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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06 00:54:11

아키텍처(소설)

1. 개요2. 구성3. 등장인물4. 줄거리5. 표현상의 특징
5.1. 미사여구로 점철된 비문5.2. 지나친 PC통신 채팅체 말투5.3. 혼란스러운 대화 맥락5.4. 색채어의 사용5.5. 비속어의 사용5.6. 영화적 기법(?)
6. 그나마 괜찮게 평할 수 있는 부분

1. 개요

파일:attachment/9_10.jpg

건축기사 겸 작가 이상윤이 시집 'LOVE ON'을 출간하고 이듬해에 내놓은 소설.[1][2] 그 다음 해에 나온 것이 바로 그 악명 높은 해리와 몬스터이다. 하지만 해리와 몬스터에서의 괴센스는 이미 여기에서 드러났다.

핵심 소재는 건축 사랑이다. 이 말만 들으면 건축학개론이 떠오르지만 현실은..

참고로 이 책을 출판한 청어는 문학상 수상작품집과 시집, 에세이로 대표되는 정통적인 출판사이다. 이런 괴작을 출판한 것은 정말로 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출판사 서평을 한번 읽어보자.

2. 구성

새로운 경험을 하는 당신에게…
1000명의 생명, 1000편의 시…그리고 게임.
천년의 사랑이 끝난 자리에선, 다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흐른다.
20살 때 난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회색 군중은 나를 기억상실증 환자라 부른다.
잊은 것과 잊지 않은 것.
나의 5분 후 기억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채 사라진다.
그래! 킬러 이상이며 난…
난… 아키텍처다.
킬러들의 세계에서는 제거할 대상을 새앙쥐라 부른다.
이제부터 당신은 아키텍처이며 '8월의 크리스마스 기적'을 맛보는 시간여행을 할 것이다.
시간 여행에 앞서 숙지 사항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며, 각 장마다 - 메멘토 -라는 35개의 퍼즐은 현재 5분 간의 기억으로 내부 큐빅과 외부 큐빅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두 번째 당신의 전신에 있는 문신과 소지품으로 23개 기억의 매트릭스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용의 발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3개의 매트릭스
(엉덩이- 접속 , 팔꿈치- 예수 , 가슴- 정도전 Kill , 배- 엽기토끼 , 등- 주유소 습격사건 , 핸펀 수신자 화면- 달마 , 발목- 쥴리아나 , 목덜미- 블랙로즈 , 손등- 데이트 , 팔뚝- 엽대위 , 발바닥- 어느 부랑자에 대하여 ,지갑 속 명함- NB , 손목시계 뒷면- 불구가 된 이상 , 손바닥- 대통령의 딸 , 무릎- 이별 , 루즈가 묻은 명함- 자칼 , 팔꿈치- 약속 , 가슴- 방황 , 허리- 재회 , 허벅지- 복수혈전 , 아직 굳지 않는 문신- 정도전에게 999편의 시를 빼앗겼다 ) 이건 뭐 메이드 인 헤븐도 아니고

세 번째 39개의 - 킬러의 법칙 -은 현재 5분 간의 기억 만을 간직할 수 있는 전문 킬러로서의 본능과 이 게임을 이끌어 가는 당신의 필살기를 보여준다.

네 번째 32개의 - 아키텍처의 길 -은 현재 처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건축가'라는 또 다른 경험을 체험하게 한다.

다섯 번째 1000편의 사랑의 시 - LOVE ON -은 당신이 8월의 크리스마스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 한 부랑자와 건축과 학생의 만남이 있었다. 자살을 위해 옥상에 올랐던 학생은 그 부랑자로부터 2009년에 살았던 킬러 이상에 대한 전설을 듣게 되는데…

