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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22:28:14

제복을 입은 시민

제복 입은 민주시민에서 넘어옴

파일:soldat-haelt-grundgesetz.jpg

독일 기본법(Grundgesetz)을 품에 지닌 독일군 장병의 모습

1. 개념2. 독일
2.1. 등장 배경
2.1.1. 전력으로서 제복을 입은 시민2.1.2. 시민화를 위한 기타 권리들
2.2. 정착의 어려움2.3. 남은 과제
3. 대한민국
3.1.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이후3.2. 대한민국 경찰의 경우
4. 오스트리아와 스위스5. 참조
5.1. 국내 문헌5.2. 독일 문헌

1. 개념

제복을 입은 시민
Bürger in Uniform

[구어체, 일상어] 그 자신이 봉사하고 의무를 지는 사회에 시민권을 부여받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지닌 군인
[umgangssprachlich, gemeinsprachlich] Soldat, auch in seiner Eigenschaft als mit bürgerlichen Rechten ausgestattetes Mitglied der Gesellschaft, der er dient und verpflichtet ist

a) [구체적 의미] 독일에서: 정치적으로 도야된(politisch gebildeter)[1] 빌둥(Bildung)이란 흔히 ' 교육'이나 ' 교양'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일대일로 번역할 수는 없는 단어이며 차라리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닦아 기름'을 도자기 빚기와 쇠 부리는 일에 비유한 표현인 ' 도야(陶冶)' 내지는 ' 수양(修養)'에 더 가깝다. 풀어보자면 개인의 소질에 적합한 무언가, 즉 철학 등을 체화하여 자신에게 걸맞은 방향으로의 내적인 생장을 이룬다는 보다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즉 전인 교육에 보다 가깝다. 빌둥은 괴테의 시대 이래로 독일 교육학에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한다.][2] 군인으로서 특히 기본권에 헌신하는 시민
a) [spezieller] in Deutschland: der Soldat als politisch gebildeter, den Grundrechten besonders verpflichteter Staatsbürger

b) [구체적 의미]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에서: 민병대원
b) [spezieller] in Österreich und der Schweiz: Angehöriger einer Miliz
- DWDS 사전의 용어 설명 #
Staatsbürgerinnen und Staatsbürger in Uniform[3]

건군 이래 의회군(Parlamentsarmee) 개념, 그리고 내적 지휘(Innere Führung) 철학과 함께 독일 연방군의 핵심 이념으로 자리하고 있는 군사 개념. 1952년 독일 사민당 국방정책고문이었던 프리드리히 비어만(Friedrich Beermann)이 주창하였으며, 연방군 창군의 주역 중 하나였던 볼프 그라프 폰 바우디신(Wolf Graf von Baudissin) 중장이 정립하였다.

독일 군인들은 비군인들과 함께 민주주의적 법질서를 지탱하는 시민을 구성하며, 시민으로써 기본법과 인권의 적용 대상이다. 그들은 민주적 질서를 체화함으로써 강력한 전투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 동시에 그들에게는 자신의 판단과 양심에 따라 부적절하거나 범죄적인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로써 구 군국주의 시대의 절대복종(Kadavergehorsam)[4]은 부정되었다.

대한민국 국군 역시 군사독재가 무너진 1990년대 이래로 본 모델을 들여와 장병 정신교육에 반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연방군 스위스군 역시 자국의 군인들을 지칭하는 데 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2. 독일

2.1. 등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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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ullstein_high_01091672_Wolf-von-Baudissin_Liz.-bis-10.12.2023-e1607592391617.jpg
육군 중장 볼프 슈테판 트라우고트 그라프 폰 바우디신
Wolf Stefan Traugott Graf von Baudissin

프로이센 귀족 가문 출신. 바이마르 공화국 국가방위군 시기에 입대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에르빈 롬멜 휘하에서 북아프리카 전역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었다. 포로 생활 도중에는 수용소 대학을 열어 포로가 된 장병들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전후 독일에서 연방군 창군에 참여하여 내적 지휘 철학을 정립하였다. 중장까지 진급하였으며, 훗날 나토방위대학 제9대 총장이 된다. 1967년 예편 후에는 사민당에 가입하였으며 함부르크 대학교에 평화연구 및 국방정책 연구소를 수립했다. 1993년 사망.
전체적으로 군인들 또한 그들이 수호하는 가치를 군대 내에서 경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즉 그들이 위기 상황에서 보호해야 하는 자유와 권리,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들 역시 부분으로서 가진다는 것입니다.

Insgesamt kommt es darauf an, dass der Soldat die Werte, die er schützen soll, auch in den Streitkräften erfährt. D.h., dass er Teil hat an allen Rechten und Pflichten, die er notfalls verteidigen soll - nämlich Freiheit, Rechtsschutz und Menschenwürde.
- 바우디신 중장, 1954년 12월 9일 연설 중에서 #
도야된(gebildeter) 제복을 입은 시민은 방어적 민주주의와 연방군의 방위태세를 위해 중요하다.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군인이 단순히 국가의 국가를 수호하는 존재가 아닌, 적극적인 사회구성원임을 강조한다. 도야와 비판적 사고능력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민주주의란 일깨워지고 책임감을 가진 시민에 의존하며, 군인의 도야에 있어서는 이중의 기능을 수행한다. 군인은 군사적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윤리적 결정을 내리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군의 도덕적 고결함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군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강화하기도 한다.

연방군에서의 인격 도야(Persönlichkeitsbildung)는 이러한 자질들을 함양하여 민주주의의 안정성과 회복성에 기여한다. 도야된 장병들은 자신이 수호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일상적인 행동에 반영할 수 있다. 이는 연방군의 공식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군 내에서도 책임을 지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문화를 장려한다.
{{{#!folding [ 독일어 원문 펼치기 · 접기 ]
Ein gebildeter Staatsbürger in Uniform ist für die wehrhafte Demokratie und eine kriegstüchtige Bundeswehr unerlässlich. Das Leitbild vom Staatsbürger in Uniform betont, dass Soldatinnen und Soldaten nicht nur Verteidigerinnen und Verteidiger des Staates, sondern auch aktive Mitglieder der Gesellschaft sind. Bildung und kritisches Denken sind dabei zentrale Elemente.

