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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4 03:07:25

요비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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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외국인들의 입장3. 호칭 단계4. 알아두어야 할 예의5. 창작물
5.1. 한국어로의 번역5.2. 사례
6. 기타

1. 개요

요비스테([ruby(呼, ruby=よ)]び[ruby(捨, ruby=す)]て)는 일본에서 사람을 부를 때 경칭을 붙이지 않고 성과 이름만으로 부른 것에 대해 매우 가까운 사이가 아닐 경우 실례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호칭이나 어떤 경칭을 붙일지 등을 고려할 때 언급된다. 呼ぶ(부르다)와 捨てる(버리다)가 합쳐진 말의 명사형으로, 직역하면 '호칭 버리기'인데 뒤에 붙는 경칭을 버리고 편하게 부른다는 뜻이다.[1] 다만 격식 있는 자리에서 쓰기에는 애매한 단어로, 언론이나 문헌에서는 敬称略(경칭 생략)을 사용한다.

2. 외국인들의 입장

요비스테는 일본의 호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인물 간의 관계성이 변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는 일본어 같은 자세한 호칭 구분이 없기에 일본어와 한국어의 문법이 매우 비슷함에도 이 부분만큼은 한국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위계상 높고 낮음, 다시 말해 직급에 따른 호칭어나 용법은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보통 연배가 더 큰 기준이 되는 한국어의 존대어 문화와 달리 일본은 가깝고 먼 사이,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친한 친구 관계인지 단순한 지인 관계인지에 따른 친소 관계에 따른 호칭어 및 용법이 체계적이며 일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는 존비어 문화의 일상화로 대상이 나를 부를 때 상호존대 또는 우대, 평대, 하대로 관계를 설정하고 그에 맞춘 어휘가 상대가 생각한 관계나 서열에 일치하느냐가 더 중요하고[2] 가능하면 대명사도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호칭문화가 정립되어서 일본이나 서양의 호칭문화와는 또 이질적이라 외국인이 한국어를 익힐 때 어려워하는 부분이다.[3]

또한 결정적으로 한국의 편중된 성씨 분포로 인해 한국인들은 일본이나 서양권과는 달리 성씨를 자신을 대표하는 제2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성씨는 워낙 겹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을 성씨로만 호칭하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불편하다.[4] 같은 이유로 일본이나 서양권은 '이름을 알려달라'고 할 때 친소관계에 따라 성씨만을 알려주거나 이름까지 알려주는지가 갈리곤 하는데 한국은 그런 경우가 없고 대부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 대신 성씨의 어절이 대부분 짧고 이름에 붙여 말해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풀네임'으로 부르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일본은 '이름을 알려달라'고 할 때 성씨만 알려주는 경우도 꽤 될 정도로 성씨와 이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일상적인 호칭의 용법은 일본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우며 이는 일본어를 배우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현지 일본인들도 요비스테에 큰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처음으로 그 사람을 만나면 우선 상대방에게 자기보고 어떻게 부르면 되냐고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은 예의이다.[5]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전통적인 요비스테를 따르는 이들도 있지만 직장 환경이 아닌 이상에야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이름을 알려주고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경우도 많고, 단순히 자신의 성 or 이름 중 어느 한 쪽에 담긴 어감이나 뜻을 선호해 통상적인 호칭 단계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불러달라는 이들도 다수다. 특히 이름+쨩, 이름+쿤, 성씨 단독 세가지는 아무렇게나 혼재하여 사용해도 괜찮다거나 별 차이를 안 느낀다는 이들도 있는 등 외국인을 혈압 오르게 만들고가지각색이다. 특히 관서나 지방 쪽이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니 현지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호칭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하는 엄격하게 요비스테를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서술한 내용이다.

