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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1 09:49:27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요새 대 요새 전투에서 넘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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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Eighth Battle of Iserlohn · 第8次イゼルローン攻防戦
파일: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jpg
날짜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4월 10일 ~ 5월 ??일
장소
자유행성동맹 이제르론 회랑 알테나 성역 이제르론 요새
교전 당사자 파일:Goldenbaum-Dynasty.png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파일:Goldenbaum-Dynasty.png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자유행성동맹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지휘관 칼 구스타프 켐프
나이트하르트 뮐러
아이헨도르프
파트리켄
푸세네거
오스카 폰 로이엔탈
볼프강 미터마이어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폴커 악셀 폰 부로
드로이젠
알렉스 카젤느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발터 폰 쇤코프
더스티 아텐보로
에드윈 피셔
양 웬리
라이오넬 모튼
응웬 반 티우
산도르 알라르콘
마리네티
저니얼
병력 은하제국군
이제르론 회랑 파견군
함정 16,000척, 장병 200만 명(원작)
함정 37,000척(DNT)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증원부대
함정 20,000척, 장병 불명(원작)
함정 24,000척(DNT)
자유행성동맹군
이제르론 요새 주둔군 및 주둔함대
함정 불명, 장병 200만 명
증원부대
함정 5,500척, 장병 불명
피해 규모 함정 15,000척 이상 격침, 장병 180만 명 이상 전사(원작)
함정 29,000척 이상 격침, 장병 180만 명 이상 전사(DNT)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파괴
응웬, 알라르콘 분함대 와해
이제르론 요새 일부 파손
결과
자유행성동맹의 승리

1. 개요2. 주요 인물3. 배경4. 개전 준비
4.1. 반대론4.2. 요새 개조4.3. 사문회 소집
5. 전반전
5.1. 개전5.2. 제국군의 1차 공세5.3. 제국군의 2차 공세5.4. 뮐러의 판단과 켐프의 오판
6. 후반전
6.1. 양 웬리의 귀환6.2. 제국군의 패배6.3. 추락하는 독수리6.4. 제국군의 철수6.5. 쌍벽의 반격
7. 결과8. 전후 처분
8.1. 은하제국8.2. 자유행성동맹8.3. 페잔 자치령
9. 평가
9.1. 오베르슈타인의 책임9.2. 라인하르트의 책임9.3. 샤프트의 책임9.4. 켐프의 책임9.5. 전략적 문제9.6. 영향9.7. 인물 관점
10. 타 매체에서
10.1. 게임에서의 묘사10.2. 후지사키 류 코믹스
10.2.1. 작전 준비10.2.2. 전반전10.2.3. 후반전
10.3.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10.3.1. 전쟁 준비10.3.2. 전반전10.3.3.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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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의 에피소드
사문회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황제 납치 사건
역대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4월에서 5월 사이에 은하제국 자유행성동맹 이제르론 요새을 침공해오는 것을 시작으로 일어난 대규모 공성전. 인류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우주요새 사이의 맹렬한 포격전이 벌어져 요새 대 요새 전투라고도 부른다. 사문회와 함께 자복편의 메인 이벤트를 맡고 있다.

또한 본 전투는 전투 기간 약 4주 이상으로 작중에 등장한 전투 중 2번째로 오랫동안 지속된 단일 전투이기도 하다.[1]

2. 주요 인물

3. 배경

자유행성동맹 은하제국 사이에는 사르갓소 지대라 불리는 광대한 항행불능 구역이 존재하며, 그 사이에 통하는 길은 이제르론 회랑 페잔 회랑 밖에 없다. 페잔 회랑은 페잔 자치령 설립 이후 양국의 암묵적인 합의와 자치정부의 외교적 노력 때문에 교역이나 망명 등 평화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는 공역이 되었고, 이제르론 회랑에는 양국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은하제국은 동맹의 침공을 막고 더 나아가 동맹령 정벌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제르론 요새를 건설했지만, 우주력 796년 양 웬리 소장의 꼼수에 넘어가 함락당했다. 이후 이제르론 요새는 제국의 침공을 막는 방파제로 기능하게 된다.

은하제국은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제국령을 침공한 동맹 원정군을 궤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르론 요새는 건재했고, 이후 제국군과 문벌귀족들은 제위계승을 두고 대규모 내전에 돌입하면서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할 여유가 없었다. 내전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지휘하는 추축파의 승리로 끝났고, 라인하르트는 대대적인 내정개혁으로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한다. 라인하르트 본인은 당분간 내정 정비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외 원정을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우연한 계기로 이제르론 요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주력 798년 1월, 제국군 칼 구스타프 켐프 함대 소속 아이헨도르프 소장이 지휘하는 분함대가 동맹군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이 지휘하는 분함대와 교전하는 일이 있었다. 전형적인 조우전으로 전개된 회랑의 조우전 양 웬리 대장이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를 출동시키자 깜짝 놀란 아이헨도르프 소장이 물러나고, 양 웬리도 아텐보로 분함대를 수용한 뒤 물러나면서 끝났다. 전략적으로 보면 단순한 국지전에 불과한 전투였고, 라인하르트도 딱히 패배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방면 경비책임자인 켐프 제독은 이번 패배에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한편 제국군 과학기술총감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은 군사과학자 사상 최초로 제국원수에 서임되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라인하르트에게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을 제안했다. 샤프트가 능력보다 정치질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걸 아는 라인하르트는 샤프트를 혐오하다시피 해서 딱 15분만 듣겠다고 선언했다. 샤프트는 이제르론 요새를 대항하기 위해서 이제르론 앞에 아군 요새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요새를 건설하는 동안 반란군이 방관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기각한 뒤 기분이 나빠진 채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샤프트는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극적인 태도로 자신의 계획은 요새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고, 라인하르트는 흥미를 느껴 예정보다 훨씬 오래 샤프트의 열변을 들었다.

얼마 뒤 라인하르트는 칼 구스타프 켐프 대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상급대장,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을 모두 소집했다. 샤프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입안한 요새 공략작전을 소개했다. 이제르론 요새는 함대로 공략하기 어려우니 방법을 바꿔 이제르론에 버금가는 장갑과 무기를 지닌 요새로 요새를 공략한다는 작전이었다. 이제르론에 필적하는 요새는 과거 립슈타트 귀족연합의 본거지였던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밖에 없으니 여기에 워프 엔진과 통상항행용 엔진을 부착하여 1만 광년에 달하는 대원정에 나서자는게 샤프트의 발언의 요지였다. 라인하르트는 샤프트의 설명이 끝나자 라인하르트는 켐프를 사령관, 뮐러를 부사령관에 임명하여 이제르론 공략을 명했다.

그런데 이 인선을 놓고 제국군 내에서 조금 논란이 있었는데, 제국군의 쌍벽이라고 칭송받는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이나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 아닌 켐프와 뮐러가 지명되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도 대놓고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둘만 있을 때는 실망감을 표했으며 오베르슈타인이 관여했을 거라고 넘겨짚었는데 정확했다.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에게 작전지휘관 인선을 묻자 오베르슈타인은 즉답하지 않고 심복 안톤 페르너 대령의 의견을 들었다. 페르너는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 군공을 세우면 제국원수에 서임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 라인하르트와 동격이 된다며 위험하다고 진언했고 반면 대장급에서 뽑으면 성공했을 때 상급대장에 서임하여 쌍벽의 지위가 두드러지는 걸 누를 수 있고, 실패한다 해도 비장의 카드를 쓰지 않았으니 피해가 덜하다고 대답했다.

오베르슈타인 역시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뒤를 이어 쌍벽이 2인자가 되는 것을 막고 3인자를 다수 만들어서 권력과 가능을 분산하여 로엔그람 독재체제를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라인하르트에게 대장급 제독들 중에서 고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회랑의 조우전에서 패배한 켐프에게 설욕의 기회를 주겠다는 심정으로 켐프를 사령관에 선발했고, 자연스럽게 부사령관은 켐프보다 나이와 경력이 밑도는 뮐러로 결정되었다.

4. 개전 준비

4.1. 반대론

제국의 실권자가 직접 승인한 원정계획이지만 의외로 이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라인하르트의 측근 수하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가장 먼저 반대의사를 밝힌 사람은 제국재상 수석비서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였다. 힐다는 우주에 필요한 것은 '건설자' 라인하르트지 '정복자' 라인하르트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이 시기에 굳이 원정을 떠날 필요성과 당위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유능한 비서관을 총애하며 그녀의 의견을 경청하던 라인하르트는 종종 냉엄한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고, 힐다는 라인하르트를 온화하게 설득하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그 다음으로는 제국의 쌍벽으로 이름이 드높은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과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 나섰다. 이번 원정 계획이 샤프트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미터마이어는 샤프트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 대의명분도 없는 전쟁을 주장하고 나섰고, 함부로 무력을 휘두르는 국가는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며 원정계획을 비판했다. 냉철한 독설로 유명한 로이엔탈은 더욱 강한 비판을 쏟아부었는데, 샤프트가 수백 년 전에 매몰된 거함거포주의를 그럴싸하게 꾸며서 끄집어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정계획은 순탄히 진행되었다.[2] 미터마이어는 켐프가 파견군 총사령관에 임명되자 이제 불만을 표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자신의 주장이 켐프를 질투해서 비판하는 거라고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비판의견을 내지 않았다.

4.2. 요새 개조

은하제국은 샤프트 기술대장의 지휘 아래 공병 6만 4천명을 동원하여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개수에 착수했다. 립슈타트 전역 시기에 손상된 부분을 보수하고[3] 12개의 초대형 워프 엔진과 통상항행용 일반 엔진을 외벽에 설치하였다. 3월 중반에는 1차 워프 테스트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작전 사령관 켐프 대장은 상부에 공병대의 추가 투입을 요청하여 2만 5천의 공병대원들이 파견받게 된다.

샤프트 기술대장은 자신의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출했으나, 요새의 질량만 무려 약 40 톤인데다가 설계 당시 이동을 전제한 물체도 아닌 것을 억지로 개조하는 계획. 당연히 모두의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었다.[4] 요새 외부에 초대형 워프 엔진을 무려 12개를 증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워프 실험을 준비하기 위해 작전 사령관 켐프 본인이 친히 요새에 주재하며 모든 단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우려를 뒤로한 채, 우주력 798년 3월 17일자로 워프 실험이 거행되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는 작전 사령관 켐프 대장, 부사령관 뮐러 대장, 그리고 샤프트 기술대장과 실험을 위해 12,400명의 장병들이 탑승한 채 워프 엔진을 가동하였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와 휘하 제독들이 제도 오딘의 원수부에서 참관하는 가운데,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목적지 발할라 성계에 무사히 워프되었다. 이에 은하제국군은 켐프 대장을 지휘관으로 하는 1만 6천 척의 원정함대를 꾸려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결정했다.

4.3. 사문회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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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제국이 자유행성동맹의 목을 단번에 거머쥘 수 있는 비장의 한 수을 마련하고 있던 시점에, 페잔 자치령에서는 오딘 주재 페잔 고등판무관으로 승진하여 자리를 옮긴[5] 니콜라스 볼텍을 대신하여 새롭게 자치령주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루퍼트 케셀링크가 돌연 페잔 주재 동맹 고등판무관사무소에 동맹 고등판무관 헨슬로와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루퍼트 비서관은 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의 지시 아래, 페잔으로 망명한 립슈타트 동맹의 잔당들을 부추겨 제국 황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구출하고 자유행성동맹에 은하제국 정통정부을 세우는 계획의 사전 준비에 노력하고 있었다. 루빈스키의 목적은 자유행성동맹을 무너뜨리고 인류사회를 은하제국의 깃발 아래 통합시킨 뒤, 페잔이 모든 경제적 이권을 거머쥐는 것.[6]

이를 위해 루퍼트 비서관은 상환 기간이 닥친 국채 상환에 대한 논의를 표면상의 이유로 하여 동맹의 헨슬로 판무관을 찾아갔다 헨슬로 판무관은 동맹이 만기된 국채를 한꺼번에 갚을 여력이 없다고 쩔쩔맸지만, 어지간한 동맹 정부 인사보다 동맹의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루퍼트 비서관은 진땀을 흘려가며 사정을 늘어놓는 판무관을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루퍼트는 헨슬로 판무관에게 페잔은 동맹이 안정된 민주국가로 남기를 바라며, 동맹의 전쟁영웅인 양 웬리가 자기 명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힘을 얻어 트뤼니히트 정권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헨슬로 판무관은 더욱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으며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루퍼트 비서관은 양 웬리가 퇴역하여 정치가로 투신했을 때 그의 명성을 생각해볼 때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특히 동맹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를 지휘하고 있는 양 웬리가 군사 쿠데타로 트뤼니히트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에 페잔 자치령이 현재의 트뤼니히트 정권과 미래의 양 정권 중 어느 쪽의 환심을 사야하는지 고심 중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헨슬로는 이제 감정도 감추지도 못한 채 역정을 내기에 이른다. 이런 반응도 예상하고 있던 루퍼트는 차분하게 헨슬로를 진정시키고 말을 이어갔다. 결국 헨슬로 판무관은 대화 내내 루퍼트에게 현혹되어 이리저리 끌려다닌 끝에 사무소로 복귀한 직후 루퍼트 비서관이 흘린 정보를 빠짐없이 정부에 보고하고 만다. 모든 것이 자치령주 루빈스키의 뜻대로였다.

페잔에서의 급보를 접한 욥 트뤼니히트 정권의 인사들은 남몰래 회동을 가졌다.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양 웬리 대장은 트뤼니히트 정부를 이전부터 반대했던 군부 내 소장파 핵심 인사 중 하나로, 트뤼니히트 일파는 이전부터 양 웬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정권 장악 이후 군 수뇌부에 친트뤼니히트 인사를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군부 장악을 노리는 트뤼니히트 정부에 있어 양 웬리는 통합작전본부장 쿠브르슬리 대장,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과 더불어 군 최고 수뇌부에서 필히 제거해야 할 대상 1순위에 속했다. 허나 이들이 뛰어난 군사적 능력으로 사실상 제국군의 침공을 막을 유일한 수단인 것도 사실, 욥 트뤼니히트 최고평의회 의장은 양 웬리를 무턱대고 몰아내기보다는 압박을 주는 차원에서 심복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으로 하여금 양 웬리 대장에 대한 사문회를 개최하도록 지시하였다.

군인이 죄를 지었다면 정식으로 군사재판을 회부하면 된다. 하지만 양 웬리를 군사재판에 회부할 명분도 없고, 재판에 회부한다면 정식 고발을 해야할 뿐만 아니라 변호인을 최대 세 명까지 붙여주고 공식 기록까지 남겨야 했기 때문에 트뤼니히트는 동맹 헌장은 물론 국방군 기본법에도 없는 사문회를 어거지로[7] 개최하여 양 웬리를 수도로 호출하였다. 사문회 개최 사실조차 극비에 부쳐져 양 웬리 대장, 사문회를 주관할 국방위원장 그리고 사문위원으로 참석할 친정권 인사 몇 명에게만 통보되었을 뿐. 제국의 침공을 막을 최전선 요충지의 사령관이 이런 이유로 수도로 호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친정권 성향의 후방근무본부장 록웰 대장이 사문위원으로 참석하는 상황에서 군부 2인자인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에게는 아예 사문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보고되지 않았다.

일선 전투 부대를 총괄하는 군 수뇌부 인사를, 단지 자기 일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멋대로 호출하고 관련 사실조차 군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양 웬리 대장의 사문회는 거의 비밀 작전을 벌이듯 진행되었고, 이는 본 사문회가 최소한도의 법적 요건도 충족되지 않은채 불법으로 진행된 것이며 이 모든 것이 트뤼니히트 최고평의회 의장의 지시대로 이루어졌다.

5. 전반전

5.1. 개전

4월 10일. 자유행성동맹군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 소속 J. 깁슨 대령이 지휘하는 함정 16척이 전방초계을 위해 요새에서 출격했다. 3월의 전초전 이후 제국군의 활동이 급격하게 감소한 탓에 아무 사건사고도 없이 우주를 떠돌던 와중에 함대 전열에 위치한 순양함 코르도바에서 이상 현상이 보고된다. 함대 300광초 전방에서 무려 40조톤에 달하는 거대한 물체가 워프아웃하는 징조가 감지되었고, 상황을 보고받고 경악한 깁슨 대령이 황급하게 철수 명령을 하달하는 사이 거대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최소 1만 척 이상의 제국군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깁슨 대령을 즉각 이제르론 요새에 긴급 사태를 보고한다.

