯이, 입주민들은 자신이 비싼 돈 들여서 얻은 시설들이니 만큼 단지 내 정원이나 놀이터, 어린이집 등 시설사용에 관하여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수밖에 없다. 공공의 자산이 아니라 사유재산이니까.

특히 3,000세대 이상 거대단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서 아예 단지 하나가 '씨티'가 되어서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환경을 만든다. 특히 서울에서는 재개발이라는 이유 아래 산 중턱에 수천세대 아파트를 지은 사례가 많은데 구릉지라는 특성상 단차에 의해 더욱 더 단절된 환경을 만든다. 구릉지에 5,0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지어놓은 서울 돈암동 한신아파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3,000세대 이상의 단지라면 하나의 단지 크기가 무척 넓은 블럭을 차지하는데 단지와 외부 도로를 연결하는 통로는 불법주정차를 막는다며 2~3개 뿐이며 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블럭이 매우 크므로 블럭과 블럭 사이는 5차로 이상의 넓은 자동차도로로 분리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수도권 신도시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단일 단지로 3,000세대 이상은 거의 없지만 3~4개 단지가 한 단지처럼 블럭을 이루고 블럭과 블럭 사이는 4~6차로의 넓은 자동차도로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

이런 구조라면 특성상 철저히 블럭 단위로 고립된 환경을 만들수밖에 없다. 블럭을 구분하는 넓은 자동차도로로 인해 교통안전 등의 이유로 단지와 단지 사이의 도보 교류가 적어지며 도보로 소통하는 범위는 단지 내로 축소되고 단지 밖은 자가용을 이용하여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미국처럼 교외의 한산한 주택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문화가 발달했고 철저히 블럭끼리 분할되다 보니 단지별 이기주의적 성향[1]이 발달하는 등 도시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지역의 경우 아파트들이 도시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근처 공원, 근처 상권, 근처 공공도서관 등 공공생활환경기반이라는 맥락 속에서 지어진다. 이는 주민들의 공적생활환경의 범위를 크게 넓혀 준다.

아래 파리 바르셀로나의 사진을 보면, 길을 따라 아파트를 짓고 그 내부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사적인 공간으로서의 중정으로 활용하고, 아파트는 바로 도로에 면하게 함으로써 도시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 또한 도시 곳곳에 광장과 공원이 있어 공공을 위한 녹지 및 여가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파리 런던 등 유럽 도시들의 전형적인 도시계획이다.

수직형 도시의 전형인 뉴욕의 아파트. 단지가 없이 단독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도시를 구성한다.

소위 수평형 도시로 분류되는 파리의 중저층 아파트. 파리 도심의 건물들이 아파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도 아파트다. 18-19세기에 걸쳐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이런 도시 도로변의 환경은 아파트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아파트가 많아서 전체 주택 대비 아파트의 비중은 파리가 서울보다 높다. 다세대 다가구도 사실상 공동주택이므로 이들을 준 아파트로 본다면 서울이 공동주택 비중이 더 높을수도 있다.

바르셀로나의 주거지역.

참고로 기존의 한국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복합도시 도시계획은 블럭과 블럭 사이의 차로 크기를 줄여서 블럭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대중교통에 의한 녹색도시를 표방했다. 그러나 애당초 블럭설계 자체는 기존의 신도시 아파트와 다를 바 없고 입주민들은 개인교통(승용차)에 익숙한 주변 대도시 사람들이라서[2] 기존의 생활습관대로 생활하다 보니 블럭 간의 소통보다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항목 참조. 그러게 애당초 지방의 신행정도시를 아파트로 덮으래? 저층 저밀도라며? 아파트 안 지어봐라 인구 30만이나 수용하나. 30만 가지고 상업기능 얼마나 돌아가나 한 번 보자. 남태령 지옥도를 충청도에서도 재현하고 싶냐?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역이기주의의 경우, 같은 층에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주민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 겪는 개인주의화의 현상이고, 단지별 이기주의적 성향은 관리사무소 등과 엮인 입김 강한 일부 극성 주민들 문제지, 아파트 주민 전체로 확대시키면 곤란하다. 대다수는 잘해야 옆집 정도의 사람과 인사하는 정도일 뿐이고 아파트는 철저히 개인주의화된 공간일 뿐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는 말도 나오는 현실이다.

