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哲 學 者 / Philosopher좁은 의미에서는 형이상학, 윤리학, 논리학 등 전문적인 철학의 주제들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을 가리킨다. 그런 측면에서 각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형이상학자(metaphysician)", "윤리학자(ethicist)", "논리학자(logici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헛소리나 뜬구름잡는 소리라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헛소리를 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철학자가 아니라 궤변론자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말을 하는 사람(수사학)이 아닌 사유하는 사람이고, 논리의 노예이다. 철학자에게는 사실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사실의 근거에 다가갈 수 있는지, 즉, 사유의 문제 속에서 정보의 체계화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로타고라스의 논변을 들 수 있다. 고대 희랍의 에우아틀루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변론 수업 수강료 논변'은 언뜻 보면 철학자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례에는 형식론적인 역설만 존재할 뿐 철학적 사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사태의 내용과 연관 없이 상대방을 논박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피스트의 일이지 철학자의 일은 아니다.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는 물리학자, 사회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 또한 "철학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왜냐면 물리학, 사회학 등 대부분의 근대 학문은 철학에서 갈라져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의학, 신학, 법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문 분야에서 박사 학위자를 "철학 박사(Doctor of Philosophy; Ph.D)"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하지만 "철학자(φιλόσοφος)"라는 말의 더욱 넓은, 그리고 본래의 뜻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말한다. 곧 이런 넓은 의미에서 "철학자"란 특정한 지식을 갖는게 아닌, 지혜를 사랑하는 삶의 태도를 지키는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이런 의미의 철학자를 ' 철인(哲人)'이라고도 부르는데, 철학(哲學)이라는 특정 학문을 연구한다기보다는 철학적인 사유 태도와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을 이르는 뉘앙스가 강하다. 주로 플라톤 철학에서 접하기 쉬운 문구인데[1], '강철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철인(鐵人)과 헷갈리지 않도록 유의하자.
2. 철학자가 되는 방법
물리학자, 사회학자 등과 달리 자기 직업을 "철학자"라고 소개하면 묘한 눈길을 받게 될 것이다. 자세한 사항에 관해서는 철학과 참조.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실제로 "철학자"의 넓은 의미를 염두에 두자면 철학자인지 아닌지 여부는 지식의 문제는 아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사주와 작명에 힘을 쓰시는 철학관의 "동양철학자"도 철학자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아래 내용은 학문으로서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2.1. 철학과를 졸업해야만 하나?
학부 철학과에서는 철학의 기초적인 소양을 두루 교육하며, 전문 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런 기초적 소양을 갖추고 있을 것을 요구받는다.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대개 모든 학문의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해당한다.다만 학부 때 다른 전공으로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이렇게 대학원에서부터 철학을 전공하여 성공적인 철학자가 된 경우도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천재라면 학위도 필요 없는데,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다면 좋은 학술지에 게재하여 연구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 실제로 10대 때 양상논리의 완전성을 증명하여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교원으로 임용된 솔 크립키 같은 사례가 있다.[2]
그외에도 전문적으로 철학을 연구할 것은 아니지만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양 서적들이 점점 많이 출간되고 있으며, 대안 연구 공동체 등 시민을 위한 교육 단체 또한 점점 확산되고 있다.
2.2. 외국어를 잘 해야 하나?
고전 철학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따라서 비전공자로서 철학을 접하는 것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 철학을 하기 위해선 여전히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학계의 공용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 구사는 필수다. 심지어는 동양철학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동양학 연구의 최전선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하버드 대학교의 옌칭 연구소다.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사상의 사상가가 저술한 글은 그 언어를 알고 있는 것이 좋다. 그 사상가에 대해 당연히 그 언어권 학자들이 연구를 하지 않겠는가? 그 외에도 원서를 읽을 때도 도움이 되는데[3] 해당 언어만의 표현이나 특유의 뉘앙스는 번역으로 대체되기 힘들기 때문. 이것만으로 자신이 기존에 이해하고 있던 글의 해석이 조금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서양 철학사를 전공한다면 일반적으로 독일어 혹은 프랑스어가 도움이 된다. 양 언어로 쓰인 철학서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을 전공한다면 프랑스어나 독어는 못하더라도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숙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랍어, 고전 히브리어도 독일어나 프랑스어 못지 않게 중요한데, 왜냐면 아랍어나 고전 히브리어로 원본 텍스트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4] 이외에도 경우에 따라 이탈리아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등 또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동양 철학을 전공하는 경우 필수적인 언어는 한문, 표준 중국어이다. 동양 철학 전공자치고 한문에 취약한 사람은 드물다. 웬만한 동양 사상가들이 저술한 책은 모두 한문으로 쓰여 있기 때문. 지금과는 뜻이나 음가가 다른 한자의 경우 따로 외워야 하며, 옛날에 쓰던 문법을 모르면 해석이 난해한 글귀들도 많다. 일본어도 최신 연구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인도 불교 등을 연구한다면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벳어 등 역시 필요하다.
분석철학 계통의 철학(과학철학, 심리철학, 분석형이상학, 언어철학 등)을 공부할 때는 영어 외의 외국어가 거의 필요 없다. 애초에 영어권을 중심으로 발달한 철학이기 때문이다. 분석철학 초기 주요 저작들 중에 독일어로 쓰인 것이 꽤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영어 번역이 있다. 또, 다양한 해석을 지양하고 명료한 글쓰기를 추구하는 분석철학의 특성상 원어로 읽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3. 모든 철학에 통달하는 게 가능한가?