깁슨 대령의 보고를 받아든 이제르론 사령부도 경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사문회 참석으로 최고사령관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사무감 알렉스 카젤느 소장이 사령관 대리직을 수행하고 있어 요새의 전투 능력이 급감한 상황. 이제르론 요새는 곧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전투를 준비한다.

당시 이제르론 요새는 최고사령관이 없어 전투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었다. 양 웬리 함대라고도 불리는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는 제국의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주창한 2인자 유해론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사령관 양 웬리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이 3인자 위치에 머무르고 있는 조직을 이루고 있어 2인자 역할에 가까운 인물들은 있었으나 각기 다른 이유로 '절대' 1인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요새 사무감이자 사령관 대리를 맡고 있던 알렉스 카젤느 소장은 군행정분야의 최고전문가로 동맹군에서도 손꼽히는 유능한 인물이었지만 초임장교시절부터 전투지휘를 맡아본 경험조차 없는 행정군인이었다.

함대 부사령관 에드윈 피셔 소장은 함대 운용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전술가로써의 능력은 평범하고 애초에 1개 정규 함대를 지휘해본 경험이 없었다. 함대 참모장 무라이 소장은 참모 경험과 능력은 출중하지만 지휘관으로써의 능력이나 경험이 전무. 요새방어 지휘관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은 백병전 및 지상전 지휘관으로 함대전에는 능력도 경험도 없었다.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이나 응웬 반 티우 소장은 분함대 사령관으로써 직책이나 경험면에서 총지휘관직을 수행할 권위나 능력이 부족했다. 객원제독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중장만이 경험, 능력, 권위 등 모든 면에서 양 웬리을 대체할 수 있었으나 제국 출신 망명자였기에 최고지휘권을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최선임 장성인 알렉스 카젤느 소장이 사령관 대리로 최고지휘권을 행사하되 요새나 주둔 함대의 요인들이 이를 보좌하는 집단지도체제의 형태로 임시 지휘부를 편성하게 된다. 강대한 적을 상대로 이 임시 지휘부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최고사령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것 이외에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령관 대리 카젤느 소장은 양 제독이 돌아올 때까지 이제르론 요새를 사수하고, 전술적인 임기응변으로 방어를 수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5.2. 제국군의 1차 공세

이제르론 요새가 임시 지휘체계를 확립한 직후에 은하제국군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 사령관, 칼 구스타프 켐프 대장이 통신을 통해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반란군, 아니, 동맹군 제군.[8] 소관은 은하제국군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 총사령관 켐프 대장이오. 포화를 나누기에 앞서 귀관들께 인사를 드리자 하오. 가능하다면 항복을 권하는 바이지만,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리라 생각하오. 귀관들의 무운을 빌겠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236

켐프의 행동은 무인으로써 전투를 개시하기 이전에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마술사' 양 웬리가 답신을 보내오는 것을 기대하고 한 행동이기도 했다. 그러나 양 웬리의 부재를 절대적으로 숨겨야하는 이제르론의 상황상, 쓸데없이 대리인을 내보내는 것보다는 예의에 어긋나긴 하지만 그냥 무시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응답을 하지 않았다.

요새에서 응답이 없자 켐프는 양 웬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고 이제르론 측이 답변하지 않은 이유가 무인답게 실력으로 인사하자는 뜻이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주포 '경X선 광선포'[9] 충전을 지시했다. 충전완료의 보고가 올라감과 동시에 발포 명령이 떨어졌고, 12개의 광선이 60만 km를 질주하여 이제르론에 내리꽂혔다. 1만 척의 동시포격도 간단하게 막아내던 이제르론의 막강한 에너지 중화자장과 4중 복합장갑은 불과 몇 초만에 관통당했고, 내부의 RU77 블록이 파손되어 배속된 장병 4천 명이 전멸하였다. 병사들은 줄곧 " 토르 하머로 요새 방벽을 쏘면 누가 이길까?"라고 농담을 나누었는데, 제국군이 이 문제의 해답을 알려준 셈이다.

이제르론 지휘부는 경악에 빠졌지만 사후 대처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카젤느 소장은 RU77 블록을 폐쇄하고 전 병력에 우주복 착용을 명하며, 비전투인원의 진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서로 주포를 쏴대면 공멸한다는 공포감에 섣불리 반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는데, 방어지휘관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나서 "적에게도 이 공포를 알려줘야 일방적으로 맞지 않는다"라는 진언을 올렸고, 카젤느 소장은 이에 동의하여 토르 하머 발포를 명령했다. 가이에스부르크 주포의 위력을 뛰어넘는 거대한 광선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장갑을 관통하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으며 제국군 수천 명을 살상했다. 전쟁사에서 유래가 없는 요새간 주포전 이후 공멸을 피하기 위해 양측은 주포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공격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제국군은 제849공병대대와 제97장갑척탄병 연대를 이제르론 요새 24포탑 인근 사각지대에 투입하여 레이저 수소폭탄을 통한 외벽 폭파를 시도했다. 그러자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직접 나서 로젠리터 연대를 지휘했고 백병전 실력으로는 은하계에서 우위를 가릴 여지가 없는 최정예 로젠리터는 손쉽게 제국군을 패퇴시켰다.[10]

로젠리터 연대에 의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반포위당한 제국군은 발퀴레가 광선과 대인 미사일로 로젠리터를 공격하는 틈을 타서 후퇴를 시도했다. 이에 맞서 요새의 대공포탑이 발퀴레를 잇따라 격추했지만 1시간 30분이나 장갑복을 입어 한계에 도달한 로젠리터 연대는 전투를 그만두고 요새 안으로 철수했다. 제국군 역시 공격을 단념하고 요새 표면에서 철수했지만 대공포화에 걸려 많은 사상자를 냈다.

중앙지령실로 복귀한 쇤코프는 이번에는 이쪽에서 공병과 보병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보내자고 요청했지만 참모장 무라이 소장이 아군 장병이 포로로 잡혀 정보를 누설할 위험성이 있다 지적하여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허나 쇤코프는 전투가 길어질 수록 포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언제까지도 비밀을 지킬 수는 없으니 이를 역이용하여 거짓 정보를 살포하자고 다시 제안한다. 사령관 대리 알렉스 카젤느 소장은 그렇다고 해도 양 웬리 대장이 요새에 없다는 정보는 최대한 오래 숨겨두어야한다고 판단하여 쇤코프의 제안을 보류했다.

5.3. 제국군의 2차 공세

이 정도로 양 웬리가 있는 이제르론이 무너질리 없다. 켐프 대장이 이끄는 제국군은 작전이 실패로 끝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약 80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을 둔 뒤 두 번째 카드를 꺼내들었다.

가이에스부르크는 기습적으로 주포를 발사하였고, 이제르론은 토르 하머로 응전했으나 이전과는 달리 제국군은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11] 이제르론 수뇌부가 경악에 빠져 응사를 지시하는 사이, 사각 지역에서 매복중이던 제국군 상륙부대가 다시금 외벽에 달라붙었다. 이제르론이 포격전에 정신이 빠져있어 이를 포착하지 못했고 제국군은 레이저 수폭을 통해 외벽 폭파에 성공한다. 무려 직경 2km에 달하는 구멍이 뚫렸고 뮐러는 발퀴레 2,000기를 투입하여 이제르론 요새의 중력권의 제공권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5만 명에 달하는 장갑척탄병이 요새 침입을 위해 양륙함을 타고 대기하고 있었다. 제국군은 전법을 바꿔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공격을 퍼부어 요새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제국군에 맞서 동맹군은 올리비에 포플랭 소령이 지휘하는 공전대를 발진시켰다. 동맹군 스파르타니안 부대는 완강히 저항하여 제국군의 제공권 확보 시도를 좌절시켰는데, 특히 포플랭 소령이 지휘하는 6개 중대는 3기 1체 집단전법으로[12] 제국군을 농락했다. 하지만 전체 전황은 제국군이 우위에 있었고, 켐프는 기분이 너무 좋아진 나머지 이 회랑도 조만간 가이에스부르크 회랑 또는 켐프-뮐러 회랑으로 이름이 바뀌겠다고 농담을 쳤다. 하지만 이 모습이 평소의 켐프답지 않다고 생각한 뮐러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편 이제르론에 최악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그간 침묵하던 객원제독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중장이 사령관 대리 카젤느 소장을 찾아와 상황 역전을 위해 함대지휘권을 잠시 본인에게 양도해주지 않겠냐고 요청해왔다. 자신을 포함하여 이제르론 수뇌부가 지금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카젤느 소장이 이를 승인,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의 지휘권이 메르카츠 중장에게 위임되어 동맹군은 겨우 제국군에 대한 반격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제국출신 망명자인 탓에 부하들이 메르카츠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문제였으나 에드윈 피셔 소장과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은 메르카츠 제독을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응웬 반 티우 소장은 메르카츠의 지휘를 달갑지 여기지는 않았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휘를 인정하겠다고 말하며 다행스럽게도 메르카츠 중장은 함대를 온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다시 기함 뤼벡으로 돌아온 뮐러는 기존 계획을 일부 변경하여 무인 구축함 6척으로 요새 메인 포트 출입구를 봉쇄하려 했다. 본래 이 작전은 실행하면 제국군도 이제르론 요새를 점령한 뒤에 장기간 요새 항만시설을 못 쓰기 때문에 실행을 미루고 있었지만 제공권 장악이 늦어지자 주둔함대의 출격을 막기 위해 생각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구축함이 준비된 순간 이제르론 요새가 토르 하머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조준도 안하고 쏴서 피해는 순양함과 구축함 몇 척이 파손된 것 뿐이었지만 뮐러는 함대를 잠시 산개해야 했고, 그 사이 메르카츠 제독이 지휘하는 동맹군 함정들이 요새 밖으로 잇따라 출격했다.
파일:뮐러3면포위.png
포위당한 제국군
최전선에 있던 뮐러 대장은 분해하면서 즉각 응전을 개시했으나, 메르카츠의 동맹군은 뮐러 함대를 피해 고속 우회기동을 시작했다. 뮐러는 적군의 동선을 예상하여 함대를 움직였으나 이미 메르카츠의 계략에 속아넘어간 뒤였다. 뮐러 함대가 이동한 자리는 동맹군이 반격 태세를 갖추고 매복한 지점이었고 요새 대공포대의 포격을 시작으로 뮐러의 발이 묶인 사이, 메르카츠 함대의 맹렬한 공격이 개시되었다. 뮐러 함대는 포위되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괴멸될 위기에 처한다.

이 상황은 가이에스부르크에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하지만 동맹군을 향해 발포하면 제국군도 휘말리므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포수들은 그저 아군의 패배를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켐프는 뮐러가 결단을 주저해서 이 꼴이 났다고 고함치며 아이헨도르프 소장과 파트리켄 소장에게 잔존 함대 8천 척을 맡겨 아군을 구해오도록 했다. 역시 켐프답지 않게 조바심을 내는 모습을 본 두 제독은 켐프가 미터마이어, 로이엔탈을 신경쓴 나머지 공적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했다[13]. 포위당한 뮐러는 최대한 버티면서 아군을 기다렸고, 구원군이 오자 즉시 포위망 한쪽에 집중공격을 가해 포위를 뚫고 탈출했다. 메르카츠는 물러날 때라고 판단하여 적 증원군과 싸우지 않고 요새로 후퇴했다.

원작 소설과 달리 OVA에서는 요새의 방어설정이 유체금속층으로 변경되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제르론에 근접하여 중력 제어에 이상을 일으켜 요새 장갑을 약화시키고[14] 부유포대와 토르 해머를 봉쇄시켜 약화된 장갑 위치에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을 실시하여 외벽을 뚫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후 장면은 원작 소설과 동일. 다만 뮐러가 유인된 장소가 부유포대가 밀집된 곳이라 뮐러가 입은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묘사된다.

5.4. 뮐러의 판단과 켐프의 오판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4월 15일. 함락 직전에 몰린 자유행성동맹군은 메르카츠의 활약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뮐러는 겨우 목숨을 건져 퇴각했으며 전장은 교착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돌변한 전황 탓에 요새 함락에 실패한 켐프는 작전 실패의 원인이 뮐러 때문이라고 보고 "경은 선전했네. 허나 그저 그뿐이지. 아무런 결실도 없었군."이라고 질타하며 후방으로 쫓아내버렸다. 뮐러 역시 지난번 패배를 반성하고 있었지만, 후방으로 물러나라는 명령을 듣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휘하 함대와 함께 후방으로 물러난 뮐러는 군의관으로부터 놀랄 만한 보고를 들었다. 지난번 전투에서 사로잡은 포로가 죽기 직전에 "양 웬리가 이제르론 요새에 없다"고 진술한 것. 뮐러는 양 웬리나 되는 대단한 장수가, 언제 제국군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최전방을 비우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특히 양 웬리의 기함으로 알려진 전함 히페리온을 뮐러 본인이 직접 목격했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뮐러는 포로의 진술은 제국군이 양 웬리가 요새에 없다고 판단하여 무모한 공격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책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했다.

포로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지만, 뮐러에게는 정보가 부족했다. 애초에 포로 자체가 너무 적었던데다가 대부분 의식불명에 빠진 중상자였고, 맨 처음 진술한 포로는 죽었버려서 심문이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심문이 가능했던 포로가 있었지만, 그는 "양 제독이 이제르론에 없다고 말하라는 쇤코프 소장님의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해서 뮐러를 더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뮐러는 "양 웬리가 이제르론에 없다"고 판단하여 함정 3천 척으로 이제르론 회랑 전역에 수색망과 경계망을 펼쳐 요새로 돌아오는 양 웬리를 생포하려고 했다.

그러나 켐프가 뮐러의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켐프는 뮐러에게 자신의 명령도 없이 왜 병력을 재배치했냐며 분노했고, 뮐러는 죽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제독이 했던 말을[15] 상기하며 포로의 진술을 근거로 양 웬리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켐프는 동맹 정치인들을 너무 후하게 평가하여동맹 최대 요충지를 지켜야 할 사령관이 어째서 임지를 떠나냐며 이는 양 웬리가 자신이 요새에 없는 것처럼 꾸며서 아군의 병력을 분산케 하는 술책이라고 반박했고, 뮐러의 병력은 예비대로 중요하다며 병력을 원위치하라고 명령했다.

일단 물러났지만 납득하지 못한 뮐러는 켐프의 명을 무시해서라도 양을 생포하려고 했지만 망설인 나머지 참모 올라우 준장과 상담했다. 올라우는 부사령관은 총사령관의 명에 따라야 한다고 진언했는데, 뮐러는 올라우의 조언을 듣고도 양 웬리를 생포할 계획을 포기하지 못했지만 결국 올라우의 의견에 따라 계획을 취소했다. 이 결단에 대해 후세의 제국 역사가들은 '로이엔탈이나 미터마이어였으면 뜻을 관철해 양 웬리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을 것'이라고 뮐러를 비난했다. 그러나 미터마이어는 역사가들의 의견에 대해 "그것은 결과론에 불과하며, 같은 입장이었으면 나 역시 뮐러 이상의 선택은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제국군과 동맹군은 전투를 벌였지만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했고, 전투는 고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4월이 끝나갈 때쯤, 양 웬리가 지휘하는 구원군이 수도성 하이네센을 떠나 이제르론 회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6. 후반전

6.1. 양 웬리의 귀환

제국군이 쳐들어올 무렵 양 웬리는 매우 열받아 있었다. 존경하는 드와이트 그린힐 제독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를 진압하여 동맹 정치가들에게 권력을 돌려주었더니, 그들은 페잔의 참소에 넘어가 양을 수도로 소환하여 연금은 물론 정신적 고문까지 가했던 것이다. 분노한 양은 '어차피 나 없어도 이제르론이 있으니까 제국군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예편원을 작성했고 제출하려고 했지만, 제출 직전에 급보가 전해지며 제출하지 못했다. 수도에서 양을 들들 볶던 사문위원들은 제국군이 쳐들어오자 일제히 태도를 바꿔 사문회를 중단하고 양 웬리에게 당장 임지로 돌아가 제국군을 막으라고 명령, 아니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혹여나 양 웬리가 명령을 거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도 양 웬리는 명령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동맹정부는 양에게 구원병력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은 이제르론 주둔함대에 필적하는 전력을 가진 파에타 중장의 제1함대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뷰코크가 제1함대를 동원하려고 하자 정부는 물론 군 수뇌부에서까지 제1함대가 출격하면 수도가 텅 빈다고 반대했다. 뷰코크는 작년 쿠데타 때에도 수도에 몇몇 함대가 주둔하고 있었지만 쿠데타는 일어났고, 1함대가 아니면 양 제독에게 무슨 병력을 제공하겠냐고 반박했지만 통합작전본부장 쿠브르슬리 대장이 병 때문에 입원한 상태에서 뷰코크는 고립당한 상태였다. 결국 국방위원장 네그로폰테의 명으로 제1함대는 수도방위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통합작전본부는 제1함대 대신 군 중앙에 소속되지 않는 독립함대를 긁어모아 혼성함대를 편성하였다. 산도르 알라르콘 소장이 지휘하는 함정 2,200척, 라이오넬 모튼 소장이 지휘하는 함정 2,040척, 마리네티 준장이 지휘하는 함정 650척, 저니얼 준장이 지휘하는 함정 610척으로 이루어진 혼성함대가 양 웬리의 지휘를 받게 되었다. 양은 이 사태를 두고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정부는 내가 맨손으로 돌아가길 바랐겠지?"라고 말했다.