3. 호칭 단계

실생활에서 일본인들은 대부분 아래의 단계를 지킨다. 이름보다는 성, 요비스테 → ちゃん(쨩) → 君(쿤) → さん(상) → 様(사마) 순서로 거리감이 멀어지며 상술되었다시피 호칭 방법은 무조건 상대에게 물어보거나 さん으로 통일하는 게 예의에 맞다. 호칭을 정하는 기준에 있어 연장자나 상급자의 권한이 더 큰 편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본인의 허락없이 호칭을 바꾸는 것이 무례하게 여겨지곤 한다.[6]

4. 알아두어야 할 예의

연배에 따라 호칭이 규범화되어 있는 한국인들은 처음 소개받은 타인을 호칭할 때 자기보다 어리거나 같은 연배면 성씨로 부르면 존중해 주는 거니까 같은 호칭을 마음대로 붙여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설령 같은 연배라도 처음 만난다면 상즈케나 쿤 정도는 써주는 게 예의다. 이는 동급생만 모여있는 학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10]

흔한 오해로 성으로 부르다 이름으로 호칭하는 걸 요비스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칭을 붙이지 않는다면 둘 다 요비스테이고 무례한 행동이다. 특히 성으로 하는 요비스테는 거리감까지 느껴져서 싸울 때 많이 쓴다. 호칭 방법은 훨씬 더 복잡한 계층을 가지고 있는데 무토 아야메를 예로 들면[11] 무토 사마→무토 상→무토 쨩→무토 / 아야메 상 → 아야메 쨩 → 아야메 순으로 격식을 차린 표현이 되는 것. 같은 호칭을 붙일 경우 성이냐 이름이냐는 예의보다는 거리감에 준하는 경우가 많아서 애매하다.

일단 격의가 없어진다는 것은 친소어적 의미에선 친밀감을 나타내는 데 쓰일 수도 있으나, 경칭을 생략한다는 것은 존비어적인 관점에선 상대를 낮춰부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잘못 사용했을 경우 큰 무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일본 방송에서는 범죄자 등에게 중립적인 경칭인 를 붙이지 않고 호칭했지만 소송을 얻어맞고 난 후에는 -씨를 붙이고 있다.

초면에 이름을 바로 부르는 건 존칭을 붙여도 상당히 실례를 범하는 것이니 가능하면 성+존칭으로 불러주는 게 좋다.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옛 시대의 문화가 옅어진 현대에서는 젊은 층들 중엔 비교적 덤덤히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들이 덤덤히 여긴다고 확실히 친밀한 관계도 아닌데 막무가내로 요비스테를 하는 건 해당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분명한 실례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아무리 상대가 동년배인들 초면에 대놓고 반말을 찍찍 내뱉는다면 좋게 볼 사람이 없는 것과도 같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배의 낯선 인물을 부를 때 이름 뒤에 '씨'를 붙이거나, 상급자가 하급자를 부를 때 '군'이나 '양' 등의 경칭을 넣거나 혹은 아예 이름이 아닌 직책으로 부르거나 하는 식으로 상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문화가 존재하는데, 요비스테 또한 본질적으로는 이런 동양권이 공통으로 향유하는 호칭 심리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12] 단지 일본이 한국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이해하면 편하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름을 불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바로 대상의 가족구성원들이 자신이 찾는 대상과 같이 있을 때다. 일본의 경우 결혼하면 부부를 포함해 한 가정이 똑같은 성을 쓰다보니 가족들이 같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이름으로 부르게 되는 것. 이는 외국인이 일본인을 부를 때만이 아닌 같은 일본인끼리에서도 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도 말 그대로 이름만 부르라는 건 아니고 xx군, xx양 같이 경칭 정도는 붙여줘야 한다. 반대로 대상이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자주 보는 관계일 경우 그 대상만 성+존칭으로 불러주고 그 형제자매들에게는 이름+경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이름으로 바로 부른다 해도 뒤에는 상이 붙어버리기 때문에 이름부터 불러도 어색할 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아이돌 그룹 KinKi Kids의 경우 두 멤버의 성이 모두 같기 때문에 두 멤버가 모두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초면인 첫 출연의 게스트도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츠요시상, 코이치상)부른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 경우는 가족들이 같이 있을 때나 가능한 예외다.

