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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6 22:09:38

스프롤 현상

스프롤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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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도시 밀집화와 환경 문제3. 역사4. 영향5. 대한민국의 스프롤 사례6. 대한민국 외의 스프롤 사례
6.1. 미국
6.1.1. 원인6.1.2. 문제점
6.2. 영국6.3. 일본
7. 기타8. 관련 문서

1. 개요

스프롤 현상(Urban Sprawl)은 난개발의 한 종류로, 도시발전 초기에 일어나며 교외(suburb) 지대가 무계획적이고 비효율적으로 팽창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프롤 현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공동주택 등 고층건물 위주의 계획적인 도시팽창보다는 농지나 나대지(한국의 경우 심지어 산지도)에 저층건물이나 단독주택이 비효율적으로 땅을 뒤덮어 수평확장이 일어나는 현상에 더 중점을 둔 뉘앙스가 강하다. 스프롤 현상이 심화되면 이후 도시개발을 체계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공학인들은 이 현상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

도시 불량 팽창의 원인은 수도 없이 많다. 도심 부동산 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교외지역으로 주거와 산업이 밀려나거나 교외에 계속 단독주택 단지가 뒤죽박죽으로 생기는 경우[1], 도시 지구들의 흥망성쇠에 따라 땅만 차지한 낙후지대가 무한정 불어나는 경우[2], 녹지라는 개념을 없애 버리는 경우 등 무계획적으로 도시가 수평팽창하는 것은 전부 스프롤 취급된다.

영연방권이나 서유럽에서는 '스프롤'이란 단어보다는 '페리어반'(peri-urban)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2. 도시 밀집화와 환경 문제

높은 인구밀도 환경 문제를 일으키므로 교외로 흩어야 친환경적이라 봤던 에벤에저 하워드의 전원도시 이론과 정반대로, 모더니즘 성향의 도시공학자들은 서울이나 맨해튼 혹은 홍콩처럼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차 일반인 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 답답함을 유발하는 도시 구조가 오히려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올바른 개발 방향이라 생각한다. 과거 르 코르뷔지에가 이러한 생각을 가졌고, 오늘날에도 《도시의 승리》를 집필한 에드워드 글레이저 등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도시구조가 밀집될수록 '원스톱'이라 하여 시민들의 평균적인 이동 거리가 감소하고 대중교통의 보급도 쉬워지며 주거와 각종 서비스의 효율이 증가하여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지역냉난방 등 집단에너지나 친환경에너지의 도입도 쉽기 때문이다. 전술한 맨해튼처럼 개발하는 구역은 초고밀도로 개발하고 센트럴 파크처럼 개발하지 않는 구역은 녹지로 남겨두어 환경과 인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코르뷔지에식 도시계획의 핵심이다.

다만 도시가 전체적인 환경에 끼치는 영향과 도시 내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환경 여건은 별개의 문제이다. 같은 개발 수준이라면 용적률을 줄일수록 도시민의 생활 여건은 높아진다. 도시 자체가 밀집하여 국토나 지구 전체에 끼치는 환경 오염은 줄어들더라도 도심 내부에 공해 요인이 밀집되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도시민들의 건강은 악화된다.[3]

환경 문제 이외에도 밀집지의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불량 주거 지역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문제 때문에 생활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 과도한 교통체증과 가축수송, 교통과 상업으로 인한 소음과 빛 공해도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서울특별시는 과도한 밀집이나 미세먼지와 같은 각종 공해로 인한 보건위생상의 문제와 높은 부동산 가격 등으로 인해 도시민의 생활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인들이 스프롤 현상에 관대한 방향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다름아닌 1920년대 이쿼터블 빌딩의 일조권 침해 문제 때문이다. 미국 특유의 조닝 제도에 바로 이 빌딩이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도시공학자들의 이상과 일반인들의 생각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경우 일반인들도 도시공학자들의 고밀도 도시 구상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으나, 정반대로 영미권이나 서유럽, 일본 등은 지나친 고밀도 개발이 개개인의 삶의 질을 매우 저하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미국 뉴욕 시의 경우 맨해튼 섬은 초고밀도로 개발됐으나 다른 부분들은 레비타운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스프롤 현상을 겪고 있다. 왜냐면 미국인 대다수가 저밀도 주택가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뉴욕 시민들(특히 백인 중산층)의 대다수는 업스테이트 일부나 뉴저지 주, 혹은 롱아일랜드 등에 마련된 교외 단독주택가에 살고 통근만 맨해튼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의 가용 토지 면적이 매우 좁다는 팩트 외에도, 과거 개도국 시절 초가집과 달동네로 대표되는 단독주택가에 대한 나쁜 기억 탓에 선진국 지위로 올라선 현대에도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고밀도 계획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도 상업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높은 용적률의 개발도 허가가 잘 나지만 주거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용적률을 높이기 쉽지 않다. 주거지역이 상업지역보다 높은 규제를 적용받는 이유는 과도한 밀집을 억제하여 도시민의 건강과 생활수준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3. 역사