양 밑에 소속된 네 명의 제독 중 모튼 소장은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사령관 알 살렘 중장이 중상을 입었을 때 그를 대신하여 제9함대를 후퇴시킨 능력자였기 때문에 양 웬리의 신뢰를 얻었고 나머지 두 준장은 양 웬리도 누군지 잘 몰랐지만, 문제는 산도르 알라르콘 소장이었다. 그는 구국군사회의보다 더한 군국주의자로[16] 민간인 포로 살해 의혹이 몇 번이나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 혐의는 간이 군법회의에서 증거불충분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양은 이걸 동료 감싸주기로 의심했다. 하지만 당장 임무가 급하니 양은 알라르콘의 과거를 묻지 않고 전투에 전념했다.

얼마 뒤, 양 웬리 대장이 지휘하는 지원군이 하이네센을 출발하여 이제르론 회랑에 근접했을 때 인근을 정찰하는 제국군 초계함대에 모습이 포착되고 말았다. 기함 레다 II호의 함장 제노 중령을 포함하여 함대 사령부는 기습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며 크게 아쉬워했지만 양 웬리의 생각은 달랐다. 아군의 움직임이 발각당한 덕분에 제국군은 무려 다섯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야할 상황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양 웬리로써는 동맹은 물론 제국 신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제국군이 철수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비쳤으나 함대 사령부는 이를 농담이라 여기고 유쾌하게 웃고 넘어갔다.[24]

양 웬리가 통찰한 대로 켐프는 결단을 망설이고 있었다. 양 웬리가 오기 전 켐프는 본국에 전황보고를 올려야 했는데,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지고 있지도 않고 동맹군에게 피해와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이제르론 요새는 아직까지도 건재했다. 그렇다고 고전하고 있다고 보고하면 돌아오는 것은 사령관 자리에서 잘리거나, 본국으로 철수하거나, 본국에서 원군이 오거나 셋 중 하나인데, 어느 하나도 켐프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결국 켐프는 "아군, 유리함"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보고를 받은 라인하르트는 단박에 상황을 파악했다. 이 전투의 목적은 이제르론을 '무력화'하는 것이지 '점거'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그냥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에 충돌시켜도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켐프는 가이에스부르크를 공략거점으로 삼아 정정당당하게 정면대결했고, 라인하르트는 이를 켐프의 한계라고 힐난했다.[25] 라인하르트는 즉시 볼프강 미터마이어 대장과 오스카 폰 로이엔탈 대장에게 2만 척의 함대를 주어 켐프를 지원하도록 했다. 로이엔탈은 이 시기에 우리가 출격하면 자신들이 켐프의 공적을 가로채려 한다고 켐프가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켐프가 꼭 공적을 세우고 있다고만 할 수 없다며 우려를 일축하고 전선을 공연히 확대시키지 않는 것 외에는 모두 두 제독에게 맡겼다. 두 제독은 라인하르트의 태도에 아리송해했지만 일단 명을 받았으니 눈앞의 싸움에만 집중하기로 결론내렸다.

한편 양 웬리는 이제 시간이 우리의 편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아직 회랑이 제압당하지 않았다는 걸 파악한 라인하르트라면 막대한 증원군을 파견할 게 분명했기 때문. 또한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와 마찬가지로 나였다면 요새로 요새를 들이박아 둘 다 박살낸 뒤, 다른 요새를 들고 오게 했을 거라는 의견을 냈다.

그동안 이제르론 요새가 난공불락이었던 것은 요새 자체의 방어력과 더불어 공격측이 요새를 '점거'하기 위해 공격력을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괴'를 위해서라면 제한없이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고, 그러면 이제르론 요새도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니다. 만약 제국군 지휘관이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에 박았다면 양 웬리로도 대책이 없었겠지만, 제국군이 가이에스부르크를 단순히 군사 거점으로 사용한 덕분에 동맹군은 버틸 수 있었고, 양 웬리는 제국군을 저지할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

6.2. 제국군의 패배

파일:이제르론주둔함대봉쇄.png 파일:봉쇄후원군각개격파.png
1. 주둔함대를 유인 후 공격하여 요새로 쫓아내고 2. 동맹군 구원부대를 각개격파한다.
동맹 지원군을 포착한 켐프는 양 웬리의 생각대로 심각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었다. 당장 눈 앞으로 몰려드는 적군을 대응할 방법과 이후 전장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심하던 켐프는 양 웬리의 예상 중 쌍방에 대한 각개격파를 감행하는 작전을 세우게 된다. 켐프의 작전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우선 이제르론 요새 전면에서 빠르게 철수한다. 이를 동맹군이 본다면 원군이 왔기 때문에 제국군이 후퇴한 것이라 생각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협공하러 요새에서 출격할 것이다. 그때 함대를 돌려 이를 친다. 그러면 동맹군은 원군이 도착한 것이 아니라 요새에서 출격시키기 위한 함정이었다고 판단해 다시 요새로 후퇴할 것이다. 이를 적을 요새 안에 가둬놓은 후 재반전하여, 원군으로 달려온 동맹군을 격파한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288
뮐러는 켐프의 작전에 감탄했지만 동시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각개격파 자체는 뮐러도 동의했지만 적이 아군이 원하는대로 움직일 보장도 없고, 상당한 기교를 요하면서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작전이었기에 잘못하면 제국군은 협공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뮐러는 가이에스부르크로 이제르론을 감시하면서 전 함대를 원군 쪽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켐프는 뮐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작전을 수정했다.

그렇게 제국군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요새에 파상공세를 펼치던 제국군 함대가 갑자기 후퇴했지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여전히 60만km 바깥에서 이제르론을 노려보고 있었다. 양 함대 사령부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원군이 온 것인지, 아니면 제국군의 함정인지 혼란스러워 했지만 율리안 민츠의 의견 덕분에 재빨리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율리안은 원군이 왔고, 제국군이 함정을 판 것도 맞다면서 켐프의 작전을 거의 정확하게 통찰해냈다. 그리고 근거로 제국군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들었는데, 제국군이 함정을 판다면 복병을 심어두던가 주둔함대가 출격한 사이 요새에 침입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차피 주둔함대가 출격하더라도 방어를 단단히 다진 다음에 출격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역이용하여 양 함대를 가둬놓으려는 것. 그러자 메르카츠 제독이 나서 갇힌 척한 뒤에[26] 적의 뒤를 치면 된다고 주장했고, 카젤느는 다시 한번 메르카츠에게 지휘를 맡겼다. 율리안의 천재성에 놀란 메르카츠는 율리안에게 전함 히페리온의 함교에 동승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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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을 이용한 양의 포메이션 D
한편, 양이 지휘하는 구원부대는 제국군에 비해 수적 열세였기 때문에 맞닥뜨리자마자 교전을 회피하고 오히려 후퇴를 시작했다. 양이 시간을 벌기 위해 도망간다는 사실을 간파한 켐프는 즉시 최대속도로 돌진하여 거리를 좁힌 뒤 공격을 지시했다. 이때 켐프는 구원함대를 박살내는 것은 물론, 가이에스부르크를 통해 이제르론을 감시하면 회랑을 통과하여 동맹령에 돌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양 웬리는 이제르론 회랑의 협소한 지형을 이용한 포메이션 D를 전개, 돌진하는 제국군을 원통진으로 포위하여 사방에서 공격했다. 동맹군의 포화가 집중된 곳에 있던 제국군은 사방에서 날아온 포격에 큰 피해를 입고 수세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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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맞춰 후방에 도착한 메르카츠의 함대
그리고 이때 요새 내부로 후퇴했다고 생각했던 메르카츠 함대가 제국군의 후방을 맹렬한 속도로 타격하면서 제국군은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다. 양은 여기에 포메이션 E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구원함대는 마치 깔때기처럼 진형을 바꿔 전방에서 돌진하는 제국군을 저지했다. 거기에다 후방에는 응웬 반 티우 제독과 더스티 아텐보로 제독이 일점집중포격으로 제국군을 하나하나 발할라로 보내버렸다. 켐프와 뮐러는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했지만 그들의 노력은 악화되는 전황을 다소 느리게 만들었을 뿐, 제국군의 붕괴를 저지하지 못했다. 켐프는 "앞으로 한 걸음이면 은하계 우주가 우리 것이 된다!"고 소리쳤지만 부하들이 전의를 상실한 이상 사령관이 퇴각하지 말라고 소리쳐봐야 아무 소용도 없었다.

6.3. 추락하는 독수리

함대전에서 제국군은 완전히 패배했다. 한때 동맹군을 위압했던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은 지금 불덩어리가 되어 한 조각의 우주먼지로 전락하고 있었다. 참모장 푸세네거 중장은 저항은 불가능하고, 이대로는 저항 아니면 죽음만 남았으니 퇴각해야 한다고 진언했지만 켐프는 이글이글 타는 시선으로 푸세네거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가이에스부르크로 이제르론을 들이받는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걸 본 푸세네거는 드디어 사령관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켐프는 잔존 병력에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철수할 것을 명령하였다. 주둔함대와 구원부대는 합류했고, 동맹군은 승리의 환희에 빠졌다.

그런데 가이에스부르크가 이제르론을 향해 움직이자 동맹군은 모두 얼어붙었다. 그러나 양은 그리 놀라지 않았고 도리어 궁지에 몰려서야 그 방법을 생각해낸 적 사령관을 동정하고 있었다. 모든 동맹군 장병들은 이제르론을 향해 접근하는 가이에스부르크를 보며 깜짝 놀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12개의 통상항행 엔진을 전력전개한 가이에스부르크 내부에는 역전승을 확신한 켐프와 몇몇 참모, 항행요원, 호위병을 합해 5만 명만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뮐러의 지휘 하에 함정에 탑승했으며 요새 내부에서도 탈출용 셔틀이 발진 직전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시각, 양 웬리는 요새 자체에는 아무리 함포를 쏴대도 타격이 없으니, 가동 중이던 통상항행 엔진, 그 중에서도 진행방향 왼쪽 끝에 있는 엔진에 포격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엔진을 보호하던 복합장갑은 동맹군의 포격을 버티지 못했고, 단 두 차례의 집중포격으로 장갑과 엔진 모두 파괴되었다. 그 결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전진을 거의 멈추고 그 자리에서 회전하였다. 게다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이제르론 요새와의 충돌을 위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던 상황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회전력도 엄청날 수 밖에 없었다.

빙글빙글 돌던 가이에스부르크는 제국군 잔존부대에 돌입하여 제국군을 팀킬함과 동시에 손상을 입었다. 여기에 토르 하머가 가이에스부르크에 치명타를 날려 요새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결국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핵융합로가 폭발하여 가이에스부르크는 초신성이 되어 사라졌고, 폭발에 휘말려 제국군 잔존병력의 80%가 전사했다. 동맹군은 "봤느냐, 양 제독님의 마술을!"이라고 외치며 이 놀라운 상황에 환호하면서 젊은 지휘관인 양 웬리에게 숭앙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27] 프레데리카 그린힐은 양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지휘를 맡아 전투에서 이겼더라면 공포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편 사령실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한 파편에 맞은 켐프는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다쳐서 탈출을 포기하고 남은 참모진들과 부하들에게 요새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참모장 푸세네거는 누가 봐도 가망이 없는 사령관의 모습을 보며 바로 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명장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죽었던 걸 생각하고, 켐프 제독마저 이 요새에서 목숨을 잃게 된 현 상황이 문벌귀족 연합군의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한다. 다 죽어가던 켐프는 마지막 당부를 유언처럼 푸세네거에게 남기고 숨을 거뒀다. 푸세네거와 몇몇 참모들은 마지막 경례를 올리고 요새를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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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그런가 하면 요새 내부에서는 탈출하려는 제국군들이 서로들 탈출하려다가 팀킬을 벌이며 생지옥이 벌어졌다. 셔틀에 인원도 반도 태우지 않고 출발하는 통에 셔틀 출입구에 병사들이 매달려 떨어지지 않자 셔틀 안의 병사들이 칼을 꺼내 매달린 아군의 팔을 자르고 이를 본 다른 병사들이 총을 꺼내 아군끼리 마구 쏴버려 죽이기 시작했다. 이러자 그야말로 정신줄이 나간 제국군들은 '어딜 가냐! 기왕 죽는 거 다 같이 죽자!'는 듯이 핸드 캐논으로 이륙한 셔틀을 박살내고 그렇게 반파된 셔틀은 탈출 대기중이던 제국군들 사이에 떨어져 무수한 아군들이 끔살되는 아비규환이 이뤄졌다. 말 그대로 파괴되어가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지옥이었다. 결국 이런 팀킬이 벌어지는 지옥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핵융합로가 폭발하면서 빛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가이에스부르크 내 지옥도는 DNT에서는 묘사되지 않는다. DNT에서는 켐프 대장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6.4. 제국군의 철수

침입해온 요새는 박살났고 함대도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마구 도망쳤으니 동맹군의 완벽한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깔끔한 승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양 웬리는 당초 제국의 증원부대를 경계하여 예하 부대에 무리한 추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려 했으나 붕괴중인 가이에스부르크와 패주중인 제국군이 마구 뒤섞인 혼란으로 인해 모든 함대와 통신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알라르콘이 양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거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휘하 함대를 이끌고 뮐러가 이끄는 패잔병 추격에 나섰으며. 여기에 새로 들어온 신입놈들에게 전공을 빼앗길 수 없다며 응웬도 휘하 함대를 이끌고 추격에 동참하여 도합 5,000척의 함선이 이탈을 한 것이었다. 결국 양도 이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으므로 함대를 재정비한 다음 구원에 나서야만 했다.

한편 뮐러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폭발의 충격파 때문에 기함이 요동치면서[28] 갈비뼈 4개가 부러지고 여기에 뇌진탕, 열상, 타박상, 찰과상 및 내출혈 등 전치 3개월 중상을 입었다. 부러진 뼈가 폐를 눌러 숨을 쉴 수 없었으나 뮐러는 침착하게 숨을 가다듬고 뼈를 폐에서 숨을 고르며 빼내어 겨우 숨을 쉬고 위기를 넘겼다. 여기서 잠깐이나마 웃음이 나올 상황이 나오는데 군의관이 치료하면서 "부사령관님은 불사신입니다."라고 감탄하자 뮐러는 덤덤하게 "그래? 그 말은 내 무덤 묘비명에 쓰겠네."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뮐러는 함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뒤늦게 요새에서 탈출한 참모장 푸세네거 중장과 만났는데, 푸세네거는 사령관 켐프 대장은 전사했으며, 마지막으로 사령관이 남긴 뮐러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전언을 전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뮐러는 분노에 이를 갈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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뮐러의 결의
"대신 오딘이시여, 지켜보소서! 반드시 켐프 제독의 원수를 갚겠나이다. 양 웬리의 목을 이 손으로 취하고 말겠나이다! 지금은 미력하여 놈과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으나...... 몇 년 안으로, 반드시!"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자복편>, 김완, 이타카(2011), p.309

이후 뮐러는 통신을 열어 사령부의 건재를 전달했다. 기왕이면 영상까지 보여주며 말하려고 했으나 부사령관이 붕대를 메고 누워있는 상황을 보면 되려 남은 병사들 사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여 그냥 통신으로 목소리만 전하도록 한 거였다. 그래도 싸움은 완패지만 적어도 남은 제군을 반드시 살려서 고국으로 보내겠다는 힘찬 뮐러의 목소리는 대패로 의기소침해있던 남은 패잔병들에게 힘을 주었다. 생존한 은하제국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의 숫자는 함정 약 700여 척, 장병 20여만 명에 불과했지만 뮐러의 지휘로 질서를 잃지 않고 제국령으로 철수하였다.