In einer Demokratie, die auf informierte und verantwortungsbewusste Bürgerinnen und Bürger angewiesen ist, spielt die Bildung der Soldatinnen und Soldaten eine doppelte Rolle. Sie müssen in der Lage sein, militärische Befehle zu befolgen, aber auch ethische Entscheidungen zu treffen und diese kritisch zu hinterfragen. Dies stärkt nicht nur die moralische Integrität der Truppe, sondern auch das Vertrauen der Gesellschaft in ihre Streitkräfte.

Die Persönlichkeitsbildung in der Bundeswehr fördert diese Qualitäten und trägt somit zur Stabilität und Wehrhaftigkeit der Demokratie bei. Gebildete Soldatinnen und Soldaten verstehen die Werte, die sie verteidigen, und können diese in ihrem täglichen Handeln widerspiegeln. Dies stärkt nicht nur das Ansehen der Bundeswehr in der Öffentlichkeit, sondern fördert auch eine Kultur der Verantwortungsübernahme und des kritischen Denkens innerhalb der Truppe.}}}
제2차 세계 대전의 패전 이후 연합군 군정기를 지나 독일이 주권을 되찾으면서 서독에서는 새로이 건설될 독일 군대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프로이센 왕국군의 부정적인 유산이었던 군국주의 및 국가 안의 국가로 기능하던 군부의 전통이 새로운 독일군에 이식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 건군 당시 주요 정부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세계대전을 겪고 군국주의에 환멸을 느낀[5] 독일 사회는 새로이 건설될 군대가 과거 제국군이나 국방군과 같은 집단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신생 독일 군대는 법의 지배를 받으며 법의 보호를 받지만 동시에 사회에 통합되어야 했다. 범죄적인 과거와의 연속성은 단절되어야 했다. 동시에 바르샤바 조약 기구의 거대한 기갑 집단군에 맞서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 민주주의의 군대'라는 새로운 기반이 형성되었다. 끔찍한 과거를 지닌 독일 사회가 새 군대를 창설하는 것은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했으며, 또 정당화될 수 있었다.
1)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
2) 이에 독일 국민은 세상의 모든 인간공동체와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서의 불가침이고 불가양인 인권에 대해 확신하는 바이다.
3) 이하의 기본권은 직접 효력을 가지는 법으로서, 입법과 집행권력 및 사법을 구속한다.
-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헌법) 제1조
제6조(국민으로서의 군인의 권리)
군인은 다른 시민들과 같은 국민적 권리를 가진다. 군인의 권리는 법률에 근거하고 있는 군인의 의무를 통해서 군사상 직무가 요구하는 범위에서 제한이 된다.
제7조(군인의 기본의무)
군인은 신뢰를 바탕으로 독일 연방공화국에 기여하고, 힘을 다하여 독일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제8조(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대한 책임)
군인은 반드시 기본법이 의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인정하여야 하며, 그의 모든 행동과 태도를 통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를 지향하여야 한다.
제11조(복종)
1) 군인은 반드시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여야 하며 상관의 명령을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완전하고도 양심적으로, 그리고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직무상 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내려진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은 불복종이 아니다. 착오로 그러한 명령이라고 간주한 경우에는 해당 군인에게 있어서 그러한 착오가 불가피했고 정황에 의거할 때 그가 법적구제를 통해서 항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해당 군인의 책임이 면제된다.
2) 범죄가 될 수 있는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령에 복종한 해당 부하는 명령의 복종이 범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그가 알고 있는 정황에 의거할 때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명백했던 경우에만 책임을 지게 된다.
제12조(전우애)
연방군의 단결력은 본질적으로 전우애에서 기인한다. 전우애는 모든 군인에게 동료의 존엄과 명예, 권리를 존중하고 비상시와 위험이 존재할 시에 조력할 의무를 지우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상호 간의 배려와 인정, 그리고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기도 한다.
- 독일 군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Gesetz über die Rechtsstellung der Soldatenz) 제2장 '군인의 의무와 권리' 중에서 발췌

개혁을 이끈 이는 바로 볼프 폰 바우디신이었다. 그는 결국 실패로 끝났던 샤른호르스트 중장과 그나이제나우 원수의 개혁을 계승했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기에 프로이센군을 개혁한 선구자들이었던 두 사람은 병사들을 시민과 분리하지 않을수록 애국주의와 명예가 국가를 더욱 빛낼 수 있다고 믿었다. 시민군을 지향한 그들의 개혁은 결국 그들이 자코뱅으로 낙인찍힘에 따라 실패로 끝났으나 바우디신은 그들의 사상을 현대 독일의 민주주의 체제와 조합하여 부활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건군 초안인 힘머로트 각서에 군 전체가 민주적 질서를 지향해야 함을 명시했다. 그는 19세기에서 20세기 전반기까지 군대가 지켜야 할 존재는 국가였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국가는 충성심의 구심점 지위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들어와야 할 것은 사회 시민이었다. 따라서 군의 특수성이란 존재할 수 었으며, 군의 문제는 시민의 문제와 다를 것 없이 다루어져야 했다.

군인에게 있어 시민적 자질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바우디신 중장이 1969년 ZEIT 지에 기고한 사설에서 알아볼 수 있다. 그는 군인들의 충성스러운 복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억지력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물론 강력한 군사력이지만, 개별 군인들의 시민적이고 사회적인 뿌리 역시 그와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중 어느 한 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은 무가치하고 위험하다. 민주적 질서라 함은 군 내의 지도력이 부재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적 자질을 갖추었다는 뜻은 그가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즉 책임을 분담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핵심은 연방군의 자기 이해 철학이자 지휘 문화인[6] ' 내적 지휘(Innere Führung)'다. 이는 독일연방공화국의 내적 질서,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와 헌법 질서에 따른 지휘를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당국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명시적으로 촉구한다는 독일 기본법 제1조가 내적 지휘 철학을 통해 군사에 있어서도 적용되었다. 이로써 인간 존엄성에 대한 수호가 독일 군인들의 목표가 됨과 동시에 그들 역시 인권의 보호 대상이자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되었다. 시민으로써의 권리는 군사적 필요에 있어서만 한정적으로 제한되어야 했다.

