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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9 09:28:13

중역

1. 개요2. 특징
2.1. 한계2.2. 필요성
3. 한국에서의 중역
3.1. 실태3.2. 근래 직역본의 번역 질은?
4. 사례
4.1. 종교 경전
4.1.1. 불경4.1.2. 한국 개신교 성경
4.2. 철학서4.3. 대중문화에서4.4. 기타
5. 관련 문서6. 기타 동음이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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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重譯

번역의 형태. 특정 언어로 적힌 책을, 해당 언어로 적힌 원본이 아닌 다른 언어의 번역본을 기준으로 재번역하는 것. 예를 들어, 독일어 소설의 영어 번역판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대개 중간 언어의 이름을 붙여 "영어 중역판" 식으로 표현한다.

반댓말은 출발 언어에서 도착 언어로 '바로' 옮긴다는 면에서 직역(直譯)이라고 할 때가 많으나, 의역(意譯)과 반대되는 의미의 직역과 혼동될 여지가 다소 있다. 대개 이러한 의미로 직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출발 언어를 붙여서 "그리스어 직역판" 식으로 표현한다. ' 원전 번역'이라고도 한다. '완역'(完譯)을 이 의미로 쓸 때도 있다.[1]

짧게 정리하자면 'A어'라는 언어로 적힌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할 때 'A어→한국어'로 바로 번역한 것은 직역, 원전 번역이라 하고, 'A어→B어→→한국어'와 같이 중간에 A어와 한국어 이외의 언어가 한 번 이상 들어갈 경우 중역이라 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번역 퀄리티 등의 문제로 인해 중역본을 다시 중역하는 'A어→B어→C어→한국어'와 같은 형태의 번역은 그렇게까지 많이 행해지지는 않는다.

2. 특징

2.1. 한계

중역은 아무리 번역가가 노력해도 원어의 뉘앙스를 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므로 번역 시 되도록이면 권장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문학 작품에서의 중역은 문제가 상당히 많다. 수많은 책들이 " 원전 번역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중역본과 원전 번역본, 원본을 펼쳐 놓고 비교해 보는 경우에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면 원전 번역본이 다시 나오게 된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중역이 개판이어도 접근성 떨어지는 원전 탓에 독자가 심각함을 못 느끼면 수요가 없으니 원전 번역본이 나오질 않는다.

중역은 오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 번 번역하는 단계에서 의미가 손실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를 다시금 번역하면 의미가 더 손실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동일한 언어로 전달하더라도 그 전달 단계가 늘어날수록 오류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하물며 다른 언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역자가 원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1, 2차 번역으로 발생한 미묘한 변화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1차 번역본의 오역이나 의역, 또는 번안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같은 오류를 더 일으켜서 원본과 동떨어진 왜곡 수준으로 변질하는 경우도 생긴다. 동영상 파일에 빗대자면 AVI 파일을 WMV으로 1차 변환한 것을 다시 MP4로 2차 변환하여 화질이 거듭 열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역은 원전 번역에서는 쉽게 구분할 수 있었을 표현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어 T-V구분이 사라진 관계로 경어-평어의 구분이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반면 다른 인도유럽어족 언어들에서는 계속 살아남은 경우가 많아서 영어를 거치면 그 의미가 소실되고는 한다. 가령 다른 유럽대륙 언어라면 "너"-"당신"으로 구분되지만 영어에서 "You"로 통일되는 경우 이를 중역했을 경우 그냥 다 "당신"이나 "너"로 옮기게 된다.[2] 또한 일본어는 한자어, 주목술 어순, 교착어, 다양한 인칭대명사와 동사변화 등이 있어 원전번역이 가장 정확하며 영어 중역 시 원전의 정확한 표현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2.2. 필요성

그런데도 중역은 종종 효과적으로 쓰이는데, 주로 원어 구사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 그렇다. 특히 해당 언어가 마이너해서 화자가 극소수한 관계로 전공자나 구사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기까지 하다.