옛날 일본의 전통 예절로는 아내는 남편(단나)에게 나이와 관계없이 님(사마)를 붙였다. 또한 일본 영상 미디어에서는 동급생이면 남성이 여성을 부를 때 설령 친하지 않더라도 성만으로 부르는 캐릭터가 많은데, 버릇없는 행동이지만 '가례'라고 하여 전통 예법에는 맞는 호칭이다.[13] 그러나 이는 너무 오래된 예절이고, 현대에는 남학생이라 하더라도 친하지 않은 여학생을 경칭 없이 부르는 것은 매너없는 행동으로 여기기에 고등학생~대학생 정도만 돼도 이성끼리라 하여도 경칭을 으레 붙여 부른다. 이 경우에는 성만으로 부르는게 자연스럽다.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아직 체화하지 못해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헷갈린다면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냥 상대방한테 물어보자. 전술했지만 일본의 호칭 문화는 철저하게 개인의 허락이 필요한 영역으로 당사자에게 묻는 것이 실례거나 귀찮게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특히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자국의 언어·사회적 관습을 존중해주려는 자세에 일본인들도 호감을 가지면 가졌지 부정적인 인상을 갖진 않는다. 일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만큼 요비스테를 '소통에 여러 장애물을 둠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불필요한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별달리 의미를 두지 않아 느슨하게 호칭을 적용하여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름으로 불려도 OK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이나 죽마고우, 연인이 아니면 절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14] 따라서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상대가 원하는 호칭을 사용하면 된다.

5. 창작물

일본의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을 원어로 감상했다면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조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요비스테를 활용한 연출을 보게 된다. 주인공 히로인이나 여타 등장인물들을 보고 처음에는 성에다가 '씨(상)'까지 붙여가며 약간의 거리를 두지만, 어느 사건을 계기로 서로 이름을 허물없이 부르는 게 가장 일반적인 패턴이다. 주로 두 사람이 가까워지거나 화해하는 이벤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친해지자는 마음을 드러내며 성 대신 이름을 불러달라는 상황이 바로 그것인데, 봇치 더 록!의 슈카제 에피소드 에필로그에서 그 전까진 봇치를 보고 '고토 상'으로만 부르던 키타가 보건실에서 예고 없이 '히토리 쨩'으로 부르고, 이를 들은 봇치가 놀라하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요비스테의 도키도키한연출이다.

물론 호감도가 안 높은데 이름으로 부르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예를들어 도키메키 메모리얼 같은 데서 공략대상을 호칭 정해서 부르는데 호감도 생각 안 하고 괜히 친한 척하면 그저 냉대만 당한다. 대략 '성 뒤에 호칭 붙이기 → 일단 호칭을 떼고 성만으로 호칭하기 → 이름으로 부르기'의 루트를 타는 것이 일반적. 분기에 따라 별명으로 호칭하기 루트도 있다.

등장인물이 많을 경우 이런 사례는 더욱 다양해지며 요비스테를 하고 안 하고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아래의 사례 문단 에서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듯이 일본 창작물에서 작중 인물 간의 별다른 교류가 없었는데 갑자기 호칭 변경이 이루어진다면 사실 숨겨진 관계가 있었다는 전개로 이어지게 된다.

논논비요리에선 평소 미야우치 렌게를 '렌쫑'으로 부르던 코시가야 나츠미가 렌게에게 자운영의 이름을 알려주려고 '렌게'라고 말하는데,[15] 이를 렌게가 자신을 렌게라고 부른 줄 알고 '왜 요비스테해? 지금 우리 관계에 무슨 변화가 있던 거야?'라고 묻는 장면 등이다. 분명히 렌쫑은 이름인 렌게에 기반한 별명이지만 '별명'은 어느 정도 친해야 쓸 수 있긴 하지만 적어도 요비스테는 아니라서 그렇게까지 실례되는 행동이 아니며 안 친하더라도 나름 용서되는 호칭이다.

