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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03:33:13

구개음화

파일:구개음화 예시.png
국역 성경 창세기 1장 1절 중 '천지'의 시대별 표기.
개역한글판 성경에는 구개음화가 일어난 발음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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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구개음화(, palatalization) 또는 구개화(口蓋化)란 음운론에서 경구개음이 아닌 자음이 특정 조건에서 경구개음으로 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경구개 앞에서 나는 치경음과 뒤에서 나는 연구개음에서 나타난다. 국제음성기호(IPA)에서는 구개음화된 자음의 뒤에 ' ʲ'를 붙여 나타낸다.

조음 위치가 바뀌는 구개음화 위주로 해설되나 러시아어의 연음처럼 경구개에 가까이 하는 이차조음도 동일한 명칭으로 불린다.

2. 음운론적 특징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설 고모음([i], [y])과 이에 해당하는 반모음( 접근음)([j], [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어, 독일어와 같은 일부 서구 제어에서는 비슷한 음가를 지닌 근전설모음([ɪ], [ʏ])으로 구개음화 현상을 피한다. 특히 미국 영어에서는 [ju] 발음이 /t, d, l, n, r, s, z/ 뒤에 오면 /j/ 발음이 탈락한다. 오히려 일부 슬라브어파에서 구개음화가 심하게 일어난다.

치경음, 후치경음의 구개음화 음가가 음소의 지위를 가지는 경우 치경구개음으로 분류한다.[1]

많은 음성현상이 그러하듯 구개음화도 음운화된(phonologized) 구개음화와 그렇지 않은 구개음화가 있다. 음운화된 구개음화는 다시 공시적 음운화와 통시적 음운화로 나뉜다. 한국어의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이 글에서는 음성적 구개음화에 집중하고 이에 파생되는 음운화된 구개음화도 다룬다.

또한, 위의 분류에 따라 한국어 규범문법에서 쓰이는 '구개음화'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해보자. 음운작용(phonological process)로서의 구개음화(palatalization)는 엄밀히 말해서 경구개음이 아닌 자음이 경구개음의 성질을 띠게 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구개음화'라는 용어는 착각을 유발할(misleading)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때의 '구개음화'는 반드시 파찰음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2] 본래 의미의 구개음화를 정의를 따른다면 'ㄷ', 'ㅌ'이 치경구개음 버전인 [ȶ](무성 치경구개 파열음)으로 변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규범문법에서 말하는 '구개음화'는 이 [ȶ]가 또 변이하여 [t͡ɕ](무성 치경구개 파찰음)로 되는 것을 지칭한다.

구개음이라고만 했지만 palatalization은 치경구개음, 경구개음, 후치경음[3]으로 바뀌는 걸 말한다.[4]

함경북도 육진 방언에서는 역사적 구개음화를 거치지 않았다. 예컨대 /조선/을 [됴선]으로 발음한다.

3. 사례

3.1. [t], [d]

원래 이것의 치경구개음 버전인 [ȶ], [ȡ]으로 변해야 하나 몹시 불안정해서 안정적인 [t͡ɕ], [d͡ʑ]로 바뀐다. 위에서 예를 든 '텬디([ȶʰʌn.ȡi])'라는 단어에서 ㅌ과 ㄷ을 구개음화시켜서 발음하면 '천지'([t͡ɕʰʌn.d͡ʑi])와 비슷한 발음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같이([kɐtʰi] → [kɐȶʰi] → [kɐt͡ɕʰi])와 굳이([kudi] → [kuȡi] → [kud͡ʑi])를 많이 꼽는다.

