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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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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세계의 음력3. 방식
3.1. 윤달3.2. 국가별 차이
4. 24절기와 태음력5. 일상에 미치는 영향
5.1. 종교5.2. 음력 생일5.3. 한국에서 음력으로 쇠는 휴일 및 명절

1. 개요

태음력(太陰曆/Lunar Calendar)은 의 운행을 바탕으로 하는 역법 체계이다.

우리가 흔히 '음력'이라고 부르는 것을[1] 중국에서는 농력(農曆, 农历), 일본에서는 구력(旧暦)이라고 부른다. 단 중국식 태음태양력이 아닌 달을 기준으로 한 달력의 총칭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음력으로 부른다.

태양은 모습이 일정하고[2] 남중 고도 정도만 변하는데 그 주기도 1년이라 변화를 측정하기가 어려운[3] 반면 달은 날마다 모습(위상, 位相)이 변하고 그 주기도 30일 남짓이라 측정이 용이해 기준으로 삼기 좋다.[4]

단점은 달의 운동이 지구의 기후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즉 달만 봐서는 농사를 언제 어떻게 지을 지 바로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기후의 상황까지 고려한 태음태양력이 따로 생겼다.

2. 세계의 음력

보통 태양력하면 그레고리력, 음력 하면 중국식 음력밖에 없는 줄 아는 사람이 많으나 그렇지 않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아직까지 음력을 이용하는 문화는 많고 음력을 따지는 기준도 각기 다르다. 이슬람력도 음력의 한 종류지만 동아시아의 음력과 날짜가 완전히 다르다. 이슬람력은 실제 달의 움직임이 아니라 평균 삭망월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한국도 1896년 태양력 도입 이전에는 태음태양력만 사용했고, 오늘날에도 태음태양력에 따라 전통 명절을 쇤다. 이것이 그레고리력을 뜻하는 '양력'에 대비되는 의미의 '음력'이다. 동아시아에서 사용한 태음태양력은 태양의 움직임과 맞추기 위해, 한 달과 같은 길이로 구성된 윤달을 추가하는 치윤법(置閏法)으로 오차를 조정한 것으로 역사상 수시력, 대통력, 시헌력 등의 것이 있다. 이 중 오늘날 대개 음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17세기에 등장한 시헌력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외에 동아시아 및 그 영향을 받은 문화권인 북한,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도 태음태양력 기준으로 설날 등 명절을 한국과 비슷한 날에 쇤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을 수 있는데, 그 까닭은 한국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중국의 표준시는 동경 120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삭(朔)과 중국의 삭(朔)이 양력으로 다른 날짜에 들 확률은 15/365.2425로서 약 4.1%이다. 몽골은 한국이나 중국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음력을 사용하므로 음력 1월 1일인 차강사르(Цагаан сар)의 날짜가 한국의 설날과 같은 날짜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5]

일본 또한 과거에는 음력을 사용했으나[6] 메이지 유신 이후 태음태양력을 폐지해 공식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음력으로 지내던 명절을 그 날짜 그대로 양력으로 치환해서 적용했다. 예를 들어 단오는 양력 5월 5일인 식.[7] 현대 일본의 음력 개념은 황실 제사 또는 운세를 보거나 달맞이[8] 등의 전통행사와 관련해 따지는 정도일 뿐, 한국에 비하면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훨씬 덜 쓰는 편이다. 다만 전통행사에는 쓰기 때문에 일본에도 시판되는 달력을 보면 음력을 표시해 둔 달력이 일부나마 있기는 하다. 예외적으로 오키나와에서는 21세기에도 관습대로 음력으로 명절을 쇠는 곳이 많다.