2008년 3월 영등포 사창가에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키텍처 이상은 다중인격자이며 킬러다. 그는 전신에 있는 문신과 소지품을 통해서 이 책의 비밀을 한 가지씩 풀어간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독자, 바로 당신이 이상이라는 것.
예수, 정도전, 소연, 달마, 그리고 수많은 모종의 사건들이 퍼즐처럼 하나씩 조합되고, 퍼즐이 하나씩 조합되면, 수수께끼도 하나씩 풀리기 시작한다
갓난아기 때 버려진 이상과 예수. 암흑가 보스 정도전에 의해 20살이 되도록 킬러로 길러진다.
암살하라! 정도전의 암살자 명단에 오른 소연. 이상은 정도전의 암살자 파일 속에서 소연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 엽기녀가 가진 엄청난 신분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방황하던 이상은 결국 사랑과 이별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2009년 6월. 첫 장면과 오버랩 되는 회색 고층 빌딩의 옥상. 방황하는 킬러 이상이 자살을 시도할 때, 베일에 가려진 부랑자가 나타난다.
1000편의 시를 쓰기 위해 처절히 죽어 가는 킬러 이상의 엽기적 사랑은 계속되는데, 과연 마지막 반격인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지.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하얀 눈꽃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온 도시에 흐르고 있었다.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에서 예수와 건축과 학생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의문의 그림자는 누구인가…
회색 군중의 하드타켓
바로 당신 아키텍처!
당신의 시간여행에 사랑과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난 독자일 뿐이다.


이상윤
- 아키텍처 … 머릿말

3. 등장인물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표지의 글귀에 나오는 예수, 달마, 정도전을 의미 없는 헛소리로 치부했을 것이다. 혹은 추상적 관념을 고도의 상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하거나 그러나 이들은 놀랍게도 줄거리에 개입하는 등장인물들이다(...).

4. 줄거리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 한 건축가 학생이 애인이 양다리를 걸쳐 투신하려 한다. 그때 나타난 뼛가죽만 남은 의문의 부랑자는 50년 전, 2009년[8]에 살았던 킬러 이상에 대해 들려준다.

전문 킬러 이상은 스틸T자로 어린아이 유괴범, 자살사이트 운영자, 비리 경찰 등으로 구성된 새앙쥐를 처단하며 동대문, 잠실, 미아, 뚝섬 등 전국을 누빈다. 새앙쥐들은 신용카드, 스틸 부메랑, 일본도 등 제각기 다양한 무기로 덤벼오며 이상의 하복부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매번 이상의 승리로 끝난다. 살해 후에 이상은 푸른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시를 낭송한다.

한편 다중인격자인 이상은 냉철한 킬러인 동시에 맞고 살면서도 여자친구 소연만을 위하는 대학생이다. 그러나 이상을 킬러로 키워낸 보스 정도전은 그에게 소연을 죽일 것을 지시한다. 이상은 그녀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에 고뇌한다. 정도전의 손에서 이상과 함께 자란 예수는 달마와 함께 정도전의 편에 붙고, 그들은 소연을 납치해 윤간한다.

한편 이상의 새앙쥐 살해는 매번 회색 군중의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된다. 범죄자들은 이상에게 살해당할까봐 두려워 경찰에 자수하며 보호를 요청하기도 하고 이상을 빨리 잡으라고 경찰에게 시위하기도 한다. 결국 이상만 제외하고 대한민국 범죄율이 제로가 되어 기네스북에 오른다.

결국 이상은 999명의 목숨을 살해하고 999편의 시를 쓴다. 이후 자신을 배신한 예수를 용서한 뒤에 정도전의 차에 치인다. 소연을 위하여 1000편의 시를 써야 했던 이상은 죽어가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혈서로 1000번째 시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국은 이상기온에 의해 한여름에 폭설이 내리며 8월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난다.

다시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 예수와 학생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기적이 일어나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살아 있는 이상. 그러나 그는 5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5분 후에도 그는 여전히 소연을 위해 시를 쓸 것이다.