이 철학을 통해 연방군은 군대가 나라 안의 또다른 나라가 되는 것을 방지하여 군에 대한 사회의 통제를 달성한다. 또한 장병 상호간 공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적이고 자의적인 지배를 금한다. 마지막으로 독일 군인은 의무복무와 직업군인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인격체(Freier Mensch)이자 투입 준비된 군인(Vollwertiger Soldat)이며 책임감 있는 시민(Guter Staatsbürger)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겸비한 군인상이 바로 궁극적으로 내적 지휘 철학이 구현하고자 하는 표상(Das Leitbild der Inneren Führung)인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이다.

2.1.1. 전력으로서 제복을 입은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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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블렌츠 내적 지휘 센터(Zentrum Innere Führung)
제복을 입지 않은 공무원의 책무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군인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리는 더욱 깊은 의미를 탐색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무엇을 위해 죽여야 하는가?" 누군가는 '죽일 필요도 죽을 필요도 없음'을 노래한 존 레논의 ' Imagine'을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이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Ich spreche nicht über den Dienst als Staatsdiener ohne Uniform. Ich spreche aus soldatischer Perspektive. Damit wird rasch deutlich, dass die Frage nach dem „Dienen wofür?“ zu kurz greift. Es muss tiefer gehen und heißen: „Wofür kämpfen?“, „Wofür ster­ben?“ und notfalls auch „Wofür töten?“ Wer glaubt, dass es – nach John Lennons Song „Imagine“ – ein „Nothing to kill or die for“ gebe, der sollte aus meiner Sicht den Sol­datenberuf nicht ergreifen.
우리는 맹세와 서약을 통해 국가에 봉사하고 독일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용감하게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 가치가 변화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독일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수호한다.

In unserem Eid schwören und im Gelöb­nis geloben wir, unserem Vaterland treu zu dienen und das Recht und die Freiheit des deutschen Volkes tapfer zu verteidigen. Un­geachtet eines möglichen Wertewandels bleibt klar: Wir verteidigen in erster Linie das Recht und die Freiheit des deutschen Volkes.
- 내적 지휘 지침서, "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가?(Dienen wofür?)" 중에서.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독일 군인의 이상적인 모델로 기능한다. 명령이 내려왔을 때 개별 군인들은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며, 최종적 결정은 개별 군인 그 자신이 자신의 양심과 통찰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들은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비민주적이고 비합법적인 명령은 따라서는 안 된다. 물론 이들이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서는 내적 지휘에 입각하여 역사 정치, 특히 민주주의 기본권에 대한 면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방군은 내적 지휘 센터 등지에서 기본법이 제시하는 가치체계에 대한 교육과 연구 자료를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군인에게 민주적 질서를 체화시키고 불복종 권한을 주는 것이 군을 약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제관계이론에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민주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민주적 내적가치는 그 자체로는 전력이 아니지만 제복을 입은 시민에게 오랜 시간 동안 체화되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한 목표와 전투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동시에 군인들은 군 내 자유민주적 내적 질서 아래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존중되는 느낌을 받고, 병영부조리와 같은 군 인권 침해 문제에 있어서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체감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함양할 수 있다.

개별 군인들 스스로도 자신의 시민적 자질을 함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동시에 군인으로서 철저한 전투 훈련을 통해 전투기술을 연마하고, 기본법과 인권에 입각한 병영 생활을 통해 건강한 전우애를 형성한다. 이로써 독일 사회는 올바른 자아상을 확립한 시민형 군대의[7] 군인들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건강과 목숨을 걸고 인간의 존엄성, 정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을 기대한다. 제복을 입은 시민은 스스로 체화한 가치를 통해 민주국가의 수호자로서의 전력을 자발적으로 발휘한다.
군인은 복무하는 나날 내내 자유와 법치가 자신의 복무의 일부이자 필수적인 요소이며, 또한 권리는 언제나 의무를 의미함을 경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군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인식할 의무를 진다. 의무복무자이거나 직업군인을 가리지 않고 매일 이 질서를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한다. "제복을 입은 시민" 표상은 상급자부터 의식적으로 이러한 태도를 갖출 것을 호소한다. 동시에 징집병들에게는 교관의 모범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그 실현 가능성은 장교들의 태도에 달려 있음이 명백하다.

Der Soldat sollte im dienstlichen Alltag erfahren, daß Freiheit und Rechtstaatlichkeit Teil und Bürde seines Dienstes sind; er sollte erleben, daß Rechte stets auch Pflichten bedeuten. So wurde der Soldat verpflichtet, die freiheitlich-demokratische Grundordnung anzuerkennen – der Soldat auf Zeit und der Berufssoldat sogar, jederzeit für sie einzutreten. Damit appelliert das Leitbild vom "Staatsbürger in Uniform" bewußt zuallererst an die Vorgesetzten, während es auf die Wehrpflichtigen mittelbar durch das Beispiel der Ausbilder einwirkt. Hier wird deutlich, daß die Chancen seiner Verwirklichung von der Haltung der Offiziere abhängen.
- 바우디신 중장, 1969년의 사설 제복을 입은 시민: 민주적 사회에서의 군인다움(Der Bürger in Uniform: Soldatsein in einer demokratischen Gesellschaft)에서.

연방군의 모든 지휘관들은 자신의 명령에 책임이 있음을 명심하며,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을 갈고 닦아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는 도덕적 지침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강압적이고 부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리더는 협력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휘하 장병들의 장점과 약점, 재능과 한계를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되 때로는 휘하 장병들을 믿고 책임을 맡김으로써 예스맨화를 방지해야 한다. 동시에 휘하 장병들의 애로사항에 대하여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해 주려 노력해야 한다. 이로써 그는 상하관계에 있어 신뢰를 형성한다. 상급자는 하급자에 대한 개인적 관심, 대화의지, 협력적 자세 및 모범적인 의무수행과 전문적 기술 숙달을 통해 자신의 군사 리더십을 더욱 성공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이 모범이 되어 휘하 장병들의 인격을 도야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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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12일, 창군 68주년 선서식에서 독일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수호할 것을 맹세하는 연방군 장병들.