블록별 분절 현상의 경우 지나치게 아파트 단지에 대해 혹평을 하는 측면이 크다. 3천세대 정도면 인구만 거의 1만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 인구면 자체적인 노인정, 소규모 도서관, 운동시설 등 근린편의시설을 가지는 게 당연한 것이지, 오히려 그동안 대한민국 도시들의 근린편의시설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했던 점을 지적해야 이치에 맞는 일이다.그 건설 및 관리비용의 부담 주체 문제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일단 넘어가고 블록별 아파트단지 분할을 대한민국 교통체증의 주범처럼 묘사해놓고 있지만, 정작 아파트 단지의 블록화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대중교통 상황은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을 것이다. 같은 도시라도 아파트단지에서는 일반적으로 200m 이내로만 걸으면 손쉽게 시내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 주택지구들은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무려 300m 이상 걸어나가야 하는 곳들도 허다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예 아파트 주차장은 물론이고 진입도로까지도 지하화하여 단지 전체를 완전히 보행구역화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4. 도시의 고착화

도시는 경제구조 및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그 구조와 역할도 함께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 변화를 잘 반영하는 도시가 역동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필지 중심으로 개발되는 아파트단지는 도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아파트 단지는 한 번 지어지면 그 어마어마한 덩치 때문에 재개발이 매우 어렵다. 주민들의 뜻을 모아야 하고, 어마어마한 자본이 든다. 상가나 업무용 건물 등 다른 용도로 바꾸기도 어렵다.

서울에서 뜬다고 하는 동네들인 삼청동, 가로수길, 홍대거리/ 상수동, 연희동/ 연남동, 성수동, 서촌, 경리단길 등을 잘 보면 모두 소필지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있는 상가건물들은 본래 과거에 주택이거나 다세대 주택이었다. 소필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시대의 흐름과 동네의 변화에 따라 쉽게 "뜨는" 동네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건물들이 길에 면해 있기 때문에 1층부터 쉽게 상가로 개조하여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로수길 양옆이 아파트 단지였다면 세로수길이 생겨나고, 상권이 확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지역들이 지금의 뜨거움을 잃는다해도 떨어지는 집값과 땅값은 아쉽겠지만,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다. 다시 주거용 건물로 전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5. 서민의 주거지 역할론

아파트가 서민의 주거지 역할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 초기 국내 아파트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지었지만 요즘은 아파트 건설사들이 대부분 브랜드를 내세우며 고급화를 하면서 고급 아파트만을 짓고 있어서 그 의미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일반 아파트는 서민들이 구매하기에는 비싼 가격이라서 구매하기 어렵고, 전세로 구하려고 해도 가격이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을만큼 비싸서 구하기 어렵다. 상술하였듯 서민들의 주거지 역할은 연립주택, 빌라,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수행한다. 임대아파트같은 곳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서민들을 위해 짓는 저렴하게 분양을 하는 민영아파트들도 있기는 있으나 그 공급량이 극히 한정되어 있고 입주하려는 사람은 많아서 당첨이 로또에 비유될 정도이다. 심지어 아파트 분양 조건을 맞추기 위해 위장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위치가 별로면서 용적률이 높고, 낡은 아파트 혹은 투자용 아파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경우가 많아[3] 서민들이 많이 거주한다.