6.5. 쌍벽의 반격

필사적으로 도주하던 은하제국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은 아군 지원을 위해 출진한 볼프강 미터마이어 함대와 마주쳤다. 미터마이어 함대는 전방에 다수의 함선이 접근하자 경계태세를 갖추었으나 이내 저들이 참혹하게 패배하여 도주하는 아군임을 확인하였다. 중상을 입은 뮐러가 스크린에 나타나서 사정을 설명하자 미터마이어는 켐프의 명복을 빈 뒤 뮐러에게 켐프의 복수전은 우리에게 맡기고 서둘러 귀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패기를 뿜어내며[29] 휘하 장수들에게 뮐러를 쫓아오는 동맹군 선두집단에 역습을 가한 뒤 퇴각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로이엔탈도 부관 에밀 폰 레켄도르프 소령을 거쳐 켐프의 부고를 들었다. 다만 진심으로 켐프의 명복을 빌어준 미터마이어와 달리 로이엔탈은 켐프의 자업자득이라고 냉정하게 반응하고 동정의 여지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시각, 동맹군의 응웬 반 티우 소장과 산도르 알라르콘 소장은 사령관 양 웬리의 명령도 무시하고 패잔병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안전 구역을 넘어섰음에도 잔당 소탕에 눈이 멀어 주변 정찰도 무시한 채 눈에 보이는 적군을 쫒고만 있었고, 미터마이어는 이들을 유인할 계책을 발동한다. 얼마 뒤, 동맹군은 추격 와중에 잠시동안 적 함대를 놓치고 말았는데 곧 철수하는 다수의 함대를 포착하여 다시 추격을 개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패주하는 뮐러 함대가 아닌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중장이 이끄는 바이어라인 함대였고, 무차별적으로 추격해오던 동맹군은 당연하게도 미터마이어의 계략에 보기좋게 걸려들고 만다. 회랑 내부 사르갓소 지대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매복하고 있던 미터마이어의 정예함대가 동맹군의 후방을 타격하여 포문을 열었고, 거짓으로 후퇴하던 바이어라인 함대가 함수를 돌려 반격을 개시하였다.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숫적으로도 불리한 동맹군은 괴멸 위기에 몰렸다. 당황한 알라르콘 소장과 응웬 반 티우 소장은 일단 제국군의 집중포화를 피하기 위해 함대를 회랑의 바닥 부근으로 대피시켰는데, 이 곳에는 동맹군의 다음 행동을 예측한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의 함대가 매복하고 있었다.

질적으로도 숫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연달아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을 당한 동맹군은 전열이 와해되며 비참한 패잔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30] 알라르콘 소장과 응웬 반 티우 소장은 로이엔탈 함대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기함이 격침되며 전사, 다른 동맹군 함선들도 연달아 기함의 뒤를 따라 몰살되고 만다.[31]

제국군이 동맹군 추격대를 괴멸시킬 무렵, 양 웬리가 지휘하는 이제르론 주력함대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숫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고 명장으로 이름 높은 양 웬리와 전투를 벌이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아군 지원을 위해 긴급하게 출격한 상황이라 격전을 벌일 상황이 아니라 판단하여[32] 철군했다. 제국군은 1천 척 단위로 함대를 편성하여 한 집단이 물러나면 다음 집단이 배후를 지키는 식으로 물러났고, 선두에는 미터마이어가 후퇴하는 함정의 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후방에는 로이엔탈이 동맹군의 역습에 대비할 태세를 갖추었다. 이런 방법으로 제국군은 동맹군의 역습에 대비하면서도 신속하게 철수했고, 양 웬리가 전장에 왔을 때는 동맹군 함정 잔해만 남아 있었다.

제국군의 이름 높은 쌍벽의 철저한 철군태세를 확인한 양 웬리는[33] 전 함대에 공격금지 명령을 하달하고 전장에 살아남은 아군 부대를 구조한 뒤 요새로 복귀하게 된다. 이를 끝으로 길었던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7. 결과


참패한 제국군의 손실비율은 무려 95% 이상. 제국 역사상 최악의 패전이었던 다곤 성역 회전의 손실비율 91%의 기록을 깨고 말았다. 은하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역대 최대의 참담한 패배.[40] 사령관 켐프 대장은 동맹군 최후의 반격으로 가이에스부르크 이동요새가 파괴되는 가운데 기함이 폭발에 말려들어 전사, 부사령관 뮐러 대장은 중상을 입고 남은 700여 척의 함대를 이끌고 필사적으로 도주해야했다.

반면 자유행성동맹은 이전 시대까지의 군사적 상식을 뛰어넘는 제국군의 이동요새를 이용한 급습에 사령관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수천 척 규모의 피해만으로 적군에게 대승을 이끌어냈다. 요새와 주변에 배치된 정찰 자산등이 큰 피해를 입긴했어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이루어낸 셈이다.

8. 전후 처분

8.1. 은하제국

지원군 덕분에 목숨을 건진 뮐러는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라인하르트 원수 앞에 출두하여 참패를 보고한 뒤, 자신의 처벌과 부하들의 관대한 처분을 청했다. 라인하르트의 부하 장수들은 뮐러에게 엄벌이 내려질 것을 예상했으나 라인하르트는 도리어 "이미 켐프를 잃었는데 뮐러까지 잃을 수 없다"며 뮐러를 처벌하지 않고, 요양 후 부상이 회복되는 대로 현역 복귀를 명령했다. 긴장이 풀린 뮐러는 그 자리에서 실신해버렸고, 그대로 라인하르트의 지시에 의해 병원에 후송되었다. 라인하르트는 뒤이어 켐프를 상급대장에 추서했고, 신하들은 주군의 넓은 도량에 감탄했으나, 실상은 좀 달랐다.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여겨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함대를 지원군으로 보낸 라인하르트였지만, 총 병력의 90퍼센트를 잃고 참패했다는 보고에 분노하여 마시던 술잔을 내동댕이치고 방에 들어가 울분을 참았다. 그리고 켐프가 죽은 이상 부사령관인 뮐러에게 책임을 따지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문득 목에 건 펜던트를 보고 암릿처 성역 회전에서 지금 못지않게 대패한 비텐펠트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하던 키르히아이스를 생각한다.[41] 이내 라인하르트는 "그래, 너라면 이번에도 뮐러를 용서해달라고 했겠지? 맞아. 뮐러 같은 사내는 얻기 힘든 존재지."라고 생각하며 뮐러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OVA에서는 오베르슈타인이 켐프와 뮐러 책임이 큰데, 켐프는 죽어서 할 수 없으니 뮐러를 처벌하자는 뜻을 보인다. 물론 라인하르트는 뮐러를 용서하기로 하는데, 오베르슈타인은 힐데가르트에게 "당신이 뮐러를 용서해달라고 조언했느냐"고 질문한다. 이에 힐데가르트는 "제가 청한다고 들어줄 분도 아니고, 키르히아이스 제독이 뮐러를 용서해달라고 했다"며 왜 뮐러를 처벌 못해 안달이냐는 듯 에둘러 비난했다. 당연하지만, 오베르슈타인은 "프로이라인은 의외로 로맨티시스트로군"이라며 무시했다.[42]

전사한 켐프 대장은 상급대장에 추서되었으며, 다수의 훈장이 수여되었고 제국군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또한 유족에게는 충분한 연금이 주어졌다. 통수본부차장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대장이 켐프의 가족에게 부고를 전했는데, 슬퍼하는 켐프 부인에게 어린 아들들은 양 웬리를 해치워 원수를 갚겠다고 위로했다.[43]

한편 이 작전을 제안한 샤프트 기술대장은 체포되었다. 그와 손잡았던 페잔 자치령이 샤프트를 버리기 위해 제국 사법성에 그의 죄상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샤프트는 뇌물 수수, 공금횡령, 탈세, 특별 배임, 군사기밀 누설 혐의를 받고 수감되었다. 페잔이 샤프트와 내통했고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버렸다는 걸 아는 라인하르트는, 샤프트 체포와 함께 페잔 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대한 감시 강화를 지시했다.

8.2. 자유행성동맹

양 웬리는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고급장교 인사 균형 문제로[44] 승진하지 못하고 훈장만 받았다.[45] 거기에다 양은 과로 때문에 감기에 걸려 전승기념식도 메르카츠, 카젤느, 프레데리카 같은 간부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율리안의 간호를 받으며 관사 침대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걸 모르는 미터마이어는 "적장 양은 미녀들에 둘러싸여 대승 축하 파티를 즐기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완벽하게 틀린 셈. 다른 간부들도 승진하지 못했다.

반면 율리안 민츠는 이번 전투에서 또 적기를 격추했으며, 제국군의 작전을 간파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상관들의 추천을 얻어 준위로 승진했다. 율리안은 양에게 정식으로 군인이 되게 해 달라고 허락을 구했고, 양은 "너라면 처치곤란한 군인이 되지는 않겠지."라며 마지못해 허락해 주었다.

동맹정부에서는 네그로폰테가 사표를 제출했으며, 후임으로 월터 아일랜즈가 취임했다. 둘 모두 트뤼니히트파였으므로 국방위원장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는 없었다. 네그로폰테는 국영 수소 에너지공사의 총재가 되었고, 아일랜즈는 전임자 네그로폰테의 깔끔한 진퇴를 칭송하며 그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동맹 정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양 웬리의 측근들을 하나하나 떼어내는 식으로 양 웬리를 견제하려고 했다.

8.3. 페잔 자치령

전장도 아니었고 참전국도 아니었으므로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페잔은 사문회를 통해 양 웬리의 입지를 더욱 깎아내는 데 성공했다. 제국군이 침공하자 동맹 판무관 헨슬로는 페잔에게 사문회를 열자 제국군이 침공했으니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따졌지만, 란데스헤르 수석비서관 루퍼트 케셀링크의 교활한 언변에 휘말려 찍소리도 못했다.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페잔은 니콜라스 볼텍, 루퍼트 케셀링크,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레오폴트 슈마허 등을 움직여 은하제국 정통정부 수립과 황제 납치라는 원대한 음모를 꾸미고 실행할 준비에 분주했다.

9. 평가

작중 묘사는 주로 양 웬리를 "이 중요한 때 사문회에 불러들인" 동맹 정치꾼들의 탐욕과 무능함에 주목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 제국군에도 명백한 문제가 있다.

9.1. 오베르슈타인의 책임

"2인자 무용론" 때문에 최적의 인사를 배제하고 칼 구스타프 켐프를 뽑아버린 오베르슈타인의 진언과 라인하르트의 인선은, 권력 안배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실리를 완전히 저버린 판단이다. 작전이 성공하더라도 엄청난 예산이 쓰인 건 변함없는데[46] 엄청난 대실패로 막을 내리며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었고, 1만 5천 척이 넘는 함선이 파괴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장병 약 180만 명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결과를 따져보자면 오베르슈타인은 이런 중요한 군사 작전을 "성공하는 자에게는 너무 큰 힘이 실린다"는 이유로 최선의 선택지를 차선의 선택지로 바꾸어버렸고 결국 엄청난 수의 장병들을 죽게 한 셈이다. 후일 오베르슈타인은 이제르론 공화정부를 상대로 하이네센의 중요 인물들을 인질로 삼는 계획을 세울 때, 카이저와 다른 장군들이 긍지 때문에 양 웬리를 상대로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아서 수백만의 장병을 죽게 했다고 발언하기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부조리하다.

다만 오베르슈타인의 진언을 "권력 안배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실리를 완전히 저버린 판단" 이라고 보는 것 역시 전적으로 적절하지는 않다. 8차 이제르론 공방전 시점에서 라인하르트는 아직 황제가 아닌 골덴바움 왕조의 신하로써 제국군 원수이자 재상이라는 입장이었던 것. 그런데 상급대장인 미터마이어나 로이엔탈 중 하나를 출전시켰다가 만약 승리한다면? 적의 국경 수비 핵심 거점을 점령하고 공격로를 연 대공적을 세웠으니 상식적으로 당연히 진급시켜줘야 하는데... 상급대장을 진급시키면 원수가 된다. 즉, 갓 자리잡은 라인하르트 정권 내에 군사적인 면에서는 라인하르트와 동격인 인물이 탄생하는 것. 군사정권의 성향이 강한 라인하르트 정권의 입장에서 이는 엄청난 정국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개선하고 돌아온 장군을 명예롭게 퇴임시키거나, 숙청하거나[47] 아니면 훈장 정도로 적당히 땜빵하고 진급은 시키지 않는[48]등의 수단을 써야 하는데, 이 역시 갓 자리잡은 라인하르트 정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 오히려 아직 대장이면서도 나름대로 실력은 있던 켐프가 더 나은 선택지이기도 하다.

결국 이 문제는 이후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에 걸린 것이 '긍지'와 같은 애매하고 감정적인 문제인 데 비해 '정권 내에서 최고권력자와 동급의 권위를 가진 인물이 출현할 위험성'이라는 극히 현실적이고 명확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 전쟁활극 중심인 은영전을 보다 보면 잊을수도 있지만 군사적(전략/전술적) 목적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목표에 종속되어야 함을 생각한다면... 이는 명백한 주객전도라고 보아야 하며, 현실적으로도 정치적 상황 등 보다 높은 층위에 속하는 문제때문에 낮은 층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약되는 일은 비일비재 한 것[49] 즉 이제르론을 먹고 동맹령 대침공을 하는 것보다 당장의 라인하르트 정권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데 차라리 더 나았다.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과는 다르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건 라인하르트가 친정했기 때문. 즉 라인하르트가 최고지휘관인 상태에서 로이엔탈,미터마이어 등은 부하로서 참가했기에 당연히 제일 공로가 큰 사람은 라인하르트가 되게 된다. 이 점에서 보면 정 미터마이어나 로이엔탈을 보내고 싶었다면 라인하르트가 아예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타고 친정을 나가야 했다는 말이 된다.[50]

9.2. 라인하르트의 책임

일단 라인하르트가 켐프와 뮐러를 선임한 것이 그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인사는 아니다. 이 전투에서의 삽질 때문에 켐프가 엄청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전까지 켐프는 꽤 괜찮은 전적을 쌓은 준수한 장군이었다.[51]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양 웬리한테 패하기는 했지만 제국군에서 양 웬리한테 안 털린 장군도 별로 없는 마당이고 사실 심하게 털린 것도 아니다. 전병력 90%를 말아먹었으니 대패긴 하다만 제국령 침공작전처럼 무리수를 둔 작전도 아니고... 거기다 비율상 90%의 병력이 날아간 참패지만 비텐펠트는 암릿처 회전에서 함대 대부분을 날려먹었고, 슈타인메츠가 라이가르 성역 회전에서 80%, 라인하르트+뮐러가 버밀리온 회전에서 90%의 손실률을 보인 것에 비한다면 그렇게 눈에 띄는 손실률도 아니다.

양 웬리가 추격하지 않고 후퇴한 덕분이긴 하지만 여의치 않은 전황에 켐프는 열폭하지 않고 후퇴하여 재정비한다는 정석적인 판단을 내리고 추격당할 것까지 대비했다.[52] 이것뿐이면 동맹 함대들을 바른 다른 제독들에 비해 평가절하 당할 수도 있겠지만, 곧이어 암릿처 회전에서 양 웬리는 미터마이어에게 선빵을 날려 그를 물리쳤고 비텐펠트를 작살냈으며 후퇴하는 아군의 후미에서 압도적인 제국군을 상대로 버티다가 무사히 빠져나간 것으로 라인하르트 이하 제국군 장성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괴수를 상대하는데 불리해서 피해를 줄이겠다고 물러난 게 큰 흠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53] 은영전의 똥별들 다수가 쓸데없는 공명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후퇴해야 할 때도 무리하게 남다가 전사하는걸 보면 켐프의 판단은 옳았다.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에 들이박아서 부순다는 계획을 말해주지 않은 것도, 이런 간단한 방법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따로 말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켐프도 (작중 언급 내지 암시로) 거대요새와 함대에 지휘하는 것에 푹 빠져서 요새로 요새를 부수고 함락시킬려고 하다가 마지막에 자살 공격을 시도했으니 이 방법을 아예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위에서도 말했듯이 켐프가 공방전 내내 가이에스부르크를 무기보다는 군사거점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줬던 것이나, 원래 켐프가 이 전투의 전에는 진급경쟁에서 밀린다는 초조감과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받고 있었으며 마지막에 내놓은 자살 공격 아이디어도 연이어 작전이 실패하고 전세가 기울어지자 정신적으로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 입안했던 것이라 참모들도 모두 켐프를 미친 사람 보듯이 봤던 게 문제일 뿐이다.