5. 표현상의 특징

이상의 줄거리를 읽어보면 이 책이 정상적인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스토리의 큰 흐름만을 파편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일 뿐이다. 자세한 맥락과 세부적인 줄거리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이 책이 왜 괴작인지 알고 싶다면 밑의 1장 ~ 5장 전문을 직접 읽어보자.
1. 동감 (同感)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

한 학생이 그 위에서 뛰어내리려 하였다.
아트박스와 스틸T자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여자가 곁을 떠났다는 이유로…
그때 옥상 옆에서 부랑자의 인기척이 났다.

"자네도 건축과 학생이군"

"할아범! 근데 왜여?"

2m의 십자가를 든, 횅댕그랭한 뼈가죽만 남은 부랑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할아범! 여기서 뭐 하는 거여?"

"눈꽃을 기다리지"

"쭈그렁탱이야~
처녀귀신 따먹는 소리하지 말구~
시방 뭐 하는 겨?"

"8월의 크리스마스 눈꽃을 기다리지
학상~ 자넨 사랑을 믿나"

"할아범!
엿가튼 사랑타령 하지 말더라고~
사랑하던 년이 양다리 걸쳐서 시방 자살하려 하니껭"

"젊은이~
사랑이 뭔지 아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주는 걸까? 받는 걸까?"

2. 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9 Lost Memories)

2009년 3월 신촌의 커피숍 스칼렛

커피를 주문하고 시계를 보았다.
등을 돌린 채 새앙쥐는 담배를 피우며 1분 간격으로 침을 뱉었다.
핸펀이 울렸다.
뭉툭한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어 내고 재빨리 이상에게 피스톨을 당겼다.
매서운 탄환이 이상을 할퀴듯 덤벼들었다.
연기처럼 그림자처럼 스틸T자는 W곡선의 키를 눌렀다.

그것 뿐이었다.

새앙쥐의 바지엔 지릿한 오줌이 흘러내리고, 가슴엔 W가 그어져 있었다.
이상의 파란 눈물이 원을 그리며 한 편의 시가 커피 잔을 적셨다.


(Love On) 8월의 크리스마스

울지마 그대
눈물과 하늘이 하얗게 켜질 때까지

기도해 사랑은
그때 처음 만났던 그날의 소중함으로 되돌릴 수 있게

울지마 그대
사랑과 빗물이 하얗게 웃을 때까지
기다려 조금씩
준비 못한 사랑의 느낌 첫눈과 함께 다가올 수 있게

울지마 그대
이별과 만남이 하얗게 키스할 때까지

사랑해 영원히
아낌없이 내리는 그대 눈처럼 하얗게 피어날 수 있게


- 메멘토 -
텅 비어버린 기억 속으로
단지 파란 눈물이 맴돌 뿐이다

3. 메멘토 (Memento)

2008년 3월 영등포 사창가

20살 때 난 말을 잃어버렸어
그러나 회색 군중은 나를 기억 상실증 환자라 부른다.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리지 않은 것
나에겐 5분 후의 기억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채로 기억하지 못한다.

단 한가지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돼 버렸어.

그래 아키텍처!

킬러 이상~ 난 벙어리다.

킬러들의 세계에서 제거할 대상을 새앙쥐라 부른다.
이상과 예수.

그들 안에 이젠 아무것도 없다.

우정도 친구도 아무것도…

스틸T자는 아키텍처의 생명과도 같았다.
1985년 스틸T자와 함께 버려진 갓난아기 이상.
훤칠한 키183 깔끔 정우성 스탈에 블랙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크로우를
연상시킨다. 그 예리한 질감의 전신 등뒤로 스틸T자를 장착하고 있다.
0.01초, 그 짧은 순간에 이상의 블랙 캐시미어 코트에서 미련 없이
스케일이 떠났다.
30cm의 스케일

"아키텍처!
다시 만나고 싶군 ^*^"

새앙쥐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픽~ 쓰러졌다.
깨져버린 작은 화분처럼 터져 버린 심장의 심줄들이 비빔 >냉면을 연상 시켰다.
국물이 깨끗~해여
그 위로 파란 눈물이 겨자처럼 풀렸다.