5.1. 획일화

아파트 단지가 계속해서 건설되면서 도시의 주거 구역이 하나같이 비슷한 아파트 단지로만 채워진다는 비판 의견도 있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외수의 감성사전> 이라는 책에서 아파트를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 이라고 표현했을 정도.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위 사진처럼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단독주택 단지들도 똑같은 모양으로 짓는 경우가 흔하다. ''못 믿겠다면 구글에서 american suburb나 townhomes라고 검색해 보자. 주택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한꺼번에 효율적으로 짓기 위해선 개성이 어느 정도 희생되는 건 다를 게 없다. 멀리 갈 필요없이 레고마을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수준으로 갈 경우에는 알박기 등이 성행하는 단독주택 지구보다 아파트가 훨씬 용이한 면이 있다.

또한 개성만을 마구 추구한다고 다 예쁘고 좋은 결과만 나오는건 아니다. 가령 어떻게든 단독주택을 짓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사이타마의 도심은 제딴에는 개성있는 주택을 지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기엔 제멋대로 지어진 건물들 때문에 도시 전체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일본까지 갈 것도 없이 평양의 위성과학자거리는 한눈에 봐도 예쁘기만 할 뿐 사람 살 곳 못 되는 건물들이 즐비하며, 미적으로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대한민국의 주요 유리궁전들 역시 매한가지다.

6. 슬럼화 문제

중장기적으로는 프랑스나 미국 일부의 아파트 단지들처럼 슬럼화 하는것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파트가 노후화 되면서 해당 아파트의 매력이 감소[4] → 거주지 이전 물결 → 매물 증가 → 가격하락 → 빈집증가, 새로운 입주자들의 낮은 경제력 → 빈집의 관리비가 소유, 거주자들에게 더 압박 → 아파트가격 하락 → 무한루프가 되어 어느 시점이 지나면 슬럼화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 실제로 한국의 출산율이 매우 낮아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가 크게 진행되고 있어 다른 의미의 수요감소 또한 아주 높은 가능성으로 예상되니 아주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역세권 주변이나 도심에 지어지는 고급화된 중산층, 상류층 대상 고급 아파트들이 많다는 점, 인구밀도가 들쑥날쑥하다는 점, 재개발이 잦고 인구 유동이 심한 점 때문에 위의 도식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민국 도시의 슬럼화는 오래된 단독주택가들과 임대료가 저렴한 다세대 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유럽이라고 해서 꼭 모든 시영, 공영아파트들이 반드시 슬럼화를 겪는것은 아니다.

7. 도시미관 문제


트로피코식 건물짓기


한국에서는 지나친 아파트 개발로 인해 오히려 스카이 라인을 해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8-90년대 당시 공급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용적률 제한을 대폭 완화하였고 높이 규제 또한 지나치게 일괄적이었다. 당연히 기업은 기업대로 20층 이하의 주택이 가장 수익이 났기 때문에 도시 외관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똑같은 모양, 어정쩡한 높이의 성냥갑 모양의 러시아식 흰색 바탕 아파트가 부분별하게 병풍처럼 들어선 모습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주장이 있다. 유명 여행정보 사이트인 '론리플래닛'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서울을 뽑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형편 없이 반복적으로 뻗은 소련식 콘크리트 아파트라고 할 정도.