3. 방식

음력을 운용한다 해도 태양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태양의 남중 고도, 즉 계절은 농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쓰는 음력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쓰이는 음력은 대체로 태음태양력이다. 날짜를 헤아리기 쉽고 어업에 영향을 주는 음력의 장점, 계절을 잘 반영하는 양력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기에 고대 문명 중에는 태음태양력을 선호한 곳이 많았다.[9] 즉 지구의 공전주기와 달의 공전주기가 정수배가 되지 않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1년의 날수를 태양년에 맞추기 위해 윤달을 넣은 것이 태양태음력이고, 이러한 윤달을 넣는 방법을 치윤법이라 한다. 여기에 더해 24절기를 함께 운용하곤 하였다.

중국 문화권에서 사용한 음력은 달이 태양과 같은 각도에 위치하여 ( 지구 - 달 - 태양 순으로 일직선상에 놓임) 달이 보이지 않는 날(합삭合朔)을 초하루로 삼아 다음 합삭 전까지 날짜를 헤아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계산하면 15일을 전후하여 망(望), 즉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된다. 꼭 15일에 정확하게 보름이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편의상 15일을 보름날로 간주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삭망월)인 29.53059일(평균)을 기본으로 삼아, 29일을 한 달로 하는 작은달과 30일을 한 달로 하는 큰달을 번갈아 끼워넣으며 12개월 354일을 한 해로 설정한다.[10][11] 다만 태양력처럼 월별로 일정한 기준이 없어서[12] 매년마다 29일 또는 30일까지인 달이 다르다. 예컨대 2020년은 1월, 3월, 4월, 5월, 8월, 10월, 12월이 30일까지이고, 2월, 윤4월, 6월, 7월, 9월, 11월이 29일까지이다. 중국은 2월 합삭이 23일이라서 1월이 29일까지고 2월이 30일까지라 차이가 있다.

시헌력에서는 음력 11월을 동지가 있는 달로 정한다. 그리고 현대에 실제 관측결과를 바탕으로 만드는 달력도 옛 역법의 전통을 따라 동지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음력 11월에 들게 한다. 동지는 양력 12월 22일 무렵에 드므로, 결국 음력이 양력보다 평균 1달 정도 늦게 따라가는 모습이 되었다. 양력으론 3월인데 음력날짜는 2월이거나.[13] 설날이 양력 1월 초가 아니라 1월 말 ~ 2월 중순 안에 드는 것도 그 예시이다. 동지가 음력 11월에 들 경우 우수는 대체로 음력 1월인데, 우수는 양력으로 2월 19일 경이다. 따라서 설날이 양력 2월 19일보다 늦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14] 아무리 일러도 우수보다 30일 이상 일찍 올 수가 없으므로 일찍 와도 양력 1월 21일보다 빠른 경우는 그레고리력과 실제의 오차가 누적되는 4418년 이후에나 볼 수 있다.

3.1. 윤달

달이 지구 주위를 한바퀴 도는 데는 27.3일 정도가 걸리지만 그 사이 지구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므로 공전하는 지구를 기준으로 달이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대략 29.5일 정도가 나온다. 그래서 음력은 한 달이 29일이거나 30일이다. 일반적으로 29일까지 있는 달과 30일까지 있는 달이 번갈아 나오지만, 2024년 음력 10월과 음력 11월처럼 30일이 있는 달이 연속으로 나오기도 한다. 29.5일에 열두달을 곱하면 354일이 나오는데 이는 365일에서 11일이 모자란다. 따라서 음력으로 3년을 세면 태양력을 기준으로 1년에서 대략 한 달 남짓 모자라게 된다.

한국에서 이용하는 태음태양력은 이를 보정하기 위해 2년이나 3년마다 한 번씩 윤달을 둔다. 윤달이 있는 해는 한 해가 13개월이다.