(Love On) 진로 두꺼비

날짜가 백날 가봐야 아무 소용없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져

달콤 쌉싸름한 소주 한 잔
큰 의미 부여하지 않아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가장 나쁜 일
생각도 못했지

사랑이라는 치울 수 없는 재고 때문에

소주 좋아하는 데는
단 한가지 이유 있어

아무리 들이켜봐도
흡수하지 못하는 마음의 흔적

그렇다
그대는 오직 한가지
채워지지 않는 빈 잔이었지


- 메멘토 -
난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사랑의 시를 적신다.
파란 눈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흐르고 있어.
나의 엉덩이엔 무당벌레 만한 크기의 "접속"이란
글자가 쓰여있다.
피의 붉은 어둠, 그 어둠 속의 어둠의 태양들
… 접속

4. 매트릭스(MATRIX) & 접속

방제 : 특별한 만남을 꿈꾸는 그대를 위하여

은 빛 비 : ^*^

파란 눈물 : 하이

은 빛 비 : 리~하이
님 소개 좀?

파란 눈물 : 키183 깔끔 정우성 스탈

은 빛 비 : 정우성? ㅋㅋㅋ
똥~야부리는

파란 눈물 : ㅡㅡ;; 속고만 살았~남

파란 눈물 : 더 디테일하게 말해봐?

파란 눈물 : 설살구 슴살 TTL
홍대 건축과 대딩
주민등록번호라두 불러야 되~남

은 빛 비 : ㅇㅋ

파란 눈물 : 근데 방제가 뭘 뜻하~남
은 빛 비 : 이궁~내가 대통령 딸이걸랑 ^*^

파란 눈물 : ㅡㅡ 정신병원에서 탈출 했~남
내 친구가 예수~인디
글구~ 나 진짜 정우성이야
짐 촬영중 막간에 채팅하는 겨 (넘버3의 송강호 버전)

은 빛 비 : 안 믿는구나 ^*^

파란 눈물 즐~ ㅡㅡㅗ

은 빛 비 : 리~즐 ㅡㅡㅗ

5. 랜덤하트(Random hearts)

왕십리

"서두르지 마
사랑의 느낌이 더디고 더뎌"

뺑소니 새앙쥐의 쌍칼은 끊임없이 자동차 열쇠처럼 죽음의 시동을 걸었다.
스틸T자를 빼내든 킬러는 파란 눈물을 감지하며 죽음을 장전했다.

"서두르지 마
사랑의 느낌이 더디고 더뎌"

새앙쥐의 쌍칼은 끊임없이 자동차 열쇠처럼 죽음의 시동을 걸었다.
스틸T자의 회오리는 파괴력을 진정 시키려는 듯 삐닥한 대각선으로
레드왈츠를 추었다.
제법 치밀하게 새앙쥐의 쌍칼은 프린트된 A4용지처럼,
다급히 속도 위반을 하였다.

"이상! 넌 완전히 오버다
오바맨~ ^*^"

죽일 듯이 쌍칼을 빨던 뺑소니 새앙쥐의 팔뚝은
가볍게 유리탁자의 옷을 벗겼다.
마르지 않는 이상의 파란 눈물은 더할 수 없이 찍어 내리는 듯한,
죽음의 시동을 내리 그었다.
스틸T자의 심장이 격렬하게 건물을 뒤흔들며,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리는 메탈할라이트의 불빛은 서로 주고받으며 무시무시한 살기를 일으켰다.

- 킬러의 법칙 -
킬러의 적은 바로 킬러다.
자신이 바로 죽음을 결정하는 저승사자이다.

대중매체를 질리게 하는 이상의 전율은 수시로 휘어 꺾어 피스톤의 가속도를 높였다.
두꺼운 강판을 구부리는 날카로운 쇠꼬챙이는 탄피를 퍼붓는 듯한 엄청난 공포감이 회색 빌딩을 뒤흔들었다.

