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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23 18:25:30

과도 교정(언어학)


1. 개요2. 정의3. 사례
3.1. 한국어3.2. 영어3.3. 중국어3.4. 일본어
4. 과도교정과 개신형의 탄생5. 유사한 형태론적 현상6. 기타

/ hypercorrection

1. 개요

형태론에서 정의되는 과도교정은 주로 규범[1]으로부터 이탈하는 음운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러한 변화 말고 규범대로 쓰려고 시도하다가 도리어 규범으로부터 새롭게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때문에 형태론에서의 과도교정은 음운론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잉 교정', '과잉 정정', '과잉 수정'이라고도 한다.

2. 정의

한국어에서 과도교정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예는 연결 어미 '- 려고'와 말음 /ㄹ/ 용언이 결합할 때 용언 어간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다.

우선 한국어에서 '-려고'는 흔히 비표준 발화에서 /ㄹ/이 자주 첨가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오늘 그거 할려고(규범: '하려고') 했어.
한편 이러한 '할려고' 같은 형식이 비표준 형식임을 습득하고 이를 고치려는 화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화자는 '할려고'라고 할 때마다 /ㄹ/을 빼고 '하려고'라고 발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오늘 그거 할려고 했어.
→ 오늘 그거 하려고 했어. (/ㄹ/ 탈락을 거쳐 규범 발화로 수정)
그런데 이러한 교정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2] 말음 /ㄹ/ 용언인 '만들려고'에까지 행해지면 과도교정이 된다.
오늘 그거 만들려고 했어. (원래 규범적인 발화)
오늘 그거 만드려고 했어. (교정하려던 /ㄹ/ 탈락 행위로 도리어 틀리게 됨)
'만들려고'는 '만들-'에 '-려고'가 결합한 형식이어서 애초에 비표준 발화에서의 /ㄹ/ 첨가가 일어난 형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표준 발화의 '할려고'와 표준 발화 '만들려고'의 음상이 너무 유사해, '할려고'에서 나타난 교정 행위가 '만들려고'라는 형식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640px-Saejae_dyosimbi.jpg
역사적인 예를 들면 문경새재 "산불됴심" 비석을 들 수 있다. 오늘날 天(천), 第(제)와 같은 ㅈ, ㅊ으로 시작하는 일부 한자가 과거에 발음이 ㄷ, ㅌ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본래 ㄷ, ㅌ으로 읽던 것들이 어느 순간엔가 구개음화로 인해 ㅈ, ㅊ으로 발음이 변했고, 표기 경향이 바뀌기까지 한동안 '읽기는 ㅈ, ㅊ으로 읽으면서도 쓸 때는 ㄷ, ㅌ으로 쓰는' 관습이 생겼다. 그래서 해당 시기 언어 사용자는 ㅈ, ㅊ인 것을 ㄷ, ㅌ으로 고쳐 적는 교정 행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심'(操心)이라는 단어는 원래부터 '됴'도 아니고 '죠'조차도 아닌 '조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교정 의식이 너무 강하게 작용해 '조심'까지 '됴심'으로 고쳐 적은 것이다.

이러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식이 나타나는 것을 형태론에서 '과도교정'으로 일컫는다. 즉, 형태론의 과도교정은 일단 비규범적인 언어 현상이 광범위하게 존재해야 하며, 아울러 그것이 비규범적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언어 화자가 비규범적인 언어 현상을 규범화하려는 의식을 가지게 되며, 그 의식이 과도하게(틀리지 않은 형식에까지) 확장되어 과도교정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교정이 일어났다는 것은 해당 시기에 규범이 보편적임과 동시에 비규범적인 현상도 보편적이었음을 동시에 시사해준다. 위의 역사적 예에서도 그런다. 애초에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ㄷ, ㅌ/으로 소리가 나지도 않는 걸 ㄷ, ㅌ으로 적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구개음화가 너무 완전히 일어나 그 누구도 그게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ㅈ, ㅊ으로만 적었지, ㄷ, ㅌ으로 고쳐 적는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규범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되 그것이 틀렸다는 인식이 남아있을 때 과도교정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점에서 과도교정은 언어 변화의 중간 지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사례

3.1. 한국어

3.2. 영어

영어에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들이 발생한다.

3.3. 중국어

3.4. 일본어

일본어에선 ' 마니와 테후테후'와 ' 마니와 케후켄'이 예라고 할 수 있다. 蝶(チョウ)의 독음은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르면 テフ(tepu)[11]가 옳은데, 이것에 이끌려 狂(キョウ)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독음까지 ケフ로 착각한 것이다.