독일 연방군의 표어 우리는 독일에 봉사한다(Wir. Dienen. Deutschland.)는 이를 함축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Wir)란 소위 '부족 문화'로 지칭되는 군인들의 협력 및 전우애를 상징한다. 동시에 이는 다양한 시민으로서의 개인이 한데 모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책임감과 분별력을 가진 제복을 입은 시민을 상징한다. 독일(Deutschland)은 그러한 연방군이 지키고자 하는 목적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히 국가와 영토 및 국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이란 독일 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 평등, 자유 민주주의를 포괄한다. 마지막으로 봉사(Dienen)는 무제한적인 복종이 아닌, 하나의 시민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봉사를 의미한다. #

2.1.2. 시민화를 위한 기타 권리들

연방의회 소속의 군사 옴부즈맨 군특명관(Wehrbeauftragter) 제도는 장병들의 애로사항, 가령 병영부조리 피해 등을 적극 접수해 의회에 보고함으로써 장병 인권을 보호하고 내적 지휘의 실행을 감독한다.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의 여성들의 기여 역시 남성들과 동등하게 고려된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군대의 가장 좋은 무기인 도덕적인 토대를 잃어버리는 셈이 될 것이고, 양심의 구속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 바우디신 중장[8]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역시 인정된다. 이는 과거 나치 독일 시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국방능력 파괴(Wehrkraftzersetzung)' 혐의로 사형에 처했던 역사적 사례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의 신념은 존중받으며 대신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또한 한국이 장병들의 정치적 의견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과 달리, 연방군 장병들은 직무수행 도중 입법단체에 선출되어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9] 동시에 동료와의 대화 중에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권리 역시 군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15조를 통해 인정되고 있다. 다만 같은 조항에서는 특정한 정치적 방향으로 유불리한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활동 반경의 한계를 명시하기도 하였다. 특히 정치조직의 선전자나 대표로서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연방군 장병들은 노동조합 등의 조직에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회원 25만명의 독일 연방군 협회(Deutscher BundeswehrVerband)는 연방군 장병들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및 이동의 자유 등의 일부 권리는 군사상의 필요로 인해 일부 제한된다. 가령 네오나치와 같은 반헌법적인 성향은 개인의 신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2.2. 정착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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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대 연방군총감 울리히 데메지에르(Ulrich de Maizière) 대장 ▲ 제5대 육군총감 알베르트 슈네츠(Albert Schnez) 중장

내적 지휘 철학과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의 정착은 순탄하지 않았다. 창군 직후 1960년대 연방군의 급격한 팽창은 초급장교와 부사관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으며 이는 다시 군 내 질서 문란으로 이어졌다.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병영부조리와 부적절한 리더십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였다.

또한 독일 국방군 또는 그 이전부터 군에서 복무해 왔던 이들이 주축이 된 연방군의 전통주의자들은 시민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킨다면서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과 내적 지휘 철학의 의의를 꾸준히 폄하하였다. 육군총감 알베르트 슈네츠(Albert Schnez) 중장을[10] 필두로 한 전통주의자들은 복종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군인 모델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소위 '슈네츠 연구(Schnez-Studie)'를 발간하여 내적 지휘와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 그리고 그 가장 강력한 옹호자인 울리히 데메지에르 연방군총감을 공격했다. 전통주의자들은 군의 무장 상태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병들의 전투력이 오히려 떨어졌으며, 68 혁명에 물든 신세대가 군 복무 및 국가 수호 의지가 적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적 지휘 철학을 거부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 여성적'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나는 자신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eine Sache nicht um ihrer selbst willen tut.

나는 '장교답게' 행동할 것을 거부하며, 더 나아가 특별히 장교다움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않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es ablehnt, ein Verhalten zu praktizieren, das »Offiziers-like« sein soll, Vielmehr will ich eine spezifisch offiziersmäßige Rollenerwartung nicht erfüllen.

나는 단순한 재생산에 그친 채 어떠한 새로운 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전통에 반대하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eine Tradition ablehnt, die lediglich aus epigonaler Reproduktion besteht und auf Neuschöpfung verzichtet.

나는 상관의 행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하급자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나 나의 행위에 대해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연방군 장교가 되기를 원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das Verhalten eines Vorgesetzten in Frage stellen darf und sein eigenes Verhalten von Untergebenen bzw. von jedermann in Frage stellen läßt; ich möchte ein Offizier sein, der nichts selbsverständlich findet.

나는 어느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오직 헌법의 명령에 대해 충성을 바치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weder Personen noch Dienststellen, sondern nur dem verfassungsmäßigen Auftrag Loyalität entgegenbringt.

나는 전체 헌법적 틀 안에 놓인 방위계획을 위반하는 행위가 처벌받기를 원하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jeden Verstoß gegen ein Wehrkonzept im Rahmen der Gesamtverfassung bestraft sehen will.

나는 평화를 지키는 것 뿐만 아닌,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nicht nur den Frieden erhalten, sondern auch gestalten will.

나는 나의 직업이 힘들고 책임감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므로, 복무시간과 여가시간을 철저히 분리하는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eine scharfe Trennung zwischen Dienst und Freizeit beansprucht, weil ich meinen Beruf als verantwortungsvollen und strapaziösen Job sehe.