도시 미관이 형편없는 일부 아시아나 아프리카 도시들의 전경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흐린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반대편 빽빽한 아파트숲을 보고있으면 우울해지는 느낌이 드는것도 마찬가지. 도시 미관은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공공재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다. 집에 거주하는 개개인들의 생활편의도 중요하지만 도시는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사는것이기에 무제한적인 생활 편의가 보장되야 하는건 아니다. 용적률이나 건폐율, 고도제한 등은 개인의 생활편의와 도시의 공존을 조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고, 만일 개인의 주거편의만 우선시한다면 도시는 무제한적으로 팽창하고 뻗어나가는 뒤틀린 공간이 되고 말 것이다. 다른 한편 도시 미관은 관광객을 끌어오는 매력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도시로 칭송받는 프랑스 파리, 초현대적인 미국의 뉴욕, 현대와 전통이 잘 조화됬다고 평가받는 일본 도쿄가 그런 예이다. 관광산업은 부가가치 창출률이 90%로 왠만한 산업을 능가하며,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이미지 제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다만 건축 양식의 미적 감각이라는 게 주관적이다 보니 이거에 대한 반론 및 옹호의 여지도 있고, 21세기 들어서는 성냥갑같은 아파트가 줄어들고 좀더 개성있고 시야도 확보되도록 배치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도 많다. 사실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도 실용성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많은디 기후 일조량 그리고 풍수지리까지 따지는 한국의 특성상 모든 건물들을 동향이나 남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채광면이나 냉난방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도 동향이나 남향으로 짓되 외관이나 인테리어만 고급스럽게 해서 지은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연교차, 에너지 비용 때문에 채광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아파트가 낮은 건폐율 용적률이 높아 초고층으로만 올라가는 이유도 바로 이것. 한국에서는 유럽 시내 공동주택단지처럼 지으면 일조권이나 사선제한 관련 건축법 위반이다. 서울시가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관리하겠다고 나섰음에도 주민 일조권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도 이 때문. 건설사 입장에서는 도시 미관보다는 입주자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은 무시한다.

따라서 한국의 아파트 문제는 아파트 단지의 외관적인 문제가 아닌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게 되는 당시의 경제적 사회적 요소가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문제점 지적한 ‘아파트’ 펴낸 박철수 교수, 문제는 아파트 단지다! 부동산불패신화 약발 떨어진 신흥종교 유리궁전 마천루의 저주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만들게 되는 혹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원인이 문제지 도시 경관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최근 신도시 개발처럼 아파트 용적율, 건폐율 규제를 조절하여 일관되지 않도록 관리하면 차차 해결될 문제다.

또 정작 그 미관을 고려한 아파트의 정점이라 할 만한 주상복합 아파트들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타워팰리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아이파크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거주 편의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평수 대비 전용 면적이 작아 실평수가 좁으며 베란다가 없고 창문이 작아 창문의 개방감이 적어서 통풍도 잘 안 되는 아파트가 겉보기에 좋은들 무슨 소용일까? 최근 고급 오피스텔 중에서는 80평이라는 놈이 실평수 40평(...)같은 극악의 실평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부수적인 공간이 넓어 미관상으로는 끝내주지만 말이다.

8. 녹지 부족

실제로는 일반 주택보다도 오히려 녹지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그 이유는 아파트 건축시 부지의 일정 부분만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건폐율 용적률을 법적으로 정해놓았으며, 소비자의 취향이 고급화되며, 아파트 내 조경이나 수변공원 등이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독주택에서 녹지를 많이 조성하면 엄청나게 곤란해진다. 특히 마당에 나무같은걸 심으면 낙엽이나 매미 소음정도면 다행이고, 세상에 이렇게 벌레가 많다는걸 아주 잘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관리도 직접 해야한다. 나무라면 열심히 낙엽 쓸기도 하고 가끔 가위질도 해야 하고, 잔디라 해도 물 뿌려주고 제초기 돌려야 한다. 다행히 이건 재밌다. 물론 벌레가 뛰쳐나오면 그때부턴 별로 재밌지 않아진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이라고 무조건 녹지가 많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서울 묵동의 낡은 단독주택촌 같은 곳을 가보면, 그냥 벽돌 담에 둘러싸여있을 뿐이다. 나무나 풀을 보기 어렵다.