4. 과도교정과 개신형의 탄생

과도교정으로써 새로운 단어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중세 한국어에서는 구분 없이 'ᄀᆞᄅᆞ치다'였고, 아래아가 첫음절에서는 ㅏ, 두 번째 음절부터는 ㅡ로 바뀌면서 '가르치다'가 되었다. 그런데 중앙 방언 화자들이 이 '치'를 동남 방언 등의 ㄱ, ㅋ 구개음화(기름 → 지름 등)의 영향으로 잘못 알고 '치'를 '키'로 바꿔(역구개음화) '가르키다' 또는 '가리키다'라는 단어가 생겼으며, 이것이 한국어의 표준어 규정을 처음 제정한 1930년대에도 반영되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별개의 단어가 됐다.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동하는 것이나 '가르키다', '가리치다' 같은 변종이 탄생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5. 유사한 형태론적 현상

6. 기타

과도교정은 합쳐진 것을 분리하는 쪽으로의 개정(예: 한국어에서 두음 법칙 폐지, 중국 대륙에서 번체자 부활 등)을 반대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도 있다. 합쳐진 것을 분리하려다가 오히려 잘못 쓸 수 있으므로 그냥 합쳐진 상태로 두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반대말로 ' 과소교정(hypocorrection)'이라는 것도 있다. 규범을 따라가려는 과도교정과는 반대로, 과소교정은 비규범 형식을 따라가려는 것을 말한다. 비규범 형식을 따르려는 동인이 퍼뜩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신세대 어휘를 흉내내려는 기성세대 아재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좀 더 일상적인 말투를 쓰기 위해서 일부러 규범 밖의 형식을 사용하는 언어 화자도 꽤 있다. 다만 이때의 과도교정/과소교정은 음운론적인 관점에서 Ohala(1993)[12]가 다소 새롭게 정의한 것으로(Fertig 2013: 59)[13] 위에서 말한 구조적 과도교정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 신조어인 '과잉 교정 인간'은 문법 나치 표준어 제일주의자에 가깝고, 언어학의 과도교정과는 별 상관이 없는 말이다. 그때의 '과잉'은 '규범 이탈을 일절 허용하지 않아 도가 지나치다'라는 도덕적 판단을 담고 있지만 언어학에서 '과도하다'라는 것은 교정 행위를 적용하는 어휘의 범위가 기존에 규범이 정의하던 것보다 확장되었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는 무관하다.

[1] 여기서의 규범은 맞춤법과 같은 명문화된 규범도 포함되지만 '사회적으로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형태'로 더 넓게 규정된다. 가령 아래의 "산불됴심"의 예에서 조선시대 당시에 명문화된 한국어 규범은 없었다. 이때 규범이란 것은 당시에 '됴심'이라고 말하면 다들 틀렸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것이다. [2] 형태론에서는 특정 형식에만 작용하던 규칙이, 그 형식과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다른 형식에까지 적용되는 현상을 '확장'(extension)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할려고'라는 비표준 발화를 '하려고'로 교정하려는 규칙이 '만들려고'라는 형식에까지 적용되려고 하였다. [3] '애'가 '와'로 바뀐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나 한자 瓦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4] 아무래도 량강도(兩江道) 때문에 실수하기 더더욱 쉬운 것 같다. [5] 비슷한 사례로 'It is me'가 있다. 원래는 'It is I'로 써야 하는데 구어체든 문어체든 'I'를 쓰는 것은 찾기 힘들다. [6] 100%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나 대개 라틴어의 뜻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는 때 또는 학술 단어 등에서 이런 성향이 세다. 예를 들어 라틴어와 뜻이 많이 달라진 'bus'('모두에게'를 의미하는 'omnibus'에서 유래했다)는 'bi'는 아니라 'buses'로 쓰고(근데 사실 라틴어에서도 'omnibus'는 2변화 명사 주격 아니기에 '-us' → '-i' 형식이 따라지지 않는 데다 더 중요하게는 원래 복수이다.) 'antenna'는 일반 TV 안테나 같은 건 영어식 'antennas'로, 곤충의 더듬이는 라틴어식 'antennae'로 적는다. [7] 8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모두 발음이 같은 '옥토'(οκτώ/octo)라므로 생긴 문제. [8]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20~21세기 기준으로는 'matter' 앞뒤로 형용사나 수식어가 붙어야 좀더 자연스럽다. [9] 굳이 관용어가 아니더라도, 주어와 보어가 서로 위치를 바꾸어 써도 말이 된다고 하 바꿔써도 된다. '~who was the guy'와 '~who the guy was' 모두 문법적으로 맞다고 보는 것이다. 단, '~what the time was'의 경우는 '~what was the time'으로 쓸 수 없다. 'the time'은 주격/목적격으로만 쓰이고 보어로는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10] 빌 브라이슨의 표현. '라틴어와 비슷하게 가려고'. [11] ハ행의 자음은 원래 [p\]였다. 이것이 순음퇴화로 말미암아 [ɸ\]로 바뀌었고, 나중에 フ([ɸ\]가 그대로 유지됨)와 ヒ(뒤따르는 [i\]로 인해 구개음화가 일어나 자음이 [ç\]가 됨)를 제외하고는 [h\]로 바뀐 것. [12] Ohala, John J. 1993. The phonetics of sound change. In Charles Jones. ed., Historical Linguistics: Problems and perspectives, 237-278. London: Longman. [13] Fertig, D. (2013). Analogy and morphological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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