가령 영어-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과 영어-아랍어에 능통한 사람 각각은 많지만, 한국어-아랍어에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를 아랍권에 수출할 경우 영어 번역본을 토대로 현지에서 번역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래도 이러한 경우 중역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가능한 한 그 원어에 능통한 사람과 함께 원전의 참고를 받아가면서 번역하는 편이다. 예컨대 과거 영화 부시맨이 히트했을 시절, 부시맨이 한국 TV 예능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세 사람이 통역했다. 해당 인물이 자기 부족어로 말하면 첫번째 통역이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두번째 통역이 영어로, 세번째 통역이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했다.[3] 현재도 다큐멘터리 등에서 원시 부족민 인터뷰를 할 때 원주민어-현지 공용어-한국어 이런 식으로 번역한다.

또한, 그 책의 원전에 쓰인 언어는 잘 못하지만 그 책이 다루는 분야에 대해 능통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평범한 번역가의 직역보다도 번역 수준을 좋게 뽑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덴마크어를 전공하고 덴마크어만 공부한 사람과 덴마크어는 잘 못하지만 안데르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동 문학을 공부한 사람 중 누가 더 안데르센 동화를 잘 번역할까?[4] 전자는 그 언어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해낼 수는 있겠지만 한국어로도 읽기 편하고 아동에게 적합하게, 소위 맛깔난 번역을 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경우 후자의 사람에게 영어로 번역된 안데르센 동화를 중역시키는 편이 더 좋은 번역을 내놓을 수 있다. 여기서 더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중역을 기반으로 하되 덴마크어를 잘 아는 사람이 보조를 해주는 식이다.[5] 그래서 해당 언어를 잘 아는 사람이 번역에 참여했는데도 중역인 경우도 있다.

전문 서적 등에서도 전문용어와 지식을 더 잘 아는 사람의 번역이 나을 수 있는데, 간혹 번역가가 해당 단어에 대응하는 용어가 정해져 있는 것을 모르고 제멋대로 번역해 엉망진창인 번역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도 교수 등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중역하는 게 더 번역 퀄리티가 좋게 나온다. 예를 들어 물리 관련으로 " 응력"(stress)을 " 압력"이나 "피로도"로 번역한다든지 "트랜스 지방"을 " 변이 지방"으로 옮기는 등. 특히나 전문 기술, 경제, 정치외교 및 군사 등 분야가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독일의 군사작전이나 무기체계 분야 서적은 육군이나 해군의 장교들이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책을 다시금 한국어로 중역한 케이스가 많다. 특히나 독일 영향을 많이 받은 잠수함 분야나, 기갑 분야가 대표적.

다른 예시로, 중세 프랑스와 관련된 전공이나 교양, 혹은 문학 서적을 번역한다면 개념어나 사실관계, 뉘앙스 등을 옮길 때 그냥 불어불문학 전공자보다는 중세사나 프랑스사 전공자의 이해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으로 전공과 언어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부문에서는 아예 전문가들이 역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6]

그리고 의외로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더 번역을 잘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언어를 번역가가 이해했더라도 번역가가 그에 적합한 한국어 표현을 찾지 못했거나 원어를 잘 읽어내고도 정작 한국어를 비문 투성이로 옮겨 독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중역을 이용하면 간혹 초월번역을 뽑아낼 수도 있다.