물론 여기에도 어느정도 말이 있을 수 밖에 없던 게 작전은 처음부터 "(1) 이제르론 요새'를' 박살내고 (2)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이제르론을 파괴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해도, 가이에스부르크를 파괴해도 좋다는 지시는 내려진 적이 없다. 이제르론과 가이에스부르크가 공멸한다면, (1)은 만족시켰으나 (2)는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최종 평가가 "결과적으로 좋았으니 됐다."는 것으로 처리될 것인지, "작전을 어기고 제멋대로 움직여서 요새를 자멸시켰다."는 혹평을 받게 될 것인지, 간단하지만 과격한 작전을 처음부터 하라고 계획을 짜면 모를까 이 시점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요새를 들이박던가, 아니면 적당히 해보다가 안되면 되돌아오면 되지라고 라인하르트는 생각했을 지 몰라도 말해주지 않고 사전에 계획된 것도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마이웨이로 나가는 장군이 아닌 이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 왜냐? 군과 정계에서 정치문제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조직사회의 엄격함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어쨌건 결과만 좋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식으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조직사회, 특히 군대와 같은 엄격한 조직사회는 그렇게 주먹구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라인하르트 자신이야 자기 자신에게만 책임지면 되는 최고 권력자이니 '여차하면 요새 박치기로 둘 다 날려버려도 일단 목표는 달성' 이라는 식의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라인하르트의 부하로써 권한에 제약이 있는 캠프의 입장에서는 자의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유사시에는 요새와 요새를 공멸시키는 작전까지 사용해도 좋다는 것이 라인하르트의 의사였다면 '이제르론 공략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가이에스부르크는 포기해도 좋다' 식으로 캠프가 판단 가능한 범위를 열어두었어야 한다는 것. 이런 허용 없이 지휘관이 개인의 판단만으로 일종의 핵심전략자산인 요새를 멋대로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히 '트집잡힐 거리가 생긴다'는 수준의 정치문제를 넘어 명백한 월권에 해당할수도 있다는 것. 이 부분은 작중에서 종종 드러나는 라인하르트의 소년같은 성격이 가져온 부작용 -상대(자기 부하)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이 같지 않음을 인식하지 못함- 중 하나라고도 여길 만 하다.

당장 이 전투 당시 양 웬리의 상황을 보자. 구국군사회의 진압 작전 당시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전부 파괴했다는 이유로, 양 웬리는 원맨쇼로 나라를 구하는 대공적을 세우고도 '그 귀한 방위시설을 꼭 다 날려먹어야 했냐'며 수도까지 불려가 달달 들볶였다. 그나마 양 웬리는 1. 국가적인 비상사태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서라는 명분, 2. 허가를 구해야 할 정부 자체가 인질인 처지라 통신이 불가능했다는 상황적 참작,[54] 3. 국가영웅이자 동맹 최후의 보루로서 일개 제독 수준은 진작에 초월해버린 양 웬리 자신의 거대한 위상 4. 출세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은퇴욕구가 솟구치는 개인적 성향 등의 유리점이 있었으므로 사문위원들 면전에서 고상한 쌍욕을 처박는 배짱짓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8차 이제르론 공략전은 1. 제국 안에서도 명분이 없는 출전이라는 회의론이 많았고, 2. 라인하르트와 제국정부가 최고지휘부로서 건재했으며 3.켐프는 동맹의 양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라인하르트 휘하의 일개 제독일 뿐으로서 4.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55] 진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 입장이었다. 애초에 '제국 버전 양 웬리' 탄생을 막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인선이니 당연지사. 그런 켐프가 라인하르트와 상부에서 시키지도 않은 요새 박치기 작전을 멋대로 시전하여,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보다 훠얼씬 막대한 자본과 기술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거대요새를[56] 자기 독단으로 날려버린다? 이 작전을 켐프가 진작에 떠올렸더라도 미치기 전에는 실행 불가능할 게 뻔했다.

작중에서는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의 언급 때문에 마치 요새 충돌을 처음부터 생각해 내지 못한 켐프가 무능한 것처럼 비칠 여지가 있지만 앞의 두 사람은 워낙 변칙적인 작전을 잘 생각해 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상식적으로 요새 충돌작전은 절대 상책이 아니다. 아군의 전략자산을 날려 버리는 작전이니 성공해도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이며, 가이에스부르크의 크기가 이제르론보다 작아서 실패의 확률이 있고, 한 번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므로 오히려 이판사판식의 도박에 가깝다. 최후의 수단으로 충돌을 떠올린 켐프나, 최후의 상황에서도 그것만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 참모들이 상식에 가까운 판단을 한 것이다.

또한, 이하 전략적 문제나 영향등의 단락에서 다루어 진 문제점 역시 본질적으로 라인하르트의 책임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정치적인 측면이나 대전략적 측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그저 할 수 있으니 해 본다는 식으로 무의미한 군사력을 투사하였다는 것. 말하자면 전술 측면에서는 별다른 오류를 범하지 않았지만 전략, 정치적 차원에서는 좋지 못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작전에 들인 병력도 너무 작았다. 진짜 성공을 바라고 했다면 고작 1개 함대로는 공략할 수 없다. 물론 요새 대 요새니까 통상적으로 보내야 할 숫자보다 더 적게 보내는거 자체는 괜찮다. 문제는 적어도 너무 적었다는것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의 시작점이었던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이제르론 점령이 아닌 이제르론에 주둔한 양 웬리 함대의 발목을 묶기 위해서만 3개 함대가 필요했다. 결과적으로는 이제르론 함락으로 이어졌지만 이마저도 이제르론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한 양 웬리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양 웬리가 이제르론에 눌러앉았다면 성공했을지조차 의문이다.

말하자면 이제르론 함락은 절대 쉬운게 아니다. 기존 작전대로라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회랑에 워프하여 이제르론 요새를 박살낸 후 그곳에 눌러앉는것으로 이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이제르론 요새를 제압 그것도 완전한 파괴를 달성해야 한다. 문제는 이제르론 요새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비교해보면 요새 자체는 이제르론이 더 강하다는 것.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주포 가이에스하켄이 이제르론 요새의 주포 토르 하머의 75%니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열세이다. 여기에 함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리 없으니 함대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고작 1개 함대는 심했다. 이정도 숫자로는 잘해봐야 동맹군과 소모전밖에 벌이지 못한다. 1개 요새VS1개 요새 1개 함대VS1개 함대인 만큼 애당초 이정도 병력으로는 대치상태만 유지할 수 있었을 뿐더러 이제르론 요새가 더 우월한것과 양 웬리의 존재를 알았다면 병력을 더 보내도 모자랄텐데 이따위 숫자로만 보냈으니 병력면에서만 봐도 실패가 뻔한 일이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수용함대가 최대 1만6천척이었으니 요새+함대를 한번에 보내는것이면 그게 최대치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함대를 뒤에 더 붙여서라도 보내야 했다. 전투 기간은 약 4주로 결코 보내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 즉 먼저 간 요새와 함대가 전투를 치르는 중에 증원군이 오게 하면 되었다.[57]

9.3. 샤프트의 책임

없다. 적어도 이 작전에 한해서는.

'작전이 실패한 것은 자신이 책임이 아닌 일선 지휘관의 책임'이라는 샤프트의 주장은 주장 자체로서 그르지 않다. 샤프트 개인의 인격이 저열한데다가 페잔을 통해 군사 기밀을 유출한 범죄자이기도 하여 매우 불쾌하게 들리긴 하지만, 원론적으로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의 참패에 샤프트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샤프트는 제국 과학기술총감으로 이 작전에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1개 함대를 성공적으로 워프시키는 것'까지가 그의 책무였다. 그리고 이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물론 군사기밀 누설이나 부정부패등에 대하여 처벌받은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건 이 군사작전에 대한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샤프트는 그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동시켜 싸우자고 한 사람이라 그가 책임질 영역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제르론 요새와 만날 때까지로 만일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면 샤프트에게 문제가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는 생긴 문제가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저런 참담한 결과를 앞에 두고 계획 입안자가 저런 말이나 지껄이는 것은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하나, 애초에 샤프트는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 회랑 앞으로 이동시키는 계획'의 입안자이지 군사작전인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의 입안자가 아니다. 전투병과도 아닌 과학기술총감인 샤프트가 군사작전의 실패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오스발트 폰 뮌처가 비꼰 조직 그 자체의 죄일 것이다. 이를 두고 굳이 인간성까지 언급해가며 제 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라인하르트도 패전의 책임이 아닌 수뢰, 공금횡령, 탈세, 특별배임, 군사기밀누설 등 다른 죄를 물어 샤프트를 숙청했다.[58]

9.4. 켐프의 책임

샤프트가 말한 대로 켐프 역시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담이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 병력의 90%를 말아먹은 것은 본인의 실수든 운이 안 따라줬든 지휘관의 책임이고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위에 나온대로 그 책임의 상당수는 오히려 그 위에 있는 라인하르트 책임이 크다. 실책을 저지르긴 했지만 양의 부재 관련해서는 켐프에게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또한 양의 5지선다중 3번을 택한 것과 막판에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에 처박아버리는 것을 떠올린 것은 전자는 아직 그렇다고 제국군의 패색이 짙은 것도 아니었으며[59] 후자는 그걸 떠올린 사람이 캐사기였지 켐프가 저능아인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위에 나왔듯 켐프는 멋대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에 꼴아박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켐프의 책임을 묻자면 바로 자신의 성격이었다. 평소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의 승진에 불안해 했고 마침 이번 전투 지휘를 자신이 맡게 되었으니 여기서 이기면 승진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정작 전투를 시작하고 보니 신통치 않아 교착상태애 빠졌음에도[60] 정확한 보고 대신 '아군 우세' 라는 교신을 보냈다.[61] 그나마 라인하르트가 상황 판단을 잘 해서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를 보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멋대로 제국군 추격에 나선 산도르 알라르콘과 응웬 반 티우는 남은 제국군도 추격섬멸하여 나이트하르트 뮐러까지 전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전투 다 끝나고 와서 멋대로 온 알라르콘과 응웬 반 티우만 전사시켰기에 전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그 지원군이 오는 것에 따라서 전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가 일찍 오기만 했더라도 동맹군 입장에서는 기존에 상대하던 1개 함대에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다가 2개 함대 더욱이 두 함대의 사령관은 제국의 쌍벽이라 불리는 인물들이었으니 최악의 경우 패전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전투 막바지 동맹의 지원군이 도착하고 지원군과의 전투에서 고전하면서 더 크게 드러나는데 양 웬리의 계책에 걸려 회랑의 가장자리에 포진한 채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계속 진격을 외치며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회랑 돌파를 달성하는 거라고 말하거나[62] 막판에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이제르론 요새에 특공 시도에서의 모습 등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은 사람에 따라서는 전투 시작 시점의 켐프와 비교하면 같은 사람 맞는지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애당초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은 제국의 자충수에 불과했고 때문에 그걸 추진한 라인하르트가 1차 책임, 그 다음에 전선사령관인 켐프가 2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9.5. 전략적 문제

사실 워프 이동이 가능하게 개조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굉장히 무서운 병기가 되기는 했다. 물론 기술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이 만한 규모의 요새가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전술적으로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

이걸 이제르론 요새와 맞짱뜨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패착이다. 어떻게 보면 함대결전사상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발상이며, 이런 발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굉장한 비용을 들인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낭비하는 꼴이 됐다.

이제르론은 근소한 차이지만 가이에스부르크 보다 더 강해서 양자가 맞붙으면 공멸하기 쉽고, 승부는 장담하가 어렵다. 그러나 가이에스부르크에게는 워프엔진이 달려 있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면 가이에스부르크를 되도록 이제르론과 맞짱뜨지 않도록 아끼면서 다른 지역에 투입하는게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비슷한 사례로 손빈 마차경주 고사를 보자. 나의 하등마는 적의 상등마와 경주시켜 적의 상등마를 낭비시키고, 나의 상등마로 적의 중등마를, 나의 중등마로 적의 하등마를 이겨서 2승 1패의 승리를 거둔다.

여기서 가이에스부르크와 이제르론은 둘 다 상등마에 해당하고, 일반 우주함대는 전력상 그보다 떨어지는 중등마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동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이길 수 있는 적을 잡는데 쓰면 족하지, 이길지 질지도 모르지만 불확실한 강적과 일부러 싸우러 보낼 필요는 없다.

특히 이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전장이 있으니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이다. 이 전쟁에서 강력한 화력을 살려서 데스스타처럼 행성 같은 거대 거점을 공략하는데 활용하거나,[63] 막대한 물자저장능력을 살려서 중간보급기지로 운용했다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제국군은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기를 매우 유리하지도 않은 상황에 내다 버리고 이기길 바란 셈이다.

사실 이 전투는 제국 내에서도 대놓고 라인하르트에게 말한 사람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하나뿐이었지만 로이엔탈도 미터마이어도 썩 괜찮은거 같다는 생각은 안했고 키르히아이스가 살아있었다면 적극 말렸을것이라고 하니 이기건 지건 득보다 실이 더 많을거라도 다들 판단한 모양이다.

9.6. 영향

외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제국군은 신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무의미하게 공세에 나섬으로서 '정권 지도자가 로엔그람으로 바뀌건 말건 제국은 제국, 로엔그람 역시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의식을 자유행성동맹에게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중에서는 자유행성동맹이 라인하르트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오히려 골덴바움 왕조의 은하제국 정통정부까지 후원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나, 이 공방전이 있기 때문에 동맹을 선제공격 한 것은 라인하르트 쪽이 되었다. 라인하르트가 사령관으로서 동맹에게 크게 타격을 입힌 것은 제국령 침공 작전이 먼저이지만, 이 작전은 동맹의 선공이었고 방어전이었으므로 라인하르트 쪽에 정당성이 있다. 하지만 이 전투는 단지 '신무기 시험' 이외에는 명분이 약하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은하제국의 일방적인 선공이다.[64]

자유행성동맹 입장에서는 이 사건으로 라인하르트 역시 골덴바움 왕조처럼 동맹과의 공존의사가 전혀 없는 군사적 모험주의자이며, 동맹과 화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러했다. 실제로 유제 납치사건과 뒤이어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수립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때 트뤼니히트는 이 점을 들어 로엔그람은 우리를 노리고 있으며 민주공화제의 적이라 발언하는데 실제로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이 벌어졌으니.



또한 양 웬리의 화려한 전적이 더욱 덧붙여진 것도 있고, 또한 사문회가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암릿처의 대패 이후에도 동맹 정부가 제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더더욱 정신줄을 놓아버렸다는 정치적 배경도 포함된다.

덧붙여 제국 입장에서는 정공법으로는 이제르론 회랑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에 제국은 허를 찌를 발상을 떠올려야 했다.

9.7. 인물 관점

이 작전은 로이엔탈의 라인하르트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미 키르히아이스 사건때에 있었던 일로 로이엔탈에게 야심을 품게 했는데 켐프가 마치 소모품처럼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라인하르트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게 된다.

몇몇 인물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율리안 민츠가 일개 당번병에서 장래성있는 군인으로 이야기 전면에 드러나 후반기 주인공으로서의 지분을 쌓은 전투이기도 하다. 또한 이후 은하제국 정통정부로 소환되는 메르카츠도 이 전투가 없었다면 라그나뢰크 작전까지 상당한 공백을 가졌을 테니 오히려 이 전투로 객식구의 밥값을 거하게 치르며 존재감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뮐러 역시 가장 젊은 제독인 탓도 있지만 이 전투 이전까지는 그저 라인하르트 휘하 장수 1이라는 정도의 비중이었으나, 이 전투 이후 각성하며 차츰 비중이 늘어 버밀리언 회전을 거치며 '양장'으로 불리는 주요 장수로 성장한다. 결국 로엔그람 왕조가 수립된 후 상급대장 중에서는 제 일좌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뮐러 개인으로서도 의미가 충분하다.

10. 타 매체에서

10.1. 게임에서의 묘사

10.1.1. 은하영웅전설 4EX

은하영웅전설 4EX에도 이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시나리오로 시작할 경우에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제국군 함대가 배치된 상황이고, 이제르론 요새 함대는 메르카츠가 지휘하고 있다. 더불어 양은 하이네센에서 병력을 거느리고 열심히 날아오는 중.(…) AI의 한계 때문인지 양이 도착하기 전에 전쟁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함대 하나 없이 요새 주포끼리 치고받아도 이제르론이 이긴다.(…) 다만 이제르론 요새도 걸레짝으로 변해버리며, 방어력 및 대공사격능력, 조병창 등이 상당수 파괴되므로 결론은 상처뿐인 승리다.