한편 아라비아에서 발생하여 건조 및 열대기후대를 중심으로 전파된 이슬람교에서는 처음부터 윤달을 금지했다. 원래 아랍인들은 태음력을 사용해왔는데 이슬람교가 생겨나기 2세기 전부터 유대인들이 타 민족과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서 태음태양력을 들여와 윤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유대인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자 예언자 무함마드의 명령으로 윤달을 완전히 금지하였다. 그 덕분(?)에 전세계에 있는 여러 역법 중에서도 (아마도) 유일하게 순수 태음력을 지키게 되었다. 1년이 355일 전후인 데다 윤달이 없으므로[15] 이슬람력은 3년에 한 달씩 태양력(그레고리력)과 날짜가 벌어진다. 따라서 해마다 라마단의 날짜가 계속 앞당겨진다.

3.1.1. 메톤 주기

임의의 양력 날짜와 그에 대응하는 음력 날짜는 19년을 주기로 서로 맞물린다는 법칙이 있다. 예를 들면 2002년 양력 9월 21일은 음력으로 8월 15일이었는데, 그 19년 후인 2021년의 양력 9월 21일도 음력이 8월 15일로 서로 같다. 1983년, 2040년, 2059년도 마찬가지다. 19태양년 동안 거의 정확하게 달의 삭망주기 235번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천문학계에서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학자인 메톤의 이름을 따서 메톤 주기(Metonic cycle)라고 부른다. 19년간 윤달을 7번 끼워서 19년간의 태양력과 날수를 맞추는 '19년 7윤법'[16] 또한 고대 중국인들이 메톤 주기를 이미 알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장법(章法)'이라고 하였는데, 장(章)을 '19년'의 의미로 쓴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몇 번째 양력 생일의 음력 날짜가 간혹 자신의 음력 생일과 똑같은 것은 무슨 주술적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메톤 주기가 딱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주로 성인이 되는 19세 생일이 같다.

하지만 메톤 주기가 19태양년 동안 235번 삭망주기가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지 칼같이 맞물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하고, 2세기 정도가 지나면 그레고리력의 윤년 건너뛰기 규칙으로 인해 이틀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1995년엔 추석이 9월 9일이었는데, 19년 후인 2014년에는 추석이 9월 8일이다. 2014년으로부터 메톤주기가 두 번 지난 2052년 추석은 9월 7일이고, 2014년으로부터 11 메톤주기, 즉 209년이 지난 2223년에는 추석이 9월 10일이 된다. 2100년과 2200년이 4의 배수이지만 윤년을 건너뛰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음력 기준 2012년생부터 2030년생(19년 간격)까지는 날짜가 틀어져 평생 맞는 날이 없다. 그 직전 19년 간 출생자(음력 기준 1993년~2011년생)는 1번, 그 전 19년간 출생자는 2번, 그 전 19년 간 출생자는 3번 ... 겹치는 식이다. 다시 2031년생부터는 백여 년간 평생 19년마다 겹친다. 이 역시 대체로 그런 것이지 중간에 튀는 해/월/일이 있어서 모든 생일이 들어맞지는 않는다.

3.2. 국가별 차이

한국과 중국이 1시간의 시차로 인하여 합삭시간이 다른 경우가 있고 또 이로 인하여 한국과 중국의 초하루날짜가 다른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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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2월 2일 12월 1일
2012년 4월 5월 21일 4월 21일
5월 6월 20일 6월 19일
7월 8월 18일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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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7월 23일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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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년 2월 2월 22일 2월 21일
2034년 12월 1월 10일 1월 9일
2036년 11월 12월 18일 12월 17일


한국과 베트남이 2시간의 시차로 인하여 합삭시간이 다른 경우가 있고 또 이로 인하여 한국과 베트남의 초하루날짜가 다른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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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9월 10월 2일 10월 1일
12월 12월 30일 12월 29일
1998년 8월 9월 21일 9월 20일
12월 1월 18일 1월 17일
2001년 4월 4월 24일 4월 23일
2005년 11월 12월 2일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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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4절기와 태음력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도록 24절기를 사용해 왔으며 태음력을 사용하던 시절과 겹치면서 " 24절기 = 태음력"이라는 오해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24절기는 태양태음력에 따른 월 진행이 실제 계절과 오차를 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보조로 도입한 태양력의 요소로서, 태양의 천구 상에서의 운동을 기준으로 하여 동지와 동지 사이를 24등분하여 절기로 구분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따지면 그 원리 면에서 오히려 태양력 쪽에 가깝다. 실제로 태음력으로 쇠는 설날이나 추석이 태양력으로 몇월 며칠인지는 종잡을 수조차 없지만, 24절기는 오늘날 쓰는 태양력 달력과 거의 일치하여 돌아온다. 농사는 음력에 맞춰 짓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로, 태음력을 일상으로 쓰던 조선시대 농민들도 농사만큼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계절에 맞춰 지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바로 24절기였던 것이다.

