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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21:21:45

법인격부인의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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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예시3. 등장배경4. 의의5. 요건
5.1. 법인격의 형해화5.2. 법인격 남용
6. 소송법적 효과7. 역 법인격 부인론8. 판례

1. 개요

/ The doctrine of disregard of the corporate entity

법인격부인론이라고도 한다. 법인격이 남용되어 회사가 주주 내지 사원과 독립된 실체를 갖지 못하는 경우 회사와 특정의 제3자 간에 문제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해서 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회사의 책임을 그 주주 내지 사원[1] 에게 묻는 것을 말한다.

쉽게말해 주식회사의 주주가 1인 및 그 특수관계인에 한정되고 그 최대주주 집단이 100% 주식을 가진 경우를 말한다. 주식회사는 '분산요건'이라는 게 적용된다. 분산요건에 따르면 기업 주식의 최소 5%는 기업 외부의 타 주주한테 주식이 있어야 한다.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 95%를 초과하면 법리적으로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한다.

2. 예시

법인격의 형해화법인격 남용이라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1) 법인격의 형해화는 개인 1인[2]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갖고 있는 책임을 개인에게 묻기 위한 법리이다.( 2004다26119판결)

자본금 30억의 ㈜나무상사가 있다고 하자. ㈜나무상사는 ㈜위키무역에게 10억어치의 물건을 샀지만 대금 10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당연히 ㈜위키무역은 소송을 통해서 결국 10억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얻어내었지만 ㈜나무상사의 자본금이 0원으로 되어있어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고보니 ㈜나무상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주주 김씨가 10억원을 떼어먹기 위해 ㈜나무투자를 추가 설립한 뒤 여기에 ㈜나무상사의 자본금 30억 모두를 넘겼던 것이다.

㈜나무상사는 자본금이 0원인 상태이므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실질적 소유주 김씨는 '주주유한책임'을 주장하며 대금 10억원에 대해 자신은 갚을 의무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법인격부인의 법리가 적용되어 ㈜위키무역은 주주 김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2020다275942판결) 이를 법인격의 형해화라고 한다.

(2) 법인격의 남용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서 채무를 면탈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을 때에 두 회사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보기 위함이다.( 2006다24438판결, 2009다77327판결)

이번에도 ㈜나무상사를 예시로 들어보자. ㈜나무상사에는 채무가 10억원이 있었고, 그 대신 10억원 가치의 건물을 갖고 있었다. 만약 채권자가 소송을 건다면 건물을 뺏길 것을 우려해 ㈜나무상사는 새로운 회사 ㈜나무위키상사를 새웠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건물을 ㈜나무위키상사에게 그대로 넘겨줬다. 이렇게 되면 채권자는 ㈜나무상사에게 승소해서 10억원의 지급명령을 받아도 ㈜나무상사에게 남은 자산이 없어서 실제로 10억원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법인격을 부인하여 "㈜나무상사와 ㈜나무위키상사는 동일한 회사다"라고 하여 ㈜나무위키상사에게 돈을 받아낼 수 있다.( 2017다271643판결)

두 유형은 비슷해보이지만 요건 부분에서 좀 많은 차이가 난다. (1) 법인격의 형해화는 주주의 완전지배 및 재산의 혼융이라는 객관적 요건을 요구하고 남용의사와 같은 주관적 요건은 보충적으로만 요구되는 반면, (2) 법인격 남용의 경우 완전지배나 재산의 혼융이라는 요건 대신, 실질적 동일성을 객관적 요건으로 요구하며, 남용 의사가 적극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3. 등장배경

19세기 후반 미국 판례에서 나왔다. 한국에는 1960년대에 도입되었고 1988년 판례에서 이를 채택했다.( 87다카1671판결)

페이퍼 컴퍼니와 같이 법인격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등장하였다. 페이퍼 컴퍼니는 그 존재의 이유가 조세회피, 채무회피, 소송분쟁 회피 등 남용적 목적으로 법인을 이용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이 도입되지는 않았고 판례상으로만 도입된 개념이다.