고대에는 가능했다. 하지만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이를테면 한국의 서양 철학사 연구자라고 해도 한국중세철학회와 한국서양근대철학회는 아예 학회부터가 다르며, 그 안에서도 " 플라톤 전공자", " 아리스토텔레스 전공자", " 칸트 전공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나뉜다. 즉 실질적으로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분업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독립적으로 이러한 분업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철학은 마땅히 어떤 한 세부 분야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가장 보편적인 진리만을 추구해야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편 세부적인 전공과 분야가 나누어지고, 모든 철학 분야에 통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철학 전반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춰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대학원에서 현대 프랑스 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라고 해도, 현대 프랑스 철학에 대해서만 공부한 것은 아니다. 철학 박사라면 고대 철학부터 현상학과 분석철학에 이르는 개략적인 철학사적 지식과,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윤리학 등 대표적인 세부 학문에 대한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4. 철학자는 인격자이며 그들의 주장엔 오류가 없나?
당연히 아니다.[5] 철학자가 아무리 치열한 논리를 통한 진리를 추구한다고 해도 신이 아니므로 완벽할 수가 없다. 애초에 그렇게 쉽게 진리를 추구할 수 있었다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고대때 발전이 끝났을 것이다. 현재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고 사람이 연구하므로 어쩔 수 없이 당대 사람들의 상식이나 철학사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중세 철학자들은 당연스럽게 신의 존재를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해 나갔으며, 근현대 철학자들은 철학을 통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등 당대의 시대상을 많이 반영했다. 에밀 시오랑 등의 대륙 철학자는 인종차별과 나치를 옹호했고, 공산주의를 열렬히 환영했던 사람들도 있다. 현대 기준으로 명백히 잘못된 사상들임에도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어떤 학문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현대 이후로 철학은 세부전공과 분과가 많이 생겨나 더이상 유명 철학자라고 해서 모든 철학적 지식의 총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웠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도 영미철학 부분에서만 두각을 드러냈지 대륙철학은 전문분야가 아니었다.아무리 논리전개가 완벽하다 해도 어떤 결론을 연역적으로 추론하기 위해서는 대전제와 소전제(경계조건)가 필요하고 그 전제들이 철학의 분류 및 사조를 나누게 된다. 대개 이 과정은 귀납적,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들이거나(ex: 태양은 영원히 타오른다), 으레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졌던 것들이다(ex: 신은 존재한다). 이러한 전제들이 없으면 논리 전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며 추론과정을 통해 어떠한 결론도 얻어낼 수 없다.
2.5. 철학자는 다른 학문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나?
철학은 기본적으로 메타 학문(학문에 대한 학문)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며, 분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통섭적인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철학이며, 완전히 독립된 철학은 없다.분석철학을 전공한다면 수리 논리학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연구 방향에 따라선 언어학이나 컴퓨터공학도 공부해야 한다.
과학철학을 전공한다면 물리학이나 생물학, 심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과학자들의 과학 활동에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기제 따위를 지적하기 위함이며, 대표적으로는 토머스 쿤이 있다.
고전 철학이나 중세 철학을 전공할 생각이라면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역사학을 알아야 한다.
3. 목록
철학자를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1) 철학자들의 연구 분야 별로 분류하는 것 (2) 철학자들의 활동 시대에 따라 분류하는 것 ("통시적 분류") 두 가지가 있다. 본 문서에서는 기본적으로 (2) '통시적 분류' 방식을 취한다.일반적으로 서양 철학사에서 시대 구분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이는 일반적으로 역사학계에서 이루어지는 시대 구분과 동일하나, 역사학계에서도 그러하듯이 그 자체로 상당한 논란거리이자, 하나의 철학사적 주제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그 논란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시대적 구분의 기준이 모호하다: 가령 카를 마르크스를 비롯한 유물론자들은 사회의 유형적 측면, 예컨대 사회경제적 체제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반면 전통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은 사회의 무형적 측면, 즉 철학의 내용 혹은 당대의 문화적 조류 정도에만 주목하여 시대를 구분한다[6].
- 중간에 '낀' 철학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교부들은 서로마 제국 멸망 이전 시기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중세철학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헤겔 이후 19세기의 니체, 마르크스 같은 철학자들 또한 현대철학자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다.
- 현대의 기준은 현시점에 대해 상대적이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폴리스 시대 또한 그에게 있어서는 현대였고, 르네 데카르트가 활동한 17세기 역시 현대였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후손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현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본 문서에서는 21세기초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위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합의된 것일 뿐 논란의 여지가 있다.
3.1. 동양의 철학자
자세한 내용은 철학자/동양 문서 참고하십시오.3.2. 서양의 철학자
자세한 내용은 철학자/서양 문서 참고하십시오.
[1]
다만 플라톤의 '철인(philosophos)'은 단순히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이성)로써 선의
이데아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그리고 이는 곧 국가 통치자의 자격이자 덕목)'이라는 뜻이라서 의미가 조금 더 복잡하다.
플라톤 및
이데아 문서 참조.
[2]
물론 솔 크립키 같은 사례는 이례적인 케이스에 속하는 편이기도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개인이 활동함에 있어서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학문을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뭘 하든지 능력적인 편견을 가지지 않아야 한계를 넘을 수 있다.
[3]
물론 이렇게까지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경우는 드물다.
[4]
고대철학 전문가로 한국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는 외국 교수의 경우만 해도 아랍어나 히브리어를 할 줄 아는 경우가 있다.
[5]
심지어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그 자신도 철학자였으면서도 "그런데 그 어떤 주장이든 철학자 중 누군가가 발설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어리석은 주장은 없다네."(Sed nescio quo modo nihil tam absurde dici potest quod non dicatur ab aliquo philosophorum.)(의역: 세상에 그 어떤 멍청한 주장이라도 이를 개진한 철학자가 한 명쯤은 있게 마련이다)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6]
마르크스주의에선 이를 각각 "하부 구조"와 "상부 구조"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