더불어 요새 대 요새 전투 이전 시나리오에서도 볼 수 있다. 립슈타트 전역이 마무리 된 후 샤프트가 이 계획을 제안하는 이벤트가 나오는데, 누가 재상이건 대화하는 것은 원작과 똑같다. 그리고 30일 후에 이제르론 요새로 워프 쓩~ 근데 함대는 따로 보내야 된다.(…) 그래서 계획을 면밀하게 세우지 못하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만 먼저 가서 떡실신 당한 후에 함대가 도착해서 각개격파당하는 꼴이 연출된다. 그 이후 시나리오의 경우 이제르론 회랑에 파괴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모습만 남아있다. 만약 제국군이 이긴다면? 이제르론 요새는 남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파괴된다. 점거 커맨드를 사용해서 이제르론 요새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둘다 멀쩡한 상태에서 이제르론을 점령해도 자동으로 가이에스브부르크는 괴멸한다.

작중에서 이제르론 요새가 입은 피해나 복구상황이 명확히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을 앞두고 이제르론 요새의 탐지능력이 떨어져서 군함을 이용한 초계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일단 두고두고 문제가 되는 동맹의 재정적자를 생각해보면 단기간에 복구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실제 게임에서도 이제르론 요새의 방어력은 55,000인데 다음 시나리오에서 선택하면 30,000으로 급감해있다. 게다가 이것도 후하게 쳐준 것인데, 실제 요새 대 요새 시나리오에서 좀 밀린다 싶으면 이제르론 요새의 방어력이 10,000대 정도로 떨어져서 하이네센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10.1.2. 은영전 반다이남코판

반다이-남코판 은하영웅전설에서 제국군이 사용하는 전술은 소설과는 판이한데, 게임 상의 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의 주포를 차단하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만이 주포를 발동하는 상황을 만든다.

원리인즉,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제르론 요새보다 두 배 가까이 무거우므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제르론에 충분히 접근하면 이제르론 요새의 장갑을 이루는 액체 금속 장갑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인력에 이끌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향하고 있는 이제르론 요새의 요새 주포를 침수시킨다는 것. 한편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이제르론의 질량이 작은 만큼 인력이 적게 작용하고, 유체장갑의 표면 위로 구조물이 드러나있는 특성상 요새 주포를 계속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중 이제르론은 토르해머를 발사할 수 없고 부유포대만 작동한다.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서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가속 전진시켜서 인력을 강화시키고, 계속 주포를 발사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이제르론의 액체금속장갑을 흡수하여 규모를 약간씩 증가시키며, 이렇게되면 표면이 요동을 치면서 부유포대로 이루어진 이제르론은 주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차라리 애니메이션 그대로의 설정인 접근시 만유인력으로 인한 썰물현상이 더 현실적이다. 원작에서 이제르론보다 작다고 분명히 써 놓은 가이에스부르크를 왜 더 크게 만들었는지는 미스테리. 추가유체장갑 같은걸 끼얹나

IF 시나리오를 어느정도 반영하는 게임의 특성상 제국, 동맹 양 쪽 캠페인에 IF 이벤트가 있다. 제국군 캠페인에서는 켐프를 살릴 수 있다. 승리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점[65]에 켐프 함대가 가이에스부르크에 입항해 있지 않으면[66] 뮐러의 설득에 응해 탈출한다. 이 경우 오딘으로 귀환하는 것을 묘사하는 부분이 좀 황당한데, 함대는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나마 사령부가 건재하니 질서있게 퇴각할 수 있었으며 뮐러가 잔존병력을 독려하는 것을 지켜보던 켐프는 "자네와 병사들의 눈빛을 보니 벌써 다음번 출전할 의지가 샘솟는군!"이라고 지껄인다.

동맹 측 캠페인에서는 응웬 반 티우가 함대/분함대지휘관으로 출격할 경우 원작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추격을 벌이다 전사한다. 함대 참모로 출격하거나 아예 출격하지 않을 경우 살아남아 그대로 남은 캠페인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산도르 알라르콘은 스테이지 종료 후 싱글 게임용으로 등록되긴 하지만 캠페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10.2. 후지사키 류 코믹스

10.2.1. 작전 준비

제국 내전에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사이를 이간질하여 2차 내전을 유도한다는 루빈스키의 전략은 키르히아이스가 암살자로부터 라인하르트를 지키고 죽으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러자 루빈스키는 전략을 바꿔 양 웬리를 요새에서 끌어낸 뒤, 이제르론 요새를 파괴하여 제국-동맹 경계선을 제거하여 전쟁을 부추기고 양측이 기진맥진하면 지구교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작전을 실행한다.

우주력 798년, 라인하르트는 전면적인 개혁으로 민심을 얻는다. 개혁의 바람은 제국군 과학기술진까지 몰아닥쳤고 군사기술자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잘릴 거라고 두려워했다.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 역시 그런 인물이었고, 별다른 업적이 없던 그는 과거 지향성 제플 입자 기술을 판 페잔 자치령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샤프트는 니콜라스 볼텍에게 새로운 병기를 요구했고 볼텍은 난처한 척 하면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워프 기술을 팔았다. 하지만 이 모습은 몰래 지켜보던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대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뒤 샤프트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이제르론 요새 앞으로 워프시키는 작전안을 라인하르트에게 제안했다. 샤프트는 워프가 가능하다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호언장담했고 라인하트는 일단 답변을 보류한다. 그리고 오베르슈타인의 보고를 통해 이 기술을 페잔이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라인하르트는 만약 자신이 응하지 않는다면 페잔이 동맹에 기술을 팔 것을 우려하여 페잔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뒤에서 몰래 움직이는 페잔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려고 한다. 그러나 페잔이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오베르슈타인이 조사에 나선다.

한편 우주력 798년 1월에 발발한 회랑의 조우전에서 제국군은 동맹군에게 참패, 사령관 아이헨도르프 소장이 전사하고 3천 척에 달하던 병력 중 2천 5백 척 이상이 격침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아이헨도르프의 상관이자 이제르론 회랑 경비 책임자인 칼 구스타프 켐프 대장은 통신으로 라인하르트에게 참패에 대한 사죄를 할 예정이었지만 통신실로 가던 중 니콜라스 볼텍을 만난다. 켐프는 페잔 상인을 혐오하며 물러가라고 말했지만 볼텍은 올해 안으로 라인하르트가 복수전에 나설 거라고 떡밥을 던진다. 그걸 문 켐프는 돈까지 줘가며 볼텍에게 자세한 정보를 듣고, 라인하르트에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워프 작전을 맡겨 달라고 요구한다.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아직 극소수만 아는 정보가 켐프의 귀에 들어간 걸 보고 페잔이 국익을 위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겠다며 켐프를 작전사령관에 임명한다.

예상대로 제국이 미끼를 물자 페잔은 전쟁을 더욱 부추기기 위해 동맹 정부를 꼬드겨 양 웬리 사문회 참석이라는 명목으로 최전선에서 이탈시킨다. 제국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개조 작업에 착수했는데 너무 업무가 많자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켐프를 보조하도록 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워프 실험은 성공했고 라인하르트는 즉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라고 지시했다.

10.2.2. 전반전

우주력 798년 4월 10일, 이제르론 회랑을 초계하던 동맹군 초계함대는 눈앞에서 튀어나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목격했다. 이제르론 요새 수뇌부는 즉각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한다. 켐프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 요새 전방까지 진격시킨 뒤 주포 '궁니르(주신의 창)'을 장전한다. 그리고 동맹군에게 직접 선전포고를 날리는 데 양 웬리가 이제르론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동맹군은 답신을 하지 않았다. 답신이 없자 켐프는 즉시 궁니르를 발사, 이제르론 요새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도 토르 하머를 발사하여 보복했고, 요새주포의 위력에 놀란 양측은 주포전을 자제하게 된다.

켐프는 주포전에 신경이 쏠린 사이 기갑척탄병을 이제르론에 침투시켜 폭탄을 설치하는 등 요새 내부를 뒤흔드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맞서 로젠리터가 출동하여 사흘 만에 제국군을 격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첫 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켐프는 뮐러에게 또 다른 작전을 실행하라고 명령한다.

며칠 후, 한동안 조용하던 제국군은 다시 주포전을 걸어온다. 그리고 동맹군이 주포전에 신경이 쏠린 사이 배후에 뮐러와 파트리켄 함대를 포진시켜 요새를 타격하도록 한다. 두 함대의 레이저 수폭 공세에 2km에 달하는 구멍 두 개가 뚫렸고, 알렉스 카젤느 소장은 즉시 부유포대로 응전을 지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뮐러는 발퀴레 편대를 내보내 구멍을 통한 요새 침투를 시도한다. 하지만 올리비에 포플랭 소령이 지휘하는 동맹군 스파르타니안 공전대가 완강히 저항하면서 제국군의 침투 시도를 저지하고 시간을 벌고 있었다.

에드윈 피셔, 더스티 아텐보로, 응웬 반 티우 제독이 지휘하는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도 출격 준비를 갖추지만, 카젤느는 우리는 1개 함대지만 적은 2개 함대라서 무턱대고 내보내면 패배할 뿐이라고 출격명령을 내리는 걸 망설였다. 그러나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이 상황을 좀 더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며 함대 지휘권을 빌려 줄 것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기함 히페리온 함장 아사도라 샤르티앙 중령과 세 함대 지휘관들이 일제히 메르카츠 지지를 선언하면서 메르카츠는 수월하게 함대 지휘권을 장악한다.

주둔함대가 출격하기 직전 요새 표면에서 응전하던 부유포대들은 전부 유체금속층 내부로 철수한다. 뮐러는 동맹군의 움직임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일단 대기를 명하지만 파트리켄 소장은 함대를 전진시켜 고립된 스파르타니안 공전대를 공격한다. 그런데 파트리켄 함대가 요새에 접근하자 유체금속층 안에서 네 함대가 사방에서 튀어나와 파트리켄 함대를 포위공격한다. 뮐러는 황급히 파트리켄 함대를 구하기 위해 이동하지만 매복해 있던 부유포대의 집중공격에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뮐러는 장기인 방어를 십분 활용하여 에너지 중화자장을 최대출력으로 가동한 중장갑함을 방패로 삼아 부유포대의 공세를 돌파하고 동맹군 포위망을 공격한다. 그러자 메르카츠는 포위를 풀고 뮐러 함대를 포위하지만 뮐러는 극단적인 방어 중심 교리로 포위당한 채로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다. 이번에는 파트리켄이 뮐러를 구하기 위해 포위망을 공격하려 하자 메르카츠는 철수를 명령한다.

초반부에 유리할때만 해도 방심하여 여기가 가이에스부르크 회랑이 될 것이다, 아니지, 켐프-뮐러 회랑이 될지도 모른다고 김칫국을 들이마시며 큰 소리를 치고 홀로 좋아하던 켐프였다. 이 말에 참모진들이나 오퍼레이터들은 경악하는데 다들 "왜 저래? 그 존경하던 켐프 제독께서?","이거,제독께선 저런 농담을 여태 한 적이 없거늘......?"이라고 놀라워하며 또한 불길함을 느껴 진땀을 흘렸다. 율리안의 회고로 후대 제국 역사가들은 켐프 제독도 이때 너무나도 흥분한 나머지, 자제심을 날려버렸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결국, 뮐러 함대가 큰 피해를 입고 돌아오자 저런 모습은 싹 사라지고 안 그래도 볼프강 미터마이어, 오스카 폰 로이엔탈 두 제독에게 뒤쳐진 켐프는 공들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분노했고 뮐러에게 후방으로 물러가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전황 보고로 우리 군이 유리하다고 보고했는데, 라인하르트는 켐프의 부진에 실망하면서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을 지원군으로 파견한다.

한편 뮐러는 동맹군 포로에게 양 웬리가 이제르론에 없다는 증언을 들었다. 참모들은 이건 양의 함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뮐러는 결론을 내리는 걸 보류하고 추가 정보를 기다린다. 얼마 뒤 새로 잡은 포로는 양 제독이 이제르론에 없다고 말하라는 바그다슈 중령의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으며, 참모들은 역시 이건 양의 함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뮐러는 두 번째 포로는 정보 은폐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하고 동맹군의 느린 반응을 근거로 양 웬리는 이제르론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뮐러는 3천 척을 차출하여 복귀하는 양 웬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켐프는 당장 병력을 원상복귀시키라고 명령했다. 결국 뮐러는 참모들의 진언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다.

10.2.3. 후반전

요새 공략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뒤, 조급해진[67] 켐프는 함대를 동원해 이제르론에 파상공세를 펼치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작전만 고집했고, 동맹군에 결정타를 입히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다. 그리고 그 사이 양 웬리가 지휘하는 구원군이 이제르론 회랑에 당도했다.

동맹군 구원함대의 접근을 포착한 켐프는 뮐러는 기함 요툰하임에 불러 구원군을 섬멸할 작전을 설명했다. 아직 이제르론은 구원군이 온 사실을 모르니 공세를 펴는 제국군이 후퇴하면 지원군이 왔다 여기고 후퇴할 것이고, 그때 제국군이 반전하여 동맹군을 요격하면 동맹군은 함정이라고 판단하여 요새로 후퇴할 것이다. 그러면 제국군은 배후공격을 염려하지 않고 수적 우위를 살려 구원군을 격파하면 된다. 켐프는 뮐러에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이제르론을 감시하라고 명령하지만, 뮐러는 너무나도 촉박한 작전이라며 만일을 대비해 자신의 함대도 출격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그러자 켐프는 웃으며 뮐러의 제안을 채용한다.

하지만 켐프의 작전은 율리안에게 간파당했고, 동맹군은 제국군의 작전대로 연기하며 요새 내부로 거짓 후퇴한다. 작전이 먹혀들어갔다고 여긴 제국군 1만 5천 척은 즉시 방향을 틀어 양 웬리가 이끄는 구원함대 5천 5백 척을 공격한다. 켐프 함대와 마주친 구원함대는 후퇴하고, 켐프는 더더욱 속력을 높여 구원함대를 따라잡는다. 그러나 양 웬리는 포메이션 D를 발동, 좁은 회랑 공역을 이용하여 제국군을 사방에서 두들겨팼다. 동맹군이 취한 포메이션 D는 극단적인 원통진으로 유병률이 매우 적기 때문에 함대가 가진 화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고, 공격이 집중되어 제국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강요했다. 켐프는 피해를 입으면서도 진형을 돌파하려고 하지만 양은 깔때기와 비슷한 포메이션 E를 취해 막강한 화력으로 제국군의 돌진을 저지한다. 그때 뮐러가 난입하여 켐프 함대를 감싸 방패를 자처하고, 이번에는 동맹군이 위기에 몰린다.

그때 후방에서 메르카츠 제독이 지휘하는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가 등장하여 제국군의 배후를 공격했다. 앞뒤에 끼여 협공당한 제국군은 위기에 몰리고, 뮐러의 기함 뤼벡이 피탄당하여 뮐러가 부상을 입는다. 켐프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지만 뮐러의 방어도 한계에 다다라 제국군의 패배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켐프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참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군 병력들을 죽어가고 있으며, 뮐러 제독까지 죽으면 라인하르트에게 뭐라 말하냐고 꼬집었고, 켐프는 후퇴를 명령한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본 켐프는 드디어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에 들이박는다는 발상을 해냈다.

동맹군은 승리를 축하하지만 곧 가이에스부르크가 이제르론 요새를 향해 돌진하자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나 양은 이미 늦었다며 카젤느에게 토르 하머 발사를 부탁한다. 그리고 곧바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달라붙어 좌측에 노출된 통상항행 엔진 하나를 박살내버렸다. 추력축에서 어긋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회전을 시작하고, 요새 뒤에서 잔류병력 탈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제국군 함대를 쓸어버렸다. 그리고 이제르론에서 토르 하머가 발사되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격파했다. 요새 사령실도 폭발에 휘말려 유일하게 무사하게 남은 푸세네거 중장이 다급하게 켐프 이름을 불렀지만 다른 참모들 시체 속에 켐프는 한쪽 눈을 잃고 가슴에 파편이 깊숙히 박히는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었다. 켐프는 가까스로 입을 열어 푸세네거 중장에게 뮐러에게 사과한다고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뮐러는 함대에 급히 잔존병력을 구조하란 명령을 내렸지만 그 즉시, 참모장 올라우 준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요새가 폭발하기 전이라 괜히 무사한 병력까지 쓸데없이 죽게 하는 거'라고 결사반대한다. 뮐러는 분통해하면서도 맞는 말이라 반론하지 못하고 휘하 함대에 퇴거를 명령했다. 하지만, 기함은 남아서 마지막까지 탈출한 병력을 1명이라도 살리겠다고 남게 했고 올라우 준장같은 참모진도 이 명령은 반론하지 않고 따르었다. 하지만, 정작 요새 내부에서는 장병들이 탈출 포트에 탑승하여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미 질서는 사라졌고 공황에 빠진 나머지 서로 살아남겠다고 서로를 죽이는 살육전이 펼쳐졌다. 우주복도 없이 일반 군복차림으로 셔틀에 매달려 애원하다가 결국 발진하는 셔틀에서 추락해 죽어가는 광경까지 벌어졌다. 이런 지옥 속에서 푸세네거는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겨우 탈출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치명상을 입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폭발하여 아직 탈출하지 못한 병사들을 모두 지옥으로 끌고 가버렸고, 후방에 있던 뮐러는 폭발 충격으로 튕겨나가 함교 벽면에 부딪쳐 중상을 입는다.