또한 24절기를 동아시아 문화의 독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율리우스력과 기독교 문화가 보급되지 전의 유럽에서도 부분적이지만 24절기를 사용하였고 그 문화적 흔적은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는 원래 북유럽의 동지 축제일이 그 기원으로, 태양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다 동지를 지나 다시 길어지기 시작함을 기념하는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크리스마스와 동지는 얼추 날짜가 비슷하다, 또 미국 북동부에서는 매해 2월 초면 그라운드호그 데이라 하여 봄의 첫시작을 기념하는 축제가 있는데, 이는 원래 켈트족의 입춘 축제가 독일에서 계승되고 그것이 다시 미국 독일 이민자 사회에서 이어진 것이다.

동지, 춘분, 하지, 추분 등을 주요 기준점으로 하여 천구의 황도면을 분할한다는 점에서는 서양 점성술 황도12궁 역시 24절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4.1. 시헌력에서

태양이 가상의 천구(天球)상에서 운행하는 궤적을 황도(黃道)라 하며 천구를 1년 동안 한바퀴 360도를 돌면서 15도씩 24등분한(한 달에 두 번씩) 점을 통과한다. 청나라 초기에 서양에서 온 예수회 선교사들은 뛰어난 천문학자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청나라 황실이 인정하여 국립 천문대격인 관상감에 들어가 새 역법을 편찬토록 했다. 이들 예수회 학자들이 주도하여 만든 시헌력(時憲曆)에서는 황도상 동지점을 기준으로 황도를 15도씩 24등분하고, 태양이 황도상 각 지점에 합쳐지는 날을 24절기로 규정했다. 이 시헌력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음력이다.

황도를 기준으로 24절기를 정하는 방식은 시헌력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사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미 명나라 때 와 있었으며, 명나라 숭정제 때 시헌력을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명이 멸망하고 청나라 순치제 때 비로소 시헌력이란 이름으로 도입했다.

시헌력식 계산법은 종래의 중국 전통과는 판이했다. 시헌력 이전, 명나라 대통력[18]은 24절기를 동지로부터 15.22일 간격으로 있다고 간주했다. 그래서 24절기간 시간간격이 똑같다.

그에 반해 시헌력에서는 태양이 황도를 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24절기간 간격이 들쭉날쭉하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고, 궤도를 움직이는 속도도 다르다. 그래서 태양이 황도를 움직이는 속도 또한 똑같지 않고 계속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청나라는 물론 조선에서도 이러한 시헌력식 방법을 육합(六合)의 원리도 모르는 무지한 서양 오랑캐식이라고 무진장 까는 부류가 많았다. 당시 논쟁을 보면, 옛 중국에서는 태양의 황도상 움직임이 언제나 균등하다고 간주한 듯하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시헌력 도입을 주장한 한흥일은 반청감정이 극심했던 인조 때 사람인데, 청나라 역법(시헌력)이 옳다 하여 집안 제사를 시헌력에 따라 지내다가 억수로 욕을 먹었다.