나는 성숙함을 위한 규율, 그리고 이로부터 비롯되는 자기 수행능력을 갖춘 연방군 장교가 되고자 한다.
Ich will ein Offizier der Bundeswehr sein, der die erforderliche Disziplinierung in einem Heranführen an die Mündigkeit und der aus ihr entspringenden Selbstdisziplin sieht.
- '70년 중위들(Leutnante 70)'이 발표한 9개조 선언문 #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과 내적 지휘 철학은 연방군에 누적된 문제를 타개하는 핵심적인 철학으로 기능한다. 프로이센 군국주의를 경험한 구세대가 사라져 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신세대 군인들은 민주적 철학을 체화하기 시작했다. 1970년, 훗날 70년 중위들(Leutnante 70)으로 불리는 함부르크 군사대학의 일부 젊은 장교들은 슈네츠 연구에 대한 일종의 응답으로 ' 헌법에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뜻을 집단으로 밝힘으로써 고위 장교진들에 주로 분포하는 전통주의자들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엄격한 규율과 동시에 자신들의 권리, 즉 일과 분리된 개인의 여가에 대한 보장을 바랐다.

냉전 중기인 1970년대에는 헬무트 슈미트 당시 국방장관이 군 내 개혁주의 세력의 대표인 울리히 데메지에르 연방군총감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되어 연방군대학을 설립하면서 군의 민주적 질서 체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던 슈미트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 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군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으로서 그는 시민교육과 비판적 사고에 대한 커리큘럼을 군에 도입하면서 내적 지휘문화를 연방군에 이식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그는 연방군의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들을 조기 퇴역시켜[11] 질적 개선을 꾀했다.

결정적으로 1990년대 독일 재통일 과정에서 연방군의 군사철학은 국가인민군에 대한 성공적인 청산 및 잔존 장병들에 대한 포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받는다.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사회주의 전사의 모델을 따르던 구 동독군의 지휘문화를 성공적으로 대체하였다. 이 이후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연방군에 확고히 뿌리박았다.

2.3.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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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지휘 지침서(Handbuch Innere Führung)를 처음 발부받아 손에 쥔 독일 군인의 모습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저는 쿤두즈의 전초 기지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공수부대원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모습이 내적 지휘 철학이 제시하는 제복을 입은 시민의 모델과는 정말로 아무 관련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연방군 중령 마르셀 보네르트 (Marcel Bohnert)[12] #
내적 지휘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가치기반을 가지고 있으나, 처음부터 역동적인 개념으로 구상되고 설계되었다. 이는 모순이 아니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강철과 마찬가지로 안정성과 유연성의 탄력적인 조합이라는 보강재를 제공한다. 기본법의 가치체계와 그로부터 파생된 윤리적 토대는 내적 지휘의 불변의 핵심을 형성한다. 이러한 상수 외에도 내적 지휘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변수가 필요하다.
- 라인홀트 얀케(Reinhold Janke) 대령 #

제복을 입은 시민 개념은 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새 시대와 새로운 환경 또는 위계에 따라서 끊임없는 변화가 요구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방군 하급장병들을 중심으로 제복을 입은 시민 개념과 내적 지휘 문화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반성 과정에서 타국과 같은 군사 전통이 터부시되자,[13] 반대급부로 전통적 군인가치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이들 역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연방군의 두 번째 실전인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과정에서 이론과 실전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 독일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명분이 빈약하였던 아프간 전쟁에 파병하기로 결정하였으나 그 전쟁은 결국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그 현실은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이 제시하는 싸우는 이유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거리가 멀었다. 부족한 명분으로는 파병된 연방군 장병들에게 파병과 전투의 당위성을 충분하게 납득시키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연방군 장병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이 명분 없는 전쟁에 거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전장의 군인들 역시 민주적 질서를 체화한 시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군 차원에서 내적 지휘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부터 KSK 1개 중대 전체가 네오나치화되어 해산당하거나 중위 프랑코 A.를 비롯한 일련의 장병들이 내란모의를 하다 발각되는 등 군 내 우익극단주의자들의 발호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군인들은 2022년 독일 쿠데타 모의 사건 당시 가담하기도 했다. 독일 연방군은 과거 군사적 신화를 쌓아올린 프로이센 군부의 계승자이자 우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속성인 '무력'을 가진 집단이므로, 극우적 사상을 지닌 이들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비판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하여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과 내적 지휘 철학이 너무나도 추상적이며, 실제 현장에서 장병들의 생활문화와 괴리되어 쉽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의 창시자인 바우디신 중장과 대립하던 하인츠 카르스트(Heinz Karst) 준장이 대표적이다. 그 역시 한때 바우디신 중장과 함께 내적 지휘 철학을 수립한 인물이었으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군대를 통합시킬 것을 주장한 바우디신과 달리 그는 군인에게 군인으로서 필요한 전통적인 덕목을[14] 더 중요시했다. 그에 따르면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 등은 기껏해야 에 머무르는 지적인 구성물일 뿐이며, 실질적으로 군인의 심장에서부터 군사적 동기와 전투 의욕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은 작은 공동체이자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함께 마주치는 운명 공동체 안에서의 동지애라고 지적했다. #

코소보전과 아프간전, 그리고 이라크전을 겪고 온 참모장교로서 내적 지휘 이론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인물 중 하나인 마르셀 보네르트 중령의 경우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과 내적 지휘가 군인의 근본적 역할인 '싸움'에 관한 언급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어두운 과거사로 인해 군사적인 모든 것이 사회에서 터부시되어 밀려났으며 이로 인해 이론적이고 비실용적인 철학에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그는 과거의 국방군 전통과는 단절하되 연방군 자체의 군사적 성과를 재평가하여 타국과 같은 군사적 전통을 다시 세울 것을 제시한다. #

일각에서는 하위 계급에 가까워질수록 내적 지휘와 제복을 입은 시민의 모델 적용이 힘들어지는 이유로, 그들에게는 시간과 여력이 적다는 것을 꼽기도 한다.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클라우스 폰 로젠(Claus von Rosen) 중령이다. 하급 위관급 장교들과 부사관 집단은 군의 실제 전투력을 운용하는 주체로써 전투기술을 숙달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민주주의와 정치교육에 할애할 수 있는 노력과 시간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기자 마르코 셀리거(Marco Seliger)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병영생활의 자유화와 개인적 시간 보장이 고도화되면서 상관이 하급자와 접촉할 시간이 그만큼 줄었으며, 따라서 위험한 반헌법적 성향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내적 지휘에 실현에 대한 지휘관들의 관심 여부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나 우익극단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제대로 된 정훈교육을 실시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충 만든 PPT 자료를 훑어주는 것으로 교육을 마무리하는 이들이 공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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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 사학자 죙케 나이첼 교수

