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의 13색 합성 사진.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진 모든 HUDF 관측과 XDF(eXtreme Deep Field) 관측을 종합한 결과이다. 소수의 거대 항성들을 제외하면 이 사진 안에 있는 대다수 발광원들은 저마다 수억~수천억 개의 항성들을 거느리고 있는 은하이다. |
1. 개요
Hubble Ultra Deep Field, HUDF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
허블 우주 망원경이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1월 16일까지 800회에 걸쳐 노출시간 통산 약 1백만 초를 들여 촬영한 4색 사진이다. 이후 2009년에 3가지 색을 더 촬영함으로써 자외선에서부터 근 적외선에 이르기까지 7색으로 이루어진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에리다누스자리와 화로자리 사이 밝은 별이 거의 없는 공간을 선택하여 촬영되었으며, 사진의 총 면적이 보름달 넓이의 1/50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영역이다. 구글 스카이로 체감해보자. #
1.1. 허블 딥 필드
1995년, 한 천문학자의 머리에서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찍어보자는 것. 이 이상하고도 괴이한 발상을 해낸 사람은 바로 당시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Robert Williams).[1]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만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촬영하는 데도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이 귀하신 물건으로,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구역을 쳐다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자 낭비였다. 학자들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의견과 '해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저 아이디어를 낸 로버트는 처음엔 정말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사실 그럴 법도 한 게, 허블 우주 망원경은 가동 직후 발견된 광학적 문제를 수리하느라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당시 여론은 나빠질대로 나빠진 상황이었다.[2] 허블 망원경의 발사와 운용에는 총 1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수명 30년으로 계산하면 하루 사용료 10억 원이 나가는 꼴이다. 비싸기도 비싸지만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앞다투어 한번쯤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그야말로 로망 그 자체인 이런 물건을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빈 공간을 관측하는 데 10일씩[3]이나 투자하자고 했던 것이다.[4]
먼 우주를 찍을수록 더 과거의 우주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데,[5]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그만큼 더 희미하고 어둡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서 촬영해야 한다. 지상 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방해로 인해 이렇게 깊은 관측에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우주 망원경인 허블이 적임이었다. 어쨌든 계획은 수용되었고 1995년의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허블은 큰곰자리의 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 지역을 집중 관측하게 된다.
이때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지점의 면적은,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하늘 면적의 2400만 분의 1, 즉 100m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테니스공의 크기 정도의 면적이다. 참조
허블 딥 필드 | 허블 딥 필드 사우스[6] |
그렇게 한 괴짜 천문학자의 발상에서 탄생한 프로젝트의 결과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 천문학계를 뒤집어버리게 된다.[7]
관측으로 얻어진 사진에는 약 3000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여겨졌던 곳 너머에도 은하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단숨에 이 사진은 허블이 찍은 최고의 사진 중 하나로 유명해졌고 허블 딥 필드(HDF, Hubble Deep Field)라는 이름이 붙었다.
게다가 이를 계기로 우주의 형태와 규모, 역사에 대한 인류의 시야가 비약적으로 넓어졌고, 이후 천문학자들은 허블을 통해 여러 심우주 영역 촬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1998년에 또 한번 관측을 계획했고 이번에는 남반구의 큰부리새자리의 영역을 관측하였다. 허블 딥 필드 사우스로 이름붙여진 이 관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은하들이 발견되었다. 이후 여러 번 시행된 관측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주의 빈공간 어느곳을 촬영해도, 허블 딥 필드와 같이 그 좁은 점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와 천체들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 천문학의 역사와 우주연구 분야에 있어 실로 엄청난 실적이라 할 수 있다.
1.2. 허블 울트라 딥 필드
허블 울트라 딥 필드는 허블 딥 필드의 후속 관측으로서 계획되었다. 허블 딥 필드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는 약 120억 년 전의 것이었는데, 우주의 탄생이 이루어진 137억 년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허블 망원경은 적외선 대역의 감지기가 미비하여 이보다 먼 거리의 천체를 관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약 8년 후,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친 허블 망원경은 새로 선정된 화로자리 부근의 영역을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간헐적으로 관측했다. 총 2주의 노출시간을 소모하여 얻어진 사진에는 1만 개가 넘는 은하들이 관측되었고, 허블 우주 망원경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의 은하를 단일 사진에 담은 망원경이 되었다.1.3.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
HXDF(Hubble eXtreme Deep Field)HXDF는 2012년 9월 25일 NASA에서 공개한 HUDF의 새로운 버전으로, 무려 132억 년 전 은하를 포착하였다. 이것은 빅뱅 이후 겨우 4억 5천만 년 후 은하가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HXDF는 HUDF가 촬영한 지역의 약 80%를 커버한다. 은하는 대략 55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1.4. 허블 프론티어 필드
허블 프론티어 필드 중 하나인 은하단 MACSJ0717.5+3745의 관측 사진 #. |
HFF(Hubble Frontier Fields)
허블 망원경이 장기간 노출시간을 들여 촬영한 은하단의 사진이다. 총 6개의 은하단을 대상으로 하여 관측하였다. 관측의 주요 목적은 은하단의 중력에 의한 거시 중력렌즈 현상을 통하여 그 너머에 있는 우주 초기 은하를 보다 쉽게 관측하는 것이다. 즉, 은하단을 일종의 자연적 확대경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1.5. 제임스웹 적외선 촬영사진