관계의 유동성을 잘 묘사한 작품으론 군상극인 울려라! 유포니엄, 그 중에서도 극장판 < 맹세의 피날레>가 있다. 본인의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이것저것 주문하는 인물들이 우수수 나와 일본의 호칭문화를 일타강사로 짚고 가주기 때문이다. 튜바의 스즈키 미레이는 처음에는 자신을 '밋쨩'으로 부르는 걸 불쾌하게 여겨 금지하다가 부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스스로 요비스테를 허용하며, 콘트라 베이스의 츠키나가 무토무는 선배들한테도 "성으로 부르면 재미 없을 줄 아쇼"를 시전하며 자신을 이름인 '무토무'라고 부르게 한다.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오마에 쿠미코 츠카모토 슈이치는 서로 이름으로만 부르며 가까운 관계임이 드러난다.[16] 요비스테에 대해서 모르는 외국인이 봤을 때에는 "쟤네는 왜 저렇게 호칭에 집착하지?", "선배들이 착해서 그런가 저런 투정을 하나하나 다 받아주네" 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일본 문화권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이다.

반면 아예 남들하고 만나면 본인이 처음부터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이른바 '쾌남 타입'들도 있는데 유희왕 5D's 후도 유세이가 대표적. 누군가 후도라고 부르거나 존대를 하려고 하면, 설령 본인과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유세이면 된다."라고 초고속으로 요비스테를 한다. 이는 무례한 표현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데 이때는 '넌 적이므로 존중 안 해준다'라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로 KOF 시리즈 야가미 이오리가 라이벌 쿠사나기 쿄를 보고 '무시'하는 의미로 그냥 '쿄'라고 막 불러제끼는 것이 있다. 반대로 쿄는 이오리를 '야가미'라고 성 요비스테로 불러서 너랑 어울리기 싫다는 '거리'를 둔다. 이렇듯 호칭은 캐릭터성을 쉽게 보여주는 장치 또는 복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기묘하게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상관없이 이름으로 막 불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 적 캐릭터도 가차없이 주인공을 이름으로 부른다. 이쪽 계통의 원탑으로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있는데 적이건 아군이건 상관이건 부하건 동료건 간에 사람들이 전부 서로 이름으로 불러대는 전통이 있다. 해서웨이 노아, 샤아 아즈나블 처럼 일본식 이름이 아니거나 캐릭터가 일본계가 아니면 크게 상관없지만 도몬 캇슈, 키라 야마토처럼 누가봐도 일본인이거나 일본식 이름을 가진 캐릭터도 이름으로 막 불린다.[17] 이는 사실 우주세기 시리즈는 인류의 언어가 영어 통일된 사회이기 때문에 현실상을 잘 반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세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비우주세기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

나루토 시리즈도 마찬가지여서 경칭을 쓰는 사례 찾기가 어려우며 초면이어도 이름으로 막 불러대는 경우가 흔하다. 나루토가 '우즈마키'라고 불렸던 적이 몇번이나 되는지 떠올려보자. 이쪽도 건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세계관에 걸맞은 이유가 있는데, 이 동네 사람들 중 대다수가 닌자 일족 출신이어서 '성을 불린다 = 특정 일족인거 까발린다 = 정보 누출'인지라 풀네임을 꼭 말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어지간해선 이름만 대는 게 관습화되었다. 일족 전체가 스토리의 핵심이었던 우치하가 이를 잘 나타내는 사례다.[18]

가례탓에 외국인은 요비스테가 '성으로 부르다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남자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가까운 여자 캐릭터에게 경칭을 붙여 부르지 않으니 호칭 단계가 변할 요소가 '성에서 이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면이라면 성만 부르는 것도 (요비스테이므로) 실례가 될 수 있는데, 이름으로 요비스테가 이루어질 정도면 이미 어느정도 친하기에 용서가 되는 것이다. 연상의 여자 캐릭터의 경우 '성+선배'라는 호칭의 경우도 경칭이긴 한데, 거기서 그냥 선배만 떼어 버리면 그냥 무례한 게 되므로 더 친해진 걸 표현할 경우 이름+선배로 변한다. 붙는 호칭이 변하거나 경칭을 붙인 채 성에서 이름으로 변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의 '요비스테'는 아니나 관계가 변화했다는 점을 암시하는건 분명하다.

