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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총 4개의 국어가 있으며, 이 중 독일어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2. 설명
스위스 헌법상 국어는 4개지만 엄밀히 말하면 연방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총 3개다. 로망슈어 화자 수가 불과 5만 명이기에 연방 정부 업무를 모두 로망슈어로 처리할 인원이 없을 뿐더러 수요에 비해 타당치 않다. 다만 로망슈어 지역에 한해 연방 업무를 로망슈어로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스위스 헌법 제4조 및 제70조 참고).연방 정치인들은 대개 2개 내지 3개 공용어 모두를 할 줄 알아서, 각자 본인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다문화권 사람들이 한 국가를 형성하고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타협과 존중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물론 국민의 다수인 독일어 화자들이 우세한 위치에 있는 게 현실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언 언어는 관습상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한정한다. #
결과적으로 3개 공용어를 실제로 구사하는 의원들은 보통 이탈리아어권 사람들인데, 원칙상 이탈리아어를 사용할 권리는 있지만 다른 의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주로 사용한다. 어느 한 이탈리아어권 의원이 말하기를, 의회에서 발언할 때 자신의 선거구 주민들을 염두에 둔 내용이면 이탈리아어로, 다른 의원들이 들어줬으면 할 때는 프랑스어로,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기 위해선 독일어로 말한다고 했다.[1]
스위스 연방 평의회(내각/국무회의) 기자 회견.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거침없이 섞어 가면서 질의응답 하는 걸 볼 수 있다.[2] |
공문서는 세 개의 공용어로 동시 발행하되, 업무는 관공서 소재지 칸톤의 공용어로 본다. # 연방 공용어가 3개라도 실제 사용은 실용적으로 한다는 뜻. 즉 취리히에 있는 연방 정부 기관에 가서 이탈리아어로 말을 해도, 취리히는 독일어 칸톤이라 공무원은 독일어로만 업무를 봐줄 것이다.
연방 정부와 별개로 각 칸톤마다 공용어를 따로 지정한다. 보통 칸톤 언어는 연방 공용어 중 하나와 들어맞는데, 일부 칸톤은 위치상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공동 공용어로 채택했다. 공용어가 세 개인 칸톤은 그라우뷘덴이 유일하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이런 지역들은 도로판에 도시 이름을 각 언어로 병기한다 (Bern/Berne, Fribourg/Freiburg 등). 물론 칸톤마다 소수 공용어 화자가 존재하지만, 칸톤 정부 관공서는 자기 칸톤 언어만 사용한다. 언어 위주로 국토가 구분되는 건 벨기에와 비슷하지만 전자와 달리 스위스는 다른 언어 화자 간 갈등은 없는 편이다.[3]
대부분의 스위스 사람들은 2개 국어 이상을 할 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도 잘해서 영어로 의사소통 하기에도 큰 문제는 없다. 스위스 학교는 독일어권에서는 프랑스어→이탈리아어 순으로, 프랑스어권에서는 독일어→이탈리아어 순으로, 이탈리아어권에서는 독일어→프랑스어 순으로 가르친다. 각 칸톤마다 연방 공용어들 외 영어와 기타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일부 독일어권 칸톤에서 초등학교 때 영어를 우선 가르치고 중학교 과정부터 프랑스어를 추가하는 방침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
주류 언어는 전국민의 70%가 사용하는 독일어지만 프랑스어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어가 가진 전통적 국제 언어로서의 위상도 있고 제네바, 장 칼뱅, 퐁뒤, 적십자, 국제올림픽위원회, 시계 산업 등 스위스에 대한 해외 인식이 대개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위스는 모국어 화자 외에도 프랑스어를 잘하는 국민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모두 합하면 인구 절반이 프랑스어 화자라서 엄연한 프랑스어권 국가라 할 수 있다.[4] 그리고 스위스는 프랑코포니 정회원국이며 국제 무대에서 프랑스어를 꾸준히 사용한다.[5] 스위스 국가대표팀 유니폼에도 국가 이름은 프랑스어로만 쓰여져 있다. 한국이 비영어권 각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보통 조약문을 3개 언어(영어, 한국어, 상대국 언어)로 작성하는데, 스위스와 체결한 조약은 프랑스어를 상대국 언어로 하고 있다.