"찌그러져 이상!
알루미늄캔처럼 찌그러져 샤앙~"

반쯤 복부를 여는 스틸T자 언더라인으로 촤악~ 검붉은 봇물이 쏟아졌다.

" 볼륨을 높여라~
얼음장처럼 차가운 관을 선물해 주겠어~"

쇠꼬챙이는 자물쇠를 풀고 주문처럼 능동적으로 빨갛게 충혈 되기 시작했다.
두꺼운 어둠이 드리워져있는 일산호수공원에서, 하얀 빛깔의 투 라인이 죽을 사(死)자를 휘갈겨 썼다.
재빨리 스틸T자는 고개를 숙여, 뺑소니 새앙쥐의 하복부를 약진했다.
이상의 뺨에는 한 줄기의 파란 눈물이 흘러내리며, 뿌연 8㎜의 무비 카메라는 킬러를 360。회전하며 비춰졌다.


(Love on) 가을동화

수선화 사랑의 계절
한줄기 흐르는 눈물 하나
스며드는 그대를 만질 수 있다면.
봄바람 흐르는 행인들
가여워 소리 없이 내가 남겨야 하는
그대 떠나 보냈기에 남겨야 하는…

됐어 이젠 됐으니
끝나 정말 끝난 거야
왜 나한테 도대체

수선화 하얀 눈물 날리는 그대향기
아무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는 그대여
기다릴게
바람결 느낄 수 없는 그대 향기를
무슨 마약하시길래 이런생각을 했어요?
21세기의 오감도

5.1. 미사여구로 점철된 비문

살아있는 스틸T자의 칼날은 준비 동작을 취할 필요도 없이 거대한 쇠창살의 복부를 도려내며, 단 번에 배설관을 찢어발겨, 죽음의 살기를 처넣었다.
향기롭게 풍겨 나오는 토사물을 후려갈기는 쇠창살을 킬러는 기계처럼 재빠르게 주사 바늘을 찔러 넣는 것처럼 살갗을 찢어 벗겼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른 진행속도의 두 그림자는 독한 위스키를 들이키는 것처럼 흉측하게 파괴되어 버릴 만큼 죽음을 향해 돌진하였다.
레드라인을 확인하고 눈을 떼는 순간, 말라붙은 숨소리와 함께 미세한 쇠창살의 점막은 죽음을 덧칠해 버린 듯, 뇌수를 가로막은 채 회색 풍경을 벌겋게 채색하였다.
보이지 않는 살기로 무장된 쇠창살은 스틸T자의 가슴에 안긴 스케일을 향해 선정적인 몸짓으로 단숨에 푸른 불꽃을 들이켰다.
미사여구가 지나치게 많아 이 긴 문단이 겨우 다섯 문장밖에 안 될 정도로 문장의 길이가 길다. 읽어보면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따로 논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저 장면은 69장의 첫 부분이다. 각 장마다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장의 시작부분마다 새롭게 설정된 시간, 공간,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저런 상태인 것이다(...).

5.2. 지나친 PC통신 채팅체 말투

"허걱 짱나
난 미소 천사 짱나라다 어쩔래 배째 쓰벌!
여러분 우유 마셔여~ ^_^"[9]
"뜨악~ 딥따 귀엽다 ^*^이상~
또 새겨줄게 왼쪽 뺨 대~ ^_^"
이모티콘 물결표로 끝나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사투리와 욕과 물결표로 점철된 대사를 보고 있으면 요즘 기준으로는 더더욱 노땅체를 읽을 때의 아스트랄함이 느껴진다(...). 또한 "부디 날 기억해 줘"와 같이 따옴표 안에서는 온점을 쓰지 않는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전혀 진지할 수 없게 하는 원인. 이런 어체가 유행했던 PC통신시대 기준으로 봐도 너무 터무니없거니와, 출판된 시점이 2003년은 PC통신 쇠퇴기라 그때 기준으로조차도 낡은 어투다.

