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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6 22:25:21

이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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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ffffcc><colcolor=#cc3366> 이솔레스티 "이솔렛"
Isolesty "Isolet"
파일:룬아 이솔렛 일러스트.jpg
본명 <colbgcolor=#fff,#2d2f34> 이솔레스티
Isolesty
イソレスティ
나이 20세
성별 여성
신장 불명
머리 / 눈 금발 / 분홍색
생년월일 아노마라드 971년 4월 21일
출신지 달의 섬
가족 관계 일리오스 (아버지)
불명 (어머니)
성우 김율[1](룬의 아이들 윈터러 오디오 드라마)
Sherie (룬의 아이들 윈터러 오디오 드라마 노래 파트)
스와 아야카 (룬의 아이들 추억의 쌍검)[2]
아름다워서? 아니다, 그것조차 사소한 특징에 불과할 정도로 그녀에게는 어떤 특별한 것이 천분처럼 주어져 있었다. 온 몸에 감도는 비인간적인 싸늘함에서부터가 그랬다.

섬에 와서 모든 풍경과 풍습이 낯설었고 모든 사람이 자신과 달랐지만, 그녀만큼 별개인 양 느껴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이미 먼 별에서 온 듯 또렷이 구별되어 보였다.

섬뜩한 전설 속에 나오는 손댈 수 없는 미인처럼.
- 룬의 아이들 윈터러 3권, 1장 '산 위의 공주, 산 아래의 공주' 中,
"사람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의 자세를 강요 받을 수 없어."
- 룬의 아이들 윈터러 5권 '뜻밖의 적, 뜻밖의 조우' 中,

1. 개요2. 작중 행적3. 외모4. 성격5. 능력6. 2차 창작7. 이야깃거리

[clearfix]

1. 개요

룬의 아이들 시리즈, 4LEAF, 테일즈위버의 등장인물.

달의 섬의 전대 검의 사제인 일리오스의 외동딸로, 신성 찬트를 비롯하여 섬에 전해져오는 옛 왕국의 수많은 지식과 전통의 명맥을 홀로 이어가고 있는 소녀다. 본명은 이솔레스티(Isolesty)로 '고귀한 고독'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3]

2. 작중 행적

소녀일까, 또는 성인일까. 열여섯에서 스물하나까지, 나이를 말하기 힘든 모호한 인상의 여자였다.
창날처럼 갸름한 옆얼굴은 냉담했지만, 동시에 까닭 모를 상실감이 가라앉아 있었다.

낯선 아름다움이었다. 같은 인간이 아닌듯, 멀어서 더 동경하게 되는 미(美)였다.
- 룬의 아이들 윈터러 2권 '호수 속 금빛 그림자' 中,

첫 등장은 보리스와 함께 렘므를 떠돌던 나우플리온이 호숫가에서 마법의 단도 루네트(Lunette)로 달의 섬의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수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풍기는 그녀의 모습에 그때까지만 해도 이성에 관심이 없었던 보리스는 강렬한 인상과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달의 섬에 도착한 직후 허락 없이 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죄의 유무를 따지러 온 보리스와 처음으로 마주한다. 당시 이솔렛은 공회당에서 그녀의 재능을 안타깝게 여겨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설득하는 사제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바라보는 보리스를 반쯤 무시하였으나, 손가락이 잘리는 중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꿋꿋하게 신념을 굽히지 않는 그를 보고선 뭔가 감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직접 나서서 보리스가 검을 가지고 있는 정당한 근거를 추론한다.[4] 사실상 보리스의 편을 들어줬다고 해도 무방한데, 다만 직접적으로 변호 해준건 아니고 '검의 사제인 나우플리온이 데려온 아이일테니 당연히 허락을 받지 않았겠냐'며 툭 던지는 식으로 말했다. 이후 나우플리온이 나타나서 보리스를 자신의 제자라고 밝히며 모두를 데꿀멍 시키고 데리고 갈 때까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반면 보리스는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이솔렛을 바라보며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후 그녀는 이제 다프넨이란 새로운 이름을 받은 보리스에게 신성찬트를 가르쳐야하는 입장에 놓인다. 본래 그녀는 보리스가 나우플리온이 데려온 아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서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으나, 나우플리온이 스콜리 졸업에 필요한 과목 중 하나로 신성 찬트를 선택하였고, 이솔렛은 어쩔 수 없이 보리스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다.[5]

수업 첫날, 이솔렛은 보리스를 데려온 나우플리온에게 무례할 정도로 쌀쌀맞게 군다.[6] 그리고 보리스도 본체 만체하며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는 둥, 심술 아닌 심술을 부려댄다. 보리스는 어떻게든 친해져보려고 그녀의 외모를 주제로 말을 걸었는데, 이게 하필 이솔렛이 질색하는 거라서 싸늘하게 한소리 듣고 말았다. 그 뒤로도 이솔렛은 보리스가 오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반쯤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하루는 스콜리에서 이지메를 겪고 심신이 피폐해진 보리스가 이솔렛의 침묵까지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 일어나 멋대로 가버린다. 하지만 장서관의 제로와 대화한 후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앞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며 다음날 이솔렛을 찾아가 멋대로 가버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사실 이솔렛은 나우플리온을 닮은 그를 매우 불편해하고 있었는데, 대나무처럼 올곧아서 남의 기분에 맞춰주지 않는 나우플리온에 비해 자신이 아무리 모질게 굴어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보리스를 보고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보리스는 과거를 잊지 못하면서 한편으론 잊으려하지도 않는 그녀의 표독함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과거를 모르는 상태에서 심증에 의거하여 내던진 도박에 가까웠으나, 이솔렛은 그 말을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말을 돌린다. 그녀는 자신의 독고다이스런 평판까지 언급하며 나랑 잘 지낼 자신 있냐고 최후통첩 비슷하게 물어보는데, 이에 보리스는 '여지껏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며 받아친다.[7] 딱히 극적인 대화는 아니었지만 이 날 이후로 이솔렛은 보리스를 제대로 바라보며 조금씩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자 이솔렛은 보리스에게 자신만의 비밀장소인 절벽 위의 샘가와 보이지 않는 투명계단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보리스 역시 어느 순간부터 이솔렛과 있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숨막히는 스콜리 생활보다 그녀와의 수업을 더 기다리게 된다.[8] 하지만 보리스는 그녀를 둘러싼 원인 모를 애증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다가 하루는 나우플리온에게 날을 잡아 물어본다. 이에 나우플리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솔렛은 검의 사제 일리오스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 때는 장난도 잘 쳤고 웃음도 많은 소녀였다. 하지만 그런 평화도 잠시, 역병으로 섬 전체가 피폐해진 가운데 섬 윗마을에 이계에서 온 괴물 골모답이 등장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 당한다. 이에 일리오스는 섭정의 명을 받들어 골모답을 퇴치하기 위해 자신의 두 제자와 수많은 검사, 마법사들, 거기다 평소에 싫어하던 나우플리온까지 포함된 원정대를 꾸려 어린 이솔렛을 남겨두고 떠난다. 결국 괴물을 퇴치하긴 했으나 일리오스를 포함한 원정대 대부분이 전사하였고 나우플리온만이 살아 돌아왔다.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고아가 된 이솔렛은 자신을 남겨두고 떠난 아버지, 그리고 홀로 돌아온 나우플리온에 대한 원망이 겹쳐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나이가 들자 아버지의 뜻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나, 그 분이 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우플리온을 살려보냈는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우플리온도 이 점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주지 않았고 결국 둘은 매우 소원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유언[9]과 섭정이 경계하던 자신의 위치 등을 고려한 끝에 속세를 떠나 은둔을 택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과 여러가지 전통의 계승자라는 점은 그녀를 섬에서 매우 귀중한 존재로 만들어줬지만, 닫힌 사회의 전형과도 같은 섬에서 그녀의 이런 점들은 양날의 칼이 되어 주민들에게서 존경 받는 동시에 배척을 당했다. 그 후 나우플리온이 검의 사제가 되어 대륙으로 나가 방랑하는 동안, 이솔렛은 산 어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등진 채 '산 위에 사는 공주' 라고 불리며 이름의 뜻대로 고독하고도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10]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보리스가 섬에 온 지 몇 개월 되던 어느 날, 모르페우스 사제의 집에서 실험을 마치고 윈터러를 가지고 돌아오던 보리스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제들은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고 했으나, 하필 그날 윈터러가 실험 도중 봉인이 살짝 풀려서 형태가 변하고 섬 전체가 잠깐 어둠에 잠길 정도로 이상현상이 일어난 탓에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보리스가 오지 않자 이 모든 정황을 수상하게 여긴 이솔렛은 직접 나우플리온의 집에 쳐들어와서 따져댄 끝에 사태의 전말을 알아낸다. 마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었던 그녀는 보리스가 가지고 다니는 흰 검이 신성 찬트에 반응한다거나 하는 걸 직접 봤었고, 이 사건의 원흉이 그 검 때문이라는 것을 단번에 간파한다. 게다가 그녀는 본래 나우플리온에 대한 원망 때문에 그와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었고, 집에 찾아가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제자인 보리스 문제 때문에 그 해묵은 갈등을 깨고 직접 찾아왔던 것이다.[11]

이후 돌아온 보리스와의 첫 수업에서 그가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눈치채고선 먼저 말을 걸고 궁금해하는 등,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모습을 보이더니 바다를 보여주겠다며 오래 걸은 끝에 나무들 사이에 숨겨진 북쪽 해안절벽에 데리고 간다.[12] 하지만 너무 멀리 나온 탓에 밤이 늦어지자, 이솔렛은 그녀의 옛 집이었던 버려진 오두막에서 그날 밤을 지새운다.[13] 둘은 그 날 아무일도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둘이 밤새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소식이 섬 전체에 퍼져버렸고 당연히 섬사람들은 둘이서 그렇고 그런 짓을 벌였을 거라는 유언비어가 생겨났다. 이솔렛의 성격상 그런 뜬소문에 일일히 대응할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으나, 헥토르를 위시한 패거리들이 보리스를 도발하기 위해 이솔렛의 집 앞에서 섹드립을 쳐댄다. 그 수위는 마침내 일리오스의 이야기까지 나왔고, 분노한 보리스는 헥토르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만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도 이솔렛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솔렛이 소문에 겁을 먹었거나 마음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솔렛은 사실 숨은 것이 아니라, 그저 되갚아줄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보리스와 헥토르의 결투날, 에키온에게 쫒기던 오이지스가 어쩌다보니 이솔렛 집 앞에서 넘어졌는데 이솔렛은 검을 들고 나와서 자초지종을 묻는다. 보리스가 과거 역병으로 전멸한 북서쪽 마을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14]

