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Stern–Gerlach experiment슈테른(Otto Stern; 1888-1969)과 게를라흐(Walther Gerlach; 1889-1979)가 1922년에 실시한 양자역학 역사에서 중요한 실험 중 하나로, 초기 양자역학에서 제이만 효과 등과 함께 원자의 스핀의 존재를 밝혀낸 실험이자 그 스핀이 양자화돼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실험이다.
2. 실험 내용
우선 진공에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은을 기화시킨다. 이때, 은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은이 무거운 원자이기에 로런츠 힘 등의 다른 힘들의 효과를 적게 받는다.
- 원자의 궤도 각운동량의 합이 0이다.
- 5s 오비탈에 홀전자가 있는 전자 배치 [Kr] 4d10 5s1 라서 원자가 자성을 띤다.
- 상대적으로 큰 원자이기에 고전역학적으로 기술해도 별 탈이 없다.
고전적으로 봤을 때는, 자기 모멘트는 연속적인 값을 취할 수 있으므로, 예상되는 은 원자의 분포는 당연히 연속적인 분포를 보여야 된다. 그런데 실제 실험을 해보면, 연속적이긴커녕 두 줄에 걸쳐서 은 원자가 검출되었다. 즉, 자기 모멘트가 연속적인 값이 아닌 딱 2개의 값만을 갖는다는 결과가 나와버린 것이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뭔가 원자 자체의 각운동량이랑은 다른, 자기 모멘트를 만들어내는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후에 이는 제이만 효과 실험과 함께 스핀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된다.
2.1. 이론적 배경
은 원자의 자기 모멘트를 [math(\mathbf{m})]이라 하자. 여기서 자기 모멘트는 궤도 운동에 따라 나타난 게 아님에 유의한다. 이때, 자기장 [math(\mathbf{B})] 영역에서 받는 힘은[math( \displaystyle \mathbf{F}=(\mathbf{m} \boldsymbol{\cdot} \boldsymbol{\nabla})\mathbf{B})]
로 기술된다. 만약 자기장이 [math(z)]축으로 균일하다고 하자. 이때, 은 원자가 [math(z)]축으로 받는 힘의 크기는
[math( \displaystyle F_{z}=0)]
으로 되어 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균질한 자기장을 고려하면
[math( \displaystyle F_{z} =m_{z} \biggl[ \frac{\partial B_{z}}{\partial x}+\frac{\partial B_{z}}{\partial y}+\frac{\partial B_{z}}{\partial z} \biggr] )]
적절히 자기장을 조절하여 [math(B_{z})]가 [math(z)]에만 거의 의존한다고 하면
[math( \displaystyle F_{z} \approx m_{z} \frac{\partial B_{z}}{\partial z} )]
로 쓸 수 있다. 여기서 [math({\partial B_{z}}/{\partial z} )]는 실험 장치의 속성이다.
궤도 각운동량의 합이 0인 은 원자를 사용한 이 실험에서 이러한 힘을 받는다는 결과를 내려면, 이러한 자기 모멘트를 만드는, 전자 자체에 내재된 어떠한 각운동량을 도입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바로 스핀인 것이다.
전자의 자기 모멘트는
[math(\begin{aligned} \mathbf{m}&=-\frac{ e}{mc}\mathbf{S} \end{aligned})]
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고전적으로 생각했을 때, [math(\mathbf{S})]는 연속적으로 가질 수 있고, 이는 [math(S_{z})] 또한 연속적임을 뜻한다. 따라서 받는 힘은
[math( \displaystyle F_{z} = -\frac{eS_{z}}{mc} \frac{\partial B_{z}}{\partial z} )]
또한 연속적이기에 스크린에는 연속적으로 은 원자가 검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험적으로는 두 줄이 관찰되었으므로 [math(S_{z})] 또한 양자화되어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실제로 [math(S_{z}=\pm \hbar/2 )]이므로
[math(\begin{aligned} m_{z}= \mp \frac{ e \hbar}{2mc} \end{aligned})]
결과적으로 받는 힘의 크기는
[math( \displaystyle F_{z} =\mp \frac{ e \hbar}{2mc} \frac{\partial B_{z}}{\partial z} )]
음의 부호가 스핀 up 상태, 양의 부호가 스핀 down 상태이다. 그런데, N극을 위에 놓고, S극을 아래에 놓았으므로 스핀 up 상태는 위로, 스핀 down 상태는 아래로 가는 것이다.
3. 추가 실험
이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실험으로 확장된다. 먼저, 위 실험에서 은 원자들이 '두 분류로 나뉘는' 현상을 확인했으므로, [math(z)]축 방향으로 휘게 만드는 자기장을 만들어서 은 원자 빔을 통과시킨 후, 그 중에서 [math(+z)] 방향으로 휜 은 원자 빔만을 다시 z축 방향으로 휘게 만드는 자기장에 통과시켰을 때는 은 원자는 [math(+z)] 방향의 한 줄에서만 검출이 된다. 이는 이미 [math(-z)]축 방향으로 휘어진 원자들은 다 걸러냈으므로, [math(+z)]축 방향으로만 원자가 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어보인다.