17세기 이후의 근대 한국어에서 나타나, 결국에는 ㄷ, ㅌ 뒤에 [i], [j]가 나오는 어떠한 조건에서든 다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ㄷ, ㅌ 뒤에 [i], [j]가 결합한 표기('댜, 디, 듀' 등)가 실제 발음([자, 지, 주] 등)과 괴리를 일으켰다. 결국 20세기 초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당시 이 같은 표기와 발음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아예 구개음화된 음([자, 지, 주] 등)에 맞추어 표기 자체를 바꾸어 버렸으나('댜, 디, 듀' → '자, 지, 주'), 맞춤법에 분철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위 예시의 '같이', '굳이'처럼 문법 형태소(조사, 접미사, 어미)가 결합할 때에 나타나는 ㄷ, ㅌ에 대해서만은 그 표기를 구개음화된 발음에 맞추지 않았다. 즉 '같다', '굳다'라는 어휘의 기본형이 있기에 그 어간 '같-', '굳-'을 밝혀 적어야 하므로, 표기와 발음에 차이가 생기더라도 ㅊ, ㅈ이 아닌 ㅌ, ㄷ으로 표기하는 것.

이것이 현대 한국어 표기에 ㄷ, ㅌ 계열 구개음화가 거의 형식 형태소가 붙었을 때에만 나타나는 이유다. 바꾸어 말하면, 현대 한국어 화자들의 입장에서는 '같이', '굳이'를 보고 표기 그대로 [가티], [구디]로 발음하려면 못할 것도 없으나[5] 과거 구개음화되었던 발음이 현대까지 전해 내려져 왔기에 '같이', '굳이'를 보고도 [가치], [구지]로 발음하는 것.

현대 한국어 용법에서 형식 형태소가 결합한 경우 외의 구개음화 용법은 고유명사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신기생뎐 등과 같은 작품 제목이 그것이다. 의 본래 한국 한자음은 '뎐'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그 발음이 [뎐]에서 구개음화한 [전]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것을 1930년대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면서 표기를 현실 발음 [전]에 따라 '전'으로 바꾼 것이다. 위 작품 제목들은 복고적 느낌을 주기 위해 표기를 '전'이 아닌 '뎐'으로 하고 발음은 [전]으로 하는 것. 표기와 발음이 다르므로 구개음화의 한 예시로 볼 수 있다.[6]

지명 중에도 구개음화되지 않은 발음이 공식적인 지명이 된 곳이 전국 이곳저곳에 꽤 남아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구개음화가 적용된 이름이 공식이지만, 창원시 진북면 대티리나 괴산군 청천면 대티리의 경우 똑같은 한자 大峙를 씀에도 불구하고 대치가 아니라 대티가 정식 지명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외래어에서도 여기까지의 구개음화가 일어나 '라디오'를 [나지오]로,[7] '센티미터'를 [센치미터]라고 발음하였지만,[8] 오늘날의 현대 한국어 체계 하에서는 ㄷ, ㅌ 뒤에 'ㅣ', 'y[j]'가 들어가는 새로운 단어에서는 치경구개음까지만 구개음화가 일어난다.[9] diorama를 누가 [지오라마]라고 읽겠는가. 이때 같았으면 듀공(수생 생물의 이름)이 주공(주택공사)이 되어 동음이의어로 취급했겠지만(둘을 구별한다면 듸우공으로 썼을 것이다), 현재는 명백히 다른 단어로 인식된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640px-Hwa-nam_Building.jpg
구개음화가 왕성할 때의 근대 한국에서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빌딩'을 '삘딍'이라고 표기했는데[10], 이는 '딩'을 구개음화시켜서 [빌]이라고 읽는 것을 막기 위해 'ㄷ'과 'ㅣ' 사이에 'ㅡ'를 넣어서 '딍'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지금도 종종 보이는 잔젤 같은 것도 구개음화(각각 잔, 젤이 된다)를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표기이다.

반면 '견디다', '버티다', '띠' 등 ㄷ, ㅌ, ㄸ의 구개음화가 적용되지 않는 단어도 몇몇 있다. 이 단어들은 본래 '견듸다', '버틔다', 'ᄯᅴ'로, ㄷ/ㅌ/ㄸ 다음의 모음(주로 ㅢ)이 ㅣ로 변한 것이다.

