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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5 22:30:47

블랙홀 정보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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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가설3. 정보란 무엇인가?
3.1. 물질적 정보3.2. 비물질적(시공간적) 정보
4. 중요한 이유5. 대중매체에서

1. 개요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은 절대로 파괴될 수 없는 정보라는 것이 블랙홀 내부에선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논쟁이다. 이 개념 자체는 1974년 스티븐 호킹 호킹 복사에 대한 논문을 공개하며 제기되었다.

2. 가설

고전역학에서의 블랙홀은 물질을 흡수하기만 하며 영원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스티븐 호킹은 호킹 복사를 통해 블랙홀은 물질을 방출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발상을 하였으며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으로 이보다 블랙홀을 잘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없다.

그런데 블랙홀이 물질을 내뱉을 수 있다면 과거 블랙홀이 흡수했던 물질의 정보가 유지되는가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인간의 이론으로는 정보는 파괴될 수 없으므로 당연히 블랙홀은 흡수한 정보를 그대로 방출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스티븐 호킹은 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수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스티븐 호킹은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정보를 '인간의 과거'에 빗대었다. 나 자신이 지금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때까지 우리가 쌓아온 과거(기억)들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나'라는 것을 상정하는 본질은 '과거'인데 이 과거(기억)을 모두 지운다면 나라는 존재는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블랙홀은 물질의 과거에 해당하는 '정보'라는 개념[1]을 지울 수도 있으며 이렇게 정보가 삭제된 물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히 생각해도 매우 파격적인 이 주장은 이론물리학계에선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스티븐 호킹이 떠난 지금도 과학자들은 여러 파로 갈려 논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따라 인간은 어떤 행위로도 블랙홀 내부를 관측할 수 없고[2]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블랙홀의 죽음은 영원한 혹은 아주 기나긴 시간이 걸리므로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블랙홀 정보 역설은 일반인에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주의 기초 물리 법칙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 이론물리학계에선 관심이 꽤나 많다. 또한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이 그러했듯 인류 문명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교의 캘멋 박사 연구팀은 주위 공간으로 새어나오는 중력자를 통해 이 역설이 해결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독일에서 아나 알론소세라노 박사 연구팀도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3. 정보란 무엇인가?

정보는 입자 배열을 나타내는 속성을 말한다.
Kurzgesagt – In a Nutshell

물리학에서의 정보는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며, 양자적 정보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간단한 이론은 어떤 물질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기록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만약 어떤 원자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질량, 중성자의 수,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으로 상변태 할 것인지, 다른 물질과 어떤 식으로 결합하며 그때 특성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등등이 전부 그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이다.

3.1. 물질적 정보

보통 물리학에서 양자적인 의미의 정보를 설명할 때 주로 나오는 설명이 흑연(그라파이트)과 다이아몬드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순수한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따지고보면 오직 탄소만이 모여 결정화된 하나의 덩어리이며 탄소 결정이 결합하는 방식의 차이가 날 뿐이다. 즉 둘을 원자 수준까지 분해한다면 결국 똑같이 탄소만 남는다는 것이다. 지극히 물질적으로 보면 탄소라는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세상 누구도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완전히 동일한 물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그들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의 정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고, 근본적으론 같은 물질이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따라 또 다른 물질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보는 영원하며 삭제되거나 조작될 수 없다. 물 분자가 상온에서는 액상이며, 섭씨 100도씨에서 에너지를 얻어 서로의 결합을 끊고 기화되는 것은 물이라는 분자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우주의 섭리이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한들 1기압 100도씨 환경에선 무조건 기화한다. 이러한 물의 성질은 절대로 사라지게 할 수 없다.

또한 물질이 생성되거나 사라진다고 해도 정보는 그대로 유지된다. 수소와 산소 입자가 만나서 물 분자를 형성한다고 해도 수소와 산소 원자는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 각각의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며, 물 분자가 원자 단위로 분해된다고 해도 물은 사라지겠지만 방금 전까지 물을 이루던 수소와 산소 원자는 과거 물 분자였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정보를 보존하고 있다. 심지어 입자와 반입자가 쌍소멸해서 질량이 0이 된다고 해도 그들이 방출하는 광자가 정보를 보존하므로 질량이 없어졌다고 정보가 소실된다곤 볼 수 없다.