심지어 구글 번역 등의 기계 번역에서는 문장에 따라 원어- 한국어 직역보다는 중간에 일본어 영어 등 다른 언어를 끼고 중역한 결과물이 더 좋은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언어일수록 더욱 빈번하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이고 구글 번역의 개선이나 파파고의 등장 등으로 사정이 낫지만, 그밖의 다른 언어들은 유럽쪽 언어라도 여전히 갈 길이 먼 경우가 많다.[7] 또한 한국어와 영어로 구성된 병렬 코퍼스도 아직은 양적으로 부실하기에 주변 언어들로부터 중역을 거쳐야 제대로 번역되는 경우들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일본어나 중국어 쪽의 코퍼스가 양적으로 규모가 큰 경우도 많고, 역사/문화적으로도 겹치는 구석이 많기에 영어권에서 이미 널리 통용되는 번역어가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8] 단, 김치 파오차이가 중국어에서 문맥에 따라 동일한 대상을 가리킨다고 해서 김치를 paocai라고 옮길 수는 없듯이, 남용하면 독자의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번역기로 중역을 하는 경우 번역의 질을 높이고자 중역에 쓸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1차 번역물과 최종 번역물을 상호대조하는 식으로 보완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연구 성과가 상당히 축적된 고전의 경우,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켜주면 거의 원전 번역에 버금가는 퀄리티의 번역을 뽑아낼 수도 있다. 최대한 원어 번역에 관하여 자국어의 표현과 차이를 나타낸 의미론/통사론적으로 깊은 고민이 담긴 주석을 많이 달아둔 번역본을 토대로 번역한다든가, 해당 원전에 대한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나 서평 등을 참고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3. 한국에서의 중역

3.1. 실태

학문적으로 번역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한국의 사정상, 한국에서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정말로 몇 없다. 외국어 전문가도 매우 부족하거니와, 번역작업이 높이 평가되지 않는 현실을 볼 때, 한국인에게 익숙한 영어나 일본어를 매개로 한 중역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또한 일본에서는 근대기에 서구 문물을 들여올 때 한자어를 만들어서 번역차용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는 그러한 한자어를 한국식으로 읽는 식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었다. 이제는 그 단어들이 굳어져서 번역물이 아닌 동아시아 자체 저술에서도 해당 단어들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영한 사전마저 중역되는 것이 많다(이것을 중역으로 보아야 할까 싶지만, 일단 영어의 일어'번역'을 '번역'했으니). 민중사 엣센스나 두산동아 프라임에 밀리다 전자사전 때문에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YBM시사닷컴의 E4U 영한사전(엘리트 또는 올인올)은 오분샤의 영화사전(영일사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종이 사전 서문에도 잘 기재되어 있다. 별로 없겠지만 있다면 체크해보길. 서문 쓴 사람이 민영빈 YBM시사 회장이다.), 아예 '대놓고' 오분샤의 사전을 번역했다고 한 넥서스 영한사전과 상당히 흡사하다. 사실상 오분샤 구판을 시사가 번역/수정해서 내놓고, 신판을 넥서스가 번역/수정해서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90년대 말이 되어서야 제대로 나온 간체자 중한사전도 북한에서 나온 중조사전을 상당히 참고 또는 표절했다.[9]

거의 모든 외국어 번역서를 일본어 중역으로 출판하는 출판사가 있다. 동서문화사가 그곳이다. 동서문화사의 웬만한 저서들은 일본어 중역을 거쳐서 출판된다. 해당 문서 참조.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국내 소개된 서구권의 SF, 추리소설 장르의 작품과 아동 청소년문학 작품 중 대부분이 일본 것의 중역이다. 계몽사(새소년 클로버 문고), 아이디어회관 (SF전집), 삼성출판사(소년소녀 세계문학 전집) 등이 예다. 내용만 그런 게 아니고, 삽화와 장정마저 그냥 표절해 썼다. 저작권법이 없던 시절이니 뭐...

저작권법이 생기기 전까지의 한국의 외국어 서적 출판은 각 분야 전문 서적은 물론이고, 중역으로 원래 의미를 잃거나 잘못 전해질 위험이 큰 문학작품조차 태반이 일본어 중역이었다. 영어는 수요가 있다 쳐도, 영어 이외의 기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은 얼마 없던 반면,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력은 출판수요를 채우기에는 넉넉할 정도로 많았다.