한편 독일의 대표적인 군사 사회학자인 죙케 나이첼(Sönke Neitzel) 포츠담 대학 교수는[15]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군인들의 근본적인 속성인 폭력성, 그리고 단결심(Esprit de corps)[16] 핵심적 역할을 하는 부족적 속성과[17] 이로 인해 일반사회와 다르게 형성되는 군인들만의 특수한 아비투스에 주목한다. 나이첼 교수는 군인은 본질적으로 죽이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18] 연방군의 내적 지휘문화와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이러한 문화의 존재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접근하지 못하며,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이라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하부조직과 현장에서 이론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일반적으로 군 복무를 그저 지겨운 의무라 생각하는 의무복무 병사들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군대가 아닌 그 자신이 살아온 자유민주적 사회라고 지적한다. # 나이첼 교수의 설명은 하위 계급 장병들의 입장을 잘 설명한 것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군인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 존재인지에 대한 적절한 답이라는 근본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자들조차도 대부분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할지언정, 그것이 독일의 문민통제와 군사 통일, 그리고 장병 인권 개선에 기여한 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상술한 나이첼 교수만 하더라도 부족적 문화와 내적 지휘 철학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

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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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정신전력원 국방인문총서 제1권 ' 헌법을 수호하는 제복 입은 민주시민'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국민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고 또 누려야 한다. 군인이 시민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도 한층 높아지고 군대도 발전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같은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포럼위원장 김광식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지식은 모든 장병들이 숙지해야할 기본적 시민교양이며 서양에서는 40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인류문명사의 자산이다. 우리 국군은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이러한 인류 역사 최고의 정치적·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학습하고, 사회진출과 함께 이를 실천하며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분명한 국가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다.

아울러 국군의 목적이나 이념은 헌법질서를 벗어날 수 없으며, 헌법적 가치에 기속된다. 대한민국 국군의 이념은 한반도를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의 영토를 보호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본질적인 군의 사명이다. 여기에 더하여 오늘날 군대에서는 정신교육을 통한 올바른 국가관의 정립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헌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군을 운용하는 것이 현대 국가의 기본 체제이며, 나아가 선진적 군대를 육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군 정신교육의 목표가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공동체가 이념적으로 분열되는 경우 대부분 체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공동체를 통합시키는 올바른 가치질서가 제시되어야 국민들이 이를 따르고 협력하게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우월성이 국민들 내부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확고하게 정립된 최고의 이념이며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다. 우리 국군의 정훈교육도 이러한 헌법가치를 홍보하고 공동체의 통합의 정신적 기초로 삼아야 한다. 국군을 통합하는 우월적 가치가 헌법에 있는 자유민주주의임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훈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통합은 물리력으로 될 수 없고 공통된 목표가 분명해야 이룩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헌법교육이다.
- 명재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방정신전력원 국방인문총서 ' 헌법을 수호하는 제복 입은 민주시민'에서.
군의 조직적 특성과 군 문화와 가치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군에서 체득할 수 있는 민주적 가치를 탐구한 결과, 상명하복의 조직체계와 명령을 수행하는 군에서도 인권, 자유, 소통, 공동체의식, 참여와 실천, 평등 등의 고귀한 보편적 민주적 가치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민주적 가치를 보존,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병영생활을 통한 정치사회화와 군의 교육프로그램에 민주시민교육의 내용을 포함하는 방법이 있으나 양자가 상호 보완적일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군 교육과정에서 민주적 제반 가치를 설명하고 독려하는 것은 가시적인 방법이며 대체로 주입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병영생활의 민주화에 따른 민주시민의식의 함양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군 정훈교육과정에 민주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군 병영생활을 민주적이며 합리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병영생활에서 인권이 존중되고, 민주적이며 합리적 리더십이 발휘될 때 자발적 추종과 참여가 체화되고, 군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치사회화의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방정신전력원 국방인문총서 ' 군과 민주시민교육'에서.

독일의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한국에서도 시사점을 가지며, 종종 사용되고 있다. 실제 일선 현장에까지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 국군 국방정신전력원은 국방인문총서 제1권을 한국형 제복을 입은 민주시민 모델에 할애하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군 장병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자이자 그 적용 대상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절대복종 개념은 폐기되었으며, 현 한국군 장병들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여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제도와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역시 제복을 입은 시민의 모델에 따라 군 장병의 인권을 보장하고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적은 실정이다. 장병의 인권 외에도 무형의 전력자산으로서의 가치까지 지니는 독일의 '제복을 입은 시민' 개념과 달리, 한국에서 본 용어는 주로 국군 장병의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국군 장병 역시 제복을 입었을 뿐, 본질적으로 시민이므로 그들의 권익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랜 기간 사회가 군사화되어 장병 인권에 무관심하였던 한국에서 이 정도의 변화 역시 물론 고무적이지만 실제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이 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를 포괄하는 것을 감안하자면 여전히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군형법 제8장 항명의 죄
제44조(항명)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
- 임성근 해병대 소장[19] #
"군인은 지금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
- 여인형 방첩사령관[20] #