5.3. 혼란스러운 대화 맥락

'~~가 말했다'라는 담화 표지가 일절 없다.[10] 때문에 대화의 주체가 누구인지 혼란이 온다. 보통의 책이라면 이런 게 없어도 맥락으로 파악이 되겠으나, 이 책은 다들 말투가 비슷비슷한데다가(...) 연속하는 2개의 대화절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등장인물의 발화일 때도 있다. 1대1로 대화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그리 파악이 어렵진 않지만, 제3자가 섞이면 누구의 대화인지 심히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5.4. 색채어의 사용

특정 색채어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LOVE ON에서 ' 하얗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시어로서의 보편적인 의미 그대로 순수를 상징하는 듯하다. 파란색도 '푸른 눈물', '푸른 기', '블루라인'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회색은 회색 군중, 회색 도시와 같이 일률적인 현대인을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색이다. 빨간색은 붉은 핏물 등 잔인한 묘사에서 자주 나타난다.

5.5. 비속어의 사용

"이 좆 같은 세상엔 엿 같은 고띵년들두 마나여
탤런트, 가수 된다구 PD들한테 보지구녕 젖탱아리 상납하구
노땅들 좆대가리 꽂구 피스톤 운동하구 니미 좆도 그돈으로 애 배면
밥 먹듯이 똥 싸듯이 화장실에서 애도 잘 떼여~
쓰불 좆엿 고띵 중띵년들의 뻑뻑 개쇄리 세상~(공공의 적 장철중 버전)"
욕설뿐만 아니라 음담패설도 자주 나온다. 상당히 수위가 높아서 해리와 몬스터를 기대하고 읽은 사람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 소설을 저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좆물, 좆대가리, 질액, 빠구리 등등의 말들이 대놓고 나오니 주의할 것. 네이버에서 이 책을 검색했을 때 괜히 19금인 것이 아니다.[11]
돈을 받고 몸을 파는 것처럼, 연속적으로 주고받는 화툿장의 분홍빛 사슬은 보일락 말락 창녀의 현란한 오럴 애무 대쉬를 스틸T자에 뜨겁게 빨아들였다.
대화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평범한 상황 묘사에도 성적 비유를 갖다붙인다. 다만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는 나오지 않아 야설과는 차이가 있다.[12]

5.6. 영화적 기법(?)

이상의 뺨에는 한 줄기의 파란 눈물이 흘러내리며, 뿌연 8mm의 무비 카메라는 킬러를 360° 회전하며 비춰졌다.

영화 촬영을 하는 듯이 어디선가 카메라가 종종 튀어나온다. 영화화를 한다면 촬영감독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또한 영화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이상과 새앙쥐는 넘버 3 공공의 적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자주 흉내낸다. 메멘토의 설정을 적용해 이상이 자기 과거를 찾아가는 구조를 만들고, 23개 기억의 매트릭스를 조합하라고 한다. 소연은 엽기적인 그녀로 표현되고 그녀의 아버지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며, 마지막에는 이상의 죽음으로 8월에 폭설이 내려 그것이 실현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살인의 추억.

6. 그나마 괜찮게 평할 수 있는 부분

나는 나대로 그대는 그대로
내 안에 그대는 그대로
그대 안에 나는 그대로
LOVE ON - 서시 中
'그대'로와 '그대로'의 음이 같다는 것을 이용하여 언어유희를 잘 표현했다.
드라마틱한 공간구성… 원과 사각의 변주 속에서
건축가는 기하학적인 절단과 비어있음을 창조해야 된다.
자연광과 인공광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춘기 시절 노란색 등불을 동경했던 것처럼
건축가에겐 빛은 변질되지 않는 견고함이다.
- 아키텍처의 길 中
아키텍처의 길에는 나름 괜찮은 문구들이 있다. 생각 없이 쓴 헛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다른 부분보다는 그럴듯한 헛소리다.
낙엽이 무수히 주위에 갈색 포말을 일으키며 출렁거렸다.

푸르스름한 스틸T자의 살기는 더욱 더 짙어졌다.