그런데 결투 장소에 도착한 이솔렛은 보리스가 헥토르 대신 과거 아버지를 죽인 그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것을 보고선 그를 구하기 위해 싸움에 뛰어든다. 이솔렛은 티엘라 특유의 민첩성을 십분 발휘하여 진짜 말 그대로 '날아다니며' 선전하지만, 골모답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진 못하고 오히려 왼쪽 팔에 큰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도 오른손에 검 한 개만 들고 골모답의 발톱을 튕겨내서 역으로 유효타를 주는 등 신기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다.[15] 마침내 보리스가 봉인이 살짝 풀린 윈터러의 힘인 '겨울의 핵'을 사용하여 골모답을 쓰러뜨리면서 상황은 종료됐지만, 이솔렛은 괴물의 발톱에 당한 상처 때문에 곧 죽을 위기에 쳐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오히려 더 이상 빚을 지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보리스를 걱정해준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일부러 초연하게 말했으나 결국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보리스의 고백을 듣고선 결국 혼란스러워하며 어색한 포옹을 한 채 잠에 든다.[16] 이솔렛은 부상으로 인해 보름 동안이나 잠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우플리온이 죽은 골모답의 시체에서 꺼내온 붉은 심장으로 그녀를 치료하는데 성공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본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제들과 섬 고위층들의 미리 입을 맞춰 함구했기 때문에 골모답의 등장, 이솔렛의 부상 등은 다른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보리스가 헥토르를 결투에서 이겼다는 소문이 퍼졌다.
'난 검의 사제가 되어서는 안돼. 아버지들의 일을 리리오페와 함께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아. 그 애는 자기 아버지를 많이 닮았거든. 그리고 나는 내 아버지와 똑같고. 사람들이 나를 은둔하는 공주니 뭐니 하며 떠받드는 것도 다 계획적인 일이야.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아'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한 사람들에게 실망하여 마음을 닫아버린 소녀가 아니었다. 함께 죽지 못한 것이 괴로워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솔렛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이 상태인 것이다.
- 룬의 아이들 윈터러 4권 '미로를 들여다보며' 中,

결투 이후 가을이 지나 겨울에 접어들자 보리스는 나우플리온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솔렛의 안부를 물을 겸 눈길을 헤치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다. 이솔렛은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생활하며 겨울을 나는 화전민과 비슷한 생활을 몇년 째 반복하고 있었다. 이솔렛은 그날 자신을 찾아온 보리스에게 아버지 일리오스 사제와 섭정 스카이볼라 사이에 얽힌 정치적 갈등과 섬의 진실들을 알려준 뒤, 자신은 아버지의 유언과 이름의 뜻대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고 말한다.[17] 하지만 골모답과의 전투 이후 서로를 끌어안으며 느꼈던 감정을 재차 확인하고 싶었던 보리스는 그런 삶은 불공평하다고 여기며 그녀에게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일 거냐고 따져 묻는다. 하지만 이솔렛은 뜻밖에도 '나는 이미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그 감정을 영원히 묻어버렸다. 이런 내가 이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라고 고백한다. 그 말 한마디에 보리스는 결국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갔고, 이솔렛은 그가 떠난 자리를 말 없이 지켜만 본다.[18]

새해가 되고 눈이 녹자 둘은 다시 찬트 수업을 시작했다. 이솔렛은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했으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날의 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다고 좁은 섬 안에서 완전히 남이 되는 것도 불가능했기에 자신들의 마음을 제대로 확신하지 못한 채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하루는 검술훈련을 마치고 이솔렛이 내준 숙제[19]를 가지러 간 보리스가 하필 나우플리온이 맡아 둔 윈터러를 꺼내가서 또 다시 행방불명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이솔렛은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마냥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선 사제들에게 달려가 선견지명으로 절벽을 수색할 것을 제안한다.[20] 그리고 요즈렐과 흰 새들을 동원하여 보리스가 떨어진 장소를 찾아내고, 찬트를 통해 얼음 고치에 뒤덮인 보리스를 구조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보리스는 한 달이 지나도록 도무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솔렛은 나우플리온과 함께 보리스가 떨어진 투명 징검다리를 조사한 끝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다리를 붕괴시켰다는 걸 알아낸다. 그리고 나우플리온에게 보리스가 그렇게 된 것에는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 사이 섬 아이들에게는 대륙에서 열리는 실버스컬에 누가 출전할 것인지가 화제가 되고 있었는데, 보리스가 깨어나지 못하는 동안 헥토르는 이솔렛의 아버지인 일리오스의 업적을 들먹이며 자신이 실버스컬에서 또 한번 우승하여 그 이름을 드높이겠다는 언플을 벌인다. 심지어 이솔렛의 집에 찾아와 일리오스의 검을 만져볼 수 있냐는 무례한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이미 한번 모욕 당한 선례가 있었던 이솔렛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행동이었고, 그녀는 오히려 검을 뽑을 기세로 헥토르를 쫒아버린다. 시간이 흘러 실버스컬에 출전하게 될 소년들이 바다를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솔렛은 수많은 번뇌 끝 데스포이나 사제의 집에서 간호받고 있던 보리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반드시 돌아와서 나와 내 아버지를 위해 검의 사제 직위를 계승해달라'며 속삭인다.[21] 그리고 이솔렛의 생일날, 마침내 유령들과의 생활을 끝내고 깨어난 보리스는 자신의 곁을 지키며 선잠이 들었던 그녀에게 ' 생일 축하해요'라는 말을 건넨다.

보리스는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지만, 실버스컬 참가 일정을 놓쳐서 조금 상심해한다. 이에 그 마음을 꿰뚫어본 이솔렛은 자신이 함께 가해주겠다며 보리스에게 실버스컬에 나갈 것을 권유한다.[22] 나우플리온과 다른 사제들에게도 승인을 받은 둘은 뒤늦게서야 대륙으로 향한다. 이솔렛은 보리스와 함께 렘므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또 서로의 잘 몰랐던 면도 알게 된다. 보리스는 그녀에게 나우플리온과 일리오스를 위해서라도 우승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는데, 이 말을 들은 이솔렛은 뭔가를 생각하더니 보리스에게 가명으로 과거 일리오스가 실버스컬에 나갔을 때 썼던 이름인 미스트리에를 사용해줄 것을 부탁한다.[23]

두 사람은 자잘한 사건들 끝에 실버스컬이 개최되는 폰티나 공작의 영지에 도착한다. 보리스는 예선전부터 차근차근 치르면서 우승을 향해 다가가고, 이솔렛은 특유의 눈썰미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대륙인들의 생활상을 구경한다.[24] 그러던 중, 뭔가 크게 한탕 해보려는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 루시안 칼츠를 보고선 말을 걸고는 보리스의 이름에 돈을 걸라고 조언해준다. 이솔렛의 신비한 외모와 목소리에 끌린 루시안은 보리스에게 5만 엘소라는 거금을 베팅했고, 거기다 이솔렛도 루시안에게 부탁하여 보리스에게 1백 엘소를 건다. 그 밖에도 경기장에서 사회자가 오를란느 대공국을 공국으로 호칭한 것에 반발한 샤를로트를 보고선 마치 왕위 계승자 같은 기개를 품었다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25]

보리스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결선까지 올라가자, 폰티나 공작은 결선 진출자들을 환영 연회에 초대한다. 아노마라드 제일의 권력자의 저택에서 하룻밤을 묶게 된 이솔렛과 보리스는 뒤늦게 강피르 자작을 이겼던 카민 미스트리에의 후손이 리벤지 매치를 하러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는다. 사실 이솔렛이 미스트리에라는 이름을 사용해달라고 한 이유는 바로 보리스에게 확실한 명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는 보리스는 대충 '우승했으면 좋겠다'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말했으나 미스트리에라는 이름으로 싸우게 되자 이솔렛과 그녀의 아버지 일리스, 그리고 나우플리온의 이름에 걸린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확고한 결의가 생겼다. 이솔렛은 보리스에게 명예를 매우 중요시하는 트라바체스인의 기질이 있다는 걸 간파하고 이런 부탁을 한 것이다.[26]

다만 완벽할 것만 같았던 그녀 역시 대륙의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공작 측에서 드레스를 빌려주자 너무 사치스러워서 안 입겠다고 거부했다가, 한편으로는 귀족들 사이에 혼자 떨어질 보리스가 걱정되어서 결국엔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얼굴로 연회에 참석하고 만다. 화려한 장신구도, 비싼 옷도 걸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뿜어져나오는 기품과 분위기 하나만으로 이솔렛은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주목 받았다.[27] 대륙의 풍습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솔렛은 조용히 주의를 살피다 벨노어 백작을 발견하고 긴장한 보리스를 재빨리 진정시켜주었고, 그 와중에 자신에게 작업을 걸어온 볼프렌의 멘탈을 탈탈 털어서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아버지를 패배시킨 카민 미스트리에에 대해 물어보는 루이잔 폰 강피르에게 부녀지간임을 인정하며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하지만 연회가 끝난 후, 벨노어 백작이 윈터러를 노린다는 사실을 듣게 된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버스컬 우승과 보리스의 안전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그 순간, 벨노어 백작의 딸인 로즈니스가 그들의 방을 찾아온다. 처음에 이솔렛은 벨노어 백작이 수작을 부리려는 거라고 여기곤 로즈니스에게 검을 들이댔으나 진심으로 보리스를 걱정해서 찾아왔다는 그녀의 항변에 일단은 절반만 그녀를 신뢰한다.[28] 로즈니스에게서 벨노어 백작이 강피르 자작과 손을 잡고 보리스를 제거하려 한다는 계획을 듣고선 이솔렛은 실버스컬 우승이고 뭐고 보리스에게 달아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짊어진 보리스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반대하지 않고 그 결정을 존중하며 로즈니스를 통해 폰티나 공작의 영애인 클로에 다 폰티나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클로에는 보리스의 부탁을 듣고선 별다른 의문도 품지 않고 폰티나 공작을 깨워 한밤중에 둘과 만나도록 주선 해준다. 이솔렛을 본 폰티나 공작은 그녀를 '은인의 딸'이라고 부르며 과거 일리오스에게서 모종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29] 이에 이솔렛은 그 때 아버지에게 입은 은혜를 지금 갚아달라며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아노마라드 국경까지 호위 해달라는, 상당히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하지만 루이잔이 5연패를 할 경우 강피르 자작의 입지가 상승하고 폰티나 공작의 지위를 위협하게 될거라며 정치적 센스가 있는 답변을 내놓자, 공작은 화를 내면서도 그녀의 말재주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인정한다. 옆에 있던 클로에마저 강피르 자작이 영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솔렛의 추측이 일리가 있다고 거들었고, 폰티나는 결국 이솔렛의 주장에 수긍하며 그들을 도와주는 대가로 루이잔의 검술생명을 끊어버리라고 요구한다. 다음날, 실버스컬 결승전이 열리는 내내 폰티나 공작은 이솔렛을 앞쪽 자리에 앉도록 하여 혹시 있을 지 모를 습격에서 지켜주었고, 보리스가 루이잔의 오른팔을 베지 않았음에도 가문의 마차를 빌려주어 두 일행이 성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줬다. 심지어 폰티나의 영지를 넘어서자 자신의 장남 조르지오를 붙여주어 렘므 국경까지 호송해주는 관대함을 보였다. 마침내 폰티나 공작의 눈과 귀가 모두 사라지자, 이솔렛과 보리스 일행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이솔렛은 보리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다가 문득 클로에와 춤 한번 못 춰본 것에 대해 아쉽지 않냐며 그의 마음을 떠보는 질문을 날린다. 그녀의 뜻밖의 장난에 보리스는 살짝 당황하여 클로에는 자신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솔렛은 짓궃게 그를 계속 놀려댄다. 이에 오기가 생긴 보리스가 반격으로 '먼저 만난 누군가 때문에 눈이 나빠져서 다른 미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라고 대답해버리는데, 정작 말하고 나서 자신도 부끄러웠지 얼굴을 붉히고 만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이솔렛 역시 일부러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본다.[30]