스프롤 현상의 원조는 미국이다. 1950년대 경제 호황기에 도심 생활을 답답하게 느낀 백인 중산층들이 '여유롭고 탁 트인 공간'을 찾아 교외에 단독주택을 짓고 대거 이주하면서 한도 끝도 없이 교외지역이 팽창하기 시작했다.[4] 미국 중산층의 대다수가 단독주택에 살면서 주관적인 개개인의 삶의 질은 나아졌으나 도시공학적으로 교외 팽창은 녹지를 지나치게 많이 잡아먹고 자가용 이용률을 폭증시켜 에너지 낭비, 환경오염, 교통정체, 대중교통 수익성 저하, 도심지의 슬럼화, 높은 비만율, 사회적 고립, 마약 등의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불쾌한 도시 팽창을 지칭하는 스프롤이란 표현이 등장하였는데 스프롤은 적절한 도시계획 없는 난개발을 의미하는 용어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불쾌하게 느껴지는 도시 팽창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도시계획을 말아먹은 난개발의 증거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매모호한 말이다 보니 스프롤 타령은 많지만 정작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논의는 잘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도시개발에 있어서 수용부터 우선해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폐쇄된 성채화를 우선하다 보니 2020년대 기준으로 미국과 유사한 스프롤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도 교외에 단독주택이 많이 지어지긴 하지만 단독주택의 수요 자체가 적어서 난개발이라고 불릴 만큼 지어지지 않는다. 물론 2000년대 이전을 다루거나 그 시절에 만들어진 만화와 TV프로그램,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 1990년대 초반까지는 단독주택이나 저층 다세대주택이 주류였으므로 수평확장이 이루어졌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층주택은 빠르게 노후화되고 '가난한 동네의 상징'으로 전락했으며 이를 고밀도 초고층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으므로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세계적으로 보면 오히려 압축도시(compact city)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서울, 부산, 대구,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도시가 크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영등포 영동 지역을 개발하고 서울 지하철 수도권 전철 사업을 하였다. 지방에서도 각 지방 도시철도 고속도로 사업 등을 벌이고 있으나 21세기에도 일부 지역에서 스프롤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 팽창을 강제로 막는 유용한 도구이나 인구 유입이 많이 잦아든 21세기 들어서는 조금씩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의 용적률 낮은 노후화된 주택가들을 전면 철거하고 깔끔한 초고층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뉴타운 사업 등으로 과거의 스프롤 현상을 정리하고 있다.

4. 영향

그린벨트 규제가 없는 국가들은 저밀도 팽창과 고밀도 팽창이 동시에 일어나는 으아악 난개발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인도 뭄바이 일본 사이타마시, 미국 뉴저지 주 등이 매우 심각한 편이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있다고 반드시 불량 팽창이 억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만 해도 미국, 일본과 같은 노골적인 도시연담화는 드문[5] 대신 개구리 뜀뛰기형으로 도시권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경기도 시흥시, 남양주시, 대구광역시 달성군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기도 광주시도 많은 지역이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우 대중교통 정책을 세우기 심히 난감해지는데 도시철도를 깔더라도 중간 미개발지 구간 수요가 거의 없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는 데다 비슷한 구간을 다니는 버스와 소요 시간에서 크게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건설 시 B/C 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내버스 운영 역시 난감해지는데 중간 수요가 거의 없어 장거리 승객들이 많아서 겉으로 보기에는 가축수송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수익성은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완행시외버스나 간선여객열차 수준으로 운임을 비싸게 받아 버리거나 경부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등 간선철도 기반의 전철노선들처럼 지하철보다는 예전의 비둘기호에 더 가까운 식[6]의 운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간선철도 베이스로 굴리게 되면 그나마 B/C값이 잘 나오기는 한다. (옛날옛적 비둘기호 타고 옆 도시 왕래하는 것과 형식상 거의 유사하니) 이용하기는 불편해지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이 갈 대로 간 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계획이라고 보면 된다. 아예 무궁화호 스타일의 고급화된 크로스 시트배치에 그 정도 수준의 요금과 극단적으로 줄어든 정차역, 높아진 표정속도와 회전율 등. 뒤집어 말하면 그냥 지하로 다니는 통근형 무궁화호. 이 경우 인프라 유지비용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으나 결국 이용자가 부담을 더 떠안는 구조다.