재미 한국인 중에는 Dunn 씨가 있다. 본래 '전' 씨였지만, 입국심사장에서 구개음화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j]가 탈락한 옛 평안도 말씨로 "던() 아무개"라 말하는 걸 미국 관리가 소리나는 대로 받아 적은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구개음화로 인한 과도 교정 현상도 존재했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640px-Saejae_dyosimbi.jpg
위 사진은 문경새재에 실제로 세워진 비석[11]인데,[12] 이 표석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구개음화가 활발해진 18세기 이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를 의도한 표기가 '됴'라는 것 자체가 이미 구개음화가 상당히 진행된 시기에 이 비석이 세워졌음을 말한다. 사실 '조심'의 '조()'는 초성이 원래부터 무성 치경 파찰음이기 때문에( 중고한어의 광운에서 [t͡sʰaw˨]이다)[13] ㄷ이 올 이유도 접근음 [j]가 올 이유도 없다. 조선 초기에는 '조', '초'가 [t͡so], [t͡sʰo]( 동국정운식 '초ᇢ')[14]라고 발음됐지만 나중에 [t͡ɕo], [t͡ɕʰo]로 발음되게 되었는데, 아마 이 [t͡ɕo]를 '됴'라고 인식해서일 것이다. 즉 [t͡so]와 [tjo]가 모두 [t͡ɕo]로 뭉개진 상황에서 [t͡ɕo]라는 발음에만 기대어 원음이 [tjo]였을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여 '됴'로 새긴 것. 다시 말해서 발음은 [조]로 하면서도(그리고 원래부터 ㄷ과도 [j]와도 관련이 없었는데) 쓸 때에는 "원래 '됴'로 써야 맞는 것이겠거니" 하며 지레짐작을 해 버린 경우이니, 과도교정에 해당한다.

다른 언어에서의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3.2. [s], [z]

이 경우 [ɕ], [ʑ]로 바뀐다.

대표적인 예로 시대([sidɛ] → [ɕidɛ]) 등이 있다. 중세 한국어에서는 ㅿ가 ㅣ를 만나서 [ʑ]라는 음가를 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국어 동남 방언에서는 구개음화가 더욱 폭넓은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예: 생각[섕각], 세 개[셰개]).

일본어에서는 의 발음이 구개음화되어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shi라고 적는다. 앞에 예로 든 '삘딍'과 비슷하게 구개음화되지 않은 si, zi 음가를 표현하기 위해 シ, ジ 대신 スィ, ズィ라는 표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걸 한국어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표기하자면 싀, ᅀᅴ 정도? 이 표기가 쓰인 예로,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새터민(탈북자) 표준 발음 교실<'싀장'이 아니라 '시장'>을 들 수 있다. 북한 서북 방언[20]에서는 '시'를 구개음화되지 않은 [si] 음가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si]를 '싀'로 표기한 것. 결국 위 링크는 '시'를 [si] 대신, 구개음화된 남한식 [ɕi]로 바꾸어 발음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페이지인 셈이다.

폴란드어에서는 s[s̪], z[z̪] 뒤에 i가 오면 ś[ɕ], ź[ʑ]로 발음이 바뀐다. siekać([ˈɕɛkät͡ɕʰ], 음식을 다지다), zimny([ˈʑimn̪ɘ̟], 추운) 등.

영국식 영어에서는 아예 [zj], [sj]를 [ʒ], [ʃ]로도 발음할 수 있다.

한국에서 1984년부터 2000년까지 쓰였던 변형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이 구개음화를 고려하여 '시'의 ㅅ을 sh로 표기하도록 했다.[21] 다만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이를 번거롭게 여겨 '시'의 ㅅ도 그냥 s로 표기한다.

3.3. [t͡s], [d͡z]

이 역시 구개음화된다. 앞의 [s] → [ɕ], [z] → [ʑ]와 마찬가지로 [t͡ɕ], [d͡ʑ]로 바뀐다. 맨 앞의 [t], [d]가 구개음화될 때 불안정한 [ȶ], [ȡ] 대신 안정적인 음가로 바뀐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그 안정적인 음가가 바로 이 음가이다.