둘은 렘므 북쪽을 향해 가던 도중 과거 얼음강 소동과 옥수수밭 쟁탈전으로 도움을 주고 받은 적 있었던 헤베브로 근처를 지나다가 윈터러를 노리고 잠복해있던 칸 통령의 수하들인 마리노프 캄브 톤다에게 기습을 당한다. 이솔렛은 그녀를 도와주려는 척하며 접근한 마리노프에게 잡혀버려서 난생 처음 겪어보는 톤다의 채찍공격에 맥을 못추는 보리스를 제대로 도와줄 수 없었다. 겨우겨우 허리케인라나스러운 아크로바틱한 육탄전을 시전하여 빠져나와 검을 빼든 이솔렛은 양손 도끼를 휘두르는 마리노프의 공격을 피하며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가, 뜻밖의 순간에 나타난 헤베티카와 마을사람들이 들판에 불을 질러준 덕분에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헤베티카의 마을에서 환영 받은 두 일행은 이곳에서 나우플리온과 인연이 있었던 이자크 듀카스텔과 만난다. 본래 낯선 이를 경계하여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던 이솔렛은 예외적으로 원종족 출신인 이자크에게 관심을 보였고, 나우플리온과의 우정을 가지고 있었던 이자크는 그의 안부를 물으면서 이솔렛과 보리스를 반겨준다.[31]

헤베티카와 마을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된 두 사람은 한밤중에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의 주제가 나우플리온의 과거로 이어진다. 보리스는 전부터 그와 이솔렛 사이에 있었던 모종의 일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고, 이솔렛은 그때마다 화제를 바꾸거나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던 보리스는 지난 겨울밤에 그녀가 거절했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실하게 알고 싶었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이솔렛은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면서도 그 질문을 한 사람이 보리스였기 때문에 마음 먹고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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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숨기려 애쓴 것도 아니었어. 그 화제가 싫었던 것뿐이지. 아니, 실은 그런 화제를 입에 올리는 나 자신을 상상하기 싫었어. 왜냐하면.... 그건 너무 어리석은 이야기니까. 다시는 고칠 수 없는 망가진 집처럼, 그냥 내버려 둔 거야. 비바람에 깎이고 쓸려 언젠가는 먼지로 변해버리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기엔 내가 살아온 생애가 너무 짧았지.

그리고 이런 것,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네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그게 너라서, 더 이야기하기 싫었어.'
- 룬의 아이들 윈터러 5권 '원하는 것, 원할 수 없는 것, 원해선 안 되는 것' 中,

이솔렛과 나우플리온은 과거 약혼했던 사이였다. 이때 이솔렛은 열살, 나우플리온은 스물세 살로 띠동갑을 훌쩍 넘는 나이 차였다. 이렇게까지 무리한 약혼을 한 이유는 바로 일라오스 사제 때문이었다. 검의 사제였던 일리오스는 나우플리온의 재능을 눈여겨보고선 자신의 제자로 삼고 싶어했는데, 이를 위해 이솔렛과 그를 약혼 시켜서 자신의 곁에 두려고 했다. 사위가 되면 당연히 제자로 들어오게 될 거라는 계산이었다. 어찌보면 정략결혼이었으나 둘은 남매처럼 친했던데다 나우플리온도 일리오스를 존경했으므로 따지고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너무 어렸던 이솔렛은 오빠처럼 따랐던 나우플리온이 좋아서 약혼이 뭔지도 모르고 수긍해버렸고, 나우플리온 역시 데스포이나의 긴 설득 끝에 결국 동의했었다.[33] 그런데 나우플리온은 약혼과는 별개로 그에게 티그리스를 가르쳐 준 늙은 스승 오이노피온을 버릴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이에 일리오스는 그 높은 자존심을 여러번이나 꺾어가며 나우플리온을 설득했지만 그는 끝끝내 제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마침내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일리오스는 약혼을 하루만에 파기해버리며 나우플리온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떠나버린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원래 있던 집도 허물고 산 기슭의 외진 곳에다가 며칠만에 새 집을 지어버렸다.[34] 그가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자신의 자존감 말고도 하나뿐인 딸의 장래까지 망쳐버렸다는 실망감도 컸기 때문이다.

이솔렛은 아버지나 너무 가여웠던 나머지 나우플리온을 만나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윗마을에 골모답이 출현했다. 이솔렛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나우플리온은 혼자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도저히 허물 수 없는 벽이 세워져서 지금에 이르렀다. 이솔렛은 나우플리온이 일리오스를 놔두고 도망쳤을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상황이 너무 이해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나우플리온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지막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니 화가 날 법도 했지만, 이솔렛은 그런 태도를 보이는 나우플리온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누구보다 일리오스를 미워했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우플리온이었기 때문이다. 온갖 감언이설과 딸까지 내세우며 자신을 취하려다가 실패하자 도리어 역정을 내고 절교하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나우플리온은 오히려 일리오스를 미워하지 않았고 비난의 화살을 자신이 다 뒤집어썼다. 이 때문에 이솔렛은 그런 그에게 원망과 동정심을 한꺼번에 느껴왔다.[35]

세월 속에 너무나도 많이 엉켜버려 풀 수 없게 된 매듭처럼, 이솔렛이 나우플리온에게 가진 애증은 당사자들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꼬여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보리스가 들어온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때 서로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해진 보리스는 이솔렛에게 작년 겨울날 그녀가 했던 말[36]의 주인공이 나우플리온을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말을 꺼내본다. 이에 이솔렛은 단번에 보리스의 의도를 눈치채고선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맞아' 라고 대답해버린 뒤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둘의 사이에는 긴 침묵만이 흐른다.

다음날, 마리노프와 톤다는 100여명이나 되는 용병을 고용하여 헤베브로 마을을 포위하고 두 일행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게다가 보리스는 톤다의 독 묻은 채찍에 당한 상처가 심각해져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이에 이솔렛은 마을 사람들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양해를 구하고선, 신성 찬트를 불러서 보리스를 잠들게 하여 고통을 덜어주는 선택을 한다. 섬사람들은 대륙에 나가면 옛 왕국의 재능을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금기가 있었지만 이솔렛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37] 한편 마을 사람들은 접대의 관습에 의거하여 이솔렛과 보리스를 지켜줘야 한다는 의견과 마을의 존치를 위해 내줘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려 싸우고 있었다. 헤베티카는 과거 나우플리온에게 도움 받은 일도 있고 해서 이들을 지켜주려 했으나, 두 일행은 헤베티카 개인의 손님으로 온 거라서 마을 전체의 환영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리노프가 인질로 잡은 사람들을 처형하기에 이르자, 여론은 순식간에 기울고 있었다. 이에 이솔렛은 오히려 마을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리스와 자신이 자진해서 나가겠다고 말한다. 이솔렛의 발언은 단순히 등 떠밀려 나가는 형세가 아니라 여러가지로 계산을 해보고 한 말이었다. 애초에 전날 강에서 싸웠을 때도 마리노프와 톤다는 두 사람을 죽이기보단 생포하려는 모양새였고, 저 많은 용병들을 고용해서 한번도 안 써보고 해산시킬 리가 만무했으므로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여기다 이솔렛의 개인적인 자존심 역시 한 몫했다. 옛왕국의 후손이라는 선민의식이 가득한 섬사람답게, 그녀의 마음 한켠에는 고귀하지도 않은 자들을 대신 희생시키느니 내가 직접 나가서 싸우겠다는 오만에 가까운 마인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발언이 너무나도 강경해서 나름 여장부인 헤베티카조차 절반만 이해했다. 그 와중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자크가 대뜸 끼어들며 이솔렛의 주장에 대해 명예를 아는 자의 발언이라며 맞장구를 치더니, 마을 밖으로 나가 마리노프와 톤다가 고용한 용병들과 멋대로 싸워주기 시작한다.[38] 인간병기 수준의 무력을 가진 그의 참전으로 야만인 용병들은 순식간에 와해 당한다. 이자크가 용병들을 상대해주는 동안 이솔렛은 마리노프와 리벤지 매치를 벌이는데, 급습으로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찬트로 심신을 강화시켰고 보리스를 다치게 했다는 분노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마리노프를 관광 태운다. 결국 톤다는 이자크에게 목이 부러져 죽었고 마리노프는 제압당해 사로 잡힌다. 보리스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직접 마리노프를 심문하며, 열다섯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도 단호한 모습으로 그녀를 찔러 죽인다. 이솔렛은 그런 보리스를 바라보며 결국 그가 섬의 일원이 될 수 없으며, 언젠가는 다시 대륙으로 돌아갈 운명이라는 것을 확신한다.[39]

이솔렛과 보리스는 다른 실버스컬 참가자들보다 더 늦은 초겨울이 되어서야 섬에 돌아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가까워지지 않기로 마음 먹은 상태였다. 보리스는 한때 이솔렛이 나우플리온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녀에게 감정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스승인 나우플리온을 배신하는 거라고 느꼈고, 일부러 이솔렛을 멀리하기 시작했다.[40] 섬에 돌아온 뒤로 둘은 찬트 수업을 하지 않았고, 서로를 찾아가지도 않았다. 보리스는 그녀와 만나게 될 빌미조차 없애려고 아예 데스포이나에게 찬트 배우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요청하기까지 한다. 데스포이나의 말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이'였지만 그들이 쳐한 상황은 그런 간단한 행복조차 나누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41] 결국 보리스는 이솔렛에 대한 감정을 가슴속 깊이 묻어버리고, 그녀와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관계를 유지하기로 한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진 못하더라도 그 괴로움은 자신만이 감당하면 될테니까.[42]

그러다가 섬 아이들이 오이지스를 괴롭히다가 장서관을 태워먹는 사건이 벌어진다. 심하게 구타 당한 오이지스는 중태에 빠졌고, 장서관을 관리하던 제로는 오이지스를 구한 대신 눈이 멀어버린다. 이 기간 동안 보리스는 오이지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엔디미온에게 부탁하여 섭정왕을 만나 추격자 게임한 끝에 승리한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 속 상념을 보여주는 멘탈 포레스트를 지나가는데, 이 곳에서 과거 골모답을 물리친 일리오스와 젊은 나우플리온의 마지막 대화를 목격한다. 보리스는 둘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의문에 쌓여있었던 일리오스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이해한다.[43] 하지만 그 대화에서 나우플리온이 말한 '이솔렛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다'는 발언에 깊이 공감하면서,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관계를 끊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보리스가 이렇게 속앓이를 하고 있는 동안, 이솔렛은 단 한번도 그의 앞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보리스는 찬트를 그만 둔 후 마지막으로 이솔렛을 만나보기 위해 찬트 수업을 하던 장소로 찾아갔던 적이 있었으나 그녀는 그 곳에 나오지 않았다. 이솔렛 역시 서로가 가까워지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 기간동안 오로지 산 중턱의 집에 칩거하며 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정화의식 전날, 보리스는 뜻밖에도 축제가 열리던 마을거리를 서성이던 이솔렛과 마주친다. 그녀는 보리스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줄 거라고 생각한 것처럼 멈춰섰지만, 그녀를 잊기로 굳게 마음 먹은 보리스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이윽고 괜한 기대를 했다는듯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떠나버린다.[44]

다음날 열린 섬의 가장 큰 행사인 정화의식에서 섭정 스카이볼라는 자신의 딸이자 후계자인 리리오페에게 사실상 왕이나 다름 없는 소시폴리스라는 칭호를 내리려고 한다. 사제들과 상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온 이 발언에 모두가 당황하던 와중, 이솔렛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 직접 나서 호칭문제에 관하여 지적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소시폴리스라는 칭호는 아직 적절치 않으니 그보다 아랫단계인 시오피를 쓰는 것이 옳다고 발언하는데, 이에 리리오페가 자신의 특권을 내세우며 이솔렛을 별난 사람처럼 몰아가자 오히려 그 특권이라는 개념이 태생적으로 나오는게 아니라는 식으로 맞받아치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섬사람들 일부도 마음 속으로 동조하며 과거 섭정과 대립했던 일리오스를 떠올렸고, 특히 보리스는 그녀가 무엇 때문에 자신의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패배가 예견되어 있는 싸움에 나서는지 불안해한다.[45] 일단 호칭 논쟁이 잠잠해지자 리리오페는 정화의식을 마친 뒤 보리스에게 꽃을 건넨다. 보리스는 무심코 그 꽃을 받아들었는데, 이윽고 리리오페는 보리스를 자신의 약혼자라고 폭탄선언 해버린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당황했던 보리스는 이윽고 군중들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솔렛의 눈빛에서 안정감을 느낀 뒤 약혼하지 않겠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 보리스는 자신을 섬의 법도에 끼워맞추려는 섭정에게 대놓고 반발하며 리리오페에게 해명을 요구하는데, 아버지의 오만함을 쏙 빼닮은 그녀는 엄청난 소유욕을 보이며 보리스에게 자신의 남자가 되라고 요구한다.[46] 하지만 보리스는 그녀에게 조소 가득한 대답으로 응답했고 리리오페는 자신에게 굽히지 않는 그에게 원망의 귀싸대기를 날리며 이솔렛을 '그 여자'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발언은 하고 만다. 그 말에 뚜껑이 열려버린 보리스는 리리오페에게 분노를 가득 담은 귀싸대기로 화답하고 말았고, 결국 섬에서 추방될 처지에 놓인다.