스프롤 유무에 따라 한 나라의 점포 문화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편의점도 빌딩에 있는 것이 당연시되고 대형마트는 대개 주차장이 위층이나 지하층에 위치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단층 대형매장에 매우 널찍한 야외 주차장을 갖춘 경우가 흔하다. 이 탓에 미국의 마트에서는 엘리베이터, 무빙워크를 보기 매우 힘들다.

5. 대한민국의 스프롤 사례

드물지만 스프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사례를 2024년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상남도 김해시 읍면지역은 특이하게 교외 주거단지가 아닌 공장이 스프롤과 유사한 형태로 퍼져 있으며 공장 허가 남발로 공장을 박아넣을 수 있는 산골짜기마다 공장이 무질서하게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 대한민국 외의 스프롤 사례

6.1. 미국

파일:XfkzlgW.jpg

사진은 미국 네바다 주의 주거 지역이다. 출처 위치

미국의 교외 스프롤 현상은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에도 있어 왔다. 특히 지금도 스프롤 현상과 LA형 스모그로 고통받는 캘리포니아에선 노면전차 회사들이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며 스프롤을 조장해 자사 서비스를 강제하려는 시도를 할 정도였고[7] 이미 현대 미국 교외 주거지역의 특징적인 모습은 이 시점에서 전부 나타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단독주택지들은 C. 페리의 근린생활권(neighbourhood unit) 이론을 어설프게나마 받아들여 최소한 도보로 초등학교나 노면전차 정류장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레비타운 시대 이후의 택지들보단 상대적으로 밀도가 다소 높았다.

완전히 자가용에만 의존하는 형태의 주거지는 1958년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건설된 레비타운(Levittown)[8]이란 거대한 단독주택단지를 효시로 본다. 필지를 세분화시켜 비슷하게 생긴 단독주택을 여럿 짓는 북미 특유의 교외 개발 방식을 트랙트 하우징(Tract housing)이라고 부른다.

한편 미국의 스프롤 현상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몇몇 서부와 남부 주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개 기후가 따뜻해 거주 환경이 좋다는 것, 두 번째는 해당 주들이 비교적 늦게 개척이 시작되어 전통적인 개발 방식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전술한 캘리포니아의 노면전차 회사들처럼 부동산 사업이 끼어 있었다는 점이다.[9]

주거 구역은 단독주택 위주로 수평확장된 형태인 데 반해 대부분 개발 계획에 스트립 몰(Strip mall)이 포함되고 학군 하나 정도만 들어가도록 계획하여[10] 정말 기초적인 생필품이나 일부 상업 서비스만 제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도라 본격적으로 장을 보거나 대학교 등은 주거지와 완전히 분리되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되다 보니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 있는데 주마다 다르지만 빠른 곳은 8~9학년, 대개는 10학년 때 딴다고 한다. 마트 가서 1주일~1달치 생필품을 날 잡고 한꺼번에 사 두는 쇼핑 문화나 양문형으로 된 가정용 대형 냉장고가 일찍 보편화된 것도 이러한 주거 문화와 연관되어 있다.

교통이 발달한 2000년대 이후의 계획도시 같은 경우는 아예 인근 대도시에서 약 100km 떨어진 곳에 만들며 대부분의 단독주택단지들은 치안을 위해 높은 담장과 삼엄한 경비시설로 무장된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 형태로 만든다. 출퇴근에 한 시간 이상을 투자해서라도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에 널찍한 개인주택을 가지고 싶은 부유층 수요의 산물이다.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에서는 중산층에게도 수요가 있다.