물론 일본대중문화의 수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고, 라디오나 음반에서도 왜색적인 노래나 문물은 철처히 금기시되었지만, 어차피 암암리에 베끼는 경우가 허다했고, 1970년대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TV에 대놓고 나오고, 1980년대에는 일본게임기가 오락실에 버젓이 놓여있었다. 또한 해방 후에도 외국자료를 입수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대학 등에서도 일본어 교재와 자료를 어미와 문법이 다른 부분만 한국어로 번역해서 써먹었던 시절이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까지 번역이라 함은 원서 직역이 아니라 그냥 일본어 중역을 말하는 것이었고, 80년대까지도 번역 출판의 다수를 차지했다.[10] 이런 중역본은 사실상 저작권법을 어긴 해적판인 경우가 절대다수였다. 국내에서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전이니 죄는 아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1990년대 이전에 출간된 서적들을 살펴보면 일본 가타가나 발음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표기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데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동화 파랑새의 '틸틸과 미틸'이 '치르치르와 미치르'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며, 70년대 초에 나온 유명 요리사 하선정이 펴낸거로 된 요리책을 보면 서양 요리 이름, 재료 이름이 모두 일본식 표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심지어 장음 표시의 가운데줄까지 그대로 썼다.

영어 등 일부 외국어에서 원어번역이 자리잡기 시작한 때는 90년대 후반부터다. 요즘에는 오히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의 유럽어로 적힌 책의 영어판을 중역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에 대하여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2. 근래 직역본의 번역 질은?

한편 전체적인 번역의 질을 놓고 보면 최근에 나오는 원전 번역판보다 60, 70년대의 일본어 중역판의 번역의 질이 더 나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완역본 단테의 신곡은 무려 1957년 최민순 신부가 번역한 역본이 최초인데 지금도 저 최민순 번역을 따라오는 역본이 거의 없다. 글은 깔끔해졌지만 신부이자 시인이었던 최민순 번역본 만큼 단테에 대한 지식을 갖고 특유의 운문과 리듬을 제대로 살린 번역은 찾기 쉽지 않다. 최신부가 어느 언어판본을 참고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매니아들이나 전문가들은 한자어 사용 등에서 일본어 중역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관련 논설 또 이탈리아어 번역 중에 일본어나 스페인어 번역을 참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어와 가까운 로망스계 언어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을 구사할 수 있었고(돈키호테 1부도 번역했다.) 직업 특성상 라틴어에도 일가견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미 불가타 성경에서 시편 아가를 번역한 바 있는 최민순 신부가 이탈리아어를 아예 몰랐을 듯 하지는 않기 때문.

이는 조금만 번역 현실을 파고 들어도 원인을 알 수 있는데, 일본의 서양어 번역문화는 포르투갈, 네덜란드와의 교류가 시작되던 1600년대부터 난학의 흥성 등으로 유구히 이어져 왔고, 번역 작업자체도 매우 대접을 받는 등, 이들의 내공은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일단 영어-프랑스어-일어-독일어-중국어 이외의 외국어 능통자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11] 번역 작업 자체를 매우 천시하기 때문에 질이 좋아질 수 없다. 학계에서도 원서를 중시하지 번역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으며, 정부 정책도 번역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에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

4. 사례

4.1. 종교 경전

중역된 대표적인 종교 경전에는 일부 성경 역서(개역 한글 성경 등)와[12] 불경이 있다.

그러나 공동번역 성서와 한국 천주교 성경은 중역이 아니라 직역이다. 이 둘에 대한 자세한 것은 다음을 참고.

4.1.1. 불경

불경 산스크리트어 한문( 상고한어/ 중고한어) → 한국어 중역을 거쳤다. 원래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쿠마라지바 현장이 워낙 잘 번역해 놓았고 이 번역판으로 중국불교가 전개되면서 중국에서 불교가 흥했는데, 반대로 본고장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했기 때문에 그 한문 번역본 자체가 원전과 비슷한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국 불교는 처음부터 한문으로된 경전으로 전파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신도나 승려들도 대부분 한문 번역본을 사용했기 때문에, 현재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13]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불교에서도 번역에 관련된 문제가 교파분열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했다. 원래 문법적으로 매우 복잡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가 매우 함축적인 한문으로 번역되면서 교리해석[14]을 두고 여러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경전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한 교종과, 아예 이렇게 번역된 경전은 필요없다는 선종(불교)이 나왔을 정도로 이 문제는 대승불교 분열의 한 원인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쿠마라지바는 마치 밥을 씹어서 남에게 주는 것과 같다는 명언으로 자기 자신을 비판했다.