스틸T자의 빛은 차츰 사라져 가면서 또 하나의 검은 태양은 일식이 일어났다.

1000편의 시가 바람에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을 하였다.

시계의 바늘이 한 곳에 멈춰 버린 채 사방은 엷은 어둠이 휩싸여 회색 광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한 올 한 올
미세한 먼지처럼 무언가 내리기 시작했다.

꺼져 가는 이상의 뺨에 한 줄기 파란 눈물이 흐르고 그 위에 연보라 빛 눈꽃이 피어오른다.

8월의 크리스마스 하얀 눈꽃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온 도시에 흐르고 있었다.


- 뉴스 속보 -
2009년 8월의 크리스마스
이상기온에 의해 전국이 한 여름에 폭설
혜화동 로터리 전문 킬러 이상의 시체 발견


2059년 8월 상암동 120층 월드 타워 옥상

예수와 학생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20대 초반의 블랙 캐시미어 코트에 스틸T자를 들고 있는 아키텍처

메멘토…
그래 회색 빌딩 숲, 회색 군중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살아있었더라면 예수처럼 70의 나이를 바라 볼 거라 믿겠지.
난 소연을 만나지 못했다.
어쩜 만났지만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2009년 8월의 크리스마스의 기적… 소연에게 기적이 일어났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분명 기적이 일어났다… 믿지 못할 만큼의 50년 전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러나 난 그 사실을 또한 모른다… 아직도 50년 전의 기억상실증은 그대로다.

5분 후면 난 소연을 구하기 위해 사랑의 시를 써야한다.

5분 후의 세계
난 지금 자동판매기 앞에 서 있다.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 난 모른다.


(Love On) 자동판매기 앞에서

뭘 마시지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마운틴-듀
레쓰비
비락 식혜

찰카닥 500원을 넣어… 난


사랑을 눌렀다
- 후반부 ~ 끝까지의 전문
마지막 부분은 이상하리만치 정상적이다. 음료수를 고르다가 사랑을 누르는 게 좀 병맛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여운이 남는 마무리다.


[1] 작가에 의하면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이 아니라 이상윤이 개척한 신개념 문학 장르인 '아키텍처'이다. 사실 소설과 시와 '메멘토', '킬러의 법칙', '아키텍처의 길'이라는 짧은 글들이 짬뽕된 형태라 단순히 소설이라고 하는 것보다 적합한 표현이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책을 소설이라 하는 것은 소설에 대한 모욕이다 [2] 단 중간에 등장인물 이상이 "나 이 소설 주인공 안할래~"(...)라는 메타발언을 하며 소설이라고 하기는 한다. [3] 킬러들의 세계에서 제거할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며, 불법 사채업자 등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4] 새앙쥐가 사용한 무기는 유추하기 그나마 쉬운 편이나 직업 같은 경우는 매우 은유적으로 본문에 표현되어 있어 이 글에 의지해 유추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5] 이상윤 또는 작가 이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작가 이상과의 공통점은 이름과 건축가라는 것 외에는 보이지 않지만, 본문에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날개에 대한 언급이 있다. [6] 이 책의 대사 중 이것만 이상하게도(...) 진지하다. 큰따옴표 바로 전에 온점이 존재하는 유일한 대사. [7] 가끔씩 새앙쥐와 대면할때도 사오정 속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8] 집필 시점인 2003년에서는 미래다. [9] 킬러와 새앙쥐의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의 대사다. [10] 예외적으로 스틸T자의 말은 '스틸T자 왈'로 표현되기는 한다. [11] 상스러운 표현뿐 아니라 잔인한 묘사도 많다. 이상에게 살해된 새앙쥐는 보통 내장이 뽑히는 참변을 당하며, 그 시체는 곱창전골, 내장탕, 순대국밥, 선지해장국, 그리고 꿀꿀이죽으로 묘사된다. [12] 소연의 윤간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몇 줄에 그칠 뿐이고 소연의 대사가 없다. 그리고 소연은 이후에도 트라우마 같은 반응이 없고 이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