의식을 잃은 뮐러와 궤멸당한 제국군 함대는 후방에서 달려온 미터마이어, 로이엔탈 함대 덕에 무사히 제국령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뮐러는 푸세네거로부터 켐프의 부고와 전언을 들은 뒤 반드시 켐프 제독의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라인하르트는 상식 밖의 대패에 격분하여 뮐러를 엄벌에 처하려고 했지만 문득 키르히아이스를 떠올려서 엄벌 대신 치료를 위한 휴양을 명령했다.

한편 페잔 자치령은 제국군의 대패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쓴 장기말 둘, 네그로폰테와 샤프트의 처분에 대해 논의했는데 네그로폰테는 자멸하여 정계를 떠났으니 문제 없고 샤프트도 이용 가치가 없으니 버려버렸다. 샤프트는 페잔이 익명으로 보낸 고발문에 적힌 죄 때문에 체포당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전쟁을 부추기기 위해 황제 납치 사건을 일으킨다.

10.3.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요약 영상

10.3.1. 전쟁 준비

우주력 798년, 안톤 힐머 폰 샤프트 기술대장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와 인연을 들먹이며[68]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용한 이제르론 탈환 작전을 제안한다. 라인하르트는 여기에 넘어가 켐프를 사령관, 뮐러를 부사령관에 임명하여 이제르론 요새 탈환 작전을 준비한다.

반면 자유행성동맹 페잔 자치령의 참소에 넘어가 양 웬리 제독을 수도로 소환한다. 페잔 자치정부 보좌관 루퍼트 케셀링크는 동맹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채의 신규 매입을 보류한다는 이야기를 명분삼아 헨슬로 판무관에게 양 웬리가 동맹의 민주정치를 전복할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모함했다. 여기에 넘어간 동맹정부는 양 웬리를 사문회에 회부한다.

10.3.2. 전반전

우주력 798년 4월, 난데없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제르론 회랑에 워프, 이제르론 요새 앞에 등장한다. 작년 립슈타트 전역 때 근거지로 삼아서 잘 알고 있던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소령은 저것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지만, 형태가 다른 것으로 보아 전투를 위해 개조한 것으로 추측했다. 사령관 대리 알렉스 카젤느는 양 웬리가 올 때까지 버티기로 방침을 정하고, 개인적으로 율리안 민츠에게 가족의 피난을 부탁한다. 경보가 발령되며 이제르론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전원 거주 구역을 떠나 대피소로 대피한다.

제국군 켐프 제독은 전투에 앞서 초계함을 동원해 회랑 내부에 살포된 정찰위성들을 모두 격파하고 양 웬리에게 인사를 하지만, 양 웬리가 없다는 걸 들키면 안 되는 양 함대는 수신만 하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켐프는 아쉬워하며 짧은 개전 연설을 한 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주포 츠바이헨더를 발포한다. 고에너지 광선이 이제르론 요새에 꽂혀 블록 하나와 장병 4천 명을 날려버렸고, 이제르론 요새도 맞대응으로 토르 하머를 발포한다. 그러나 이미 주포전을 각오하고 있던 제국군은 신속히 격벽을 내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곧바로 츠바이헨더를 발포한다. 몇 차례에 걸친 주포전으로 양측 모두 상당한 손상을 입자, 켐프는 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투가 소강 상태에 빠지자 양 함대 간부들은 모여 제국군의 다음 수를 예측했다. 무라이 발퀴레를 출격시며 부유포대와 토르 하머를 공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발퀴레 부대가 포착되었다. 부유포대가 대공사격을 하는 사이 부유형 전투정 발착 기지 '언빌 베이스'가 부상하고, 스파르타니안 공전대가 출격하여 제국군 공전대를 저지했다. 그러나 제국군은 파괴나 전투 대신 철수를 택한다.

제국군이 공격하지 않자 요새 사령부는 의구심을 가지고, 메르카츠가 양동 작전이라고 의견을 개진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뮐러 함대 함정 13,000척이 이제르론 요새를 우회하기 시작했다. 츠바이헨더를 견제하고 있어서 토르 하머를 쓸 수 없는 양 함대는 부유포대를 이동시켜 응전하려고 하지만, 뮐러는 이를 알고 있었고 부유포대가 이동하는 속도보다 빨리 이동하여 이제르론의 후방 4만 km 밖에서 포진한다. 그리고 전자전용 특무함을 여러 척 동원하여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원활한 통신망을 구축하였다. 켐프의 지령이 떨어지자 뮐러는 역시 짧은 연설을 한 뒤 작전을 개시, 집속탄을 발포한다. 이제르론은 포탄으로는 유체금속에 타격을 줄 수 없다고 여겨 부유포대의 포진이 끝나자 즉시 공격에 나서지만, 투하된 자탄은 사실 폭탄이었고 부유포대는 폭발로 인한 거대한 파도로 조준이 흐트러져 제국군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한다.

부유포대를 무력화한 제국군은 즉시 요새 공략에 나선다. 수송함대 3천 척이 이제르론에 접근하여 무수한 강습양륙함을 내보내고, 공전대가 응전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저지하지 못한다. 우주항을 통해 침입한 제국군 장갑척탄병은 동맹군의 저항을 격파하며 요새 중앙지령실로 전진하지만 카젤느는 일부 구획의 격벽을 폐쇄하고 제플 입자를 살포하며 로젠리터 연대를 출격시킨다. 로젠리터의 위용에 제국군은 투입 2시간 만에 전력의 절반을 잃는 참패를 당하고, 깜짝 놀란 뮐러는 즉시 퇴각을 명령한다. 로젠리터는 추격하지만 메르카츠의 지시에 따라 추격을 멈춘다.

메르카츠는 주둔함대 지휘관들의 지지와 카젤느의 허가를 받아 주둔함대의 지휘권을 양도받고, 고의로 장갑척탄병을 놔주어 수송함대가 그들을 수용하는 틈을 노려 즉시 공격에 나선다. 7천 척에 달하는 주둔함대는 수월하게 수송함대와 강습양륙함을 공략하고, 수송함대는 전력의 7할을 잃어버린다. 참모들은 양륙부대의 수용을 포기하고 퇴각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뮐러는 이를 기각하고 전 병력을 동원하여 수송함대를 구원한다. 하지만 메르카츠는 이것마저 알고 있었고 뮐러가 수송함대를 후퇴시킨 뒤 공세에 나서자 즉시 매복했던 응웬과 아텐보로 함대를 동원하여 뮐러 함대를 반포위한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켐프는 격분하여 뮐러에게 통신을 연결하지만 교전 구역의 포화 때문에 통신은 두절되었다. 뮐러의 전력으로 포위망을 뚫을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자 켐프는 파트리켄과 아이헨도르프 함대를 출격시킨다. 뮐러는 휘하 분함대 하나가 섬멸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함대를 방추진형으로 재편성하여 돌파를 시도하지만, 메르카츠는 각 함대의 거리를 좁혀 뮐러 함대의 침투를 방어한다. 그러나 후방에서 아이헨도로프, 파트리켄 함대가 접근하자 포위망을 풀고, 아텐보로에게 후위를 맡긴 채 이제르론으로 후퇴한다. 승리를 거둔 메르카츠는 동맹군의 영웅이 되어 거수경례와 박수, 카젤느의 감사인사와 악수를 받는다. 이 광경을 지켜본 슈나이더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며, 아텐보로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한편 뮐러는 양 웬리가 이제르론에 없다는 정보를 듣고 양을 포획하기 위해 진형을 바꾸지만, 격분한 켐프는 당장 원위치로 되돌리라고 명령했다. 뮐러는 켐프의 명령에 따라야 되나 고민하지만 참모의 조언에 따라 병력을 되돌리고, 켐프는 오딘에게 "아군,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고한다.

10.3.3. 후반전

켐프의 보고를 받자 바로 상황을 파악한 라인하르트는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을 파견한다. 한편 양 웬리는 사문회에서 해방되어 구원함대를 이끌고 이제르론으로 복귀하였다. 구원함대가 초계함에 포착되자 켐프는 휘하 제독을 불러모아 다음과 같은 작전을 입안하였다.

1. 이제르론의 후방에 포진한 뮐러 함대가 수뢰탄으로 부유포대를 무력화하고, 츠바이헨더로 주포전을 걸어 이제르론의 전방을 견제한다.
2. 양측의 주포전이 벌어지는 사이 켐프 함대가 출격, 뮐러 함대와 합류하는 것 처럼 연기한다.
3. 이제르론 주둔함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격하면 뮐러 함대가 움직여 주둔함대를 협공, 이제르론에 가둔다.
4. 켐프-뮐러 함대는 다시 이동하여 적 구원함대를 격파한다.
5. 구원함대를 격파하면 전방의 츠바이헨더와 후방의 아군 함대를 모두 동원하여 이제르론을 공략한다.
그러나 뮐러는 작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켐프 대신 뮐러 함대가 움직이는 게 더 좋다고 제안한다. 적이 아군 함대의 움직임을 본대와 합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리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것이니, 그 때 켐프가 출격하여 협공하면 수고를 덜 수 있다. 켐프는 이 작전을 받아들이고, 곧이어 뮐러 함대와 츠바이헨더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제국군의 작전은 율리안 민츠에게 파악당했고, 동맹군은 제국군의 뜻대로 움직이는 듯 하면서 순순히 이제르론으로 철수했다. 동맹군을 밀어넣었다고 판단한 켐프는 즉시 접근하는 양 웬리의 구원함대를 격파하러 출동했다. 양 웬리가 적당히 반격하면서 후퇴하자 켐프는 속력과 화력을 총동원하여 양 웬리를 공격하지만, 측면에서 갑자기 레일건 탄환이 날아든다. 양 웬리는 폐기 예정이었던 레일건을 장착한 '랜서 스파르타니안'으로 구성된 공전대를 포진하여, 접근하는 제국군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제국군은 전력 일부와 몇 시간을 잃어버렸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켐프는 함대 포진을 변경하여 별동대로 공전대를 공략하지만, 공전대를 섬멸하기 전에 후방에서 주둔함대가 나타났다. 켐프와 뮐러는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포격에 패배하고 만다. 그러자 켐프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이제르론에 들이받는다는 발상을 생각해냈다. 양 웬리는 두 번 다시 함대전을 걸어오지 못하도록 박살내기 위해 일부러 퇴로를 열어주고, 그곳에 화력을 집중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꿍꿍이는 뮐러도 파악했지만, 켐프는 퇴각을 명령한다. 뮐러는 즉시 사령부에 통신을 연결하지만 스스로의 실책을 인정하고, 패배하더라도 양 웬리에게 한 방 먹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켐프의 태도에 마음을 바꿔 명령에 복종한다.

동맹군의 포화에도 불구하고 궤멸을 면하고 철수한 제국군은 즉시 철군을 준비하고, 켐프는 홀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남아 모든 통상항행 엔진을 전력 전개, 이제르론으로 접근한다. 양 웬리는 통상항행 엔진 중 하나를 파괴하여 충돌궤도를 바꾸려고 했지만 가이에스부르크의 실드가 단단하여 어지간한 포격으로는 뚫리지 않았다. 그러나 양 웬리는 함대의 포진을 바꿔 한 점에 포격을 집중, 엔진 하나를 부수는 데 성공하여 가이에스부르크는 회전하며 궤도가 뒤틀리고 만다.

그러나 켐프는 통상항행 엔진을 수동으로 전환, 자세제어 엔진과 연계하여 궤도를 다시 이제르론으로 맞춘 뒤 츠바이헨더를 발사했다. 발사된 광선은 이제르론의 유체금속층을 스쳐지나갔고, 양 웬리는 함대를 이제르론 후방으로 대피시키고 토르 하머로 응전한다. 두 차례의 포격으로 가이에스부르크는 내부가 관통당하고 우주항이 망가지며 사령실까지 피해가 미쳐 켐프가 잔해에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켐프는 포기하지 않고 이제르론을 조준, 다시 한번 포격을 개시한다. 하지만 마지막 포격마저 빗나갔고 몇 초 뒤 발사된 토르 하머가 명중하면서 가이에스부르크는 치명상을 입고 만다.

죽어가는 가이에스부르크 속에서 켐프는 발퀴레를 조종하는 자신의 모습과 환호하는 가족들의 환영을 보고 숨을 거둔다. 제어를 잃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는 폭발했고, 후퇴하던 뮐러는 호위하던 군함 하나가 기함 뤼벡과 충돌한 여파로 함교에서 굴러떨어져 중상을 입는다. 응급치료를 받은 뮐러는 푸세네거와 루비치로부터 켐프의 전언을 듣고 양 웬리에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아군을 격려하는 연설을 하고, 제국군 가이에스부르크 파견군은 3만 7천 척 중 2만 9천 척을 잃었지만 질서정연하게 후퇴했다.

이후 응웬과 알라르콘의 분함대 8천 5백척이 패잔병 추격에 나섰지만 곧바로 2만 4천척에 달하는 제국군 구원함대와 맞닥뜨렸다. 의외의 사태에 놀란 응웬은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그 와중에도 미터마이어의 기함 베어볼프만이라도 잡으려고 발악했지만 그대로 섬멸당하고 만다. 두 제독은 양 웬리의 본대 2만 척이 접근하자 더 이상의 전투를 포기하고 퇴각했다.