보리스는 뒤늦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결국 추방이 결정되었다. 그는 자신의 거취보다는 이솔렛을 완전히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하며 자신의 삶을 휘어잡은 그녀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이에 나우플리온은 여기 남는다면 둘 다 불행해지겠지만, 떠난다면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길 거라며 그를 설득한다. 이 사단이 일어나는 동안 이솔렛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제로는 보리스에게 차선책으로 아예 이솔렛을 데리고 함께 대륙으로 떠나라고 조언하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무덤이 있고 살아왔던 땅을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던 그는 차마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정화의식 때 보리스와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한 직후 군중들 속으로 사라진 그녀는 보리스의 추방이 결정되는 동안에도 집에 은거하였다. 보리스는 추방 전날 그녀와 수업하던 비밀장소에 섬의 진실이 담긴 가나폴리 역사책을 두고 오는데, 추방 당일 아침이 되자 뭔가에 이끌린 것처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 장소를 찾아간다. 그 곳에 이솔렛은 나타지 않았지만 대신 무명천에 쌓인 금빛 머리카락 한줌이 놓여있었고, 보리스는 그것을 집어들고 눈물을 삼키며 떠난다. 그렇게 보리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솔렛을 만나지 못한 채 대륙으로 떠난다.

이후 보리스가 루시안 칼츠의 친구로 고용되어 칼츠 가문의 저택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직접 그를 만나러 찾아온다. 비가 아주 많이 오던 저녁, 저 멀리서 보리스를 바라보는 것으로 등장하는데 바로 접촉하지 않고 일부러 루시안을 통해 편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만난다. 나름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던 보리스는 그녀와의 재회로 인해 아주 잠깐이지만 이성을 잃을 뻔 했을 정도다.[47] 이솔렛은 그에게 나우플리온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젊은 시절 골모답과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를 가진 나우플리온은 보리스에게 북쪽마을 공회당에서 골모답의 붉은 심장을 얻었을 때, 그 심장으로 이솔렛을 치료하고선 자신도 함께 치료됐다고 거짓말을 한 상태였다. 보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가운데, 이솔렛은 그동안 자신이 품고 있었던 애증의 진실을 말해준다.

일리오스가 죽기 전날 밤, 나우플리온은 몰래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약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이솔렛을 만난 나우플리온은 그녀에게 '반드시 일리오스를 지켜서 오래된 빚을 갚겠다'고 선언한 뒤 싸우러 나갔다. 하지만 보리스가 멘탈 포레스트에서 본 대로, 나우플리온은 오히려 일리오스에게 목숨을 빚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솔렛은 그렇게 맹세까지 했던 나우플리온이 도대체 왜 살아돌아왔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지 몰랐기에,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살아남은 나우플리온에 대한 증오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 오해가 풀리고, 스스로 진실을 추적한 끝에 그동안 품어왔던 분노가 사실은 아버지의 고집 탓이었다는 걸 깨달고선 뒤늦게 후회한다. 일리오스처럼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그녀는 붉은 심장을 찾아 나우플리온을 살려보기 위해 다시 한번 대륙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스스로도 치료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우플리온은 오히려 그녀에게 '차라리 보리스를 만나러 가라'며 그녀의 여행을 허락해준다. 그리고 전제조건으로 돌아오면 자신의 뒤를 이어 검의 사제가 되어달라는 요구를 한다.[48] 이솔렛은 그렇게 나우플리온에게 자신의 목숨과 보리스를 빚져가며 채무자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솔렛은 점차 감정이 흔들리더니 결국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달의 섬에서 보리스가 실종되고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도, 부상 당해 쓰러졌을 때도 이솔렛은 끝끝내 감정을 절제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강직했던 그녀가 무너져 내리며 작중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외면으로 표출한 것이다. 보리스가 나우플리온의 마지막 가는 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그녀는 리리오페와의 결혼을 허락하면 섭정이 다시 받아줄지도 모른다며 냉정한 현실을 직시시켜 준다. 나우플리온이라면 그가 이솔렛을 져버리는 것을 원치 않을테니 보리스는 자신의 인생에 걸쳐있는 딜레마에 좌절하고 만다.

이솔렛은 방을 내어주겠다는 루시안의 호의도 거절한 채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난다. 그녀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나우플리온의 와병소식을 알리기 위해 찾아온 거였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유 때문에 온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그녀 역시 보리스를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보리스는 아직 고향땅 롱고로드의 에메라 호수에 골모답 한 마리가 더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내며 그 녀석을 죽이고 붉은 심장을 얻어 나우플리온을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이솔렛에게는 알리지 않고 혼자서 떠난다.[49]

그리고 마침내 에메라 호수의 골모답을 처치하는데 성공한 보리스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붉은 심장을 가지고 썰물섬으로 향한다. 연락을 받고 온 이솔렛은 자신을 찾아온 보리스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썰물섬의 새로운 수비대장이 된 헥토르의 도움으로 보리스는 외지인임에도 섬에 체류할 수 있었고, 약 보름 동안 이곳에 머물며 이솔렛을 기다렸다. 붉은 심장을 넘겨받은 이솔렛은 무언가 결심한 듯 보리스에게 자신이 주선해볼테니 나우플리온을 위해서라도 섬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한층 성장한 보리스는 '난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고 말하며 그녀에게 대한 자신의 마음을 굳힌다.[50] 또 보리스는 그녀에게 자신이 이곳에 머물면서 찬트를 만들며 지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솔렛에게 나우플리온에게 바치는 '항해자'라는 찬트를 들려주고선, 그 밖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들리지 않는 거라서 말로 표현하긴 좀 힘들다고 말끝을 흐린다. 이렇게 겨우 다시 한번 만난 둘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한시가 급했던 탓에 사적인 감정들은 묻어 둔 채 꼭 필요한 말만 나눈 뒤 헤어진다. 배를 타고 달의 섬으로 돌아가던 이솔렛은 문득 보리스가 있던 절벽을 바라본다. 보리스는 그곳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어떤 손동작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솔렛은 그것이 과거 일리오스가 그녀를 위해 만들어 준, 그리고 이솔렛이 보리스에게 가르쳐줬던 수신호라는 것을 깨달는다.
'여기를 보세요.'

아아, 바라보고 있다. 이보다 더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바라보고 있다...... 저 멀리 소년이 오른팔을 펴는 것이 보였다. 거기에 왼팔을 구부려 겹치는 것, 그것은......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 위였다. 이솔렛의 뺨을 타고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견딜 수 없게 된 그녀도 손을 올렸다. 그리고 똑같은 모양을 그렸다.

'네 곁에, 있고 싶어.'

'약속하겠어요.'

무언의 대화는 어떤 말보다도 강했다. 진심보다 더한 진심이었다. 폭풍 같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휘몰아 갔지만, 보리스는 말없이 팔을 올리며 입안으로 뇌었다.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이솔렛이 대답하는 것이 보였다. 눈앞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아 급히 눈을 비볐는데 내용을 보고 다시 흐려져 버렸다.

'잊지 않아.'

바람이 눈물조차 흩어갔다. 왜 이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걸까. 더 일찍 전했더라면 이 벅찬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말하고,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 룬의 아이들 윈터러 7권 '가장 아름다운 찬트' 中,

보리스가 말하기 꺼린 두 번째 찬트는 바로 수신호로 만든 '무언의 찬트'였다.[51] 둘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간절한 진심을 담은 찬트를 통해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시간을 잡을 수 없듯이, 썰물섬의 간조가 끝나고 이솔렛이 탄 배는 점차 수평선 너머로 멀어져간다.

이후 루시안에게 돌아간 보리스는 끝내 입학시험에 통과하여 네냐플 마법학교의 학생이 된다. 입학식이 치러지던 날, 보리스는 자신들 뒤에 선 수많은 군중들을 돌아보며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본 보리스는 이솔렛을 따르는 흰 새들의 공주, 요즈렐의 모습을 보며 진심에서 나오는 미소를 짓는다.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다 못한다 하더라도, 이솔렛은 바다 건너 저편에서 그를 잊지 않겠다는 자신의 변치않는 마음을 요즈렐을 통해 담아 보낸 것이다. 그렇게 이솔렛의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룬의 아이들 1부는 막을 내린다.

3. 외모

"너는 참 아름답구나."
- 엔디미온

새하얀 피부와 오른쪽에 흰색 브릿지가 섞인 금발 숏컷, 분홍빛 눈동자, 허스키 보이스의 소유자로, 매우 수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거기다 특유의 신비주의적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그녀를 만나는 이들은 한번쯤은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 보리스의 경우 단지 외모만 보고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가끔씩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탐미하거나 아름답다고 감탄하기도 한다. 실버스컬 만찬에서는 빌려 입은 드레스에 아무런 장신구도 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수수한 옷차림으로 참석했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했다.[52]

그녀를 상징이나 다름없는 숏컷은 섬은 물론이고 대륙 기준으로도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단발머리 정도가 아니라, 목선이 다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귀를 덮지 않는 수준의 기장이다. 특이하게 앞머리 한 움큼은 턱에 닿을 정도로 늘어뜨려 브릿지를 했다. 일부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예쁘장한 소년으로 착각할 정도다.[53] 허스키한 목소리와 더불어 그녀에게 중성적 매력을 더 해주지만, 사실 이 헤어스타일은 이솔렛의 취향이라기보다는 실용성을 찾다보니 나오게 된 것이다. 찬트를 부르는데다 천성적으로 청력이 남들보다 예민해서 귀를 가리는 게 방해되기 때문에 아예 머리카락을 짧게 올려쳐버린 것.[54]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외모와 상반되게 얼음 같이 싸늘하고 강인한 무인의 체질을 타고 났다.[55] 여기에 본인의 차가운 성격도 한 몫해서 도저히 다가가기 힘든 얼음공주스러운 기믹이 생겼다. 보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철칼날의 표면처럼 아름답다' .