독일어가 대다수의 언어지만 정작 독일 영화 시장이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여서 스위스 영화는 대체로 프랑스어 영화로 제작하고 프랑스 영화 시장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내 이름은 꾸제트나 알랭 태너의 2000년에 25살이 되는 요나, 위르실라 메이어의 시스터, 장뤽 고다르의 말년 작품들 모두 스위스 영화이면서도 프랑스어로 찍었고 프랑스 입김이 강하다. 독일 영화로 편입된 스위스 영화인으로는 비투스로 유명한 프레디 M. 무러와 다니엘 슈미트, 배우 브루노 간츠 [6]가 있다.
2018년 연방 통계청에 의하면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프랑스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용자 비율이 23%로 커진 반면, 독일어는 63%로 줄고 이탈리아어와 로망슈어는 각각 8%와 0.5%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 이전인 2004년에는 스위스의 이탈리아어 화자와 로망슈어 화자가 줄어들자 이탈리아어 화자들이 보존을 촉구한 적이 있었다. #
3. 독일어
독일어 공영 방송(SRF) 뉴스. 표준 독일어로 방영한다.[7] | 연방정부 대국민 편지 영상. 이례적으로 표준 독일어가 아닌 각종 스위스 독일어 방언으로 말을 한다.[8] |
스위스 내에서 가장 사용자수가 많은 언어가 독일어이며, 스위스의 4개 공용어 중 영향력이 큰 언어이다. 취리히, 베른, 루체른의 주 언어다.
하지만 독일어의 스위스 지역 방언인 알레만어(Alemannisch/ 스위스 독일어)는 표준 독일어와 꽤 다르다. 최근에는 아예 독일어와 독립된 언어인 알레만어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다. 글로 쓸 때는 대부분 표준 독일어를 쓰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알레만어 또는 알레만어의 특징이 섞인 표준 독일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억양과 발음의 차이도 상당하다. 알레만어는 슈투트가르트를 비롯한 서남부 독일 지방에서도 통용되는 사투리이다. 또한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알자스어)도 이 계통의 말이다. s가 어두에서뿐 아니라 어중에서도 sch의 발음으로 변화하며, 현재시제 복수 동사의 어미가 모두 -et으로 통일되고 파열음 k 상당수도 파찰음 ch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 방언은 무성파열음을 프랑스어처럼 된소리로 내기도 한다.[9] 수업은 표준 독일어로 하지만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알레만어로 수다 떠는 진풍경이 펼쳐진다.[10] 표준 독일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는지에 따라 교육수준을 대충 알 수 있으며, 자기 나라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스위스인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게 바로 표준 독일어 화자들 앞에서다.
스위스 독일어의 명성과 달리 SRF 타게스샤우 등의 뉴스 진행자는 표준 독일어로 진행한다. 인터뷰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구사하는 언어는 표준어인데 방언의 억양이 있는 경우 부터 스위스 독일어를 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4. 프랑스어
스위스 내 프랑스어 사용자는 독일어 사용자 다음으로 많다. 스위스 내 프랑스어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부 지역에서 에서 주로 쓰이고 있으며 사용 지역을 로망드라고 부른다. 제네바와 로잔의 주 언어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통일 이탈리아의 통치 가문이었던 사보이아 가문의 영향으로 프랑스어 사용 지역이 되었다.[11]독일어와 달리 스위스 프랑스어는 프랑스 본토 언어와 매우 비슷하다. 스위스 프랑스어권의 경우 원래는 프랑코프로방스어(Franco-Provençal)가 사용되는 지역이었으나, 현대에는 거의 본토 프랑스어로 대체되어 발음이나 문법에선 차이점이 거의 없고, 사용하는 어휘만 다소 다르다. 오히려 벨기에와 더불어 프랑스보다 더 전통적인 언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본토 프랑스어와 다른 단어들은 대부분 벨기에와 같이 공유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사라진 숫자 법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거나[12] 식사 용어가 파리와 프랑스 북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13] 그리고 다국어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스위스 내 다른 국어들에서 유입된 단어들도 꽤 있다.
스위스 프랑스어의 최대 특징이 말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는 관념인데[14] 실은 이 느낌을 주는 건 속도가 아니라 말높이를 살짝 들었다 내렸다 하는 특유의 억양 때문이다. 이건 스위스 사람뿐만 아니라 국경 건너편 프랑스 지방의 특징이기도 하다. 옛날 프랑스 정치인들이 연설하는 걸 들어보면 표준 프랑스어도 비슷한 억양이 있었다.