넥슨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문화의 색채가 짙은 게임이지만 일본어판을 포함한 모든 언어의 클라이언트에서 요비스테가 거의 묘사되지 않고 한국 마냥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다. 쿄야마 카즈사가 거리를 두려는 우자와 레이사를 보고 '우자와'라고 칭한다든가, ' 코제키 선배' 같이 드물게 성으로 호칭하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소수인 경우다. 그래서 〈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와 콜라보한 어떤 과학의 청춘기록 이벤트에선 일본과 키보토스 간의 문화차이로 인한 간극이 묘사되기도 했는데, 학원도시에서 키보토스로 전송된 미사카 미코토가 초면에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학생들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연출이 나온다. 반면 선생 외부 세계에서 온 인물이기에 키보토스 학생들과 구분하여 미사카 일행을 성으로 불러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이처럼 일본의 호칭 문화는 하나의 전형화된 클리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은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개개인에 따라 무수히 많은 변형이 존재한다. 그러나 매체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캐릭터성을 살리기에 이만한 게 없기도 하고, 지역, 시대에 따라 호칭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함인 듯하다.

5.1. 한국어로의 번역

한국어로는 물리적으로 이런 호칭법의 변동성에 대응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옮기기 보단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와 한국어의 정서상 나이가 한 살이라도 자신 보다 많다는 것을 인지하면 형/오빠/언니/누나 등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므로 요비스테를 그대로 직역하면 국어 정서와는 동떨어진 텍스트가 만들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19]

가령 일본의 학원물 작품을 직역한다고 가정해보자. 학교 선배를 '○○씨'라고 부르면 한국에서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겐 매우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상술했듯 일본어에서 '-さん'은 나이차가 아니라 단지 친소 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호칭이기에 선배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동급생이나 후배에게 꼬박꼬박 '○○씨'로 부르는 것은 일본에서는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디지몬 어드벤처 장한솔은 원작에선 누구에게나 '○○씨'라고 부르는 존댓말 캐릭터이지만, 한국어에서도 동생들에게 존대하는 묘사까진 아주 어색하지 않으나 '○○씨'로 부르는 도저히 옮길 수가 없어 한국어 더빙판에선 한국 배경으로 현지화된 김에 겸사겸사 존대도 갈아 치우고 같은 선택받은 아이들을 향해 " 태일이 형", " 소라 누나", " 리키야"로 부르는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아이의 말씨로 로컬라이징 되었다.

결국 역자가 세심하게 뉘앙스를 살리고 싶더라도 같은 나이의 인물들만 나오는 한정된 환경이 아니라면 애초에 불가능하다. 작중에서 이러한 호칭 변화가 정말 핵심일 경우에는 성이랑 이름을 다 붙여서 부르다 친해지고 나서 이름만 부르는 식으로 번역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대표적으로 SBS에서 방영한 빛의 전사 프리큐어 백시연이 처음엔 하람이를 보고 ' 묵하람'이라고 꼬박꼬박 딱딱하게 부르다가 나중에 둘이 친해지고 나선 '하람아~'로 부르게 하는 식으로 로컬라이즈 하여 원작 팬들에게 센스 있는 번역으로 호평받았다.