대표적으로 현대 일본어의 ち가 이 음가를 낸다([t͡si] → [t͡ɕi]). 사실 일본어의 ち(chi)와 つ(tsu)는 た(ta)행의 다른 글자들과 마찬가지로 치경 파열음이었는데 무로마치 시대부터 파찰음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つ는 치경 파찰음으로 정착되었고([t͡sɯ]), ち는 뒤의 [i]로 인해 치경구개 파찰음으로 정착된 것.

현대 한국어에서는 ㅈ, ㅉ, ㅊ이 치경 파찰음에서 치경구개 파찰음으로 변했기 때문에 ㅈ, ㅉ, ㅊ 다음에 어떤 모음이 와도 [t͡ɕ], [d͡ʑ]로 바뀐 상태로 발음된다. 그래서 '자'와 '쟈'가 발음상으로 변별되지 않는다. 북한 문화어가 발음상 변별된다는 주장이 많으나 실제 북한 문헌은 이를 부정한다. 문화어 문서 참조.

폴란드어에서는 c([t̪͡s̪]), dz([d̪͡z̪]) 뒤에 i가 오면 ć([t͡ɕ]), dź([d͡ʑ])로 발음이 바뀐다. rzucić([ˈʐut͡ɕit͡ɕʰ], 던지다의 완료형[22]), niedźwiedzie([ɲɛd͡ʑˈvjɛd͡ʑɛ], 의 주격 복수형) 등.

3.4. [n]

이 경우 [ȵ]로 바뀐다.

대표적인 예로 언니([ʌnni] → [ʌȵȵi]) 등이 있다.

다만 '늬'의 경우가 다소 복잡하다. 일단 표준 발음법에서 표기상 선행 자음과 결합한 'ㅢ'는 [ㅣ]로만 발음하게 되어 있으므로 '늬'의 발음은 [니]로 옮긴다. 즉 '늬'를 발음한다고 해도 '느이'를 빨리 발음하듯이 발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늬'는 비록 [니]로 발음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니'와 달라서, 일반적인 '니'가 위에서 밝혔듯 구개음화되어 [ȵi]로 발음되는 한편, '늬'가 [니]로 발음될 때는 보통의 ㄴ이 붙은 [ni]가 된다. 한글로는 [ȵi]와 [ni]를 구별할 수 없고 똑같이 '니'로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운 것.

물론 상식적으로 n에 i가 붙자마자 곧바로 구개음화가 되지만, '늬'의 경우에는 모음인 ㅢ의 발음법을 따라 일단 '느'를 발음한 후 'ㅣ'를 덧붙이려 하기 때문에 n과 i가 바로 맞붙지 않으므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n과 i 사이에 뭔가가 또 있지만 거의 [ni]처럼 발음된다.

이를테면 '뉴스(news)'의 예전 표기 '늬우스' 등도, 영어에서의 구개음화되지 않은 [nju] 발음을 나타내기 위해 끌어들인 궁여지책 표기. '늬우'는 구개음화되지 않은 [niu]로 발음되기에, news의 [nju]에 근접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표준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자음+반모음+모음'이라는 음절 구조에 더 주목했는지는 몰라도 그냥 '뉴스'이다.

폴란드어에서는 n[n̪] 뒤에 i가 오면 ń[ȵ]로 바뀐다. ani[ˈaȵi](~도 아니고 ~도 아니다) 등.

3.5. [l]

이 경우 [ȴ]로 바뀐다.

대표적인 예로 물리([mulli] → [muȴȴi]) 등이 있다.

3.6. [k], [ɡ]

이 경우 [kʲ]~ [c], [ɡʲ]~ [ɟ]로 바뀌며 더 나아가 위에 있는 치경구개 파찰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완전히 경구개음인 경우는 잘 없다.

주로 동남 방언에서 볼 수 있다. 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꽤 있는 편이다. '기름'도 [지름]으로 발음한다. 일부 서남 방언에서도 나타난다.

車를 '수레 거', '수레 차' 두 가지 발음으로 읽을 수 있는데, 구개음화되지 않은 발음 [kiɔ˧]에서 '거(반절: 九如切)', 구개음화된 발음 [tɕʰia˧]에서 '차(반절: 尺遮切)'로 읽는다.