대통력식 방법을 따르면 윤달을 집어넣기가 편한 반면, 시헌력식 방법을 따르면 윤달을 넣기 곤란할 때가 종종 생긴다. 대통력에서는 24절기간 간격이 고른 반면 시헌력에서는 고르지 않기 때문에, 중기(동지를 비롯한 12달의 이름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12 절기)가 한 달에 두 번 드는 경우가 생기는 등, 대통력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시헌력에 포함된 계산식은 탕법[19]에서 매법[20]으로 바꾸었다가, 대법[21]으로 바꾸었는데, 조선에서는 이런 계산식 업그레이드를 따라가느라 진을 뺐다.

청나라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예수회를 주축으로 한 시헌력파가 실각하자 몇 년 동안 대통력을 사용했는데, 이때 조선도 냉큼 대통력 체계로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청이 시헌력을 사용하자 조선도 시헌력을 부활시켰다. 24절기 설정 말고도, 대통력 등은 주천도수를 365.XXXX로 설정하여 가급적 원의 둘레를 일년의 날수와 비슷하게 맞추려고 한 반면, 시헌력에서는 360도로 설정했다. 당연히 대통력 등 시헌력 이전 역법에서는 원의 둘레가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계산이 상당히 힘들다. 그에 반해 시헌력은 계산하기 무척 편하다. 이 점은 심지어 시헌력 반대파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통력 등 고력의 단점이요, 시헌력의 장점이었다.

이렇게 한동안 시헌력 지지파와 대통력 지지파는 서로 갈등했다. 하지만 서양 천문학의 성과를 받아들인 시헌력을 사용하면 일식/월식 계산이 정밀하고 정확함을 청나라와 조선이 서로 확인하였다. 급기야 성호 이익은 ''천문학은 서양이 으뜸이고 회회(回回)( 아라비아)가 버금이며, 중국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라고 단언할 정도가 되었다. 결국 시헌력의 승리.

음력 체계가 태양과 완전히 딴판이 되지 않도록 중국 전통에서는 15.22일 간격으로 24절기를 설정함으로써, 시헌력 도입 이후에는 황도상 움직임에 따라 24절기를 설정함으로써 윤달을 넣어, 태양의 움직임과 한 달 이상 차이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음력 날짜는 태양의 움직임과 최대 한 달까지 차이가 난다. 차이가 한 달 이상 벌어지는대로 바로 윤달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태양이 황도상에서 여름철에 늦게 움직이고 겨울철에는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22], 시헌력의 체계 안에서는 윤달은 보통 여름철에 든다. 속담 중에 '윤동짓달(음력 윤 11월)에 빚 갚겠다'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헌력에서는 윤달이 한겨울에 드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빚을 갚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나온 속담이다. 추석이 양력으로는 한 달 이상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설날은 양력 날짜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로, 태양이 황도상에서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윤달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23]

순수태음력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런 달력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실상 옛날에도 농사는 24절기에 맞추어 진행했다. 입춘에는 뭐하고 춘분에는 뭐한다는 식으로.[24] 그래서 24절기를 달력에 반드시 표기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우수(雨水)가 음력 1월 중에 있는데, 우수가 정확히 1월 며칠에 있는지 알지 못하면 꽝이 된다. 이런 식으로 매년 24절기 날짜가 몇 월 며칠인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조선에서 매년 역서를 민간에서 함부로 만들지 못하도록 엄히 금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불법으로 역서를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정에서 공식으로 찍어내는 역서가 적으니까.

조선시대에 시헌력을 받아들일 때에는 민간에서는 사주를 볼 때도 대통력으로 보고, 제사도 대통력 날짜에 따라 지내기도 하는 등 시헌력을 못 믿을 역법으로 간주한 분위기가 제법 있었다. 시헌력이 서양 오랑캐 역법이란 이유에서였다. 시헌력이 완전히 정착한 다음에도 관상감에서는 왕에게 대통력에 따른 역서를 한 부 필사하여 올렸는데, 이게 고종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렇듯 무시받던 시헌력이 지금에 와서는 전통 달력의 사실상 표준으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5. 일상에 미치는 영향