본인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모나고 튀는 것이 터부시되는 달의 섬에서 그녀의 외모는 마이너스 요소이기 때문이다. 외딴 곳에 혼자 사는 것도 전부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자 하기 위함이다. 가끔씩 마을에 내려갈 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모두의 주목을 받기 일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외견에 대해 말하거나 관심을 가지면 대놓고 불편해한다. 아무래도 살면서 외모로 덕 본 것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연유로 만약 그녀한테 외모를 주제로 말을 건다면 가차없이 쓴 소리를 듣게 된다. 심지어 보리스조차 이솔렛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 별 생각없이 머리카락 색깔로 이야기를 꺼냈다가 한 소리 듣고 말았다. 볼프렌의 경우엔 대놓고 추파를 던졌다가 영혼까지 털렸다.

하지만 외모 역시 아버지 일리오스가 물려준 것이라서 어느정도 애착을 느끼고 있으며 란지에처럼 혐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심지어 대륙에 나갔을 때는 자신의 외모와 찬트의 힘을 빌려 루시안의 주의를 끌기도 했다. 이 외에도 표면이 평평하게 각이 진 손톱을 가지고 있다. 독특하지만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수준의 기형으로, 이 역시 일리오스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적 유전이다.

4. 성격

보리스도 알고 있었다. 이솔렛은 상처 입은 사람을 감싸주며 쉬도록 하는 자애로운 여성이 아니라, 네게 상처 입힌 자에게 값을 치르게 하라고 말하는 전사의 여인이었다. 베어진 목을 껴안고 애통해하기 보다는 검을 비껴 차고 복수에 나서는 전사들의 누이였다.
- 룬의 아이들 윈터러 5권 '뜻밖의 적, 뜻밖의 조우' 中,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만큼 매우 냉소적이고, 강직한 성격이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라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해버리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사전에는 돌려말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의견 차가 난다면 타협 같은 건 사실상 옵션에도 두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고집불통스러운 면모도 있다.[56] 좋게 말하자면 솔직한 거지만 말투에 날이 서 있고 공격적이고 오만하게까지 느껴진다. 타인이 먼저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면 적당한 선에서 커트 해버린다. 그 이유도 가관인게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난 너희들과 격이 다르니 그런 거 받고 싶지 않다'라는 마인드다. 만약 멋도 모르고 그녀에게 농담이라도 했다간 가차없이 까인다. 섬에서 존경받는 사제들에게조차 예의를 차릴 뿐,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모에 혹해서 접근했던 사람들도 그녀의 성격에 질려서 점차 거리를 두게 된다. 헥토르도 처음에는 이솔렛을 반쯤 동경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정치적 입장을 고려했을 때 그녀는 좋은 신붓감이 아니라고 평가했고, 보리스는 처음에 자신을 거의 투명인간 취급하는 그녀의 태도 때문에 울분을 삭혀야만 했다.

만약 상대방이 적대적인 인물이란게 확실시 되면 말 그대로 그 상대를 박살 내놓을 때까지 끝장을 보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면도 있다.[57] 모욕을 받으면 되갚아주고, 그 일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중 이솔렛은 갈등의 해결책으로 무력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굳이 무력을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조차 폭력적인 선택지가 있다면 그것을 고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58] 평소에도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얼굴인데 만약 분노하게 된다면 정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잡을 것 같이 차가워진다. 보리스도 그녀를 단순히 지켜주어야 할 여자가 아니라 등을 맞대고 함께 싸워나가는 전우로 여긴다. 겉보기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하고, 반대로 내면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간직한 찬란한 방패라고 할 수 있다.

섬의 뒤틀린 관습을 비난할 때도 있지만, 그녀 역시 달 여왕의 자손답게 강자를 숭배하고 약자를 배척하는 섬 특유의 정서에 물들어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자를 대놓고 멸시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다만 섭정에게 견제를 받고 있는 자신 또한 암묵적인 약자 포지션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기 보다는 덤덤히 받아들인다.

그야말로 소개글에 나온 '전설 속의 무시무시한 미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캐릭터. 본래 달의 섬 사람들은 강자를 숭배하고 약자는 가차없이 내치는 달여왕 신앙과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륙인들에 비해 냉정하고 잔인한 풍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솔렛은 그런 달의 섬 사람들조차 냉정하다고 느낄 정도로 궤를 달리한다.

사실 어려서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그녀도 어린아이였을 땐 잘 웃고 천진난만한 성격이었다. 걸핏하면 일리오스에게 투정을 부리고, 작은 조개껍질과 솔방울에도 기쁨을 느끼던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아버지를 닮아서 배우는 걸 곧 잘 터득하고 남들보다 빨리 깨우쳤을 뿐, 행복한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었다. 하지만 일리오스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위로하는 대신, 이해해달라고 말한 채 떠나버렸다. 하지만 어른들의 중상모략과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그녀가 제대로 이해했을 리 없었다. 이 때문에 이솔렛은 처음에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살아 돌아온 나우플리온은 일리오스를 지키지 못한 이유를 제대로 해명하지도 않았고, 어른들은 그녀를 챙겨주진 못할 망정 진실을 쉬쉬하며 감추기에 바빴다. 섭정 또한 섬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지워나가면서 그녀를 압박해왔다. 이 모든 것을 고작 열두살이라는 나이에 경험한 이솔렛은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등지고는 무미건조하고 냉랭한 인간으로 변했다.[59] 나우플리온과 데스포이나처럼 해맑았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가 은둔하며 살아가는 것을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사제들이 이솔렛을 설득했던 이유도 어린 나이에 세상과 단절된 고독한 삶 대신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상적으로 살도록 하기 위해서였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속까지 얼어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타인과의 소통을 바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애증의 대상인 나우플리온이 데려온 보리스를 거부했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세상을 상대로 외롭게 싸우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 조금씩 받아들였다. 심지어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서 스승과 제자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마음이 맞는 친구 사이처럼 지냈다.[60] 골모답과의 전투 이후 그녀 역시 확실히 보리스에게 마음이 생겼으며 그동안 억눌러왔던 욕망, 특히 행복해지고 싶다는 감정이 미칠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보리스를 끌어들이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가 나우플리온의 제자였기 때문에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61] 특히 보리스가 윈터러를 가지고 두번째로 실종되었을 때 이런 면이 자주 부각된다. 그의 생사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로는 보리스가 실버스컬에서 우승하고 차기 검의 사제가 되길 바라는 묘사를 통해, 모든 감정을 죽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 생각하던 그녀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그녀를 제일 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작품 전체를 통틀어 보리스가 유일하다. 이솔렛 역시 보리스를 가리켜 '자신의 표정 너머에 감춰진 감정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특유의 높은 자존심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성격이다.[62] 그녀에게 있어서 타인에게 의존한다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수치스럽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일로 여겨진다. 한마디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63] 골모답과의 전투에 그녀가 나타났던 이유도 헥토르한테 모욕 당한 자신을 대신하여 결투를 신청한 보리스에게 그 짐을 떠넘길 순 없다고 여겨 스스로 매듭 지으려고 찾아온 거였다. 심지어 골모답의 발톱에 왼쪽 팔에 부상을 입고선 어지럼증을 느끼는데, 고통 때문이 아니라 제자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우는데 한심하게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보리스가 두번째로 행방불명 됐을 땐 나우플리온에게 맡겨도 될 범인색출을 직접 하겠다고 나섰으며, 헤베티카의 마을에서도 칸 통령의 수하인 마리노프와 톤다가 끌고 온 용병들을 상대로 자신의 싸움이라며 직접 검을 뽑아들고 이자크와 단 둘이서 용병들을 궤멸시키기도 했다.

어른스럽고 조숙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녀도 결국엔 십대 청소년인지라 여러가지로 미숙한 면들을 볼 수 있다. 공회당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사제들과 벌이는 설전도 사실 스스로 다 컸으니 간섭하지 말라고 짜증내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성찬트 첫 수업에서 보리스에게 다짜고짜 노래를 불러보라면서 제멋대로 굴어대는 것도 그녀의 나이대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64] 하지만 보리스를 가르치면서 제자를 이끌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보리스만큼 그녀 역시 내면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남들한테는 철벽이지만 보리스와 있을 때는 간간히 웃고 장난도 잘 친다. 놀이에 가까운 숙제를 내 준다거나, 실버스컬에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십거리와 도박판에 관심을 가진다거나, 클로에의 미모를 가지고 보리스를 떠보며 짓궃은 장난을 치는 등 남들에게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소녀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65] 실버스컬 연회에서 난생 처음 입은 화려한 드레스가 수줍은 듯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갭모에가 느껴질 정도. 간혹 그녀가 진심으로 미소를 지을 때면 보리스는 그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사람에게는 냉정할지언정 자신을 따르는 요즈렐을 비롯한 흰 새들에게만큼은 다정하다.[66] 그녀가 신성 찬트의 계승자라서 따르는 것도 있지만, 사람을 안 만나는 만큼 새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그만큼 나름대로 애정을 보이며 다루고 있다. 보리스를 제외하면 달의 섬에서 그녀와 제일 친한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자가 부족한 섬에서 살아온 지라 소박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이는 섬사람들 전체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도 하지만, 이솔렛의 경우 사치를 혐오하는 수준이다.[67] 그녀의 모습을 묘사하는 구절을 보면 입고 있는 옷들도 전부 평민들이 입을 법한 수수한 일상복들이다. 이것들도 오래되고 어떤 건 사이즈가 맞지 않아 후줄근하다. 아무래도 직물을 구하기도 어렵다보니 일리오스의 옷들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물려받아 입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보석 원석으로 된 발찌 정도가 그녀가 차는 유일한 장신구일 정도다. 그래서 무언가 필요 이상으로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며, 실버스컬 만찬 때 품위유지를 위해 폰티나 공작이 하사한 드레스를 보자마자 너무 사치스럽다고 입지 않겠다고 거절하려고도 했다.

원체 영특했고, 어렸을 때부터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봤기 때문인지 행동거지 또한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럽고 매사에 신중하기 그지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였다면 당장에라도 약점을 잡혀 섭정의 숙청 대상이 되었을 것이기에 철이 빨리 들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외모도 그 분위기에 한 몫해서 가만히 보고 있자면 평민임에도 어딘가 모르게 귀족스러운 기품과 위엄이 느껴진다. 그녀의 이런 분위기는 섭정 일가를 제외하면 신분 차이가 거의 없는 달의 섬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이고, 대륙에서도 내로라하는 귀족 여인들 사이에 있을 때도 꿇리지 않고 빛을 발했다. 심지어 클로에조차 이솔렛의 그런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5. 능력

일리오스에게서 섬의 수많은 전통들을 배워서 혼자서 계승하고 있다. 애초에 섬의 제일가는 석학이기도 했던 일리오스에게 홈스쿨링을 받은 덕분에 스콜리에는 입학할 필요도 없었고, 이 학문들 하나하나에서 각 분야의 스콜리 교사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박식하다.[68] 그래서 사제들도 자신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솔렛에게 찾아가서 조언을 구할 정도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검술 티엘라 신성 찬트를 비롯하여 섬의 수많은 전통들의 유일한 전승자이다.[69] 티엘라는 수련에 단순히 근성과 노력 말고도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검술이다. 이솔렛은 태어나서 걸음마를 뗀 직후부터 검을 배웠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꾸준히 수련을 해왔다. 섬에서 나우플리온을 제외하면 검으로 그녀를 꺾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 그리고 현재도 '문을 더듬으면 문고리가 잡힌다'고 표현한 것으로 볼 때, 아직 티엘라의 벽에 부딪히지 않은 게 확실하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다.