중국공산당의 창당 멤버였던 李大釗(리다자오) 한국 한자음으로 '이대교', '이대소', '이대조' 등으로 읽는데, '교'(반절: 古堯切)는 구개음화되지 않은 발음 [keu˧]에서 온 독음이고, '소', '조'(반절: 止遙切)는 구개음화된 발음 [tɕiɛu˧]에서 온 독음이다. 한국 한자음에는 '쇠'라는 독음도 있다.

중국어의 방언 중 관화 계열의 방언 대부분에서는 청말 민초 전후로 구개음화 현상이 크게 일어났다. 근세 관화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노걸대언해를 보아도 갈 거자는 , 풀 해자는 로 발음하도록 표기되어 있었으나, 좀 더 후대에 간행된 중간노걸대언해(重刊老乞大諺解)에서는 去의 발음이 ᄎᆔ로 표기되었고 현재는 qù(취), jiě(제[23])로 발음하고 있다. 한국 한자음에서 'ㄱ'이 초성인 한자는 중국어에서 'ㅈ', 'ㅊ'을 초성으로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대 표준 중국어가 19세기 후반부터 심해진 관화의 구개음화 현상을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난징조약, 베이징조약, 신축조약 문건 같은 역사적 고문서에서 베이징 Peking, 난징을 Nanking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구개음화 이전의 발음을 전사한 데서 유래했다. 또한 청나라 말까지만 해도 여전히 팔기군 귀족 사회나 만주에 잔류한 만주족 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화자가 남아있었던 만주어 화자들에게서도 중국어 관화의 영향을 받아 구개음화 현상이 관찰되었으나, 만주어는 구개음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려던 찰나에 청나라의 멸망, 일본의 괴뢰정권인 만주국 수립과 중일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수십명 이하의 원어민만 남은 사실상의 사어가 되어버린채 구개음화가 크게 반영되지 않은 19세기 중반까지의 형태로 박제된 학술언어로 전락했다.

고전 라틴어에서 C는 항상 [k] 발음이지만 구개음화의 영향으로 e, i, y 앞에서는 [ts]로 변했고, 로망스어군의 각 언어들로 분화하면서 e, i, y 앞에서 [s]( 프랑스어, 스페인어[24],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 아라곤어, 포르투갈어)로 변하거나 [t͡ʃ](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교회 라틴어)가 되었다. [ke]와 [ki]를 나타내기 위해 que와 qui( 프랑스어, 스페인어,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 아라곤어, 포르투갈어), che와 chi(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25], 카탈루냐어, 포르투갈어에서는 a, o, u 앞의 c도 [s]로 발음하고는 하는데 이 때에는 세디유가 붙은 ç를 쓴다.[26]

더불어 고전 라틴어에서 G는 항상 [ɡ] 발음이지만 구개음화의 영향으로 e, i, y 앞에서는 [dz]로 변했고, 로망스어군의 각 언어들로 분화하면서 e, i, y 앞에서 [ʒ]( 프랑스어, 카탈루냐어, 포르투갈어)와 [h]( 스페인어[27])로 변하거나 [d͡ʒ](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교회 라틴어) 그대로 유지되었다. [ɡe]와 [ɡi]를 나타내기 위해 gue와 gui( 프랑스어, 스페인어, 카탈루냐어, 갈리시아어, 아라곤어, 포르투갈어), ghe와 ghi(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를 사용한다.