음력의 기준이 되는 의 운행은 바다의 조수 간만(밀물과 썰물)의 주기와 직결되므로 바다와 관련된 업종에서는 지금도 요긴하게 쓰인다. 아예 음력 날짜별로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악귀 또는 악신이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여 이사가 잦은 손없는 날은 음력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서구권에서는 음력이라는 개념을 전혀 모르거나 설사 알고 있더라도 관심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은 탓에, 서양인이 하필 설날 추석 시기에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기차표나 버스표를 구하지 못하는 등의 낭패를 겪는 사례 역시 존재한다. 할 수 없이 일일이 설명해 주는 수밖에 없다.[25]

5.1. 종교

불교에서 10재일은 모두 음력으로 지킨다. 1일은 정광불재일, 8일은 약사재일, 14일은 현겁천불재일, 15일은 미타재일, 18일은 지장재일, 23일은 대세지보살재일, 24일은 관음재일, 28일은 노사나불재일, 29일은 약왕보살재일, 30일은 석가모니불재일이다. 또한 불교의 5대 명절 역시 날짜는 음력이다.

불교에서는 음력을 따르는 법회들이 있는데, 초하루법회, 보름법회[26],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성도재일법회, 출가재일법회, 열반재일법회, 방생대법회, 우란분절 등이 있다. 초하루법회와 불교 4대 명절에 행하는 법회는 모든 절에서 한다. 다만, 서울특별시 송파구 가락동의 세존사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설날 명절법회, 추석 명절법회, 백중 법회, 동지 법회를 제외한 모든 기도 일정을 양력으로 바꿨다.

통일교단에서는 2010년부터 음력을 천력(天曆)이라 부르며 사실상 공식 역법으로 사용 중이다. 천일국 10년 천력 4월 25일(양력 2022.05.25.) 이런 식으로.

5.2. 음력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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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한국에서 음력으로 쇠는 휴일 및 명절

설날, 부처님오신날, 추석은 음력을 기준으로 쇠는 법정 공휴일이다. 현행법상 이들 날짜는 평달 (첫 번째 달)만 휴일이고 윤달은 휴일이 아니다.[27]

그외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명절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휴일이 아니기에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설날, 추석 다음의 3대 명절이라 칭해진 단오부터 시작해서, 정월 대보름과 칠석 역시 21세기에는 그 존재감이 미약하다. 이 명절들도 윤달은 명절로 인정하지 않는다.