6.1.1. 원인

모든 난개발이 그렇듯이 그렇게 개발해서 이득을 얻는 사람은 있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도시 중심지에서 밀려나오듯 퍼지는 구대륙식 스프롤과 달리 미국의 스프롤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주거지역이 특징인데 이러한 식의 교외지역 개발사업은 상술되었듯 부동산 사업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목표는 교외 택지를 최대한 저점에 매수해서 개발한 다음 판매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유치해야 하는 상수도, 전기, 도로의 유지는 고스란히 지역 정부의 몫이며 부동산 사업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거주자들의 교통 불편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님을 넘어서서 오히려 부동산 사업자들이 강제로 조장한 측면도 크다. 도심과 연결성이 좋지 않도록 하여 그들이 제공하는 소규모 상업구역에 수요를 몰아놓거나 초기 캘리포니아식 교외사업처럼 아예 노면전차를 타는 걸 강제하기 위해 고의로 교통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11] 이에 대한 수익은 부동산 사업자가 챙겨도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았다.

사실 연방정부가 스프롤을 부추기기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역자를 위한 주택사업으로 도심지를 개발이나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 대신 건설 단가가 저렴한 단독 목조주택을 선호했고 냉전 시기에 핵전쟁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시를 최대한 넓게 분산시켜 시민들을 예상 폭심지에서 최대한 떨어트리려는 시도를 했다.[12] 연방정부도 교외지역 개발 이후 유지와 관리에 책임을 지는 주체가 아니었다. 연방주택청은 이를 위해 도심지 재개발 공동주택보단 교외 단독주택 구매에 유리한 대출 상품을 만들었다.

미국 도시의 나쁜 치안도 원인이 되었는데 미국 사회에서 '타락해가는' 도시[13]로부터 멀어져 교외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이를 대중매체를 통해 최대한 부각시키기도 했다.

당시는 기름값이 안정세를 유지하여 연료비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기도 했다. 주택 대출과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막대한 예산을 소비한 연방정부의 교외화 정책의 결과 2차 대전 후 신흥 중산층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교외 주택 매물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6.1.2. 문제점

이렇게 계획적으로 진행된 스프롤로 형성된 서버비아(Suburbia)는 미국 도시구조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6.2. 영국

현대적인 개발제한구역 개념을 처음 제시한 나라임에도 런던 근교를 찍은 위성사진 등을 보면 생각보다 스프롤 현상이 심하게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영국이 평야 위주의 지형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데다 영국의 그린벨트는 한국과 달리 상업용 건축물의 신축만 제한되며 실거주 목적의 단독주택을 건축하는 데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6.3. 일본

파일:SPT.jpg

도쿄 수도권의 항공촬영 사진

파일:about-mokumitsu.jpg

도쿄도의 노후 목조주택 밀집지역(갈색 부분)

일본은 근대화 시기부터 이촌향도로 인한 스프롤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났다. 일본은 2차대전 이전에도 상술한 미국 노면전차 회사들의 교외 개발 모델을 일찍 받아들여 사유철도 회사들이 '연선'(沿線)이란 형태로 택지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점적으로 신도시를 계획하는 사례가 굉장히 드물다. 지금도 일본의 대형 사철 철도선 인근의 건물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해당 사철 산하의 부동산 회사를 거친 경우가 많다. 당장 인천-나리타 노선으로 일본을 가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동안 영종신도시나 송도신도시처럼 하늘을 찌를듯한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 SF영화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은 나리타 국제공항 바깥으로 나오면 바로 케이세이 전철에서 개발한 나지막한 단독주택지가 나타나 한국인 입장에서는 1980년대에서 발전이 멈춰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구글 지도 등으로 일본의 아무 도시나 들여다보면 시가지나 주택가 이름이 '~다이'(台)나 '~가오카'(ヶ丘) 등으로 끝나는 곳들이 꽤 많은데, 99%가 전술한 방법으로 개발된 곳들이다. 심지어 타마 뉴타운이나 센리 뉴타운처럼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개발하는 몇 안되는 계획적 신도시들조차 대형 사철과 합작해서 개발했으며, 한국의 신도시들과 비교하면 용적률이나 밀도가 낮은 편이다.

원래부터 난개발을 의도했던 건 아니다. 도큐 전철 등 대형 사철 회사들이 E. 하워드의 전원도시 이론을 받아들여 처음에는 꽤 계획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주택단지를 의도했지만[19] 계속해서 유입되는 인구로 말미암아 비슷한 형태의 주택지를 반복적으로 연선에 개발해댔고, 2차대전 이후 고도성장시대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며 급기야는 본래 의도와 정반대로 녹지가 주택가에 밀려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1980년대 거품경제 시대에는 사이타마현이나 지바현 등지에서 비싼 도쿄의 땅값을 피해 몰려오는 인구 수요를 충족한답시고 아무렇게나 단독주택을 늘어놓는 진짜 난개발이 성행했다.