로망스어군이 아닌 영어에서도 프랑스어 철자법의 영향을 받아 c를 e, i, y 앞에서 [s]로 읽고, 일부 g도 e, i, y 앞에서 [d͡ʒ]이라고 읽는다. 이쪽은 [ke]와 [ki]를 나타내기 위해 che(chemical 등), chi(chiaroscuro 등)[28] 또는 아예 ke, ki를 쓰며, [ge]와 [gi]를 나타내는 표지는 따로 없어 닥치고 단어를 외워야 한다.(…)

게르만어파 북게르만어군 언어에서도 볼 수 있다.( 덴마크어 제외) 스웨덴어, 노르웨이어에서는 [k], [ɡ]가 전설모음을 만나면 [ɕ](혹은 [ç]), [j]로 발음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köttbullar는 쾨트불라르가 아니고 솃불라르, Göteborg는 괴테보르그가 아니라 예테보리, Norrköping은 노르쾨핑이 아닌 노르셰핑이라고 발음된다. 로망스어군과 달리 구개음화를 방지하는 문자를 삽입하지는 않는다.

3.7. [h], [ɦ]

어느 언어에든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ç]로 바뀐다.[29] h가 유성음으로 변이되는 경우 따라서 [ʝ]로 발음이 된다.

하나의 예가 있다면 힘([him] → [çim])이 있겠다. 근데 구개음화를 거치지 않고 [him]으로 발음하는 사람도 꽤 있다. 뒤에 ㅣ가 아니라 ㅢ가 오면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 게 표준 발음이었다. 때문에 늬, 희 등은 (적어도 당시에는 니, 히와 발음이 달랐기에) 맞춤법 정비 시 '자음+ㅢ' → '자음+ㅣ'로의 숙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h]가 구개음화된 [ç]는 조음 위치가 같은 [ɕ]와 음가가 비슷하기 때문에, '힘내라', '형님' 등이 각각 '심내라', '셩님'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아니면 독일어 München[ˈmʏnçən]을 '뮌셴'으로 듣는 경우도 있다. 또한 표준중국어에서도 과거 [h]였던 발음이 일부 'x[ɕ]'로 바뀌는 현상을 보인다. 'xia(夏, 여름 하)'라든지. 아이유가 '무엇인가[무어신가]'를 '무엏인가[무어힌가]'로 잘못 쓴 것 역시 둘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던 듯. 에도벤(도쿄 방언)[30]의 경우엔 아예 '히(ひ/ヒ)'와 '시(し/シ)'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31]

지역에 따라서는 [hj]가 [s]와 비슷한 발음으로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일찍이 근대 조선어 연구학자 고노 로쿠로는 [h]와 [j]가 만나면 구개음화되어 [ç]가 되는 음운 변동이 일어나는데([hj → ç]), 이것이 음운 변화 과정에서 [ɕ]를 거쳐([ç → ɕ]) [s]가 되었기 때문([ɕ → s])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ç]와 [ɕ]는 조음 위치가 비슷하며, [ɕ]가 [s]로 된 것은 한국어의 역사에서의 ㅅ 조음 위치 변화 과정과 일치하기 때문.[32][33] '형(兄)'이 [셩]도 아닌 [성]으로 발음되는 것은 이와 관련이 깊다.(/hjʌŋ → çʌŋ → ɕʌŋ → sʌŋ/)

'ㅎ'의 경우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후설 평순 고모음 ㅡ([ɯ])나 연구개 접근음 [ɰ]('ㅢ'의 ㅡ) 앞에서 연구개 마찰음 [x]로 사람에 따라 발음된다.

우크라이나어에서는 Г[ɦ] 뒤에 Є[jɛ], І[i], Ї[ji], Й[j], Ю[ju], Я[jɑ]가 오면 ГЄ[ʝɛ], ГІ[ʝi], ГЇ[ʝji], ГЙ[ʝj], ГЮ[ʝu], ГЯ[ʝɑ]로 바뀐다.[34]