그녀만이 부를 수 있는 신성 찬트는 섬에 남은 가나폴리의 마지막 유산이라 할 정도로 희귀하고, 전해지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신성 찬트를 시전할 수 있는 계승자는 신성 바드(Holy Bard)라고 불리며 가나폴리 시절에도 귀한 대접을 받았던 존재였다. 마법의 힘이 담긴 신성 찬트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심정으로 불러야만 그 효과가 발휘되는데, 이 때문에 시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솔렛은 이걸 별 무리없이 자신이 원할 때 시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작중에서 이솔렛이 보여주는 찬트의 힘은 여러가지로 나타나는데,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것부터 새들을 조종하거나 공중부양을 한다거나, 사람을 숙면에 취하게 만든다거나, 심지어 거대한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 배를 안전하게 인도하기도 하는 등, 정말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사용한다.

여성치고는 약간 낮으면서도 울림이 풍부한 저음의 보이스를 가졌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이 목소리는 이솔렛을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다. 거기다 신성 찬트를 부를 때면 그야말로 '찬란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수천의 빛깔이 섞인 듯한 목소리로 변한다. 작중에선 사람들이 아예 그냥 천상의 목소리라고 부르며 그녀의 노래에 넋을 놓고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70] 실버스컬에서 만난 루시안의 주의를 끌 때도 일부러 찬트의 힘을 사용하기도 했다. 마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신성 찬트 자체가 마법을 담은 노래기이 때문에 이쪽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 심지어 윈터러가 단순한 검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다.[71]
섬에서 공식적으로 아무 직위도 없지만, 인간문화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승하고 있는 게 많다보니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식 석상에서는 사제들과 비슷한 수준의 예우를 받는다. 보리스의 두번째 실종사건 당시 섬에서 권위를 갖는 모든 인물들[72]이 소집되었을 때 이솔렛도 이들과 동등한 자리에 앉았다.[73] 에피비오노도 신성 찬트가 가나폴리에서도 가장 전승되기 힘들었던 학문인데 그게 아직까지도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에 꽤 놀라워했다. 일리오스의 잔재를 치워버리고 싶어하는 섭정 스카이볼라조차 그녀의 이런 지식과 능력들을 무시하지 못하여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있다.

가녀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단하고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같은 나이대 여자들보다 근력도 훨씬 강하다. 운동신경도 도움닫기로 공중제비를 돌며 골모답을 뛰어넘는다거나 수백 명의 용병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양학을 벌일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지구력과 체력도 매우 좋다. 그녀의 집과 활동 영역은 달의 섬 산맥부근인데, 이솔렛은 평소에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구석구석을 눈에 꿰고 있는 묘사가 등장한다. 여름 별장에 보리스를 데려갈 땐 등산에 가까운 하이킹을 하면서도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고 녹초가 된 보리스를 이끌어 줬고[74] 후반부에는 실버스컬에 참가하기 위해, 그리고 나우플리온의 병세를 알리기 위해 대륙을 2번이나 왔다갔다 하는데도 힘들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척박한 섬에서 혼자 살면서도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보면 베어 그릴스에 버금가는 생존왕일거라는 추측도 존재한다.[75]

이쯤 되면 스스로도 조금쯤은 오만해질 법도 한데, 항상 정도를 지키며 먼저 나서지 않는다. 게다가 처음 보거나 모르는 것을 접하면 자세를 낮추어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수많은 지식과 전통을 계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렇게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던 덕분이었다.

거기다 진실을 꿰뚫어보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는 단순히 눈치가 빠르다거나 예지력 같은 초능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파악한 정보들만을 가지고 사태의 실마리와 인물들의 상관관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밀 등을 유추해내는 것에 가깝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는 원인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심지어 아예 생면부지의 인물들간의 얽힌 이야기들도 정답에 근접할 수준으로 맞춘다. 평소에는 보리스의 심리를 부처님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고 있어서 그의 감정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척 하면서도 자신을 견제하려는 섭정의 계획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다. 실버스컬에서는 폰티나 공작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내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협상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장면이다.[76] 보리스도 그녀를 가리켜 '자신에겐 결코 없을 수많은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정말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이름 뜻대로 살아가며 조용히 은둔할 뿐이다. 그래서 팬덤에서는 만약 그녀가 달의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 대륙에서 태어났다면, 어떠한 분야에서든간에 대륙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겠냐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의견이 항상 존재한다.

6. 2차 창작

룬의 아이들 시리즈에선 네냐플을 기반으로 모여 확고한 유대관계를 쌓은 남주인공들에 비해 여주인공들이나 여캐들 간의 상호작용이나 유대에 대한 묘사가 희소하다.[77] 그래서 여성 주연들끼리 한곳에 모여서 대화나 다과회를 열면 뭔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서 여캐들끼리 모이는 if나 상황극을 그린 2차 창작물들을 만들곤 한다.

팬아트나 2차 팬픽에선 클라리체 데 아브릴, 티치엘 쥬스피앙, 클로에 다 폰티나, 샤를로트 비에트리스 드 오를란느 GL 커플링, 워맨스, 백합물을 찍는 재미있고 진귀한 모습들이 드러난다. 심지어 원수의 딸로 사이가 복잡한 정적이자 라이벌인 리리오페하고는 '산 위의 공주'와 '산 아래의 공주'의 묘한 대비 구도와 맞게 리리솔렛 태그로 맺어지기도 한다. 아버지들이 친한 사이이고 언변과 말솜씨, 정치감각이 뛰어난 클로에와 죽이 잘 맞고, 샤를로트와는 자존심과 명예를 중시하는 긍지 높은 단발의 검사 공주[78]라는 점에서 코드가 잘 맞아떨어진다. 클라리체와는 평범하고 가난한 평민이지만 오늘내일 씩씩하게 살아가는 똑부러진 재봉과 바느질, 디자인에는 최고인 소녀/너무 뛰어난 재능과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평범과는 거리가 먼 고단한 삶을 살아온 고독한 천재 공주의 대비로 언니/동생처럼 엮인다.

남캐와의 메인 커플링은 당연히 보리스 진네만이다. 조슈아 폰 아르님하고는 천재를 한눈에 알아보는 조슈아가 천상의 목소리로 찬트를 부르는 이솔렛에 눈 돌아가서 감동하고 새로 공연할 연극의 주연 배우로 섭외하는 식의 스토리가 많다. 이솔렛과 조슈아 둘다 한 가닥하는 미녀미남에 인간을 능가하는 뛰어난 재능과 자신들을 경외하면서도 질시하는 절대다수의 시선에 짓눌려 그 재능을 숨기고 살아가며 고뇌한 천재들이라는 뚜렷한 공감 요소도 있기 때문. 막시민 리프크네하곤 접점 자체가 전무하다.