4.1.2. 한국 개신교 성경

성경 중에서 특히 개역한글판/개역개정판은 히브리어/ 코이네 그리스어[15] 라틴어 영어[16], 중국어 한국어 중역을 거쳤다. 마찬가지로 개역한글판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신교 내부에서 히브리어·그리스어본을 직접 번역한 표준새번역판이 나왔으나 소수의 교회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서 보급에 실패를 했지만, 대한성서공회에서는 아예 현대 한국어로 다 뜯어 고친 새한글 성경으로 다시 보급을 노리는 중이다.

4.2. 철학서

대표적으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원전이 있다. 국내에서는 고전 그리스어 번역 인력이 현재도 적은데 과거에는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으므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일역, 영역, 독역본을 대본으로 하여 중역된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플라톤 전집의 원전 번역을 진행 중인 정암학당이나 고대 그리스 원전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 등의 노력으로 그나마 이전보다 나아져 가고 있는 중이다. 라틴어 원전 역시 고대 로마에서 중세는 물론 근세 초기까지에 걸쳐 수많은 문헌이 있음에도 라틴어 번역 가능 인력이 적어 일부만 소개되고 있다. 그래도 가톨릭 신학이나 중세 철학을 연구하는 인력이 있어 고전 그리스어보다는 눈꼽만큼이나마 나은 편이다. 쇠렌 키르케고르의 저작 역시 국내에는 덴마크어에 능통한 철학자, 신학자가 없다시피하기에 대부분 영역본, 독역본을 대본으로 하여 중역되어 소개되었다.

1980년대 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레닌의 저서들을 운동권들은 "원서"라고 지징했는데, 이런 원서들은 당시 대부분의 학술서들이 그랬듯이 독일어에서 번역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일본어판이나 영어판, 기껏해야 독일어판[17]을 중역한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김수행 교수가 출간한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 역시 영어판[18]을 중역한 판본이었다. 이 판본은 현재도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읽히는 자본론 판본이다.[19]

4.3. 대중문화에서

마도서들은 중역하면 의미가 이상해져서 능력치가 심하게 낮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마도서는 중역판이다. 이는 동서문화사판 러브크래프트 작품집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20] 마도서 네크로노미콘 사본들은 중역이라 그런지 실체화가 불가능하다. 네크로노미콘 자체가 아랍어로 적힌 원본 알 아지프의 그리스어 번역본이다.

톨킨의 작품은 설정상 요정어로 적힌 원본을 톨킨이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모든 톨킨의 작품은 '요정어 → 영어 → 도착어'의 중역인 셈이다. 그러므로 톨킨은 영어 음에 집착하지 말고 의미를 옮기라는 지침을 세웠다. 자세한 것은 톨킨 번역지침 참고.

게임에서는 게임 배경은 일본인데 미국 회사에서 개발했거나, 게임 내에서는 영어 음성만 나오는데 일본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 같은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보통 개발사가 속한 국가의 언어를 바탕으로 자막을 번역하곤 한다. 이러한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중역은 아니지만, 음성이 중간에 다른 언어를 거쳐서 자막으로 번역된 거나 마찬가지라 음성과 자막이 괴리가 심해 원어를 알아듣는 경우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4.4. 기타

책 뿐만이 아니라 민요 등도 중역이 많았다. '나비야'나 '숲속의 음악가'가 대표적인 경우.

음차 역시 중역의 과정에서 한 다리 걸쳐 음차되면서 음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음차 참조.