[1] 혹은 음성학에서 조음을 미세기술할 때 용어로서 사용하기도 한다. [2] 현대 한국어 음운론에서는 한국어 규범문법에서 말하는 '구개음화'를 음성적 구개음화와 음운규칙 '파찰음되기'(Affrication)의 복합작용(interplay)로 본다. ( Kim (2012) Nam (2017) 등) 그러나 인용된 두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음운규칙 '파찰음되기'는 단순히 조음방식만 바꾸는 음성적 파찰음화가 아니라 조음 위치나 closure duration도 바꾼다. 특히 조음 위치를 변경하는 작용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파찰음화라고 보기 어렵고 구개음화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초-구개음화'(super-palatalization)가 음성적 파찰음화를 수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음운론적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홍익대학교의 김현순 교수가 권위자이다. [3] Palato-alveolar consonant를 말한다. [4] '구개음화인데 왜 경구개음 말고 다른 말소리도 포함되지?'라고 생각한다면 음성학과 음운론을 혼동한 것이다. 음운론적 분석에서 구개음화는 개별언어별로 [-ant\](그리고 feature geometry에 따라 자동적으로 [COR\])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한국어에서의 구개음화 (e.g., /t/ -> [t͡ɕ\] / {i,j})[35]{i,j})]는 target인 [COR, +ant, -cont\]에서 [ant\] 자질의 값을 -로 변경하는 작용이다. 분석방식에 따라 그것의 파찰음화는 순수음성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거나, 별도로 '파찰음되기' 음운현상을 상정한다. [5] 물론 치경구개음 단계 정도의 구개음화가 일어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줄여 [구역\]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 '신기생뎐'은 정확히는 '신기ᄉᆡᇰ뎐'이어야 하지만 이건 구개음화와는 상관없으니 논외로 한다. [7] 이 경우 두음 법칙까지 적용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해방후~1960년대까지는 광고 등에서 '라오'라고 표기했다. [8] 하지만 현재에도 센치미터로 발음하는 사람들은 많고, 특히 센티미터를 줄이면 'n센치'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1인 밴드 10CM도 '십센치'라고 읽는다. [9] 사고 실험의 일환으로, 학습에 의한 사전 발음 정보를 배제하기 위해 '됴디뎡'이라는 무의미한 표기를 정해 놓고 이것을 현대 한국어 화자에게 소리내어 읽어 보라고 해 보자. 대부분 표기와 근접하게 [됴디뎡\]\([tjo.di.djʌŋ\])이라고 발음할 것이다. 그런데 옛 근대 국어 화자들은 이 단어를 처음 접하였기에 발음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음에도 구개음화를 적용시켜 [조지정\]\([ȶo.ȡi.ȡʌŋ\]→[t͡ɕo.d͡ʑi.d͡ʑʌŋ\])으로 읽었을 거라는 얘기. [10] '빌딍'이라고 표기한 예도 많다. 예시 [11] 문화재명은 조령산불됴심표석이며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26호로 지정되어 있다. [12] 이곳 주변에서는 팻말 등도 죄다 비석처럼 표기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를테면 이렇게. [13] 참고로 현대 표준 중국어 독음 또한 [t͡sʰɑʊ\]\( 한어병음 cāo, 주음부호 )이다. [14] 반절이므로 ㅣㄹ+ㄷ=에 가깝다. [15] dr과 tr도 이렇게 되며 유/무성음 순으로 폴란드어의 dż, cz와 비슷한 발음이다. [16] 이 둘의 정확한 명칭은 유/무성 후치경 비치찰 파찰음(Voiced/Voiceless postalveolar non-sibilant affricate)이다. 흔히 후치경 치찰 파찰음 /d͡ʒ/, /t͡ʃ/으로 표시하지만, 엄밀히는 다르다. [17] 단 필수어휘가 아니라서 뜻을 알려주었다. [18] 지루한, 세속의 라는 뜻. [19] 실제로 구글에 mundane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문재인"이 뜬다. 