[1] 1위 기록은 7주 동안 진행된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2] 다만 힐다와 달리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공식적으로 라인하르트에게 반대의견을 표하지는 않았다. 이들의 불만은 무능한 샤프트가 이 원정계획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과, 오베르슈타인 등의 주장으로 자신들이 공략작전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최종결정은 주군 라인하르트가 내린 것이고 함대 인사까지 결정된 마당이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일도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들의 반대는 사적인 자리에 한정되었다. [3] 수리 작업은 작전 진행에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최소한도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탓에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암살 당한 연회장이 그대로 방치되어 버렸고, 이게 시찰을 위해 요새로 온 라인하르트에게 목격되어 처참한 현장에서 자기 잘못으로 목숨을 잃은 친우를 떠올린 라인하르트가 홀로 상념에 잠기는 해프닝이 있었다. 라인하르트는 켐프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뭐라 말을 하지 않았으나, 켐프 대장은 아무리 그래도 연회장은 손을 봤어야 했다고 잠시 자책하기도 했다. [4] 워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최선의 상황은 워프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가장 최악의 상황은 요새 전체가 아공간의 미아로 전락하거나, 엔진 이상으로 대폭발을 일으켜 요새 전체가 파괴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요새 단독으로 워프하는 것이 아닌 1개 정규함대가 같이 이동되어야 했다. 샤프트는 기세등등했으나 켐프는 이 자가 뭘 믿고 이리 자신감만 높냐며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5] 황제 납치 사건에 필요한 사전 공작을 위해 오딘으로 파견되었다. [6] 이 시기의 페잔은 제국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거머쥐고 있었고, 전쟁으로 파탄 직전에 몰린 동맹의 경제는 사실상 장악 직전 단계까지 온 상태였다. 자유행성동맹이 멸망하더라도 동맹의 경제 구조는 온전하게 남을 것이고, 설령 동맹 경제망이 붕괴되더라도 페잔 자치령이 제국의 은하통일에 공헌하면 통일제국의 경제적 이권을 보장받는 건 당연지사. [7] 나중에 나오지만 양 웬리 대장 사문회의 개최 이유는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진압 당시의 작전 내용을 꼬투리 잡거나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한 발언 일부를 문제삼는, 최전선 지휘관을 수도까지 호출하여 사문회를 벌일 이유도 안되는 것들이었다. [8] 립슈타트 내전으로 로엔그람 공작이 최고권력자로 떠오른 뒤 제국에 개혁의 바람이 불면서, 정식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 시대까지 반란군으로 멸시하던 자유행성동맹이 어느 정도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켐프가 동맹군을 반란군으로 부르다가 바로 정정한 것은 이런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9] OVA에서는 '가이에스하켄',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궁니르', DNT에서는 '츠바이헨더'. [10] 이제르론 요새에 대한 설정이 원작과 OVA, DNT가 각각 다르기에 소설판에서는 제국군은 공병대와 장갑척탄병 연대를 동원하여 이제르론 요새 외벽에 상륙하여 구멍을 뚫으려 시도했고, OVA에서는 유체장갑층이 추가되었기에 양군이 수상고속정 같은 장비를 타고 백병전을 벌이는 형태로 묘사되었으며, DNT에서는 폭탄을 투하하여 인공 해일을 일으켜 부유포대를 무력화한 뒤 그대로 강습양륙함을 투입, 우주항을 통해 요새 내부로 침입하여 백병전을 벌였다. [11] OVA에서는 이제르론 요새의 표면은 유체금속이 덮고 있는지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근접해 조석 현상이 발생, 토르 하머를 사용 불능으로 만든건 물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자체의 유체금속을 정면으로 쏠리도록 유도해 방어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반면 이제르론 요새는 앞쪽으로 쏠린건 좋았는데 그 덕분에 반대편의 유체금속이 얇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12] 1기가 미끼가 되어 적기를 유인하면 뒤에서 2기가 동시에 공격하는 전법. [13] 켐프 대장은 연령 상으로 제국 라인하르트 원수부에서 가장 연장자였으나 직책은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에 밀려있어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전투가 이들을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 켐프가 초조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4] 가이에스부르크와 이제르론의 중력이 겹치며 양측의 유체금속층이 정면에 집중되어 전면의 방어력은 강해지지만 측면과 후면의 방어력이 약화되었다. [15] "양 웬리는 용맹한 군인으로는 조금도 보이지 않으나, 그 점이 바로 양 웬리가 무서운 점이다." [16] 이 사람이 구국군사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에반스 대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7] 가이에스부르크의 주포와 포대를 이용해 이제르론 주둔 함대를 견제하고, 모든 함대를 동원하여 동맹 지원군을 섬멸한다. [18] 이 방법은 동맹 지원군의 규모와 질적 수준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선택하기 힘든 선택지이다. 제국군의 함대는 계속된 전투로 피로해진데가 숫적으로도 1개 함대 이하로 감소한 상태, 동맹 지원군이 1개 함대 이상만 되어도 상당히 불리한 전투를 벌어야한다. [19] 마찬가지의 이유로 지원군의 규모를 모르는 이상 선택하기 쉬운 방법이 아니다. [20] 가장 최악의 방법. 이제르론 요새와 주둔 함대를 상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함대를 나누어 양쪽으로 파견할 경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아군 병력이 각개격파당할 뿐이다. [21] 전투를 계속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존재 덕분에 이제르론에서도 함부로 함대를 출격시킬수 없는 상황이니, 이제르론 주둔 함대를 한 차례 봉쇄시킨 다음에 모든 함대를 출격시켜 동맹 지원군을 격파한다. 이후 가이에스부르크와 함께 이제르론 공략을 계속한다. [22] 패배했음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가장 최고의 방법. 동맹 지원군이 등장한 이상 숫적 열세에 가이에스부르크를 기점으로 앞뒤 포위망이 형성되어버리기 직전의 상황이다. 전투를 계속하는게 어려운데다가 철수 수단인 가이에스부르크는 아직 건재한 만큼, 함대를 물려 퇴각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령관 켐프 입장에서는 전공을 세울 기회를 놓치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처벌을 면하더라도 원수 승진은 물 건너간 일이 되어버린다. 켐프 입장에서는 쌍방 공격보다 더 선택할 수가 없는 선택지인 셈. [23] 여담으로 만약에 켐프가 여기서 철수했었다면, 훗날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당시 양 웬리와 동맹군에게 생지옥을 경험하게 해줄 수도 있었다. 양 웬리는 이제르론을 버리고 철수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요새 함락을 막는데 전력을 다해야하고, 양 웬리가 또 기적을 일으켜서 동맹령으로 철수했다고해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대량의 보급 물자와 주둔함대를 수용한 채로 동맹령 어디든 워프아웃해버리면 그 양 웬리조차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이동요새에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간단하게 무너뜨렸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가이에스부르크를 이제르론 옆에 붙여두기만 하면 난공불락의 요새 2개가 서로 연계하여 회랑을 철통봉쇄함으로써 양 웬리의 전후 전략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24] 무고한 장병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양 웬리의 본성을 알고있던 프레데리카는 당연히 웃지 못했다. [25] 요새를 충돌시킨다는 발상은 간단하지만 일반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기행이기도 하다. 애초에 가이에스부르크는 전 은하계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이동요새로 그 전략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유능하지만 전통적 무인의 정신을 중시하던 켐프로써는 감히 떠올리거나 시도하지 못할 방법. 다만 애초에 이 방법은 켐프의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라인하르트가 사전에 명령을 내려두지 않은 이상 켐프의 잘못도 아니다. [26] OVA에서는 동맹군 이제르론 주둔함대가 연기하는 장면을 추가했는데, 출격하자마자 제국군의 사격이 쏟아지니까 유체경면장갑 아래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후, 유체장갑 바로 아래에서 잠시 대기하다 재출격하는 식으로 묘사하였다. [27] 그 반면 양은 우주의 먼지가 되어가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를 바라보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28] DNT에서는 한술 더 떠서 충격파 이외에도 옆을 지나가던 순양함 한척이 충격파 때문에 침로를 잃으면서 뤼벡함과 충돌하는 바람에 지휘석에서 굴러떨어진다. [29] 립슈타트 전역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켐프의 전사도 충격이거니와 중상을 입은 뮐러가 이끄는 700여 척의 아군 생존자 집단의 몰골을 보자 아무리 온화한 미터마이어라도 분개할 수 밖에 없었다. [30] 동맹군은 제국군이 준비한 모든 함정에 걸려들었다. 이 한심한 모습에 미터마이어는 양 웬리에게 허를 찔렸던 암릿처 회전 당시의 모습을 회상하며, 이들이 진정 그 양 웬리의 부하인 것이냐며 한심스럽게 여겼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암릿처에서 싸웠던 적들도 이러진 않았다.' 라고 극딜했을 정도. [31] 응웬 반 티우 소장은 자신의 기함이 6번의 포격을 맞은 끝에 폭발하면서 사망, 알라르콘 소장은 기함이 광자 미사일 공격에 두 동강나고 함교가 위치한 함수 부분이 앞으로 날아가 아군 순양함과 충돌하며 폭발한 끝에 사망했다. [32] 이제르론 공략전의 지원군으로 출전한 터라 장기전을 위한 보급 물자가 준비되지 않았다. 원 계획대로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보급을 받았겠지만 요새와 켐프 함대가 모두 소멸되었으니 오래 전투를 벌일 처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애초에 숫적으로 불리한 양 웬리가 순순히 전투를 벌여줄 리도 만무했다. [33] 이때 양은 곁에 있던 율리안에게 저게 바로 명장이 싸우는 모습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34] 해적판인 을지서적판은 오역으로 겨우 700여척 적군에게 패했다라는 엉터리 오역을 했다. 정확히는 겨우 700여척 남기고 나머지 아군 함대 대다수를 잃었다라고 나온 부분을 이렇게 번역해버렸다. [35] 원작 소설에서는 생사 여부가 드러나지 않으나 OVA에서는 양 웬리의 계책에 넘어가 포위 공격을 당하는 시점에서 모두 전사했다고 언급된다. [36] 이제르론 주둔 함대는 큰 피해가 없었으나 전투 후반부 들어 전공에 눈이 멀어 추격을 금지한 양 웬리의 명령을 무시하고 무작정 나선 응웬과 알라르콘의 분함대가 패주하는 제국함대를 추격하던 중,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의 기습작전에 의해 괴멸되었다. 응웬과 알라르콘은 전사했으며 지휘하던 함대 약 5천척도 상당수 격침되었다. [37] 제국군의 대병력이 침공해온 시점에서 요새 사령관 양 웬리를 사문회에 소환한 책임을 지고 사임. 다만 어디까지나 트뤼니히트의 바지사장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을 뿐이라 말이 사임이고 좌천이지 다른 자리를 배정받았다. [38]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의 좌천 소식에 발빠르게 트뤼니히트에게 뇌물을 바치며 환심을 샀다. [39] 다만 명령을 위반하고 멋대로 추격에 나선 끝에 반격을 받고 본인은 물론 휘하 함대까지 모두 잃어버렸으니 좋은 처분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40] 다만 손실비율로써는 8차 이제르론 공방전이 최악의 패배지만 제국군 역사에서 최대의 피해는 주요 지휘관을 포함하여 장성만 60명 이상 전사한 제2차 티아마트 회전이다. [41] OVA에서는 미소지으며 "라인하르트 님"이라고 말하는 키르히아이스의 환상까지 봤다. [42] 그러나 후일 버밀리온 회전에서 죽기 직전이던 라인하르트를 한 번이나마 구한 것이 뮐러였다는 사실을 감안히면 라인하르트는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만약 뮐러에게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면, 뮐러가 구하러 오고 싶어도 못 오거나 활약이 저조했을 것이다. 이 때 용서받은 뮐러가 결과적으로 버밀리온 회전에서 라인하르트의 목숨을 구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 [43] OVA에서는 이 광경을 본 메크링거가 차마 더 있지 못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린다. [44] 양 위의 쿠브르슬리, 뷰코크 같은 인물들이 진급한지 얼마 안 된 대장이었다. [45] 양은 그동안 받은 훈장은 구석 어디에 처박아두고 잊어버렸다. 율리안은 세월지나면 골동품상에 내다팔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훈장을 담은 케이스는 예쁘다며 세면대에 두고 비누를 넣을때 썼다. 이런 것이 알려져서인지 동맹정부 요인들은 무척 격분했다고 한다. [46] 물론 예산은 많이 들겠지만 어차피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은 이제르론 요새를 재점령하여 이제르론 회랑을 다시 제국이 장악하자는 목적으로 일으킨 만큼, 성공하면 이제르론 회랑은 확실히 장악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 같은 것을 더 일찍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단시 시간을 1년 앞당기는 것이고 이 1년 사이의 차이가 페잔 회랑의 장악과 은하제국 정통정부 수립이니 사실 제국과 동맹 양국의 상황 차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라인하르트와 양의 발상대로 진즉에 켐프가 이제르론에 가이에스부르크 꼬라박을 시전했다면, 양 함대의 일원 다수는 전사했을 가능성이 높고 설사 전사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전개에서 양 함대가 근거지로 삼을 곳이 없어진다. 작외적 관점으로는, 결국 제국이 승리했다면 이야기 자체가 더 빨리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 된다. [47] 제국군의 쌍벽이라고까지 불리는 유능한 지휘관을, 30대의 한창 나이에 말이다! [48] 그나마 폐해나 부작용이 덜한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작가 자신이 여러번 강조하듯 엄정한 신상필벌은 건강한 국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정치적 고려때문에 줘야 할 상을 주지 않는 것은 국가의 기강을 무너트린다. 그냥 소규모 군사작전에서의 승전이라면야 이럴 수 있겠지만 이정도 대규모 전투는 훈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49] 당장 작중에서도 립슈타트 전역 당시 메르카츠 제독 역시 주력군이 라인하르트를 상대하는 사이 별동대가 오딘을 제압하고 황제를 옹립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문벌귀족연합군의 조직구조상 선택할 수 없다고 보고 포기한 바 있다. 전략/전술 차원에서 아무리 효과적인 수단이라도 조직이나 정치 등 높은 층위에서 문제가 있으면 선택할 수 없다는 것. [50] 실험이 성공한지 얼마안돼서 총사령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식으로 출전을 할 수는 없다. 본인의 안전 이전에 재국재상으로서 정권을 장악한지 얼마 안되는 라인하르트가 혹시 모를 사고로 증발해버리기라도 하면 이미 2인자가 죽고 없던 라인하르트 체제는 곧바로 내전 확정이다.그럼 그게 두려웠다면 아예 이 전투를 하지 말았어야지 [51] 라인하르트가 원수가 된 후 원수부를 열었을 시 있었던 장군들 중 하나인데 여기에 소속되었다는 것은 실력이 보증된다는 뜻이다. 발퀴레 출신으로서 동맹군의 스파르타니안을 잡는 전법을 세운 사람이기까지 했다. [52] 단지 이 전투에서 뮐러와의 대화에서 양 웬리는 기묘한 남자라며 암릿처에서 자기가 이기고 있는데도 후퇴하고 있었다고 술회했을 뿐이었다. [53] 애당초 라인하르트도 양이 잘하는것이 도망이라며 도망 잘치는것도 잘하는거라고 말했다. 대신 본인은 도망칠때 도망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54] 실은 이게 제일 잘 먹혔다(...) 정확히는 '정부와 군 관계자들이 인질로 붙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 제일 잘 먹혔다. [55] 아내와 어린 두 아들뿐 아니라 처가에도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56] 전장에서의 활용도 측면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야 제몫을 할 상황이라고 해도 패배를 유예하는 정도의 기능밖에 없지만, 워프 가능한 이동식 거대요새의 활용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세한 것은 후술. [57] 엄밀히 말하자면 요새와 주둔함대를 먼저 보내고 이후 증원군을 보내는 것도 상책은 아니다. 이는 은영전을 비롯한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에서 여러번 비판한 병력의 축차투입이기 때문. 전투를 치르려면 충분한 전력을 단숨에 투입해야지, 상대적으로 열세인 전력을 찔끔찔끔 보내어 매번 각개격파당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여러번 비판했다. 이를 감안하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와 수용함대가 이젤론 회랑에 워프하여 나타날 시점 무렵에 도착하도록 미리 함대를 출격시켜 합류이후 함께 전투에 돌입하게 하는 쪽이 가장 바람직한 것. 다만 너무 많이 투입시키면 회랑 전투처럼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넓은 우주공간에 뭔 병목현상이냐 싶겠지만 은영전 세계관에서는 그렇다. 무엇보다 축차투입이라고 말했는데 축차투입을 하면 먼저 나가떨어지는건 동맹이다. 축차투입에서의 단점이 일어나려면 두 진영이 어느정도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동맹은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인해 남은 함대가 단 두개 뿐이었다. 라인하르트가 맛이 가서 병력을 마구잡이로 계속 투입하면 제국, 동맹 모두 엄청난 손실을 입겠지만 결국 이기는건 제국이다. 이런 경우는 축차투입이 아니라 파상공세라고 한다. 실제로 나중에 벌어진 회랑 전투에서 잘 버티던 양 웬리 함대는 소모전으로 흘러가자 밀리는 양상이 되었다. 라인하르트가 소모전을 싫어해서 그랬지 소모전을 강요당하면 불리한 쪽은 제국령 침공작전 이후 언제나 물량이 딸리는 동맹-양 웬리 함대였다. [58] 실제로 샤프트가 작전 실패에 대해서 자신이 아니라 일선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하네 말을 하자 누가 너더러 패전 책임을 지랬냐며 케슬러를 통해 샤프트의 죄상을 말한다. 즉 라인하르트는 샤프트가 패전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은 아니다. [59] 통상적으로 본다면야 그냥 지원군 좀 늘어난 수준에 그 지원군이란 것도 1개 함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 지원군이 온 것이 패착이 된 것은 그들을 지휘하는게 양 웬리 였다는 것이었다. [60] 양 웬리의 부재를 알기만 했더라도 상황은 제국군 우세로 흘러갔을 것이다. [61] 당연하지만 지원군이 도착하면 공적을 독점할 수가 없다. [62] 이 경우 켐프의 말은 사실일지는 모르나 문제는 그 다음에는 뭘 할 것인지가 문제다. 동맹령을 활개친들 동맹을 정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당장 하이네센에는 1개 함대가 있다.) 전진 기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직후 양 웬리의 계책에 또 한번 걸려들어가 사실상 포위당하다시피 하기까지 했다. [63] 여태 묘사된 요새포의 화력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대행성 포격에 사용할 경우 도시 정도는 우습게 갈아엎을 위력으로 추정된다. [64] 다만 이제르론 요새는 원래 제국의 것이었으므로 동맹이 빼앗았던 요새를 탈환한다는 명분은 있다. [65] 보통 이제르론 주둔함대를 전멸시킬 즈음. 전투 종료 후 양 웬리의 원군이 도착해 뜬금없이 열세에 몰리는 이벤트로 넘어간다. [66] 켐프, 뮐러 둘 다 나와있거나 뮐러가 입항해 있을 경우 [67] 초조해진 나머지 자리에 앉으면 항상 다리를 덜덜 떨고 있다. [68] 키르히아이스가 암릿처 회전에서 샤프트가 개발한 지향성 제플 입자를 이용해 큰 전과를 거둔 것을 언급하며, 본디 키르히아이스가 맡았을 이제르론 요새 탈환 작전을 키르히아이스를 대신하여 자신이 입안한 작전이 이제르론을 탈환할 거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