재밌는 것은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감독을 맡은 일본의 고전 영화 자막의 경우 위에 적힌 바와는 반대로 영어 중역이 이해를 방해한다. 예를 들자면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중 히라야마 부처가 버스를 타고 도쿄를 구경하는 장면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은 "千代田城と呼ばれる皇居は..."인데 자막에서는 "대일본의 황궁은 치요다 성이라고 불리며..."[21] 라고 적혀있다. 어순도 바뀌고 원문에는 없는 수식어가 들어간 걸 보면... 그 외에도 사위가 아들이 되고 딸이 며느리가 되는 등 가족 관계도 엉킨 게 있는 걸 보면 영어 중역이 확실해보인다.[22][23] 이를 보면 알겠지만 비영어권 영화는 중역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정식 번역 같은 경우 직역되는 경우도 있으나[24],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 계열은 일본어가 아닌 이상은 영어 중역이 대다수.

프랑스 철학 관련 전문서적은 프랑스어 - 영어 - 일본어 - 한국어의 3중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한국에 고전 그리스어의 능력자가 부족한 탓인지 최근까지도 영어, 일본어 중역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인 천병희 교수가 고전그리스어 직역판을 펴내고 있고, 마침내 2019년 플라톤 전집이 완간되었다.

또한 중세 유럽에선 과학, 의술 분야 외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를 위해 아랍어 서적들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룬 아랍 책들도 상당수 그리스어로 된 원문을 번역한 것이라 라틴어로의 번역은 중역이라 할 수 있다.

모 독일드라마의 CNTV 방영본이 독일어→영어→한국어 중역이다. 심지어 해적판(?) DVD/VHS(&홍XX 자막릴)도 독일어→영어→한국어 중역이었다고.

쥘 베른 인도 왕비의 유산은 근대 초 동아시아에서 프랑스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로 3중역되기도 했다. 단, 시기가 시기라 내용이 바뀌는 등 번안의 성격이 짙다.

러시아어-영어-일본어-한국어라는 테크를 탄 경제학 전공서가 있는데, 원전 번역에서 이름까지 달라지자 교수도 같은 책인 줄 몰랐다고 했다.

EBSi의 아랍어 강사이자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이인섭의 증언으로, 소말리어를 통역해야 하는데 소말리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국내에 없어서 오만에서 소말리어 통역사를 데려와 소말리어→아랍어→한국어 순으로 통역했다고 한다.

원어 직역이 아닌 중역만이 가능한 상황 자체가 원어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교류가 적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중역과 동시에 번안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근대 초입에 중역과 동시에 번안이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5. 관련 문서