그 결과 가나가와현에서 사이타마현 남부[20] 그리고 지바현 서부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 초록색 하나 보이지 않는, 단어 그대로 '콘크리트 정글'이 돼버렸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도쿄 수도권뿐 아니라 게이한신권과 주쿄권 등 웬만한 규모를 가진 일본 도시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게이한신권의 경우 오사카부 양쪽으로 서쪽은 효고현, 동북쪽으로는 교토부와 연담화됐고,[21] 주쿄권의 경우 아이치현과 기후현, 미에현, 시즈오카현 일부와 연담화됐다. 이런 경우 1990년대 이전 한국마냥 산이나 언덕을 깎고 축대를 세워 주택가를 만드는 풍경도 상당히 많이 보이다. 다른 지방도시들의 경우 매우 험준한 지형 탓에 다른 현과 연담화되는 경우는 드물어도 현청소재지급 도시와 주변 지자체들이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풍경은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대도시의 주택은 단독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미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좁아서[22] 미국보다는 대도시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 개발이 옛날부터 이루어지다 보니 도로폭이 좁고 한국의 1980~90년대 주택가처럼 재래시장, 편의점 등 소규모 편의시설이 군데군데 박혀 있는 식이라[23] 미국처럼 과자 한 봉지 사려고 자가용 몰고 멀리 가야 할 수준까지는 아니며 주택가의 골목길은 차를 모는 것부터 쉽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거대 도시에서도 일부 골목길은 너무 좁아서 경차 이외의 출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더 심한 경우는 이륜차 이외의 출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본은 외국과 비교하면 경차 시장이 압도적으로 발달했고 세단이나 중형차는 생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는다.

미국 교외에 비해 높은 인구밀도와 발달한 소중심지에 더해 미국과는 정반대로 고속도로보다 철도교통이 더 광범위하게 깔려 있어 수도권 케이한신 지역은 교외화로 인한 철도 수익성 저하를 겪지 않았고 오히려 철도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도로가 넓지 않아 고속도로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 편이며 좁은 거리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도 지방으로 가면[24] 완전히 미국식 스트립몰과 유사한 점포들을 볼 수 있으며 재플리시로 '로드사이드 점포'(ロードサイド店舗)라 부른다. 여기도 미국 서버비아 못지않게 밈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는데 대개 이온몰과 유니클로, 시마무라 등 SPA가게, 스키야 규동 체인점과 편의점 그리고 아오야마 양복점 간판으로 대표된다. 다만 도로 폭이 미국에 비해 좁은 관계로 경차 자전거 스쿠터와 같은 소형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초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이촌향도 현상이 진행될 대로 진행되고 철도도 하루에 몇 번씩 다니거나 그마저도 폐선된 지역에서는 동네 주변의 상업시설이 모두 사라져서 자동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주민들도 상당해서 이들을 '쇼핑 난민'(買い物難民)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많은 도시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셔틀버스[25] 늘어나고 있다.

7. 기타

비디오 게임 데드 스페이스 2의 주요 배경이 '스프롤'로 불리는데 무대인 타이탄 정거장의 시가지가 굉장히 스프롤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의 필수요소로 등장하는데 이때는 마천루로 빽빽히 가득 차 있으며 뉴로맨서의 묘사를 빌리자면 미국 동부의 대부분이 도시화가 이루어졌다고 묘사된다. 대개는 구룡성채로 묘사되거나 네온사인으로 가득찬 최첨단 하이테크 도시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SF물에서 절정을 달하는 것이 행성도시다. 하지만 이런 도시개발은 스프롤 현상이라고 보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체적인 대지 면적도 넓고 건폐율이 높지만 용적률도 높기에 그냥 도시의 크기가 커진 것일 뿐 스프롤 현상처럼 비효율적인 개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케이드 파이어 The Suburbs라는 앨범의 주요 모티프로 쓰이며 동명의 곡도 존재한다.

미국식 스프롤이 워낙 넓으면서 인구밀도는 낮아지는 방식이다 보니 리미널 스페이스에서 '무한히 뻗어있는 서버비아'의 형태도 자주 채용되는 편이다.