이번에는, [math(z)]축 방향 자기장 → 그 중 [math(+z)] 방향 은 원자 빔 → [math(x)]축 방향 자기장의 순서로 빔을 통과시켜 보자. 그러면 은 원자는 [math(+x)], [math(-x)] 방향의 두 줄에서 검출이 된다. 고전 물리학적인 관점으로 생각했을 때, [math(x)]축 방향 자기 모멘트, [math(y)]축 방향 자기 모멘트, [math(z)]축 방향 자기 모멘트가 전부 독립적으로 존재해서 [math(+z)]축 방향으로 걸러낸 원자들 안에서도 [math(+x)]축, [math(-x)]축 방향 자기 모멘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지막으로, [math(z)]축 방향 자기장 → 그 중 [math(+z)] 방향 은 원자 빔 → [math(x)]축 방향 자기장 → 그 중 [math(+x)]방향 은 원자 빔 → [math(z)]축 방향 자기장에 다시 통과시킨다. 이 때 검출되는 은 원자는 몇 줄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미 [math(-z)]축 방향으로 휘어진 원자들은 다 걸러냈으므로, 다시 [math(z)]축 방향 자기장에 통과시킨다 한들 [math(-z)]축 방향으로는 원자들이 휘지 않을 게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실제 실험을 해보면, [math(+z)]축, [math(-z)]축 방향의 원자가 두 줄로 분명히 검출된다. 이미 [math(-z)]축 방향으로 휜 원자들을 '걸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당연히 고전역학적인 결과로 설명할 수 없고, 양자역학의 기묘한 특징 중 하나이자 그 난해함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실험 중 하나이다. 이 현상은 불확정성 원리와 양자역학의 관측에 관한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현상이다.
3.1. 살펴보기
양자역학적으로 세 번째 실험의 현상을 다뤄보자.일단 실험을 다시 생각해보자. [math(z)]축 방향의 자기장을 걸어 원자를 휘게 한다는 것은 곧, 해당 방향의 스핀 각운동량을 측정한다는 것과 같고, 이것은 곧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파동함수에 연산자 [math(\hat{S}_{z})]를 건다는 것과 같다.
우선 측정 전의 은 원자는 임의의 상태 [math( \psi )]를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math(z)]축 방향의 자기장을 쏨으로써 스핀 각운동량이 측정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임의의 상태는 [math(\hat{S}_{z})]의 고유함수들로 전개 가능함에 따라
[math(\begin{aligned} \psi=a_{1}\varphi_{z}^{+}+ b_{1}\varphi_{z}^{-} \end{aligned})]
이다. 여기서 [math(\varphi_{z}^{+})]는 [math(\hat{S}_{z})]의 스핀 up 상태의 고유함수, [math(\varphi_{z}^{-})]는 스핀 down 상태의 고유함수이다. 따라서 [math(|a_{1}|^2)]의 확률로 스핀 up 상태를, [math(|b_{1}|^2)]의 확률로 스핀 down 상태를 관측한다. 그러나 실험처럼 긴 시간을 들여 나온 패턴을 관측하는 것에선 결국 두 상태 모두 스크린에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math(\varphi_{z}^{-})] 상태를 버리고, [math(\varphi_{z}^{+})]만을 다시 [math(x)]축 방향 자기장에 투입하면, [math(\hat{S}_{z})]의 고유함수는 [math(\hat{S}_{x})]의 고유함수가 아니므로
[math(\begin{aligned} \varphi_{z}^{+}=a_{2}\varphi_{x}^{+}+b_{2}\varphi_{x}^{-} \end{aligned})]
로 전개할 수 있어, 마찬가지의 논법으로 여기서도 두 줄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도 [math(\varphi_{x}^{-})]를 버리고, [math(\varphi_{x}^{+})]만을 [math(z)]축 방향 자기장에 투입하면,
[math(\begin{aligned} \varphi_{x}^{+}=a_{3}\varphi_{z}^{+}+\red{b_{3}\varphi_{z}^{-}} \end{aligned})]
로 전개할 수 있어, [math(-z)]방향의 스핀 각운동량을 걸러냈음에도 관측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양자역학적으로 임의의 상태는 해당 연산자의 고유함수들로 전개 가능함, 즉 고유함수가 complete set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참고적으로 첫 번째 실험의 경우 자기장에 투과시켜,
[math(\begin{aligned} \psi=a_{1}\varphi_{z}^{+}+ b_{1}\varphi_{z}^{-} \end{aligned})]
으로 결정된 상태에서 [math(\varphi_{z}^{+})] 상태만을 다시 같은 방향의 자기장에 투입시키면, 이 상태는 연산자에 대한 고유함수이므로 이 상태만 관측이 되는 것이다.
4. 관련 문서
[1]
불균일한 자기장을 쓰는 이유는, 균일한 자기장에서 진행하는 자기 모멘트는 단순히
세차운동만을 일으키면서 진행 방향이 바뀌지 않지만, 적절히 잘 설계된 불균일한 자기장을 이용하면 진행 방향 자체를 특정 방향으로 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