장병 개개인의 정치적 의견은 여전히 억압된다.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권리 역시 법적으로 완전히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가령 국군 군형법의 경우 항명죄에 관한 항목에서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은 사람은 처벌한다는 조항을 통해 불의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독일과 같은 명확한 조항으로 장병들의 양심을 지켜 주고 있지는 않다. 현 조항만으로는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시 어떻게 될 지 직관적으로 알기가 힘들다. 복종을 미덕으로 하는 군 문화 상, 군 장병들이 위와 같은 모호한 법적 표현을 믿고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선택을 내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임성근 소장과 여인형 중장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수의 군인들과 기성세대는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불복종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이는 채 상병 사건 비상계엄이라는 수치스러운 사건에 군이 말려드는 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과 군내 민주주의 교육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침이 잦았던 한국 근현대사에서 국가 주도의 정치교육이란 곧 반민주적 독재 집권세력이 국민을 일방적으로 교화함으로써 자신들의 통치정당성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대한민국 국군은 군사독재정권의 수족으로 기능하였기에 국군 정훈교육에는 그 시대의 잔재가 시대착오적이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악명높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구호 역시 그저 권위주의 독재 체제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치 구호화 되어 그 본질적인 의미가 가려진 지 오래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군이란 민주주의로부터 너무나도 먼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한국인들은 '군에서의 민주주의 체화'라는 독일적 관념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현재 정훈문화활동의 최고 부령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부 ‘ 정훈문화활동 훈령(제2188호)’에는 국가관, 안보관, 군인정신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체계 내에서는 건전한 군인과 민주시민을 의미하는 이른바 ‘군복 입은 민주시민’의 개념적 모형과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한 실정이다. ‘군복 입은 민주시민’이라는 용어는 90년대 이후 군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왔음에도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은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국방정신전력원 정상근 연구위원, 논문 독일연방군 ‘내적지휘(Innere Fuhrung)’ 철학의 시사점 및 한국군 ‘내적가치’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제언에서.
양심에 따를 용기를 지닌 군인은 의원과 달리 법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 정부 들어 ‘군인복무기본정책서’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 관련 정책이 삭제된 것이 지난해 9월 본보 단독 보도로 확인되기도 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을 공격하려는 공권력을 거부할 권리를 군인을 포함해 모든 공직자에게 부여하고 실제로 이를 보호하는 법 체제 강화가 시급하다. 물론 눈앞의 영달을 외면하고 양심을 따르겠다는 공직자의 결단이 먼저 있어야겠지만.
- 한국일보 논설위원 정영오, 2024년 12월 8일 논설 ' 계엄군과 국회의원의 양심'에서.

때문에 한국군에서 제복을 입은 시민 모델은 단편적으로 언급되고만 있을 뿐 확고히 뿌리내리지 않았다. 또한 실제 현장의 장병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군사독재 시기인 1966년에 제정된 시대착오적인 군인복무규율이 폐지되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으로 대체된 것이 50년이 지난 2016년이 되어서이다. 이마저도 정권에 따라 역사적 퇴보를 겪기도 한다. 2023년 보수 성향의 윤석열 정부에서는 군인복무기본정책서를 개정하여 문재인 정부 시절 명시한 군인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권리를 소리소문 없이 삭제해 군인 인권이 한 단계 퇴보하였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

3.1.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이후

-지휘관들은 국회 장악까진 사전에 몰랐고, 나중에 알고서는 주저했다고들 한다.

"말이 안 되는 변명이다. 전쟁에서야 작전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 진입해서 국회를 차단하고 국회의원을 강압적으로 몰아내거나 체포하란 지시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명령을 거부했어야 했다. 소극적인 태도였다 한들 그 명령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문제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보라. 그분도 육사를 나왔는데 국회의원 체포 리스트를 전달받고는 묵살했다. 계급이 낮은 일선 군인도 아니고, 여차하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주요 지휘관들이 그 정도 판단도 못 했다는 건 정말 시시한 변명이다. 내게는 자신들의 준비 부족을 마치 주저한 것인 양 둘러대는 것처럼 들린다."

-'김용현에게 이용당했다'며 울먹이던 707특임단장 김현태 대령의 기자회견은 짠했다.

"특전사 내의 특전사라 불리는 707특임단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최정예 부대다. 유사시 최고난도 작전에 투입될 그런 부대를 저런 식으로 망쳐놓은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반국가세력이자 간첩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분통 터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군이나 검찰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한다."
-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21] 2024년 12월 13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정예 부대를 반란군으로 전락시킨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2024년 12월 3일 벌어진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도중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장병들 중 일부가 상부에서 내려온 반헌법적인 범죄 명령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 만일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해당 장병들은 본인의 올바른 양심에 따라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써의 모습에 합치되는 행동을 한 것이라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12월 8일 수사 과정에서 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 장병들이 불법 명령에 집단 항명했으나 여인형 사령관을 비롯한 상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출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다만 이는 현장에 동원된 특전대원, 방첩사 법무장교 등 영관급 이하의 하급장병 중 일부의 이야기이다. 주요 부대의 여단장 이상급의 고위 지휘관들의 경우 정부에서 내린 반헌법적인 지시에 동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휘하 장병들을 내란에 동원함으로써 그들을 한순간에 반란군으로 만들어버렸다. 현재 이 지휘관들은 내란죄 혐의로 국회 검경, 공수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2024년 12월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정부의 2차 계엄 의혹이 불거지자 군경에 "지난 4일 새벽 군이 국회의 계엄해제에 따라 철수한 것은 성숙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군은 국민의 군대이고 경찰은 국민을 지켜야 한다. 헌법에 어긋나는 부당한 명령에는 응하지 않음으로써 제복 입은 시민의 명예를 지키시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

이후 시국선언을 발표한 서울대 교수들 등, # 한국 사회에서도 제복을 입은 시민들의 양심적인 판단 권리를 보장하고 군에 대한 민주적 질서를 확립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3.2. 대한민국 경찰의 경우

대한민국 경찰은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함께하는 민주경찰·따뜻한 인권경찰·믿음직한 민생경찰로 국민 속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인 임시정부 경찰의 초대 경무국장 백범 김 구 선생과, 그 뒤를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경찰들의 발자취를 발굴·계승하여 민주·인권 ·민생경찰의 정신으로 삼겠습니다.
- 대한민국 경찰청 #

전술했듯 '제복을 입은 시민'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독일에서 이 단어는 군인을 뜻했다. 그러나 이 단어가 도입된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군인보다는 경찰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경찰 내에서는 옛 권위주의 정권의 수족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민주적 질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개혁 모토로 본 단어를 사용해 왔다. 문제는 이게 너무 지나쳐서 이제는 경찰이 시민에게 언어적 또는 물리적 폭행을 당해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4.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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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열한 오스트리아군 민병대원들

오스트리아의 경우 제복을 입은 시민을 ' 민병대(Miliz)'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오스트리아 민병대는 일종의 향토방위군 또는 예비군[22] 해당하며 연방군과 함께 국가 군사력의 양대 축을 담당한다. 이들은 평시에는 민간인으로서 생업에 종사하지만 훈련 및 전시 상황 등 임무가 하달되면 군복을 입고 투입된다. #
스위스에는 군대가 없다. 스위스가 바로 군대다.
Die Schweiz hat keine Armee, die Schweiz ist eine Armee.