6. 기타 동음이의어


[1] 발췌역에 맞대응되는 의미로 쓰거나 스타크래프트에서처럼 음역( 음차)에 맞대응되는 단어로 쓰기도 한다. [2] 물론 영어에서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thou 표현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는 영역본의 역자가 정성을 들인 경우이다. [3] 이렇듯 소통방식이 복잡한데도 방송에서까지 역자 3인이 함께 출현한 것에서 소수 언어에 대한 통역의 어려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방송적으로는 나름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비록 소통문제 탓이기도 했지만 해당 인물과 한국 예능 아나운서까지 합해 5명이 나란히 서서 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개그 요소(그만큼 격오지의 인간이 하는 언어라는)가 되었기에 이 회차는 예능적인 면에서도 성공했다. [4] 사실 덴마크어를 전공할 수준이면 안데르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만, 예시를 드는 차원이다. [5]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다만 전체적인 표현의 기틀을 잡는 것이 단어 몇 개의 뉘앙스나 자세한 쓰임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더 어렵고 지분이 크다. 따라서 둘 중 누가 어떤 역할을 잡는지, 누구의 의견이 얼만큼 반영되는지에 따라 그 결과물과 작업의 효율성이 달라지므로 상황에 따라 책임자는 두 방식 중 적절한 하나를 선택하고 의견의 반영을 조절해 더 좋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 [6] 다만, 역설적이게도 원전의 언어가 마이너할수록 그 언어의 어문학 전공자가 문화나 역사 등에 관해서도 가장 전문가이거나 반대로 문화학이나 사학 쪽 전공자가 어학에서도 제일 전문가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언어 구사자가 많지 않다면 학과가 서로 분화될 것도 없이 통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7] 이를테면 동유럽권처럼 한국인 관점에서 매우 낯선 언어들로 작성된 글은 영어를 거치는 게 훨씬 정확하다. [8] 예를 들면 근대화 이전 한국의 관아는 중화권의 아문(衙門)으로부터 차용한 yamen을 통해 의미 전달이 가능하며, 운송수단인 가마는 아시아권(특히 인도)의 지붕 달린 가마인 palanquin으로, 성리학 이념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사대부는 중화권의 사대부를 번역한 scholar-official이나 mandarin 등의 용어로 번역 가능하다. [9] 냉전 시대에는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대만에서 나온 한중사전 역시 대륙의 조중사전을 사실상 표절한 것이다. [10] 길이가 짧으며 그 가치를 낮게 본 동화의 경우는 원서 직역이 없고 전부 일어 중역이었다고 봐도 좋다. 덕분에 원본과 다른 제목이 된 동화도 적지 않다. [11] 설상가상으로 한때는 외국어 하면 영어 다음으로 전공자가 많았던 독일어-프랑스어 능통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과들 자체가 폐과되는 실정이다. 2000년대 초반의 서울대만 하더라도 불어불문학과의 입학생 중 제대로 졸업하는 경우는 30% 미만이었다. 나머지는 전과나 반수 후 타과에 입학한다. [12] 과거에는 원문인 히브리어/아람어/그리스어를 대중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경에서, 다시 각국 언어로 번역한 판이 많았다. 시대가 지날수록 원문 번역이 늘어나는 중. [13] 현대에는 산스크리트어의 원전 번역본도 나오고 있다. [14] 번역자 성향에 따라서 당연히 미묘한 의미차이가 생기는데, 이것은 종교경전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15] 고전 그리스어보다 세속된 언어이다. [16] ASV 영어 성경 [17]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같이 독일어로 된 책들이나, 독일어로 번역된 책들은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 독일어 판본을 번역하기도 했다. 다만 번역질은 좋지 못하여, 어느 부분에서는 중역본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본론중 가장 처음으로 번역된 이론과실천판이 그 예. [18] 펭귄클래식 판. [19]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소련 저서등, 러시아어가 원본인 책들은 민주화 이후, 소련이 망하기 직전에 겨우 번역을 할 여건이 되었기에, 원어판을 번역한 책의 양은 소수다. [20] 다만 동서문화사의 중역은 중역 사이에서도 퀄리티가 형편없는 하급에 속하므로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어쨌든 꼭 동서문화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더라도 대체로 마도서의 중역은 질이 낮은 편이다. [21] 직역하면, "치요다 성이라고도 불리는 황거는..." 쯤이 된다. [22] 사위와 며느리는 각각 영어로 son-in-law, daughter-in-law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 모른다면 헷갈릴 법도 하다. [23]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인 80년대에 주한프랑스대사관 프랑스문화원에서 프랑스와 합작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사극 ""을 상영했는데, 일본어 대사인 영화에 프랑스어 더빙을 입히고, 영어 자막이 나오는 충격적 일이 있었다. 머리 속에서 중역을 해야 하는 상황. 일본 이름 三郞(사부로)를 프랑스어식으로 사부호라 발음하는 건 덤이다.(프랑스어의 r 발음은 ㄹ 발음이 아니라 ㅎ 발음이 나서 사부로 가 아니라 사부'호'라고 발음한다. u 발음의 경우 프랑스어에서는 위 발음이지만 ou 발음이 우 발음이 나므로 쉽게 발음할 수 있지만 r 발음은 대체할 발음이 없어 사부로 가 아니라 사부호 라고 발음하게 된 것이다.) 당시 프랑스 문화원은 기본적으로 주한프랑스대사관에 있는 치외법권 지역이라 상영의 자유를 얻는 대신 한국어 자막 상영이 불가능했고 영어 자막만 틀었다. [24] 한국 내에서 비교적 메이저한 비영어권 언어인 일본어나 중국어, 프랑스어 영화는 상대적으로 직역 비율이 높다. [25] 대표이사 ·전무이사 ·상무이사 ·평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