또한 진짜 콘크리트 숲을 꼽자면 다름아닌 빌라촌이다. 30세대 이하 단지는 녹지 조성의 의무가 없는데, 아파트는 아무리 작아도 수백 세대이니 녹지 조성이 필수이며 마케팅을 위해서라도 녹지를 상당히 많이 조성하는 반면[5] 빌라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30세대 이상을 지어도 건축주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30세대 이하의 단지들을 서로 다른 건축주가 짓는 것으로 위장해 녹지 조성 의무를 피해간다. 최근 전세난 등으로 인해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를 짓는 경우가 흔한데 이게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 계획된 단지가 아닌 개개인의 개발이다보니 이는 난개발과 스프롤 현상, 그리고 녹지 미조성이라는 끔찍한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것. 믿기지 않는다면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곳이 금정역 주변이 있다. 금정역 근처의 빌라촌은 나무같은거 없는 낡은 빌라들이 모인 콘크리트 숲이지만, 금정역 옆 래미안은 상당한 녹지를 조성했다.

오히여 앞서 지적했듯이 그 아파트 내 녹지가 공공재산이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지방정부는 지역 전체의 여론을 모아 공원과 도서관, 어린이집, 양로원 등의 공급수준을 정하고 이를 공공시설로서 제공해야 하는데, 주택 구매자들은 당연히 자신들만의 부담으로 구입한 것이니 만큼 사유지로 여기고 사용한다. 아파트 단지 내 통로를 지름길로 이용하려는 다른 단지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도 많고 심지어는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아파트 내 공공시설을 분양주택의 분양대금으로 지었다는 이유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인위적으로 분할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경우도 생긴다. 이로 인해 공적 영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생겨나고, 지방정부는 더더욱 이러한 공공생활시설을 제공하려는 유인을 잃게 되면서 아파트단지가 아닌 지역은 공공시설이 매우 부족한, "빈곤한 도시"가 된다. 이는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더더욱 불러일으키게 되고, 저소득계층이 주로 사는 지역의 생활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여기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내놓는게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게 아니라 일반 주택지역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하여 아파트를 지으면서 분양금액으로 공공시설을 만들라고 하고 있다. 사실 서울에 지정된 수많은 뉴타운의 개발 방향이 바로 그것이다.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이용하여 일반주택을 아파트로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그 댓가로 민간에서 공공시설을 짓도록 하고 있다. 물론 공공의 부담을 늘리고 사적 부담을 줄이려는 개발주체와 정부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재산세를 공공시설 공급에 필요한 만큼 높이기에는 건물주, 그리고 국가의 예산을 받아오는 데 익숙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뻔하다.

9. 결론

사실, 다 떠나서 생각해 보면 한국의 아파트에 대한 논란은 영토에서 기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애초에 땅 자체도 좁은데 그마저도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니 실제로 쓸 수 있는 땅은 좁아도 너무 좁다는 것이다. 이러니 아파트가 효율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는 아파트가 한국의 주거 문화를 대표하는 요소로 자리잡은 요인이 되었다. 실제로 요즘 재개발의 청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아파트 단지의 형태인데, 만일 한국이 지금보다 쓸 수 있는 평지의 양만 더 많았다면 좀 더 다채롭고 개성적인 재개발이 유행했을 것이다.


[1] 단지별 평형을 가지고 서로 차별하는 등의 행위 및 아파트 단지에서 빌라촌과 구분지으려는 성향 등. [2] 대전 둔산신도시 또한 철저하게 블럭별로 네모반듯하게 분리된 단지구성이다. 또한 서울보다 교통체증이 덜하고 도시철도망이 빈약한 관계로 대중교통에 더욱 익숙하다. [3] 그래도 낡은 아파트는 비슷한 위치와 년식의 빌라보다는 비싼편에 속한다. 다만 투자용 아파트는 상당히 쌀 수도 있다. [4] 재건축 비용의 상승요인들이 많다. 예전처럼 아파트 해체하고 건설폐기물 대충 처리하는게 아니라 폐기물 처리비용도 엄청나고 건축비도 예전보다 올라간건 당연지사. [5] 최근 고급 아파트들을 보면 건폐율이 낮다고 광고하는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삼성동 아이파크. 수만 평의 부지에 몇 동 안 되는 초고층 아파트를 조성하여 녹지를 확보했다. 타워팰리스는 아예 양재천을 복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