그리고 (정치적인 것을 떠나) 문재인과 mundane을 연관시켜 외우는 방법을 쓴 블로그 글도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이 A4 들고 지루하게, mundane하게 연설합니다." 식으로 말이다. [20] 애초에 근대국어 시기에도 구개음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21] '시'만 해당하며, '샤·쇼·슈'나 '씨' 등은 s 또는 ss로만 표기한다. '시' 외에는 번거롭다고 판단한 듯하다. [22] 어제, 오늘, 내일, 한 시간 전, 1분 전 등 특정 시간을 알리는 단어와 함께 쓰인다. [23] 실제 발음은 '지애'를 1음절화시키듯 읽는 것과 가까우나 표기법상 이와 같이 표기한다 [24] 중남미 기준. 본토에서는 /θ/로 발음하기도 한다. [25] 프랑스어의 경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ca"(ka)가 "cha"(ʃa)로 구개음화되었다. 예를 들어 라틴어 cattus(고양이)가 스페인어에서는 gato(가토)가 되었고, 프랑스어에서는 chat(샤)가 되었다. 지금도 프랑스어에서는 café(커피)를 "카페"가 아닌 "캬페"라고 읽는 등 /ka/가 /ca/로 발음되는 구개음화가 종종 나타나곤 한다. 만약 카페라는 단어가 더 이전에 프랑스어에 들어왔다면 "샤페"로 장착했을 것이다. [26] 한편 로망스어군에서 K는 잘 쓰이지 않는다. [27] 중남미 기준. 본토에서는 /x/로 발음하기도 한다. [28] 보통 이 경우는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들어온 외래어인 경우가 많다. [29]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gne = 녜, scia = 샤, glio = 료처럼 구개음화된 자음 뒤의 모음은 반모음 ㅣ를 합친 형태로 적게 되어있는데, 어째 /ç/만은 히가 아니라 그냥 ㅎ다. 아마 실수로 빠뜨린듯 하다. [30] 지금이야 일본의 수도가 도쿄이므로 일본 표준 발음의 바탕이 되는 말이지만, 본래 에도 방언에 불과했다. 옛부터 일본어에서 품위 있고 격조 높게 여겨진 말은 '위쪽 말(上方ことば 가미가타코토바)'로도 불리는 교토 방언이다. 교토가 오랜 기간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이다. [31] 당구장에서 쓰는 시네루, 싯까끼 등에서 아주 잘 체현되어 있다. 원래 발음은 (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히네루, 힛카케로 적어야 한다. 또한 “오랜만이네요”에 해당하는 일본어 “お久しぶりです”의 ‘ひさし(히사시)’도 제법 많은 일본 원어민들이 ‘しさし(시사시)’로 발음한다. [32] 한국어의 역사에서는 ㅈ, ㅉ, ㅊ 계열과 마찬가지로([ts → tɕ\]) ㅅ, ㅆ 계열의 자음 역시 치경음에서 치경구개음으로의 조음 위치 변화를 겪은 바 있다고 본다([s → ɕ\]). 이로 인해 고유어와 한자어에서 사/샤, 자/쟈, 차/챠 등의 대립이 사라졌고 모두 치경구개음으로 합류했다. 이 즈음에 맞춤법이 구분되지도 않는데 뭐하러 다르게 적냐는 의견에 따라 한자음 표기의 샤, 죠, 츄 등이 전부 사, 조, 추 등으로 일괄 변환되었다. [33] 이 경구개음화된 자음들 중 ㅅ 계열만 다시 치경음으로 변했다는 것인데([s → ɕ → s\]) 이른바 '역구개음화'. 그래서 ㅅ 계열에서는 높임말 '-시-'의 활용형 '-셔-'와 외래어에서의 사/샤 등의 발음상 차이가 다시 생겼지만 \(사[sa\], 샤[ɕa\]), ㅈ, ㅊ은 구개음화된 상태로 정착되었기에 아직도 자/쟈, 차/챠 등이 발음상 차이가 없다. '가지어', '다치어' 등은 '가지다', '다치다'의 어간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줄여서 '가져', '다쳐'로 쓰지만 이것도 실제 발음은 [가저\], [다처\]이다. 어쩌면 조용기 목사가 ㅅ을 [s\]가 아니라 [ʃ\]~[ɕ\]로 발음하는 것도 한때 구개음화됐던 ㅅ 발음의 잔재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가끔 구개음으로 해야 할 발음을 그냥 치경음 ㅅ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s\]와 [ʃ\]~[ɕ\]의 미분화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니랑 아는 이니? [34] 참고로 우크라이나어에서는 ГЬ가 [ʝ\]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