만약 어떤 입자에서 정보를 완벽히 읽어내고 해석할 수 있다면 입자의 모든 과거 이력은 물론 그 물질이 과거에 행했던 사건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물 분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에 인위적으로 물을 얼리거나 끓이는 등 정보를 활용할 수 있듯 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어떤 물질의 성질을 알아내려 실험하는 행위도 물질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해석하고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의 해석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해결해 줄 열쇠 중 하나로 생각된다. 정보를 모두 읽을 수 있다면 빅뱅 당시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입자가 있을 것임은 당연하기 때문에, 타고 타고 올라가 먼 과거의 이력을 보면 된다. 또한 그 과거에 일어난 일을 알면 빅뱅을 재현하는 방법도 당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물리학자들은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해 '시간도 공간도 물질도 없지만 정보는 존재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3.2. 비물질적(시공간적) 정보

물질에 담겨있지 않은 정보도 존재할 수 있다. 상술한 빅뱅 이야기도 '빅뱅 이전엔 물질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정보가 어떻게 존재한단 말인가?' 라고 생각되겠지만 물질보다 정보가 먼저 존재했을 수도 있고, 블랙홀 정보 역설에서도 '블랙홀이 혹시 물질에서 정보를 분리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인간이 물질의 세상에 살기 때문에 '물질=정보'라고 사고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보는 분명 소실되지 않아야 하지만, 블랙홀은 마치 물질에서 정보를 제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서 블랙홀의 일부가 된 물질에 대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정보의 대부분은 소실된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물질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관계없이 그 물질에 관하여 보존되는 정보는 질량, 전하량, 각운동량 뿐이다.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들이 계속 소실된 상태로 유지되는지는 수수께끼이다. 그 정보가 블랙홀 내부에 남아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이 밝혀냈듯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방출하면서 서서히 증발한다. 이 복사는 블랙홀을 형성한 물질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이는 곧 소실된 정보는 영영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간단히 블랙홀이 흡수하는 물질들을 더 이상 분해가 불가능한 아주 기초적인 입자로 분해하여 특이점에 저장한다고 해도, 그들 입자 하나하나가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므로 소실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블랙홀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관측할 수 있던가? 애초에 특이점이라는 존재가 무엇일지도 인간은 모른다. 그럼 알지도 못하고 관측도 못하는 존재에 대해 '정보가 소실되지 않았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반대로 우리가 확실하게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상술했듯 블랙홀의 특이점을 이루는 입자들의 질량, 전하량, 각운동량 뿐이며 이것이 각각의 블랙홀의 성질(사건의 지평선의 크기, 회전방향 등등)로 나타나는 것이고 다른 성질(정보)는 전혀 관측할 수 없다.

호킹 복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블랙홀이 뱉는 물질을 관찰하면 되겠지만 사실 그 물질은 양자 요동으로 생성된 블랙홀과 상관없는 물질이므로 절대 블랙홀의 정보를 담고있을 수 없다. 그런데 블랙홀은 쌍생성된 물질 중 하나를 방출하며 자신의 질량을 잃는다. 질량을 잃는다는 것은 블랙홀을 이루는 내부 물질이 소멸되었다는 뜻인데 이때 그 물질이 가진 정보 또한 같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홀에 들어갔다 나온 물질은 정보의 양이 더 적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역설이 블랙홀의 정보 역설인 것이다.

이런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이론 물리학자들은 '사실 정보는 소실되는게 가능하다', '블랙홀이 물질에서 정보를 분리해 어딘가 저장하기 때문에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가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고 따지고 보면 결국 정보가 유지될 것이다' 등 여러가지 가설과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의 보존 여부(블랙홀 정보 역설)는 이론물리학계를 양분하는 대형 떡밥이다(손–호킹–프레스킬 내기). 양자역학에서는 어떤 사건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의 확률의 합은 언제나 1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단일성이라는 필수적 성질이 있는데 정보의 소실은 곧 단일성의 위반을 의미한다. 단일성이 위반되는 것은 곧 에너지 보존 법칙이 위반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이 문제에 대해 완전한 양자중력 이론적 처치를 거치면 정보와 단일성이 확실히 보존될 것이라는 증거가 구축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보존 법칙은 어긋나지 않더라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엔트로피는 본래 정보의 무질서도를 의미하는데 엔트로피가 높은 부분이 블랙홀에 들어가면 정보와 함께 엔트로피가 삭제되기에 엔트로피가 낮은 부분의 정보만 남아 전체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된다.[4]

가장 확실한 증명법은 블랙홀 내부에서 물질을 꺼내오거나 블랙홀 붕괴 후 방출하는 물질들을 잡아서 분석하는 것인데 전자는 이론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고 후자는 양성자 붕괴가 사실이라면 인류는 커녕 모든 원자가 절멸하고도 말 그대로 영겁의 시간 후에 찾아오는 현상이라 사실상 둘 다 불가능하다. 그나마 가능한 방법은 붕괴가 엄청나게 빠른 초미니 블랙홀을 만들어 관측하는 것인데 안타까운 점은 인류는 이론상 미니 블랙홀을 만들 기술력은 존재하지만 물질의 모든 정보 추적과 분석이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논쟁은 앞으로도 오랜시간 계속 될 예정.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주제를 두고 호킹과 논쟁했던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을 읽어보길 권한다.