한편 일본 영화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자막 번역은 인물간 호칭을 전부 살리면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정보가 지나가는 매체의 특성상 관객이 혼동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많은 번역가들이 호칭을 전원 '성이나 이름 중 짧은 것'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탓에 성으로 부르는 걸로 통일한 캐릭터가 가족에게 성으로 불린다는, 일본인 관객이라면 이상하게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밌게도 한국인이 일본의 요비스테를 " 뭐야 그거 무서워"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에선 반대로 요비스테 없이 '성+이름'과 '이름' 단독 호칭으로 이원화된 한국의 호칭 문화에 대해 신기해한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초면에 저렇게 쉽게 이름을 부르게 해준다고?", "친하지 않은 사이에도 이름으로 부른다고?", "아니, 그럼 옆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친한 정도를 구분하지? 무슨 독심술 같은걸 끼얹나?"라고 여긴다. 한국인 입장에선 '서구권의 느슨한 호칭 문화'를 신기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일본인 입장에서는 한국도 나름 '쉽게 타인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문화'인 셈이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창작물로는 한국인과 일본인 남녀가 함께 출연하는 로맨스 드라마 〈 Eye Love You〉가 있다. 남자 주인공 윤태오가 여자 주인공 모토미야 유리에게 이름을 물어보자 초면인 유리는 성씨인 '모토미야'만을 말해주는데, 윤태오는 "성 같은데 그거 말고 이름을 이야기 해달라"고 하고 이름을 알게 된 후에는 사석은 물론 남들이 보는 공식석상에서도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와 쟤네 사귀나봐모토미야를 당황하게 하는 재미있는 연출이 있다.

5.2.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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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타