판례는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 중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서 그 근거로 찾는다.( 2007다90982판결)

4. 의의

기본적으로 법인격부인의 법리는 주주(유한책임사원)의 유한책임을 막고, 이들에게 무한책임을 묻기 위한 법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무한책임사원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위의 김씨가 나무상사의 무한책임사원이었다면[3] ㈜위키회사는 김씨에게 돈을 받아내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할 필요도 없다. 다만, 회사가 다른 회사를 만들어 법인격을 남용하는 경우[4], 이 때에는 사원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한하여 판례는 새로 설립된 법인의 법인격 자체를 부인하도록 하고 있다.

5. 요건

두 유형 (1) 법인격의 형해화, (2) 법인격 남용에 따라 그 요건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두 유형에 공통되는 요건은 다음이 있다.

5.1. 법인격의 형해화

법인격의 형해화에는 1. 주주의 완전지배, 2. 개인재산과 회사재산의 혼융을 요구한다. 주관적 요건인 법인격 남용 의사가 요구된다는 견해도 있으나, 실제 판례에서는 보충적으로만 고려된다.( 97다21604판결)[5]

5.2. 법인격 남용

법인격 남용에는 1.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실질적 동일성과을 객관적 요건으로 요구하고, 2. 채무면탈의 의사라는 주관적 요건을 요구한다.

6. 소송법적 효과

실체법적으로는 법인격을 부정하지만, 소송법적으로는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즉, 형식적 법인인 ㈜나무상사에 대하여 당사자를 확정할 수 있다. 일단 회사 자체도 법인이기는 하므로 당사자능력 당사자적격을 잃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법인격부인론의 취지는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더 묻기 위해서인 것일 뿐이지, 그 자체로 형식적 법인의 책임을 면제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무상사(형식적 당사자)와 김 씨(실질적 당사자)는 그 자체로도 동일성은 부정되기 때문에, 채권자는 ㈜나무상사에 소를 제기한 뒤에 김 씨에게 같은 소송물로 소를 제기해도 중복소제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즉, ㈜나무상사에도 10억원을 내놓으라는 청구도, 김 씨에게 10억원을 내놓으라는 청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채권자가 깡통회사인 ㈜나무상사에 대해서 소를 제기한 이후에, 김 씨로 피고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사자표시정정, 피고경정, 소송승계 등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통설은 피고경정에 따른다. 즉, 법인격 부인을 한다고 해도 ㈜나무상사와 김 씨가 완전히 동일인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피고경정을 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7. 역 법인격 부인론

일반적인 법인격 부인론(법인격의 형해화)는 기업이 채무명의자이고, 개인이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반대로 개인이 채무명의자이고, 기업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위 예시에서 회사 사장인 김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내 재산 10억원 있으니 대출해달라."라고 하여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은 뒤 유흥으로 탕진하였고, 남은 재산을 (주)나무회사에 이전한 경우이다. 판례는 이 경우에도 김 씨뿐만 아니라 (주)나무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았다.( 2019다293449판결)

최근 판례는 이러한 범위를 개인이 신설회사를 설립하여 재산을 이전시킨 경우뿐만 아니라, 기존회사에 자기의 자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도 법인격부인론을 역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2022다276703판결) 그리고 법인격의 형해화에 이르지 않은 경우인 법인격 남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법인격의 형해화 판단 시점은 채무면탈이 발생한 사실행위를 기준으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8. 판례


[1] 여기서 사원이란 대리, 주임, 부장, 차장 등의 회사원이 아니라, 회사의 소유권(주식 등)을 가진 자들, 즉 주주와 등기 이사를 말한다. [2] 반드시 개인일 필요는 없고, 모회사가 자회사를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예시의 편의상 개인으로 설명한다. [3] 나무상사가 합명회사 합자회사라고 생각해보자. [4] 예컨대, 김씨가 새로운 나무회사를 만드는게 아니라, "A회사"가 나무회사를 만드는 경우 [5] 이 판례에서는 단순히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로 짤막하게 넘어가고 있다.. [6] 만약 법인 명의의 외제을 구매했다면 회사의 자산구매이므로 법인격의 형해화로 인정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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