프랑스어권 공영 방송(RTS) 뉴스.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취재에 응하는 일반인들도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한다. 모두 표준어를 사용하는 동시 특유의 가락을 섞은 스위스식 억양을 보여준다. |
5. 이탈리아어
6. 로망슈어
그라우뷘덴(Graubünden) 주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유어인 로망슈어는 형식상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론 스위스내의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비해 사용자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프랑스에 남아있는 오크어나 영국에 남아 있는 게일어 수준. 그냥 주의 자치권을 인정해주는 나라다 보니 공용어 지위를 갖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거기에다 로망슈어는 사투리차이가 매우 큰 편이다보니 로망슈어간의 사투리 사용자들은 독일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하는 실정이다.7. 기타 언어
스위스에 이주민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스페인어, 세르보크로아트어, 알바니아어, 튀르키예어, 아랍어, 중국어( 표준 중국어), 페르시아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의 언어 화자들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1]
2014년 스위스 연방 의회의 필리프 슈바브(Philippe Schwab) 사무총장이 본 의회의 다언어 환경에 대해 연설하는 내용 중 인용한 예다. 본문은 "Le Parlement suisse comme espace plurilingue"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2]
특히 외교정책 담당인 이그나치오 카시스(Ignazio Cassis) 평의원은
이탈리아어권 출신이지만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발언을 한다 (15:59). 이탈리아어권 기자 한 명이 다른 평의원들에게는 프랑스어로 질문을 하지만 카시스 평의원과는 이탈리아어로 질의응답 하는 걸 볼 수 있다 (1:01:44).
[3]
벨기에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공용어로 지정했지만, 지역 및 언어 갈등이 매우 심한 편이다. 원인은 왈롱 지방의 프랑스어 화자들로 비롯되며, 왈롱-플란데런의 경제력이 뒤바뀐 이후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4]
프랑코포니 기구가 2014년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어 화자 수가 570만 명, 즉 인구의 67%에 달한다. 아래 내용에 나오는 2018년 연방 통계청 집계를 따르면 프랑스어 (모어) 화자 수가 23%니까 프랑스어를 제2 아니면 제3 국어로 하는 사람이 44%나 된다는 뜻이다.
[5]
스위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영상. 전형적으로 독일어권 스위스인이 프랑스어를 할 때 들리는 억양이다.
[6]
간츠는 프랑스 활동도 있었던 편이고, 상술한 태너의 백색 도시와 무러의 비투스 모두 출연하기도 했다.
[7]
아나운서 발음은 매우 표준인 반면 인터뷰에 응하는 국제관계 전문가는
스위스 독일어 억양이 강하다.
[8]
각자 자기의 모어 혹은 출신 방언으로 말을 하고 있다. 해당 의원 중 4명은 독일어 화자고, 2명은 프랑스어 화자이며 1명이 이탈리아어 화자다.
[9]
정확히 말하면 파열음의 구분을 성대 울림으로도, 기식으로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긴장도로만 구분한다. 그래서 어두가 아닌 어중에서만 변별력을 가진다.
[10]
이해가 어렵다면 지방의 학교에서의 국어 수업을 생각하면 된다. 수업은 표준어로 진행되지만 아이들은 방언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11]
사보이아 가문은 현대 프랑스
사부아에서 기원하여 시조
움베르토 1세 백작의 막내 아들
오도네가 결혼을 통해
이탈리아반도의
피에몬테를 상속받았기 때문에
민족주의가 발달하기 전이었던
중세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있었다. 사보이아 가문이
이탈리아인으로 완전히 정착한 것은
이탈리아 전쟁의 여파로
에마누엘레 필리베르토 공작이 1563년
샹베리에서
토리노로 천도한 이후부터였다.
[12]
10진법으로 70, 80, 90을 septante, huitante, nonante라고 한다. 다만 벨기에인과 제네바 등 프랑스 국경 인근에 사는 스위스인들은 70과 90만 이렇게 말하고 80은 프랑스 방식인 quatre-vingts을 사용한다.
[13]
아침을 déjeuner라고 하고(프랑스에서는 점심을 뜻하며 아침은 앞에 petit를 붙여 petit-déjeuner라 한다) 점심을 dîner, 저녁을 souper라고 부른다. 벨기에와 캐나다에서도 똑같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14]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어권 스위스 사람들이 말을 느긋하고 천천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알아듣기에는 좀 더 수월하다는 프랑스어 학습자들도 있다. 제네바쪽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 프랑스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이 말하는 듯하다.
[15]
비정상회담의
알렉스 맞추켈리가 스위스의 이탈리아어권인 루가노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