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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0 10:32:24

확신범

1. 개요2. 설명3. 잘못된 용례4. 사례5. 창작물에서6. 관련 문서

1. 개요

/ Überzeugungsverbrechen[1]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인 굳은 믿음이 중요한 동기가 되어 일어나는 범죄 또는 그를 저지른 범인.

2. 설명

종교, 사회, 정치, 사상( 이데올로기)과 관련된 신념을 갖고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즉,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확신한 범죄자이다. 그 신념이 옳은지 그른지는 따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 테러리스트도 해당할 수 있다. 사상범, 정치범, 국사범이 이에 해당한다.

확신범의 처벌은 논쟁거리다. 이에 따라 몇몇 극단적인 의견은 확신범을 처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까지 주장한다. 현대 교정(=형사처벌= 형벌)의 가장 큰 목적은 '교화'인데 교화라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갱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무리 온정주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형벌에는 교화뿐만 아니라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목적도 있으며 응보주의 관점이라면 거기에 더해서 국가의 형벌권에 직접적으로 도전하여 사적 복수를 합리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에 의한 복수라는 목적도 추가되어 무관용으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다.

확신범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신념이 바탕이 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같은 범죄라도 신념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 확신범이 아니다.

확신범이라도 사람마다 범죄를 저지를 때의 죄책감이나 사후대책에 대한 방향도 다양해서 범죄를 저지른 뒤 은폐하거나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처벌까지 각오하고 범죄를 저지른 뒤 떳떳하게 자수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과거의 독립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는 신념에 따라 일제강점기 군사독재에 저항하면서 법률을 어겼기 때문에 정권을 쥔 입장에서는 이들을 확신범으로 봤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범죄가 아니라 합법적으로 저항권을 가진 것으로 여긴 경우도 있어서 판단하기 애매하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저격한 것에 대해 신념에 따라 살인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 중장의 군인 신분으로 적국의 장수를 처단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2]

3. 잘못된 용례

흔히 아래와 같은 의미로 잘못 사용되는 용어이다. 의미 해석이 엇나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처음 독일에서 신칸트파의 서남학파에 소속된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부르흐가 쓴 자신의 논문에서 이러한 개념을 Überzeugungsverbrechen으로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그것을 일본에서 번역하면서 '확신범죄' 또는 이를 줄여서 '확신범'이라고 했다. 신념(Überzeugung)[4]과 범죄(Verbrechen)를 합친 말인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Überzeugungsverbrecher(확신범죄자)라고 부른다. 확신범이라고 하면 확신범죄와 확신범죄자 모두를 칭하는 말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신범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해당 법률용어가 한국어로 중역되었다. 중국어로는 신조범(信条犯)으로 번역된 논문이 존재한다.

잘못된 사용에 있어서도 먼저 일본에서 전문용어였던 이 단어를 일반인들이 1990년대에 처음 접하면서 잘못 풀이해서 여러가지 다른 뜻으로 사용했고, 그것이 각종 매체를 통하여 한국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퍼진 확신범은 일본과 달리 상술한 법률용어의 번역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이미 널리 쓰이게 된 상태에서 번역을 통해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한국과 일본 모두 평소에 쓰던 '확신'이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뜻 때문에 혼동이 생긴 것. 해당 단어의 어감은 '신념'에 가까운 확신(종교, 사상 등을 굳게 믿음)으로 쓰인 것인데 '위법임을 확신', '범인임을 확신', '고의임을 확신'이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된 것이다. 애초에 일부의 사람만 쓰는 법률용어가 일반인에게 퍼져서 사용되는 경우라서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꼭 번역이 잘못되었다기는 보기 힘든 것이 독일에서도 일반인에게 원문의 뜻에 대해 물을 경우 '일부러 저지른 범죄지?'라는 답변을 들을 때가 있다. 다만 오해의 여지가 담긴 어감까지 그대로 가져온 지나친 직역이라는 느낌은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조차도 오용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5] 물론 일본에서도 사전 1번의 용법이 올바른 뜻이며 '틀리기 쉬운 일본어' 계열의 컨텐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6] 한국에서는 단어의 보급율 자체가 일본보다 낮아서인지 이런 식으로 언급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4. 사례