NASA's Webb Delivers Deepest Infrared Image of Universe Yet (The galaxy cluster SMACS 0723) # |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이다. 허블 딥 필드 영역이 아닌 날치자리에 위치한 은하단 SMACS 0723을 관측하였다. 중력 렌즈 효과가 매우 잘 나타나 있어 일부 은하의 상이 중력 렌즈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허블 딥 필드가 허블 망원경의 대표 사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이번 이미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허블 딥 필드 시리즈는 노출시간을 무려 10일이나 해야했지만, 이번 사진은 불과 10시간만에 나온 것으로, 성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수 있다. 다만, 제임스웹은 18장의 6각형의 반사거울을 조립해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별의 빛이 6갈래로 펴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2. 의의
허블 울트라 딥 필드에서 발견된 은하들은 우주 초기 은하들의 형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측정된 크기는 우리 은하보다 훨씬 작았고, 대부분이 현재의 우주에서는 보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머나먼 거리만큼 도달한 빛 역시 오래 전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우주 탄생 초기엔 각 은하들 간 거리도 가까운 만큼 병합도 자주 이루어져 폭발적인 별 탄생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여, 이러한 병합을 수차례 반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계층적 합병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증거가 되었다.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먼 은하로 추정되는 은하도 이 사진을 찍은 영역에서 발견되었다. UDFj-39546284라는 은하인데, 측광학적 적색편이 추정치는 11.9로 우주의 나이로 환산하면 3.7억 년에 해당한다.(거리는 327억 광년) 다만 공식적인 최원거리 천체는 아니며 공식적인 최원거리 천체로 인정받기 위해선 분광학적인 검증을 거쳐야한다. 현재 UDFj-39546284는 분광학적인 적색편이 검증을 받지 못 했으며 향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JWST)의 성공적인 발사와 임무시작이 이루어 지면 검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등급은 29등급으로 밝기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별의 15억분의 1밖에 안 된다. 비유하자면 약 13,000 km 거리에 있는 반딧불이를 포착한 것과 비슷하다.(공식적인 최원거리 은하는 큰곰자리에 있는 GN-z11로 적색편이는 11.09(320억 광년)이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가 커버하는 면적은 2.4 × 2.4각분으로 보름달의 50분의 1, 천구 전체의 25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영역이다. |
중요한 점은 허블 울트라 딥 필드를 제외하더라도 천구상의 어느 지점을 확대해 보더라도 이렇게 많은 은하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팔을 끝까지 뻗고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면 그 손톱 넓이의 1% 정도가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사진에서만 은하가 최소 1만 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최소한의 은하 개수를 2500만 × 1만 = 약 2500억 개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은하 하나 안에 있는 별의 숫자만큼 많은 은하가 우주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2021년 12월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울트라 딥 필드를 뛰어넘는 관측을 하리란 전망이 많다. 제임스 웹은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월등하고 심우주 관측에 최적화된 망원경이기 때문에 정말로 '최초에 가까운 은하'를 더 높은 해상도로 포착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과 90년대에 쏘아올린 망원경이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21세기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후속 망원경에 걸리는 기대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좁은 영역에서 더 많은 은하가 있음을 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인류가 예측할 수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의 개수'는 단위가 바뀔 수도 있다.
3. 창작물
영화 슈퍼노바에서 터스커( 스탠리 투치)가 이 개념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한밤중에 꼬마에게 별이 없는 쪽을 고른 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곳에 굉장히 뛰어난 망원경으로 보게 되면 그 작은 공간에 백만단위의 은하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4. 관련 문서
[1]
1993년~1998년 동안 우주망원경연구소(STScI)의 책임자를 맡았다.
[2]
제 1반사경이 타원형으로 깎여야 하는데 완전한 구형으로 깎였다. 이거 고치고 바꿔 다는 데만 6억 달러 이상을 썼고 그 외에 이래저래 쓸데없이 낭비된 예산이 많았다.
[3]
미약한 빛을 응집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4]
10일이 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천문학자들은 단 하루의 망원경 사용 허가를 얻기 위해 연구계획서를 완비하고, 지구와 태양의 위치역학에 따라 사용 기회를 놓치면 다른 연구자들 예약 때문에 그대로 내년으로 사용계획이 밀린다. 허블 정도의 최상급 망원경을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기 위해 10일씩이나 독점하겠다는 것은 다른 연구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5]
왜 멀리 떨어진 부분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뜬금없이 시간여행이 튀어나오나 싶겠지만, 일상적인 수준의 거리가 아니라 기본 몇백 몇천 광년, 말 그대로 천문학적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는
은하,
은하단등의 천체는 스스로 낸 빛이 현재의 지구에 닿기까지 그 거리만큼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대략 100광년쯤 떨어진 천체를 관측하면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실제로도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전달되는 데만 해도 1AU ≈ 약 7분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0억년 정도로 추정되며, 앞선 관측이 수십억 광년 단위로 스케일이 커지면 그만큼 우주의 초창기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6]
허블 딥 필드로부터 3년 후 1998년, 같은 방식으로 천구의 남쪽을 바라보고 촬영한 사진.
[7]
의외로 세기의 발명이나 발명 중에
심심해서 해봤는데 진짜 되더라 식의 뻘짓에서 시작된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