4. 중요한 이유

블랙홀이 실제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물질에서 분리해서 보관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인류가 이것을 발견하고 해독하는 순간 말 그대로 우주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바꾸는 등의 짓은 불가능하겠지만(정보를 조작할 순 없으므로), 블랙홀을 우주급 정보 대도서관으로 쓰면서 물질에서 정보만 떼놨다가 필요할 때만 정보를 가해 물질을 생성하는게 가능한, 물질 위주의 사고에서 정보 위주의 사고로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일은 현재 물질의 세계에 사는 인간의 상식으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5]

반대로 블랙홀이 정보를 제거한다는 것이 사실이고 다시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우주 입장에서는 아주 암울한 미래인데, 혹여나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을 다시 뱉어낸다고 해도 정말 기초적인 정보를 제외하곤 삭제된 상태이므로 아무 의미가 없이 우주를 돌아다니는 입자들이 될 뿐이다. 사실 이 또한 '정보가 삭제될 리 없다'고 가정한 현대 물리학 이론들에 의해 예견되는 일이니 실제로 정보가 삭제된 물질들이 어떤 행위를 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블랙홀 정보 역설에서 말하는 '정보'와 '정보의 보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인물을 한 명 꼽으라고 한다면 클로드 섀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정보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제로 두 이론에서 말하는 '정보'의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용 분야만 다른 것이기에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듣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자. 정보이론이 성립하면서 현대에 사용되는 주된 발명품으로는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유선 및 무선 통신 기술이 있다. 우주와 행성의 체계가 이러한 발명품과 유사하거나 혹은 같을 수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6] 정보의 보존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 나온다면 블랙홀은 물론 우리가 행성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더 폭넓은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명확한 증명을 못한 채 세상을 떠났으니, 숙제는 이 세상에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다.

5. 대중매체에서

앞서 설명한 내용에서 최대한 풀어서 서술했음에도 이해가 안된다면, 창작자가 의도를 한 것은 아니겠지만 유사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디지몬 시리즈 중에는 '디지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는 물론 실제 생명체인 사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행성이 일종의 '바코드'를 매개로 정보의 저장과 복원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다.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생명체와 행성의 정보의 손상과 복원 가능 여부는 매 회마다 화두의 관심사로 표현된다. 그래서 아무리 악당이 생명체를 살생하는 일이 발생한다 하여도 마지막 생명의 불씨인 정보는 손상시키지 않는 암묵적 규칙이 존재하는데, 이런 정보를 고의로 손상시키는 악당은 최악 중의 최악으로 표현된다.


[1] 실제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개념을 끌어온 것이며 둘은 서로 아예 다른 개념이다. [2] 무엇인가를 관측한다는 것은 빛이 반사되어 우리의 눈으로 들어와 그 신호를 뇌에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빛도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 내부는 절대로 관측이 불가능하다. [3] 호킹 복사에 의하면 블랙홀이 방출하는 것 '같은' 물질은 블랙홀 내부에서 나온게 아니라 양자 요동으로 인해 방금 갓 생성된 물질이다. 따라서 당연히 블랙홀 내부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다. [4] 게다가 원래 정보의 소실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생성되는 엔트로피는 소실되는 정보량에 비례한다.) 소실된 정보는 엔트로피의 형태로 우주에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역설대로 호킹 복사로 정보가 삭제된다면 일반적인 정보의 소실과 달리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다. [5] 한가지 확실힌 점은 물질의 의미가 사라지는 우주가 될 것이라는 점. 우리가 지폐라는 종이쪼가리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종이조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가진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화폐가 신뢰를 잃으면 말 그대로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과 같이 물질에서 정보가 분리된다면 물질은 그저 공간만 차지하는 무언가가 될 뿐이다. [6] 컴퓨터 공학적인 사고로 따졌을 때, '그냥 파일에 삭제 누르면 정보가 사라지는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와 정보의 개념을 착각한 것이다. 정보 이론에서의 정보는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을 삭제해봤자 데이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집합에 불과하므로 삭제한 파일의 데이터와 동일하게 복구가 가능하므로 정보의 소실이라 볼 수 없다. 그보다 컴퓨터의 특정 메모리 자체가 파괴되어 사용 불가능해진다면 다시는 그 정보를 저장할 수 없게 되니 그것이 정보의 소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의 보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데이터 없이 정보만 저장하는 행위도 가능하다는 것.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정보 역설 자체가 지금 블랙홀이 데이터(기본 입자들)에서 정보만 쏙 빼가서 어딘가 꿍쳐두고 있는게 아닌가 해서 나온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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