국가안보를 빌미로 여러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여러 정보기관들도 정의구현이라고 믿고 비슷한 행동양상을 보인다.( NSA 기밀자료 폭로사건, 국가정보원/사건 사고 등)
국정원 사람들이 검찰에 출두하거나 구속될 때는 이구동성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을 걸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그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서 구속을 앞두게 되면서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거나 또 배신자로 몰리게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고 한다. 또 자신의 죽음으로 그 사건을 덮고 조직을 보호 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거나 SNS에서의 주장대로 '자살을 당할' 정도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 국정원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 권영철, CBS 선임기자 #
트위터를 하다보니 깨달았는데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상은 악이 아니라 정의다. 악에는 죄책감이 따라오지만 정의에는 그게 없다. 적절한 제어수단이 없다. 다들 정의만 있다면 상대방을 재기불능이 될 때까지 철저히 몰아붙여도 무슨 상처를 입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빗나간 정의는 매우 위험하다.
- 일본 트위터리안의 정의에 대한 단상(본계정 동결중) #
"아이들을 위해 총을 든 내 행위가 죄악이라면 죽어서 당당히 지옥에 가겠습니다."
- 샘 칠더스[8]

5. 창작물에서

창작물에 등장하는 가장 단적인 확신범의 예로는 데스노트 야가미 라이토가 있다. 자신이 믿는 사회 구현을 위해 범죄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행동까지 조종해서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게 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타노스 역시 우주를 구원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지만 이를 실행할 수단이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말살한다는 심각하게 뒤틀린 방법인 데다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집단은 무력으로 찍어눌러버리는 확신범 성향의 빌런이다.

각종 히어로들도 확신범인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정의를 믿고 자경단 자격이 없으면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범인을 미행해서 직접 폭행으로 제압하는 경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주로 사적제재가 주제거나 다크 히어로가 등장하는 창작물에서 등장한다. 영화 타임 투 킬 또는 게임 로스트 저지먼트: 심판받지 않은 기억, 드라마화 된 웹툰 모범택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6. 관련 문서



[1] 두산백과 등지에는 Aberzeugungsverbrechen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오기되어 있다. aber라는 말은 있지만 Aberzeugung라는 말은 없어서 오타로 추정되는데 Über는 기본적으로 '~위에'라는 뜻(영어의 over), aber는 기본적으로 반대의 것을 말할 때 쓰이며(영어로 but)이며 둘 다 합성어의 어미를 이루는 요소로 쓰인다는 점은 동일하기는 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논문, 자료 등에 이 잘못된 철자를 그대로 사용한 자료가 꽤 존재한다. [2] 안중근 관련 법률적 평가 참고. [3] 일본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확신범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쪽의 의미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일본 기준으로도 잘못된 용법이다. [4] 사전의 뜻풀이에 의하면 확신, 신념, 주의라고 설명되며 문맥에 따라 드물게 설득, 설복, 논증이라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5] 다만 민영방송국에 한정된 내용이며 NHK는 표준어규정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므로 이쪽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6] 페르소나 5에서도 수업시간에 꼭지로 한 번 나온다. [7] 그렇다고 체벌이 법으로 허용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애시당초 아동 학대에 대한 대한민국의 법 자체가 허술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의 아동 학대 문서의 구시대적인 법 문단 참고. [8] 멕시코 출생으로, 젊을 때는 범죄자였으나 훗날 회개하고 남수단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지에서 종교 봉사를 하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반군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총을 들고 이들에게 대항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과정에서 남긴 말이다. 그의 일대기는 영화 머신건 프리처(그의 별명이기도 하다)로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