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테리움 Pyrotheri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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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Pyrotherium Ameghino, 1888 |
분류 | |
<colbgcolor=#FC6> 계 | 동물계Animalia |
문 | 척삭동물문Chordata |
강 | 포유강Mammalia |
목 | †화수목Pyrotheria |
과 | †피로테리움과Pyrotheriidae |
속 | †피로테리움속Pyrotherium |
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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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식종의 복원도 |
화석이 발견된 부분을 갈색으로 표시한 모식종의 골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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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생대 올리고세 후기에 남아메리카에서 살았던 초식성 포유류의 일종. 속명의 뜻은 '불의 짐승'[1]으로, 이 녀석의 화석이 처음 발굴된 지층이 화산재가 쌓여 생성되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2. 상세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발굴되었다는 복치선주름치형의 앞어금니 및 어금니와 송곳니가 변해서 형성된 엄니 등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1888년 모식종인 로메로이종(P. romeroi)[2]이 명명되면서 정식으로 학계에 소개되었다. 해당 화석을 처음 살펴본 아르헨티나의 고생물학자 아메기노는 이빨 형태의 유사성을 근거로 이 녀석이 코끼리를 비롯한 여러 장비목 포유류들과 근연관계에 있으리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그러면서 이 녀석의 생존 시기를 중생대 백악기 후기로 잡고 이후 신생대에 등장하는 장비목 포유류들의 조상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로메로 대위가 피로테리움의 화석 표본을 보내줄 때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면서 파충류의 것으로 보이는 이빨 화석을 동봉했는데, 아메기노가 이 이빨 화석과 피로테리움의 화석을 동일한 지층에서 발견되었다고 판단한데다 해당 화석 또한 수각류 공룡의 것이라고 잘못 비정한데 따른 결과였다.[3]이후 아메기노가 모식종 외에 추가로 기간테움종(P. giganteum)과 소론도이종(P. sorondoi) 같은 여러 종을 명명하면서 한때 피로테리움속 산하에 거느린 종이 모식종을 포함해 대여섯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의 계통분류학적 재검토를 거치면서 기간테움종은 아예 학명이 무효화되고 소론도이종 등은 모식종의 동물이명으로 통합됨에 따라, 지금은 모식종과 60년대에 볼리비아의 살라층(Salla Formation)에서 발굴된 상악골 화석을 모식표본 삼아 2004년 명명된 막파데니종(P. macfaddeni)이 전부다. 심지어 모식종의 모식표본으로 지정되었던 화석도 그 열악한 골격 보존률은 물론이고 발굴 장소나 출토된 지층의 연대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 사실상 모식표본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4] 추정 생존 시기도 여타 화석 표본들이 발굴된 지층 연대를 분석한 결과에 따라 올리고세 후기로 재조정되었다.
이처럼 관련 화석 자료가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보니 명색은 끌 모양의 앞니와 길다란 엄니를 가졌다는 특징을 공유하는 남아메리카의 토착 포유류 분류군인[5] 화수목을 대표하는 녀석임에도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당장 이 녀석을 비롯한 화수목 산하 포유류들이 여타 포유류 분류군들과 계통분류학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 녀석의 가까운 친척뻘 포유류로 추정된 후보군만 하더라도 장비목을 필두로 전치아목(Pantodonta)[6]이나 남제목(Notoungulata)[7], 이제목(Xenungulata)[8]은 물론 유대류인 디프로토돈과(Diprotodontidae) 포유류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녀석들이 거론된 바 있었을 정도다. 짤막하고 넓적한 발가락이 5개 달렸고 부척골의 형태 등을 보건대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걷는 척행성 보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아프로테리아상목(Afrotheria)[9]에 속하는 아르시노이테리움과 유사한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이 아프로테리아상목 포유류들과 같은 조상에서 기원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10]
전체적으로 현생 하마나 멸종한 장비목 포유류의 일종인 모에리테리움과 비슷하게 짧은 목과 땅딸막하지만 튼튼한 사지가 달린 생김새를 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종마다 다소 몸집 차이가 있어서 모식종의 경우 몸길이 3m에 체고는 약 1.5m, 몸무게는 3.5t 가량 되었으리라 추정되는 반면에 막파데니종의 경우 몸무게 추산치가 1t에도 못 미칠 정도로 훨씬 작은 편이다. 길이 70cm 남짓한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안와와 뇌실의 크기는 작은 반면 턱뼈와 엄니 및 어금니 등은 매우 발달해있었고, 안와 뒤쪽까지 이어진 코뼈의 형태와 비공의 위치 등으로 미루어보건대 현생 코끼리나 맥과 비슷하게 나뭇잎 등의 식물성 먹이를 입으로 가져가는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근육질의 코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추정된다.[11] 좁다란 주둥이 안에는 곧게 뻗은 엄니가 위아랫턱에 각각 두 쌍과 한 쌍이 돋아나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거칠고 질긴 식물성 먹이를 뜯어내거나 땅 속에서 캐낸 뒤 입 안 쪽에 자리잡은 여러 개의 어금니를 이용해 잘게 씹어 소화를 도왔을 것으로 보인다.