7. 이야깃거리



[1] 위쳐 벤거버그의 예니퍼도 연기했다. 이솔렛 특유의 강인하고 허스키한 보이스를 잘 살렸다는 호평이 많다. [2] 원작에 나오는 장면 중 일부를 재현한 보이스 드라마이다. 근데 작중에서 말할 때에는 낮고 중성적인 저음인 원작의 이솔렛과 달리 맑고 청아한 음색이다. [3] 어원은 " 고립시키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Isolate로 추정된다. 이솔렛의 아버지였던 일리오스는 자기 자식의 이름을 직접 지을 권리가 있었는데, 대부분 가나폴리식(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섬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평소에 부르는 이솔렛은 이 이름이 길어서 생긴 일종의 별칭인 셈. [4] 이때 보리스는 특유의 올곧은 태도 때문에 궤의 사제 페이스마의 노여움을 산대다가 에키온과 헥토르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도와준 오이지스마저 에키온 패거리의 협박에 못 이겨 위증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5] 본래 섬 아이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신성찬트를 배울 수 있었고, 이솔렛 역시 페이스마에게 제자가 들어오면 가르치겠다고 동의는 해놓은 터라 이론적으로는 명맥이 끊기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통은 뒷전이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검술만 바라보게 된 섬의 민도와 이솔렛에 대한 배척감 때문에 아무도 배우려 시도하지 않았다. [6] 당시 앞뒤 상황을 몰랐던 보리스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람한테 그렇게까지 한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우플리온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자신도 가지고 있는, 비슷한 지독하게 뒤엉켜 풀 수도 없게 되어버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7] 항쟁으로 집안이 무너지고 벨노어 백작에게 뒤통수를 맞고 자신을 쫒는 자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던 과거에 비하면 그녀의 무관심을 버티는 것 정도는 개꿀이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8] 보리스는 오이지스나 리리오페를 빼면 스콜리에서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이솔렛은 수년 째 고립된 삶을 살고 있어서 대화 상대랄 게 없던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둘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좋은 말동무이자 친구가 됐다. [9] '그 아이가 살아가는 법을 제 이름에서 얻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자 가르침이다.' [10] 나우플리온의 이야기를 들은 보리스는 고향 트라바체스의 에메라 호수에 나타났던 괴물이 이 섬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우플리온의 이야기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가 의도적으로 일부분을 생략했다고 추정했다. [11] 이때 나우플리온은 씁쓸해하면서도 그녀가 예전과 다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12] 이곳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오기도 힘들고, 꽁꽁 감춰져서 찬트를 쓰지 않으면 들어올 수도 없는 곳이었다. 왜 여기에 온 것인지 궁금해한 보리스가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인지 묻자 이솔렛은 아무 날도 아니라도 답한다. 즉, 상심에 빠진 보리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데려온 것. [13] 이곳에서 이솔렛은 예프넨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 보리스를 위로해주고, 과거 일리오스에게서 배운 수화를 가르쳐 주는 등 그의 상실감을 채워줬다. 하지만 중간에 나우플리온에 대한 이야기로 가시돋힌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솔렛은 나우플리온이 해준 이야기의 플롯을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보리스는 이를 통해 그녀와 나우플리온 사이에 모종의 사건이 있었다고 직감한다. [14] 사실 달의 섬은 일년에 한두 번씩 이런 결투가 벌어져서 사람이 죽는 게 일상인 곳이다. 그녀 역시 수모를 당하면 당연히 보복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컸기 때문에 섬에서 결투 자체는 그다지 큰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모욕 당한 당사자인 자신말고 제자인 보리스가 그녀를 대신 싸우러 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그냥 그 상황에서 어설프게 해명하는 건 어리석다고 판단해서기도 했으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보리스가 대신 항변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네가 약혼자라도 되는 줄 알았다' 고. 비밀 장소를 알려주고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보리스를 자신의 세상에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이후 자신의 실수였었다며 뉘우치지만 보리스를 아끼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15] 이때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무릎은 다 꿇지 않고 한쪽만 꿇는데, 자신의 싸움을 보리스에게 떠넘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 이때 보리스는 오른손에 들러붙은 윈터러 때문에 왼팔로, 이솔렛은 부상 당한 왼팔 대신 오른팔로 서로를 껴안아주는데, 각자 상대방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지내온 둘의 모습을 비유한듯 한 연출이다. [17] 섭정 스카이볼라는 자신의 정치적 위치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은 제거하면서까지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이었다. 그 중 뛰어난 재능으로 옛왕국의 지식을 복원하고 섬의 추악한 진실도 알고 있던 검의 사제 일리오스는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리오스는 섬 전체를 우민화하려는 섭정의 계략에 대놓고 반항했으며 둘의 갈등은 극에 달해있었다. 그리고 때 마침 나타난 골모답 문제는 섭정에게 좋은 구실을 만들어주었으며 일리오스에게 사실상 명예로운 죽음을 강요하였다. 일리오스는 이를 다 알면서도 특유의 굽히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였다. [18] 참고로 이때 보리스는 이솔렛의 대답을 기다리며 마치 '내가 당신 곁에 있겠다' 라는 말을 내뱉기라도 할 기세로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솔렛도 본래는 책을 읽고 있었지만 보리스가 떠난 뒤에도 다시 책을 들지 않고 의자에만 앉아 있었다고 나오는데, 그녀 역시 이 말을 해야만 했던 것에 대해 매우 크게 상심한 것으로 보인다. [19] 신성찬트는 단순히 외우는 걸로 터득할 수 있는게 아니라 묵상을 통해 자신의 바램을 끌어내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이솔렛이 가끔씩 여러가지 주제나 조건을 단 종이쪽지를 써놓으면 보리스가 그걸로 노래를 지어오는 식이었다. [20] 이는 신성 찬트 수련자의 특징으로, 스승과 제자 간에 감각을 공유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21] 이솔렛은 보리스가 두번째로 행방불명 된 직후 평소와 다르게 안절부절 못하고 심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헥토르는 일리오스의 이름을 이용하여 차기 검의 사제가 되겠다고 떡밥을 깔질 않나, 리리오페는 아직 공식적으로 섭정의 후계자도 아닌데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 보리스에게 유별나게 관심을 가지질 않나, 사방에서 자신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드는 일들이 펼쳐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진짜로 이렇게 된다면 이솔렛은 자신이 계승 중인 검술 티엘라를 검의 사제가 된 헥토르에게 어쩔 수 없이 넘겨주거나, 아니면 소유욕이 강한 리리오페가 보리스를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편인 보리스가 다시 깨어나 실버스컬에서 우승하고, 그 업적을 발판 삼아 나우플리온의 뒤를 이어 검의 사제 자리를 이어받는 것뿐이다. 비록 지난 겨울날 한번 거절했다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이솔렛의 마음 속에는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 하고 보리스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싹트고 있었다. 참고로 작중에서 이솔렛의 심리를 묘사할 땐 보통 무미건조한 어투와 단어를 사용하여 그녀가 무감각하고 냉정한 인간임을 강조하는 편인데, 보리스에게 속삭이는 유독 이 문단에서만큼은 욕망, 충동, 갖고 싶다처럼 자극적인 표현들이 많이 사용됐다. 이솔렛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장치인 셈. [22] 이때 보리스에게 티엘라를 살짝 보여주는 등, 보리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타인을 피하거나 수동적으로 대했던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 [23] 반면 자신은 이솔렛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보리스가 당신도 가명을 하나 만드는게 낫지 않겠냐고 묻자, 어차피 이솔렛도 본명인 이솔레스티의 줄인 말이니까 가명이나 마찬가지라며 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렸다. [24] 자신을 옥죄이던 숨막히는 섬의 환경에서 벗어나자 평소보다 말수도 많아졌고 살짝 들떠있다는게 눈에 띌 정도다. 섬사람 특유의 선민의식은 변함 없었지만 경기장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그녀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십대 소녀의 모습이다. [25] 명목상 상국의 땅에서도 기 죽지않고 당당하게 할 말 다 외치는 샤를로트에게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솔렛과 샤를로트는 닮은 점이 꽤 많다. [26] 좀 더 멀리 보자면, 차기 검의 사제를 노리고 일리오스의 이름을 빌리려고 했던 헥토르에게 더 이상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게다가 보리스가 공식적으로 일리오스의 유지를 이어받는다면 섬에서의 입지도 높아질 것이고, 일리오스의 딸인 자신과의 연결고리도 강해져서 둘의 관계를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란 계산도 들어갔을 것이다. 지난 겨울에 보리스의 마음을 거절해야 했던 근본적 원인도 해결될 테니 일석삼조의 효과인 셈. [27] 맨날 보고 지내서 어느 정도 면역이 있던 보리스조차 이 날만큼은 그녀를 볼 때마다 설레이며 입에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보리스가 이랬으니 그녀를 처음 보는 다른 귀족들은 눈에서 하트가 나갔을 듯. 참고로 이 옷은 저가 비단인 새틴(satin)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드레스였다. 물론 비싼 옷을 입어본 적 없던 이솔렛에게는 어차피 그게 그거였겠지만 공작 측에서는 나름 배려를 해줬다고 볼 수 있다. [28] 왜냐하면 로즈니스와 보리스의 사이가 피로 맺어지지 않은 남매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로즈니스는 보리스를 이성적으로 좋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어렸을 적의 친분 하나만으로 걱정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의 순수한 선의는 믿었지만 아버지의 계략에 대해 모른다고 말한 건 믿지 않았다. [29] 애초에 그는 만찬장에서 보리스가 아닌 이솔렛만 콕 집어서 일리오스와 매우 닮았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30] 사실 콩깍지도 과한 표현이다. 보리스는 이미 이솔렛의 외모를 떠나서 그녀의 내적인 면에 호감을 가진 상황이었다. 이때 보리스가 느낀 감정은 행복그 자체였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1부 전체를 통틀어 보리스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장면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데, 그 중에서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로맨틱 코미디스런 연출은 이 장면이 유일하다. 나우플리온이 보리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로 행복을 주었다면, 이솔렛은 이성으로서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 것. 수많은 독자들도 보리스의 인생역경에 눈물을 훔치다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함께 입꼬리가 올라갔다. [31] 그녀가 이자크에게 먼저 말을 건 이유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인의 기운 때문이었다. 이자크도 이솔렛을 '싸우는 사람 혹은 싸우는 사람의 딸'이라고 칭하며 단번에 그녀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으나,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캐묻지 않는 배려심을 발휘했다. [32] 뭐든 빙빙 돌려 말하는 버릇이 없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그녀가 이 질문에서만큼은 여러번 주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보리스에게 자신을 존중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든지 모조리 알아버리든지 하나만 택하라며 '제발' 이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다. [33] 여기서 그가 미성년자인 이솔렛을 동생으로서 사랑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이성으로서 사랑을 느낀 건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작중에서도 이솔렛조차 그가 자신을 어떻게 여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팬덤에서는 나우플리온이 정말로 어린 이솔렛을 사랑했는가 안했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만약 진짜로 사랑했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소아성애자가 되어버리는 길이라서 일단은 전자일 거라는 의견이 대세다. [34] 이 집이 바로 현재 이솔렛이 살고 있는 곳이다. [35] 이솔렛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우플리온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고 단순히 이름만 부른다. 보리스는 여태까지 그녀가 '사제님'이라는 경어를 썼던 이유가 나우플리온에게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고, 지금이야말로 그에게 품었던 본래의 감정이 나온게 아닐까 추측했다. [36] '나는 이미 누군가를 사랑했어.' [37] 그녀가 보리스를 얼마나 소중히 여긴다는지 알 수 있는 묘사지만, 문제는 바로 전날 둘 사이를 가로막는 진실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커플 브레이커로 악명을 떨치는 작가답게 이 문단은 독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보리스는 간밤에 이솔렛에 대한 꿈을 꾸었는데,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울고 불고 목이 떠나가라 외치고 사랑하고 지켜주겠다고 고백까지 한 끝에 결국 붙잡는데 성공하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로 간절한 꿈이었기에 등 전체에 독이 퍼져가는 고통도 모르고 잠들었던 것. 이솔렛은 이솔렛대로 말 없이 보리스의 손을 꼭 잡아주며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그녀에게 있어 보리스는 일리오스와 나우플리온처럼 한때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존재와 끝내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과거와 똑같이 표정없는 비통함으로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솔렛의 상실감이 어느 정도였냐면 과거 나우플리온이 루네트로 보여준 그녀의 첫모습과 똑같은 얼굴, 그러니까 보리스를 만나 행복을 느끼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두 손을 꼭 잡고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 둘의 모습은 애절하기 그지없다. [38] 이자크는 자신의 출신인 원종족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명예를 중요시 여긴다. 렘므나 다른 국가사람들에 대해서는 명예를 모른다며 평가절하 했으나 유독 이솔렛에게만큼은 큰 관심을 보이며 전사라고 불렀다. 심지어 그녀에게 원종족의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며 묻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녀의 말에 오랜만에 남자의 로망 비슷한 기분을 느낀 듯. [39] 사실 그녀는 이미 과거 자신을 모욕한 헥토르에게 분노하며 결투를 신청하던 보리스의 모습을 보고선 그가 달여왕의 자식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보리스에게 품은 감정 때문에 그 사실을 묻어두고 있었을 뿐이다. 마침내 보리스와의 관계를 끊게 된 지금의 상황에서야말로 그 사실이 더욱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40]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나우플리온은 이솔렛과 보리스가 이어져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41] 본래 나우플리온 이후 검의 사제 자리는 이솔렛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보리스가 실버스컬에서 덜컥 우승해버리는 바람에 차기 검의 사제 자리는 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리스는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앉는다면 앞으로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고뇌의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둘의 꼬인 관계를 이제와서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42]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다. 