[1] 한국, 엄밀히 말하면 조선에서 만든 태음태양력도 있으나 공식으로는 중국식 달력을 썼다. 이는 하늘과 소통하는 것은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주장한 중국 왕조가 제후국이 달력을 따로 만들어 쓰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2] 사실 조금씩 달리 보이긴 하지만 달과는 달리 변화가 크지는 않고 너무 밝은 탓에( 겉보기 등급-26.71이나 된다!)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다. 태양이 잠시 어두워지는 일식 때마저 특수한 필터를 사용해야 비로소 볼 수 있다. [3] 6월 21일 즈음이 하지이고 12월 21일 즈음이 동지이므로 하지와 동지를 측정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4] 보름에서 보름까지, 혹은 그믐에서 그믐까지 한 달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1년에 열두번 측정할 수 있다. [5] 예를 들어 2018년과 2019년은 한국 설과 몽골 차강사르가 같은 날인 반면, 2020년은 다른 날짜였다. [6] 단 일본에서 쓰이던 조쿄력(貞享暦)은 수시력을 개량한 것으로 추측되며 시헌력은 유입되지 않은 듯하다. [7] 오본은 흔히 일본의 추석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원래 날짜는 추석과 다르게 음력 7월 15일이었다. 양력 전환 시점에서 양력 7월 15일로 바뀌었으나 계절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현재는 8월 중순에 지내게 된 것. [8] 달을 보는 행사인 만큼 음력 8월 15일(十五夜)과 9월 13일(十三夜)을 쇤다. [9] 이집트 마야 같이 태양력만을 사용했던 문명도 있기는 하다. [10] 평균 삭망월을 기준으로 하는 평삭법, 실제 삭망월을 기준으로 하는 정삭법으로 나뉘는데 현재 시헌력에서 채택하는 것은 정삭법이다. 이때 큰 달이 여러 번 또는 작은 달이 여러 번 연속으로 올 수 있다. [11] 초기에는 삭망주기를 정확히 몰라 다소 부정확했지만 한나라 때 들어 천문학이 발전하여 삭망주기가 정밀하게 측정되면서 이 무렵부터 달의 삭망주기에 잘 들어맞는 정밀한 달력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2] 앞에서 말한 1일의 결정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즉 1일 전날이 29일이면 29일까지 있는 거고 1일 전날이 30일이면 30일까지 있는 거다. [13] 윤달이 한 번 지나고 나면 양력 날짜와 음력 날짜의 차이는 2달까지 벌어지곤 한다. [14] 예외도 있다. 동지가 음력 11월이라는 법칙이 다른 달의 중기보다 우선하므로, 동지가 12월 22일이고 음력 초하루라면 거기서 60일이 지난 2월 20일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 [15] 삭망월 주기에 맞추기 위하여 3년에 하루 꼴로 윤일을 추가하기도 한다. [16] (19×12)+7=235. [17] 2033년 문제 참조. [18] 사실 대통력은 원나라 수시력과 사실상 체계가 같다. 수시력은 시헌력 이전 중국 역법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 예수회 신부 탕약망, 즉 아담 샬이 만든 계산식을 가리킨다. [20] 청나라 학자 매곡성이 탕법을 수정한 계산식. [21] 매법에 오류가 있어 예수회 신부들이 케플러 타원 궤도설을 받아들여 수정한 계산식. [22] 지구는 타원궤도로 운동하고 태양의 위치는 지구 궤도의 두 초점 중 하나에 해당하므로 태양과 가까운 점(근일점)과 먼 점(원일점)이 생긴다. 2015년 현재 지구는 1월에 근일점, 7월에 원일점에 도달하는데, 케플러 제2법칙에 의해 근일점에 도달하는 1월에 지구 공전 속력이 빠르다. 지구 공전 속력이 빠르다는 것은 황도 상에서 태양의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23] 진짜로 윤동짓달이 든 극히 희귀한 사례가 2033년에 있다. 1650년(조선 효종 1년)에 윤동짓달이 든 전례가 있지만, 이때는 아직 조선이 명나라 대통력을 사용하던 시절이다. 조선에서는 시헌력을 1653년( 효종 4년)부터 도입했으므로, 2033년 윤동짓달은 한반도에서 시헌력을 도입한 이래, 380년 만의 첫 사례이다. [24] 특히 24절기 중 망종(芒種)은 씨 뿌리기 좋은 날이라고 하며 이름에도 씨앗 종(種)자가 들어간다. "씨앗은 망종 전에 뿌려라." 하는 말도 있다. [25] 이러한 문제점이, 다른 때도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올 수밖에 없었던 1988 서울 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 일어났다. 올림픽 기간에 추석 연휴와 설날 연휴가 중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26] 보름법회를 하지 않는 절도 있다. [27] 예외로 섣달 그믐은 음력 12월에 윤달이 생기면 평달이 휴일이 아니다. [28] 이 날은 설날 전날이라 평달은 휴일이 아니다. 3473년에 최초로 등장한다. [29] 이때 엄밀히 따지면 부처님오신날의 대체휴일이 아니라 어린이날의 대체휴일이다. 부처님오신날은 원래 대체휴일의 대상이 되는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2022년같지 어린이날이 아닌 일요일과 겹칠 때는 대체휴일이 생기지 않는다. [30] 2036년에 이 사례가 최초로 등장한다. 만약 2009년 추석이 지금 왔어도 그럴 것이다. [31] 일본에서는 오본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에선 양력으로 환산해 8월 15일에 쇠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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