스위스군 역시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민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오스트리아와 다른 점은 자국의 전체 장병들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지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 스위스에서 본 단어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칸톤(주)의 시민들이 한데 뭉쳐 강력한 무장중립을 유지해 온 스위스의 민군관계와 징병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양국은 독일과 같이 정치적으로 도야된 군인으로서의 의미로 제복을 입은 시민 개념을 쓰고 있지는 않다. 이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독일군의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나타난 독특한 개념이기 때문. 그럼에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역시 시민군을 지향하므로 군인 개개인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긍정하며, 군의 수호 목적 중 하나로 민주적 가치를 포괄하고 있다.

5. 참조

5.1. 국내 문헌

5.2. 독일 문헌


[1] gebildet은 '짓다'는 뜻의 동사 bilden의 과거분사형이다. 이 동사의 명사형 단어인 [2]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으로 도야되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체화했음을 의미한다. [3] 여성명사와 남성명사를 병기한 성 중립 표현이다. 일반적으로는 그저 Staatsbürger in Uniform, 더 줄여서 Bürger in Uniform이라고 표현한다. [4] 라틴어로는 Perinde ac cadaver. 직역하면 시체와 같은 순종이라는 뜻이다. 본디 가톨릭 성인이자 예수회 초대 총장인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주창한 신학적 단어로, 그의 사상인 이냐시오 영성의 일부인 개념이다. 당연히 여기서 복종의 대상은 을 의미하며 시체와 같다는 것은 어떠한 의심도 품지 않는다는 뜻이다. 19세기에 이 단어는 독일로 수입되어 근대 독일 군국주의와 프로이센적 덕목에서 강조했던 전체주의적 사회상을 비유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5] 당시 독일 사회는 군국주의에 대해 엄청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 테오도르 호이스부터가 군대 창설에 반대했을 정도였다. [6] Selbstverständnis und Führungskultur [7] 반의어는 노예형 군대다. 일본군이 대표적인 예. [8] Wolf Graf von Baudissin, "Gesichtspunkte zur Frage des Rechtes auf Kriegsdienstverweigerung", in Wolf Graf von Baudissin: Nie wieder Sieg, Cornerlia Buerhle et. al. ed.,(Pieper, 1984), p. 42. " 군사 개혁가 볼프 폰 바우디신(Wolf von Baudissin)과 1950년대 서독 연방군 개혁"에서 재인용. [9] 다만 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군인으로서의 자격이 정지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 이는 연방의회 의원의 권리관계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10] 슈네츠 중장은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직후 구 국방군 및 무장친위대 장교들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딴 비밀 무장조직인 '슈네츠 군단'을 창설해 운용한 바 있다. 이 무장조직의 목표는 약 4만 명의 병력으로 소련의 서진을 막아내고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을 막는 것이었다. 슈네츠 군단은 승인되지 않은 불법 사설 무장조직이었으나, 콘라트 아데나워 정부는 그들의 존재를 묵인하였다. [11] 다만 전통주의자의 거두였던 슈네츠 중장은 임기를 마쳤다. 물론 대장 진급은 못했다. [12] 연방군 참모장교 출신으로, 저명한 군사 저술가이기도 하다. 2023년에는 독일의 통합적인 국토방위 계획인 '작전계획 독일(Operationsplan Deutschland)' 수립에도 참가했다. 대표적인 저서는 " 시험대 위의 내적 지휘(Innere Führung auf dem Prüfstand)" 이다. [13] 이웃한 프랑스군과 비교하더라도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단절 없이 이어져 내려온 프랑스군의 전통은 공화국과 민주주의 시대 이전으로 소급된다. 프랑스 군인들은 민주주의와 공화국에 충성하기보다는 조국에 충성하며, 과거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지 않는다. 군사적인 영웅화를 경계하기 위해 퍼레이드나 기념식을 거의 열지 않는 독일군과 달리 프랑스군은 그들의 수훈자들을 국가적으로 기념한다. # [14] 전우애, 복종, 용맹성 등 [15] 제2차 세계대전사와 폭력문화사에 대하여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이다. 대표작으로 깨끗한 국방군 신화를 깡그리 무너뜨린 ' 나치의 병사들(Soldaten)'이 있다. 이 책은 2015년에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16] 프랑스어 구문으로 직역하면 '군단의 정신' 또는 '집단의 혼'이다. 독일어로는 Korpsgeist라 한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신, 즉 소속감과 자긍심, 결속과 그리고 충심 등의 감정을 포괄한다. 사기(士氣)와 유사하지만 일대일 대응되는 의미는 아니다. 닫힌 사회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 가령 집단 이기주의 역시 에스프리 드 꼬흐가 포괄하는 의미다. [17] 부대마다 그 정도는 다르다. 연방군 공수부대 및 특수부대의 경우 가장 강력한 부족전통을 보유한다. 일각에서는 KSK 등에서 우익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하는 문제로 그들의 폐쇄적 부족성을 꼽는다. 반면 공군의 경우 그 정도가 퍽 낮으며 차라리 민간사회의 팀에 가깝다. [18] 나이첼 교수는 이 때문에 군인을 ' 전사(Krieger)'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의 2020년 저서 제목 역시 ' 독일 전사들(Deutsche Krieger)' 이었다. [19] 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의 핵심 용의자. [20]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 [21] 류 전 감찰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 불법적 명령에 따를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22] 예비역(Reserve)과는 다르다. 민병대원으로 바로 자원입대하는 것 역시 가능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