실버스컬에서 돌아온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6권 내내 보리스는 이솔렛을 잊기 위해 미치도록 노력하지만, 결국 그도 남자였기에 실연의 고통에 너무나도 괴로워한다. 아예 자해에 버금갈 정도의 행동이라고 언급된다. [43] 일리오스는 괴물의 공격에서 자신의 제자 안테모에사 대신 미워하던 나우플리온을 구해버렸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휩싸여, 괴물을 죽인 뒤 그 심장까지 부숴버렸다. 그러다가 나우플리온의 검에 나타난 글자를 보고선 일리오스는 자신도 과거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서 똑같은 글자가 새겨진 검을 얻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검은 사실 그가 경멸하던 오이노피온이 주었다는 것, 그 검으로 실버스컬에서 우승하고 검의 사제 자리까지 올랐으나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오이노피온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차례차례 알고나선 뒤늦은 후회를 하고 만다. 그렇게 일리오스는 오이노피온에게 받은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부쉈던 괴물의 심장조각을 모아 광증이 일어나는 상처를 입은 나우플리온의 수명을 연장 시키고선 세상을 떠났다. [44] 그녀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성품에 세상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 날의 행동은 매우 예외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도 엄연히 욕망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묘사다. [45] 마음 속으로는 이미 만약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온몸을 던져서라도 이솔렛 편을 들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46] 사실 사랑의 유무를 빼고 단순히 손익만 따지자면 보리스에게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외지인 출신에 지지기반이 전무한 그가 섬에서 터를 잡기는 매우 힘든 상황인데, 최고 권력자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으며 그를 사위로 들이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앞날은 창창하다 못해 고속도로가 깔린 격. 스카이볼라 입장에서는 오직 딸을 위해서 그의 뒷배경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나름대로 관대한 조건을 제시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리스 입장에서는 이 선택지를 고른다면 이솔렛과 완전히 멀어져야만 했기에 그 특권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47] 살아생전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얼굴을 보자마자 머리 속이 새하얘지고 손목을 잡은 뒤 껴안으려고 했다. 오죽하면 뒤에서 보고 있던 루시안이 일부러 말을 걸자 그제서야 진정했다. [48] 참고로 나우플리온은 보리스의 행방에 대해서 과거 보리스에게 들었던 그와레 성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는 이미 소원거울보다 먼저 보리스의 인생의 갈림길이 어디었는지 알고 있었던 것. 그 덕분에 이솔렛은 생각보다 쉽게 보리스의 거취를 알아낼 수 있었다. [49] 이솔렛의 성격상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보리스와 함께 괴물을 처치하겠다고 따라왔을 것이다. 과거 달의 섬의 골모답과 싸웠을 때도 이솔렛의 티엘라는 괴물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했었다. 게다가 에메라 호수의 괴물은 달의 섬의 괴물보다 몇 배는 더 큰 녀석이라서 그녀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욱 적었다. 게다가 자신이 골모답과 싸우다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솔렛에게 큰 상실감을 심어줄 것이 분명했기에, 보리스는 일부러 그녀에게 골모답을 잡으러 갈거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진짜로 골모답을 죽여서 심장을 가져다주거나,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죽어버리는 모 아니면 도인 계획이었던 셈. [50]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리리오페와 결혼하는 것을 재고해본다면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제안에 대한 거절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솔렛을 향한 고백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녀에게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거의 한 적 없었던 보리스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대사인 셈. [51] 보통 신성 찬트는 노래라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찬트의 핵심은 시전자의 마음을 담은 기원이다. 노래는 그저 시전에 필요한 매개체일 뿐이고 반드시 꼭 노래로 표현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52] 이런 그녀의 외모 역시 전부 아버지 일리오스에게 물려 받은 것이다. 그 역시 생전에 섬에서 알아주는 미남이었다. [53] 보통 이 정도로 짧은 머리는 픽시컷으로 취급된다. 소설 속에서도 아예 '남자보다 짧은 기장'이라고 명시된다. 보리스도 살면서 그 정도로 짧은 길이의 머리를 한 여성은 처음봤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다만, 이솔렛을 묘사한 일러스트들은 전부 다 귀만 드러낸 보브컷이나 샤기컷 정도로 표현했다. 당장 문서상단의 나카가와 유케이의 그림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다른 묘사를 보면 '머리카락이 뺨에 닿는다'라는 구절도 있어서 아마도 귀쪽의 머리카락만 쳐올렸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진짜 짧은 픽시컷으로 묘사할 시, 오른쪽 브릿지의 존재 때문에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괴상한 헤어스타일이 되어버린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나름대로 현실과 고증의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묘사를 위해 절충안을 택했다고 봐야할 듯. [54] 실제로 음악가들한테 청력은 목소리와 더불어 재산목록 0순위다. 아무리 잘 부르고 연주해도 자신이 못 들으면 말짱 꽝이기 때문. [55] 보리스도 그녀와 처음 만난 순간, 그녀가 평범한 여인이 아닌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자크 역시 그녀를 가리켜 '전사답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56]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엔디미온과 유령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때도 고집불통인 건 똑같았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조차 자신의 이런 점을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다. [57] 의외로 보리스가 이솔렛을 만난 후 가장 먼저 알아챈 그녀의 면모가 바로 이 부분이다. 겉으로는 가만히 있어도 말투나 성격 등을 통해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인 듯. [58] 대표적으로 실버스컬에 출전하게 된 헥토르가 찾아와서 무례하게 일리오스의 검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와 그리고 폰티나 공작의 영지에서 로즈니스가 한밤중에 찾아왔던 장면. 전자는 적당히 말로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칼을 꺼내들기 직전까지 갔고, 후자의 경우 보리스가 당신을 두고 갈 순 없다고 거절하자 '내 손으로 죽여버리기 전에 지시대로 해라' 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59] 인간에게 있어 열두살이란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다. 삶에서 감수성이 제일 풍부해지는 이 시기에 모든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타인과의 교류도 끊은 채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심지어 이솔렛은 이것을 자의로 시작했다. [60] 사실 나우플리온이 보리스에게 신성찬트를 배우도록 한 이유는 전통의 계승보다는 둘을 친구로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과거와 상처를 가진 또래를 붙여주어 마음을 열도록 한 것. 그 결과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상대방의 마음 속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이로 발전했다. [61] 고작 열일곱 먹은 소녀의 입에서 다시는 사랑을 못하네 어쩌네 하는게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솔렛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섭정의 견제를 피해 안 그래도 의식주가 부족한 척박한 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고립된 삶을 택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보리스가 사실상 나우플리온의 양아들 격인 존재라서, 과거에 대한 앙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의 이솔렛으로서는 사랑했던 사람의 아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느끼고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었다. [62] 이는 전민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특히 이솔렛은 그중에서도 그 의지와 행동력이 매우 강한 축에 속한다. 3부가 공개된 현재로선 이 분야에서 이스핀 더 유명하지만, 애초에 국가수반 후계자인데다가 그에 걸맞은 자금력과 자신에게 절대충성하는 엄청난 무력집단도 가지고 있는 금수저라서 어째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리체 이브노아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구르는 수동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모두 사용해 조슈아를 적극적으로 돕지만, 조연 캐릭터들의 특성상 한계가 명확했다. 이에 반해 이솔렛은 물려받은 재능만 좀 많을 뿐이지 쳐한 상황이 앞의 캐릭터들에 비해 핸디캡이 훨씬 많음에도 혼자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왔다. [63]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선의의 손길 정도는 받아주는 수준이 됐다. 겨울에 그녀의 집을 찾아온 보리스가 겨울을 버티라며 소시지를 줬을 때도 , 렘므에서 헤베티카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도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64] 심지어 보리스조차 '나보다 고작 3살 많은데 어른스러운 모습을 바라기엔 무리겠지'라고 여기며 이해했을 정도다. [65] 이 또한 전민희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다. 아마도 작가 본인의 취향인 듯. [66] 이 새들은 단순한 조류가 아닌, 달의 섬 사람들처럼 가나폴리에 살았던 영물들이다. 심지어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의사표현까지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졌다. [67] 섬사람들도 인간인지라 엄연히 물욕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일리오스의 티엘라 스승이 검술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68] 이것들은 과거 스콜리의 정식 과목이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의 계승자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배우려하지 않아서 사라진 것들이다. [69] 사실 티엘라는 일리오스가 이솔렛 외에 다른 제자들에게도 가르치긴 했는데, 두 명은 골모답과의 전투에서 사망해버렸고 막내제자였던 질레보는 실력이 부족하여 명맥을 잇기 부적합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솔렛이 유일하다. [70] 실제로 그녀가 찬트를 부르는 것을 본 한 스콜리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각종 주문과 주가는 그저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고, 그녀가 부르는 찬트는 봄에 한껏 물오른 가지라며 경외감에 입을 막고 부들부들 떨었다. 사실 찬트 자체가 마법이 깃든 거라서 신비하게 들리는게 당연하지만, 유독 이솔렛은 본인의 아우라가 더해져서 그 신비함이 배가 된다. [71] 찬트를 부를 때마다 윈터러가 미세하게 공명하는 걸 매번 눈치챘고, 검에 이상한 기운이 깃들었다는 걸 대강 짐작했다. 하지만 본인이 참견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조용히 있었을 뿐이다. [72] 섭정(대행자), 사제들, 수도사들, 스콜리 선생들 [73] 원래 칠원례에는 7개의 좌석이 있는데, 사제는 6명이고 나머지 하나는 인신공양 제물이 되는 희생자의 자리다. 다만 세월이 흐른 작중 시점에서는 인간 대신 동물로 대체했기 때문에 이 자리는 실질적으로 항상 비어있다. 그런데 이솔렛은 마치 이 일곱번째 자리가 자신의 것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앉았고, 참석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74] 보리스도 벨노어 백작의 성에 있을 때 나우플리온으로부터 매일같이 성 주위를 열다섯 바퀴씩 뛰는 하드한 트레이닝을 받아온 몸이었는데도 진짜 있는 힘을 다해 이솔렛을 따라가야 했을 정도다. [75] 작중에선 분량 문제로 제대로 묘사를 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달의 섬 사람들은 매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섬의 고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의 사제인 나우플리온조차 겨울을 대비하여 먹을 것을 장만해두는 등 평민과 다름 없는 삶을 살며, 곡식을 소비해서 빚어야 하는 의 경우엔 사치품으로 취급되어 대부분 마시지 않는다. 이런 점들로 미뤄 볼 때 섬 전체의 생활수준은 상당히 하향 평준화 되어있다. 그나마 섭정 스카이볼라 정도의 집안은 되어야 대륙의 중산층에 비빌까 말까 한 정도다. 그런데 이솔렛은 경제적으로 돈 나올 곳도 없는 상황에서 그다지 궁핍해 보이지 않게 살아간다. 이런 것들로 볼 때, 정말 생존적 측면에서 수완이 좋다고 볼 수 있다. [76] 벨노어 백작과 강피르 자작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된 보리스가 도망치지 않고 결승전에 출전하겠다고 하자, 단 몇 분만에 안전하게 경기를 치르로 복귀할 수 있는 계획을 생각 해냈다. 그런데 일개 평민이 폰티나 공작을 알현할 순 없으니까 그들을 찾아와있던 로즈니스를 이용하여 공작의 영애인 클로에에게 접근, 클로에의 중재 하에 공작을 만난다는 순서였다. 이게 말은 되게 간단해보이는데 실제로는 실패확률이 매우 높았다. 로즈니스는 클로에랑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서 클로에가 접견을 거부하면 말짱 꽝이었기 때문이다. 보리스도 이게 과연 실현가능한 플랜인지 의아해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노력하는 이솔렛의 모습을 보고선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한다. 나중에 이솔렛은 자신이 어떻게 그런 계획을 짜게 됐는지 설명해주는데, 폰티나 공작이 클로에를 장남보다 아끼니까 그녀의 말이라면 분명 한번쯤은 귀 기울여 들어볼 것이라는 계산 하에 시도한 것이었다. 거기다 공작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입은 은혜 탓에 일단 이야기를 들으면 절대로 거절 못할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보리스는 이 이야기를 듣고선 고작 섬에서 평생을 살아온 평민 소녀가 어떻게 그런 빠른 판단력과 귀족들간의 정치적 계략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가진 걸까 내심 감탄한다. [77] 그나마 티치엘과 클라리체는 아버지들끼리 친구 해먹는 사이라 딸들끼리도 친하게 지낼 법한데 그저 아는 사이 정도로 퉁쳐지고 서로 얘기하는 장면조차 하나도 없다. [78] 샤를로트는 아노마라드 북쪽에 위치한 변방의 작은 독립국인 오를란느 대공국의 공녀이자 오빠 베르나르의 실종 이후 실질적인 대공녀의 신분으로 등극했다. 이솔렛은 왕의 혈통은 아니지만 태양의 이름에 맞게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낸 일리오스의 후광과 본인 스스로의 비범한 천재성으로 고귀하고 고고한 공주 이미지가 굳혀졌다. [79] 실제로 극단적으로 축약해서 말하자면, 1부 스토리의 중반까지는 보리스가 본의 아니게 사고를 쳐대고 나우플리온과 이솔렛이 그걸 수습하느라 속을 썩이는 플롯의 반복이라 할 수도 있다. 보리스가 에메라 호수의 골모답을 처치하고 붉은심장을 가져와 이솔렛에게 건네는 장면은 그가 드디어 -사고뭉치- 소년이 아니라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 한명의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팬덤에서는 '사실 보리스가 히로인 아니냐'냐는 말이 돌기도 했고 2차 창작계열에서도 이 소재를 꽤 많이 다루기도 했다. [80] 실제로 윈터러 작중 보리스와 이솔렛 둘의 마지막 장면은 이솔렛이 섬으로 돌아감으로 인해 영원히 이별하는 것처럼 묘사되었으나, 섬을 몰래 떠난 사람의 존재, 헥토르가 약속한 세 가지 도움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 시름시름 앓는 리리오페 등 여러가지 복선들을 통해 이솔렛이 대륙으로 추방 내지 도피 할 가능성 또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