[1]
이 녀석이 속한 피로테리움목의
한자 표기가 화수목(火獸目)인 것도 이 속명을 직역한데 따른 것이다.
[2]
명명자인 플로렌티노 아메기노(Florentino Ameghino)에게 해당 화석들을 송달해준 안토니오 로메로(Antonio Romero) 대위의 성씨를 따와 붙여준 것이다. 종종 로메리종(P. romeri)이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앨프레드 S. 로머(Alfred S. Romer)의 성씨를 따온 로메리종이라는 종명을 가진 고생물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로메로이종을 로메리종의 잘못된 표기로 오해한 결과가 아닌가 추정된다.
[3]
이 이빨 화석은 훗날 신생대
팔레오세부터
마이오세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아르헨티나 일대의 육지를 활보했던 몸길이 2~3m 가량의 악어형류 파충류 세베쿠스(Sebecus)의 것으로 재동정되었고, 이빨 화석이 발견된 지층 또한
에오세 무렵의 것으로 판명남에 따라 비로소 오해가 해소될 수 있었다.
[4]
이 때문에 1914년에 보고된 우수한 보존률의 두개골 화석을 비롯해 나중에 발견된 사지뼈 일부, 경추골 몇 점과 복사골 화석 등의 여러 표본들이 모식표본을 대신해 이 녀석의 존재를 입증하는 화석상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5]
휘수목(Astrapotheria)도 이런 특징이 있지만 목 단위에서 다른 종이다.
[6]
키몰레스테스목의 하위 분류로 사지 말단부가 발굽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점과 원시적인 치식 등이 특징인 일군의 초식성 포유류들을 아우르는 분류군으로, 팔레오세부터 에오세까지 주로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번성했다.
[7]
크기별로
토끼부터
코뿔소에 이르기까지 다른 대륙에 살던 다양한 동물들의
니치를 점유하고 있었던 남아메리카의 토착 태반류 분류군 중 하나다.
[8]
독특한 구조의 발목 및 사지 말단부와 복치선주름치형의 어금니 등이 특징인 남아메리카의 토착 유제류로 추정되는 분류군 중 하나다.
[9]
아프리카에 기원을 두고 있거나 현재 거기서 서식하고 있는 일군의 포유류들을 지칭하는 분류군으로, 코끼리와
바위너구리,
텐렉,
땅돼지,
매너티 등이 여기에 속한다.
[10]
다만 아르시노이테리움의 발 구조는 당시 서식지였던 늪지대에 발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바닥과의 접촉면을 늘려 체중을 분산시키기 쉬운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히 유사한 서식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수렴 진화의 결과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
실제로 이 녀석은 당시 남아메리카 생태계에서 현생
둥근귀코끼리나
말레이맥 등이 각자의 서식 환경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생태 지위를 점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