[1] 동사 두 개를 합친 동사를 명사화한 것이다. 따라서 '경칭 생략하고 부르다'는 '呼び捨てにする', "경칭 생략하고 편하게 불러도 될까요?(요비스테 해도 될까요?)"는 "呼び捨てでいいですか?" 같은 식으로 사용한다. [2] 즉 자신은 친하다고 생각한 동급이나 하급자가 갑자기 자신을 우대하거나 상호존대하는 것도 불편해지는 요소이다. 갑자기 존댓말이라니 이 사람이 나한테 돈빌리러 왔나? 이런 의심을 사는 것이 한국 호칭문화의 특성인 것. [3] 오히려 일본과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성씨"로 함부로 불러대는게 예의에 안맞다. 나이 지긋한 교수가 제자에게 박 군이라고 부르는게 예시. [4] 이름을 버리고 성씨만 쓰더라도 직급이나 직책을 붙여서 부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박 부장님', '김 선생님' 같은 식. 격식없는 일용직의 경우 김씨 하는 식으로 막 불리기도한다. 일본에서는 ~씨(氏)가 경칭이지만 한국에서는 요비스테 취급. 굉장히 희소한 성씨일 경우 그 성씨 자체가 별명이 될 수도 있다. [5] 특히 상호간 영어로 소통하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경우 알아서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동년배인데 성에 경칭까지 꼬박꼬박 붙이는게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되는 모양. 영어에서는 성만 부르거나 이름만 부르지 별도의 경칭을 붙이지 않으므로 호칭변화는 성에서 이름 밖에는 없다. [6] 한국에서도 연장자라곤 해도 초면에 반말하는 것은 '노인 - 유아/아동/청소년' 정도로 극과 극이 아닌 이상 무례하다고 여겨지고, 상호간에 어느 정도 관계가 발전되었다고 판단될 때 연장자 쪽에서 "말을 놓겠다", 또는 연소자 측에서 "편하게 말 놓으시죠"라는 식으로 호칭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상대가 나를 존중해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7] 단, 대학 교수의 경우 '교수님'이 보편적인 호칭인 한국어와 달리 일본어는 '교수(쿄쥬)+사마'라는 호칭은 잘 쓰이지 않는다. 보통은 교사와 마찬가지로 '先生(센세)' 정도로 호칭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상즈케를 하진 않는다. 회사 사장은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사장(샤쵸)'라고 부른다. [8] "길동아~" 같이 이름만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교사가 학생을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즈케 보다 거리감이 줄어들면 성씨+くん(군), 정말 친밀한 관계가 된다 하더라도 성씨 단독 혹은 성씨+ちゃん(쨩) 정도가 마지노선. [9] 가까운 친척 사이지만 나이 차이가 날 경우에도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은 연상이지만 가족이 아닌 대상을 보고 "언니", "오빠"등으로 부르지 않기 때문.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며, 대부분의 경우 여성들이 사용한다. [10] 학교 생활에서는 여자는 상, 남자는 군을 붙인다. [11] 최근 방송에서 이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적이 있다 [12] 피휘, , 등에서 알 수 있다시피 '본명을 대놓고 부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기조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자문화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13] 상대 여학생을 존중하는 경우에는 성+씨 또는 드물게 성+군으로 부른다. [14] 연령대가 높을 수록, 남성보단 여성일수록 이런 경향이 자주 보인다.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초면엔 아예 성씨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15] 자운영이 일본어로 렌게이다. 사람 이름을 꽃 이름으로 붙인 것. 한국으로 치면 이름이 장미, 모란 이런 식인 것. [16] 여기에 기존 레귤러 멤버인 카와시마 사파이어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는 친소단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내 이름은 미도리"라며 요비스테와 더불어 DQN네임까지 세트로 어필한다. [17] SEED의 키라 야마토의 경우 본인은 일본식 이름인데 주변 지인들은 죄다 서양식 이름( 미리아리아 하우, 라크스 클라인, 아스란 자라, 무우 라 프라가등)이라서 더 기묘하다. [18] 세계관 상으론 별 특기가 없는 평범한 일족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지만, 네임드 일족들의 경우 자기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술법들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명 일족일수록 성씨를 들키는 게 치명적이다. 게다가 일족간 대립이 너나할 거 없이 극심했던 전국시대란 역사도 있어서 성씨 알면 바로 적대관계로 돌변하기도 한다. 작중 나온 대표적인 케이스가 전국시대를 호령한 일족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우치하 마다라 센쥬 하시라마로, 이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닌자라면 성을 밝히지 않는 게 기본‘이라며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다. [19] 일본에서 형/오빠를 뜻하는 お兄さん과 언니/누나를 뜻하는 お姉さん은 대부분 가족한테만 쓰이며 타인이 자신을 お兄さん, お姉さん이라고 부르면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사람마다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생처럼 나이가 엄청 어리거나 본인과 연장자가 친하면서 그 사람이 허락을 해준다면 쓸 수는 있다. [20] 정확히는 그전까지 타카토시는 에미를 '후쿠쥬 상', 에미는 타카토시를 '미나미야마 군'으로 불렀고 이후부터 각각 '에미 짱', '타카토시'로 발전한다. [21] 兄さん은 직역하면 '형'이지만 용도가 매우 다양해서 심할 경우 가게 점원(남성)을 부를 때도 쓴다. 딱히 존경하는 의미가 아닌 그냥 '아저씨' 같은 의미로 쓰인 것. 굳이 형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한국의 '김 형' 같은 느낌에 가깝다. 키류가 진짜 형이라고 생각했다면 兄貴(아니키)라고 불렀을 것이다. [22] 오얏상은 윗어른을 막역하게 부르는 호칭이지만, 어릴 때 부터 키워 준 카자마와의 관계를 고려해 한글판에선 어르신으로 해석되어있다. [23] 학교에서 여성 학우를 부르는 가장 일반적인 호칭이다. [24] 그나마 안드레이 세르게이비치 칼리닌이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등 어느정도 지식을 습득했지만, 최소 10년 이상을 해외에서 생활했다. [25]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에서는 상대와 대화할 때 2인칭을 쓰느냐 3인칭을 쓰느냐로 존댓말인지 반말인지를 구분할 수 있고, 이름 앞에 '돈' 이나 '돈냐' 라는 경칭을 붙이면 사회적인 거리를 표현할 수 있다. [26] 독일에서는 유일하게 관계를 구분하는 인칭이 2인칭인데, 가까운 사이의 2인칭이 du, 먼 사이의 2인칭이 Sie라서 일본의 문화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