8. 관련 문서


[1] 이쪽이 원조. 스프롤이란 말이 처음 사용된 사례. [2] 이 경우에는 아예 슬럼이 생겨나기도 한다. 급히 난민촌이 생기는 것도 일종의 스프롤로 볼 수 있다. [3] 각국의 정부가 수많은 단점과 실질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를 보급하려는 이유는 도심 안의 공해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연비가 좋다는 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의미다.) 규제받는 이유도 같다. [4] 이에 관해서는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의 절박한 탐구의 기록들》을 참고. [5] 드물다는 거지 아예 없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서울과 광명시나 하남 미사강변도시, 대구와 경산시 같은 곳은 지역 주민들도 착각할 정도로 연담화가 진행되어 있다. [6] 15~6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기차나 화물열차와 선로를 공유하고 시간표 보고 타야 하는 열차 [7] 이걸 주도했던 회사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퍼시픽 일렉트릭'(Pacific Electric) 전기철도인데, 이 회사의 교외 개발 모델과 차량 도색은 후술할 일본의 사유철도와 연선 개발 모델에 큰 영향을 끼쳤다. [8] 영화 서버비콘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주택가의 모델이기도 하다. [9] 반대로 일찍이 산업혁명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던 북동부나 중서부의 도시들, 예를들어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등으로 가면 전통적인 중-고밀도 위주의 도시 형태를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조차 한국, 홍콩 등과 비교하면 한참 밀도가 낮고 수평확장 경향을 보인다. [10] 해당 학군의 스쿨버스가 처리할 수 있는 거리 내에 들어가서 통학에 따른 교통수요를 해결하거나 아예 학교와 함께 패키지로 건설되는 경우도 있다. [11] 그리고 이 형태는 하술할 일본에도 영향을 끼쳤다. [12] 사실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기의 미국은 소련의 핵 공격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가졌으며 우발적 핵전쟁에 대한 위험도 컸다. [13] 당시에는 도시 중심의 치안이 진짜로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치안 문제 때문에 도심에 살기 싫어하는 미국인들이 있다. [14] 인도를 아예 안 깔아놓는 것은 자가용을 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악의적으로 보행자의 권리를 배제해야만 나올 수 있는 구조이다. [15] 캐나다는 사회 전반이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도시개발에 있어 국가의 개입이 좀 더 크기 때문에 미국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16]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이를 감당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는 도로 포장 상태가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17]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로, 해당 주택가를 계획한 윌리엄 레빗 본인은 유대인이었음에도 다른 유대인의 입주까지 금지했다는 것이다. [18] 한국에서도 단독주택을 짓고 후회히는 경우는 이 점을 간과한 경우가 많다. [19] 1918년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고토 게이타의 합작으로 "전원도시주식회사"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회사를 설립한 뒤 중산층과 상류층을 위한 교외 주택지를 도큐 연선에 계획했는데 그게 바로 덴엔초후이다. [20] 간토평야가 모두 도시화된 것은 아니다. 사이타마현 북부와 군마현, 도치기현, 이바라키현 등 북간토 지방은 아직도 미개발 상태인 곳들이 많다. [21] 사실은 한큐 전철이 주도한 이곳이 일본 최초의 근대적인 교외형 택지개발이다. 단지 간사이는 산이 가로막고 있는 지역이 많아 간토에 비해 수평확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다. [22] 미국의 단독주택은 2층집에 널찍한 마당, 2~3대 정도 차가 들어갈 공간이 딸려 있지만 일본 대도시의 단독주택에는 대체로 2층집에 차 한 대 세울 공간만 있다. 다만 일본도 지방으로 내려가면 어느 정도의 마당과 차 2~3대 정도는 세울 공간이 마련된 경우가 많다. 사실 지방으로 가면 땅값이 많이 저렴한 데다 대중교통은 부실한지라 한 가정당 차 1대가 아니라 성인 1명당 차 1대꼴로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23] 미국/ 캐나다 일본과 달리 ' 조닝(zoning)'이라는 제도가 훨씬 엄격하게 집행되어 거주 구역(residential area)에는 어떠한 상업시설도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24] 수도권에서도 사이타마현 뿐 아니라 지바현 북동부 내륙, 이바라키현 등은 미국식 주택가+스트립몰 조합이 기본이다. [25] 마트에서 직접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의 시내버스 업체와 협력해서 마트 부지 내에 정류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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